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 시.박연희가 산후조리를 마치고 아이들과 함께 B 시로 돌아가 생활을 하려고 했다. 떠나기 전 그녀는 엄수지를 만나 그녀에게 자신과 함께 B 시로 돌아가 생활하지 않겠냐고 물었다. 엄수지는 그러겠다고 답했다. 그녀는 정은호와 이혼과 재산 분할 절차를 마쳤고 지금은 각방을 쓰고 있다. 엄수지는 박연희에게서 정확한 약속을 들었기에 마음이 편안했다. 그녀는 빠른 걸음으로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 B 시로 가서 행복하게 살 준비를 했다. 그녀는 아마 행복할 것이다. 조 대표님과 사모님의 돌봄도 있고 손에 수천억이 현금 재산도 있기에 아마 남은 인생을 그녀는 편안하게 살 것이다. 하나 후회되는 게 있다면 그건 아이다. 그녀는 너무 기뻐 꿈속에서도 웃으며 깬다. 더 이상 정은호의 뒤치닥꺼리를 하지 않아도 된다. 그렇게 엄수지가 자신의 짐을 싸고 있을 때 누군가 침실 문을 두드렸다. 그리고 정은호의 두터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수지야, 나야." 말을 마치고 정은호는 문을 열고 들어왔다. 엄수지는 불쾌했다. 하지만 그녀는 머리를 간단히 정리하고 담담한 눈빛으로 눈앞의 전남편을 바라보았다. 그는 여전히 여전히 깔끔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더 이상 남편을 사랑하지 않았다. 그들은 평화적으로 헤어졌다. 정은호는 편안하게 소파에 앉아 주위를 한번 쳐다보았다. "이게 무슨 일이야? 조 대표가 사모님과 B 시로 돌아가는데 네가 왜 껴? 그들 집에 가정부가 부족하다고 그래?" 엄수지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 "은호 씨, 내가 그렇게밖에 안 보여요?" 정은호는 사실 일부러 그런 말을 내뱉은 것이다.이윽고 그는 조금 부드러워진 말투로 몇 마디 말을 덧붙였다. "정씨 사모님 노릇을 하지 않고 기어코 B 시로 가다니. 후회하고 나한테 돌아와서 울지나 마."그의 말해 엄수지는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 그녀는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걱정하지 마요. 내가 B 시에서 아무리 잘 살지 못한다고 해도 당신에게 돌아올 생각은 없으니까. 당신에게 돌아와
그녀는 자신에게 작은 아파트를 선물했다. 인테리어도 고급스러웠다.직접 살기도 좋았고 작은 파티를 열어도 무방했다. 그녀가 이번에 B 시로 온 건 그녀의 욕심 때문이었다. 그녀는 B 시에서 자리를 잡고 진정한 자신의 삶을 살고 싶었다. 박연희는 그녀의 모습에 매우 기뻤다. 엄수지는 매우 사교적이었기에 박연희는 그녀에게 갤러리 관리를 부탁했고 이건 그녀에게 아주 알맞는 업무였다. 평상시 엄수지는 업무의 기회를 빌미로 아이들을 보고 갔다. 그녀가 가장 예뻐하는 건 역시 민희였다. 민희도 그녀를 이모라고 불렀다. 시간이 빠르게 흘러 눈 깜짝할 사이에 금빛으로 찬란은 10월이 되었다.늦은 저녁 석양이 하늘을 수놓았다. 우현도 잠에서 깼는지 몸을 좌우로 흔들었다. 그리고 두 다리도 힘 있게 앞으로 뻗으며 입안에는 아직 자라지 않은 작은 이빨이 보였다. 그 모습은 너무나 깜찍했다. 박연희는 그런 우현을 안아 들고 창가의 소파에 몸을 기대었다. 그녀가 자신이 옷깃을 풀자 우현은 익숙한 냄새를 맡고 게걸스럽게 빨기 시작했다. 젖을 빨며 엄마를 지그시 바라보는 모습은 마치 새끼 강아지 같았다. 밖에서 자동차 소리가 들려왔다. 박연희는 단번에 조은혁의 차임을 알아차렸다. 그가 퇴근한 것이다. 이윽고 1층 계단에서 그의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조은혁은 문을 밀고 들어와 눈 앞에 펼쳐진 박연희 살결에 그 자리에 멈춰 섰다. 