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볍게 쥐었지만 남자의 기세가 확연히 느껴졌다.조은서는 저도 모르게 눈을 맞췄다.시선을 올린 순간 유선우의 짙은 눈동자에 무언가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시선이 얽히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동시에 그날 밤의 일을 떠올렸다. 조은서의 손목을 단단하게 고정시켜 베개 사이에 가두고 함부로 취했던.이들 사이의 추억이라고는 상처, 아니면 베개 사이의 일뿐이었다. 추억이라 칭하기도 민망한...조은서는 썩소를 내비쳤다.조금 발버둥 쳐 보고는 목소리를 더 낮게 깔았다. “선우 씨...”유선우는 여전히 조은서의 눈을 뚫어지게 보는 중이었다. 그도 조은서에게 응답하듯 목소리를 낮게 깔았다. “나도 선 넘은 거 알아. 하지만, 하지만... 은서야. 네가 저 사람에게 가 버릴까 두려워...”조은서의 기분이 더러워진 것을 아는 유선우는 더 이상 아무 말도 꺼내지 않았고 그저 그들을 배웅해 줬다.심청희가 유이안을 데리고 먼저 차에 올랐다.조은서가 차에 오르려는 순간이었다.“저녁에 이안이 보러 갈게.”우물쭈물하며 대답을 쉬이 내놓지 못하자 유선우가 바짝 따라붙었다. 그러나 목소리만큼은 부드럽고 다정했다. “그냥 이안이만 보고 싶은 건데... 안 돼? 은서야, 너도 알잖아. 내가 얼마나 보고....”허락이 떨어졌다.조은서가 차에 올라타는 순간, 유선우가 차 문 위를 막아 주었다. 젠틀했고 선은 넘을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멀어지는 차를 보는 유선우의 얼굴에 다시 무표정이 떠올랐다.“무슨 방법을 쓰든 유이안의 진료기록을 파악해, 저녁 전으로.” 유선우가 뒤에 있는 진 비서에게 내린 임무였다.진 비서의 눈에는 아직 눈물이 들어차 있었다.그녀도 엄마였다. 출산 이틀 뒤, 하와이에서 온 선물이 있었는데 조은서가 약속을 지키려고 보낸 선물이었다. 그러므로 그 빚을 갚으려 하는 것이다.선물은 아주 고급스러웠다. 자그마치 진 비서의 십 년 치 월급이었다나...하지만 만약 그녀를 선택의 갈림길에 놓는다면, 차라리 조은서가 그런 아픔을 겪기 전으로... 유선우를
유선우의 말은 조은서의 눈망울을 적시기에 충분했다.조은서는 문을 닫고 카디건을 가볍게 정리하며 밉지 않게 쏘아붙였다. “이제 그 일들을 되새겨 봤자 의미 없어요! 선우 씨, 그건 다 지나간 일일 뿐이에요.”유선우가 곧바로 물었다. “그럼 뭐가 의미 있는데?”유이안의 장난감을 다른 쪽으로 고쳐 들었다. 조은서가 아무 반응이 없는 사이에 어느새 현관에 도착했다.그 순간, 빛이 들어오고 조은서의 조화롭다 못 해 조각한 것 같은 이목구비를 비췄다.유선우는 빨려들어갈 것 같은 깊은 눈으로 조은서를 한참이나 봤다. 잠시 가만히 있던 조은서가 몸을 돌린 순간이었다.“선우 씨!” 조은서의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한 목소리였다.유선우가 약간의 힘을 실어 조은서의 가느다란 허리를 끌어안은 후에 터져 나온 말이다. 그녀의 말에 아랑곳하지 않고 살살 쓰다듬던 유선우는 조은서가 몸을 떨면서도 그를 밀어내지 않는 이유 따위를 이미 알고 있었다. 그와 밤을 보내려 찾아온 것이기에, 조은서의 입장에서는 밀어낼 이유가 없었다.유선우는 조은서에게 표정을 들키지 않으려 등에 얼굴을 묻었다. “이번에는 얼마나 있을 거야?” 흔한 부부처럼 말 걸었다.