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이안은 결국 결혼했다.이른 아침, 성형준은 업무를 볼 마음도 없이 여전히 둘의 신혼 사진을 바라보았다. 권하윤이 걸어온 전화 역시도 받고 싶지 않았다. 어차피 유이안과도 끝났으니 권하윤이 날뛰는 건 이제 두렵지 않았다....그는 단지 유신이 나타나 권하윤을 잡아두길 기다릴 뿐이다.사무실의 문이 살며시 열리고 주 비서가 걸어 들어왔다. 그는 상사의 우중충한 기분을 눈치채고 조심스레 물었다.“대표님, 소운 아가씨가 뵙고 싶답니다.”소운 아가씨?성현준은 현재 아무도 보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주 비서가 말 한마디를 보탰다.“본인이 강원영의 큰형수랍니다.”그놈의 큰 형수, 그러니까 강윤이 생모라고?성현준은 조금 흥미로워졌다. 그는 직접 소운을 만나 권하윤과 비교해 보고 싶었다. 이들같이 악독한 여우들은 대체 어떤 공통점이 있을지 궁금했다. 그는 담담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들어오라고 해.”소운은 나름의 성의를 가지고 온 것이었다.그녀는 성현준과 유이안의 이혼이 그다지 유쾌하지 않았음을 알고 있었다. 하여 소운은 성현준이 하나의 돌파구라 생각했다. 성현준이 본인 입으로 직접 자신이 강윤의 친아빠가 아니라는 말만 해준다면 소운은 모든 판을 뒤엎을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그러므로 오늘 그녀는 성공할 수밖에 없다. 실패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설사 그녀더러 모든 대가를 치르라 하더라도.소운이 사무실로 들어온 이후.성현준은 노트북을 덮은 후, 의자 등받이에 기댄 채 여인을 아래위로 훑어보았다. 무례한 첫마디가 입에서 흘러나왔다.“아가씨께서 전남편을 죽게 했다고 들었습니다. 이렇게 예의 없이 들이닥치다니, 아직 소금도 준비 못 했는데요.”주 비서가 입을 가리고 새어 나오려는 웃음을 참았다.소운은 자신이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성현준 같은 재벌이 자신을 보면 모두 홀려서 어쩌지 못할 거로 생각했다. 그러나 성현준이 이렇게 악독한 말을 내뱉을 줄이야. 그러나 성현준과의 협력이 필요했으므로 그녀는 꾹 참았다.“대표님, 저는 대표
대표실 문이 삐걱 소리를 내며 열렸다.사무실 내부의 광경을 발견한 권하윤은 사고가 끊기는 기분이었다.성현준이 내연녀를 만나고 있었다. 젊고 아름다운 여인이 책상 위에 반쯤 엎드려 그와 친밀한 애정행각을 벌이고 있었다.누구든 바보가 아닌 이상 그들이 하는 짓이 무엇인지 알 것이다.권하윤은 성현준과 혼례를 무사히 치렀다. 게다가 남편의 약점마저 잡고 있다. 그녀는 바로 앞으로 달려가 소운의 머리카락을 한 움큼 잡아당겼다. 얼굴이 홱 돌려지자 곧바로 손을 높이 들어 뺨을 두 대나 때렸다. 동시에 욕설을 퍼부었다.“미친년.”갑작스러운 매질에 소운은 어안이 벙벙해졌다.권하윤은 겨우 정신을 차린 소운을 벽 쪽으로 끌고 가, 머리를 벽에 부딪히도록 했다.“천한 년. 넌 남편도 없니? 퍼런 대낮에 감히 내 남편을 꾀었으니, 오늘 한 번 본때를 보여줘야겠구나.”이때 소운은 정신을 차린 뒤였다.가만히 앉아 맞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두 여인은 급기야 성현준의 사무실에서 싸우기 시작했다. 옆에 있던 주 비서가 점잖게 타일러 말리려 했다. 그런데 타이름으로 어떻게 미쳐버린 두 여인을 막을 수 있겠는가? 결국 그녀는 말리는 것을 포기하고 자신의 직속 상사를 바라보았다.