H 시.박연희가 산후조리를 마치고 아이들과 함께 B 시로 돌아가 생활을 하려고 했다. 떠나기 전 그녀는 엄수지를 만나 그녀에게 자신과 함께 B 시로 돌아가 생활하지 않겠냐고 물었다. 엄수지는 그러겠다고 답했다. 그녀는 정은호와 이혼과 재산 분할 절차를 마쳤고 지금은 각방을 쓰고 있다. 엄수지는 박연희에게서 정확한 약속을 들었기에 마음이 편안했다. 그녀는 빠른 걸음으로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 B 시로 가서 행복하게 살 준비를 했다. 그녀는 아마 행복할 것이다. 조 대표님과 사모님의 돌봄도 있고 손에 수천억이 현금 재산도 있기에 아마 남은 인생을 그녀는 편안하게 살 것이다. 하나 후회되는 게 있다면 그건 아이다. 그녀는 너무 기뻐 꿈속에서도 웃으며 깬다. 더 이상 정은호의 뒤치닥꺼리를 하지 않아도 된다. 그렇게 엄수지가 자신의 짐을 싸고 있을 때 누군가 침실 문을 두드렸다. 그리고 정은호의 두터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수지야, 나야." 말을 마치고 정은호는 문을 열고 들어왔다. 엄수지는 불쾌했다. 하지만 그녀는 머리를 간단히 정리하고 담담한 눈빛으로 눈앞의 전남편을 바라보았다. 그는 여전히 여전히 깔끔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더 이상 남편을 사랑하지 않았다. 그들은 평화적으로 헤어졌다. 정은호는 편안하게 소파에 앉아 주위를 한번 쳐다보았다. "이게 무슨 일이야? 조 대표가 사모님과 B 시로 돌아가는데 네가 왜 껴? 그들 집에 가정부가 부족하다고 그래?" 엄수지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 "은호 씨, 내가 그렇게밖에 안 보여요?" 정은호는 사실 일부러 그런 말을 내뱉은 것이다.이윽고 그는 조금 부드러워진 말투로 몇 마디 말을 덧붙였다. "정씨 사모님 노릇을 하지 않고 기어코 B 시로 가다니. 후회하고 나한테 돌아와서 울지나 마."그의 말해 엄수지는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 그녀는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걱정하지 마요. 내가 B 시에서 아무리 잘 살지 못한다고 해도 당신에게 돌아올 생각은 없으니까. 당신에게 돌아와
그녀는 자신에게 작은 아파트를 선물했다. 인테리어도 고급스러웠다.직접 살기도 좋았고 작은 파티를 열어도 무방했다. 그녀가 이번에 B 시로 온 건 그녀의 욕심 때문이었다. 그녀는 B 시에서 자리를 잡고 진정한 자신의 삶을 살고 싶었다. 박연희는 그녀의 모습에 매우 기뻤다. 엄수지는 매우 사교적이었기에 박연희는 그녀에게 갤러리 관리를 부탁했고 이건 그녀에게 아주 알맞는 업무였다. 평상시 엄수지는 업무의 기회를 빌미로 아이들을 보고 갔다. 그녀가 가장 예뻐하는 건 역시 민희였다. 민희도 그녀를 이모라고 불렀다. 시간이 빠르게 흘러 눈 깜짝할 사이에 금빛으로 찬란은 10월이 되었다.늦은 저녁 석양이 하늘을 수놓았다. 우현도 잠에서 깼는지 몸을 좌우로 흔들었다. 그리고 두 다리도 힘 있게 앞으로 뻗으며 입안에는 아직 자라지 않은 작은 이빨이 보였다. 그 모습은 너무나 깜찍했다. 박연희는 그런 우현을 안아 들고 창가의 소파에 몸을 기대었다. 그녀가 자신이 옷깃을 풀자 우현은 익숙한 냄새를 맡고 게걸스럽게 빨기 시작했다. 젖을 빨며 엄마를 지그시 바라보는 모습은 마치 새끼 강아지 같았다. 밖에서 자동차 소리가 들려왔다. 박연희는 단번에 조은혁의 차임을 알아차렸다. 그가 퇴근한 것이다. 이윽고 1층 계단에서 그의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조은혁은 문을 밀고 들어와 눈 앞에 펼쳐진 박연희 살결에 그 자리에 멈춰 섰다. 한참이나 지나서야 그는 정신을 차리고 문을 닫았다. 그리고 자신의 슈트 외투를 벗으며 웃었다. "이 시간에 돌아오면 이런 서프라이즈가 있다는 걸 알았다면 나는 아마 야근하지 않았을 거야. 매일 이때 돌아왔을 거야." 그들은 금술이 좋은 부부였기에 박연희는 그런 그의 손길을 완전히 피하지 않고 몸만 작게 돌려 조은혁의 끓어오르는 눈빛을 막았다. 하지만 남자가 진짜 끓어오르면 어떤 여자가 감당할 수 있을까? 그는 셔츠를 풀며 걸어와 우현의 작은 얼굴을 쓰다듬으며 입을 열었다. "요즘에도 가슴이 많이 아퍼?" "많이
늦은 밤 B 시 구치소. 철창 안과 밖으로 과거와 현재가 나누어졌다.심씨 어르신은 담배 한 대를 꺼내 고개를 숙여 떨리는 손으로 불을 짚였다.그리고 강하게 한입 빨아들인 후 서 비서에게 말했다. "지앙아, 예전에 나는 이 브랜드 담배를 쳐다도 보지 않았지. 이 담배를 피는 사람은 하찮아 보였어. 그런데 오늘 내가 이 담배를 물고 있을 줄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었지." 자욱한 담배 연기가 천천히 흩어져 갔다. 그가 낮은 기침을 했다. 습관 되었는지 서 비서는 매우 자상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 "건강하게 계셔야 합니다." 심씨 어르신은 눈을 치켜뜨고 음산한 표정을 지었다."서 비서는 아직도 연기를 하고 있네. 아직도 나에게 거짓말을 하고 있는 거야. 나에게 속인 것이 너무 많을 테지만 나는 자네가 주씨 가문 사람임을 알고 있네. 그리고 이름도 지앙으로 개명한 걸 알고 있어. 내가 결국 거짓말에 속아 넘어간 거야." 심씨 어르신은 실망한 말투였다. "조은혁이 너를 데려가지 않았나." 서 비서는 쓰게 웃었다. "조 대표님이 어르신과 싸울 때 저는 조금도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아가씨가 어르신에게 잡혀갔을 때 귀띔한 것뿐입니다. 