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층의 침실에서, 유이안은 조용히 소파에 앉아 바깥의 밤하늘을 바라보았다. 별도 달도 없는, 검고 짙은 어둠. 오랫동안 바라보다 눈가가 촉촉해졌다. 그때 강원영이 부엌에서 따뜻한 우유 한 잔을 데워 들고 들어와 그녀에게 건넸다. 그의 목소리는 남자의 부드러움이 배어 있었다. “따뜻한 걸 마시면 좀 나아질 거예요.” 유이안은 강원영을 올려다보았지만, 우유를 받지 않고 곧바로 물었다. “너와 소운 사이에 관계가 있었던 거야?” 이것이 그녀의 한계선이었다. 강원영은 길고 잘생긴 손가락으로 우유가 담긴 잔을 잡고, 유이안을 조용히 바라보았다. 잠시 후, 그는 조용히 대답했다. “아니요, 저는 소운과 그런 관계가 없었어요.” 그리고 그 잔은 차탁 위에 내려놓았다. 그는 유이안이 마실 생각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래서 그녀 맞은편 소파에 앉아 과거의 일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 기억은 그리 유쾌한 것이 아니었고, 심지어 자신의 고통을 해부하는 듯한 얼굴로 강원영은 심각했다. “그 몇 달의 교제가 제 형에게 큰 재앙을 안길 줄은 상상도 못했어요. 여러 번 생각해 봤지만, 인생에서 선택할 수 있는 게 뭐가 있겠어요?” “일어난 일은 일어난 일이에요!” “형이 세상을 떠나고, 상처에 잠긴 부모님과 양육해야 할 강윤이 남았어요. 저는 그 상황을 받아들여야 했어요. 누군가를 원망할 수조차 없었고, 소운은 아이를 두고 떠났어요... 소운이 다시 돌아올 것이라고는 생각조차 못 했어요.” 밤은 깊어갔고, 강원영은 유이안을 바라보았다. 그는 유이안에게 하지 못한 말이 많았다. 그는 그녀가 보는 것처럼 완벽한 사람이 아니었다. 그녀 앞에 서 있는 온화한 모습 뒤에는 상처가 있었다. 하지만 유이안은 너무나 좋았다. 그녀는 그렇게 온화하고 이성적이며 충분히 뛰어난 사람으로, 세상의 모든 아름다움이 유이안에게 응집되어 있는 듯했다. 유이안을 보는 순간, 강원영은 세상이 환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유이안은 그의 인생에서 구원이었다. 그러나 지금 소운이 돌아
성현준이 전화를 끊고도 마음이 가라앉지 않았다. 밤바람이 계속 불어 그의 하얀 목욕 가운 자락을 휘날리며, 검은 머리카락 사이로 몇 가닥의 고민으로 하얗게 센 머리카락이 드러났다. 성현준은 바보가 아니었다. 유이안이 이렇게 제안한 데는 이유가 있었다. 그녀는 자신을 그렇게 싫어하면서도 아이의 명목상의 부모가 되길 원한다는 것은, 아이의 엄마가 돌아온다는 의미였다. 강윤...성현준이 조사한 바로는, 그 아이는 강원영의 아이가 아니라 강원영 형의 자식이었다.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겨울밤, 성현준은 담배를 한 대 피우며 밤바람 속에서 천천히 흡입했다. 그는 여러 번 생각했다. 유이안의 제안은 사실상 유리한 거래였다. 그저 강윤의 의학적 아버지가 되어 유이안이 양육권을 얻도록 돕기만 하면, 유이안은 그에게 큰 은혜를 입게 될 것이고, 성현준은 인생의 화려함을 지킬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불편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성현준은 유이안과 몇 년간 부부로 살아왔다. 그녀의 성격을 너무나도 잘 알았다. 그녀는 쉽게 자원의 힘을 쓰지 않는 사람이었지만, 지금은 강원영의 아이를 위해 모든 자원을 활용하며 자신과 협력하겠다고 했다. 성현준은 어이없는 미소를 지었다. 7년의 결혼 생활은 그녀가 강원영을 알게 된 지 3개월도 안 되는 시간과 비교할 수 없었다...새벽에 마당은 눈으로 가득 차 있었고, 하인들은 책임감 있게 마당을 청소하며 길을 만들고 있었다. 강 선생님은 유이안 아가씨가 아침 일찍 병원에 출근하러 가야 한다고 말했다. 하인들이 열심히 청소하고 있는 동안, 검은색 대문이 열리며 검은 자동차가 천천히 들어왔다. 차량은 주차장에 멈췄다. 하인들은 다소 놀라며 아침부터 누가 오나 궁금해했다. 검은 롤스로이스 차 문이 열리고, 안에서 40대 중반의 중년 남성이 나왔다. 그는 유이안의 아버지인 유선우의 측근으로, YS 그룹의 고위 경영진이었다. 유이안과 유이준의 가장 중요한 일은 모두 이수윤에게 맡겨졌다. 이수윤은 품위 있게 생겼고, 외모
