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혜선과 만난 후 그녀의 차를 타고 우리는 한차로 갔다. 출발할 때 하늘은 더욱 흐려져 시커먼 냄비 바닥 같았다. 하늘가에 하얀 틈만 조금 보였는데 답답하고 공포스러운 느낌이 들었다.“이 빌어먹을 날씨, 비가 올 것 같아. 우리는 정말 운이 없어. 왜 하필 이런 날을 선택했는지.:도혜선은 차를 몰면서 음산하고 무서운 하늘을 바라보았다.“그런데 오랫동안 비가 오지 않았어.”나는 먹구름이 가득한 하늘을 바라보며 장난스럽게 말했다.“어렸을 때, 나는 이런 날씨가 제일 무서웠어! 꿈에서도 항상 이런 검은 하늘이 보였는데, 하늘 끝의 그 빛만이 마치 갈라진 틈처럼 빛나고 있었어. 매번 내가 놀라서 깨면 어머니는 나를 안아 줬어.”도혜선은 내 말을 듣고 이상한 눈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나는 조금 의아했다. “왜 그래?”도혜선은 나를 바라보며 되물었다. “어렸을 때?”나는 무심코 고개를 끄덕였다.“맞아...”그런데 대답한 나조차도 조금 놀랐다. ‘어렸을 때?’난 어렸을 때 기억이 없는데?하지만 이것은 확실히 아주 먼 기억, 어린 시절의 기억이었다. 나는 눈을 감고 골똘히 생각하려고 했는데 머리가 욱신욱신 아팠다.나는 서둘러 눈을 뜨고 앞을 보며 깊은숨을 들이마셨는데 마음이 당황스러웠다. 혹시 내가 무슨 생각이 떠오른 건가? 이것은 무의식적으로 나온 말이다.도혜선이 걱정스럽게 물었다.“괜찮아?”나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괜찮아! 이런 날씨는 제가 겪어본 것 같은데 기억나지 않아.”“생각하지 말고 그냥 내버려둬.”도혜선은 내 손을 툭툭 치며 나를 위로했다.“그만 말하자. 어제 신연아의 우리를 보러 간다고 했잖아. 갔어?”“아니. 오늘 가려고 했었어. 신호연이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어. 그 아이를 서강훈 집에 계속 맡길 수도 없고, 나도 지금으로서는 더 좋은 방법이 없어.”도혜선은 성공적으로 화제를 돌렸고, 나는 그 아이를 생각했다.“이 신연아, 정말 대단해. 말끝마다 신호연을 사랑한다고 했지만 다른 사람의 애를 임신하다니.
폭풍우가 말도 없이 닥쳐왔다. 서울 외곽을 벗어나자마자 큰비가 억수같이 쏟아졌다. 비가 올 줄은 알았지만 이렇게 빨리 올 줄은 몰랐다.“헐, 이건 너무 세게 오는데?”도혜선은 조심스럽게 차를 몰며 목을 길게 빼고 앞길을 보았지만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았다. 와이퍼가 쉴 새 없이 움직였지만 비가 어찌나 많이 오는지 전혀 소용이 없었다. “좀 안전한 곳에 차를 세우고 기다리자. 이런 비는 오래 오지 않을 거야!”나는 도혜선에게 건의하면서 목을 길게 빼고 밖을 내다봤는데 왜인지 눈꺼풀이 자꾸만 뛰어서 짜증 났다. ”지금 우리 위치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산사태야. 게다가 얼마나 더 내릴지 누가 알겠어. 날씨가 아직도 이렇게 심각하니 나는 점점 더 거세질까 봐 무서워. 산사태까지 생기면 더 위험하지 않을까?”도혜선은 저도 모르게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려 언덕을 바라보았다. “안 돼. 계속 가자. 이 산길을 벗어나면 안전할 거야.”도혜선이 이렇게 말하자 나도 걱정되었다. 이 구간에서는 산사태가 자주 발생했다.