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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19화

박연희는 똑똑히 듣지 못했지만 사실 똑똑히 듣고 싶지도 않았다.

그들 사이에 무슨 할 말이 있겠는가?

이혼 전에는 심하게 괴롭히며 역겹게 굴더니 이혼 후에는 돈을 써서 여자를 사고... 그녀와 마주친 후 또 그녀에게 와서 행패를 부린다.

박연희가 얼굴을 옆으로 돌렸다.

“이거 놔요. 제발 자꾸 당신 무시하게 만들지 마요.”

쉽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조은혁은 뜻밖에도 순순히 손을 뗐다.

희미한 불빛 아래 그는 그녀의 희고 고귀한 얼굴을 바라보며 그가 지금 무슨 자격으로 그녀를 가질 수 있겠느냐고 생각했다. 조은혁은 파산 지경에 이르러 한 푼 없는 거지가 되었다... 심씨 집안에서 찾아주는 남자라면 아무 남자나 찾아도 조건이 그보다 백 배나 나을 것이다.

그는 천천히 그녀의 옷을 덮었다.

그러자 조은혁은 떠나지 않았다.

그는 침대 옆에 앉아 윗도리 주머니에서 꼬깃꼬깃한 담배를 더듬어 꺼내고는 떨리는 손으로 담배에 불을 붙였다. 그러나 별로 마시지는 않고 고개를 숙인 채 기다란 손가락 사이 끼워진 희미한 불꽃이 조금씩 꺼져가는 것을 조용히 바라보았다.

그렇게 담배 한 개비가 잿더미가 될 때까지 기다렸다.

이윽고 그는 몸을 기울여 그녀를 바라보았다.

달빛이 물처럼 담담한 빛깔을 그리며 그의 옆모습을 비추어서 한 줄기 깊고 짙은 먹물을 그려냈다.

그는 손을 뻗어 그녀를 건드리고 싶었다.

그러나 허공에 멈춘 손은 쉽사리 떨어지지 않았다.

결국, 그는 떠났다.

한마디도 남기지 않은 채--

...

오랫동안 그는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가끔 장씨 아주머니와 연락하고 진범이도 만나보고 하민희도 안아주며 아이들에게 먹을 것을 사주었다.

하지만 매번 만날 때마다 그는 심씨 저택에서 30분을 넘기지 않고 자리를 떴다.

때로는 박연희도 마주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마주쳐도 그들은 마치 가장 익숙한 낯선 사람들처럼 서로 고개를 끄덕이며 간단한 인사만 나눴다.

“오랜만이야.”라는 말조차 하지 않았다.

이제 끝난 거지.

그들 사이는 정말 완전히 끝났다.

서서히 박연희도 눈치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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