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씨 가문 주택.심정희는 그녀가 온다고 아침 일찍부터 마트에 다녀왔다. 가장 신선한 통뼈와 죽순을 사다가 국을 끓여 그녀에게 몸보신해 주려고 했다. 조은서가 과일을 씻자 심정희는 그녀를 향해 소리쳤다. “임신한 몸으로 앉아서 쉬기나 해! 내가 씻어주면 되잖아?”조은서는 웃으며 말했다.“이제 겨우 3개월밖에 안됐어요. 괜찮아요.” 아이 얘기를 꺼내자 심정희는 흠칫했다. 그녀는 사과를 조은서에게 건네주며 재삼 망설이다가 물었다. “도대체 어쩔 생각이니? 지난번에 임지혜한테서 들었다. 하와이에 가게를 차린다며? 어떻게 된 일이니?”조은서는 새콤달콤한 사과를 살짝 깨물었다.한참 후, 그녀는 작은 소리로 말했다. “그럴 계획이에요. 하와이에 친구가 있는데 서미연 사모님께서 소개해 준 사람이에요. 믿을만한 사람이죠... 오빠가 풀려나오면 함께 하와이로 가서 정착하려고요. 전 이미 여권 신청하고 있어요.”그녀와 유선우 사이에 있은 일에 대해 심정희는 어느 정도 눈치챘다. “하지만 유선우는... 하와이에서 발전하려고 하지 않을 거야.”조은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더 가벼워진 목소리로 말했다.“맞아요. 그는 가지 않을 거예요.”......저녁 무렵, 유선우는 퇴근하고 친히 조은서를 데리러 왔다. 그는 조씨네 가문의 냉대를 받았다. 차 한 모금조차도 마시지 못했고 조승철 부부는 그를 차갑게 대했다. 그러나 유선우는 묵묵히 받아들인 채 조금도 불쾌한 기색을 내보이지 않았다. 두 사람은 아래층으로 내려가 차 앞으로 걸어갔다. 서쪽 하늘을 물들여가는 노을을 만난 검은색 롤스로이스는 더없이 고운 빛깔을 드러냈고 조은서의 얼굴은 노을에 은은한 오렌지색으로 물들어 부드럽고 고요한 분위기를 풍겼다.차 안에 앉아 유선우는 벨트를 매어주다가 그만 참지 못하고 그녀에게 키스했다. 조은서는 그를 받아주기 싫었다. 그녀는 앙증맞은 얼굴을 옆으로 돌리며 조용히 입을 열었다.“피곤해요. 얼른 차 몰고 집으로 가요. 쉬고 싶어요.”평소에 유선
유선우는 핸들을 잡은 손바닥을 꽉 쥐었다.하지만 얼굴은 덤덤한 채 입을 열었다.“그쪽에서 출산하는 건 생각해 볼 수 있어. 그러나 일은 좀 쉬어가면서 해. 임신 전후기에 임산부들이 많이 고생한다고 들었어... 유 대표 사모님, 나는 네가 고생하는 게 싫어.”조은서는 덤덤하게 웃었다. ...저녁, 유선우는 서재에서 회사 일을 처리했다. 조은서는 씻고 나와 화장대 앞에 앉아 스킨을 바르고 나서 서랍을 살짝 열었다. 그 안에는 그녀의 중요한 서류가 들어있었다...반 대표의 도움으로 그녀는 이미 하와이의 영주권을 발급받았다. 이제 여권만 발급받으면 그녀와 아이는 하와이에 정착할 수 있다. 다시는 B시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그녀는 이미 심사숙고를 마친 후에 결정을 내린 것이다. 그리고 유선우가 당분간 그녀를 놓아주지 않을 것이라는 것도 잘 알기 때문에 그녀는 계획을 세웠다... 아이의 명분으로 별거하고 그렇게 시간이 흐르면 유선우는 자연스럽게 외로워질 것이고, 그러면 그는 예전처럼 업소를 돌아다니며 여러 여자를 찾아 즐길 것이다. 그렇게 또 몇 년이라는 시간이 지나다 보면 그는 새로운 가정을 꾸리고 싶어 할지도 모른다.마침 문어구에서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 조은서는 급히 서류를 치우고 서랍을 닫은 후에야 일어나려고 했는데 유선우는 이미 그녀의 곁으로 다가왔다. 그는 몸을 기울여 등 뒤로 그녀를 끌어안더니 얇은 입술로 그녀의 귓가에 부드럽게 입을 맞췄다 . 욕구를 참느라고 잠긴 목소리가 귓가로 스며들었다. “뭐 보고 있었어?”“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만 자려고요.”......유선우는 그녀를 움직이지 못하게 잡은 채 그녀를 데리고 거울을 바라봤다. 그는 그녀가 두 눈으로 직접 그의 손끝이 스치면서 가운의 벨트가 천천히 풀어지더니 드러난 새하얀 살결을 보게 했다. “유선우 씨!”조은서는 급히 가운을 여미려 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가늘게 떨렸다. 유선우는 침대에 앉아 그녀를 안아 올리더니 자신의 다리에 앉혔다... 그는 불룩해진 그녀의