성현준은 사무용 의자에 기대어 앉아 담배를 피우며 두 여자의 개싸움을 여유롭게 지켜보았다. 그 여유로운 모습은 사무실 안의 풍경을 제외해 놓고 본다면 LP 음반을 틀어야 할 것만 같았다.그의 반응에 주 비서는 일부러 한 일임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결국 그녀 역시 옆에서 팔짱을 낀 채 마지막 승부를 지켜보았다.역시 그래도 권하윤이 강했다.소운은 얼굴이 검붉게 변한 채 머리카락도 몇 가닥이나 뽑혔다. 이런 개싸움에 아리따운 얼굴들이 다 무슨 소용인가. 결국 권하윤도 큰 이득 없이 입가에 검붉은 혈흔이 묻었다. 그러나 끝까지 아내의 자리를 지키곤 소운을 쫓아내 버렸다.소운이 떠난 후 권하윤은 이제 성현준에게 죄를 묻기 시작했다.“저런 여자도 한번 어떻게 해보려고?”복도에서 띵 하는 소리
겨우 모든 분부를 끝마치고 사무실로 돌아온 주 비서는 성현준이 결혼반지를 바라보며 멍하니 있는 것을 발견했다.주 비서는 그가 보고 있는 반지가 유이안이 착용하고 있던 것임을 눈치챘다. 그녀가 감개무량하며 그를 불렀다.“대표님.”성현준은 고개를 들지 않은 채 다이아몬드 반지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내가 자초한 거지? 그렇게 좋은 사람을 버렸으니까.”주 비서는 대답하지 못하고 한숨만 내쉬었다....밤이 되고 성현준의 접대가 끝났다.그러나 그는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유이안과의 추억이 있는 곳이기에, 그리고 그곳에 권하윤이 살고 있으니까. 그는 권하윤을 털끝만치도 보고 싶지 않았다.성현준은 차를 운전하지 않고 밤거리를 걸었다. 아까부터 물고 있던 담배만이 그와 함께했지만 이마저도 괜찮은 듯했다. 무엇이든 권하윤을 보는 것보다는 나았다.거리 옆에는 한 개인 병원이 있었는데, 밤늦게 퇴근하여 옷을 갈아입지 못한 젊은 간호사들이 삼삼오오 걸어 나왔다.그중 한 여자아이는 유이안처럼 까만 긴 머리를 가지고 있다. 작고 정교한 얼굴, 그리지 않았음에도 선명한 눈썹. 여자아이는 옷깃으로 얼굴을 감싼 채 빠른 걸음으로 흰색 BMW로 향했고, 운전석에 앉아 있던 남성은 한발 빠르게 차에서 내려 조수석의 차 문을 열어주었다. 여자아이가 조금이라도 추위를 탈까 봐 걱정하는 모습이었다.여자아이가 올라탄 후에도 차는 바로 출발하지 않았다.차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성현준은 차에 앉아 있는 젊은 남녀를 바라보았다. 여자아이는 밀크티 한 잔을 손에 들고 행복한 표정으로 남자와 이야기를 나누었고, 남자는 이따금 여자의 볼을 살짝 꼬집었다.정말 사이좋은 아름다운 한 쌍이다.저도 모르게 이렇게 생각한 성현준은 유이안을 떠올렸다. 신혼 때 그 역시 밤에 퇴근 후 유이안을 데리러 왔고, 두 사람은 아무 말 없이 차 안에서 따뜻한 밀크티 한 잔을 나눠마셨다. 유이안이 병원에서 있었던 사소한 일들을 재잘대는 모습들, 업무상의 문제로 고민하던 모습이 떠올랐다.지금 생각해 보면
유이안은 성현준을 사랑했다. 아니, 사랑했었다. 그러나 현재는 아니다.검은 벤틀리가 어두운 밤을 뚫고 노란 가로등을 가르며 유이안의 곁을 천천히 떠나간다. 이 짧은 시간은 유이안에게 있어 마치 그들이 함께했던 7년의 결혼생활을 다시금 돌아보는 시간이 된 것만 같았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그 시간 동안 두 사람은 행복하지만 악랄한... 악랄하지만 행복했던 시간을 보내왔다.성현준이 쫓아오는 것을 보지 못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차를 멈춰 세운다고 해서 뭐가 달라진단 말인가?