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실크 잠옷을 입고 뒤로 걸어와 그의 허리를 감싸안았다. 그녀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그를 껴안았다. 조은혁은 순간 몸이 굳어졌다. 한참이 흘러서야 그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낮게 물었다. "나를 용서해 주는 거야?" 박연희는 고개를 젓다가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요." 조은혁은 알았다고 대답했다.평상시와 다를 바 없었지만 박연희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그는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는 박연희를 4년이나 기다렸다. 그리고 그녀의 용서한단 말은 더욱더 오래 기다렸다. 그녀는 조금만 용서한다고 했다. 사실 조금만이어도 충분했다. 박연희는 그의 몸이 떨리는 걸 느끼고 믿기지 않는다는 듯 물었다."은혁 씨, 지금 설마 울어요?" 남자의 체면을 깎는 순간 벌을 받아야 하는 것이다. 민희는 이미 잠에 들었다. 박연희는 조은혁에게 들려 옷방으로 옮겨졌고 그녀가 입던 실크 잠옷은 입에 물려졌다. 그리고 짐승과 같은 남성은 자신의 욕망을 참지 않고 격렬한 호흡과 함께 여인에게 극강의 만족스러움을 가져다주었다. 그는 움직이며 그녀에게 물었다. "예전보다 더 만족스럽지 않아?" 박연희는 그의 물음에 결코 답하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그의 어깨를 세게 내리쳤다. 조은혁은 낮게 웃으며 그녀의 입에서 잠옷을 빼내고 입술에 입 맞추었다. 그리고 그녀를 오랫동안 부드럽게 사랑해 주었다.긴 시간 동안 조은혁은 부드럽게 박연희와 사랑을 확인했다. ... 별장으로 돌아와 일주일 동안 박연희는 잘 지냈다. 비록 조은혁이 밤마다 그녀를 놓아주지 않고 관계를 가졌지만 재혼을 언급하지도 않고 그녀에게 안방으로 들어와 자라는 요구도 하지 않았다. 그는 한 번 농담을 한 적 있었다. "옷방에서 하면 더 짜릿해." 박연희는 그 뒤로 이틀이나 그와 함께하지 않았다. 주말 점심. 박연희는 조은서와 함께 커피를 마셨다. 조은서는 그녀의 얼굴을 보며 말했다. "얼굴에서 빛이 나네요. 지금 오빠랑 잘 지내나 봐요." 박연희는 얼굴이 뜨거워 났다.
조은혁과 통화를 마치고 박연희는 혼자 쇼핑몰을 돌아다니며 조 대표의 요청에 따라 셔츠와 넥타이를 골라주었다. 조은혁으로부터 블랙카드를 받았기에 돈 걱정은 할 필요가 없다... 블랙카드에는 소비 제한이 없으니까.시간이 충분했기에 박연희는 또 진범이와 민희에게도 옷을 몇 가지 사주었다.물론 장씨 아주머니도 빼놓지 않았다.물건을 다 사고 나니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아 곧바로 예약한 식당으로 가려던 중 박연희는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며 마침 익숙한 얼굴과 마주치게 되었다.심경서가 웬 젊은 여자와 함께 있었는데 두 사람은 심지어 다정하게 팔짱을 끼고 있었다.여자가 다정하게 애교를 부리는 모습을 보아하니 그들 사이의 관계를 알아차리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놀라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설령 오랜 시간이 흘러 심경서가 일찍이 점잖은 모습을 잃었다지만 박연희는 심경서가 부인을 두고 바람을 피울 줄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 게다가 두 사람의 모습을 보니 둘 사이의 관계도 꽤 오래된 모양이다.