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희는 그의 몸에 기대어 가슴이 빠르게 뛰었다. 그날 밤 그는 오피스텔에 남아 같이 밤을 보냈다. 그는 손님 방에서 잠을 잤다. 아이들에게 굿나잇 키스를 남기고 그녀에게도 입을 맞추었다. 단지 입맞춤만 했을 뿐이었다. ...다음날 조은혁은 회사 일 때문에 나갔고 김비서가 박연희의 이사를 도왔다. 사실 물건은 많지 않았다. 그녀가 귀국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필요한 물건은 후에 추가 구매하면 되는 것이었다. 오후 3시. 이사 차량이 하나 둘 씩 별장으로 들어갔다. 장씨 아주머니는 일찌감치 그들을 맞이할 준비를 마쳤다. 그녀는 박연희가 범진과 함께 이사 차량에서 내리자 눈물을 머금으며 그녀를 불렀다. "사모님." 그녀의 잘못된 호칭에도 박연희는 별말 하지 않고 그녀의 손을 맞붙잡았다. "민희를 키우느라 너무 고생하셨어요. 민희가 너무 귀엽고 기특하게 잘 자랐네요." 장씨 아주머니는 눈물을 훔쳤다. "내가 고생한 건 없어요. 대표님이 너무 고생 많으셨죠. 낮에는 일 때문에 바쁘고 밤에는 민희 아가씨를 챙겨주느라고 바빴어요. 출장을 가는 날에도 아이를 데리고 갔었다니깐요. 사모님 제가 조금만 더 말할게요. 대표님은 항상 입으로는 아니라고 했지만 사모님을 계속 기다리고 있었어요. 매년 봄날 민희를 데리고 하씨 부부 묘까지 갔었어요. 사모님..." 장씨 아주머니는 말을 끝맺지 못했지만 박연희는 마음속으로 알고 있었다. 장씨 아주머니는 급히 눈물을 닦고 범진을 안아 들었다. 어렸을 때부터 범진은 그녀와 함께 자랐기에 몇 해 동안 떨어져 있는 동안에 둘은 너무 서로를 그리워하고 있었다. 장씨 아주머니는 범진과 얼굴을 맞대며 눈물을 흘렸다. 범진은 조금 난처했지만 그도 장씨 아주머니를 얼싸안았다. 장씨 아주머니는 울먹거리며 말했다. "범진 도련님도 하나도 변하지 않았네요. 너무 의젓하네요." 그 모습을 본 민희는 기분이 좋지 않았다. 민희는 장씨 아주머니의 다리를 붙잡으며 말했다. "민희도 귀여워요." 장씨 아주머니는 그런
김 비서가 웃으며 말했다. "살았었던 집인데 당연히 괜찮죠." 조은혁이 웃었다. "나를 괜찮아하지 않을까봐 걱정이지. 사실 연희도 고집이 있다니까. 김 비서도 잘 알 거야. 내가 지금 얼마나 양보하는지." 김 비서는 어의가 없었다. 그가 회사에서 일주일 동안 야근을 해야 할 때도 조은혁은 아무런 보상도 없었다. 조조은혁은 외투를 걸치며 퇴근했다. ... 밤거리에 사람은 얼마 보이지 않았다. 골목길에 얇은 옷가지를 걸친 여인이 한 남자와 옥신각신 가격을 의논하고 있었다. 그 모습은 매우 볼품없었다. 이건 조은혁이 진시아와 마주친 두 번째 만남이었다. 저번과 마찬가지로 진시아는 매우 불쌍한 모습이었다. 그는 저렴한 빨간색 치마를 입고 남자에게 자신의 몸을 팔고 있었다. 남자는 그녀를 더럽다는 눈빛으로 바라보았지만 결국 주머니에서 현금을 꺼내 들었다. 진시아는 남자의 팔뚝을 가로채며 허름한 여인숙으로 들어갈 준비를 했다. 그때 그녀의 눈빛이 그대로 굳어 버렸다. 그녀가 조은혁을 발견한 것이다. 이번에 그는 혼자였다. 여전히 고귀한 모습이었다. 진시아의 입술이 부들부들 떨려왔다. 그녀는 아무것도 개의치 않고 그에게 달려왔다. 그리고 그의 차 문을 힘껏 내리쳤다. 그녀의 눈빛은 애원함으로 가득했다. 그녀는 그가 자신을 불쌍하게 여겨 자신을 이런 상황에서 구출 해주길 바랬다. 그러면 자신은 더 이상 이런 생활을 지속할 필요가 없었다. 그들은 그렇게 창문을 사이에 두고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는 조은혁을 바라보며 창문을 부서져라 내리쳤다. 조은혁은 파란 신호등으로 바뀌자 침을 꿀꺽 삼기며 힘껏 엑셀을 밟았다. 진시아는 그렇게 혼자 남게 되었다. 그때 저쪽의 남자가 다시 그녀에게 다가와 욕설을 내뱉으며 그녀를 끌고 여인숙으로 들어갔다. 그 욕은 너무나 치욕스러웠다. 하지만 진시아는 검은색 차량이 떠난 방향을 보며 끌려가지 않으려고 발버둥 쳤다. 조은혁이 준 돈은 이미 남자에게 사기당해 그녀는 빈털터리가 되었다.