강원영의 표정을 변화가 없었다. 현재 강원영의 마음은 어떨까? 그는 온화하고 친절한 남자로 보이지만, 만약 그가 단지 겉모습만 그런 것이라면, 어떻게 사업을 잘 운영할 수 있었겠는가? 그의 잔인함은 어둠 속에 숨어 있는 악마와 같다. 유이안의 계획은 훌륭했지만, 강원영은 소운을 용서할 생각이 없었다. 예전에는 그를 추궁하지 않았지만, 지금 그녀가 돌아와 유이안과 강윤에게 위협이 되었다. 새로운 원한이든 옛 정이든, 강원영은 그녀를 용서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강원영은 소운을 바라보며 직접적인 대답을 하지 않았다. “강윤이 누구의 아이든, 너와는 무관해! 그 아이는 다른 사람의 아이이기 때문에 너는 고소조차 할 수 없어. 심지어 강윤과 DNA 검사조차 할 자격이 없어.” 이 말에 강 씨 부모님은 모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들은 분명 소운이 강윤을 낳는 것을 지켜보았고, 이 몇 년간은 원영이 해외에서 키웠지만, 사진과 동영상은 수없이 보았다. 그런데 갑자기 다른 사람의 아이가 되다니? 강 씨 아버지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지만, 그들은 고학력의 지식인들인 만큼 곧 상황을 이해했다. 이는 아들이 정성껏 준비한 계획으로, 강윤을 소운에게 빼앗기고 싶지 않은 것이었다. 강윤은 여전히 그들의 소중한 손녀였다. 그래서 두 사람은 분노를 억누르며 참고 있었다. 소운은 바로 무너졌다. 그녀의 정교한 화장이 어지럽혀지며, 과거의 평온함을 잃었다. 그녀는 강 씨 부모님에게 소리쳤다. “아버님, 어머님! 저를 도와주세요! 강윤이가 성이 강 씨인데, 어떻게 다른 사람의 아이가 될 수 있죠? 그 아이는 제가 열 달을 품고 낳은 아이에요! 강원영이 제 아이를 빼앗아가고, 제가 엄마로서의 자격을 박탈당하게 할 수는 없어요.” 강 씨 아버지는 한숨을 쉬었다. 강 씨 어머니는 할 말을 찾지 못하는 모습으로, 결국 입을 열었다. “소운아, 너는 예전부터 자격을 포기하지 않았니? 너는 아이를 낳고 나서 강 씨 가문을 떠났고, 우리는 그 당시 건강이 좋지 않았으니
우수한 장남의 죽음은 장 아버지에게 여전히 마음의 상처로 남아 있었다. 그는 소운에 대해 마음의 갈등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소운은 떠나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그녀가 어떻게 자신의 딸을 포기할 수 있겠는가? 강윤은 그녀의 친딸이고, 강원영은 아이를 너무도 사랑한다. 이제 성공까지 단 한 걸음 남았는데... 모든 것은 강원영의 속임수였다. 강윤이 어찌 다른 사람의 아이일 수 있는가? 확실히 강원영이 그녀를 속이고 있는 것이었다. 그 짧은 시간에 어떻게 그렇게 많은 사람을 찾아냈단 말인가? 소운은 체면도 잃고, 대저택 앞에서 소란을 피우며 집안의 하인들의 불만을 자아냈다. 그리고 접대실에 있는 유이안 역시 이 소란을 들었다. 그녀는 안에서 나왔다. 유이안은 결코 거만한 태도를 취하지 않았다. 그녀의 가정과 부모의 외모는 그녀에게 자연스럽게 품위를 부여했다. 단지 편안한 복장을 입고 있어도 그녀는 고귀하고 지적인 모습이었다. 그녀는 현관의 계단 위에 섰고, 위의 남은 눈이 그녀의 신발과 양말을 적셨지만 전혀 개의치 않았다. 그녀는 소운을 조용히 바라보며 말했다. “강윤은 제 아이입니다. 전 남편인 성현준의 혼외자입니다. 앞으로는 강원영과 함께 양육할 것입니다... 소 여사님, 만약 당신이 고집을 부리며 강윤을 빼앗으려 한다면, 당신이 직면할 것은 강원영 뿐만이 아니라, 전체 YS 그룹과 제 삼촌의 JH 그룹까지도 직면하게 될 것입니다. 당신은 B 시에서 잠시 살았으니, 자신의 승산이 얼마나 되는지 잘 알겠지요.” 강 씨 부모님은 유이안을 직접 본 적이 없었지만, 원영이 그녀에 대해 매우 우수하다고 들었다. 지금 그녀를 직접 보니 정말 명불허전이었다. 특히 소운을 단단히 막아서는 모습은 그들 부부에게 말로 할 수 없는 시원함을 주었다. 그들은 소운을 바라보았다. 소운은 아름다운 얼굴이 일그러질 정도로 화가 나서, 모든 품위를 잃고 유이안에게 소리쳤다. “네가 그 아이를 네 딸이라고 해서 그 아이가 네 딸이 되는 거냐? 그 아이를 낳은 사람은 분명