하지만 그때부터 어르신은 저를 의심하기 시작한 거죠." 서 비서는 낮게 한숨을 뱉었다. "만약 조 대표님이 끼어들지 않았다면 주원이 어르신을 무너뜨리는 건 쉽지 않았을 겁니다."심시 어르신은 한참이나 깊은 사색에 빠졌다. 그가 지금 후회를 하는 건지 아니면 비참함을 느끼는 건지 알 수 없었다. 면회 시간이 끝나고 서 비서가 몸을 일으켰다. 그때 심씨 어르신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 "20여 년이나 알고 지냈는데 내가 제안을 하나 하고 싶네. 자네가 잘 해결할 걸 알고 있어. 한 사람이 보고 싶어." 소비서는 그가 심경서를 보고싶다 하는 줄 알았다. 그래서 서 비서는 흔쾌히 승낙했다. "이번 일은 제가 꼭 해결하겠습니다. 심경서 도련님이 요즘 김이서 사모님과 잘 지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의 예측은
심씨 어르신은 떨리는 손으로 자신이 즐겨 피던 담배에 불을 붙이고 한모금 깊게 빨아들였다. 그리고 입을 열었다. "조은혁은 능력 있는 애야. 너희들은 앞으로 복 받을 거야." 박연희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복이 많은 사람이 아니라 목숨이 여러 개 있는 여자였다. 아니였으면 우현은 진작에 심씨 가문의 제물로 맞췄을 것이다. 그녀는 임윤아의 탯줄 혈액 관련한 일을 언급하지 않았다. 그때 심씨 어르신은 담배를 한 대 정도 피우고 나서 입을 열었다. "나를 원망하느냐." 박연희는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그는 담담한 눈빛으로 눈앞의 노인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그녀의 목소리엔 아무런 감정도 남기지 않았다. "당신은 원망하지 않아요. 내가 심경석보다 못하다고 생각하지도 않아요. 만약 당신이 위협받았다면 큰오빠와 심경서도 똑같이 주저 없이 버려졌을 거니깐요. 이제 와서 핏줄을 그리워할 필요는 없어요." 그녀는 말을 마치고 모든 것을 내려놓았다. 그녀는 지금 사랑하는 아들딸과 B 시에서 권력을 휘두르는 남편도 가졌다. 그녀는 더 이상 가짜 온기 때문에 핏줄 그리고 옛일을 그리워할 필요가 없었다. 모든 건 그렇게 지나갔다. 박연희는 더 이상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밖으로 나가려 했다. 그때 심씨 어르신이 급하게 입을 열었다. "경서를 용서해라. 진심으로 너를 좋아했었다." 박연희의 발걸음이 멈췄다. 그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지만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가 밖으로 나갔을 때에도 밖은 여전히 비가 내리고 있었다. 그녀는 심경서를 마주쳤다. 그는 네이비색 자켓을 입고 우산을 든 채로 검은색 차량 옆에 서 있었다. 그는 여전히 얌전한 모습이었지만 예전의 순수함은 보이지 않았다. 그는 길거리에서 흔히 보이는 사업에 성공한 남자 같았다.아가씨들이 좋아할 만한 모습으로 자신을 쉽게 위장했다. 그의 일은 박연희도 다른 사람에게 들어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심철산의 사업을 물려받아 경영을 잘한다고 들었다. 하지만 그
엄수지가 말을 마치자 문 앞에서 기침 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그건 정은호였다. 정은호는 B 시로 업무를 보러 왔다가 박연희 생일이라는 소식을 듣고 이 기회를 빌미로 선물을 주려고 왔다. 하지만 오자마자 전 부인이 그에 대한 험담을 하는 꼴을 마주치자 분위기는 미묘해졌다. 한참 지난 후 엄수지가 입을 열었다. "이동 화장실이예요?" 정은호는 전 부인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그리고 그는 선물을 박연희에게 조심스럽게 내밀었다. "이건 사모님 생신 선물이고 이건 아드님 선물입니다. 아까 아드님을 뵙고 왔는데 너무 건강하게 잘 컸네요." 박연희는 거절하지 않았다. 자신의 적을 더 이상 만들 필요는 없었다. 그녀는 선물을 받고 정은호에게 몇 마디 말을 했지만 그는 그녀의 말을 듣지 않는 모양새였다. 특히 엄수지가 자리를 뜬 후 그는 더 이상 이 자리에 집중하지 않았다. 그 모습에 박연희는 살짝 웃음을 터뜨렸다. 정은호와 몇 마디만 더 나누고 그를 돌려보냈고 그건 그가 바라던 바였다. 그가 조씨 저택에 온 건 사실 엄수지를 만나기 위해서였다. 엄수지를 만난 후 그녀가 예전보다 더 아름다워진 모습을 보며 그는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그녀가 B 시에서 다른 남자가 생긴 것이 아닌가. 생각만 해도 그는 견딜 수 없었다. 늦은 저녁 구름이 하늘을 검게 수놓았다. 엄수지는 고급스러운 옷차림으로 하얀 차량으로 들어갔다. 차가 출발하려고 할 때 문이 열리더니 정은호가 들어와 앉았다. 그처럼 우람한 몸이 작은 차에 들어오자 공간은 더욱 작아 보였다. 엄수지는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물었다. "정은호 씨, 이게 무슨 뜻이에요?" 남자는 자신이 원하는 목표를 향해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 정은호가 안전벨트를 매고 아무렇지 않은 듯 입을 열었다. "나는 B 시에서 이틀 동안 업무를 볼 거야. 추 비서가 나를 위해 호텔을 예약해 주지도 않아서 당신에게 이틀 동안 신세를 질게. 나한테서 수천억 위자료를 가지고 이틀 동안 함께 있지도 못해?"