고용인은 이지우를 접대실로 모셨다. 그리고 그녀에게 차를 올릴 때 매우 조심스러웠다. 차를 권하는 소리마저도 매우 가벼웠다. 이지우는 아마 여주인이 임신했기 때문에 그녀들은 유난히 더 세심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조은서가 임신할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그들은 사이가 좋지 않은 것 같은데, 이제 막 재혼했는데 조은서가 아이를 가지다니?밖에서는 여전히 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있었다...웬지 모르게 기분이 좋지 않았다. 이때, 접대실의 문이 열리자 이지우는 문득 고개를 올렸다. 유선우가 보였다. 그는 문 앞에 선 채 들어오려는 기미가 없어 보였다. 그의 얼굴에는 바람기가 없어졌고 눈빛에 더는 멜로의 흔적도 남아있지 않았다. 그의 가정적인 모습은 정말 좋은 남편이자 좋은 아빠처럼 보였다!유선우는 문을 잠가버렸다. 아마도 그들의 대화를 고용인이 듣고 조은서한테까지 전해지는 것을 바라지 않는 모양이었다...이지우는 가슴이 더욱 아파 났다. 그녀는 여자의 자존심마저 버리고 그에게 직설적으로 물었다. “선우 오빠, 오빠가 그녀를 그렇게도 신경 쓰는 게 그녀가 임신해서예요? 만약 그녀가 임신하지 않았다면 우린... 가능성 있어요?”“없어.”유선우는 하얀 담배 한 대를 꺼내 입에 물더니 고개를 숙여 불을 붙였다. 목젖이 오르내리며 연청색의 담배 연기가 가볍게 피어올랐다. 그의 잘생긴 얼굴이 흐릿해졌지만 지나칠 정도로 뚜렷한 그의 이목구비만은 흐릿해지지 않았다. 그는 그녀의 시선을 받으며 차갑게 말했다. 마치 아무 상관 없는 여자를 보듯이 말이다. 이지우는 입술이 떨렸다. “오빠, 우리...”유선우는 담뱃재를 털더니 웃음기 없는 얼굴로 말했다.“지우야, 우리 사이에 더 이상 우리는 없어. 심지어 우리는 남녀 사이나 그렇다고 해서 분위기에 맞춰 즐긴 적조차도 없어. 우린 그냥 친구들과 몇 번 술을 마셨을 뿐이야. 그러다가 복도에서 얘기하는 장면이 누군가에게 찍혔을 뿐이지. 누가 찍었는지는 따지고 싶지도 않아.”이지우의 마음은 떨리고
그녀는 입을 열었다. “난 당신 믿어요.”유선우는 그녀의 얼굴을 가볍게 쓰다듬더니 그만 참지 못하고 말랑한 귓볼에 손길이 닿았다. 조은서는 그곳을 만질 때면 무척 민감했다. 그는 그녀와 관계를 가질 때마다 그녀의 귓볼을 가볍게 깨물었다. 그때마다 그녀는 부드럽다가도 뜨겁게 그를 감싸안았다. 유선우는 관계를 갖지 않은 지 오래되었다.그떄의 뜨거웠던 밤을 떠올리며 쉬어가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난 차를 몰고 올 테니 넌 고용인보고 위층에서 외투를 가져달라고 해. 밖이 많이 추워.” 조은서는 몸을 일으켜 떠나가는 그의 뒷모습을 지그시 바라봤다.유선우는 줄곧 깔끔하게 입고 다녔다. 그는 몸에 챠콜색 셔츠를 입고, 겉에는 핸드메이드 블레이저 자켓을 걸쳤다. 그의 뒷모습만 봐도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풍겼다... 어쩐지 여자애들이 그렇게 많이 빠져 있더라니.조은서는 고개를 숙여 아랫배를 부드럽게 어루만졌다. 그녀는 담담하게 생각해 보니 유선우와 사랑하는 척하는 것도 그리 어렵지 않았다. 고용인이 위층에서 내려왔다. 그녀의 손에는 조은서가 자주 입던 숄 가디건이 들려 있었다. 그녀는 조은서에게 걸쳐주며 다정하게 말했다. “사모님, 밖이 미끄러우니 이따가 덜 미끄러운 신을 신고 외출하는 게 좋겠어요. 임신할 때 각별히 주의하셔야 해요.”조은서는 웃으며 ‘네’ 하고 대답했다. ......조은서는 그동안 YS병원에서 카드를 만들지 않았지만 유선우가 돌아오자 대신 병원을 옮겼다.조은서의 검사를 맡은 사람은 최고 권위의 산부인과 전문의 임 의사였다. 임 의사가 조은서에게 초음파검사를 하고 있을 때 유선우는 한켠에 서서 모니터에 비춰진 그림을 주시하고 있었다. 마음속에서는 곧 아버지가 될 다정함이 퍼지고 있었다. 임 의사는 그의 표정을 보자 조은서가 차지하고 있는 그의 마음속 무게를 알아채고 웃음을 머금고 말했다. “태아는 매우 건강합니다. 게다가 머리둘레는 같은 달의 태아에 비해 크지 않으니 출산시기를 기다려 순산을 해도 됩니다.”그녀의 말