몇 마디 인사치레나 나누고 헤어질까?하지만 그런 재회 방식은 그들과 어울리지 않았다. 아마 지금과 같은 이런 협력관계야말로 최고의 결말일 것이다. 적어도 영원히 씻겨지지 않는 원한은 남기지 않았으니까. 성현준이 고통스럽거나 말거나 하는 문제는 이제 정말 그녀와 관계가 없었다. 모든 것은 그의 선택이었다.하지만 답답해 나는 마음은 차마 어찌할 방법이 없었다. 자동차가 아파트로 들어서고 현관문의 조명이 환히 빛나고 나서야 유이안은 천천히 몸에 걸치고 있던 외투를 벗었다. 막 옆에 있는 옷장에 걸어두려는데 주머니 속의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고 확인해보니 강원영이 보낸 카톡 메시지였다.[어머니께서 수제 소고기 만두를 만드셔서 몇 개 가져왔어요. 이미 다 요리된 거니까 조금만 데우면 먹을 수 있어요.][냉장고에 신선한 우유도 있으니 똑같이 데워 마시고 편히 주무세요.][--강원영]...몇 번이고 반복해서 읽다 보니 찌푸려져 있던 미간이 자연히 펴져 있었다. 애인은 꽃과 같다고 강원영처럼 자상한 애인을 옆에 둔다면 지난날의 불쾌함 정도는 쉽사리 잊을 수 있다.강원영의 당부대로 소고기 만두와 우유를 데워놓고 음반 한 장을 틀어놓은 뒤, 부엌에 앉아 혼자 식사를 시작했다. 식탁에는 강원영이 저녁 무렵 왔을 때 함께 가져다준 꽃다발도 놓여있었다. 강원영은 많은 꽃 중에서도 유독 꽃 생강을 좋아했다. 시간이 흐르며 유이안도 점차 강원영이 가져다주는 꽃이 익숙해지기 시작했다.하여 가끔
오후 4시, 유이안은 일찍이 퇴근했다.그녀는 비서에게 이틀간 휴가를 간다고 말해주었고 비서도 덩달아 기뻐하며 맞장구를 쳐주었다.“원장님 진즉에 편히 쉬셨어야 했어요. 매일 바쁘게 보내시니 개인 시간도 별로 없었잖아요.”그러나 유이안은 그저 옅은 미소를 지을 뿐 말없이 흰 가운을 벗고 사복으로 갈아입은 뒤, 아래층으로 내려가 검은 벤틀리에 앉았다.시간을 계산해보니 강원영은 아직 회의 중일 테니 방해하고 싶지 않았다. 하여 그녀는 바로 차를 몰고 강윤이 다니는 유치원으로 향했다. 그곳은 시내의 귀족 유치원으로 각 방면의 조건이 매우 훌륭한 곳이었다.따스한 햇볕이 온몸을 감싸고 저녁노을이 하늘을 아름답게 비춰주기 시작했다. 날씨가 참 좋았다.30분 후, 유이안은 예정 시간에 맞춰 유치원 입구에 차를 세웠다. 카톡으로 강윤의 지도 교사에게 연락하여 윤이를 교문 앞까지 데려다 달라고 요청했다. 아니면 유이안이 직접 들어가 아이를 데리고 나오는 것도 상관없었다.그런데 30분 후, 담임 선생님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게다가 목소리는 약간 흐리멍덩하게 느껴졌다.“이안 씨, 윤이는 윤이 엄마가 이미 데려갔어요.”‘소운?’곧바로 정신을 차린 뒤, 유이안은 곧바로 담임 선생님의 실책을 콕 짚어 나무랐다.“소운 씨는 현재 강윤의 법적 보호자가 아니에요. 그런데 왜 강원영 씨의 동의도 없이 멋대로 아이를 맡깁니까?”그러자 담임 선생님은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애써 해명을 늘어놓았다.“소운 씨가 아이의 출생 증명서를 가지고 왔어요.”유이안은 운전석에 앉아 골치가 아픈 듯 지그시 눈을 감았다.소운이 무슨 짓을 할지 대충 짐작이 갔다. 마침 소운은 권하윤과 같은 부류의 사람이었다.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 그녀에게 있어 윤이는 어떨지, 다치지는 않을지에 대한 여부는 고려 범위에 포함되지 않았다.생각을 마친 유이안은 더 이상 시간을 낭비하지 않았다. 심지어 강원영과 상의도 없이 직접 전화를 한 통 걸었다. 신호음이 몇