“두세 달이요. 주위에 체인점 몇 개만 차리면 다시 돌아갈 거예요.”조은서의 목소리가 떨렸다. 단어마다 여성스러움이 묻어 나왔다. 슬슬 긴장돼 밀어내려는 조은서의 허리를 단단히 감싸고는 벗어나려는 노력조차 하지 못하게 막았다. 유선우가 재킷 주머니에서 자그마한 물건을 꺼내 보였다.그 진주 귀걸이였다.조은서를 끌어안은 채 귀에 그것을 걸어 주며 다정하게 말했다. “어제 내 차에 흘렸던데, 다른 한 짝은 어디 있어?”시선이 신발장 위의 반짝이는 것에 닿자 그것마저도 조은서를 대신해 걸어 주었다.떨어지기 아쉬운 듯 귓불을 살짝 쓰다듬다 손을 뗐다. 전 남편의 행동이라고는 볼 수 없을 정도의 애틋함이었다. 그 일련의 과정 중 조은서는 그저 품 안에서 떨고 있을 뿐이었다. 조은서의 귓바퀴 뒤로 간 유선우가 한껏 낮아진
조은서의 목소리가 떨렸다.그러고는 멍하니 아무런 말도 섣불리 꺼내지 못했다.이런 모습을 본 유선우의 가슴 한편이 찡해 왔다.그는 더 이상 조은서를 몰아붙이지 않고 이마를 맞댄 채 낮게 말했다. “은서야, 너만 괜찮다면 다시 시작하지 않을래? 나에게 너와 이안이를 곁에서 보살필 기회를 줘... 응?”이렇게까지 비참해진 유선우는 과거 그가 떠날 때를 떠올리게 하기에 충분했다. 그저... 꿈일 뿐이었다.그들이 대화하는 도중, 유이안이 깼다. “엄마!”유이안은 원피스 잠옷을 입은 채 베개를 끌어안고 맨발 차림으로 뛰쳐나왔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아파트가 따뜻했다는 것 다는 것이었다.엄마, 아빠가 안고 있는 것을 본 유이안이 눈을 몇 번 깜빡였다. 동그란 머리와 작은 몸이 유난히 귀여웠다.유선우가 조은서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나중에 다시 얘기해.”그와 동시에 조은서를 안고 있던 팔에 힘을 풀어 조은서를 놔 주고는 유이안에게 걸어가 안아 들었다.저녁 여덟 시경이었는데 유이안이 배고플 것이라 짐작한 유선우가 유이안에게 물었다. “뭐 안 먹을래? 아빠가 맛있는 거 해 줄까?”아직 살짝 멍한 것을 보니 아직 잠이 덜 깬 모양이었다.유이안이 얌전히 유선우의 어깨에 기대 목에 팔을 감았다.그에 유선우의 기분이 녹아내리는 것 마냥 말랑해졌다. 시선을 조은서에게로 맞춘 유선우가 낮게 일렀다. “방 정리하고 있어. 내가 잠깐 달랠게.”조은서가 방에 들어서자마자 화장실로 향해 세수를 했다.눈을 들어 귀에 걸린 귀걸이를 살짝 만져 보았다. 무의식적으로 유선우가 무언가 알고 있는 것 같다 느꼈지만 또 그런 것 같지는 않았다.그도 어딘가 바뀐 것 같았다.더 이상 거칠게 굴지 않았고 밀당에 능해졌다. 아까 일련의 스킨십 중 분명히 느껴졌다. 분명 원하고 있었다. 하지만 더욱 확실했던 건 둘 다 아무도 만나지 않는 상황일 때마저 조은서에게 아무 짓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다정하고 따뜻한 사람인 것 같았지만 사실 그녀에게 거리를 두고 있었다.다시