박연희가 심경서를 물끄러미 바라보자 심경서 역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의 점잖은 얼굴은 순식간에 무너졌고 조금 당황한듯한 그는 여자의 팔을 뿌리치기까지 했다.“연희 씨, 연희 씨가 생각하는 그런 거 아니에요.”곧 다시 이성을 되찾은 박연희는 싸늘하고도 매우 담담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경서 씨가 해명해야 할 대상은 제가 아니라 경서 씨 부인이에요.”그녀는 더 이상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지난번에 박연희는 이미 심지철에게 앞으로는 볼 일이 없을 거라고 말해두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심씨 집안의 집안일은 박연희와 무관하다. 마음을 다잡은 박연희는 빠른 걸음으로 자리를 피했고 심경서가 뒤늦게 그녀를 따라잡으러 주차장까지 쫓아갔지만 결국 다시 만나지는 못했다.그는 차가 떠난 방향을 보며 의기소침한 표정을 지었다.그리고 그의 뒤에는 임윤아가 서 있었다.마음이 상한 것인지 임윤아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여자의 직감이 그녀에게 방금 그 예쁜 여자야말로 심경서가 그의 부인보다도 더
화가 치밀어오른 심지철은 다시 매를 들고 싶었으나 중재자가 된 서 비서가 온갖 말들로 설득해서야 그를 끌고 나갈 수 있었다.밤이 되자 서재의 불빛이 어둑어둑 방을 비춰주었다.같은 시각, 심지철은 짙은 색의 책상 뒤에 앉아 있었고 열어놓은 창문 틈으로 불어 들어오는 밤바람에 책상 위에 놓인 유리 등이 딸랑딸랑 부딪치며 아름다운 소리를 내었다...심지철이 그 작은 물건을 집어 들었다.그날 밤 박연희를 보러 갔던 그 광경이 아직도 눈에 선하지만 지금은 모든 것을 되돌릴 수가 없었다.그 순간, 눈을 번쩍 뜬 심지철이 서 비서를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이건 다 연희가 잘못한 거다. 연희는 영원히 돌아오지 말았어야 했고 다시는 경서의 마음에 파란을 일으키지 말았어야 했어.”그 말에 서 비서가 깜짝 놀라 답했다.“어르신, 이건 연희 아가씨와 무관한 일입니다.”그러나 세월의 흔적이 가득한 심지철의 눈빛은 무정하기만 했다.“무관하여도 책임을 피해갈 수는 없다. 지금 박연희에게 부녀의 정이 조금이라도 남아있긴 해? 경서를 위해, 그리고 심씨 집안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때로는 희생이 필요할 때도 있어.”이윽고 그는 서 비서를 불러 낮은 소리로 당부했다.그의 수법이 못마땅한 서 비서가 몇 마디 권하려는데 심지철이 손에 들고 있던 유리 등을 쓰레기통에 던져버렸다...산산조각이 난 유리 등과 함께 부녀의 인연도 끝을 향해 달려갔다....화요일 밤.박연희는 바쁜 일을 마치고 갤러리에서 나와 차 문을 열고 차에 올라타려던 참이었다.“아가씨.”누군가의 부름 소리에 고개를 돌려보니 그 사람은 다름 아닌 서 비서였다.서 비서는 박연희를 보자마자 단도직입적으로 말을 건넸다.“어르신께서 아가씨를 뵙고 싶어 하십니다.”이번 일만큼은 서 비서도 사심을 품고 있었기에 목소리를 낮추어 말을 이었다.“이번에는 어르신께서도 정말 손을 쓰실 모양입니다, 그러니 진범 도련님을 위해서라도 적당히 장단을 맞추어 주십시오.”“전 아가씨도 아니고 어르신이라는 분은 더더욱 모