YS 본사빌딩,유선우는 마지막 서류에 서명하고 서류를 덮으며 무심하게 진 비서에게 물었다. “진 비서, 데이트하기 좋은 레스토랑 아는 데 있어?”진 비서는 진지하게 생각하더니 말했다. “누구랑 데이트하느냐에 따라 다르죠. 만약 사모님과 데이트한다면 을지로에 위치해 있는 멕시코 요리 레스토랑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지우 아가씨라면 당연히 프라이빗한 공간일수록 좋겠죠.”유선우의 표정은 어두워졌다. 그는 몸을 일으켜 외투를 들고 담담하게 말했다. “나랑 이지우 아무것도 없어.”진 비서는 서류를 안고 그의 뒤를 따라가며 한마디 귀띔해 주었다. “이지우 아가씨께서 별장까지 찾아가 소란을 피웠다고 들었습니다. 대표님, 만약 사모님이 이 일에 대해 묻지도 따지지도 않았다면 시름을 덜 일이 아닙니다.”그녀가 이렇게 말하는 것도 무언가 생각이 있어서였다. 유선우는 엘리베이터 입구에 서서 빨간 숫자를 바라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마음이 흔들렸다. ......유선우는 차 안에 앉아서, 마침 조은서에게 전화를 걸어 그녀를 데리고 밥 먹으러 가려던 참이었다. 본가에서 전화가 걸려 왔다. 어르신께서 몸이 편찮으시니 한번 가보라고 했다. 큰 사모님은 전화 넘어 말했다. “아마도 이번 겨울을 견디지 못하실 것 같다. 선우야, 네가 기분 나빠할 걸 알지만 그래도 말해야겠다. 아마 슬슬 준비해야 할 것 같다.”유선우는 핸드폰을 쥐고 의자 등받이에 살며시 기댄 채 눈살을 찌푸렸다. 한참 후에야 담담하게 말했다. “제가 가면 다시 이야기하시죠.”반 시간 뒤, 검은색 롤스로이스는 천천히 별장으로 들어섰다. 정원을 한바퀴 돌고 나서야 주차장에 멈췄다. 유선우는 차에서 내리며 한쪽에 세워진 YS병원의 구급차를 보더니 아마 의사 선생님께서 할머니께 링거를 놓아주러 왔다고 짐작했다...그는 자기도 모르게 눈빛이 어두워졌다.집에 들어서자 고용인이 위층에서 내려오고 있었다. 유선우를 보더니 작은 소리로 말했다. “어르신께서 오후 내내 주무셨더니
유선우는 덤덤하게 웃으며 말했다. “할머니, 걱정마세요. 그녀에게 져주고 있어요.”어르신은 그의 이 한마디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는 얼굴을 활짝 피더니 어서 돌아가 조은서를 돌보라고 재촉했다. “자꾸 나한테 오지 말거라. 아이에게 병이라도 옮길라.”유선우는 웃으며 말했다. “그럴 리가요. 아직은 태어나지도 않은 아기예요.”그의 말투에는 억누를 수 없는 기쁨이 묻어있었다. 어르신은 들으며 몹시 기뻐했다. 그녀는 집 안팎을 바라보며 이 집은 이제 태어날 새로운 생명으로 하여 생기를 발산하고 있다고 느꼈다. 그녀는 아이가 태어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유선우가 아래층으로 내려갈 때 큰 사모님을 만났다. 큰 사모님은 고용인이 테이블에 요리를 올려놓는 것을 지휘하고 있었다. 보아하니 유선우를 남겨 밥을 먹게 하려는 생각이었다. 유선우는 거절했다. “은서가 요즘 입맛이 없어 보여요. 전 이만 먼저 갈게요.”큰 사모님은 요즘 조은서에 대해 의견이 많았다. 그녀는 원래 유순하고 말을 잘 듣는 며느리를 좋아하는 데다가 예술 세포까지 갖고 있다면 더 좋은 일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또 너무 역빠르면 시어머니의 머리 위에 기어오르는 건 싫었다. 큰 사모님은 엄숙한 어조로 말했다. “그 애가 장사하는 걸 반대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지금은 임신한 몸이니 아이가 우선이 아니니? 게다가 여자가 종일 밖에서 싸돌아다니면 어디 체면이 서겠니? 잘 귀띔해 주거라. 애초에 지우 같은 여자애를 찾았어야 했다. 지우는 가장 마음을 덜 수 있는 애야.”유선우는 이런 말을 듣고 싶지 않았다. 그는 소파에서 일어나 바짓가랑이를 가볍게 털며 담담하게 말했다. “내 기억이 맞는다면 이지우는 회사에서 PR을 맡았을 겁니다. 같이 술 마시는 일도 적잖게 했을 텐데. 떳떳하지 못한 것으로 치자면... 그녀가 아마 첫 번째일 겁니다.”큰 사모님은 그의 말에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 ......유선우가 별장으로 돌아가 보니 조은서는 한창 짐을 싸고 있었다.
