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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4화

날이 어슴푸레 밝아오고 유선우는 본가에 다녀왔다.

경비원은 문을 열어다가 뜻밖의 인물에 잠깐 넋을 잃고 말았다. 왜냐하면, 유선우는 이미 3년 동안 집에 돌아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윽고 검은색 벤틀리 차가 주차장에 천천히 멈춰 섰다.

유선우는 차에서 내려 문을 닫은 뒤, 주위의 모든 것을 쭉 둘러보기 시작했다.

오래된 냉랭함과 함께 낡은 주택은 이미 생기를 잃어버렸고 주택 주위에는 무겁고 살기가 가득한 기운이 맴돌았다... 어르신께서는 생전 분명 시끌벅적한 분위기를 가장 좋아하셨는데 말이다.

별장 안의 고용인은 아직 일어나지 않은 모양이다.

이윽고 유선우는 홀에 들어섰고 그의 구두가 깨끗한 마룻바닥을 밟으며 경쾌한 소리를 내었는데 커다란 홀 안에 울려 퍼지는 구두 소리가 더욱 허전하고 쓸쓸한 느낌을 주었다.

작은 법당 안에는 어르신의 사진이 놓여 있었다.

어르신은 여전히 환한 미소를 띠고 있었고 유선우는 미련이 가득한 듯 손가락으로 할머니의 사진을 조심스레 어루만지며 속삭였다.

“아버지께서 돌아오셨어요. 얼굴이 아주 좋아 보이니 이제 마음 놓으세요.”

그러나 그에게 돌아온 대답은 사진 속의 찬란한 웃음뿐 세상을 뜬 사람은 영원히 돌아올 수 없다.

어르신의 사진을 보노라니 마음 한편이 쓰라려 왔다.

그는 어르신께 향을 피우며 이안이가 100살까지 장수할 수 있도록 보우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러고 나서 찬란하면서도 환히 빛나는 그 미소를 바라보며 축축이 젖어 든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할머니께서도 제 선택을 존중하겠죠?”

“선우야!”

그때, 함은숙이 다급히 2층에서 뛰어 내려왔다.

그녀는 계단 위에 서서 믿기지 않는다는 눈길로 눈앞의 광경을 바라보았다. 자기 아들이 정말 다시 돌아왔다는 것이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 감격에 겨운 나머지 유선우를 부르는 그녀의 목소리는 한없이 떨려왔다.

유선우도 고개를 들어 함은숙을 바라보았지만, 함은숙의 감격에 비해 그의 눈빛은 낯선 사람을 쳐다보는 것 마냥 냉담하기 그지없었다.

그는 자단 상자를 내려놓으며 입을 열었다.

“앞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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