길에서 다른 차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도혜선이 차를 몰고 있는 동안 우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갑자기 전화가 울려서 주머니에서 꺼냈는데 배현우였다. 보아하니 걱정되어 연락한 것 같다.전화를 받자 배현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디까지 갔어요? 길은 괜찮아요?”“지금 가는 길인데 서지 못하고 천천히 운전하고 있어요. 그래도 걱정하지 마요. 금방 서울대교에 도착해요.”나는 배현우에게 우리 위치를 구체적으로 얘기했다.주위에 오른쪽은 산, 왼쪽은 급경사로 지난번 콩이가 납치된 장소가 한눈에 들어왔다. 다리를 건넌 후 3-4km 정도 가서 삼거리에 이르면 길이 더 나아진다. 이 구간을 벗어나면 상대적으로 안전하기도 하다.배현우는 전화로 나에게 말했다. “서두르지 말아요...”'쾅' 하는 큰 소리와 함께 우리 차가 앞으로 한 번 갑자기 들썩였다. 내 손에 들려있던 전화기가 굴러떨어졌고 도혜선은 비명을 질렀다. 차가 심하게 흔들린 후 계속
내가 도혜선을 붙잡은 순간, 그녀는 힘껏 나를 감쌌다. 내 몸은 걷잡을 수 없이 왼쪽으로 쏠렸고 세상이 빙빙 도는 것을 느꼈다. 도혜선은 나를 꽉 껴안았다. 차는 격렬하게 굴렀고 우리 둘의 비명소리는 무시무시한 충돌음에 파묻혔다...마침내 모든 것이 멈춘 것 같았다. 나는 잠시 정신을 잃었고 어지러움이 느껴졌다.갑자기 차가운 물을 뿌린 듯 정신이 번쩍 들었는데 팔에 극심한 통증이 느껴졌다.“혜선 언니!”나는 가냘픈 목소리로 불렀다. 몸은 여전히 도혜선에게 안겨있었는데 그녀는 내 밑에 깔렸는데도 손을 놓지 않았다.“언니...”내가 또 한 번 소리를 질렀는데 대답이 없었다. 콧속에는 희미한 피비린내와 빗물 냄새, 그리고 식물의 쓴 냄새가 진동했다.“혜선 언니, 괜찮아? 언니...”나는 몸을 추스르며 내 밑에 깔린 도혜선을 확인하려고 했다. 나는 갑자기 쥐 죽은 듯한 고요함에 공포를 느꼈다. 내 주변은 온통 빗물이 차를 때리는 찰싹찰싹 소리였는데 도혜선의 대답은 없었다.나는 몸을 조금 움직여 봤는데 움직일 수 있었다. 그런데 우리의 차 전체가 왼쪽으로 기울어져 있었다.도혜선은 내 아래에 있었다. 나는 손으로 도혜선 쪽의 좌석을 지탱하고 그녀의 손에서 벗어나 자기 몸을 지탱하려고 했다. 그러나 동시에, 갑자기 차가 다시 아래로 떨어졌다. 나는 비명을 지르며 서둘러 모든 동작을 멈추었다.“도혜선... 들려?”나는 큰 소리로 외쳤는데 극도의 두려움이 내 마음속에 생겼다. 나는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 아래를 내려다보고 그녀의 상태를 보고 싶었지만 움직일 수 있는 폭이 크지 않았다. 나는 거기에 끼여 꼼짝도 할 수 없었다.“도혜선, 일어나봐! 대답해!”피비린내가 점점 심해지는 것을 느꼈다. 도혜선은 꼼짝도 하지 않고 거기에 있었고 몸은 여전히 나를 지탱하고 있는 상태를 유지했다.“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도와주세요...”“현우 씨, 살려줘요... 빨리 누가 와서 혜선 언니를 구해줘요.”고함소리가 차 안에서 메아리치는 듯하더니 아예 빗