쫓겨나는 소운의 모습은 매우 참담했다.윤이안의 품에 안긴 강윤은 작은 볼을 어머니의 몸에 찰싹 붙이고 그녀의 냄새를 킁킁 맡았다. 강윤은 종래로 친어머니에게 안겨 본 적이 없었으나 아이는 현재 이것이 바로 어머니의 향일 거로 생각했다.아이의 작은 손은 유이안을 꼭 껴안고 놓지 않았다.유이안은 부드럽게 아이를 쓰다듬고는 어른들께 인사했다.“아저씨, 아주머니.”두 어른의 눈이 서로 마주쳤다.강원영의 아버지는 그나마 감정을 감출 수 있었으나, 강원영의 어머니는 기쁜 마음을 도저히 감추지 못했다.강씨 집안에서 드디어 소운의 강대한 적을 맞이한 것이다. 그러므로 그녀가 유이안을 보는 모습은 마치 시어머니가 며느리를 보는 눈빛이었다. 보면 볼수록 기뻤다....눈이 그쳤다.아침 햇살이 옅은 안개를 뚫고 눈 위에 흩뿌려져 다이아몬드처럼 빛나, 추운 세상을 금빛으로 물들였다.안채는 시끌벅적했다.강원영의 부모님이 갑작스레 찾아오자 유이안은 특별히 하루 휴가를 내어 모셨다. 비서에게 당부한 뒤 식당으로 돌아온 그녀는 두 사람과 아침 식사를 함께했다.강원영의 어머니는 강윤을 끌어안고 놓아주지 않았다.어르신의 눈에 눈물이 하염없이 맺혔다.그래. 무려 애지중지 아끼던 장자의 핏줄이다. 이렇게 작고 따뜻한 것을 품에 안고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안타깝게도 이제 장자는 집에 없다. 이제 장자의 피붙이만 보아도 슬픔이 마구 밀려왔다.강원영의 아버지 역시 같은 심정이었다.그러나 그래도 집안의 남자이고 가장이기에 억누를 뿐이었다. 그는 손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강원영과 유이안에게 말했다.“잘됐다. 이제 윤이도 가정이 있겠네.”말을 내뱉고 보니 문득 서글퍼졌다.오늘이 비록 처음 보는 자리였지만 그는 유이안이 마음에 쏙 들었다.“다 이안이 네 덕분이다. 네가 아니었다면 소운이 걔를 어떻게 쳐냈겠어. 그게 흡혈귀처럼 붙어있는 바람에 원영이 큰형이 고생을 많이 했지. 우리는 지금까지도 떠올리기만 하면 고통스럽다.”“원영이 큰형이 생사가 오갈 때, 원영이가
유이안은 결국 결혼했다.이른 아침, 성형준은 업무를 볼 마음도 없이 여전히 둘의 신혼 사진을 바라보았다. 권하윤이 걸어온 전화 역시도 받고 싶지 않았다. 어차피 유이안과도 끝났으니 권하윤이 날뛰는 건 이제 두렵지 않았다....그는 단지 유신이 나타나 권하윤을 잡아두길 기다릴 뿐이다.사무실의 문이 살며시 열리고 주 비서가 걸어 들어왔다. 그는 상사의 우중충한 기분을 눈치채고 조심스레 물었다.“대표님, 소운 아가씨가 뵙고 싶답니다.”소운 아가씨?성현준은 현재 아무도 보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주 비서가 말 한마디를 보탰다.“본인이 강원영의 큰형수랍니다.”그놈의 큰 형수, 그러니까 강윤이 생모라고?성현준은 조금 흥미로워졌다. 그는 직접 소운을 만나 권하윤과 비교해 보고 싶었다. 이들같이 악독한 여우들은 대체 어떤 공통점이 있을지 궁금했다. 그는 담담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들어오라고 해.”소운은 나름의 성의를 가지고 온 것이었다.그녀는 성현준과 유이안의 이혼이 그다지 유쾌하지 않았음을 알고 있었다. 하여 소운은 성현준이 하나의 돌파구라 생각했다. 성현준이 본인 입으로 직접 자신이 강윤의 친아빠가 아니라는 말만 해준다면 소운은 모든 판을 뒤엎을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그러므로 오늘 그녀는 성공할 수밖에 없다. 실패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설사 그녀더러 모든 대가를 치르라 하더라도.소운이 사무실로 들어온 이후.성현준은 노트북을 덮은 후, 의자 등받이에 기댄 채 여인을 아래위로 훑어보았다. 무례한 첫마디가 입에서 흘러나왔다.“아가씨께서 전남편을 죽게 했다고 들었습니다. 이렇게 예의 없이 들이닥치다니, 아직 소금도 준비 못 했는데요.”주 비서가 입을 가리고 새어 나오려는 웃음을 참았다.소운은 자신이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성현준 같은 재벌이 자신을 보면 모두 홀려서 어쩌지 못할 거로 생각했다. 그러나 성현준이 이렇게 악독한 말을 내뱉을 줄이야. 그러나 성현준과의 협력이 필요했으므로 그녀는 꾹 참았다.“대표님, 저는 대표
