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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5화

그녀의 뜻을 알아듣고 심씨 어르신이 차갑게 말했다.

"경서가 역겨운 적이 없었다면 니 마음속에 내가 역겨웠나 보구나. 너를 그때 보낸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어. 네가 이해할 줄 알았다. 지금 네가 귀국하고 다시 심씨 가문에 돌아오지 않았지? 하지만 심경서 부부는 이미 파탄이 났어. 경서는 이미 매일 집에 돌아오지 않고 그의 모친도 화병이 났어."

박연희가 반문했다.

"이런 말들은 그 사람에게 해야 되는 거 아닌가요?"

심씨 어르신이 입을 열려고 하던 때 비서가 차를 준비해 들고 앞에 내려놓았다.

"아가씨, 천천히 드세요."

박연희는 자그맣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종래로 차를 마시지 않았다.

심씨 어르신은 찰나의 순간 눈치를 보며 오늘 만나기로 한 목적과 그가 한 결정을 말해줬다.

"내일 범진일 데리고 집으로 들어와 살아. 너는 앞으로도 심씨 가문의 딸이야. 경서부부 일은 너무 걱정하지 마. 그들을 가문 밖에 내보낼 테니까."

...

박연희는 아무렇지도 않게 듣고 있었다. 사실 그녀는 예전에 심씨 어르신을 존경했었다.

그가 그녀를 보호하려 했을 때 그는 정말 의지할 수 있는 좋은 아버지였다.

하지만 지금 그녀의 적으로 변한 순간 심씨 어르신은 냉혹하기 그지없다.

그녀를 심씨 저택으로 부른 건 모두 심경서 때문이었다.

그녀는 희생양일 뿐이었다.

박연희는 낮게 웃으며 어르신을 보며 말했다.

"진짜 딸에 대한 사랑 때문인 건가요? 아니면 심경서에게 나를 갖다 바칠 생각인 건가요?"

심씨 어르신의 얼굴빛이 그대로 굳어 버렸다.

박연희가 눈을 내리깔았다.

"내가 눈치챘나 보네요."

어르신은 자신이 사랑했었던 딸을 바라보았다.

예전에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는 딸이었지만 지금은 자신을 독사로 바라보고 있다.

그는 조금의 사리사욕은 있었지만 모든 건 심씨 가문을 위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지금 그녀를 다시 불러들인 건 앞으로도 심씨 가문의 아가씨로 살 수 있는 기회인데 그녀는 왜 만족하지 않는 것인가.

심씨 어르신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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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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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olin
박연희 응원한다ㅡㅡ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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