공포에 젖은 거대한 비명과 함께 나는 몸을 순식간에 일으켰고 순간 누군가의 팔이 나를 단번에 감쌌다. “지아 씨, 진정해요...”나는 숨을 헐떡이며 눈을 번쩍 떴다. 그러고는 눈앞의 뚜렷한 이목구비를 바라보며 두근거리는 심장을 진정하고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현우 씨, 나는...방금 어떤 차가 우리를 들이받았고 난 그 충격에 창문 밖으로 날아갔어요...”배현우의 눈길은 나의 얼굴에서 벗어나질 않았다.“지아 씨, 뭔가 기억난 게 맞죠?”나는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라 멍하니 그를 쳐다보았다. 방금 화면들은 실감이 나긴 했지만 분명 꿈이었기 때문이다.“걱정 마세요. 다 지나갔어요. 봐요.” 배현우는 부드러운 말투로 나를 위로했다.나는 멍하니 주위를 쓱 훑어보다가 갑자기 내 몸 밑에 깔려있던 도혜선이 생각나 본능적으로 머리를 숙여 몸 밑의 침대를 봤다. 그러고는 깊은 꿈에서 금방 깨어난 사람처럼 다급하게 물었다. “혜선 언니는요? 우리 혜선 언니는 어디에 있죠?”배현우는 내 등을 도닥이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내 귀에 속삭였다.“아직 응급 치료 중이에요.”나는 순간 온몸이 굳어지며 내 귀를 의심했다.“응급...응급 치료 중이라고요?”순간 나는 평정심을 잃고 배현우를 밀쳐내고 침대에서 내려가려 했다.“혜선 언니를 보러 가야 해요. 언니 상태가 어떻죠? 왜 응급 치료를 해야 하죠? 언니...언니가 심하게 다친 건가요? 혜선 언니는 나를 구하려고 그렇게 다친 거예요...”나는 갑자기 참고 있던 눈물을 왈칵 쏟아냈다. 도혜선을 응급 치료하고 있다고?나는 부들부들 떨면서 침대의 가장자리를 향해 몸을 움직였다. 그러자 배현우가 나를 제지하며 입을 열었다.“지아 씨...”“혜선 언니는 나를 보호하려고 자기 몸으로 나를 감싸안았어요. 그래서 내가 벼랑에 떨어지지 않은 거예요...” 나는 고장난 수도꼭지처럼 눈물범벅이 되어 흐느끼며 가까스로 말을 이어나갔다. “나를 언니가 있는 곳으로 데려다줘요. 언니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고 싶어요. 언니에게
“배현우 씨, 다행히도 환자는 목숨을 건졌어요. 그런데 환자의 갈비뼈가 골절되고 비장의 일부분이 파열돼 제거 수술을 했어요. 게다가 환자 머리에 뇌진탕이 있어 현재 혼수 상태에 있어요. 앞으로 쭉 지켜봐야 할 것 같아요.”이 소식은 나에게 그야말로 청천벽력이 아닐 수 없었다. 도혜선이 어떻게 이 정도로 심각하게 다칠 수 있지? 진짜 의사 선생님 말씀대로 목숨을 건진 게 다행인 것 같았다.“선생님, 환자가 아주 위독한 상태인가요?” 서강민이 떨리는 입술 사이로 간신히 말을 꺼냈다.“잠시 후 환자를 중환자실로 보내 상태를 지속적으로 체크해 봐야 할 것 같고요. 24시간 이내에 생명 징후와 여러 수치가 정상으로 나타나고 본인 스스로 혼수 상태에서 깨어나면 이른 시일 안에 일반 병실로 돌아갈 수 있긴 할 것 같아요.”의사는 우리에게 자세한 설명을 마친 후 돌아서 응급실로 돌아갔다.나는 저도 모르게 몸을 비틀거리며 중얼댔다. “이게 다 내 탓이야. 나만 없었다면 혜선 언니가 이렇게 심각하게 다치지 않았을 거야.”이에 이미연은 서둘러 나를 위로했다. “지아야, 너도 너무 자책하지 마. 나중에 우리 함께 중환자실에 가서 혜선 언니를 보자.”48시간 후, 도혜선은 마침내 일반 병실로 보내졌다.나는 팔뼈에 금이 가 감히 큰 동작으로 움직일 수 없어서 배현우가 최고의 특수 간호사를 나에게 붙여놨다.서강민은 도혜선이 아직 혼수 상태일 때 별다른 행동이 없이 묵묵히 그녀의 곁을 지키기만 했다. 그 모습이 왠지 내 눈에는 참 가슴 아파 보였다.