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962화

오후가 되어 조은혁이 별장에 돌아왔다.

옷차림은 여전히 깔끔했지만 검은 머리는 잔뜩 헝클어져 있었고 짙은 회색 코트의 짙은 남색 셔츠에 마른 핏자국이 몇 방울 떨어져 있는 것을 보아하니 손찌검을 한 것을 알 수 있었다.

침실은 봄처럼 따뜻하기만 했다.

박연희는 그의 코트를 벗겨주고 하얀 손가락으로 셔츠의 얼룩을 몇 번 긁어주며 그를 올려다보았다.

“싸웠어요? 조은혁 씨, 설마 41살이나 먹고 H시에 가서 사람들과 싸운 건 아니죠?”

조은혁이 눈을 내리깔고 그윽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한참이 지나 조은혁은 갑자기 그녀를 조심스레 껴안더니 턱을 그녀의 어깨에 댄 채 부드럽게 문지르며 마치 애교를 부리는 골든래트리버마냥 아양을 떨었다.

“그래. 나 H시에 가서 정은호 그놈 혼쭐을 내주고 왔어. 이건 진짜 가벼운 편이지. 나 진짜 많이 봐줬어. 눈을 찌르지 않은 것도 최근에 내가 성격이 많이 좋아져서 그런 거야.”

그 말에 박연희는 화가 나기도 했지만 우습기도 했다.

“그 사람은 아무것도 안 했잖아요.”

그러자 조은혁이 더 그윽한 시선을 보내왔다.

“연희야, 나 기분 나빠. 나는 다른 남자들이 그런 눈으로 널 보는 게 싫어... 질투 난단 말이야.”

조은혁이 이렇게 고백하면 마음이 약해진 박연희는 오히려 그를 어찌할 방법이 없다.

어떤 여자가 남편이 자신을 신경 쓰는 것을 원하지 않겠는가?

비록 조은혁은 포악하고 거칠지만 확실히 여자를 기쁘게 하는 부분이 있다. 하물며 그들은 방금 짧은 이별을 겪었으니 뜨겁게 사랑해도 모자랄 판에 박연희는 당연히 그와 이런 것들을 따지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은 그래도 충고를 해두어야 한다.

“다음에는 절대 그러면 안 돼요. 비록 정은호는 당신이 키운 사람이지만 어쨌든 H시의 대표주자잖아요... 그러니까 최소한 체면은 지켜주세요.”

박연희가 말을 마치자 조은혁이 낮게 웃기 시작했다.

조은혁이 미소를 지으면 하얀 이가 드러나는데 너무 아름다워서 박연희는 저도 모르게 넋을 잃고 멍하니 보고만 있었다.

“정은호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