조은혁은 먼저 범진을 보러 갔다. 바다를 테마로 한 아이 방에서 범진이 새근새근 자고 있었다. 범진의 팔 하나가 이불 밖에 나와 있었다. 조은혁은 침대에 앉아 범진이 팔 하나를 이불로 덮어 주었다. 그는 자신의 아들 얼굴을 천천히 쓰다듬으며 귀여운 얼굴을 바라보았다. 범진이 하루하루 빨리 성장하는데 아이와 함께 보낸 시간이 너무 짧다고 생각되었다.사실 예전에 그는 아들에 대한 사랑이 별로 없었다. 하지만 범진이 커감에 따라 그에 대한 사랑이 점점 커졌고 지금은 범진을 너무 사랑한다. 그는 자신의 눈으로 범진이 성인으로 되어서 결혼하여 아이를 낳는 것까지 직접 보고 싶었다. 범진이 몸을 뒤척거리며 웅얼거렸다. "아빠."조은혁은 그 소리를 듣자 마음속으로 감격스러웠다. 그는 한참이나 앉아 있다가 안방으로 들어갔다. 안방에는 큰 램프 등이 켜져 있었다. 그 잔잔한 불빛은 박연희의 몸을 비추고 있었고 그녀는 신비로움을 뽐냈다. 민희가 엄마의 품에 안겨 있었다. 민희는 작은 손으로 엄마를 감싸안고 하얀 얼굴을 엄마에게 기대어 잠을 자고 있었다. 민희가 내뿜는 숨결조차 향긋할 것만 같았다. 그 모습을 보며 조은혁은 잔잔한 웃음을 지었다. 그는 침대로 가 민희 얼굴을 살짝 만지다가 박연희의 몸을 쓰다듬기 시작했다. 먼저 이불 아래로 손을 넣어 박연희의 부드러운 몸을 쓰다듬다가 그 강도를 점점 세게 했다. 그러자 박연희의 호흡 소리가 점점 빨라졌다. 그는 그녀가 이미 깼음을 알았지만 조은혁은 계속하여 그녀의 몸을 탐닉했다. 그리고 그녀에게 천천히 말했다."방은 마음에 들어? 내가 특별히 디자이너한테 부탁한 거야. 이건 네가 제일 좋아하는 원형 침대야."박연희는 발버둥 치고 싶었지만 그가 갑자기 자신의 몸을 움켜쥐자 낮게 신음을 내뱉었다. 조은혁의 눈빛은 점점 깊어져 갔다. 그건 성숙한 남자가 풍기는 분위기였다. 그는 유혹의 목소리로 그녀에게 낮게 속삭였다. "우리 옷방으로 갈래?" 박연희는 눈을 천천히 감았다. 검은색
그녀는 실크 잠옷을 입고 뒤로 걸어와 그의 허리를 감싸안았다. 그녀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그를 껴안았다. 조은혁은 순간 몸이 굳어졌다. 한참이 흘러서야 그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낮게 물었다. "나를 용서해 주는 거야?" 박연희는 고개를 젓다가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요." 조은혁은 알았다고 대답했다.평상시와 다를 바 없었지만 박연희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그는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는 박연희를 4년이나 기다렸다. 그리고 그녀의 용서한단 말은 더욱더 오래 기다렸다. 그녀는 조금만 용서한다고 했다. 사실 조금만이어도 충분했다. 박연희는 그의 몸이 떨리는 걸 느끼고 믿기지 않는다는 듯 물었다."은혁 씨, 지금 설마 울어요?" 남자의 체면을 깎는 순간 벌을 받아야 하는 것이다. 민희는 이미 잠에 들었다. 박연희는 조은혁에게 들려 옷방으로 옮겨졌고 그녀가 입던 실크 잠옷은 입에 물려졌다. 그리고 짐승과 같은 남성은 자신의 욕망을 참지 않고 격렬한 호흡과 함께 여인에게 극강의 만족스러움을 가져다주었다. 그는 움직이며 그녀에게 물었다. "예전보다 더 만족스럽지 않아?" 