정은호의 모습을 보자 집사들은 꽤 귀중한 손님인 걸 알아챘는지 극진히 대접했다. 그 모습에 엄수지는 미간을 찌푸렸다."서랍 위에 귀중한 차는 주원 씨를 위해 특별히 준비한 거니까 은호 씨에게는 녹차를 주면 돼요.""내가 지금 이 신세로 된 거야? 너랑 주원은 도대체 무슨 사이야? 어떤 관계였어?"그의 물음에 엄수지는 대답조차 하지 않았다. 그녀는 소파에 몸을 기대어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전화가 통한 후에 그녀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왕 선생님, 저한테 한번 와주세요. 저희 집에 한 사람 들어왔는데 이 사람이 깨끗한지 아닌지 검사해 주세요."그녀의 말에 정은호는 팔짝 뛰었다. 그는 엄수지를 가르키며 말했다. "우리 헤어진 지 3개월밖에 되지 않았는데 당신과 잠자리를 하려면 검사까지 받아야 하는 거야? 제기랄, 나 병 없어. 그리고 당신 몇 명의 남자한테 검사를 받으라고 한 거야. 엄수지, B 시에 남자 만나려고 온 거 아니야?" 엄수지는 전화를 내려놓고 담배를 한 대 들었다. 그녀는 아무렇지 않은 듯 입을 열었다."싫으면 나가요."정은호는 검은색 머리카락이 이마까지 축 처져 싸움에서 진 수탉 같은 모습이었다. 그는 죽일 듯이 아름다운 자태의 전처를 바라보며 그녀가 미워 죽겠는 동시에 또 이처럼 쉽지 않은 기회를 놓치고 싶지도 않았다.만약 옷을 벗어 검사할 수 있다면 벗어주면 되는 것이다. 그는 바지를 벗으며 그녀와 잠자리를 가진 후 다시는 엄수지를 찾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왕 선생이 오기 전에 엄수지는 그에게 특별히 남자의 정력에 도움이 되는 음식을 대접해 줬다. 하지만 정은호는 결코 달갑지 않았고 오히려 치욕스럽다. "지금 당신은 양기를 빨아먹는 여자로 되기로 작정한 거야? 그렇게 욕구 불만이야?"엄수지는 자신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인생은 한 번뿐인데 즐기다가 가야죠." 그녀의 말에 정은호는 화가 벌컥 났다. "3개월 동안 다양하게 맛보았겠네."엄수지는 결코 부정하지 않았다. 그들이
정은호는 매우 만족했다. 관계를 마친 후 엄수지가 샤워하러 들어갔고 그는 침대에 기대어 담배를 입에 물었다.그는 아까의 사정 과정을 떠올렸다. 한번 다시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오랜만의 관계에 그는 새로운 삶을 얻은 듯한 느낌을 받았다. 이건 모든 남자들이 좋아할 만한 자극이었다. 두 대의 담배를 피자 엄수지가 욕실에서 나왔다. 그녀는 몸의 물기를 채 닦지 않고 욕실 가운을 걸치고 나왔다. 그녀의 몸에 작은 물방울들이 걸쳐져 그의 눈길을 빼앗았다. 그녀가 바디로션을 바를 때 그 뒷모습은 아름답기 그지없었다. 정은호는 침대에서 내려가 뒤에서 그녀를 끌어당겼다. 너무 기분 좋은 나머지 그는 의사에게 검사를 당하던 치욕스러움과 분노는 이미 말끔히 잊어버렸고 그녀가 귀엽게만 보였다. 정은호는는 자신의 머리를 엄수지의 어깨에 묻고 시험하듯 물었다. "B 시에서 다 놀고 집으로 돌아가자. 돌아가면 너는 여전히 정은호의 아내고 여왕일 거야." 엄수지는 빠짐없이 로션을 바른 후 거울을 향해 차갑게 웃었다. "아직도 그걸 내가 좋아한다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다시 돌아가서 남편의 첩들과 카드 게임을 하고 싶지 않아요. 그 사람들 앞에서 나를 존경하는 척 했지만 뒤에서 어떻게 내 남편과 침대에서 뒹굴지 생각하는 사람들이에요. 재미없어. " 그녀는 몸을 돌리고 가볍게 정은호의 이마를 밀쳤다. "지금이 더 나아요. 자유로워요. 자유의 몸으로 된 후 젊은 사내와 유쾌한 여행을 갈 수도 있고 자유로운 관계를 맺을 수도 있고. 얼마나 아름다운 삶이에요. 불성실한 남편과 평생을 묶여서 애를 낳지 못한다는 수모를 겪으며 살 필요가 없으니. " … 정은호는 마치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그녀의 얼굴을 마주 보며 낮게 말했다. "그런 말 하는 사람 있으면 내가 입을 찢어버릴게. " 엄수지는 더 이상 그의 말을 믿지 않았다. "그러지 못할까 봐 그러죠." 그녀는 천천히 몸을 일으켜 자신의 가운을 벗어 던져 침대에 누울 준비를 했다.그 모습을 본 정은호는 그
