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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2화

조은서는 곧바로 집에 돌아가지 않았고 조용히 차 안에 남아 오늘 밤 접한 소식들을 천천히 곱씹었다.

깊은 밤, 이제 집에 돌아가려고 준비하던 그때, 차 앞에 익숙한 모습이 나타났다. 다른 사람이 아닌 바로 오늘 밤 조은서와 조은혁이 토론하던 대상... 박연준이었다.

그는 깊은 밤에도 여전히 단정한 옷차림에 신사적인 모습이다.

올백 머리에 영국식 양복 차림.

박연준은 차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조은서를 가만히 바라보았는데 현재의 그는 아마 모든 위장을 벗어던진 후일 것이다... 현재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은 두 사람 모두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조은서는 박연준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눈가가 촉촉이 젖어 들기 시작했다.

이윽고 그녀는 갑자기 액셀러레이터를 힘껏 밟았다.

박연준은 흰 스포츠카가 자신을 향해 맹렬히 다가오는 것을 물끄러미 지켜보며 전혀 피하려는 기색이 없었다. 그 순간, 그의 눈빛은 복잡함의 극치에 달아올랐다….

최근 몇 년간 그의 몸부림은 아무도 모를 것이다.

그는 조은서를 사랑하게 되었다. 다른 사람의 아내를 사랑하게 되었다.

사실 그는 몇 번이나 조씨 가문의 사람들을 몰살시킬 수 있었지만 차마 손을 쓸 수가 없었다... 조은서를 사랑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좋아해서는 안 될 여자를 사랑하게 된 것이다.

그는 가장 저급한 잘못을 저지른 것이다. 조승철이 죽고 그는 원래 조은서의 곁에서 사라져야 했지만 그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이윽고 귀가 째지는 듯한 브레이크 소리와 함께 차가 급하게 멈춰 섰다.

차 안에 앉아있는 조은서의 가느다란 손가락은 핸들을 꽉 잡고 있었고 온몸이 부들부들 떨리며 다리가 후들거렸다... 조은서는 여전히 차 앞에 서 있는 남자를 물끄러미 바라보았고 그를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 속에는 이제 낯선 감정만 남아있었다.

그 순간, 조은서는 박연준의 사랑을 눈치챘다.

하지만 박연준에 대한 조은서의 마음은 오직 원망만이 남아버렸다...

*

조은서가 진이 정원에 돌아올 땐 이미 밤 열 시가 다 되어갔다.

심정희는 밤늦게까지 돌아오지 않는 조은서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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