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외투를 벗어 던지고 어두컴컴한 침실로 들어갔다.유선우는 조은서의 뒤에 누워 사람에 이불까지 끌어안았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의 가녀린 목선에 닿은 목울대는 참지 못하고 위아래로 움직였다.그의 몸은 뜨겁게 달아올랐다.조은서는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다. 그를 밀어내지도 않았다. 귓가에는 그의 허스키한 목소리만 들려왔다.“난 그녀를 좋아한 적 없어. 난 그저 그녀의 눈을 바라보는 게 좋았을 뿐이야. 그녀의 눈빛은 마치 예전의 너처럼...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았어. 은서야, 너 같은 여잔 정말 처음이야. 그 누구도 너처럼 나를 아프게 하고 내 모든 자존심을 바닥까지 떨어뜨린 적이 없었어. 그래도 난 너를 여전히 놓아줄 수 없나 봐. 사실은 포기하려고 한 번쯤 생각은 해봤어. 그저 여자일 뿐인데 굳이 이렇게 집착할 필요가 있을지.”그는 그녀를 꼭 껴안고, 손바닥으로 그녀의 얇은 등을 가볍게 쓰다듬었다.그녀를 자기 쪽으로 밀어붙이고 이마를 맞댄 채 눈을 지그시 감고 말했다.“은서야, 나 너무 힘들어. 널 사랑하기도 미워하기도 한 걸 나조차도 몰랐나봐...”유선우는 그녀의 모든 것을 사랑하지만, 마음속에 다른 남자를 품고 있는 그녀가 또 밉기도 했다. 유선우는 말을 마치자마자 그녀의 붉은 입술을 덮치고는 질척하게 빨아댔다. 그는 오랫동안 그녀를 건드리지 않았다. 그의 동작은 뜨겁기도 하고 또 간절하기도 했다. 조은서는 배 속의 아이가 신경 쓰여 덮치려는 그의 어깨를 밀어내고 말했다.“선우 씨... 안 돼요...”그는 깊은 눈빛으로 바라봤다.“안돼? 그럼 누가 되는데?”그 사람만 생각하면 그의 눈빛은 더욱 깊어졌다. 그러고는 조은서를 침대에 눕혔다. 그는 그녀를 거칠게 대하지 않고 되려 남자의 방식으로 그녀가 즐기게 했다. 그녀를 소리 지르게 하고, 아찔하게 하고 또 느낄 수 있도록.유선우는 술에 잔뜩 취해서 한 번도 대한적 없던 방식으로 그녀를 마음대로 짓이겼다.조은서는 침대 시트를 움켜쥐었다. 그리고 그는 엎드린 채 그녀의
조은서가 카톡을 열어보자 박연준이 보낸 파일을 그녀보고 프린트하라고 했다.그녀는 잠시 뒤로하고 고개를 들더니 유선우랑 얘기하려고 했다.봄볕은 따사로웠지만 조은서는 온몸이 차가웠다.그는 자신의 남편을 바라보며 더구나 잘난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가볍게 말했다.“선우 씨, 당신은 늘 내가 당신을 남편으로 안 본다고 했죠? 그럼 당신은? 당신은 날 와이프로 생각해요? 당신이 밖에서 다른 여자들과, 그리고 이지우랑 뭐가 있다고 쳐요. 그건 뭐 날 고의로 엿먹이려고 그런다고 하죠. 그럼 백아현은, 우리 사이에서 무슨 역할을 하고 있는지 당신이 가장 잘 알 거예요. 게다가 지금 그녀를 위해 해외까지 나가 같이 있어 주려고 내 말 한마디 들을 시간도 없네요...”유선우는 걸음을 멈추고 한참 후에야 몸을 돌려 빤히 그녀를 바라봤다.“하고 싶은 말이 뭔데?”조은서가 막 입을 열려던 참에 그의 주머니에 있던 핸드폰이 울렸다.유선우는 생각도 하지 않고 이내 전화를 받았다. 아마 해외에서 걸려 온 전화인 듯했다. 그는 조은서를 힐끗 보고는 계단을 올랐다...다이닝 룸에는 조은서 홀로 남아있었다.고용인은 따뜻한 말투로 타일렀다.“사모님, 우선 아침 식사부터 하시죠!” 조은서는 전혀 입맛이 없었다. 그녀는 문득 박연준이 보내온 서류를 떠올리며 자리에서 일어나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조금 있다가 먹을게요.”고용인은 걱정에 가득 찼다.조은서는 2층으로 올라가 곧장 서재로 향했다. 그러고는 파일을 프린트했다.그녀는 손을 뻗어 가지려는 순간 실수로 LP 턴테이블을 재생했다. 순간 쥐 죽은 듯 조용했던 서재는 마스네의 ‘명상곡’으로 울려 퍼졌다.조은서는 그 자리에 굳어버렸다...‘이 곡, 왜 이렇게 익숙하지?’그녀는 LP를 꺼내보니 자신이 몇 년 전 어머니를 기념하기 위해 만들었던 게 맞았다. 나중에는 사라져 버렸는데... 이게 왜 유선우한테 있지?문 앞에서 유선우의 차가운 소리가 들려왔다.“뭐 하는 거야?”그는 천천히 걸어 들어와서는 그녀와 반 미터