조은서는 잠깐 숨을 모으더니 낮은 소리로 말했다. “하와이요! 지난달에 서미연 사모님께서 괜찮은 매물을 소개해 주었는데 괜찮아 보여서 계약하기로 했어요.”하와이?유선우는 의외였다. 그는 고개를 숙이더니 그녀의 붉은 입술에 조금씩 입을 맞췄다. 그녀의 입술이 부르틀 때까지 키스하다가 가볍게 속삭였다. “거기가 그렇게 좋아?”그는 일부러 그녀를 기쁘게 하려고 비위를 맞춰주며 손을 뻗어 핸드폰을 가졌다. “진 비서보고 스케줄 체크해봐라고 할게. 바쁘지 않으면 같이 가줄게. 일을 마치고 마침 같이 돌아다녀도 되고!”“괜찮아요!”조은서는 급히 몸을 일으키며 그를 막아섰다. “일을 다 보면 저도 돌아올 거예요. 게다가 몸이 불편해서 좀 나른하기도 하고요.”유선우의 눈빛은 깊어졌다. 조은서의 심장은 빨리 뛰었다. 그녀는 유선우가 뭔가 눈치챌까 봐 두려웠다. 그러나 유선우는 그녀를 오랫동안 바라보더니 손을 뻗어 그녀의 가운을 여며줬다. 벨트를 매주면서 자기도 모르게 쓰다듬었다. 그는 욕구가 만족되지 않았다. 다 쉬어가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모처럼 네가 이렇게 많은 말을 하다니. 아이가 태어나면 우리 한번 제대로 놀러 가자... 응?”조은서는 담담하게 웃었다. ......이튿날 아침, 유선우는 직접 그녀를 공항으로 배웅했다. 아침 회의를 마치고 진 비서는 그를 따라 대표실로 돌아와 다음 스케줄에 대해 말했다. “대표님, 저녁 대한 그룹의 왕 대표님 접대를 잠시 취소했습니다.”유선우는 책상에 앉아 회사 일을 처리했다. 그는 이목구비도 뚜렷하고 옷차림도 항상 신경 쓰기에 셔츠의 구김살 하나조차도 고급스러워 보일 때가 있다. 셔츠 소매 끝의 한 쌍의 다이아몬드 단추는 더없이 빛났다. 바로 조은서가 선물한 한 쌍의 단추였다. 어디에든 쉽게 매치할 수 있어 그는 최근에 항상 착용했다. 유선우 서류를 뒤적이며 무심한 듯 물었다. “오후에는? 중요한 스케줄 있어?”진 비서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잠시 없습니다.”유선우는 손에 쥐고
그 괜찮아 보이는 남자는 유선우를 알고 있었다. 그는 이 하와이의 유명한 상인—반 대표였다. 만약 그의 기억이 맞는다면 서미연 사모님은 반 대표와 친분이 꽤 깊을 것이다. 지난번 별장에서 사적인 연회를 열었을 때도 서미연 사모님은 반 대표를 데리고 갔었다. 그렇다면 조은서와 반 대표의 친분도 서미연 사모님이 맺어준 것일까?유선우는 차갑게 웃으며 그쪽 테이블을 향해 걸어갔다. 조은서는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봤다. 그녀는 그 자리에 굳어진 채 입을 열고 숙삭였다. “선우 씨, 어떻게 오셨어요?”유선우는 빙긋 웃었다. 그는 그녀의 어깨를 가볍게 감싸 안으며 고개를 숙여 그녀를 바라보며 부드럽게 말했다. “서프라이즈 주려고 왔지. 비서에게 물어봤더니 여기에 있다고 하더라.”그는 반 대표에게 손을 내밀며 악수했다. 그리고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반 대표님, 또 만났군요!”반 대표는 일어나서 그와 악수를 한 후 그의 딸을 유선우에게 소개하였다. 유선우는 무척 귀엽다는 듯이 소녀의 머리를 만지며 웃음을 머금고 말했다. “은서가 아이를 매우 좋아해요. 반 대표님께서 마음 쓰셨군요!”말을 마치자 그는 조은서의 옆에 앉아서 함께 식사했다. 그와 반 대표는 모두 성공한 상인으로서 자연히 장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곤 했지만 또 한편으로 조은서를 배려하는 것을 잊지 않고 수시로 그녀를 위해 요리를 집어주었으며 말도 한결 다정하게 하곤 했다. 그가 이렇게 애쓰는 것을 조은서도 마음속으로 잘 알고 있었다. 식사를 마치고 반 대표 부녀와 작별 인사를 하고 그들은 나란히 네온사인이 비추는 아래에 서서 아주 오랫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기나긴 침묵이 흘렀다. 이때 운전기사가 차를 몰고 왔다 “유 대표님, 사모님, 제가 호텔로 바래다 드릴게요.”차 안에 앉으니 또 긴 침묵이 흘렀다. 마침내 조은서는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그와 아무 사이도 아니에요. 선우 씨, 오해하지 말아줘요.”“그래?”유선우는 몸을 돌려 그녀를 바라보며 운전기사가 듣지
