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963화

아래층에서는 아이들이 뛰어다니며 놀고 있는 소리가 들려왔다.

조민희가 낭랑한 목소리로 달아 다니며 진범이를 “오빠”라고 불렀다.

방금 잠에서 깨어난 조은혁은 침대에 누워 잠시 눈을 감고 아이들의 목소리를 즐겼다.

이윽고 그는 이불을 들추고 일어나 대충 씻은 뒤,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고 계단을 내려갔다...

아래층은 매우 시끌벅적했다.

장씨 아주머니는 두 아이를 데리고 수제 떡을 빚고 있었고 한쪽에서는 어디론가 큰 탁자를 옮기고 있었으며 박연희는 붓으로 글씨를 쓰고 있었다... 그녀는 미술을 전공했기에 서법에도 나름대로 재능이 있었다.

그녀는 작품 한 장을 완성하자마자 정원사에게 바깥에 붙이라고 분부했다.

정원에는 작은 등불도 아기자기하게 여러 개 꾸며져 있어 참으로 아름다웠다.

그렇게 한참을 조용히 바라보던 조은혁의 눈가가 점점 촉촉하게 젖어갔다.

익숙한 장면이었지만 그에게는 새로운 삶이었다. 그와 박연희의 새로운 행복의 시작을 알리는 장면이었다...

그때, 장씨 아주머니가 눈을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떡국에 넣을 떡을 빚으며 단도직입적으로 잔소리하기 시작했다.

“40대 초반인데 아직 제대로 된 모양이 없으니 나 원 참. 나오자마자 어딜 그렇게 나돌아다니는 것인지 대낮에 집에 돌아와서 또 빈둥빈둥 놀고... 그러니까 몸이 허약하죠! 내일 병원에 데려가서 소변검사나 14개 받으실게요.”

그러자 조은혁이 성큼성큼 다가와 어린 민희를 안아 주며 장씨 아주머니에게 말했다.

“되게 다정하시네요.”

그 말에 장씨 아주머니가 허리를 살짝 돌리며 입을 열었다.

“알면 됐습니다.”

곁에서 박연희는 끼어들지 않고 살짝 웃어 보였다.

조은혁은 그녀를 한 번 더 힐끗 보았는데 그녀의 아름다운 미모는 마치 그림처럼 느껴져 보기만 해도 사람을 설레게 했다.

고질병이 또 도진 조은혁은 민희를 끌어안고 가까이 다가가 나지막이 말했다.

“바꿔 입은 치마가 참 예쁘네. 저녁에 입었던 그 옷은 찢어져 버린 거야? 같은 디자인으로 하나 더 사자 난 마음에 드는데.”

조은혁의 말에 박연희는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