유선우는 서재에 오래도록 머물러 있었다.그는 부서진 LP판을 집어 들더니 한참을 쳐다본 후에야 살며시 휴지통에 버렸다. 그는 풀이 죽어 소파에 기댄 채 머리를 살짝 젖혔다. 불빛이 눈 부신지라 그는 손을 뻗어 가렸다.손바닥은 은근히 얼얼해 났다. 아까 그가 얼마나 힘주었는지를 마치 일깨워주는 듯했다.그가 조은서를 때리다니...눈을 감은 유선우의 눈앞엔 조은서의 마지막 뜻 모를 웃음만이 보였다. 그 웃음은 눈물을 머금고 있었다... 귀한 집안 출신의 그녀는 조씨 가문에서 애지중지 키운 딸인데 어찌 누구한테 맞아본 적 있겠는가.그는 그녀를 사랑한다면서 그녀를 때렸다.때마침 그의 핸드폰이 울렸다. 진 비서한테서 걸려 온 전화다.“유 대표님, 차는 이미 대기시켰습니다. 지금 내려오시겠습니까?”유선우는 덤덤하게 말했다.“하루만 미뤄줘.”진 비서는 아무 생각 없이 입을 열었다.“하지만 대표님, 전문의 협회에서 대표님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유선우의 목소리는 더없이 차가웠고 아무런 감정도 느껴지지 않았다.“내가 하루만 미루라고 말하잖아 지금.”말이 끝나기 바쁘게 그는 전화를 끊었다. 진 비서는 아래층에서 핸드폰을 보며 곁에 있는 고용인에게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혹시 대표님께서 또 사모님과 싸웠습니까?”그녀는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당시 둘이 재혼할 때 그녀는 두 눈으로 직접 유 대표님께서 엄청 기뻐하는 것을 봤는데, 아마 조은서를 엄청 아끼실텐데... 어쩌다 이 지경까지 왔을까?유선우가 내리친 그 한대의 뺨 소리를 고용인은 아래층에서 어렴풋이 들었다.그녀는 재삼 망설이다가 털어놓았다.“아까 윗층에서 다툼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대표님께서... 사모님의 뺨을 한 대 내리친듯합니다.”진 비서는 그자리에 멍해 있었다....2층 침실,조은서는 조용히 창가에 서 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못난 모습을 남한테 들키고 싶지 않았다.이 바닥에서 그녀처럼 남편한테 뺨 맞은 경우는 드물고도 드물었다. 소문이라도 퍼지게 되면 비웃음당할 정도였다.
유선우는 차에 앉은 채 고개를 들고 2층을 바라보며 낮게 물었다.“사모님께서 집에 계십니까?”고용인은 잠시 멈칫하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어르신께서 몸이 편찮으셔서 사모님께서 돌봐주고 계십니다. 이미 여러 날이나 계속 가셨습니다.”유선우의 눈빛은 다소 부드러워졌다.그는 고용인더러 캐리어를 위층으로 옮기라고 하고, 자신은 차를 몰고 유씨네 저택으로 향했다...유선우는 고용인보고 알리지 말라고 하고 어르신의 침실로 곧장 향했다. 침실 안은 쥐 죽은 듯 조용했다. 어르신은 베개에 기대어 눈을 지그시 감고 정신을 수양했다. 그 옆에는 조은서가 침대에 엎드려 있었다... 그녀는 잠든 것 같았다.유선우는 어르신을 깨우지 않았다.그는 조은서 곁에 앉더니 손을 뻗어 그녀의 얼굴을 살며시 쓰다듬었다. 그녀는 많이 수척해졌는데, 원래부터 앙증맞던 얼굴은 그의 손바닥보다 작았다...조은서는 잠에서 깼다. 그녀는 초췌해진 그의 모습을 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기쁘지도 슬프지도 않았다.그녀는 그의 터치가 싫었다. 몸을 뒤로 기울였지만 유선우는 그녀의 목덜미를 잡더니 낮고 부드러운 소리로 물었다.“아직도 아파?”조은서는 덤덤하게 말했다.“얼굴 씻고 올게요.’그녀는 말을 마치자마자 그를 밀어내고 몸을 일으켜 화장실로 향했다.유선우가 막 따라가려던 참에 어르신은 잠에서 깼다. 어르신은 바싹 마른 손으로 따라가려던 손자를 잡고는 몹시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아까부터 깨어 있었다! 너희들이 말하는 걸 듣고서야 네가 은서를 때린 걸 알았다. 선우야... 은서는 조씨네 가문에서 곱게 키운 딸이다. 네가 이젠 감정이 없다면 그만 그녀를 돌려보내거라...”유선우는 잠시 멈칫했다.그는 어르신께서 이렇게 말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전부터 어르신은 줄곧 둘이 잘되기를 바랐었다.어르신은 여전히 눈을 감은 채 말했다.“나는 단지 아픈 거지 장님이 아니다... 은서는 전혀 즐겁지 않단다. 선우야... 네가 정말 조금이라도 은서를 좋아한다면 이젠 그만 돌려보내거라.”