이번 사건을 계기로 나는 서강민의 마음속에 분명 도혜선이 있다는 걸 대충 눈치챘다. 서강민이 우리 사고 소식을 어떤 경로를 통해 알았는지는 나도 모르겠다. 서강민과 도혜선 사이의 일은 우리 외부인이 뭐라고 왈가왈부할 일은 아닌 것 같다.불행 중의 다행은 도혜선의 상태가 점점 안정되고 있다는 것이었다.이쪽 상황은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었지만 김우연 쪽의 상황은 그다지 순탄하게 진행되고 있지 않은 것 같았다. 비록 우
말을 마친 후 나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유심히 그녀의 얼굴을 살폈다.그녀의 얼굴은 순간 창백해졌지만 이내 핏기가 돌아왔다. 그러고는 여전히 실실 웃으며 나에게 의미심장한 말을 건넸다.“운전할 때는 항상 조심해야죠.”전희는 오만방자하고 눈에 뵈는 게 아무것도 없는 것 같았다. 그러나 조금 전 그 짧은 순간의 미묘한 표정 변화 하나만으로도 많은 걸 설명할 수 있었다.나는 눈을 실처럼 가늘게 뜨고 담담하게 받아쳤다. “충고해 줘서 아주 고마워요. 그런데 어쩌죠? 저 고양이 띠라서.” 그러고는 발걸음을 돌려 밖으로 나가 바로 차에 올라타 운전기사에게 목적지를 알려줬다.“회사로 가주세요.”내가 다친 이후로 배현우는 내가 운전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고 대신 운전기사를 한 명 안배했다.차에서 나는 깊은 생각에 빠졌다. 전희가 병원에 도대체 무슨 일로 찾아온 거지? 그러다 잠시 생각을 중단하고 휴대폰을 꺼내 이동철에게 전화를 걸어 지시했다. “전희가 병원에 뭔 일로 왔는지 좀 알아봐 줘요.”전화를 끊기도 전에 또 다른 전화가 내 휴대폰으로 걸려 왔다. 남미주였다.“지금 어디야? ”“회사로 돌아가는 중이야.”“급한 일이라도 있어?”“응, 지시할 일이 좀 있어.” 나는 남미주에게 숨기지 않았고 그녀는 내가 다친 일을 전부 알고 있었다.“무슨 일 있어?”“아니야. 그럼 네가 볼 일 다 보고 나에게 전화해.” 그녀는 별다른 얘기 없이 전화를 끊었다.나는 회사로 돌아와 먼저 구 변호사에게 전화를 걸어 신예 건축에 관한 일을 자세하게 설명했다. 구 변호사는 한참 동안 말없이 생각만 하다가 입을 열었다. “대표님은 지금 저더러 이 사건을 담당하라는 뜻인가요?”“이 사건은 반드시 구 변호사님이 맡아야 해요. 나는 딴 사람을 믿을 수 없거니와 설령 그 사람에게 맡긴다 해도 승소할 수 없단 걸 잘 알고 있어요.” 나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단호하게 말했다. 이제 우리 둘 사이의 소통은 점점 단도직입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최근 일 년 동안의 소통을 통
“그 어미에 그 딸이라고 엄마라고 생긴 사람이 그 따위 인간인데 딸이 어떻게 정상일 수 있겠어요?”나는 담담하게 대답하면서도 마음속으로는 이 작은 아기가 나중에 과연 어떤 사람으로 변할 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고 중얼거렸다.인품이 좋은 사람이 교육하면 성실하고 훌륭한 사람으로 성장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비뚤게 성장해 타락할 수도 있을 것이다.이런저런 생각들로 머릿속이 복잡해지는데 아이는 이런 내 맘을 알기나 하는지 작은 손으로 내 머리카락을 한 줌 잡아 입에 넣었다.