그렇게 강원영과 유이안은 강윤의 손을 꼭 잡고 병원을 떠났고 소운은 다급히 그들의 뒤를 쫓으며 달려왔다.날이 어두워지고 찬란한 금빛을 자랑하는 황혼이 소운의 초췌함을 가려주었지만 그녀의 죄악을 가려주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윽고 소운의 가늘게 떨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강원영, 나 윤이 엄마야.”몸이 멈칫하더니 잠시 후 강원영은 뒷좌석 문을 열어 부드러운 목소리로 유이안에게 말을 건넸다.“먼저 윤이를 데리고 차에 있어요.”이제 직접 소운을 처리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곧바로 상황 파악을 끝낸 유이안은 강원영의 말대로 강윤을 데리고 차에 올라탔다. 심지어 소운에게는 눈길 한번 주지 않았다. 그저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강원영과 약 10초간 눈을 마주칠 뿐 유이안은 곧바로 몸을 돌려버렸다.한편, 강원영은 어둠을 사이에 두고 소운을 바라보았다.“엄마? 네가 정말 윤이 엄마가 될 자격이 있기는 해?”대세가 기울어졌다는 건 소운도 잘 알고 있었다. 게다가 오늘 이 일이 있고 난 뒤, 다시 강윤에게 접근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처럼 어려워질 것이다. 아마 강원영은 아예 윤이를 데리고 외국으로 떠나버리겠지. 생각을 마친 소운은 다급히 태도를 누그러뜨리며 말을 꺼냈다.“원영아, 나는 원빈이 아내이고 윤이는 나와 원빈이 사이에 태어난 사랑의 결정체야. 너에게 날 아이와 만나게 하지 못할 자격은...”순간, 감정이 격해진 소운은 차 안에 앉은 유이안을 가리키며 울분을 토해냈다.“낯선 여자에게 내 아이를 맡기면서, 그 여자가 내 아이를 뺏어가도록 가만히 내버려 뒀으면서... 원영아, 너 어떻게 나한테 그렇게 잔인할 수가 있어?”아마 다른 사람이었다면 그녀의 연기에 속아 넘어갔겠지만 강원영은 그럴 리 만무하다.소운의 연기는 이미 강원영의 형을 죽였다. 그러니 강원영은 더 이상 소운이 주변인들을 다치게 하는 꼴을 두고 볼 수가 없었다. 그러나 강원영 역시 소운에게 마지막 선택의 기회를 주었다.“B시를 떠나. 이제부터 다시는 강윤 앞에 나타나지 말고.”강원영은 마
강원영의 부모는 두 분 모두 지식인이었고 놀란 아이를 마주하자 아이에게 부담을 안겨주는 것이 아닌 소리 없는 포옹을 선택했다. 강원영의 어머니인 이다빈은 손녀를 안아 들어 화장실로 가서 손을 씻겨주었다. 아이를 달래주기 위함인 것인지 비누도 오리 모양의 귀여운 비누였다.할머니의 다독임에 다시 기분이 좋아진 강윤이 까르륵 기분 좋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강윤은 원래도 성격이 매우 좋은 아이였고 뒤끝 없이 명쾌한 성격을 지니고 태어났다.화장실에서 나온 이다빈은 어린 손녀를 안고 식탁 앞에 앉았지만 강원영은 어디 간 건지 보이지 않았다.한편, 유이안은 강윤에게 따끈따끈한 프랑스식 꼬리곰탕을 한 그릇 떠주며 이다빈에게 말을 건넸다.“원영이는 서재에 볼일이 있다고 해서 잠깐 자리를 비웠어요.”자식의 생각은 부모가 가장 잘 안다고, 단번에 아들의 마음을 눈치챈 이다빈은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그럼 우리 먼저 먹자.”...같은 시각, 별장 2층의 서재에는 히터가 켜져 있지 않아 싸늘한 기운이 맴돌았다.