신혼부부의 열정이 프레지던트 스위트룸을 빨갛게 태웠다.피로연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한 특별한 손님이 조용히 다녀갔는데 다름이 아니라 그 여자가 자기를 보고 슬퍼할까 봐 두려웠기 때문이다.그러나 원수는 항상 외나무다리에서 만나는 법, 그들은 생각지도 못하게 복도에서 마주쳤다.성현준은 유이안을 조용히 지켜봤다. 유이안은 강윤을 데리고 화장실에 왔지만 어린아이를 혼자 두지 못해서 작은딸도 데려왔다. 아마 강원영을 위해 낳은 딸인데 오누이 쌍둥이다. 쌍둥이 이름은 강온과 강민이다.강윤은 동생들을 아주 좋아했다. 학교에서 돌아온 후 먼저 동생들과 한참을 놀았고 저녁에도 여동생을 방으로 ‘훔쳐 와’ 인형처럼 꼭 끌어안고 잤다.처음에 유이안은 많이 걱정했지만 동생이 생긴 후 강윤이 더 밝아지자 그제야 시름을 놓았다. 평소에 강윤과 여동생을 데리고 나올 때가 많았고 아들은 강원영이 데리고 다녔다.이때 그들 부부가 막 돌아가려던 참에 지인을 만났다.성현준이 출국한 후 그들은 오랫동안 보지 못했는데 그녀가 출산할 때 그가 돌아왔지만 병원에는 가지 않고 그저 값비싼 선물을 보냈다.유이안의 마음이 자기한테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강원영은 이 부분에 있어 아량이 넓었다.갑자기 만났으나 서로 말이 없었다. 결국 성현준이 몸을 쪼그리고 앉아 강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아저씨 기억나?”기억이 좋은 강윤은 얼굴을 찌푸리더니 쏜살같이 유이안한테 다가가 그녀의 다리를 꽉 껴안았다.성현준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유이안은 강윤의 작은 얼굴을 만지며 저도 모르게 슬퍼졌다.성현준은 명의상 강윤의 아버지고 또 별장도 선물했었다.어린 강윤은 마음을 진정시켰는지 유이안을 놓고 천천히 성현준에게 다가가 살며시 안아줬다.성현준은 잠긴 목소리로 유이안에게 물었다.“잘 지냈어? 아이들은 어때? 그 사람과 사이는 좋아?”“다 좋아요.”유이안도 목소리가 잠기는 것 같다. 이 나이가 되어서 사실 따질것도 없고 과거는 과거일 뿐 연연하지 않았다.유이안도 성현준에게 물었다.“당신
아침의 첫 햇살이 대지를 비추고 있다.오늘은 조씨 가문이 잔치를 치르는 날이다.조은혁 부부의 제일 어린 딸이 마침내 시집갔고 그것도 어릴 적부터 좋아했던 남자에게 시집갔다. 전통 혼례복을 입은 그녀의 모습은 진석이 보았던 그 여느 여자보다도 예뻤다.진석의 부모님도 쉴 틈이 없이 바빴다. 그들은 비록 큰 부자가 아니지만 진석의 아버지인 진대용은 한 가문을 이끄는 어르신으로서 능력이 대단했다. 팔방미인처럼 하객을 잘 접대했을 뿐만 아니라 뜻밖에도 유선우와도 잘 어울렸다.조은혁은 의견이 많았다. 유선우는 사돈도 없는가?유선우는 그와 따지지 않고 아내 조은서와 함께 결혼식 진행을 도왔다. 전통 결혼은 현대식보다 훨씬 번거로웠지만 다행히 양측에 일손이 충분해서 허둥거리지 않아도 된다. 낮에는 떠들썩하게 결혼식을 올리고 저녁에는 B시의 제일 럭시리한 호텔의 가장 큰 홀에 200상을 넘게 안배했다. 조씨와 유씨의 양가 친척과 진석의 협력 파트너를 포함해 모두 축하해주려고 이 자리에 모였다. 이 결혼식은 올해 제일 거대한 행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규모가 컸고 앞으로 3년 동안 이렇게 성대한 결혼식이 없을 수 있다.B시의 명인들이 한자리에 모였다.진석은 조은희와 손잡고 곁에 술을 먹어줄 수 있는 사람을 8명이나 데리고 하객에게 술을 권했다. 200상에 달하는 손님을 한 분이라도 빠뜨리지 않기 위해 진석은 필사적으로 마셨고 8명의 술막이 친구들도 충분히 역할을 발휘했다. 그러나 진석은 학교의 선생님들에게 술을 권할 때 술에 취해 쓰러질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평소에는 학생의 본보기가 되어야 하므로 자제하고 있던 이 선생님들은 진석이 결혼하고 조은희도 같은 학교의 선생님이다 보니 10억을 위해서라도 신랑, 신부를 열정적으로 대했다. 그 결과 진석은 거의 취했고 조진범과 조우현이 대신 막아줘서야 겨우 룸으로 끌려갔다.조은혁은 잠자코 진석을 지켜보다가 놀려줬다.“괜찮겠어? 혹시 밀랍으로 만든 총대여서 쓸모없는 거 아니지?”이때 진대용이 감쪽같이 나타났다.
