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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15화

이튿날 오후, 법원.

박연희가 막 도착했을 때 조은혁은 이미 먼저 도착해 있었다.

그는 차에 앉아 담배를 피우고 있었는데 검은 머리에 왁스를 바르지 않은 머리, 그리고 몸에 걸친 옷도 어젯밤만 못하고 눈에는 핏발이 서 있어 매우 초췌해 보였다.

차창을 사이에 두고 조은혁이 박연희를 주시했다.

그의 눈에는 미련이 가득했다.

한참이 지나서야 그는 팔을 뻗어 차 문을 열고 그녀와 함께 건물로 들어갔다.

박연희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당신 변호사 있잖아요. 옛날에도 계속 그가 우리를 도와서 이걸 해줬는데.”

조은혁의 눈빛이 그윽한 빛을 내었다.

곧 이혼서류에 도장을 찍을 수 있어서 그런지 그녀는 기분이 좋아 보였다. 뜻밖에도 먼저 그에게 말을 꺼내기도 하고... 심지어 꽤 긴 한마디였다. 예전에는 침대에 눌러 그녀를 심하게 괴롭혀도 한 마디도 털어놓지 않았는데 말이다.

그는 뜨거운 눈빛으로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좀 더 말해봐, 연희야.”

박연희는 조은혁이 미쳐버렸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더 이상 입을 열지 않고 작은 입을 꼭 오므렸다. 그러나 이렇게 해도 그는 그녀가 귀엽다고 느껴졌다.

마음이 급해진 조은혁은 갑자기 박연희의 손을 덥석 잡았다.

“조은혁 씨.”

박연희의 목소리는 차갑고도 노기를 띠었다.

“이제 곧 이혼할 마당에 이게 맞다고 생각해요?”

그러자 조은혁은 무표정한 얼굴로 반박했다.

“넌 아직도 내 아내야.”

그러나 박연희가 직접 그의 손을 뿌리쳤다.

나중에 이혼 증서를 만들 때도 그녀는 내내 냉담한 표정을 지었다.

직원들이 모두 쳐다보고 있는데--

보아하니 남자는 미련이 가득 남았지만 여자는 이미 마음 정리가 끝난 상태인듯싶었다.

그들을 맡은 직원은 업무 효율이 높은지라 작년에는 우수사원 자리도 얻게 되어 데이터를 입력하는 속도가 매우 빨랐다... 어쨌든 이혼 처리하러 온 사람은 1초라도 빨리 떠나는 게 좋기 때문이다.

이를 보던 조은혁이 눈살을 찌푸렸다.

“저희 안 급해요.”

그러자 박연희가 덩달아 입을 열었다.

“전 급해요.”

직원들이 그들을 바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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