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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17화

...

집안은 온통 난장판이다.

조은혁은 고개를 숙이고 바라보다가 천천히 보온 통을 주워 문 앞에 있는 휴지통에 버렸다.

여자의 동정 따위는 필요 없었다.

그는 매일 술을 마신다.

술에 잔뜩 취해서 몸을 가누지 못하고 술이 깨면 계속하여 박연희의 이름을 부른다.

가끔 그는 그들이 처음 만났을 때 꿈을 꾼다.

술이 깨고 나면

눈앞에는 뜻밖에도 지난번 소녀가 누워있다.

그녀는 조심스럽게 이마의 땀을 닦아주고 고개를 숙이며 목소리를 낮췄다.

“대표님, 방금 계속하여 ‘연희’라고 부르시던데 혹시 대표님께서 좋아하는 사람이에요?”

조은혁은 잠시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멍해 있다가 한참 후에야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내 아내야.”

“그런데 왜 집에 안 가십니까?”

조은혁의 표정이 약간 허탈해 보였다.

잠시 후 그는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불을 붙여 천천히 피우더니 눈시울이 약간 붉어졌다.

“집을 잃고 그 사람도 떠났어.”

소녀는 더 이상 물어볼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녀는 잠시 망설이다가 그의 손바닥을 가져다가 자신의 명치에 놓고는 그에게 천천히 자신을 만지라고 가르쳤다.

조은혁은 검은 눈으로 그녀를 빤히 쳐다보았으나 그녀의 몸을 만지지는 않았다.

여자아이는 입술 판을 깨물며 모깃소리마냥 작은 목소리로 나지막이 속삭였다.

“조 대표님, 저를 가지세요. 제 몸은 그래도... 깔끔해요.”

조은혁은 즉시 손바닥을 빼내었다. 매니저로부터 여자아이가 집이 가난해서 어쩔 수 없이 이곳에서 빠른 돈을 벌고 싶어 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는 주머니에서 수표 한 장을 꺼냈다.

4천만 원이었다.

지금의 조은혁으로서는 매우 큰 돈이다.

그는 수표를 그녀에게 건네주며 담담하게 말했다.

“이 돈은 매니저에게 말하지 않을 거야. 그러니 제대로 된 일자리를 찾거나 고향으로 돌아가 발전해... 젊음으로 남자랑 자면 나중에 후회할 거야.”

여자아이의 눈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수표를 쥐고 있는 손가락이 계속 떨려 났다. 그녀는 무어라 말하고 싶었지만 목소리가 울먹거리며 떨려오는 탓에 아무런 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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