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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14화

조은혁은 그저 희미한 미소만 지을 뿐이었다.

역사책은 항상 승자가 쓴 것이다.

심지철은 지독한 사람으로서 그의 뺨을 한 달 동안이나 호되게 때렸는데 인제 와서 갑자기 단맛을 주었다.

아니나 다를까, 심지철의 요구는 그가 박연희와 이혼하는 것이었다. 혜택이라면 북방의 대규모 에너지 프로젝트인데 반쯤 죽은 JH 그룹을 회생시키기에는 충분한 제안이었다.

조은혁은 그의 말을 자세히 듣더니 조용히 입을 열었다.

“이혼할게요. 하지만 당신이 말한 혜택은 받고 싶지 않습니다. 저 조은혁, 감옥에서 나와 자수성가할 수 있었다면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심지철의 눈빛이 횃불처럼 불타올랐다.

“자네는 자기가 아직 30대 초반이라고 생각하는 건가?”

조은혁은 그의 풍자를 아랑곳하지 않고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사실 여기까지 오면서 그는 정말 많은 생각을 했었다. 심지철과 담판을 진행하고 여러 가지를 생각해 보았지만 결국 그는 박연희와의 결혼이 장사가 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그녀는 항상 그들의 시작이 속임수로 가득 차 있다고 말한다.

그러니 끝날 땐 좀 더 아름답게 끝내고 싶었다.

그는 또 박연희가 심지철의 서재에 자주 찾아오지 않을까, 그렇다면 그가 앉는 이 자리가 그녀가 자주 앉는 자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을 하다 보니 그는 어느새 저도 모르게 손가락을 펴 소파 등을 쓰다듬었다.

“경서도 여기 앉는 걸 좋아하더라고.”

그 순간, 조은혁은 어루만지던 손가락을 거두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서재 문으로 걸어갔다가 걸음을 멈추고 몸을 돌려 심지철을 바라보았다.

“그 유리 등, 저에게 줄 수 있습니까?”

심지철은 별말 없이 등불을 떼어 그에게 주었다.

조은혁은 분홍빛 유리 등을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었다. 그 부드러운 분홍빛은 마치 어린 소녀의 수줍음과 귀여움을 담고 있는듯했고 유리 등을 만지고 있자니 마치 박연희의 손바닥을 만지는 것 같았다.

그는 낮은 목소리로 감사를 표했다.

큰 몸으로 어둠 속으로 발을 들여놓으니 뒷모습은 적막하기만 했다.

심지철은 한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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