애가 보는 앞이라 조은서는 대답하기 힘들었다. 유선우는 조은서를 봐주기로 하고 최대한 목소리를 낮춰 말한다.“즐기는 사이니 뭐니 그런 말 하지 마. 너 그런 여자가 아니야.”조은서는 담담하게 말한다.“사람은 변하는 거예요.”유선우는 눈을 들어 조용히 그녀를 지켜보았다. 갑자기 조은서도 이미 29살이 되었다는 것이 생각났다. 이미 성숙한 여인이다. 남자가 가질 수 있는 욕망을 여자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더욱이 이 몇 년 동안 홀몸으로 지내지 않았던가?외로울 때 곁에서 자신을 보살펴주는 남성이 있다면 그런 일이 발생한다는 것도 극히 자연스러운 일이 아닌가?남자의 자존심은 따지는 것을 절대 허용하지 않는다. 하여 분위기는 차갑게 내려앉았다. 유선우는 부드럽게 아이를 돌보고 있고 조은서는 소파에 앉아 핸드폰으로 사무를 처리하고 있다. 더원은 국내에 이미 200여 개의 체인점이 있다. 조은서도 나름 바쁘게 지내고 있었다.이때 이안이는 작은 머리를 갸웃거리며 유선우에게 묻는다.“엄마가 왜 그런 여자가 아니야?”…저녁을 먹고 유선우는 이안이와 오랫동안 놀아주었다. 떠날 때는 이미 자정이었다. 조은서는 그를 바래다주려고 따라나섰다. 대문이 천천히 닫히자, 유선우는 조은서의 정교한 얼굴을 보면서 낮은 소리로 말한다.“며칠 있으면 추석이야, 이안이를 내가 있는 곳으로 데려가서 명절을 쇠려고 하는데 괜찮아?”조은서는 한 치의 주저함도 없이 바로 승낙하였다. 유선우는 그런 조은서의 태도에 묻는다.“그렇게 쉽게?”왜서일까?...한참 지나서 조은서는 그의 물음의 의도를 알 수 있었다. 조은서는 담담하게 웃으면서 말한다.“이안이가 당신을 좋아해요. 그리고 또 이안이도 아빠의 존재가 필요해요. 내가 그렇게 이기적인 사람은 아니에요.”“그런데 그때는 왜 그렇게 가버렸어?”조은서의 깊은 눈매는 대문 불빛 아래에서 더욱 고통스럽게 보였다. 갑자기 불어온 한 가닥의 바람에 조은서는 몸에 두른 숄을 앞으로 끌어모았다. 그녀의 얼굴은 여전히 창백
”친손녀 딸이라?”“데려오라고…”유선우는 함은숙의 말을 곱씹으면서 눈가에는 비웃음으로 가득하다.다시 눈을 들 때는 날카로운 얼굴이었다. “조은서한테 어떻게 하셨는지는 기억하세요? 저보고 애를 데려오라고 하면 은서는 어떡해요? 두 사람이 떨어져서 지내라고요? 당신 것 아닌 거에는 욕심내지 마요. 제가 당신을 그곳에 한평생 안 처박아둔 것에 감사하면서 사세요. 그리고 다시는 여기로 오지 마요.”오랫동안 묵혀왔던 상처가 다시 찢어졌다…함은숙은 자기 아들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한참 지나서 그녀는 웃으면서 말한다.“너는 와도 되는 곳이고?”필경 친 모자지간인지라 어떻게 하면 더 아프게 상대를 자극할 수 있을지 어떻게 하면 상대의 가슴에 정확히 칼을 꽂는지 잘 알고 있었다. “유선우, 네가 여기에서 살면서 좋은 남편, 좋은 아빠인 척을 하면 은서가 널 용서하고 네 곁으로 돌아올 것 같아?”함은숙은 큰소리로 웃으면서 말한다. “은서는 절대 못 잊을 거야. 그리고 은서는 너의 곁으로 돌아오지 않을 거야.”“네가 은서한테 무슨 짓을 했는지 내가 말해줄까? 넌 금방 애를 낳은 은서를 그런 곳에 버려두어 죽든 살든 나 몰라라 했지? 겉으로 봐서는 병치료이지만 그 오랫동안 왜 안 들어가봤어? 넌 마음이 일그러졌고 변태야. 넌 은서를 망칠지언정 은서를 놓아주려고 하지 않았어.”“내 말이 맞지?”“지금 밖에 있는 수많은 남자가 은서를 엿보고 있는데 걔가 왜 자신에게 죽도록 깊은 상처를 준 너의 곁으로 돌아가겠니? 은서는 널 안 받아줘. 은서는 널 갖고 놀다가 네 진심을 발로 짓밟아버릴 거야. 그때 네가 은서한테 했던 것처럼. “…불빛 아래에 앉아있는 유선우는 아무 표정이 없다.한참 지나 함은숙이 아픈 유선우의 가슴을 다시 들쑤시는 것에 성공한 줄 알았는데 유선우가 가볍게 말한다. “제가 좋아서 하는 거예요.”함은숙은 그 말을 믿을 수 없다. 반나절이 지나 그녀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낮은 소리로 끊임없이 같은 말만 중복한다.“유문호, 당신같이