한참이나 지나서야 그는 정신을 차리고 문을 닫았다. 그리고 자신의 슈트 외투를 벗으며 웃었다. "이 시간에 돌아오면 이런 서프라이즈가 있다는 걸 알았다면 나는 아마 야근하지 않았을 거야. 매일 이때 돌아왔을 거야." 그들은 금술이 좋은 부부였기에 박연희는 그런 그의 손길을 완전히 피하지 않고 몸만 작게 돌려 조은혁의 끓어오르는 눈빛을 막았다. 하지만 남자가 진짜 끓어오르면 어떤 여자가 감당할 수 있을까? 그는 셔츠를 풀며 걸어와 우현의 작은 얼굴을 쓰다듬으며 입을 열었다. "요즘에도 가슴이 많이 아퍼?" "많이
늦은 밤 B 시 구치소. 철창 안과 밖으로 과거와 현재가 나누어졌다.심씨 어르신은 담배 한 대를 꺼내 고개를 숙여 떨리는 손으로 불을 짚였다.그리고 강하게 한입 빨아들인 후 서 비서에게 말했다. "지앙아, 예전에 나는 이 브랜드 담배를 쳐다도 보지 않았지. 이 담배를 피는 사람은 하찮아 보였어. 그런데 오늘 내가 이 담배를 물고 있을 줄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었지." 자욱한 담배 연기가 천천히 흩어져 갔다. 그가 낮은 기침을 했다. 습관 되었는지 서 비서는 매우 자상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 "건강하게 계셔야 합니다." 심씨 어르신은 눈을 치켜뜨고 음산한 표정을 지었다."서 비서는 아직도 연기를 하고 있네. 아직도 나에게 거짓말을 하고 있는 거야. 나에게 속인 것이 너무 많을 테지만 나는 자네가 주씨 가문 사람임을 알고 있네. 그리고 이름도 지앙으로 개명한 걸 알고 있어. 내가 결국 거짓말에 속아 넘어간 거야." 심씨 어르신은 실망한 말투였다. "조은혁이 너를 데려가지 않았나." 서 비서는 쓰게 웃었다. "조 대표님이 어르신과 싸울 때 저는 조금도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아가씨가 어르신에게 잡혀갔을 때 귀띔한 것뿐입니다. 하지만 그때부터 어르신은 저를 의심하기 시작한 거죠." 서 비서는 낮게 한숨을 뱉었다. "만약 조 대표님이 끼어들지 않았다면 주원이 어르신을 무너뜨리는 건 쉽지 않았을 겁니다."심시 어르신은 한참이나 깊은 사색에 빠졌다. 그가 지금 후회를 하는 건지 아니면 비참함을 느끼는 건지 알 수 없었다. 면회 시간이 끝나고 서 비서가 몸을 일으켰다. 그때 심씨 어르신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 "20여 년이나 알고 지냈는데 내가 제안을 하나 하고 싶네. 자네가 잘 해결할 걸 알고 있어. 한 사람이 보고 싶어." 소비서는 그가 심경서를 보고싶다 하는 줄 알았다. 그래서 서 비서는 흔쾌히 승낙했다. "이번 일은 제가 꼭 해결하겠습니다. 심경서 도련님이 요즘 김이서 사모님과 잘 지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의 예측은
심씨 어르신은 떨리는 손으로 자신이 즐겨 피던 담배에 불을 붙이고 한모금 깊게 빨아들였다. 그리고 입을 열었다. "조은혁은 능력 있는 애야. 너희들은 앞으로 복 받을 거야." 박연희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복이 많은 사람이 아니라 목숨이 여러 개 있는 여자였다. 아니였으면 우현은 진작에 심씨 가문의 제물로 맞췄을 것이다. 그녀는 임윤아의 탯줄 혈액 관련한 일을 언급하지 않았다. 그때 심씨 어르신은 담배를 한 대 정도 피우고 나서 입을 열었다. "나를 원망하느냐." 박연희는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그는 담담한 눈빛으로 눈앞의 노인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그녀의 목소리엔 아무런 감정도 남기지 않았다. "당신은 원망하지 않아요. 