버려진 창고 안.진시아는 의자에 묶인 채 입에 테이프가 단단히 묶여 말을 할 수가 없었다.그녀는 멍청하지 않다.박연희가 들어오자마자 그녀는 곧 그 못된 늙은이의 속셈을 알아차리게 되었다. 조은혁을 불러 그녀와 박연희 중 하나를 선택하라는 것이겠지. 만약 과거였다면 그녀를 선택하리라 굳게 믿지만 현재의 조은혁은 100% 박연희를 선택했을 것이다.“읍... 읍...”진시아가 필사적으로 몸부림쳤다.그러자 박연희는 그녀를 바라보며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그렇게 발버둥 쳐도 소용없어요. 저 사람이 당신을 놓아주고 싶지 않은데 당신이 어떻게 이곳에서 벗어날 수 있겠어요?”진시아의 눈이 휘둥그레졌다.그녀는 이 상황이 너무 원망스러웠다.그 노인은 박연희의 생부이고 박연희와 무슨 일이 있다면 두 사람이 해결하면 될 것을 왜 그녀를 잡으려고 한단 말인가. 아무리 박연희에게 진 빚이 있다고 해도 진작에 다리 하나와 자궁으로 전부 갚았는데 말이다.왜 아직도 그녀를 가만두지 않는단 말인가.이어 심지철의 부하들이 박연희를 묶기 시작하는데 수법이 너무 거칠지는 않았지만 꽤 단단히 묶었다.“아가씨 죄송합니다!”그러나 박연희는 아무런 표정도 짓지 않았다.그녀는 묵묵히 밖을 내다보고 있었다.먹물처럼 까만 밤빛 아래, 그녀의 생물학적 아버지가 바깥에 서 있는데 세월의 흔적을 거친 눈빛 속에는 싸늘함과 냉정함이 감돌았다. 박연희는 마음속으로 그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다... 직접 나서서 이런 일을 벌이는 것도 단지 심씨 가문과 심경서를 위한 것일 뿐이다.박연희는 심씨 가문에서 결국 보잘것없는 사람일 뿐이다.그녀는 그의 무정함을 잘 알기 때문에 애원하지도 않았다...밤은 깊어만 가고 박연희는 그저 조은혁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조은혁이 막 집에 도착했을 때, 심지철의 전화를 받게 되었다.그는 차 안에 앉아 휴대폰을 손에 쥐고 전화 건너편에서 들려오는 낮은 소리를 듣고 있다.“조 대표, 오랜만일세.”그러자 조은혁이 코웃음을 치며 반박했다.“어르신
조은혁이 아무리 싸움을 잘해도 이렇게 많은 사람을 상대할 순 없다. 하물며 박연희와 진시아가 아직 심지철의 손에 있다... 진시아는 시멘트 바닥을 계속 걷어차는 바람에 의족까지 떨어져 나간 상태라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낭패했다.선두에 선 검은 옷을 입은 남자는 매우 겸손한 태도를 갖추었다.“조 대표님, 저희는 대표님과 개인적인 원한이 없고 순전히 돈을 받고 일하는 것입니다. 창고에 있는 여자라면 조 대표님께서는 한 명만 데려가실 수 있습니다. 남겨진 한 명이라면 저희가 말하지 않아도 조 대표님께서 잘 아실 겁니다.”그는 군말 없이 바로 부하들을 불러모았고 그 순간, 버려진 창고는 야외 영화관이 되었고 화면에는 뜻밖에도 진시아가 강간을 당하는 장면이 담겨있었다.남자의 희열 어린 외침과 여자의 비명이 뒤섞여 귀를 자극했다.화면 속은 아주 형편없었다...이것은 조은혁 일생의 수치이다.손가락이 오그라들고 얼굴 근육은 거의 뒤틀리다시피 일그러졌지만 그는 여전히 애써 미소를 지었다.“어르신 정말 독하시네요. 이건 제 얼굴을 땅에 박고 문지르는 것과 다를 바도 없는데 저에게 조금의 여지도 주고 싶지 않으신 거군요.”“조 대표님, 죄송하게 됐습니다.”말하는 동안, 진시아의 눈가에는 이미 눈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렇게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일들을 다시 직면해야 할 줄 꿈에도 몰랐다. 비록 그녀가 지금 몸을 팔아 먹고산다고 해도 그날 밤은 평생 잊지 못할 악몽이다.“읍읍...”