그녀는 엄수지의 의사를 물었다. 그러자 엄수지는 매우 담담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그 사람은 제가 B시에서 문란한 사생활을 갖고 있다고 여겼고 저는 별다른 설명을 하지 않았어요... 어쨌든 이제 더 이상 함께 할 수는 없을 겁니다. 설명하기도 귀찮아서요.”박연희도 엄수지의 말에 매우 동의했다. 그녀 역시 엄수지는 더 나은 삶을 살아야 한다고 굳게 믿었기 때문이다....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눈 깜짝할 사이에 박연희의 생일이 다가왔고 그들의 아이인 조우현이 태어난 지도 어느덧 백일이 되었다.조은혁은 로열호텔을 통째로 빌려서 아내의 생일을 축하했다.지금 조은혁은 B시에서 손에 꼽히는 거물이다.그날 밤, 호텔에는 유명인사들이 구름 떼와도 같이 모여들었고 심지어 이지훈도 자리에 참석했다. 당시 그 전화를 떠올리며 조은혁은 아직도 질투가 나서 하마터면 그 자리에서 이지훈과 싸울 뻔했지만 다행히 양측 모두 어느 정도 품격이 있는 사람인지라 겨우 서로의 체면을 세워줄 수 있었다.한편, 조은서는 유선우에게 기대어 싱긋 웃고 있었다.그녀는 여전히 기억이 없으나 유선우는 당시 자신이 조은서를 위해 이지훈과 싸웠던 기억을 떠올렸다. 그때 이지훈 그 녀석이 호언장담했던 그 한마디가 아직도 기억이 생생했다.“그래도 난 은서 씨가 좋은데 어쩌라고.”그 말을 한 지 몇 년 되지도 않았는데 이번에는 또 조은혁의 아내를 좋아한다.잠깐 생각에 잠긴 유선우가 고개를 숙여 조은서에게 물었다.“어떻게 생각해?”한참이 지나 조은서가 담담히 입을 열었다.“남자는 죽을 때까지 어리네요.”조은서는 또 연회장 중앙, 자신의 오빠가 부인을 애틋하게 바라보며 품에는 그들 사랑의 결정체인 조우현을 안고 있는 장면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행복해 보이는 그들의 모습에 조은서는 너무 기쁜 나머지 눈시울이 붉어졌다.그리고 이를 눈치챈 유선우가 조용히 그녀의 손을 잡아주었다...연회장 중앙의 자리에는 조은혁이 조우현을 안고 있었고 마이크를 잡은 기다란 손가락에는 백금 반지가 끼워져 있었다
신혼부부의 열정이 프레지던트 스위트룸을 빨갛게 태웠다.피로연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한 특별한 손님이 조용히 다녀갔는데 다름이 아니라 그 여자가 자기를 보고 슬퍼할까 봐 두려웠기 때문이다.그러나 원수는 항상 외나무다리에서 만나는 법, 그들은 생각지도 못하게 복도에서 마주쳤다.성현준은 유이안을 조용히 지켜봤다. 유이안은 강윤을 데리고 화장실에 왔지만 어린아이를 혼자 두지 못해서 작은딸도 데려왔다. 아마 강원영을 위해 낳은 딸인데 오누이 쌍둥이다. 쌍둥이 이름은 강온과 강민이다.강윤은 동생들을 아주 좋아했다. 학교에서 돌아온 후 먼저 동생들과 한참을 놀았고 저녁에도 여동생을 방으로 ‘훔쳐 와’ 인형처럼 꼭 끌어안고 잤다.처음에 유이안은 많이 걱정했지만 동생이 생긴 후 강윤이 더 밝아지자 그제야 시름을 놓았다. 평소에 강윤과 여동생을 데리고 나올 때가 많았고 아들은 강원영이 데리고 다녔다.이때 그들 부부가 막 돌아가려던 참에 지인을 만났다.성현준이 출국한 후 그들은 오랫동안 보지 못했는데 그녀가 출산할 때 그가 돌아왔지만 병원에는 가지 않고 그저 값비싼 선물을 보냈다.유이안의 마음이 자기한테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강원영은 이 부분에 있어 아량이 넓었다.갑자기 만났으나 서로 말이 없었다. 결국 성현준이 몸을 쪼그리고 앉아 강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아저씨 기억나?”기억이 좋은 강윤은 얼굴을 찌푸리더니 쏜살같이 유이안한테 다가가 그녀의 다리를 꽉 껴안았다.성현준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유이안은 강윤의 작은 얼굴을 만지며 저도 모르게 슬퍼졌다.성현준은 명의상 강윤의 아버지고 또 별장도 선물했었다.어린 강윤은 마음을 진정시켰는지 유이안을 놓고 천천히 성현준에게 다가가 살며시 안아줬다.성현준은 잠긴 목소리로 유이안에게 물었다.“잘 지냈어? 아이들은 어때? 그 사람과 사이는 좋아?”“다 좋아요.”유이안도 목소리가 잠기는 것 같다. 이 나이가 되어서 사실 따질것도 없고 과거는 과거일 뿐 연연하지 않았다.유이안도 성현준에게 물었다.“당신