박연희는 그의 물음에 결코 답하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그의 어깨를 세게 내리쳤다. 조은혁은 낮게 웃으며 그녀의 입에서 잠옷을 빼내고 입술에 입 맞추었다. 그리고 그녀를 오랫동안 부드럽게 사랑해 주었다.긴 시간 동안 조은혁은 부드럽게 박연희와 사랑을 확인했다. ... 별장으로 돌아와 일주일 동안 박연희는 잘 지냈다. 비록 조은혁이 밤마다 그녀를 놓아주지 않고 관계를 가졌지만 재혼을 언급하지도 않고 그녀에게 안방으로 들어와 자라는 요구도 하지 않았다. 그는 한 번 농담을 한 적 있었다. "옷방에서 하면 더 짜릿해." 박연희는 그 뒤로 이틀이나 그와 함께하지 않았다. 주말 점심. 박연희는 조은서와 함께 커피를 마셨다. 조은서는 그녀의 얼굴을 보며 말했다. "얼굴에서 빛이 나네요. 지금 오빠랑 잘 지내나 봐요." 박연희는 얼굴이 뜨거워 났다.
조은혁과 통화를 마치고 박연희는 혼자 쇼핑몰을 돌아다니며 조 대표의 요청에 따라 셔츠와 넥타이를 골라주었다. 조은혁으로부터 블랙카드를 받았기에 돈 걱정은 할 필요가 없다... 블랙카드에는 소비 제한이 없으니까.시간이 충분했기에 박연희는 또 진범이와 민희에게도 옷을 몇 가지 사주었다.물론 장씨 아주머니도 빼놓지 않았다.물건을 다 사고 나니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아 곧바로 예약한 식당으로 가려던 중 박연희는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며 마침 익숙한 얼굴과 마주치게 되었다.심경서가 웬 젊은 여자와 함께 있었는데 두 사람은 심지어 다정하게 팔짱을 끼고 있었다.여자가 다정하게 애교를 부리는 모습을 보아하니 그들 사이의 관계를 알아차리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놀라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설령 오랜 시간이 흘러 심경서가 일찍이 점잖은 모습을 잃었다지만 박연희는 심경서가 부인을 두고 바람을 피울 줄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 게다가 두 사람의 모습을 보니 둘 사이의 관계도 꽤 오래된 모양이다.박연희가 심경서를 물끄러미 바라보자 심경서 역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의 점잖은 얼굴은 순식간에 무너졌고 조금 당황한듯한 그는 여자의 팔을 뿌리치기까지 했다.“연희 씨, 연희 씨가 생각하는 그런 거 아니에요.”곧 다시 이성을 되찾은 박연희는 싸늘하고도 매우 담담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경서 씨가 해명해야 할 대상은 제가 아니라 경서 씨 부인이에요.”그녀는 더 이상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지난번에 박연희는 이미 심지철에게 앞으로는 볼 일이 없을 거라고 말해두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심씨 집안의 집안일은 박연희와 무관하다. 마음을 다잡은 박연희는 빠른 걸음으로 자리를 피했고 심경서가 뒤늦게 그녀를 따라잡으러 주차장까지 쫓아갔지만 결국 다시 만나지는 못했다.그는 차가 떠난 방향을 보며 의기소침한 표정을 지었다.그리고 그의 뒤에는 임윤아가 서 있었다.마음이 상한 것인지 임윤아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여자의 직감이 그녀에게 방금 그 예쁜 여자야말로 심경서가 그의 부인보다도 더