그녀의 얼굴은 눈물범벅이 되었고 조은혁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에는 애원이 가득했다.조은혁이 그녀를 선택해준다면 얼마나 좋을까.조은혁 역시 그녀를 조용히 바라보았고 그녀를 바라보는 그의 눈빛에는 연민의 감정이 담겨있었다. 이는 피할 수 없는 것이다. 일말의 인간성을 가지고 있다면 조은혁은 진시아를 완전히 지나칠 수 없다... 하지만 만약 조은혁이 흔들린다면 이것이야말로 심지철의 뜻대로 넘어가는 것이다.심지철이 원하는 것은 진시아에 대한 조은혁의 죄책감이고 조은혁
산이 무너지고 땅이 갈라지며 폭풍우가 몰아친다.심지철은 수십 년 동안 절정의 높은 자리에 있으며 단 한 번도 두려움을 느껴본 적이 없다.하지만 이 순간, 그의 눈에도 살기가 확연히 드러났다.보아하니 4년 전의 싸움에서는 조은혁도 실력을 전부 다 발휘하지 않았던 모양이다.이윽고 심지철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만약 내가 너희들을 보내지 않는다면? 오늘 밤 여기 있는 모든 사람 중 아무도 이곳을 빠져나갈 수 없다면?”매서운 밤바람이 휘몰아치며 조은혁의 검은 머리를 헝클어뜨렸다.조은혁은 허름한 창고에서도 여전히 온몸의 귀티를 숨길 수가 없었다. 그는 심지철의 살의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만약 10분 후, 제가 김 비서에게 전화하지 않으면 JH그룹의 모든 복사기는 밤새 열일할 것입니다. 그리고 내일 아침... 도시 곳곳에 심경서의 잠자리 사진이 가득 붙여질 텐데 어르신께 여쭙고 싶네요. 그걸 감당하실 수 있겠습니까?”“감히!”“어르신께서는 저 조은혁의 배짱을 얼마든지 시험해 보셔도 좋습니다. 저를 이 지경까지 몰아붙여 놓고 아직도 저한테 감히 그럴 수 있냐고요? 시간이 없는 건 맞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어르신의 행동으로 오늘 밤 심씨 집안 어른과 아이 할 것 없이 모두 죽여버렸을 테니까요. 저는 일개 무인으로서 여자고 아이이고 가리지 않습니다. 그리고 만약 이 영상이 다시 방영된다면 심씨네 여인들도 모두 남자들에게 벌거벗겨져 강간을 당해야 할 겁니다. 저는 한다면 하는 사람입니다.”...심지철은 화가 치밀어 올라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서 비서는 급히 청심환을 꺼내 심지철에게 건네주며 숨을 고를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조 대표님도 말만 그렇게 할 뿐, 정말 그런 일을 하시려는 것은 아닙니다.”“아니요. 저 조은혁은 매우 진지합니다.”서 비서가 또 무슨 말을 하려 하자 심지철은 이미 대세가 기울었다는 것을 알고 서 비서를 살짝 밀치고는 눈을 들어 조은혁을 바라보았다.“조 대표는 정말 뛰어난 인재로군.”“연희가 눈이 좋아 절 따라온
진시아는 그 카드를 손에 꼭 쥐었다.그녀는 그의 성격을 잘 알고 있는데 조은혁은 분명 그녀를 푸대접하지 않았을 것이다. 진시아의 몸이 부들부들 떨려 났다.그녀는 조은혁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절망과 아쉬움, 그리고 새롭게 피어나는 생기가 솟아올랐고 진시아는 갑자기 무너져내려 펑펑 울기 시작했다. 이윽고 그녀는 마침내 몇 년 동안 꾹꾹 숨겨왔던 말을 내뱉었다.“은혁 씨, 죄송해요. 정말 죄송해요. 그리고 연희 씨에게도 죄송하다고 전해줘요. 그때 진범이를 데리고 가지 말았어야 했는데. 전 하마터면 진범이를 죽일 뻔했어요...”그러나 조은혁은 아주 담담히 미소를 지었다.그는 병실 문을 열어 조금의 미련도 없이 걸어 나왔고 그와 진시아의 지난 일들도 이제 과거가 되어 뿔뿔이 흩어졌다.