아침의 첫 햇살이 대지를 비추고 있다.오늘은 조씨 가문이 잔치를 치르는 날이다.조은혁 부부의 제일 어린 딸이 마침내 시집갔고 그것도 어릴 적부터 좋아했던 남자에게 시집갔다. 전통 혼례복을 입은 그녀의 모습은 진석이 보았던 그 여느 여자보다도 예뻤다.진석의 부모님도 쉴 틈이 없이 바빴다. 그들은 비록 큰 부자가 아니지만 진석의 아버지인 진대용은 한 가문을 이끄는 어르신으로서 능력이 대단했다. 팔방미인처럼 하객을 잘 접대했을 뿐만 아니라 뜻밖에도 유선우와도 잘 어울렸다.조은혁은 의견이 많았다. 유선우는 사돈도 없는가?유선우는 그와 따지지 않고 아내 조은서와 함께 결혼식 진행을 도왔다. 전통 결혼은 현대식보다 훨씬 번거로웠지만 다행히 양측에 일손이 충분해서 허둥거리지 않아도 된다. 낮에는 떠들썩하게 결혼식을 올리고 저녁에는 B시의 제일 럭시리한 호텔의 가장 큰 홀에 200상을 넘게 안배했다. 조씨와 유씨의 양가 친척과 진석의 협력 파트너를 포함해 모두 축하해주려고 이 자리에 모였다. 이 결혼식은 올해 제일 거대한 행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규모가 컸고 앞으로 3년 동안 이렇게 성대한 결혼식이 없을 수 있다.B시의 명인들이 한자리에 모였다.진석은 조은희와 손잡고 곁에 술을 먹어줄 수 있는 사람을 8명이나 데리고 하객에게 술을 권했다. 200상에 달하는 손님을 한 분이라도 빠뜨리지 않기 위해 진석은 필사적으로 마셨고 8명의 술막이 친구들도 충분히 역할을 발휘했다. 그러나 진석은 학교의 선생님들에게 술을 권할 때 술에 취해 쓰러질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평소에는 학생의 본보기가 되어야 하므로 자제하고 있던 이 선생님들은 진석이 결혼하고 조은희도 같은 학교의 선생님이다 보니 10억을 위해서라도 신랑, 신부를 열정적으로 대했다. 그 결과 진석은 거의 취했고 조진범과 조우현이 대신 막아줘서야 겨우 룸으로 끌려갔다.조은혁은 잠자코 진석을 지켜보다가 놀려줬다.“괜찮겠어? 혹시 밀랍으로 만든 총대여서 쓸모없는 거 아니지?”이때 진대용이 감쪽같이 나타났다.
밤이 되었다.유이준과 진은영은 진별이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갔다.집에 돌아가자마자 진별이은 숙제하러 갔고 진은영은 잠든 막내아들을 보러 갔다. 막내아들은 돌보고 있는 가정부는 발자국 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려 조용히 말했다. “오셨어요? 한 번도 깨지 않고 계속 자고 있었어요. 엄청 착해요.”진은영은 가볍게 웃으며 아줌마에게 내려가 쉬라고 했다.문이 받히고 그녀는 고개를 숙여 막내아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꼬마는 이미 8개월이 지났고 용모는 유이준을 완전히 물려받았고 거의 판에 박힌 것 같았다. 심지어 진별이 조차도 때때로 동생의 얼굴을 보고 감탄했다. “이건 정말 하느님의 걸작이야!”유이준이 물었다.“하느님의 걸작이 뭔지 알아?”진별이가 답했다.“남편의 용모, 아내의 영광!”진은영은 유이준에게 속삭였다.“모델 렌위이를 보고 저러는 거야.”유이준은 즉시 그에게 예쁘냐고 물었다.진은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유이준은 침실 문을 살짝 열고 들어왔다. 남자는 아내의 뒤로 와서 가는 허리를 가볍게 껴안고 막내아들의 잠든 얼굴을 함께 보았다. 진은영은 고개를 돌려 조용히 물었다. “진별이 과제는 보았어?”유이준은 그녀의 허리를 꼭 껴안고 말했다.“봤어, 열 개 중 아홉 개가 틀렸어.”진은영은 참지 못하고 가서 직접 확인하려 하였다. 유이준이 그녀를 가로막으며 웃었다.“진별이가 실수하는 것을 어떨 땐 넘길 줄도 알아야 해! 은영, 우리 아이는 그렇게 빠듯하게 살 필요가 없어. 봐, 조민희와 조은희도 잘 살고 있잖아.”진은영은 망설였다.하지만 진별이는 진은영의 아이였고 그녀는 어려서부터 강했다.유이준은 또 진안영을 두고 말했다.“안영도 잘 살고 있잖아. 그녀는 어렸을 때 분명 문제집을 제일 잘 푸는 사람은 아니었을 거야.”진은영이 물었다.“왜 또 안영을 끌어들이는 거야?”유이준은 답했다.“내가 주변 사람들을 예로 들어야 더 설득력이 있지 않겠어? 안영도 진범을 찾았고 지금 딱 쥐고 있잖아.”진은영이 입을 열었다.“고생은 한
