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S 본사빌딩,유선우는 마지막 서류에 서명하고 서류를 덮으며 무심하게 진 비서에게 물었다. “진 비서, 데이트하기 좋은 레스토랑 아는 데 있어?”진 비서는 진지하게 생각하더니 말했다. “누구랑 데이트하느냐에 따라 다르죠. 만약 사모님과 데이트한다면 을지로에 위치해 있는 멕시코 요리 레스토랑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지우 아가씨라면 당연히 프라이빗한 공간일수록 좋겠죠.”유선우의 표정은 어두워졌다. 그는 몸을 일으켜 외투를 들고 담담하게 말했다. “나랑 이지우 아무것도 없어.”진 비서는 서류를 안고 그의 뒤를 따라가며 한마디 귀띔해 주었다. “이지우 아가씨께서 별장까지 찾아가 소란을 피웠다고 들었습니다. 대표님, 만약 사모님이 이 일에 대해 묻지도 따지지도 않았다면 시름을 덜 일이 아닙니다.”그녀가 이렇게 말하는 것도 무언가 생각이 있어서였다. 유선우는 엘리베이터 입구에 서서 빨간 숫자를 바라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마음이 흔들렸다. ......유선우는 차 안에 앉아서, 마침 조은서에게 전화를 걸어 그녀를 데리고 밥 먹으러 가려던 참이었다. 본가에서 전화가 걸려 왔다. 어르신께서 몸이 편찮으시니 한번 가보라고 했다. 큰 사모님은 전화 넘어 말했다. “아마도 이번 겨울을 견디지 못하실 것 같다. 선우야, 네가 기분 나빠할 걸 알지만 그래도 말해야겠다. 아마 슬슬 준비해야 할 것 같다.”유선우는 핸드폰을 쥐고 의자 등받이에 살며시 기댄 채 눈살을 찌푸렸다. 한참 후에야 담담하게 말했다. “제가 가면 다시 이야기하시죠.”반 시간 뒤, 검은색 롤스로이스는 천천히 별장으로 들어섰다. 정원을 한바퀴 돌고 나서야 주차장에 멈췄다. 유선우는 차에서 내리며 한쪽에 세워진 YS병원의 구급차를 보더니 아마 의사 선생님께서 할머니께 링거를 놓아주러 왔다고 짐작했다...그는 자기도 모르게 눈빛이 어두워졌다.집에 들어서자 고용인이 위층에서 내려오고 있었다. 유선우를 보더니 작은 소리로 말했다. “어르신께서 오후 내내 주무셨더니
유선우는 덤덤하게 웃으며 말했다. “할머니, 걱정마세요. 그녀에게 져주고 있어요.”어르신은 그의 이 한마디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는 얼굴을 활짝 피더니 어서 돌아가 조은서를 돌보라고 재촉했다. “자꾸 나한테 오지 말거라. 아이에게 병이라도 옮길라.”유선우는 웃으며 말했다. “그럴 리가요. 아직은 태어나지도 않은 아기예요.”그의 말투에는 억누를 수 없는 기쁨이 묻어있었다. 어르신은 들으며 몹시 기뻐했다. 그녀는 집 안팎을 바라보며 이 집은 이제 태어날 새로운 생명으로 하여 생기를 발산하고 있다고 느꼈다. 그녀는 아이가 태어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유선우가 아래층으로 내려갈 때 큰 사모님을 만났다. 큰 사모님은 고용인이 테이블에 요리를 올려놓는 것을 지휘하고 있었다. 보아하니 유선우를 남겨 밥을 먹게 하려는 생각이었다. 유선우는 거절했다. “은서가 요즘 입맛이 없어 보여요. 전 이만 먼저 갈게요.”큰 사모님은 요즘 조은서에 대해 의견이 많았다. 그녀는 원래 유순하고 말을 잘 듣는 며느리를 좋아하는 데다가 예술 세포까지 갖고 있다면 더 좋은 일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또 너무 역빠르면 시어머니의 머리 위에 기어오르는 건 싫었다. 큰 사모님은 엄숙한 어조로 말했다. “그 애가 장사하는 걸 반대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지금은 임신한 몸이니 아이가 우선이 아니니? 게다가 여자가 종일 밖에서 싸돌아다니면 어디 체면이 서겠니? 잘 귀띔해 주거라. 애초에 지우 같은 여자애를 찾았어야 했다. 지우는 가장 마음을 덜 수 있는 애야.”유선우는 이런 말을 듣고 싶지 않았다. 그는 소파에서 일어나 바짓가랑이를 가볍게 털며 담담하게 말했다. “내 기억이 맞는다면 이지우는 회사에서 PR을 맡았을 겁니다. 같이 술 마시는 일도 적잖게 했을 텐데. 떳떳하지 못한 것으로 치자면... 그녀가 아마 첫 번째일 겁니다.”큰 사모님은 그의 말에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 ......유선우가 별장으로 돌아가 보니 조은서는 한창 짐을 싸고 있었다.
