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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2화

유선우가 옷을 차려입고 나왔을 때 조은서는 여전히 세면대 위에 앉아 있었다.

그녀의 몸은 차갑게 식어가고 있었다.

유선우라면 쉽게 자기를 놓아주지 않을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절대 속마음을 솔직하게 고백한 걸 후회하지 않았다.

유선우는 그녀를 궁지에 몰아넣었었기에 그녀는 거짓말을 할 여유도 없었다.

낭패한 그녀의 모습과는 달리 값비싼 옷을 잘 차려입은 그는 우아한 분위기를 풍겼다.

그는 맞은편 벽에 기댄 채 기다란 손가락으로 하얀 담배를 한 대 쥐었다.

옅은 연기가 피어올라 서로의 시선을 흐리게 했다.

그가 잠긴 목소리로 물었다.

“언제부터 그런 마음이 생겼어?”

파자마가 너덜너덜해진 조은서는 두 팔로 자신을 감쌌지만 전혀 온기가 느껴지지 않았다. 그리고 그녀의 얼굴도 핏기 없이 새하얗게 질렸다.

그녀는 유선우를 한참 뚫어지게 쳐다본 후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지혜가 교통사고를 당했을 때, 그때 그 사람과 함께하려고 했어요. 하지만 지혜가 깼으니 우리는 어긋나게 되었죠. 그 이유는 선우 씨가 가장 잘 알 거고요. 선우 씨는 계속 궁금해했었죠? 지금 솔직하게 말할게요. 그 사람에게 설렜고 남은 평생 함께하려고 했어요. 우리는 서로 성격도 잘 맞아 남은 평생 할 수 있을 거라고 믿었고요. 이게 선우 씨가 알고 싶은 얘기라면 난 모든 걸 솔직하게 털어놓은 거예요. 선우 씨, 만약 이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우리 결혼 생활에 대해 다시 생각해 봐도 좋아요.”

유선우의 얼굴색이 어두워졌다.

한참 지난 후 그는 고개를 숙여 손가락으로 담뱃불을 튕기고는 그녀에게 되물었다.

“이혼하려는 거야?”

말을 마친 후 그는 고개를 들어 그녀의 얼굴을 바라봤다.

두 사람이 같이 성당에 갔던 그날, 유선우는 그녀의 손을 잡고 성단 앞에 섰었는데 그 순간 그는 심장이 벌렁벌렁 뛰었다. 그는 무신론자였지만 그 순간만큼은 경건하게 하나님을 믿었고, 두 사람이 하나님 앞에서 한 맹세가 이뤄지리라 믿었다.

두 사람은 평생 서로를 떠나지 않을 것이고 이혼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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