밤이 되었다.유이준과 진은영은 진별이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갔다.집에 돌아가자마자 진별이은 숙제하러 갔고 진은영은 잠든 막내아들을 보러 갔다. 막내아들은 돌보고 있는 가정부는 발자국 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려 조용히 말했다. “오셨어요? 한 번도 깨지 않고 계속 자고 있었어요. 엄청 착해요.”진은영은 가볍게 웃으며 아줌마에게 내려가 쉬라고 했다.문이 받히고 그녀는 고개를 숙여 막내아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꼬마는 이미 8개월이 지났고 용모는 유이준을 완전히 물려받았고 거의 판에 박힌 것 같았다. 심지어 진별이 조차도 때때로 동생의 얼굴을 보고 감탄했다. “이건 정말 하느님의 걸작이야!”유이준이 물었다.“하느님의 걸작이 뭔지 알아?”진별이가 답했다.“남편의 용모, 아내의 영광!”진은영은 유이준에게 속삭였다.“모델 렌위이를 보고 저러는 거야.”유이준은 즉시 그에게 예쁘냐고 물었다.진은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유이준은 침실 문을 살짝 열고 들어왔다. 남자는 아내의 뒤로 와서 가는 허리를 가볍게 껴안고 막내아들의 잠든 얼굴을 함께 보았다. 진은영은 고개를 돌려 조용히 물었다. “진별이 과제는 보았어?”유이준은 그녀의 허리를 꼭 껴안고 말했다.“봤어, 열 개 중 아홉 개가 틀렸어.”진은영은 참지 못하고 가서 직접 확인하려 하였다. 유이준이 그녀를 가로막으며 웃었다.“진별이가 실수하는 것을 어떨 땐 넘길 줄도 알아야 해! 은영, 우리 아이는 그렇게 빠듯하게 살 필요가 없어. 봐, 조민희와 조은희도 잘 살고 있잖아.”진은영은 망설였다.하지만 진별이는 진은영의 아이였고 그녀는 어려서부터 강했다.유이준은 또 진안영을 두고 말했다.“안영도 잘 살고 있잖아. 그녀는 어렸을 때 분명 문제집을 제일 잘 푸는 사람은 아니었을 거야.”진은영이 물었다.“왜 또 안영을 끌어들이는 거야?”유이준은 답했다.“내가 주변 사람들을 예로 들어야 더 설득력이 있지 않겠어? 안영도 진범을 찾았고 지금 딱 쥐고 있잖아.”진은영이 입을 열었다.“고생은 한
2층.조은희는 내일 입을 드레스를 입어보고 있었다. 진석이 그토록 원하는 드레스였다.하얀 눈꽃을 두른 듯한 드레스는 국내 최고 디자이너의 손길을 거쳐 아주 세심하고도 화려한 기품을 뿜고 있었다. 그녀가 쓰고 있는 보석이 박힌 티아라는 수억 단위의 거액으로 마련한 것이었다.거울 속의 여인은 꽃처럼 아름다운 외모를 지녔고 조은희는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혼잣말했다.“자기 애호 때문에 정말 돈을 아끼지 않았네.”좋은 사람과 결혼해서 다행이지 이 어린 딸은 정말 말문이 막혔다. 박연희는 어머니로서 머리를 툭툭 쳤다.그녀는 조민희가 시집갈 때처럼 두둑한 혼수를 주었고 조은희도 마찬가지로 조 씨 그룹의 주식을 요구하지 않았으며 진석이 번 돈은 그녀와 그의 작은 취미를 먹여 살리기에 충분했다.한편, 조민희는 동생을 도와 드레스를 정리해 주고 있었고 그녀도 조금 아쉬워했다. 조은희는 집안의 막냇동생이었고 이제 시집을 가려고 한다.조은희는 그녀를 보며 말했다.“언니, 언제 귀국해서 정착할 거예요? 평소에 일 년에 한두 번 볼 수밖에 없잖아요.”조민희는 그녀의 얼굴을 비비며 답했다.“몇 년만 더!”조은희는 더 이상 묻지 않고 강아지처럼 애교를 부리며 조민희의 품에 안겼고 조민희는 항상 인내심을 가지며 그녀를 아끼며 함께 해주었다.박연희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나와 너의 아버지도 너와 설진이 빨리 귀국해서 정착하기를 바라고 있어.”조민희는 말했다.“설진의 사업은 대부분 밖에 있고, 돌아오면 적어도 10년은 걸릴 것입니다. 다행히 저와 아이들도 그곳 생활에 익숙합니다.”말이 끝나자, 김설진이 밖에서 걸어들어왔다.그는 박연희를 먼저 불렀고 돈봉투를 조은희에게 건네주었다. 조은희는 돈봉투를 받으며 달콤한 말투로 형부라고 불렀고 김설진은 그제야 아내에게 말했다.“김욱의 다리가 찰과상을 입어서 아래층에서 울고 있어.”비록 작은 사나이이자 울보이지만, 김설진은 그런 아이를 응석받이로 키우고 있었다.조민희가 낳은 아이였다!조민희는 고개를 끄덕이고 남
김설진은 말했다.“너랑 나 다 아프잖아.”조민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김욱은 한창 활동적인 나이지만 아버지가 엄격한 교육 아래 매우 예의 바르고 규칙적인 아이로 자라고 있었다. 김욱은 조우현을 보고 공손하게 인사를 했다.“둘째 외삼촌.”조우현은 그의 머리를 쓰다듬었고 자신의 아이보다 더 튼튼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방유설이 너무 약한 탓도 있었다. 그는 돌아가 조우찬에게 영양을 공급해야겠다고 생각했다.검은색 롤스로이스는 고속도로를 질주하며 저녁이 되기 전에 사람들을 조 씨 저택으로 데려 보냈다.조씨 집안의 아들들은 모두 이사를 나갔지만, 조은희만이 여전히 집에 남아있었다. 조민희가 모처럼 돌아왔어도 그녀는 집에 머물고 있었으며 거절하지 않았다. 조은희는 며칠 묵은 후에 하와이에 가서 친부모님께 향을 피울 계획이었다.차는 저택으로 들어섰고 집안의 불빛은 휘황찬란했다.정원의 주차 공간에는 유명한 차들이 가득 주차되어 있었고 집안의 어른들은 모두 한자리에 모여 있었다. 조은희의 내일 결혼식을 위해 남자들은 한 곳에서 이야기하고 있었고 여자들은 2층에서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김욱은 마당에 남아 조우진, 조우찬과 함께 놀았다.작은 공 하나가 남자아이의 발밑에서 이리저리 날아다녔다.노는 과정에 김욱이 실수로 넘어졌다.사내 녀석은 고통을 참지 못하고 와 하고 울음을 터뜨렸다.조진범은 마침 복도에 서 있었고 그는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겨울이라 검은 코트를 입은 그의 몸집은 더욱 방대해 보였고 그의 성숙함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그는 작은 아이를 안아 가볍게 품에 안았고 그의 눈매는 매우 부드러웠다.“어디가 아픈지 외삼촌에게 말해?”녀석은 희고 작은 얼굴을 찡그리며 눈물을 글썽였다.“무릎이 아파요.”말을 마치자, 그는 외삼촌의 품에 안겨 일어나려 하지 않았다.조진범은 의자에 가서 앉아 한 손으로 꼬마를 껴안고 있었다. 조우찬과 조우진도 다가왔고 조우진은 아주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아빠, 우리 일부러 그런 게 아니에요.”