조은서는 잠깐 숨을 모으더니 낮은 소리로 말했다. “하와이요! 지난달에 서미연 사모님께서 괜찮은 매물을 소개해 주었는데 괜찮아 보여서 계약하기로 했어요.”하와이?유선우는 의외였다. 그는 고개를 숙이더니 그녀의 붉은 입술에 조금씩 입을 맞췄다. 그녀의 입술이 부르틀 때까지 키스하다가 가볍게 속삭였다. “거기가 그렇게 좋아?”그는 일부러 그녀를 기쁘게 하려고 비위를 맞춰주며 손을 뻗어 핸드폰을 가졌다. “진 비서보고 스케줄 체크해봐라고 할게. 바쁘지 않으면 같이 가줄게. 일을 마치고 마침 같이 돌아다녀도 되고!”“괜찮아요!”조은서는 급히 몸을 일으키며 그를 막아섰다. “일을 다 보면 저도 돌아올 거예요. 게다가 몸이 불편해서 좀 나른하기도 하고요.”유선우의 눈빛은 깊어졌다. 조은서의 심장은 빨리 뛰었다. 그녀는 유선우가 뭔가 눈치챌까 봐 두려웠다. 그러나 유선우는 그녀를 오랫동안 바라보더니 손을 뻗어 그녀의 가운을 여며줬다. 벨트를 매주면서 자기도 모르게 쓰다듬었다. 그는 욕구가 만족되지 않았다. 다 쉬어가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모처럼 네가 이렇게 많은 말을 하다니. 아이가 태어나면 우리 한번 제대로 놀러 가자... 응?”조은서는 담담하게 웃었다. ......이튿날 아침, 유선우는 직접 그녀를 공항으로 배웅했다. 아침 회의를 마치고 진 비서는 그를 따라 대표실로 돌아와 다음 스케줄에 대해 말했다. “대표님, 저녁 대한 그룹의 왕 대표님 접대를 잠시 취소했습니다.”유선우는 책상에 앉아 회사 일을 처리했다. 그는 이목구비도 뚜렷하고 옷차림도 항상 신경 쓰기에 셔츠의 구김살 하나조차도 고급스러워 보일 때가 있다. 셔츠 소매 끝의 한 쌍의 다이아몬드 단추는 더없이 빛났다. 바로 조은서가 선물한 한 쌍의 단추였다. 어디에든 쉽게 매치할 수 있어 그는 최근에 항상 착용했다. 유선우 서류를 뒤적이며 무심한 듯 물었다. “오후에는? 중요한 스케줄 있어?”진 비서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잠시 없습니다.”유선우는 손에 쥐고
그 괜찮아 보이는 남자는 유선우를 알고 있었다. 그는 이 하와이의 유명한 상인—반 대표였다. 만약 그의 기억이 맞는다면 서미연 사모님은 반 대표와 친분이 꽤 깊을 것이다. 지난번 별장에서 사적인 연회를 열었을 때도 서미연 사모님은 반 대표를 데리고 갔었다. 그렇다면 조은서와 반 대표의 친분도 서미연 사모님이 맺어준 것일까?유선우는 차갑게 웃으며 그쪽 테이블을 향해 걸어갔다. 조은서는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봤다. 그녀는 그 자리에 굳어진 채 입을 열고 숙삭였다. “선우 씨, 어떻게 오셨어요?”유선우는 빙긋 웃었다. 그는 그녀의 어깨를 가볍게 감싸 안으며 고개를 숙여 그녀를 바라보며 부드럽게 말했다. “서프라이즈 주려고 왔지. 비서에게 물어봤더니 여기에 있다고 하더라.”그는 반 대표에게 손을 내밀며 악수했다. 그리고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반 대표님, 또 만났군요!”반 대표는 일어나서 그와 악수를 한 후 그의 딸을 유선우에게 소개하였다. 유선우는 무척 귀엽다는 듯이 소녀의 머리를 만지며 웃음을 머금고 말했다. “은서가 아이를 매우 좋아해요. 