차 안은 어두컴컴했고 서로의 숨소리는 가빠졌다.조은서는 여전히 그의 다리에 앉아 있었는데 그의 회색 슬랙스는 그녀의 새하얀 피부를 더욱 돋보이게 하였다... 그에 의해 벗겨진 스타킹은 그녀의 가느다란 발목에 걸려 있어 분위기를 더욱 야릇하게 했다.한참 후에야 유선우는 정신을 차렸다...그가 아빠가 되다니!그가 그렇게도 애타게 원했었는데, 어쩌면 정말 여자애일지도 모른다.하지만 이런 순간에 그는 그녀를 안아줄 용기조차도 없었다. 그는 한 달 전, 그녀가 할 말이 있다고 하던 날을 떠올렸고, 그는 서둘러 해외로 나간다고 그녀를 입도 열지 못하게 한데다가 그들은 백아현 때문에 말다툼까지 했다... 그리고 그는 조은서의 뺨을 한 대 때렸다.조은서는 임신한 몸으로 그에게 뺨을 맞았다.유선우의 목울대는 살짝 위아래로 움직이더니 기다란 손가락으로 그녀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그때는 이미 흔적도 알리지 않았지만 그는 다 쉬어가는 목소리로 다시 한번 물었다.“아직도 아파?”조은서는 여전히 대답하지 않고 되려 덤덤한 채로 있었다.“자리에 앉게 해주세요.”유선우는 눈빛이 가늘게 드리워졌다.그는 그녀에게 시선을 집중했다. 하지만 조은서가 그랑 눈이 마주치는것을 외면하는 게 뻔했다.그녀는 얼굴을 돌리고 또다시 한번 말했다.“내려주세요.”유선우는 이내 그녀의 목덜미를 끌어안더니 그녀더러 자신의 어깨에 기대라고 했다. 이어 그는 손을 뻗어 그녀의 옷을 정리해 줬다. 아마 몇 년 동안의 부부생활을 해온 덕에 그의 길쭉한 손가락은 아주 영활했다.정리하고 나서도 그는 그녀를 놓아주지 않았다.그의 손은 애틋하게 그녀의 평평한 아랫배를 쓰다듬고 있었다. 한참을 그러다가 그는 그녀의 귓가에 입술을 갖다 댔다. 그리고 쉬어가는 목소리로 속삭였다.“은서야, 미안해.”처음부터 끝까지 조은서는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았다.이 한마디의 말을 들은 그녀는 눈가가 촉촉해졌지만 여전히 그의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그가 그녀에게 준 상처는 너무도 깊었고,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는
고용인은 멈칫하더니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갔다.“큰 사모님과 어르신께선 아직 사모님께서 임신한 사실을 모릅니다. 대표님께서 알려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아니면 큰 사모님께서 대표님과 이지우 아가씨를 이어주려고 하고 있습니다. 큰 사모님께선 대표님이 와이프가 있는 몸이라는 것도 다 잊으신듯합니다. 게다가 곧 아빠까지 되시는데!”유선우는 기분이 한결 좋아진 듯 덤덤하게 말했다.“알겠어요.’그는 담배를 꺼버리고 위층으로 올라가려 했다. 마침 새하얀 솜털 뭉텅이가 계단으로 뛰어 내려왔다. 설리였다... 설리는 오랜만에 유선우를 보는지라 반가운 마음에 그를 보고 몇 번 짖었다.유선우는 허리를 숙여 그를 안고서 위층으로 향했다.그는 설리를 목욕시켜 주고 털도 말려주고서 깨끗하고 뽀송한 채로 침실로 돌려보냈다.조은서는 이미 씻고 나왔다.그녀는 실크 잠옷을 걸치고 침대에 기대서 ‘임신 출산 육아 대백과’라는 책을 보고 있었다. 그녀는 골똘히 집중한 채 유선우가 침실에 들어온 것도 눈치채지 못했다.유선우는 손을 올려 셔츠 단추를 하나씩 풀어가며 와이프의 담담한 얼굴을 지그 바라봤다. 아무래도 그녀가 예전 같지 않다고 느꼈다.그녀는 확실히 차가웠다.하지만 또 그렇게 차갑지도 않게 느껴지는 게 적어도 가끔은 그를 상대해 주기도 했다.어느 책에서 썼던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여자가 일단 따지지도 않고 화내지도 않는다면 남편에 대해 극도로 실망한 것이라 상대하기조차도 귀찮다는 뜻이라고 했다...유선우는 욕실로 들어가 뜨거운 물이 쏟아져 내릴 때 그는 조은서가 바로 그런 케이스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머리속에서 떨칠 수 없었다...씻고 나서 그는 욕실에서 나와 보니 드레스룸에 놓여있던 캐리어는 이미 다 정리되어 있었다.그는 고용인이 위층에 올라오지 않았다고 확신했다.그렇다면 조은서가 정리한 것이다...그녀가 잘해줄수록 유선우는 머릿속이 더 복잡했다. 그는 그녀가 따지고, 심지어는 때리고 욕하고 했으면 더 나았을 거라고 생각했다... 지금처럼 미적지근한 게 아니라