저녁, 조은희는 퇴근 준비를 하고 있었다.그녀는 주차장에서 진석의 차를 보았지만 차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마침, 학교 상사가 지나가며 말을 걸었다.“진석이 학교에 와 강당에서 기증식을 하고 있어. 가서 보고 이따가 같이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걸. 이 추운 날 뜨거운 훠궈를 같이 먹으면 얼마나 좋아.”조은희는 장난스레 답했다.“삶을 즐기실 줄 아네요.”상사는 손에 든 요리를 들며 답했다.“이봐, 네 사모님이 아침 일찍 집에 가서 손자를 위해 밥을 해라고 재촉하셨어.”조은희는 가볍게 웃으며 그를 배웅했다.하늘에는 구름이 주황빛을 띠며 금빛 테두리를 두르고 있다.조은희는 뜨거운 물컵을 들고 강당 쪽으로 걸어갔다. 가는 길에 몇몇 학생들이 그녀를 향해 재잘거리는 것을 보았다. 그들은 장난스럽게 그녀를 진 사모님이라고 불렀다.“조 선생님이라고 해.”학생들은 답했다.“진 사모님! 진 선생님은 강당에 계십니다.”지나가는 모든 사람은 그녀에게 진석이 강당에 있다고 말했고 조은희는 속으로 생각했다.[진석의 구십억이 가치가 있긴 하네. 학교 유명인이 다 됐어.]그녀는 자작나무 숲을 가로질러 강당 계단을 올라갔고 멀리서 진석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는 연설하고 있었고 아주 틀에 박힌 듯 말하고 있었지만, 목소리가 좋았다.강당에는 수천 명의 사람들이 정면으로 앉아 집중하고 있다.진석은 남자의 꿈이자 여자의 꿈이었고 조은희의 모든 청춘과 미래였다. 그녀는 들어가지 않고 입구에 서서 조용히 그녀의 남편이 될 남자를 바라보고 있었다.약 5분 후, 진석이 강연을 끝내고 그도 그녀를 보았다.조은희는 흰색 코트를 입고 뜨거운 물컵을 들고 그가 가르치던 곳에 서 있다. 그녀는 현재 이곳의 선생님이었다.진석은 조용히 그녀를 바라보았다.사실, 조은희가 그에 대한 사랑은 그에 비해 조금도 부족하지 않다.그녀는 젊고 활발했지만, 아주 용감하고 사랑스러웠다. 그녀는 하늘이 진석에게 맞춤 제작한 인생의 동반자였다. 조은희가 있으니, 그는 이번 생에 여한이 없을 것
조은희는 남자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검은색 코트를 입은 진석은 키가 컸고 그런 그가 서재에 서 있자, 그녀는 압박감을 느꼈다. 그는 그녀를 향해 걸어와 고양이처럼 우는 어린 소녀를 품에 안고 한 손으로 가볍게 쓰다듬어 주었다. 그의 목소리는 매우 부드러웠다.“울지 않는다면서요.”조은희는 그의 어깨 위에 엎드려 말했다.“일부러 그러는 거야?”“좀 감동하지 않았나요?”그녀는 그를 나긋하게 때렸다.진석은 술에 취해 나지막이 웃었고 그녀가 감정을 내뱉도록 내버려두었지만 동시에 그의 마음도 쓰라렸다.지난 5년 동안 그는 사실 방황해야 하는 것을 두려워했다. 그는 자신이 출세하기를 기다리지 못하고 조은서가 다른 사람을 좋아하게 될까 봐 무서웠다. 만약 그때가 오면 그는 무엇을 가지고 그녀에게 돌아오라고 부탁할까?가난한 집 부잣집 딸의 사랑은 소설 속에만 있고 현실은 참혹했다.조은희는 개의치 않지만, 그는 그녀가 고생하는 것을 원치 않았다.지금, 그들은 서재에서 서로를 끌어안았고, 그들은 곧 결혼할 것이었다.창밖으로 가랑눈이 흩날리고, 그는 눈을 밟고 돌아와 그녀의 눈물을 닦아 주었다.진석은 어린 소녀가 그의 목을 껴안고 애교를 부릴 수 있도록 한 손으로 코트를 벗고 소파에 내동댕이쳤다. 그들은 감정에 그치지 않게 서로를 사랑했지만, 한 발짝도 그 선을 넘지 않았다.그의 목덜미에 얼굴을 파묻은 그녀는 아주 따가웠고 힘줄 또한 뜨겁게 뛰고 있었다. 그녀는 쉰 목소리로 물었다.“그녀가 준 것을 왜 진작 주지 않았어?”“어제 받았어요.”“편지를 봤는데 잘 쓴 것 같아서 보여드리려고 했어요.”……조은희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고 그를 껴안고 소리 없이 애교를 부렸다. 잠시 후 그의 턱에 뽀뽀를 해주었고 순간 진석의 마음은 말할 수 없는 감정으로 가득 찼다.그는 조은혁 부부에게 감사했다. 그들이 조은희를 낳은 덕분에 그는 인생의 단맛과 쓴맛을 다 볼 수 있었다.그는 엿처럼 달게 여겼다.문밖에서 아주머니가 문을 두드렸다.“선생님 아가씨, 식