대표실 문이 삐걱 소리를 내며 열렸다.사무실 내부의 광경을 발견한 권하윤은 사고가 끊기는 기분이었다.성현준이 내연녀를 만나고 있었다. 젊고 아름다운 여인이 책상 위에 반쯤 엎드려 그와 친밀한 애정행각을 벌이고 있었다.누구든 바보가 아닌 이상 그들이 하는 짓이 무엇인지 알 것이다.권하윤은 성현준과 혼례를 무사히 치렀다. 게다가 남편의 약점마저 잡고 있다. 그녀는 바로 앞으로 달려가 소운의 머리카락을 한 움큼 잡아당겼다. 얼굴이 홱 돌려지자 곧바로 손을 높이 들어 뺨을 두 대나 때렸다. 동시에 욕설을 퍼부었다.“미친년.”갑작스러운 매질에 소운은 어안이 벙벙해졌다.권하윤은 겨우 정신을 차린 소운을 벽 쪽으로 끌고 가, 머리를 벽에 부딪히도록 했다.“천한 년. 넌 남편도 없니? 퍼런 대낮에 감히 내 남편을 꾀었으니, 오늘 한 번 본때를 보여줘야겠구나.”이때 소운은 정신을 차린 뒤였다.가만히 앉아 맞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두 여인은 급기야 성현준의 사무실에서 싸우기 시작했다. 옆에 있던 주 비서가 점잖게 타일러 말리려 했다. 그런데 타이름으로 어떻게 미쳐버린 두 여인을 막을 수 있겠는가? 결국 그녀는 말리는 것을 포기하고 자신의 직속 상사를 바라보았다.성현준은 사무용 의자에 기대어 앉아 담배를 피우며 두 여자의 개싸움을 여유롭게 지켜보았다. 그 여유로운 모습은 사무실 안의 풍경을 제외해 놓고 본다면 LP 음반을 틀어야 할 것만 같았다.그의 반응에 주 비서는 일부러 한 일임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결국 그녀 역시 옆에서 팔짱을 낀 채 마지막 승부를 지켜보았다.역시 그래도 권하윤이 강했다.소운은 얼굴이 검붉게 변한 채 머리카락도 몇 가닥이나 뽑혔다. 이런 개싸움에 아리따운 얼굴들이 다 무슨 소용인가. 결국 권하윤도 큰 이득 없이 입가에 검붉은 혈흔이 묻었다. 그러나 끝까지 아내의 자리를 지키곤 소운을 쫓아내 버렸다.소운이 떠난 후 권하윤은 이제 성현준에게 죄를 묻기 시작했다.“저런 여자도 한번 어떻게 해보려고?”복도에서 띵 하는 소리
겨우 모든 분부를 끝마치고 사무실로 돌아온 주 비서는 성현준이 결혼반지를 바라보며 멍하니 있는 것을 발견했다.주 비서는 그가 보고 있는 반지가 유이안이 착용하고 있던 것임을 눈치챘다. 그녀가 감개무량하며 그를 불렀다.“대표님.”성현준은 고개를 들지 않은 채 다이아몬드 반지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내가 자초한 거지? 그렇게 좋은 사람을 버렸으니까.”주 비서는 대답하지 못하고 한숨만 내쉬었다....밤이 되고 성현준의 접대가 끝났다.그러나 그는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유이안과의 추억이 있는 곳이기에, 그리고 그곳에 권하윤이 살고 있으니까. 그는 권하윤을 털끝만치도 보고 싶지 않았다.성현준은 차를 운전하지 않고 밤거리를 걸었다. 아까부터 물고 있던 담배만이 그와 함께했지만 이마저도 괜찮은 듯했다. 무엇이든 권하윤을 보는 것보다는 나았다.거리 옆에는 한 개인 병원이 있었는데, 밤늦게 퇴근하여 옷을 갈아입지 못한 젊은 간호사들이 삼삼오오 걸어 나왔다.그중 한 여자아이는 유이안처럼 까만 긴 머리를 가지고 있다. 작고 정교한 얼굴, 그리지 않았음에도 선명한 눈썹. 여자아이는 옷깃으로 얼굴을 감싼 채 빠른 걸음으로 흰색 BMW로 향했고, 운전석에 앉아 있던 남성은 한발 빠르게 차에서 내려 조수석의 차 문을 열어주었다. 여자아이가 조금이라도 추위를 탈까 봐 걱정하는 모습이었다.여자아이가 올라탄 후에도 차는 바로 출발하지 않았다.차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성현준은 차에 앉아 있는 젊은 남녀를 바라보았다. 여자아이는 밀크티 한 잔을 손에 들고 행복한 표정으로 남자와 이야기를 나누었고, 남자는 이따금 여자의 볼을 살짝 꼬집었다.정말 사이좋은 아름다운 한 쌍이다.저도 모르게 이렇게 생각한 성현준은 유이안을 떠올렸다. 신혼 때 그 역시 밤에 퇴근 후 유이안을 데리러 왔고, 두 사람은 아무 말 없이 차 안에서 따뜻한 밀크티 한 잔을 나눠마셨다. 유이안이 병원에서 있었던 사소한 일들을 재잘대는 모습들, 업무상의 문제로 고민하던 모습이 떠올랐다.지금 생각해 보면