반 대표님께서 마음 쓰셨군요!”말을 마치자 그는 조은서의 옆에 앉아서 함께 식사했다. 그와 반 대표는 모두 성공한 상인으로서 자연히 장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곤 했지만 또 한편으로 조은서를 배려하는 것을 잊지 않고 수시로 그녀를 위해 요리를 집어주었으며 말도 한결 다정하게 하곤 했다. 그가 이렇게 애쓰는 것을 조은서도 마음속으로 잘 알고 있었다. 식사를 마치고 반 대표 부녀와 작별 인사를 하고 그들은 나란히 네온사인이 비추는 아래에 서서 아주 오랫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기나긴 침묵이 흘렀다. 이때 운전기사가 차를 몰고 왔다 “유 대표님, 사모님, 제가 호텔로 바래다 드릴게요.”차 안에 앉으니 또 긴 침묵이 흘렀다. 마침내 조은서는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그와 아무 사이도 아니에요. 선우 씨, 오해하지 말아줘요.”“그래?”유선우는 몸을 돌려 그녀를 바라보며 운전기사가 듣지
조은서가 욕실에서 나왔을 때, 유선우는 담배를 끄고 조용히 밖을 내다보고 있었다.발걸음 소리를 들은 그는 뒤돌아보지도 않고 폰을 한쪽에 있는 바에 올려놓고 매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YS 그룹 본사에 만 명이 넘는 직원들이 있어. 그리고 대부분 업무도 B시에 집중되어 있고. 넌 내가 하와이로 올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잖아. 회사도 옮긴다고 해서 옮겨진다는 게 아니라는 것도 분명히 알고 있을 거 아니야!”조은서는 유선우가 무언갈 알아차렸음을 깨달았다.그녀는 그의 뒤로 다가가 폰을 몇 초 동안 보다가 다시 내려놓았다.“이미 알고 있는 것 같네요.”“뭘 안다는 거야?”유선우는 몸을 돌려 그녀를 보면서 아주 담담하게 물었다.“네가 날 사랑하지 않고 날 떠나려고 한다는 거 말이야? 조은서, 이게 바로 네가 생각했던 제일 안온하게 날 떠나는 방법이야? 우리 둘 사이의 감정이 식은 후, 내가 모르는 사이에 아이를 데리고 떠나려고 했던 거지? 맞지?”조은서는 부정하지 않았다.더 감춘다는 것은 두 사람 사이의 관계를 존중하지 않는 것이다.그녀는 짧게 대답했다.“맞아요!”깊은 밤, 두 사람은 쓰고 있던 가식적인 가면을 벗고 진실한 감정을 드러냈다.조은서는 유선우를 보면서 약간 울먹이며 말했다.“선우 씨, 내가 당신을 떠나고 싶어 하고 당신과 함께 있는 걸 싫어하는 게 당연한 것 아닌가요? 내가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했죠? 그럼 내가 왜 당신을 사랑해야 하는데요? 날 의심하고 백아현을 위해 내 뺨을 때릴 뿐만 아니라 저녁에 음악을 들으면서 다른 여자 때문에 마음이 설레하는 당신을 내가 사랑해야 하냐고요?”“난 아이를 위해서라도 우리가 아무 일 없이 잘 지낼 수 있을 거로 생각했었어요.”“그런데 그 따귀 덕분에 정신이 번쩍 들었어요!”“듣고 싶다면 알려줄게요. 당신이 해외에서 돌아온 후로 당신과의 모든 스킨십이 다 나를 혐오스럽게 만들어요!”...밤이 더 깊어져 갔다.유선우는 창문을 등지고 서서 오랫동안 조은서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녀의