조씨 가문 주택.심정희는 그녀가 온다고 아침 일찍부터 마트에 다녀왔다. 가장 신선한 통뼈와 죽순을 사다가 국을 끓여 그녀에게 몸보신해 주려고 했다. 조은서가 과일을 씻자 심정희는 그녀를 향해 소리쳤다. “임신한 몸으로 앉아서 쉬기나 해! 내가 씻어주면 되잖아?”조은서는 웃으며 말했다.“이제 겨우 3개월밖에 안됐어요. 괜찮아요.” 아이 얘기를 꺼내자 심정희는 흠칫했다. 그녀는 사과를 조은서에게 건네주며 재삼 망설이다가 물었다. “도대체 어쩔 생각이니? 지난번에 임지혜한테서 들었다. 하와이에 가게를 차린다며? 어떻게 된 일이니?”조은서는 새콤달콤한 사과를 살짝 깨물었다.한참 후, 그녀는 작은 소리로 말했다. “그럴 계획이에요. 하와이에 친구가 있는데 서미연 사모님께서 소개해 준 사람이에요. 믿을만한 사람이죠... 오빠가 풀려나오면 함께 하와이로 가서 정착하려고요. 전 이미 여권 신청하고 있어요.”그녀와 유선우 사이에 있은 일에 대해 심정희는 어느 정도 눈치챘다. “하지만 유선우는... 하와이에서 발전하려고 하지 않을 거야.”조은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더 가벼워진 목소리로 말했다.“맞아요. 그는 가지 않을 거예요.”......저녁 무렵, 유선우는 퇴근하고 친히 조은서를 데리러 왔다. 그는 조씨네 가문의 냉대를 받았다. 차 한 모금조차도 마시지 못했고 조승철 부부는 그를 차갑게 대했다. 그러나 유선우는 묵묵히 받아들인 채 조금도 불쾌한 기색을 내보이지 않았다. 두 사람은 아래층으로 내려가 차 앞으로 걸어갔다. 서쪽 하늘을 물들여가는 노을을 만난 검은색 롤스로이스는 더없이 고운 빛깔을 드러냈고 조은서의 얼굴은 노을에 은은한 오렌지색으로 물들어 부드럽고 고요한 분위기를 풍겼다.차 안에 앉아 유선우는 벨트를 매어주다가 그만 참지 못하고 그녀에게 키스했다. 조은서는 그를 받아주기 싫었다. 그녀는 앙증맞은 얼굴을 옆으로 돌리며 조용히 입을 열었다.“피곤해요. 얼른 차 몰고 집으로 가요. 쉬고 싶어요.”평소에 유선
유선우는 핸들을 잡은 손바닥을 꽉 쥐었다.하지만 얼굴은 덤덤한 채 입을 열었다.“그쪽에서 출산하는 건 생각해 볼 수 있어. 그러나 일은 좀 쉬어가면서 해. 임신 전후기에 임산부들이 많이 고생한다고 들었어... 유 대표 사모님, 나는 네가 고생하는 게 싫어.”조은서는 덤덤하게 웃었다. ...저녁, 유선우는 서재에서 회사 일을 처리했다. 조은서는 씻고 나와 화장대 앞에 앉아 스킨을 바르고 나서 서랍을 살짝 열었다. 그 안에는 그녀의 중요한 서류가 들어있었다...반 대표의 도움으로 그녀는 이미 하와이의 영주권을 발급받았다. 이제 여권만 발급받으면 그녀와 아이는 하와이에 정착할 수 있다. 다시는 B시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그녀는 이미 심사숙고를 마친 후에 결정을 내린 것이다. 그리고 유선우가 당분간 그녀를 놓아주지 않을 것이라는 것도 잘 알기 때문에 그녀는 계획을 세웠다... 아이의 명분으로 별거하고 그렇게 시간이 흐르면 유선우는 자연스럽게 외로워질 것이고, 그러면 그는 예전처럼 업소를 돌아다니며 여러 여자를 찾아 즐길 것이다. 그렇게 또 몇 년이라는 시간이 지나다 보면 그는 새로운 가정을 꾸리고 싶어 할지도 모른다.마침 문어구에서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 조은서는 급히 서류를 치우고 서랍을 닫은 후에야 일어나려고 했는데 유선우는 이미 그녀의 곁으로 다가왔다. 그는 몸을 기울여 등 뒤로 그녀를 끌어안더니 얇은 입술로 그녀의 귓가에 부드럽게 입을 맞췄다 . 욕구를 참느라고 잠긴 목소리가 귓가로 스며들었다. “뭐 보고 있었어?”“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만 자려고요.”......유선우는 그녀를 움직이지 못하게 잡은 채 그녀를 데리고 거울을 바라봤다. 그는 그녀가 두 눈으로 직접 그의 손끝이 스치면서 가운의 벨트가 천천히 풀어지더니 드러난 새하얀 살결을 보게 했다. “유선우 씨!”조은서는 급히 가운을 여미려 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가늘게 떨렸다. 유선우는 침대에 앉아 그녀를 안아 올리더니 자신의 다리에 앉혔다... 그는 불룩해진 그녀의