진석 그리고 조은희의 혼사는 순리대로 이루어졌고 아무도 발버둥 치지 않았다.가끔, 조은희는 이런 생각을 가지기도 했다.과정이 너무 순조로운 나머지 몇 년간의 헤어짐이 마치 없었던 일처럼, 마치 항상 붙어있었던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재회한 후에도 그는 그녀에게 해외 생활에 대해 더 묻지 않고 여전히 예전처럼 그녀를 대했다.그녀는 예전처럼 어리지 않았지만, 진석은 그녀를 20세 소녀로 여겼다. 조은희는 그가 18세 소녀를 더욱 좋아할 거라 마음속으로 생각하곤 했다.세월은 야속하게도 흘러만 갔지, 되돌아오진 않았다.진석은 그냥 미소를 지을 뿐.겨울, 낮이 점점 짧아지기 시작했고 조은희는 퇴근 후 진석의 별장으로 향했다. 하지만 진석은 아직 퇴근하지 않았고 도우미 두 아주머니를 집으로 불러 이미 저녁을 준비하기 시작했다.조은희가 차에서 내릴 때 마침 진석의 전화를 받았고 그녀의 목소리는 부드러웠다.“언제 돌아와?”전화 한편의 진석은 손을 들어 시계를 보았다.“일곱 시쯤 집에 도착해요.”조은희는 소녀의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대답했다.진석은 그녀에게 서재로 가서 서류를 가져오라고 지시했고 조은희는 일부러 작은 소리로 입을 열었다.“내가 너의 직원도 아니고 월급도 받지 않는데 내가 왜.”진석이 답했다.“가족 수당을 받잖아요.”조은희는 핸드폰을 사이에 두고 그에게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어준 후 차에서 내렸다.집안의 하인들은 모두 그녀를 보고 잇달아 멈추어 인사를 하였다.“아가씨가 돌아왔나요, 진 선생님은 몇 시에 돌아오죠?””일곱 시요, 바쁜 사람이잖아요.”하인들은 모두 그녀를 좋아했고 배가 고플가 먼저 과일 한 접시를 씻어 그녀에게 건네주었다. 조은희는 과일 접시를 들고 위층으로 올라갔고 잠시 후 진석의 노트북에 무슨 영화가 있는지 찾아보려 하였다. 영화 한 편을 보며 진석을 기다리기로 하였다.진석의 서재는 단순하고 섬세하며 고급 원목 가구는 반짝반짝 광을 내고 있었다.조은희는 코트를 벗고 가죽 의자에 놓은 후 서랍을 열어 서류를 찾
조은희는 진석을 빤히 바라보았다.진석은 낮게 웃으며 외투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더니 블랙 카드를 한 장 꺼내 조은희의 손바닥 위에 가만히 올려놓았다.“내 카드야. 한도가 없으니까 마음껏 써.”조은희는 놀란 듯 작은 목소리로 외쳤다.“진석 씨, 정말 통 크시네요! 진 선생님, 감사합니다.”진석이 장난스럽게 그녀를 가볍게 툭 치자 조은희는 그의 목을 감싸안으며 웃었다.“스폰서 오빠, 감사합니다.”진석은 조은희의 장난스러운 말투에 웃음을 터뜨리더니 그녀의 작은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고 강렬하게 입을 맞추었다. 예전에는 학문적이고 온화했던 그의 이미지가 지금은 사업가다운 자신감으로 바뀌어 있었다. 하지만 조은희의 장난스러운 태도에 그는 어쩔 수 없이 입맞춤 후 그녀의 귀에 낮고 거친 목소리로 농담을 던졌다. 조은희는 그 말을 듣고 묘하게 떨리는 감정을 느꼈다...진석은 그녀의 코끝을 장난스럽게 살짝 물었다.“넌 은근히 독특한 취향이네.”조은희는 더 이상 그를 자극하지 않기로 마음을 먹고 자세를 바로잡으며 운전하라고 했다. 진석은 그녀를 한 번 더 바라보고는 천천히 시선을 돌려 차를 출발시켰다...둘이 별장에 도착했을 때 진석의 어머니는 고향 요리로 한 상을 가득 준비해 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그중에는 진석이 조은희가 좋아한다고 말해준 요리도 포함되어 있었다.진석의 아버지는 붉고 싱싱한 과일을 깨끗이 씻어 가지런히 접시에 놓고 있었다.진석의 차가 멈추자 그는 조은희를 데리고 내렸다. 진석의 부모는 반갑게 나와서 두 사람을 맞았다.아버지는 조은희가 가져온 선물을 받으며 장난스럽게 말했다.“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었는데요.”어머니는 차가운 바람을 느끼며 감기 조심하라고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조은희의 피부는 밝고 투명하게 하얀 편이라 마치 바람이 불면 날아갈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녀의 아름다움은 진석의 부모 눈을 사로잡았다. 두 사람은 속으로 진석과 조은희가 아이를 낳는다면 남녀를 불문하고 정말 예쁘고 훌륭한 아이가 태어날 거로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