강원영은 책상 앞에 앉아 휴대폰을 손에 쥐고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있었다. 앞에는 노트북이 켜져 있었고 그 안에는 일반인들이 쉽사리 알아볼 수 없는 은행 데이터가 빼곡하게 적혀있었다... 다름 아닌 소운에 대한 비밀정보였다.푸른빛이 얼굴에 비쳐 음침하고 사나운 분위기를 조성했다.전화 건너편에서는 웬 젊은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강 사장님, 안심하세요. 저에게 40억을 보내주신다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소 여사의 전 재산을 주식에 탕진시켜 백수로 만들어 버릴 겁니다. 돈을 따는 건 두렵지 않아요. 속지 않을까 봐 두려울 뿐이죠.”강원영이 긴 손가락에 담배를 끼고 깊게 한 모급 빨았다.담배를 피우는 모습은 섹시하지만 그의 몸은 온기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차가웠다. 담배를 다 피운 후, 강원영은 재떨이에 담배를 꽂으며 담담한 표정으로 답했다.“상황에 맞게 행동하고 무슨 일 있으면 메시지 주세요.”전화를 끊고 노트북의 사진 폴더를 뒤져보
유이안이 멈칫 그 자리에 멈춰 섰다.이윽고 강원영이 힘을 주어 당기자 유이안은 그대로 강원영의 품속으로 넘어지고 말았다.서재는 창문이 열려 있어 온도가 높지 않았다. 강원영의 몸도 특별히 따뜻하지는 않았지만 유이안을 껴안고 있던 곳은 얼마 지나지 않아 점차 온기를 되찾기 시작했다.그는 아무렇지도 않게 유이안의 뒷목에 얼굴을 묻고는 다정하게 포옹을 이어갔다. 한참 뒤 강원영의 목소리가 나지막이 들려왔다.“오늘 당신이 아니었다면 강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을지도 몰라요. 어쩌면 소운이 강윤을 데려갔을지도 모르겠네요.”유이안은 곧바로 남자의 마음속에 숨겨진 그 연약함을 느꼈다.강원영과 같은 남자는 자신의 연약함을 거의 드러내지 않는다. 그 말은 즉 강윤은 강원영에게 있어 매우 소중한 존재라는 것이다. 물론 유이안은 그러한 강원영을 이해할 수 있었다.한때 그녀의 외삼촌과 조민희도 서로에게 이런 감정을 품고 있었고 그녀와 그녀의 엄마도 서로에게 의지하며 이런 감정을 품은 적이 있었다. 이는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본능적인 의지였다.유이안은 잠깐 머뭇거리다가 강원영의 머리를 천천히 껴안고 부드럽게 쓰다듬어주었다.“이러면 어때? 모성애가 느껴져?”유이안의 물음에 차가운 마음을 녹여주던 따뜻한 감정도 순식간에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그래도 덕분에 온기를 되찾은 강원영은 그녀의 허리를 껴안고는 장난스럽게 엉덩이를 찰싹 내리쳤다.“모성애는 모르겠고 장난스러운 건 잘 알겠네요.”유이안이 피식 가벼운 웃음을 터뜨렸다.“안 되겠다. 그냥 밥 먹으러 내려갈게요. 당신은 윤이와 함께 좀 있어 줘요.”...유이안은 강윤을 씻겨주고 있었고 강원영은 아래층에서 식사하고 있었다.그의 부모님 역시 모두 부엌에 앉아 강원영의 입장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걱정되지 않는다면 거짓말이었다. 평생 단아한 지식인으로 살아오며 소운과 같이 미친 여자를 만나는 것도 이번이 처음이었기에 도무지 어떻게 해야 할지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이다빈은 직접 아들에게 소면 한 그릇을 끓여주었고 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