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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6화

둘은 함께 집을 나왔다.

둘이 나오자 밖의 풍경은 노을이 지고 있었다.

곧 어둠이 내릴 것만 같았다.

그들이 나온 집 안에서 물건이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

아마도 심씨 어르신이 물건을 부수고 있는 소리에 박연희의 발걸음이 우뚝 멈췄다.

조은혁은 고개를 돌려 그녀를 보며 낮게 물었다.

"마음이 약해진 거야? 자신이 선택을 후회하고 있는 거야?"

박연희는 고개를 들어 하늘의 석양을 바라보며 낮게 웃었다.

"그냥 내가 나이를 먹었는데 이렇게 화를 내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때 심경서가 그런 말을 했을 때 그가 화를 내지 않았다면, 그녀가 심경서를 거절했었다면 오늘 같은 상황은 발생하지 않을 수 있었을까?

옛일을 떠올리는 건 기분 나빴다.

박연희는 조은혁을 바라보며 말했다.

"우리 가요."

둘은 함께 차로 들어갔다.

박연희가 안전벨트를 매며 물었다.

"내가 여기 있는지 어떻게 알았어요?"

조은혁은 낮게 웃었다.

"너의 몸에 카메라를 달아놨지."

박연희는 조용히 그를 바라보았다.

조은혁은 그런 그녀의 얼굴을 부드럽게 어루만지며 나지막이 말했다.

"범진이 전화를 걸었어. 네 잡혀가서 피를 뽑게 된다고. 아빠가 미인을 구해야 한다고 해서 내가 오게 된 거야."

일부는 진실이었고 일부는 거짓이었다.

박연신은 어느 말이 진실인지 어느 말이 거짓인지 알아챌 수 없었고 더 이상 묻지도 않았다.

그저 창밖의 령롱한 불빛을 넋이 나간 모습으로 바라보았다.

조은혁이 기다란 손가락으로 핸들을 붙잡았다.

그리고 틈이 날 때마다 조은혁은 박연희를 바라보았다.

차가 신호등 앞에 잠시 정지했을 때 그는 담배를 한 대 깊게 빨아들이며 그녀를 보며 물었다.

"나랑 함께 살자."

박연희는 낮게 설명했다.

"아까 그렇게 말한 건 일부러 한 말이었어요."

하지만 그녀의 설명은 결코 그에게 먹히지 않았다.

조은혁은 그녀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아까 거짓말이었다고 해도 너는 내 손을 잡았어. 너는 나한테로 온 거야. 연희야, 나랑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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