내가 심경석보다 못하다고 생각하지도 않아요. 만약 당신이 위협받았다면 큰오빠와 심경서도 똑같이 주저 없이 버려졌을 거니깐요. 이제 와서 핏줄을 그리워할 필요는 없어요." 그녀는 말을 마치고 모든 것을 내려놓았다. 그녀는 지금 사랑하는 아들딸과 B 시에서 권력을 휘두르는 남편도 가졌다. 그녀는 더 이상 가짜 온기 때문에 핏줄 그리고 옛일을 그리워할 필요가 없었다. 모든 건 그렇게 지나갔다. 박연희는 더 이상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밖으로 나가려 했다. 그때 심씨 어르신이 급하게 입을 열었다. "경서를 용서해라. 진심으로 너를 좋아했었다." 박연희의 발걸음이 멈췄다. 그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지만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가 밖으로 나갔을 때에도 밖은 여전히 비가 내리고 있었다. 그녀는 심경서를 마주쳤다. 그는 네이비색 자켓을 입고 우산을 든 채로 검은색 차량 옆에 서 있었다. 그는 여전히 얌전한 모습이었지만 예전의 순수함은 보이지 않았다. 그는 길거리에서 흔히 보이는 사업에 성공한 남자 같았다.아가씨들이 좋아할 만한 모습으로 자신을 쉽게 위장했다. 그의 일은 박연희도 다른 사람에게 들어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심철산의 사업을 물려받아 경영을 잘한다고 들었다. 하지만 그
엄수지가 말을 마치자 문 앞에서 기침 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그건 정은호였다. 정은호는 B 시로 업무를 보러 왔다가 박연희 생일이라는 소식을 듣고 이 기회를 빌미로 선물을 주려고 왔다. 하지만 오자마자 전 부인이 그에 대한 험담을 하는 꼴을 마주치자 분위기는 미묘해졌다. 한참 지난 후 엄수지가 입을 열었다. "이동 화장실이예요?" 정은호는 전 부인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그리고 그는 선물을 박연희에게 조심스럽게 내밀었다. "이건 사모님 생신 선물이고 이건 아드님 선물입니다. 아까 아드님을 뵙고 왔는데 너무 건강하게 잘 컸네요." 박연희는 거절하지 않았다. 자신의 적을 더 이상 만들 필요는 없었다. 그녀는 선물을 받고 정은호에게 몇 마디 말을 했지만 그는 그녀의 말을 듣지 않는 모양새였다. 특히 엄수지가 자리를 뜬 후 그는 더 이상 이 자리에 집중하지 않았다. 그 모습에 박연희는 살짝 웃음을 터뜨렸다. 정은호와 몇 마디만 더 나누고 그를 돌려보냈고 그건 그가 바라던 바였다. 그가 조씨 저택에 온 건 사실 엄수지를 만나기 위해서였다. 엄수지를 만난 후 그녀가 예전보다 더 아름다워진 모습을 보며 그는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그녀가 B 시에서 다른 남자가 생긴 것이 아닌가. 생각만 해도 그는 견딜 수 없었다. 늦은 저녁 구름이 하늘을 검게 수놓았다. 엄수지는 고급스러운 옷차림으로 하얀 차량으로 들어갔다. 차가 출발하려고 할 때 문이 열리더니 정은호가 들어와 앉았다. 그처럼 우람한 몸이 작은 차에 들어오자 공간은 더욱 작아 보였다. 엄수지는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물었다. "정은호 씨, 이게 무슨 뜻이에요?" 남자는 자신이 원하는 목표를 향해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 정은호가 안전벨트를 매고 아무렇지 않은 듯 입을 열었다. "나는 B 시에서 이틀 동안 업무를 볼 거야. 추 비서가 나를 위해 호텔을 예약해 주지도 않아서 당신에게 이틀 동안 신세를 질게. 나한테서 수천억 위자료를 가지고 이틀 동안 함께 있지도 못해?"