화가 치밀어오른 심지철은 다시 매를 들고 싶었으나 중재자가 된 서 비서가 온갖 말들로 설득해서야 그를 끌고 나갈 수 있었다.밤이 되자 서재의 불빛이 어둑어둑 방을 비춰주었다.같은 시각, 심지철은 짙은 색의 책상 뒤에 앉아 있었고 열어놓은 창문 틈으로 불어 들어오는 밤바람에 책상 위에 놓인 유리 등이 딸랑딸랑 부딪치며 아름다운 소리를 내었다...심지철이 그 작은 물건을 집어 들었다.그날 밤 박연희를 보러 갔던 그 광경이 아직도 눈에 선하지만 지금은 모든 것을 되돌릴 수가 없었다.그 순간, 눈을 번쩍 뜬 심지철이 서 비서를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이건 다 연희가 잘못한 거다. 연희는 영원히 돌아오지 말았어야 했고 다시는 경서의 마음에 파란을 일으키지 말았어야 했어.”그 말에 서 비서가 깜짝 놀라 답했다.“어르신, 이건 연희 아가씨와 무관한 일입니다.”그러나 세월의 흔적이 가득한 심지철의 눈빛은 무정하기만 했다.“무관하여도 책임을 피해갈 수는 없다. 지금 박연희에게 부녀의 정이 조금이라도 남아있긴 해? 경서를 위해, 그리고 심씨 집안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때로는 희생이 필요할 때도 있어.”이윽고 그는 서 비서를 불러 낮은 소리로 당부했다.그의 수법이 못마땅한 서 비서가 몇 마디 권하려는데 심지철이 손에 들고 있던 유리 등을 쓰레기통에 던져버렸다...산산조각이 난 유리 등과 함께 부녀의 인연도 끝을 향해 달려갔다....화요일 밤.박연희는 바쁜 일을 마치고 갤러리에서 나와 차 문을 열고 차에 올라타려던 참이었다.“아가씨.”누군가의 부름 소리에 고개를 돌려보니 그 사람은 다름 아닌 서 비서였다.서 비서는 박연희를 보자마자 단도직입적으로 말을 건넸다.“어르신께서 아가씨를 뵙고 싶어 하십니다.”이번 일만큼은 서 비서도 사심을 품고 있었기에 목소리를 낮추어 말을 이었다.“이번에는 어르신께서도 정말 손을 쓰실 모양입니다, 그러니 진범 도련님을 위해서라도 적당히 장단을 맞추어 주십시오.”“전 아가씨도 아니고 어르신이라는 분은 더더욱 모
버려진 창고 안.진시아는 의자에 묶인 채 입에 테이프가 단단히 묶여 말을 할 수가 없었다.그녀는 멍청하지 않다.박연희가 들어오자마자 그녀는 곧 그 못된 늙은이의 속셈을 알아차리게 되었다. 조은혁을 불러 그녀와 박연희 중 하나를 선택하라는 것이겠지. 만약 과거였다면 그녀를 선택하리라 굳게 믿지만 현재의 조은혁은 100% 박연희를 선택했을 것이다.“읍... 읍...”진시아가 필사적으로 몸부림쳤다.그러자 박연희는 그녀를 바라보며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그렇게 발버둥 쳐도 소용없어요. 저 사람이 당신을 놓아주고 싶지 않은데 당신이 어떻게 이곳에서 벗어날 수 있겠어요?”진시아의 눈이 휘둥그레졌다.그녀는 이 상황이 너무 원망스러웠다.그 노인은 박연희의 생부이고 박연희와 무슨 일이 있다면 두 사람이 해결하면 될 것을 왜 그녀를 잡으려고 한단 말인가. 아무리 박연희에게 진 빚이 있다고 해도 진작에 다리 하나와 자궁으로 전부 갚았는데 말이다.왜 아직도 그녀를 가만두지 않는단 말인가.