신혼부부의 열정이 프레지던트 스위트룸을 빨갛게 태웠다.피로연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한 특별한 손님이 조용히 다녀갔는데 다름이 아니라 그 여자가 자기를 보고 슬퍼할까 봐 두려웠기 때문이다.그러나 원수는 항상 외나무다리에서 만나는 법, 그들은 생각지도 못하게 복도에서 마주쳤다.성현준은 유이안을 조용히 지켜봤다. 유이안은 강윤을 데리고 화장실에 왔지만 어린아이를 혼자 두지 못해서 작은딸도 데려왔다. 아마 강원영을 위해 낳은 딸인데 오누이 쌍둥이다. 쌍둥이 이름은 강온과 강민이다.강윤은 동생들을 아주 좋아했다. 학교에서 돌아온 후 먼저 동생들과 한참을 놀았고 저녁에도 여동생을 방으로 ‘훔쳐 와’ 인형처럼 꼭 끌어안고 잤다.처음에 유이안은 많이 걱정했지만 동생이 생긴 후 강윤이 더 밝아지자 그제야 시름을 놓았다. 평소에 강윤과 여동생을 데리고 나올 때가 많았고 아들은 강원영이 데리고 다녔다.이때 그들 부부가 막 돌아가려던 참에 지인을 만났다.성현준이 출국한 후 그들은 오랫동안 보지 못했는데 그녀가 출산할 때 그가 돌아왔지만 병원에는 가지 않고 그저 값비싼 선물을 보냈다.유이안의 마음이 자기한테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강원영은 이 부분에 있어 아량이 넓었다.갑자기 만났으나 서로 말이 없었다. 결국 성현준이 몸을 쪼그리고 앉아 강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아저씨 기억나?”기억이 좋은 강윤은 얼굴을 찌푸리더니 쏜살같이 유이안한테 다가가 그녀의 다리를 꽉 껴안았다.성현준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유이안은 강윤의 작은 얼굴을 만지며 저도 모르게 슬퍼졌다.성현준은 명의상 강윤의 아버지고 또 별장도 선물했었다.어린 강윤은 마음을 진정시켰는지 유이안을 놓고 천천히 성현준에게 다가가 살며시 안아줬다.성현준은 잠긴 목소리로 유이안에게 물었다.“잘 지냈어? 아이들은 어때? 그 사람과 사이는 좋아?”“다 좋아요.”유이안도 목소리가 잠기는 것 같다. 이 나이가 되어서 사실 따질것도 없고 과거는 과거일 뿐 연연하지 않았다.유이안도 성현준에게 물었다.“당신
아침의 첫 햇살이 대지를 비추고 있다.오늘은 조씨 가문이 잔치를 치르는 날이다.조은혁 부부의 제일 어린 딸이 마침내 시집갔고 그것도 어릴 적부터 좋아했던 남자에게 시집갔다. 전통 혼례복을 입은 그녀의 모습은 진석이 보았던 그 여느 여자보다도 예뻤다.진석의 부모님도 쉴 틈이 없이 바빴다. 그들은 비록 큰 부자가 아니지만 진석의 아버지인 진대용은 한 가문을 이끄는 어르신으로서 능력이 대단했다. 팔방미인처럼 하객을 잘 접대했을 뿐만 아니라 뜻밖에도 유선우와도 잘 어울렸다.조은혁은 의견이 많았다. 유선우는 사돈도 없는가?유선우는 그와 따지지 않고 아내 조은서와 함께 결혼식 진행을 도왔다. 전통 결혼은 현대식보다 훨씬 번거로웠지만 다행히 양측에 일손이 충분해서 허둥거리지 않아도 된다. 낮에는 떠들썩하게 결혼식을 올리고 저녁에는 B시의 제일 럭시리한 호텔의 가장 큰 홀에 200상을 넘게 안배했다. 조씨와 유씨의 양가 친척과 진석의 협력 파트너를 포함해 모두 축하해주려고 이 자리에 모였다. 이 결혼식은 올해 제일 거대한 행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규모가 컸고 앞으로 3년 동안 이렇게 성대한 결혼식이 없을 수 있다.B시의 명인들이 한자리에 모였다.진석은 조은희와 손잡고 곁에 술을 먹어줄 수 있는 사람을 8명이나 데리고 하객에게 술을 권했다. 200상에 달하는 손님을 한 분이라도 빠뜨리지 않기 위해 진석은 필사적으로 마셨고 8명의 술막이 친구들도 충분히 역할을 발휘했다. 그러나 진석은 학교의 선생님들에게 술을 권할 때 술에 취해 쓰러질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평소에는 학생의 본보기가 되어야 하므로 자제하고 있던 이 선생님들은 진석이 결혼하고 조은희도 같은 학교의 선생님이다 보니 10억을 위해서라도 신랑, 신부를 열정적으로 대했다. 그 결과 진석은 거의 취했고 조진범과 조우현이 대신 막아줘서야 겨우 룸으로 끌려갔다.조은혁은 잠자코 진석을 지켜보다가 놀려줬다.“괜찮겠어? 혹시 밀랍으로 만든 총대여서 쓸모없는 거 아니지?”이때 진대용이 감쪽같이 나타났다.