2층.조은희는 내일 입을 드레스를 입어보고 있었다. 진석이 그토록 원하는 드레스였다.하얀 눈꽃을 두른 듯한 드레스는 국내 최고 디자이너의 손길을 거쳐 아주 세심하고도 화려한 기품을 뿜고 있었다. 그녀가 쓰고 있는 보석이 박힌 티아라는 수억 단위의 거액으로 마련한 것이었다.거울 속의 여인은 꽃처럼 아름다운 외모를 지녔고 조은희는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혼잣말했다.“자기 애호 때문에 정말 돈을 아끼지 않았네.”좋은 사람과 결혼해서 다행이지 이 어린 딸은 정말 말문이 막혔다. 박연희는 어머니로서 머리를 툭툭 쳤다.그녀는 조민희가 시집갈 때처럼 두둑한 혼수를 주었고 조은희도 마찬가지로 조 씨 그룹의 주식을 요구하지 않았으며 진석이 번 돈은 그녀와 그의 작은 취미를 먹여 살리기에 충분했다.한편, 조민희는 동생을 도와 드레스를 정리해 주고 있었고 그녀도 조금 아쉬워했다. 조은희는 집안의 막냇동생이었고 이제 시집을 가려고 한다.조은희는 그녀를 보며 말했다.“언니, 언제 귀국해서 정착할 거예요? 평소에 일 년에 한두 번 볼 수밖에 없잖아요.”조민희는 그녀의 얼굴을 비비며 답했다.“몇 년만 더!”조은희는 더 이상 묻지 않고 강아지처럼 애교를 부리며 조민희의 품에 안겼고 조민희는 항상 인내심을 가지며 그녀를 아끼며 함께 해주었다.박연희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나와 너의 아버지도 너와 설진이 빨리 귀국해서 정착하기를 바라고 있어.”조민희는 말했다.“설진의 사업은 대부분 밖에 있고, 돌아오면 적어도 10년은 걸릴 것입니다. 다행히 저와 아이들도 그곳 생활에 익숙합니다.”말이 끝나자, 김설진이 밖에서 걸어들어왔다.그는 박연희를 먼저 불렀고 돈봉투를 조은희에게 건네주었다. 조은희는 돈봉투를 받으며 달콤한 말투로 형부라고 불렀고 김설진은 그제야 아내에게 말했다.“김욱의 다리가 찰과상을 입어서 아래층에서 울고 있어.”비록 작은 사나이이자 울보이지만, 김설진은 그런 아이를 응석받이로 키우고 있었다.조민희가 낳은 아이였다!조민희는 고개를 끄덕이고 남
김설진은 말했다.“너랑 나 다 아프잖아.”조민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김욱은 한창 활동적인 나이지만 아버지가 엄격한 교육 아래 매우 예의 바르고 규칙적인 아이로 자라고 있었다. 김욱은 조우현을 보고 공손하게 인사를 했다.“둘째 외삼촌.”조우현은 그의 머리를 쓰다듬었고 자신의 아이보다 더 튼튼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방유설이 너무 약한 탓도 있었다. 그는 돌아가 조우찬에게 영양을 공급해야겠다고 생각했다.검은색 롤스로이스는 고속도로를 질주하며 저녁이 되기 전에 사람들을 조 씨 저택으로 데려 보냈다.조씨 집안의 아들들은 모두 이사를 나갔지만, 조은희만이 여전히 집에 남아있었다. 조민희가 모처럼 돌아왔어도 그녀는 집에 머물고 있었으며 거절하지 않았다. 조은희는 며칠 묵은 후에 하와이에 가서 친부모님께 향을 피울 계획이었다.차는 저택으로 들어섰고 집안의 불빛은 휘황찬란했다.정원의 주차 공간에는 유명한 차들이 가득 주차되어 있었고 집안의 어른들은 모두 한자리에 모여 있었다. 조은희의 내일 결혼식을 위해 남자들은 한 곳에서 이야기하고 있었고 여자들은 2층에서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김욱은 마당에 남아 조우진, 조우찬과 함께 놀았다.작은 공 하나가 남자아이의 발밑에서 이리저리 날아다녔다.노는 과정에 김욱이 실수로 넘어졌다.사내 녀석은 고통을 참지 못하고 와 하고 울음을 터뜨렸다.조진범은 마침 복도에 서 있었고 그는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겨울이라 검은 코트를 입은 그의 몸집은 더욱 방대해 보였고 그의 성숙함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그는 작은 아이를 안아 가볍게 품에 안았고 그의 눈매는 매우 부드러웠다.“어디가 아픈지 외삼촌에게 말해?”녀석은 희고 작은 얼굴을 찡그리며 눈물을 글썽였다.“무릎이 아파요.”말을 마치자, 그는 외삼촌의 품에 안겨 일어나려 하지 않았다.조진범은 의자에 가서 앉아 한 손으로 꼬마를 껴안고 있었다. 조우찬과 조우진도 다가왔고 조우진은 아주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아빠, 우리 일부러 그런 게 아니에요.”