정은호의 모습을 보자 집사들은 꽤 귀중한 손님인 걸 알아챘는지 극진히 대접했다. 그 모습에 엄수지는 미간을 찌푸렸다."서랍 위에 귀중한 차는 주원 씨를 위해 특별히 준비한 거니까 은호 씨에게는 녹차를 주면 돼요.""내가 지금 이 신세로 된 거야? 너랑 주원은 도대체 무슨 사이야? 어떤 관계였어?"그의 물음에 엄수지는 대답조차 하지 않았다. 그녀는 소파에 몸을 기대어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전화가 통한 후에 그녀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왕 선생님, 저한테 한번 와주세요. 저희 집에 한 사람 들어왔는데 이 사람이 깨끗한지 아닌지 검사해 주세요."그녀의 말에 정은호는 팔짝 뛰었다. 그는 엄수지를 가르키며 말했다. "우리 헤어진 지 3개월밖에 되지 않았는데 당신과 잠자리를 하려면 검사까지 받아야 하는 거야? 제기랄, 나 병 없어. 그리고 당신 몇 명의 남자한테 검사를 받으라고 한 거야. 엄수지, B 시에 남자 만나려고 온 거 아니야?" 엄수지는 전화를 내려놓고 담배를 한 대 들었다. 그녀는 아무렇지 않은 듯 입을 열었다."싫으면 나가요."정은호는 검은색 머리카락이 이마까지 축 처져 싸움에서 진 수탉 같은 모습이었다. 그는 죽일 듯이 아름다운 자태의 전처를 바라보며 그녀가 미워 죽겠는 동시에 또 이처럼 쉽지 않은 기회를 놓치고 싶지도 않았다.만약 옷을 벗어 검사할 수 있다면 벗어주면 되는 것이다. 그는 바지를 벗으며 그녀와 잠자리를 가진 후 다시는 엄수지를 찾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왕 선생이 오기 전에 엄수지는 그에게 특별히 남자의 정력에 도움이 되는 음식을 대접해 줬다. 하지만 정은호는 결코 달갑지 않았고 오히려 치욕스럽다. "지금 당신은 양기를 빨아먹는 여자로 되기로 작정한 거야? 그렇게 욕구 불만이야?"엄수지는 자신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인생은 한 번뿐인데 즐기다가 가야죠." 그녀의 말에 정은호는 화가 벌컥 났다. "3개월 동안 다양하게 맛보았겠네."엄수지는 결코 부정하지 않았다. 그들이
정은호는 매우 만족했다. 관계를 마친 후 엄수지가 샤워하러 들어갔고 그는 침대에 기대어 담배를 입에 물었다.그는 아까의 사정 과정을 떠올렸다. 한번 다시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오랜만의 관계에 그는 새로운 삶을 얻은 듯한 느낌을 받았다. 이건 모든 남자들이 좋아할 만한 자극이었다. 두 대의 담배를 피자 엄수지가 욕실에서 나왔다. 그녀는 몸의 물기를 채 닦지 않고 욕실 가운을 걸치고 나왔다. 그녀의 몸에 작은 물방울들이 걸쳐져 그의 눈길을 빼앗았다. 그녀가 바디로션을 바를 때 그 뒷모습은 아름답기 그지없었다. 정은호는 침대에서 내려가 뒤에서 그녀를 끌어당겼다. 너무 기분 좋은 나머지 그는 의사에게 검사를 당하던 치욕스러움과 분노는 이미 말끔히 잊어버렸고 그녀가 귀엽게만 보였다. 정은호는는 자신의 머리를 엄수지의 어깨에 묻고 시험하듯 물었다. "B 시에서 다 놀고 집으로 돌아가자. 돌아가면 너는 여전히 정은호의 아내고 여왕일 거야." 