밤이 되었다.유이준과 진은영은 진별이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갔다.집에 돌아가자마자 진별이은 숙제하러 갔고 진은영은 잠든 막내아들을 보러 갔다. 막내아들은 돌보고 있는 가정부는 발자국 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려 조용히 말했다. “오셨어요? 한 번도 깨지 않고 계속 자고 있었어요. 엄청 착해요.”진은영은 가볍게 웃으며 아줌마에게 내려가 쉬라고 했다.문이 받히고 그녀는 고개를 숙여 막내아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꼬마는 이미 8개월이 지났고 용모는 유이준을 완전히 물려받았고 거의 판에 박힌 것 같았다. 심지어 진별이 조차도 때때로 동생의 얼굴을 보고 감탄했다. “이건 정말 하느님의 걸작이야!”유이준이 물었다.“하느님의 걸작이 뭔지 알아?”진별이가 답했다.“남편의 용모, 아내의 영광!”진은영은 유이준에게 속삭였다.“모델 렌위이를 보고 저러는 거야.”유이준은 즉시 그에게 예쁘냐고 물었다.진은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유이준은 침실 문을 살짝 열고 들어왔다. 남자는 아내의 뒤로 와서 가는 허리를 가볍게 껴안고 막내아들의 잠든 얼굴을 함께 보았다. 진은영은 고개를 돌려 조용히 물었다. “진별이 과제는 보았어?”유이준은 그녀의 허리를 꼭 껴안고 말했다.“봤어, 열 개 중 아홉 개가 틀렸어.”진은영은 참지 못하고 가서 직접 확인하려 하였다. 유이준이 그녀를 가로막으며 웃었다.“진별이가 실수하는 것을 어떨 땐 넘길 줄도 알아야 해! 은영, 우리 아이는 그렇게 빠듯하게 살 필요가 없어. 봐, 조민희와 조은희도 잘 살고 있잖아.”진은영은 망설였다.하지만 진별이는 진은영의 아이였고 그녀는 어려서부터 강했다.유이준은 또 진안영을 두고 말했다.“안영도 잘 살고 있잖아. 그녀는 어렸을 때 분명 문제집을 제일 잘 푸는 사람은 아니었을 거야.”진은영이 물었다.“왜 또 안영을 끌어들이는 거야?”유이준은 답했다.“내가 주변 사람들을 예로 들어야 더 설득력이 있지 않겠어? 안영도 진범을 찾았고 지금 딱 쥐고 있잖아.”진은영이 입을 열었다.“고생은 한
2층.조은희는 내일 입을 드레스를 입어보고 있었다. 진석이 그토록 원하는 드레스였다.하얀 눈꽃을 두른 듯한 드레스는 국내 최고 디자이너의 손길을 거쳐 아주 세심하고도 화려한 기품을 뿜고 있었다. 그녀가 쓰고 있는 보석이 박힌 티아라는 수억 단위의 거액으로 마련한 것이었다.거울 속의 여인은 꽃처럼 아름다운 외모를 지녔고 조은희는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혼잣말했다.“자기 애호 때문에 정말 돈을 아끼지 않았네.”좋은 사람과 결혼해서 다행이지 이 어린 딸은 정말 말문이 막혔다. 박연희는 어머니로서 머리를 툭툭 쳤다.그녀는 조민희가 시집갈 때처럼 두둑한 혼수를 주었고 조은희도 마찬가지로 조 씨 그룹의 주식을 요구하지 않았으며 진석이 번 돈은 그녀와 그의 작은 취미를 먹여 살리기에 충분했다.한편, 조민희는 동생을 도와 드레스를 정리해 주고 있었고 그녀도 조금 아쉬워했다. 조은희는 집안의 막냇동생이었고 이제 시집을 가려고 한다.조은희는 그녀를 보며 말했다.“언니, 언제 귀국해서 정착할 거예요? 평소에 일 년에 한두 번 볼 수밖에 없잖아요.”조민희는 그녀의 얼굴을 비비며 답했다.“몇 년만 더!”조은희는 더 이상 묻지 않고 강아지처럼 애교를 부리며 조민희의 품에 안겼고 조민희는 항상 인내심을 가지며 그녀를 아끼며 함께 해주었다.박연희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나와 너의 아버지도 너와 설진이 빨리 귀국해서 정착하기를 바라고 있어.”조민희는 말했다.“설진의 사업은 대부분 밖에 있고, 돌아오면 적어도 10년은 걸릴 것입니다. 다행히 저와 아이들도 그곳 생활에 익숙합니다.”말이 끝나자, 김설진이 밖에서 걸어들어왔다.그는 박연희를 먼저 불렀고 돈봉투를 조은희에게 건네주었다. 조은희는 돈봉투를 받으며 달콤한 말투로 형부라고 불렀고 김설진은 그제야 아내에게 말했다.“김욱의 다리가 찰과상을 입어서 아래층에서 울고 있어.”비록 작은 사나이이자 울보이지만, 김설진은 그런 아이를 응석받이로 키우고 있었다.조민희가 낳은 아이였다!조민희는 고개를 끄덕이고 남
김설진은 말했다.“너랑 나 다 아프잖아.”조민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김욱은 한창 활동적인 나이지만 아버지가 엄격한 교육 아래 매우 예의 바르고 규칙적인 아이로 자라고 있었다. 김욱은 조우현을 보고 공손하게 인사를 했다.“둘째 외삼촌.”조우현은 그의 머리를 쓰다듬었고 자신의 아이보다 더 튼튼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방유설이 너무 약한 탓도 있었다. 그는 돌아가 조우찬에게 영양을 공급해야겠다고 생각했다.검은색 롤스로이스는 고속도로를 질주하며 저녁이 되기 전에 사람들을 조 씨 저택으로 데려 보냈다.조씨 집안의 아들들은 모두 이사를 나갔지만, 조은희만이 여전히 집에 남아있었다. 조민희가 모처럼 돌아왔어도 그녀는 집에 머물고 있었으며 거절하지 않았다. 조은희는 며칠 묵은 후에 하와이에 가서 친부모님께 향을 피울 계획이었다.차는 저택으로 들어섰고 집안의 불빛은 휘황찬란했다.정원의 주차 공간에는 유명한 차들이 가득 주차되어 있었고 집안의 어른들은 모두 한자리에 모여 있었다. 조은희의 내일 결혼식을 위해 남자들은 한 곳에서 이야기하고 있었고 여자들은 2층에서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김욱은 마당에 남아 조우진, 조우찬과 함께 놀았다.작은 공 하나가 남자아이의 발밑에서 이리저리 날아다녔다.노는 과정에 김욱이 실수로 넘어졌다.사내 녀석은 고통을 참지 못하고 와 하고 울음을 터뜨렸다.조진범은 마침 복도에 서 있었고 그는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겨울이라 검은 코트를 입은 그의 몸집은 더욱 방대해 보였고 그의 성숙함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그는 작은 아이를 안아 가볍게 품에 안았고 그의 눈매는 매우 부드러웠다.“어디가 아픈지 외삼촌에게 말해?”녀석은 희고 작은 얼굴을 찡그리며 눈물을 글썽였다.“무릎이 아파요.”말을 마치자, 그는 외삼촌의 품에 안겨 일어나려 하지 않았다.조진범은 의자에 가서 앉아 한 손으로 꼬마를 껴안고 있었다. 조우찬과 조우진도 다가왔고 조우진은 아주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아빠, 우리 일부러 그런 게 아니에요.”