신혼부부의 열정이 프레지던트 스위트룸을 빨갛게 태웠다.피로연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한 특별한 손님이 조용히 다녀갔는데 다름이 아니라 그 여자가 자기를 보고 슬퍼할까 봐 두려웠기 때문이다.그러나 원수는 항상 외나무다리에서 만나는 법, 그들은 생각지도 못하게 복도에서 마주쳤다.성현준은 유이안을 조용히 지켜봤다. 유이안은 강윤을 데리고 화장실에 왔지만 어린아이를 혼자 두지 못해서 작은딸도 데려왔다. 아마 강원영을 위해 낳은 딸인데 오누이 쌍둥이다. 쌍둥이 이름은 강온과 강민이다.강윤은 동생들을 아주 좋아했다. 학교에서 돌아온 후 먼저 동생들과 한참을 놀았고 저녁에도 여동생을 방으로 ‘훔쳐 와’ 인형처럼 꼭 끌어안고 잤다.처음에 유이안은 많이 걱정했지만 동생이 생긴 후 강윤이 더 밝아지자 그제야 시름을 놓았다. 평소에 강윤과 여동생을 데리고 나올 때가 많았고 아들은 강원영이 데리고 다녔다.이때 그들 부부가 막 돌아가려던 참에 지인을 만났다.성현준이 출국한 후 그들은 오랫동안 보지 못했는데 그녀가 출산할 때 그가 돌아왔지만 병원에는 가지 않고 그저 값비싼 선물을 보냈다.유이안의 마음이 자기한테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강원영은 이 부분에 있어 아량이 넓었다.갑자기 만났으나 서로 말이 없었다. 결국 성현준이 몸을 쪼그리고 앉아 강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아저씨 기억나?”기억이 좋은 강윤은 얼굴을 찌푸리더니 쏜살같이 유이안한테 다가가 그녀의 다리를 꽉 껴안았다.성현준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유이안은 강윤의 작은 얼굴을 만지며 저도 모르게 슬퍼졌다.성현준은 명의상 강윤의 아버지고 또 별장도 선물했었다.어린 강윤은 마음을 진정시켰는지 유이안을 놓고 천천히 성현준에게 다가가 살며시 안아줬다.성현준은 잠긴 목소리로 유이안에게 물었다.“잘 지냈어? 아이들은 어때? 그 사람과 사이는 좋아?”“다 좋아요.”유이안도 목소리가 잠기는 것 같다. 이 나이가 되어서 사실 따질것도 없고 과거는 과거일 뿐 연연하지 않았다.유이안도 성현준에게 물었다.“당신
아침의 첫 햇살이 대지를 비추고 있다.오늘은 조씨 가문이 잔치를 치르는 날이다.조은혁 부부의 제일 어린 딸이 마침내 시집갔고 그것도 어릴 적부터 좋아했던 남자에게 시집갔다. 전통 혼례복을 입은 그녀의 모습은 진석이 보았던 그 여느 여자보다도 예뻤다.진석의 부모님도 쉴 틈이 없이 바빴다. 그들은 비록 큰 부자가 아니지만 진석의 아버지인 진대용은 한 가문을 이끄는 어르신으로서 능력이 대단했다. 팔방미인처럼 하객을 잘 접대했을 뿐만 아니라 뜻밖에도 유선우와도 잘 어울렸다.조은혁은 의견이 많았다. 유선우는 사돈도 없는가?유선우는 그와 따지지 않고 아내 조은서와 함께 결혼식 진행을 도왔다. 전통 결혼은 현대식보다 훨씬 번거로웠지만 다행히 양측에 일손이 충분해서 허둥거리지 않아도 된다. 낮에는 떠들썩하게 결혼식을 올리고 저녁에는 B시의 제일 럭시리한 호텔의 가장 큰 홀에 200상을 넘게 안배했다. 조씨와 유씨의 양가 친척과 진석의 협력 파트너를 포함해 모두 축하해주려고 이 자리에 모였다. 이 결혼식은 올해 제일 거대한 행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규모가 컸고 앞으로 3년 동안 이렇게 성대한 결혼식이 없을 수 있다.B시의 명인들이 한자리에 모였다.진석은 조은희와 손잡고 곁에 술을 먹어줄 수 있는 사람을 8명이나 데리고 하객에게 술을 권했다. 200상에 달하는 손님을 한 분이라도 빠뜨리지 않기 위해 진석은 필사적으로 마셨고 8명의 술막이 친구들도 충분히 역할을 발휘했다. 그러나 진석은 학교의 선생님들에게 술을 권할 때 술에 취해 쓰러질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평소에는 학생의 본보기가 되어야 하므로 자제하고 있던 이 선생님들은 진석이 결혼하고 조은희도 같은 학교의 선생님이다 보니 10억을 위해서라도 신랑, 신부를 열정적으로 대했다. 그 결과 진석은 거의 취했고 조진범과 조우현이 대신 막아줘서야 겨우 룸으로 끌려갔다.조은혁은 잠자코 진석을 지켜보다가 놀려줬다.“괜찮겠어? 혹시 밀랍으로 만든 총대여서 쓸모없는 거 아니지?”이때 진대용이 감쪽같이 나타났다.