3일 후 그들은 한 자선 파티에서 만났다. 유선우는 늦게 도착하여 조용히 자리를 찾아 앉았다. 방금 비즈니스 접대를 마치고 달려온 유선우는 자리에 앉자마자 조은서부터 찾기 시작하였다. 한 지점에서 그의 시선이 불현듯 멈췄다. 유선우는 조은서가 어떤 남자하고 어깨를 가지런히 하고 앉아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그들은 머리를 맞대고 낮은 소리로 뭔가를 상의하고 있는 듯하였는데 두 사람은 아주 친근해 보였다. 그 남자를 유선우는 알고 있었다. 하와이의 반성훈 대표이다. 좀 지나 그 반 대표는 경매 중인 10억 가까이 되는 레드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낙찰 받았다. 아주 눈부신 귀중한 물품이었다. 귀중한 보석을 미인에게 선물하고 낙찰에 성공한 그 남자는 아주 의기양양하였다. 무대 아래에 있는 조은서는 미소를 지으며 박수를 보냈다. 반성훈은 시간이 촉박한지 이례적으로 먼저 낙찰품을 받았고 그 뒤 조은서와 함께 테라스로 향했다… 너무 흥분한 탓인지 조은서는 유선우가 다가오는 것을 발견하지 못했다. 테라스의 밤바람이 얼굴을 어루만지고 있다…조은서는 샴페인 한 잔을 들고 조용히 웃으면서 말한다.“낙찰에 성공한 것을 축하드려요. 지혜가 많이 좋아하겠네요.”반성훈은 조은서와 잔을 부딪치며 감개무량하여 말한다.“뜻밖으로 순조롭게 진행되었어요. 지혜가 안 와서 좀 아쉽긴 하지만요.”말하면서 그는 보석이 담긴 케이스를 조은서에게 넘겨주었다. “번거롭게 해서 미안하지만 이건 지혜에게 전해줘요. 저는 오늘 밤 전용기를 타고 하와이로 돌아가야 해서요. 내일 아침에 중요한 미팅이 있어요.”반성훈은 웃으면서 이어서 말한다. “어렵게 시간을 내서 왔는데 지혜는 얼굴도 안 보여주네요.”그들이 지금 냉전 중인 것을 조은서는 알고 있었다. 조은서는 임지혜를 대신하여 보석을 받았고 그녀는 케이스를 열어보고 한참 뒤 웃으면서 말한다.“이 아이를 보면 아무리 큰 화도 누그러들 거예요.”반성훈은 임지혜를 떠올리면서 저도 모르게 웃음을 지었다. 전에 반성훈은 조은서에게 뜻이
한참 동안 수다를 떨다 보니 시간이 가는 줄 몰랐다. 헤어질 때 거의 10시가 되어있었다. 서미연의 차가 먼저 떠났다. 조은서는 호텔 문 앞에 서서 몸에 두른 숄을 정리하고 나서 몸을 돌려 차에 오르려고 했다. 이때 비싼 외제 차 한 대가 그녀의 옆에 멈추더니 뒷좌석이 열리면서 한 남성의 팔이 불쑥 튀어나와 다짜고짜 조은서를 차 안으로 끌어당겼다. 그 바람에 조은서는 어떤 남성의 품에 안기게 되었다…익숙한 남성의 체취로 인하여 조은서는 그가 누군지 바로 알아차렸다. 그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외쳤다.“유선우 씨.”유선우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유선우는 조은서의 가녀린 허리를 몸으로 끌어당기는 한편 한 손으로는 버튼을 누르자 뒷좌석과 앞 좌석의 연결 부분에서 검은색 유리창이 솟아올랐다. 그것도 방음 유리였다…밀폐된 공간에는 숨 쉬는 소리만 들려왔다. 그리고 유선우의 음울한 눈빛도 있었다.조은서의 빨간 입술이 살짝 떨리면서 물었다. “뭐 하자는 거예요?”유선우는 조은서의 가녀린 허리를 만지작거렸다. 그녀의 어깨에 둘렀던 캐시미어 숄이 흘러내리자 가느다란 끈만 걸쳐진 어깨가 보였다…보드라운 살결이 아주 유혹적이다!