저녁, 조은희는 퇴근 준비를 하고 있었다.그녀는 주차장에서 진석의 차를 보았지만 차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마침, 학교 상사가 지나가며 말을 걸었다.“진석이 학교에 와 강당에서 기증식을 하고 있어. 가서 보고 이따가 같이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걸. 이 추운 날 뜨거운 훠궈를 같이 먹으면 얼마나 좋아.”조은희는 장난스레 답했다.“삶을 즐기실 줄 아네요.”상사는 손에 든 요리를 들며 답했다.“이봐, 네 사모님이 아침 일찍 집에 가서 손자를 위해 밥을 해라고 재촉하셨어.”조은희는 가볍게 웃으며 그를 배웅했다.하늘에는 구름이 주황빛을 띠며 금빛 테두리를 두르고 있다.조은희는 뜨거운 물컵을 들고 강당 쪽으로 걸어갔다. 가는 길에 몇몇 학생들이 그녀를 향해 재잘거리는 것을 보았다. 그들은 장난스럽게 그녀를 진 사모님이라고 불렀다.“조 선생님이라고 해.”학생들은 답했다.“진 사모님! 진 선생님은 강당에 계십니다.”지나가는 모든 사람은 그녀에게 진석이 강당에 있다고 말했고 조은희는 속으로 생각했다.[진석의 구십억이 가치가 있긴 하네. 학교 유명인이 다 됐어.]그녀는 자작나무 숲을 가로질러 강당 계단을 올라갔고 멀리서 진석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는 연설하고 있었고 아주 틀에 박힌 듯 말하고 있었지만, 목소리가 좋았다.강당에는 수천 명의 사람들이 정면으로 앉아 집중하고 있다.진석은 남자의 꿈이자 여자의 꿈이었고 조은희의 모든 청춘과 미래였다. 그녀는 들어가지 않고 입구에 서서 조용히 그녀의 남편이 될 남자를 바라보고 있었다.약 5분 후, 진석이 강연을 끝내고 그도 그녀를 보았다.조은희는 흰색 코트를 입고 뜨거운 물컵을 들고 그가 가르치던 곳에 서 있다. 그녀는 현재 이곳의 선생님이었다.진석은 조용히 그녀를 바라보았다.사실, 조은희가 그에 대한 사랑은 그에 비해 조금도 부족하지 않다.그녀는 젊고 활발했지만, 아주 용감하고 사랑스러웠다. 그녀는 하늘이 진석에게 맞춤 제작한 인생의 동반자였다. 조은희가 있으니, 그는 이번 생에 여한이 없을 것
조은희는 남자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검은색 코트를 입은 진석은 키가 컸고 그런 그가 서재에 서 있자, 그녀는 압박감을 느꼈다. 그는 그녀를 향해 걸어와 고양이처럼 우는 어린 소녀를 품에 안고 한 손으로 가볍게 쓰다듬어 주었다. 그의 목소리는 매우 부드러웠다.“울지 않는다면서요.”조은희는 그의 어깨 위에 엎드려 말했다.“일부러 그러는 거야?”“좀 감동하지 않았나요?”그녀는 그를 나긋하게 때렸다.진석은 술에 취해 나지막이 웃었고 그녀가 감정을 내뱉도록 내버려두었지만 동시에 그의 마음도 쓰라렸다.지난 5년 동안 그는 사실 방황해야 하는 것을 두려워했다. 그는 자신이 출세하기를 기다리지 못하고 조은서가 다른 사람을 좋아하게 될까 봐 무서웠다. 만약 그때가 오면 그는 무엇을 가지고 그녀에게 돌아오라고 부탁할까?가난한 집 부잣집 딸의 사랑은 소설 속에만 있고 현실은 참혹했다.조은희는 개의치 않지만, 그는 그녀가 고생하는 것을 원치 않았다.지금, 그들은 서재에서 서로를 끌어안았고, 그들은 곧 결혼할 것이었다.창밖으로 가랑눈이 흩날리고, 그는 눈을 밟고 돌아와 그녀의 눈물을 닦아 주었다.진석은 어린 소녀가 그의 목을 껴안고 애교를 부릴 수 있도록 한 손으로 코트를 벗고 소파에 내동댕이쳤다. 그들은 감정에 그치지 않게 서로를 사랑했지만, 한 발짝도 그 선을 넘지 않았다.그의 목덜미에 얼굴을 파묻은 그녀는 아주 따가웠고 힘줄 또한 뜨겁게 뛰고 있었다. 그녀는 쉰 목소리로 물었다.“그녀가 준 것을 왜 진작 주지 않았어?”“어제 받았어요.”“편지를 봤는데 잘 쓴 것 같아서 보여드리려고 했어요.”……조은희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고 그를 껴안고 소리 없이 애교를 부렸다. 잠시 후 그의 턱에 뽀뽀를 해주었고 순간 진석의 마음은 말할 수 없는 감정으로 가득 찼다.그는 조은혁 부부에게 감사했다. 그들이 조은희를 낳은 덕분에 그는 인생의 단맛과 쓴맛을 다 볼 수 있었다.그는 엿처럼 달게 여겼다.문밖에서 아주머니가 문을 두드렸다.“선생님 아가씨, 식