밤이 되었다.유이준과 진은영은 진별이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갔다.집에 돌아가자마자 진별이은 숙제하러 갔고 진은영은 잠든 막내아들을 보러 갔다. 막내아들은 돌보고 있는 가정부는 발자국 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려 조용히 말했다. “오셨어요? 한 번도 깨지 않고 계속 자고 있었어요. 엄청 착해요.”진은영은 가볍게 웃으며 아줌마에게 내려가 쉬라고 했다.문이 받히고 그녀는 고개를 숙여 막내아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꼬마는 이미 8개월이 지났고 용모는 유이준을 완전히 물려받았고 거의 판에 박힌 것 같았다. 심지어 진별이 조차도 때때로 동생의 얼굴을 보고 감탄했다. “이건 정말 하느님의 걸작이야!”유이준이 물었다.“하느님의 걸작이 뭔지 알아?”진별이가 답했다.“남편의 용모, 아내의 영광!”진은영은 유이준에게 속삭였다.“모델 렌위이를 보고 저러는 거야.”유이준은 즉시 그에게 예쁘냐고 물었다.진은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유이준은 침실 문을 살짝 열고 들어왔다. 남자는 아내의 뒤로 와서 가는 허리를 가볍게 껴안고 막내아들의 잠든 얼굴을 함께 보았다. 진은영은 고개를 돌려 조용히 물었다. “진별이 과제는 보았어?”유이준은 그녀의 허리를 꼭 껴안고 말했다.“봤어, 열 개 중 아홉 개가 틀렸어.”진은영은 참지 못하고 가서 직접 확인하려 하였다. 유이준이 그녀를 가로막으며 웃었다.“진별이가 실수하는 것을 어떨 땐 넘길 줄도 알아야 해! 은영, 우리 아이는 그렇게 빠듯하게 살 필요가 없어. 봐, 조민희와 조은희도 잘 살고 있잖아.”진은영은 망설였다.하지만 진별이는 진은영의 아이였고 그녀는 어려서부터 강했다.유이준은 또 진안영을 두고 말했다.“안영도 잘 살고 있잖아. 그녀는 어렸을 때 분명 문제집을 제일 잘 푸는 사람은 아니었을 거야.”진은영이 물었다.“왜 또 안영을 끌어들이는 거야?”유이준은 답했다.“내가 주변 사람들을 예로 들어야 더 설득력이 있지 않겠어? 안영도 진범을 찾았고 지금 딱 쥐고 있잖아.”진은영이 입을 열었다.“고생은 한
2층.조은희는 내일 입을 드레스를 입어보고 있었다. 진석이 그토록 원하는 드레스였다.하얀 눈꽃을 두른 듯한 드레스는 국내 최고 디자이너의 손길을 거쳐 아주 세심하고도 화려한 기품을 뿜고 있었다. 그녀가 쓰고 있는 보석이 박힌 티아라는 수억 단위의 거액으로 마련한 것이었다.거울 속의 여인은 꽃처럼 아름다운 외모를 지녔고 조은희는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혼잣말했다.“자기 애호 때문에 정말 돈을 아끼지 않았네.”좋은 사람과 결혼해서 다행이지 이 어린 딸은 정말 말문이 막혔다. 박연희는 어머니로서 머리를 툭툭 쳤다.그녀는 조민희가 시집갈 때처럼 두둑한 혼수를 주었고 조은희도 마찬가지로 조 씨 그룹의 주식을 요구하지 않았으며 진석이 번 돈은 그녀와 그의 작은 취미를 먹여 살리기에 충분했다.한편, 조민희는 동생을 도와 드레스를 정리해 주고 있었고 그녀도 조금 아쉬워했다. 조은희는 집안의 막냇동생이었고 이제 시집을 가려고 한다.조은희는 그녀를 보며 말했다.“언니, 언제 귀국해서 정착할 거예요? 평소에 일 년에 한두 번 볼 수밖에 없잖아요.”조민희는 그녀의 얼굴을 비비며 답했다.“몇 년만 더!”조은희는 더 이상 묻지 않고 강아지처럼 애교를 부리며 조민희의 품에 안겼고 조민희는 항상 인내심을 가지며 그녀를 아끼며 함께 해주었다.박연희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나와 너의 아버지도 너와 설진이 빨리 귀국해서 정착하기를 바라고 있어.”조민희는 말했다.“설진의 사업은 대부분 밖에 있고, 돌아오면 적어도 10년은 걸릴 것입니다. 다행히 저와 아이들도 그곳 생활에 익숙합니다.”말이 끝나자, 김설진이 밖에서 걸어들어왔다.그는 박연희를 먼저 불렀고 돈봉투를 조은희에게 건네주었다. 조은희는 돈봉투를 받으며 달콤한 말투로 형부라고 불렀고 김설진은 그제야 아내에게 말했다.“김욱의 다리가 찰과상을 입어서 아래층에서 울고 있어.”비록 작은 사나이이자 울보이지만, 김설진은 그런 아이를 응석받이로 키우고 있었다.조민희가 낳은 아이였다!조민희는 고개를 끄덕이고 남
김설진은 말했다.“너랑 나 다 아프잖아.”조민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김욱은 한창 활동적인 나이지만 아버지가 엄격한 교육 아래 매우 예의 바르고 규칙적인 아이로 자라고 있었다. 김욱은 조우현을 보고 공손하게 인사를 했다.“둘째 외삼촌.”조우현은 그의 머리를 쓰다듬었고 자신의 아이보다 더 튼튼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방유설이 너무 약한 탓도 있었다. 그는 돌아가 조우찬에게 영양을 공급해야겠다고 생각했다.검은색 롤스로이스는 고속도로를 질주하며 저녁이 되기 전에 사람들을 조 씨 저택으로 데려 보냈다.조씨 집안의 아들들은 모두 이사를 나갔지만, 조은희만이 여전히 집에 남아있었다. 조민희가 모처럼 돌아왔어도 그녀는 집에 머물고 있었으며 거절하지 않았다. 조은희는 며칠 묵은 후에 하와이에 가서 친부모님께 향을 피울 계획이었다.차는 저택으로 들어섰고 집안의 불빛은 휘황찬란했다.정원의 주차 공간에는 유명한 차들이 가득 주차되어 있었고 집안의 어른들은 모두 한자리에 모여 있었다. 조은희의 내일 결혼식을 위해 남자들은 한 곳에서 이야기하고 있었고 여자들은 2층에서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김욱은 마당에 남아 조우진, 조우찬과 함께 놀았다.작은 공 하나가 남자아이의 발밑에서 이리저리 날아다녔다.노는 과정에 김욱이 실수로 넘어졌다.사내 녀석은 고통을 참지 못하고 와 하고 울음을 터뜨렸다.조진범은 마침 복도에 서 있었고 그는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겨울이라 검은 코트를 입은 그의 몸집은 더욱 방대해 보였고 그의 성숙함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그는 작은 아이를 안아 가볍게 품에 안았고 그의 눈매는 매우 부드러웠다.“어디가 아픈지 외삼촌에게 말해?”녀석은 희고 작은 얼굴을 찡그리며 눈물을 글썽였다.“무릎이 아파요.”말을 마치자, 그는 외삼촌의 품에 안겨 일어나려 하지 않았다.조진범은 의자에 가서 앉아 한 손으로 꼬마를 껴안고 있었다. 조우찬과 조우진도 다가왔고 조우진은 아주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아빠, 우리 일부러 그런 게 아니에요.”