같은 시각, 복도 끝에는 박연희가 서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조은혁이 천천히 그녀에게 다가갔다.한 걸음 거리를 사이에 두고 멈춰선 그의 검은 눈동자가 그윽하게 반짝거렸다.“연희야, 이제 집으로 가자.”차에 탄 뒤에야 차 안은 피비린내로 가득했고 그의 재킷에도 피가 묻어있는 것을 발견했다... 조은혁은 외투를 벗어 차에 던지고는 박연희를 끌고 막차를 타러 갔다.늦은 밤이었지만 버스 안에는 사람이 가득했고 조은혁은 손잡이를 잡은 채 버스에 서서 박연희를 내려다보며 그녀를 품에 안았다.먹물처럼 까맣게 물든 밤.하얀 셔츠에 밤바람은 그의 검은 머리카락을 헝클어뜨리고 가볍게 머리를 스쳤다.게다가 그는 186cm의 큰 키에 군중들 사이에서 유독 뛰어난 미모를 자랑하여 차 안의 많은 여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지만 그의 눈에는 오직 박연희뿐이었다...그의 눈빛은 부드러우며 아름다웠다.당시 조은혁은 5년 동안 억울한 옥살이를 하며 몇 년 동안 분노에 지배되어 살아왔지만 오늘 밤, 그리고 지금, 이 순간만큼 그는 자신이 하늘의 축복을 받았다고 느꼈다.박연희가 그의 구원이었다.그들은 인파 속에서 서로 껴안은 채 서로를 응시하며 서서히 흐트러진 심장 박동을 느꼈다......그
호화로운 침대에는 짙은 검은색의 침대 시트가 깔려 있다.박연희를 침대에 가볍게 내려놓았는데 하얀 유카타에 검은 머리를 얇은 어깨에 늘어뜨리니 여린 미모가 한층 더 돋보였다.조은혁은 약상자를 가지고 와서 침대 옆에 쭈그리고 앉아 그녀의 가는 손목을 잡고 약을 발라 주었다.가느다란 손목에는 몇 가닥의 깊이 죄인 흔적이 남겨져 있었다.“아파?”박연희가 고개를 살래살래 흔들었다.“이제 안 아파요.”조은혁은 박연희에게 약을 잘 발라준 뒤, 소매를 내려주고 그녀의 작은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그녀의 얼굴은 수정 등 아래에서 더욱 따뜻하고 아름다웠다. 마치 세월이 고요한 느낌이 들었다.“묻고 싶은 건 없어? 내가 병실에서 무슨 말을 했는지. 앞으로는...”“알고 싶지 않아요.”그러자 조은혁이 낮게 웃음을 터뜨렸다.그는 그녀의 잘록한 허리를 움켜쥐고 가볍게 밀쳐 넘어뜨리며 다시 입을 열었다.“드디어 드레스룸에서 이 일을 하지 않아도 되겠네.”“드레스룸이 더 짜릿하다면서요?”조은혁이 또 가볍게 웃었다.그는 그녀 옆에 돌아누워 진지한 얼굴로 관계에 관해 얘기하기 시작했다.“사실 남자는 자극보다 안전한 환경이 필요하므로 침대에서 하는 것이 딱 좋아. 충분히 사적이고 넓어서 원하는 포즈는 다 할 수 있잖아.”박연희는 금세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고 그의 어깨를 퍽 때렸다.“정말 입 밖에 나오는 말이 본성을 떠나질 않네요.”그는 워낙 욕구가 강렬한지라 그녀의 생리 기간을 제외하면 한 달 30일 동안 하루도 그녀를 놓아주지 않았다. 가끔 박연희는 조은혁은 대체 어떻게 마흔이 넘었는데도 이렇게 좋은 에너지를 가졌는지 정말 궁금했다.그러나 어깨를 내리치자마자 박연희의 얼굴이 뜨겁게 달아올랐다.조은혁이 그녀에게 자신의 몸을 바싹 맞대고 있었기 때문이다. 얇은 옷감을 사이에 두고 그의 절박함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깊은 그의 눈동자는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어 자연스럽게 그녀의 수줍음을 알아차렸다.“그렇게 많이 했는데 아직도 부끄러워?”그가 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