이어 심지철의 부하들이 박연희를 묶기 시작하는데 수법이 너무 거칠지는 않았지만 꽤 단단히 묶었다.“아가씨 죄송합니다!”그러나 박연희는 아무런 표정도 짓지 않았다.그녀는 묵묵히 밖을 내다보고 있었다.먹물처럼 까만 밤빛 아래, 그녀의 생물학적 아버지가 바깥에 서 있는데 세월의 흔적을 거친 눈빛 속에는 싸늘함과 냉정함이 감돌았다. 박연희는 마음속으로 그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다... 직접 나서서 이런 일을 벌이는 것도 단지 심씨 가문과 심경서를 위한 것일 뿐이다.박연희는 심씨 가문에서 결국 보잘것없는 사람일 뿐이다.그녀는 그의 무정함을 잘 알기 때문에 애원하지도 않았다...밤은 깊어만 가고 박연희는 그저 조은혁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조은혁이 막 집에 도착했을 때, 심지철의 전화를 받게 되었다.그는 차 안에 앉아 휴대폰을 손에 쥐고 전화 건너편에서 들려오는 낮은 소리를 듣고 있다.“조 대표, 오랜만일세.”그러자 조은혁이 코웃음을 치며 반박했다.“어르신
조은혁이 아무리 싸움을 잘해도 이렇게 많은 사람을 상대할 순 없다. 하물며 박연희와 진시아가 아직 심지철의 손에 있다... 진시아는 시멘트 바닥을 계속 걷어차는 바람에 의족까지 떨어져 나간 상태라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낭패했다.선두에 선 검은 옷을 입은 남자는 매우 겸손한 태도를 갖추었다.“조 대표님, 저희는 대표님과 개인적인 원한이 없고 순전히 돈을 받고 일하는 것입니다. 창고에 있는 여자라면 조 대표님께서는 한 명만 데려가실 수 있습니다. 남겨진 한 명이라면 저희가 말하지 않아도 조 대표님께서 잘 아실 겁니다.”그는 군말 없이 바로 부하들을 불러모았고 그 순간, 버려진 창고는 야외 영화관이 되었고 화면에는 뜻밖에도 진시아가 강간을 당하는 장면이 담겨있었다.남자의 희열 어린 외침과 여자의 비명이 뒤섞여 귀를 자극했다.화면 속은 아주 형편없었다...이것은 조은혁 일생의 수치이다.손가락이 오그라들고 얼굴 근육은 거의 뒤틀리다시피 일그러졌지만 그는 여전히 애써 미소를 지었다.“어르신 정말 독하시네요. 이건 제 얼굴을 땅에 박고 문지르는 것과 다를 바도 없는데 저에게 조금의 여지도 주고 싶지 않으신 거군요.”“조 대표님, 죄송하게 됐습니다.”말하는 동안, 진시아의 눈가에는 이미 눈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렇게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일들을 다시 직면해야 할 줄 꿈에도 몰랐다. 비록 그녀가 지금 몸을 팔아 먹고산다고 해도 그날 밤은 평생 잊지 못할 악몽이다.“읍읍...”그녀의 얼굴은 눈물범벅이 되었고 조은혁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에는 애원이 가득했다.조은혁이 그녀를 선택해준다면 얼마나 좋을까.조은혁 역시 그녀를 조용히 바라보았고 그녀를 바라보는 그의 눈빛에는 연민의 감정이 담겨있었다. 이는 피할 수 없는 것이다. 일말의 인간성을 가지고 있다면 조은혁은 진시아를 완전히 지나칠 수 없다... 하지만 만약 조은혁이 흔들린다면 이것이야말로 심지철의 뜻대로 넘어가는 것이다.심지철이 원하는 것은 진시아에 대한 조은혁의 죄책감이고 조은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