저녁, 조은희는 퇴근 준비를 하고 있었다.그녀는 주차장에서 진석의 차를 보았지만 차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마침, 학교 상사가 지나가며 말을 걸었다.“진석이 학교에 와 강당에서 기증식을 하고 있어. 가서 보고 이따가 같이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걸. 이 추운 날 뜨거운 훠궈를 같이 먹으면 얼마나 좋아.”조은희는 장난스레 답했다.“삶을 즐기실 줄 아네요.”상사는 손에 든 요리를 들며 답했다.“이봐, 네 사모님이 아침 일찍 집에 가서 손자를 위해 밥을 해라고 재촉하셨어.”조은희는 가볍게 웃으며 그를 배웅했다.하늘에는 구름이 주황빛을 띠며 금빛 테두리를 두르고 있다.조은희는 뜨거운 물컵을 들고 강당 쪽으로 걸어갔다. 가는 길에 몇몇 학생들이 그녀를 향해 재잘거리는 것을 보았다. 그들은 장난스럽게 그녀를 진 사모님이라고 불렀다.“조 선생님이라고 해.”학생들은 답했다.“진 사모님! 진 선생님은 강당에 계십니다.”지나가는 모든 사람은 그녀에게 진석이 강당에 있다고 말했고 조은희는 속으로 생각했다.[진석의 구십억이 가치가 있긴 하네. 학교 유명인이 다 됐어.]그녀는 자작나무 숲을 가로질러 강당 계단을 올라갔고 멀리서 진석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는 연설하고 있었고 아주 틀에 박힌 듯 말하고 있었지만, 목소리가 좋았다.강당에는 수천 명의 사람들이 정면으로 앉아 집중하고 있다.진석은 남자의 꿈이자 여자의 꿈이었고 조은희의 모든 청춘과 미래였다. 그녀는 들어가지 않고 입구에 서서 조용히 그녀의 남편이 될 남자를 바라보고 있었다.약 5분 후, 진석이 강연을 끝내고 그도 그녀를 보았다.조은희는 흰색 코트를 입고 뜨거운 물컵을 들고 그가 가르치던 곳에 서 있다. 그녀는 현재 이곳의 선생님이었다.진석은 조용히 그녀를 바라보았다.사실, 조은희가 그에 대한 사랑은 그에 비해 조금도 부족하지 않다.그녀는 젊고 활발했지만, 아주 용감하고 사랑스러웠다. 그녀는 하늘이 진석에게 맞춤 제작한 인생의 동반자였다. 조은희가 있으니, 그는 이번 생에 여한이 없을 것
조은희는 남자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검은색 코트를 입은 진석은 키가 컸고 그런 그가 서재에 서 있자, 그녀는 압박감을 느꼈다. 그는 그녀를 향해 걸어와 고양이처럼 우는 어린 소녀를 품에 안고 한 손으로 가볍게 쓰다듬어 주었다. 그의 목소리는 매우 부드러웠다.“울지 않는다면서요.”조은희는 그의 어깨 위에 엎드려 말했다.“일부러 그러는 거야?”“좀 감동하지 않았나요?”그녀는 그를 나긋하게 때렸다.진석은 술에 취해 나지막이 웃었고 그녀가 감정을 내뱉도록 내버려두었지만 동시에 그의 마음도 쓰라렸다.지난 5년 동안 그는 사실 방황해야 하는 것을 두려워했다. 그는 자신이 출세하기를 기다리지 못하고 조은서가 다른 사람을 좋아하게 될까 봐 무서웠다. 만약 그때가 오면 그는 무엇을 가지고 그녀에게 돌아오라고 부탁할까?가난한 집 부잣집 딸의 사랑은 소설 속에만 있고 현실은 참혹했다.조은희는 개의치 않지만, 그는 그녀가 고생하는 것을 원치 않았다.지금, 그들은 서재에서 서로를 끌어안았고, 그들은 곧 결혼할 것이었다.창밖으로 가랑눈이 흩날리고, 그는 눈을 밟고 돌아와 그녀의 눈물을 닦아 주었다.진석은 어린 소녀가 그의 목을 껴안고 애교를 부릴 수 있도록 한 손으로 코트를 벗고 소파에 내동댕이쳤다. 그들은 감정에 그치지 않게 서로를 사랑했지만, 한 발짝도 그 선을 넘지 않았다.그의 목덜미에 얼굴을 파묻은 그녀는 아주 따가웠고 힘줄 또한 뜨겁게 뛰고 있었다. 그녀는 쉰 목소리로 물었다.“그녀가 준 것을 왜 진작 주지 않았어?”“어제 받았어요.”“편지를 봤는데 잘 쓴 것 같아서 보여드리려고 했어요.”……조은희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고 그를 껴안고 소리 없이 애교를 부렸다. 잠시 후 그의 턱에 뽀뽀를 해주었고 순간 진석의 마음은 말할 수 없는 감정으로 가득 찼다.그는 조은혁 부부에게 감사했다. 그들이 조은희를 낳은 덕분에 그는 인생의 단맛과 쓴맛을 다 볼 수 있었다.그는 엿처럼 달게 여겼다.문밖에서 아주머니가 문을 두드렸다.“선생님 아가씨, 식