엄수지는 빠짐없이 로션을 바른 후 거울을 향해 차갑게 웃었다. "아직도 그걸 내가 좋아한다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다시 돌아가서 남편의 첩들과 카드 게임을 하고 싶지 않아요. 그 사람들 앞에서 나를 존경하는 척 했지만 뒤에서 어떻게 내 남편과 침대에서 뒹굴지 생각하는 사람들이에요. 재미없어. " 그녀는 몸을 돌리고 가볍게 정은호의 이마를 밀쳤다. "지금이 더 나아요. 자유로워요. 자유의 몸으로 된 후 젊은 사내와 유쾌한 여행을 갈 수도 있고 자유로운 관계를 맺을 수도 있고. 얼마나 아름다운 삶이에요. 불성실한 남편과 평생을 묶여서 애를 낳지 못한다는 수모를 겪으며 살 필요가 없으니. " … 정은호는 마치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그녀의 얼굴을 마주 보며 낮게 말했다. "그런 말 하는 사람 있으면 내가 입을 찢어버릴게. " 엄수지는 더 이상 그의 말을 믿지 않았다. "그러지 못할까 봐 그러죠." 그녀는 천천히 몸을 일으켜 자신의 가운을 벗어 던져 침대에 누울 준비를 했다.그 모습을 본 정은호는 그
그녀는 엄수지의 의사를 물었다. 그러자 엄수지는 매우 담담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그 사람은 제가 B시에서 문란한 사생활을 갖고 있다고 여겼고 저는 별다른 설명을 하지 않았어요... 어쨌든 이제 더 이상 함께 할 수는 없을 겁니다. 설명하기도 귀찮아서요.”박연희도 엄수지의 말에 매우 동의했다. 그녀 역시 엄수지는 더 나은 삶을 살아야 한다고 굳게 믿었기 때문이다....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눈 깜짝할 사이에 박연희의 생일이 다가왔고 그들의 아이인 조우현이 태어난 지도 어느덧 백일이 되었다.조은혁은 로열호텔을 통째로 빌려서 아내의 생일을 축하했다.지금 조은혁은 B시에서 손에 꼽히는 거물이다.그날 밤, 호텔에는 유명인사들이 구름 떼와도 같이 모여들었고 심지어 이지훈도 자리에 참석했다. 당시 그 전화를 떠올리며 조은혁은 아직도 질투가 나서 하마터면 그 자리에서 이지훈과 싸울 뻔했지만 다행히 양측 모두 어느 정도 품격이 있는 사람인지라 겨우 서로의 체면을 세워줄 수 있었다.한편, 조은서는 유선우에게 기대어 싱긋 웃고 있었다.그녀는 여전히 기억이 없으나 유선우는 당시 자신이 조은서를 위해 이지훈과 싸웠던 기억을 떠올렸다. 그때 이지훈 그 녀석이 호언장담했던 그 한마디가 아직도 기억이 생생했다.“그래도 난 은서 씨가 좋은데 어쩌라고.”그 말을 한 지 몇 년 되지도 않았는데 이번에는 또 조은혁의 아내를 좋아한다.잠깐 생각에 잠긴 유선우가 고개를 숙여 조은서에게 물었다.“어떻게 생각해?”한참이 지나 조은서가 담담히 입을 열었다.“남자는 죽을 때까지 어리네요.”조은서는 또 연회장 중앙, 자신의 오빠가 부인을 애틋하게 바라보며 품에는 그들 사랑의 결정체인 조우현을 안고 있는 장면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행복해 보이는 그들의 모습에 조은서는 너무 기쁜 나머지 눈시울이 붉어졌다.그리고 이를 눈치챈 유선우가 조용히 그녀의 손을 잡아주었다...연회장 중앙의 자리에는 조은혁이 조우현을 안고 있었고 마이크를 잡은 기다란 손가락에는 백금 반지가 끼워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