하와이에서 있은 일 후로 조은서와 유선우 사이는 점점 멀어졌다.그는 좀처럼 집으로 돌아가지 않았다.돌아갔다고 해도 옷만 갈아입을 뿐, 두 사람은 대화도 나누지 않았다. 조은서의 임신 상황도 진유라를 통해 접했다.이순영의 건강 상태가 날이 갈수록 나빠졌다.유선우와 조은서는 그녀의 곁을 지켰는데 계획이라도 한 것처럼 서로를 피했다. 한 사람은 낮에 찾아가고 나머지 한 사람은 저녁에 찾아갔다. 서로 불편해할 일도 없었다.이순영도 두 사람 사이에 일을 잘 알고 있었지만 그녀로서 바꿀 수 없었다.가끔 유선우에 관한 스캔들이 생기기도 했다.초가을.이른 아침, 조은서는 식탁 앞에 앉아 아침밥을 먹고 있었다. 창밖에는 푸르싱싱한 나무가 무성하게 자라나 있었고 날씨도 아주 좋았다.그러나 손 옆에 놓인 아침 신문에는 유선우의 스캔들이 보도되어 있었다.그와 예쁜 여자 연예인이 함께 같은 호텔에 묵었다는 것이다. 카메라에 포착된 두 사람은 앞뒤로 프레지던트 스위트룸이 복도를 걸었는데 썸타는 분위기는 아니었지만 꽤 다정해 보였다.조은서는 한참 들여다보았다...하인은 그녀가 속상해할까 봐 다가가 조용히 말했다.“사모님, 우유가 식은 것 같은데 제가 따뜻한 거로 다시 바꿔드리겠습니다.”조은서는 그녀의 호의를 저버리고 싶지 않아 알겠다고 간단히 답했다.바로 이때, 밖에서 하인 한 명이 들어오더니 조은서 곁에 다가가 난감해하면서 말했다.“한여름 씨라는 분께서 사모님을 뵙고 싶어 하십니다. 사모님... 안으로 들일까요?”‘한여름?’조은서는 일어나 창문 옆으로 다가가 내려다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정원에 아주 고급스러운 승합차 한 대가 세워져 있었는데 아리따운 여자 한 명이 진지한 표정을 짓고 매니저와 함께 옆에 서 있었다. 조은서 뒤에 서 있던 하인이 못마땅해하며 말했다.“연예인이라는 사람이 너무 뻔뻔한 것 아닌가요? 사모님, 제가 가서 쫓아낼게요.”조은서는 담담하게 웃었다.그녀는 유선우가 한여름과 어떤 사이인지는 모른다. 그러나 유선우가 스캔들을 해명
한 주일 후, 한여름은 연예계 블랙리스트에 들어가게 되었다.그녀는 처음에 자신이 누구를 건드렸는지 모르고 있었다. 여러 사람들과 물어본 끝에 겨우 자신이 유선우를 건드렸다는 걸 알게 되었다. 이유는 자신이 집까지 찾아가 유 사모님을 성가시게 굴었다는 것이었다.한여름은 조은서를 찾아 빌고 싶었다.그러나 상황을 알고 있던 사람이 그녀에게 알려줬다.“유 사모님은 별로 신경 쓰지 않아. 주요하게 유 대표님께서 불쾌하셔. 빌 생각하지 말아. 유 대표님한테 안 먹혀.”한여름은 어안이 벙벙했다....가을밤, 가랑비가 보슬보슬 내리고 있었다.깊은 밤, 롤스로이스 팬텀 한 대가 별장으로 들어왔다. 불빛 때문에 비에 젖은 차는 아주 차가운 느낌을 주었다.기사는 차에서 내려 우산을 들고 뒷좌석 문을 열고는 가볍게 말했다.“대표님, 집에 도착하셨습니다.”차 안은 어두컴컴했고 유선우는 뒷좌석에 앉아 눈을 감고 휴식하고 있었다.요즘 회사 일이 너무 많을 뿐만 아니라 이순영 건강도 점점 더 악화되어 저녁에 편히 주무시지 못하고 계속 ‘문호’를 불렀다. 그는 거의 매일 밤 그녀를 간호하러 갔다. 그러나 그가 아무리 효도한다고 해도 그녀의 상처 입은 마음을 달랠 수 없었다.