유선우는 조은서의 하얀 팔목을 쓰다듬으면서 잠긴 목소리로 물었다. “호텔로 갈까?”조은서는 동그래진 두 눈으로 그를 바라보면서 유선우가 대체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하려고 했다. 조은서의 눈빛을 받으며 유선우는 또 다시 낮은 소리로 말한다.“호텔로 갈 거야.”조은서는 내숭 없이 거절하지 않았다. 조은서가 B시로 돌아온 이유가 바로 유선우와 잠자리를 가져 아기를 낳는 것이다. 어디서 잠자리를 가지든 다 똑 같은 것이다. 호텔도 마찬가지고.그 뒤로 유선우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의 표정은 심지어 무섭기까지 하였다. 조은서는 서미연의 말이 떠오르면서 이 남자가 오랫동안 금욕을 해 온 관계로 이상이 생기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조은서는 더는 유선우를 건드리지 않고 조용히 옆에 앉아있었다…두 사람의 모습은 쾌락을 찾
조은서는 선택할 여지가 없다. 그녀는 유선우를 꼭 부둥켜안았다. 안 그러면 침대에서 떨어질 수 있었다. 유선우의 몸은 몹시 뜨거웠고 조은서의 심장은 뛰어나올 것만 같았다…유선우는 조은서의 목덜미를 잡고 그녀의 시선을 자기 얼굴에 고정시켰다. 두 쌍의 눈이 마주쳤다. 유선우의 까만 눈동자에는 여자에 대한 욕망과 함께 알아보기 힘든 한 가닥의 자제가 엿보였다. 두 눈동자는 먹물을 풀어놓은 바다같이 끝없이 깊다. 유선우는 낮은 소리로 물었다. “몸은 다 회복된 거야?”의문 구인 것 같지만 사실은 진술이다. 조은서의 몸매는 출산 전보다 훨씬 매력적이었고 남자의 손바닥에 전해오는 촉감은 절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조은서는 거의 우는 목소리로 낮게 말했다. “말하지 마요.”유선우는 조은서의 목덜미를 잡고 아주 깊게 키스를 하였다. 마치 그녀를 통째로 삼켜버릴 듯 강렬하였다. 그의 몸에서 전해오는 옅은 담배냄새마저 그녀의 몸속으로 침투하려고 기를 쓰고 있다…갑자기 유선우는 모든 행동을 멈췄다. 유선우는 조은서를 품에 안고 머리를 숙여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이런 느낌을 즐기는 듯한 또한 버릇 같기도 한 그런 모습이 보였다… 그 순간 유선우의 머리속은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유선우는 조은서를 풀어주었다. 침대가에 앉아 바지를 주워 입은 유선우는 바지 주머니에서 담뱃갑을 꺼내어 담배 한 개비를 털어냈지만 불은 붙이지 않은 채 그대로 입에 물고 사색에 잠겼다…전에는 담배를 절대 참은 적이 없다. 조은서는 대충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유선우는 이안이가 병에 걸린 사실을 알았기에 조은서를 데리고 호텔로 왔고 조은서와 잠자리를 하려고 했다…하지만 갑자기 왜 멈췄는지는 그녀도 알 수 없었다. 이날은 조은서의 가임기이며 오늘이 지나면 생리기가 지나기를 기다려야만 했기에 조은서는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하여 설령 두 사람 사이에 많은 응어리가 있다 쳐도 풀지 못하는 많은 오해가 존재하더라도 그녀는 유선우의 등 뒤로 다가가 살며시 그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