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1073화

"너랑 상관없잖아."

민희는 눈을 떨구고 그를 바라보지 않았다.

그녀의 목소리엔 과거와 달리 여인의 성숙함이 풍겼다.

민희는 매우 평온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조범진."

"나 쓰고 버린 사람은 당신 아니야? 포기한 사람은 당신 아니야? 버려진 사람은 당신이 아니라 나야."

"그래. 내가 먼저 떠났어."

"근데 내가 왜 떠났을까?"

그의 오만함 때문이었고 그의 무신경 때문이었다.

20대 아직 풋사랑을 할 때 조범진은 민희에게 앞으로 어디를 가던지 그녀와 함께 할 것이고 또 떨어져 있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함께한 6년이 지난 후 범진은 민희가 향시에서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에게 사업은 항상 그녀보다 중요했다. 민희는 범진의 맘속에서 1순위에서 마지막으로 밀려났다.

진심으로 좋아한다면 결코 이런 모습이 아닐 것이다.

어떤 사람도 아침부터 저녁까지 온종일 바쁘진 않는다.

메시지도 이틀이 지나서야 답장을 한다면 그건 타인과 다를 바가 없다.

항상 조심스럽게 기다리기만 한다면 그걸 사랑이라 할 수 있을까.

옛 과거를 떠올리면 마음이 아팠지만 민희는 이미 받아들였다.

그녀는 낮게 웃었다.

"이런 걸 얘기해 봤자 의미 없어. 몇 년 동안 나는 많은 곳을 가봤고 많은 사람들을 만났어. 이 세상에 조범진을 기다리는 것 외에 많은 의미 있는 일들을 할 수 있다는 걸 배웠어."

민희는 고갤 들어 천천히 그를 쳐다보았다.

"우리는 이미 끝난 지 오래야." "네 말이 맞아. 우리는 끝났어."

조범진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가 그녀의 목덜미에 기대자 높은 그의 콧대가 그녀의 부드럽고도 뜨거운 피부와 접촉했다.

범진은 가녀린 손목을 붙잡았다.

거친 남성의 손길에 그녀는 소름이 돋았다.

이건 마지막 미련과 애정이었다.

오랜만에 다시 만난 그들은 숨소리를 느낄 수 있을 만큼 가까이 있었지만 더 이상 상대방에게 소속되지 않았다.

범진은 천천히 민희에게서 떨어졌다.

떠나면서 그의 눈빛은 계속 민희에게 머물렀다.

그들의 숨소리는 아직 서로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