저녁, 조은희는 퇴근 준비를 하고 있었다.그녀는 주차장에서 진석의 차를 보았지만 차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마침, 학교 상사가 지나가며 말을 걸었다.“진석이 학교에 와 강당에서 기증식을 하고 있어. 가서 보고 이따가 같이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걸. 이 추운 날 뜨거운 훠궈를 같이 먹으면 얼마나 좋아.”조은희는 장난스레 답했다.“삶을 즐기실 줄 아네요.”상사는 손에 든 요리를 들며 답했다.“이봐, 네 사모님이 아침 일찍 집에 가서 손자를 위해 밥을 해라고 재촉하셨어.”조은희는 가볍게 웃으며 그를 배웅했다.하늘에는 구름이 주황빛을 띠며 금빛 테두리를 두르고 있다.조은희는 뜨거운 물컵을 들고 강당 쪽으로 걸어갔다. 가는 길에 몇몇 학생들이 그녀를 향해 재잘거리는 것을 보았다. 그들은 장난스럽게 그녀를 진 사모님이라고 불렀다.“조 선생님이라고 해.”학생들은 답했다.“진 사모님! 진 선생님은 강당에 계십니다.”지나가는 모든 사람은 그녀에게 진석이 강당에 있다고 말했고 조은희는 속으로 생각했다.[진석의 구십억이 가치가 있긴 하네. 학교 유명인이 다 됐어.]그녀는 자작나무 숲을 가로질러 강당 계단을 올라갔고 멀리서 진석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는 연설하고 있었고 아주 틀에 박힌 듯 말하고 있었지만, 목소리가 좋았다.강당에는 수천 명의 사람들이 정면으로 앉아 집중하고 있다.진석은 남자의 꿈이자 여자의 꿈이었고 조은희의 모든 청춘과 미래였다. 그녀는 들어가지 않고 입구에 서서 조용히 그녀의 남편이 될 남자를 바라보고 있었다.약 5분 후, 진석이 강연을 끝내고 그도 그녀를 보았다.조은희는 흰색 코트를 입고 뜨거운 물컵을 들고 그가 가르치던 곳에 서 있다. 그녀는 현재 이곳의 선생님이었다.진석은 조용히 그녀를 바라보았다.사실, 조은희가 그에 대한 사랑은 그에 비해 조금도 부족하지 않다.그녀는 젊고 활발했지만, 아주 용감하고 사랑스러웠다. 그녀는 하늘이 진석에게 맞춤 제작한 인생의 동반자였다. 조은희가 있으니, 그는 이번 생에 여한이 없을 것
조은희는 남자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검은색 코트를 입은 진석은 키가 컸고 그런 그가 서재에 서 있자, 그녀는 압박감을 느꼈다. 그는 그녀를 향해 걸어와 고양이처럼 우는 어린 소녀를 품에 안고 한 손으로 가볍게 쓰다듬어 주었다. 그의 목소리는 매우 부드러웠다.“울지 않는다면서요.”조은희는 그의 어깨 위에 엎드려 말했다.“일부러 그러는 거야?”“좀 감동하지 않았나요?”그녀는 그를 나긋하게 때렸다.진석은 술에 취해 나지막이 웃었고 그녀가 감정을 내뱉도록 내버려두었지만 동시에 그의 마음도 쓰라렸다.지난 5년 동안 그는 사실 방황해야 하는 것을 두려워했다. 그는 자신이 출세하기를 기다리지 못하고 조은서가 다른 사람을 좋아하게 될까 봐 무서웠다. 만약 그때가 오면 그는 무엇을 가지고 그녀에게 돌아오라고 부탁할까?가난한 집 부잣집 딸의 사랑은 소설 속에만 있고 현실은 참혹했다.조은희는 개의치 않지만, 그는 그녀가 고생하는 것을 원치 않았다.지금, 그들은 서재에서 서로를 끌어안았고, 그들은 곧 결혼할 것이었다.창밖으로 가랑눈이 흩날리고, 그는 눈을 밟고 돌아와 그녀의 눈물을 닦아 주었다.진석은 어린 소녀가 그의 목을 껴안고 애교를 부릴 수 있도록 한 손으로 코트를 벗고 소파에 내동댕이쳤다. 그들은 감정에 그치지 않게 서로를 사랑했지만, 한 발짝도 그 선을 넘지 않았다.그의 목덜미에 얼굴을 파묻은 그녀는 아주 따가웠고 힘줄 또한 뜨겁게 뛰고 있었다. 그녀는 쉰 목소리로 물었다.“그녀가 준 것을 왜 진작 주지 않았어?”“어제 받았어요.”“편지를 봤는데 잘 쓴 것 같아서 보여드리려고 했어요.”……조은희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고 그를 껴안고 소리 없이 애교를 부렸다. 잠시 후 그의 턱에 뽀뽀를 해주었고 순간 진석의 마음은 말할 수 없는 감정으로 가득 찼다.그는 조은혁 부부에게 감사했다. 그들이 조은희를 낳은 덕분에 그는 인생의 단맛과 쓴맛을 다 볼 수 있었다.그는 엿처럼 달게 여겼다.문밖에서 아주머니가 문을 두드렸다.“선생님 아가씨, 식