진석 그리고 조은희의 혼사는 순리대로 이루어졌고 아무도 발버둥 치지 않았다.가끔, 조은희는 이런 생각을 가지기도 했다.과정이 너무 순조로운 나머지 몇 년간의 헤어짐이 마치 없었던 일처럼, 마치 항상 붙어있었던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재회한 후에도 그는 그녀에게 해외 생활에 대해 더 묻지 않고 여전히 예전처럼 그녀를 대했다.그녀는 예전처럼 어리지 않았지만, 진석은 그녀를 20세 소녀로 여겼다. 조은희는 그가 18세 소녀를 더욱 좋아할 거라 마음속으로 생각하곤 했다.세월은 야속하게도 흘러만 갔지, 되돌아오진 않았다.진석은 그냥 미소를 지을 뿐.겨울, 낮이 점점 짧아지기 시작했고 조은희는 퇴근 후 진석의 별장으로 향했다. 하지만 진석은 아직 퇴근하지 않았고 도우미 두 아주머니를 집으로 불러 이미 저녁을 준비하기 시작했다.조은희가 차에서 내릴 때 마침 진석의 전화를 받았고 그녀의 목소리는 부드러웠다.“언제 돌아와?”전화 한편의 진석은 손을 들어 시계를 보았다.“일곱 시쯤 집에 도착해요.”조은희는 소녀의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대답했다.진석은 그녀에게 서재로 가서 서류를 가져오라고 지시했고 조은희는 일부러 작은 소리로 입을 열었다.“내가 너의 직원도 아니고 월급도 받지 않는데 내가 왜.”진석이 답했다.“가족 수당을 받잖아요.”조은희는 핸드폰을 사이에 두고 그에게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어준 후 차에서 내렸다.집안의 하인들은 모두 그녀를 보고 잇달아 멈추어 인사를 하였다.“아가씨가 돌아왔나요, 진 선생님은 몇 시에 돌아오죠?””일곱 시요, 바쁜 사람이잖아요.”하인들은 모두 그녀를 좋아했고 배가 고플가 먼저 과일 한 접시를 씻어 그녀에게 건네주었다. 조은희는 과일 접시를 들고 위층으로 올라갔고 잠시 후 진석의 노트북에 무슨 영화가 있는지 찾아보려 하였다. 영화 한 편을 보며 진석을 기다리기로 하였다.진석의 서재는 단순하고 섬세하며 고급 원목 가구는 반짝반짝 광을 내고 있었다.조은희는 코트를 벗고 가죽 의자에 놓은 후 서랍을 열어 서류를 찾
조은희는 진석을 빤히 바라보았다.진석은 낮게 웃으며 외투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더니 블랙 카드를 한 장 꺼내 조은희의 손바닥 위에 가만히 올려놓았다.“내 카드야. 한도가 없으니까 마음껏 써.”조은희는 놀란 듯 작은 목소리로 외쳤다.“진석 씨, 정말 통 크시네요! 진 선생님, 감사합니다.”진석이 장난스럽게 그녀를 가볍게 툭 치자 조은희는 그의 목을 감싸안으며 웃었다.“스폰서 오빠, 감사합니다.”진석은 조은희의 장난스러운 말투에 웃음을 터뜨리더니 그녀의 작은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고 강렬하게 입을 맞추었다. 예전에는 학문적이고 온화했던 그의 이미지가 지금은 사업가다운 자신감으로 바뀌어 있었다. 하지만 조은희의 장난스러운 태도에 그는 어쩔 수 없이 입맞춤 후 그녀의 귀에 낮고 거친 목소리로 농담을 던졌다. 조은희는 그 말을 듣고 묘하게 떨리는 감정을 느꼈다...진석은 그녀의 코끝을 장난스럽게 살짝 물었다.“넌 은근히 독특한 취향이네.”조은희는 더 이상 그를 자극하지 않기로 마음을 먹고 자세를 바로잡으며 운전하라고 했다. 진석은 그녀를 한 번 더 바라보고는 천천히 시선을 돌려 차를 출발시켰다...둘이 별장에 도착했을 때 진석의 어머니는 고향 요리로 한 상을 가득 준비해 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그중에는 진석이 조은희가 좋아한다고 말해준 요리도 포함되어 있었다.진석의 아버지는 붉고 싱싱한 과일을 깨끗이 씻어 가지런히 접시에 놓고 있었다.진석의 차가 멈추자 그는 조은희를 데리고 내렸다. 진석의 부모는 반갑게 나와서 두 사람을 맞았다.아버지는 조은희가 가져온 선물을 받으며 장난스럽게 말했다.“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었는데요.”어머니는 차가운 바람을 느끼며 감기 조심하라고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조은희의 피부는 밝고 투명하게 하얀 편이라 마치 바람이 불면 날아갈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녀의 아름다움은 진석의 부모 눈을 사로잡았다. 두 사람은 속으로 진석과 조은희가 아이를 낳는다면 남녀를 불문하고 정말 예쁘고 훌륭한 아이가 태어날 거로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