진석 그리고 조은희의 혼사는 순리대로 이루어졌고 아무도 발버둥 치지 않았다.가끔, 조은희는 이런 생각을 가지기도 했다.과정이 너무 순조로운 나머지 몇 년간의 헤어짐이 마치 없었던 일처럼, 마치 항상 붙어있었던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재회한 후에도 그는 그녀에게 해외 생활에 대해 더 묻지 않고 여전히 예전처럼 그녀를 대했다.그녀는 예전처럼 어리지 않았지만, 진석은 그녀를 20세 소녀로 여겼다. 조은희는 그가 18세 소녀를 더욱 좋아할 거라 마음속으로 생각하곤 했다.세월은 야속하게도 흘러만 갔지, 되돌아오진 않았다.진석은 그냥 미소를 지을 뿐.겨울, 낮이 점점 짧아지기 시작했고 조은희는 퇴근 후 진석의 별장으로 향했다. 하지만 진석은 아직 퇴근하지 않았고 도우미 두 아주머니를 집으로 불러 이미 저녁을 준비하기 시작했다.조은희가 차에서 내릴 때 마침 진석의 전화를 받았고 그녀의 목소리는 부드러웠다.“언제 돌아와?”전화 한편의 진석은 손을 들어 시계를 보았다.“일곱 시쯤 집에 도착해요.”조은희는 소녀의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대답했다.진석은 그녀에게 서재로 가서 서류를 가져오라고 지시했고 조은희는 일부러 작은 소리로 입을 열었다.“내가 너의 직원도 아니고 월급도 받지 않는데 내가 왜.”진석이 답했다.“가족 수당을 받잖아요.”조은희는 핸드폰을 사이에 두고 그에게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어준 후 차에서 내렸다.집안의 하인들은 모두 그녀를 보고 잇달아 멈추어 인사를 하였다.“아가씨가 돌아왔나요, 진 선생님은 몇 시에 돌아오죠?””일곱 시요, 바쁜 사람이잖아요.”하인들은 모두 그녀를 좋아했고 배가 고플가 먼저 과일 한 접시를 씻어 그녀에게 건네주었다. 조은희는 과일 접시를 들고 위층으로 올라갔고 잠시 후 진석의 노트북에 무슨 영화가 있는지 찾아보려 하였다. 영화 한 편을 보며 진석을 기다리기로 하였다.진석의 서재는 단순하고 섬세하며 고급 원목 가구는 반짝반짝 광을 내고 있었다.조은희는 코트를 벗고 가죽 의자에 놓은 후 서랍을 열어 서류를 찾
조은희는 진석을 빤히 바라보았다.진석은 낮게 웃으며 외투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더니 블랙 카드를 한 장 꺼내 조은희의 손바닥 위에 가만히 올려놓았다.“내 카드야. 한도가 없으니까 마음껏 써.”조은희는 놀란 듯 작은 목소리로 외쳤다.“진석 씨, 정말 통 크시네요! 진 선생님, 감사합니다.”진석이 장난스럽게 그녀를 가볍게 툭 치자 조은희는 그의 목을 감싸안으며 웃었다.“스폰서 오빠, 감사합니다.”진석은 조은희의 장난스러운 말투에 웃음을 터뜨리더니 그녀의 작은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고 강렬하게 입을 맞추었다. 예전에는 학문적이고 온화했던 그의 이미지가 지금은 사업가다운 자신감으로 바뀌어 있었다. 하지만 조은희의 장난스러운 태도에 그는 어쩔 수 없이 입맞춤 후 그녀의 귀에 낮고 거친 목소리로 농담을 던졌다. 조은희는 그 말을 듣고 묘하게 떨리는 감정을 느꼈다...진석은 그녀의 코끝을 장난스럽게 살짝 물었다.“넌 은근히 독특한 취향이네.”조은희는 더 이상 그를 자극하지 않기로 마음을 먹고 자세를 바로잡으며 운전하라고 했다. 진석은 그녀를 한 번 더 바라보고는 천천히 시선을 돌려 차를 출발시켰다...둘이 별장에 도착했을 때 진석의 어머니는 고향 요리로 한 상을 가득 준비해 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그중에는 진석이 조은희가 좋아한다고 말해준 요리도 포함되어 있었다.진석의 아버지는 붉고 싱싱한 과일을 깨끗이 씻어 가지런히 접시에 놓고 있었다.진석의 차가 멈추자 그는 조은희를 데리고 내렸다. 진석의 부모는 반갑게 나와서 두 사람을 맞았다.아버지는 조은희가 가져온 선물을 받으며 장난스럽게 말했다.“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었는데요.”어머니는 차가운 바람을 느끼며 감기 조심하라고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조은희의 피부는 밝고 투명하게 하얀 편이라 마치 바람이 불면 날아갈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녀의 아름다움은 진석의 부모 눈을 사로잡았다. 두 사람은 속으로 진석과 조은희가 아이를 낳는다면 남녀를 불문하고 정말 예쁘고 훌륭한 아이가 태어날 거로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