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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12화

조은혁은 별다른 행동은 하지 않았다.

그의 넥타이는 박연희의 가는 손목을 묶고 있었고 그녀는 온몸이 그의 품에 안겨 꼼짝도 할 수 없었다. 조은혁이 이미 그녀의 옷의 반쪽을 열어놓았기 때문에 그녀는 더욱 사람을 부를 면목이 없었다.

그는 그녀의 몸 위에 엎드린 채 달빛을 따라 한 줄기의 빛깔을 띤 검은 눈동자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한참이 지나 그는 천천히 몸을 숙여 그녀의 품에 기대었다.

키가 크고 건장한 몸을 가진 조은혁과 달라 박연희는 가냘프고 작은 덩치를 가졌다. 그렇게 그는 그녀의 어깨에 기대어 답지 않게 나약함을 보였고 그 나약함은 두려움과 공포감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는 항상 자신이 있었고 박연희가 아무리 소란을 피워도 정말로 그를 떠날 수 없다고 믿었었다. 왜냐하면, 그는 권세가 있으니까. 모든 수단을 다 써서 그녀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으니까.

그런데 이젠 모든 것이 그의 예상을 벗어나기 시작했다. 심지철이 박연희의 아버지가 된 것이다.

심지철로 말하자면 그는 무서울 정도로 강한 존재이다.

조은혁은 현재 자신의 모든 적금으로 내기를 건 것이다.

지는 것은 두렵지 않았다. 모든 것을 잃는 것도 두렵지 않았다. 하지만 가장 두려운 것은 모든 것을 잃어도... 그의 연희는 여전히 그를 떠날 거라는 것이다.

그가 재기했을 때는 이미 오랜 세월이 흐르고 당시 그는 40을 넘겼지만 박연희는 이제 서른도 채 되지 않아 한창 젊을 때였다.

그는 그녀의 얇은 어깨 위에 엎드려 거의 들을 수 없을 정도로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미안해.”

박연희는 대답하지 않았다.

조은혁은 박연희가 여전히 그를 탓하고 있고 용서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윽고 그는 얼굴을 박연희의 목 안으로 옮겨 그녀와 매우 밀착한 상태에서 오뚝한 콧날을 그녀의 섬세한 피부를 받치고 끊임없이 이 몇 글자를 중얼거렸다...

조은혁은 박연희에게 말하지 않았다.

그와 심지철의 사이는 겉보기에는 비슷한 기량의 싸움 같았지만 사실 심지철이 훨씬 뿌리가 깊고 겉으로도 이미 강노의 끝자락에 이르렀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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