진석 그리고 조은희의 혼사는 순리대로 이루어졌고 아무도 발버둥 치지 않았다.가끔, 조은희는 이런 생각을 가지기도 했다.과정이 너무 순조로운 나머지 몇 년간의 헤어짐이 마치 없었던 일처럼, 마치 항상 붙어있었던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재회한 후에도 그는 그녀에게 해외 생활에 대해 더 묻지 않고 여전히 예전처럼 그녀를 대했다.그녀는 예전처럼 어리지 않았지만, 진석은 그녀를 20세 소녀로 여겼다. 조은희는 그가 18세 소녀를 더욱 좋아할 거라 마음속으로 생각하곤 했다.세월은 야속하게도 흘러만 갔지, 되돌아오진 않았다.진석은 그냥 미소를 지을 뿐.겨울, 낮이 점점 짧아지기 시작했고 조은희는 퇴근 후 진석의 별장으로 향했다. 하지만 진석은 아직 퇴근하지 않았고 도우미 두 아주머니를 집으로 불러 이미 저녁을 준비하기 시작했다.조은희가 차에서 내릴 때 마침 진석의 전화를 받았고 그녀의 목소리는 부드러웠다.“언제 돌아와?”전화 한편의 진석은 손을 들어 시계를 보았다.“일곱 시쯤 집에 도착해요.”조은희는 소녀의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대답했다.진석은 그녀에게 서재로 가서 서류를 가져오라고 지시했고 조은희는 일부러 작은 소리로 입을 열었다.“내가 너의 직원도 아니고 월급도 받지 않는데 내가 왜.”진석이 답했다.“가족 수당을 받잖아요.”조은희는 핸드폰을 사이에 두고 그에게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어준 후 차에서 내렸다.집안의 하인들은 모두 그녀를 보고 잇달아 멈추어 인사를 하였다.“아가씨가 돌아왔나요, 진 선생님은 몇 시에 돌아오죠?””일곱 시요, 바쁜 사람이잖아요.”하인들은 모두 그녀를 좋아했고 배가 고플가 먼저 과일 한 접시를 씻어 그녀에게 건네주었다. 조은희는 과일 접시를 들고 위층으로 올라갔고 잠시 후 진석의 노트북에 무슨 영화가 있는지 찾아보려 하였다. 영화 한 편을 보며 진석을 기다리기로 하였다.진석의 서재는 단순하고 섬세하며 고급 원목 가구는 반짝반짝 광을 내고 있었다.조은희는 코트를 벗고 가죽 의자에 놓은 후 서랍을 열어 서류를 찾
조은희는 진석을 빤히 바라보았다.진석은 낮게 웃으며 외투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더니 블랙 카드를 한 장 꺼내 조은희의 손바닥 위에 가만히 올려놓았다.“내 카드야. 한도가 없으니까 마음껏 써.”조은희는 놀란 듯 작은 목소리로 외쳤다.“진석 씨, 정말 통 크시네요! 진 선생님, 감사합니다.”진석이 장난스럽게 그녀를 가볍게 툭 치자 조은희는 그의 목을 감싸안으며 웃었다.“스폰서 오빠, 감사합니다.”진석은 조은희의 장난스러운 말투에 웃음을 터뜨리더니 그녀의 작은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고 강렬하게 입을 맞추었다. 예전에는 학문적이고 온화했던 그의 이미지가 지금은 사업가다운 자신감으로 바뀌어 있었다. 하지만 조은희의 장난스러운 태도에 그는 어쩔 수 없이 입맞춤 후 그녀의 귀에 낮고 거친 목소리로 농담을 던졌다. 조은희는 그 말을 듣고 묘하게 떨리는 감정을 느꼈다...진석은 그녀의 코끝을 장난스럽게 살짝 물었다.“넌 은근히 독특한 취향이네.”조은희는 더 이상 그를 자극하지 않기로 마음을 먹고 자세를 바로잡으며 운전하라고 했다. 진석은 그녀를 한 번 더 바라보고는 천천히 시선을 돌려 차를 출발시켰다...둘이 별장에 도착했을 때 진석의 어머니는 고향 요리로 한 상을 가득 준비해 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그중에는 진석이 조은희가 좋아한다고 말해준 요리도 포함되어 있었다.진석의 아버지는 붉고 싱싱한 과일을 깨끗이 씻어 가지런히 접시에 놓고 있었다.진석의 차가 멈추자 그는 조은희를 데리고 내렸다. 진석의 부모는 반갑게 나와서 두 사람을 맞았다.아버지는 조은희가 가져온 선물을 받으며 장난스럽게 말했다.“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었는데요.”어머니는 차가운 바람을 느끼며 감기 조심하라고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조은희의 피부는 밝고 투명하게 하얀 편이라 마치 바람이 불면 날아갈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녀의 아름다움은 진석의 부모 눈을 사로잡았다. 두 사람은 속으로 진석과 조은희가 아이를 낳는다면 남녀를 불문하고 정말 예쁘고 훌륭한 아이가 태어날 거로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