유문호가 실종된 지 십여 년이 되었다. 곧 이 세상을 뜨게 되는 이순영은 친아들을 한번 만나보고 싶어 했지만 그마저도 불가능했다.기사는 유선우의 표정이 점점 어두워지는 걸 발견하고 더욱 조심스럽게 행동했다.유선우가 현관을 들어서자 집에 있던 하인이 그를 마중하면서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대표님, 야식을 뭐로 준비해드릴까요? 사모님은 방금전에 잠드셨습니다. 낮에는 계속 어르신 곁에서 간호하셨고요. 요 며칠 피곤하셨는지 살도 빠지신 것 같습니다.”현관 쪽에 있는 크리스탈 조명이 밝게 빛났다.유선우의 표정이 조금 좋아졌다. 그는 신발을 벗고 조용히 말했다.“야식은 안 먹는 거로 할게요.”그는 천천히 위층으로 올라갔다.유선우는 한 계단씩 올라가면서 갑자기 자신이 조은서를 안 본 지 한 주일
새벽, 유선우의 폰이 울렸다.유선우는 침대 머리맡에 기대어 등을 켰다. 그는 함께 깨어난 조은서를 보면서 부드러운 목소리로 전화 너머에 있는 사람에게 말했다.“엄마, 무슨 일이세요?”전화를 한 사람은 함은숙이었다.함은숙의 목소리는 깊은 밤에 특히 냉정하게 들려왔다.“선우야, 할머니께서 더는 못 버티실 것 같아. 얼른 은서를 데리고 와. 할머니 마지막 모습은 봐야지.”유선우는 약 30초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다가 힘겹게 입을 열었다.“금방 갈게요.”오 분도 되지 않아 두 사람은 옷을 갈아입고 집 문을 나섰다.비는 계속 내리고 있었고 빗방울이 값비싼 롤스로이스 차체를 따라 흘러내리고 있었다. 마치 진귀한 눈물 같았다...임신한 조은서 때문에 유선우는 운전을 빨리하지 않았다.두 사람은 서로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조은서는 그의 옆에 앉아 조용히 비가 내리는 밤하늘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오늘이 이은숙 곁에 있어줄 수 있는 마지막 밤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차는 빨간 신호등 앞에 천천히 멈춰 섰다.그는 답답한 마음에 담배를 피우고 싶었으나 결국 담배를 사물함 안에 버리고 조은서의 손을 살며시 쥐었다.그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단지 그녀의 손을 잡고 있었다.조은서는 손을 빼지 않았다.이은숙 그녀를 아껴준 만큼 그녀의 마음도 유선우와 마찬가지로 이 음산하고 어두운 밤과 같이 차가워났다.조용히 손을 잡고 있은지 약 30초가 지나자 신호등이 녹색 등으로 바뀌었다.유선우는 잡고 있던 손을 놓고 다시 핸들을 잡고 집중해서 운전했다. 다음 신호등 앞에 가서도 그는 조은서의 손을 다시 잡지 않았다. 조은서는 속으로 잘 알고 있었다. 아까 느껴졌던 온기가 그저 그가 무의식적으로 추태를 부린 것이라는 것을.반 시간 후, 블랙 롤스로이스가 본가에 들어섰다.이은숙은 거의 임종에 달했다.유선우와 조은서가 침대 옆에 서 있었지만 그녀는 이미 누구도 알아보지 못했다.이은숙은 눈을 뜨고 천장을 바라보며 얼마 남지 않은 힘을 다해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