“지아 언니, 나중에 신호연도 이 아이를 버린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아이가 너무 가엽잖아요. 아무래도 제 집에 며칠 맡겨둬야 할 것 같아요. 요 며칠 동안 나도 이 아이에게 감정이 생겼어요. 아무리 어린아이라 해도 필경 살아있는 생명이잖아요.”심은정은 나를 바라보며 걱정이 가득 찬 목소리로 우려를 토로했다.“도리는 저도 다 알아요. 근데 저는...”사실 나는 심은정이 뭘 말하려는지 잘 알고 있다. 그녀가 아무리 감정이 있다고 해서 아이를 계속 곁에 둘 수는 없을 것이다. 아이의 출신에 관련된 정보가 아직 오리무중인 상태니까 말이다.“너무 무리해서 생각하지 말고 일단 요 며칠만 수고해 줘요. 내가 경찰에 문의해서 이 아이의 진짜 아빠를 빨리 찾아내기 위해 노력해 볼게요. 아이의 진짜 핏줄을 알아내는 게 아이에게 제일 좋은 결말이니까요.”나는 품속에 안겨 있는 아이를 바라봤다. 아이에게 나는 하나도 낯선 사람으로 보이지 않는 모양이다.나는 한쪽 손을 다쳐 움직이기 불편해 오른손으로만 아이를 안고 있었다. 아이는 붕대를 싼 내 왼손이 궁금해서 호기심이 가득한 눈빛으로 내 왼손을 만지작거렸다.“아이를 보는 건 전혀 힘들지 않아요. 저는 단지 이 어린 것이 엄마를 잘못 만나 가슴 아플 따름이에요. 아이의 운명이 참...”심은정은 더 말하려다 주저하고 말을 아꼈지만 나는 그녀가 뭘 말하고 싶은지 모를 수 없었다.이때 내 가방에서 전화벨이 울렸다. 심은정은 아이를 떠받아 안았고 나는
나는 그녀의 대답에 약간 의아했다. 그래서 의혹에 찬 눈빛으로 그녀를 보며 따지듯이 물었다.“나에...대한 일이라고?”“맞아.” 그녀는 그윽한 눈빛으로 나를 쓱 훑어보며 대답했다.“어떻게 된 일이야?”나는 진지한 표정으로 남미주를 바라봤다. 그녀의 장난기가 사라지고 사뭇 진지해진 표정은 나에 대한 이 발견이 무게가 있는 중요한 발견이라는 것을 대변하고 있었다.그녀는 나에 대한 시선을 거두며 내 질문에 직접 대답하지 않고 깊은 생각에 잠긴 표정을 지었다.“그래서 도대체 무슨 일이지? 내 어떤 면에 대한 발견이야? 왜 그렇게 뜸 들여? 말하기 어려운 일이야?” 나는 의혹이 가득 찬 눈빛으로 남미주를 바라보며 숨도 쉬지 않고 연달아 질문 폭탄을 날렸다. 그녀의 표정은 왠지 심각하고 무거워 보였다.“말하기 어려운 게 아니라 이 발견은...뭔가 미심쩍은 부분이 꽤 많아.” 남미주가 이렇게 난처해하는 모습은 나도 처음 본다. 나와 대화할 때 이렇게 우유부단하고 우물쭈물하는 그녀의 모습은 나도 참 생소하다.“나를 여기로 부르기 전에 말할지 말지 결정한 거 아니었어?”나는 아까보다 더 진지해진 표정으로 그녀의 얼굴을 보며 물었다.“당연히 언니에게 말해야지.”남미주는 나를 힐끗 흘겨보더니 수수께끼를 풀기 시작했다.“우리 가문이 어떤 사업을 진행하던 중...이런 걸 발견했어. 한 번 봐봐.”남미주는 말을 마치고 들고 있던 휴대폰을 머뭇거리며 내게 건네줬다. “잘 봐.”나는 서둘러 휴대폰을 받아 휴대폰 화면에 시선을 고정했다.화면에는 고화질 사진 한 장이 고정되어 있었다. 그 사진은 화려한 정원에 이국적인 옷을 입은 한 젊은 여자가 의젓하고 부유해 보이는 노부인 뒤에서 잔잔한 미소를 짓고 있는 사진이었다. 총체적으로 조화롭고 따뜻한 분위기의 사진이었다.그런데 그 여자의 얼굴을 본 나는 입이 떡 벌어지고 말문을 잃고 말았다.내 시선은 그 얼굴에 고정되어 떠날 수 없었다. 딱 봐도 정교한 오관이 잘 어우러진 그 얼굴은 섬세한 아름다움이 물들어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