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아직 일러서 골드 빌리지에서 가장 가까운 슈퍼에 갔겠다. 집에 채소가 다 떨어져서 좀 사가야 했다.진열대에 있는 신선한 채소가 마음에 들어서 나는 채소와 과일을 잔뜩 사들고 좋은 소고기 한 조각을 골라 무작정 슈퍼를 돌아다녔다.배현우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짐작하며 내가 그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자니 마음이 달콤했고 희망으로 차올랐다.하지만 나는 어딘가 뭔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가 나를 따라오는 것 같았고 속삭이는 소리가 들려 뒤를 돌아보면 또 아무 일도 없어서 조금 의아했다.계산할 때, 예쁜 소녀 한 명이 작은 노트를 들고 수줍은 얼굴로 내 앞으로 달려와 용기를 낸듯한 모습으로 나에게 말했다.“한소연 씨, 사인 좀 해줄래요?”한소연...나는 의아하게 소녀를 바라보며 어이가 없었다. 나를 한소연으로 생각한 것이다.여자아이는 기대에 찬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고, 또 이따금 내 뒤를 쳐다보았는데, 내 뒤에는 여자아이와 비슷한 나이의 풋풋한 소년이 서 있었다.나는 돌아서서 앞에 있는 소녀를 바라보며 부드럽게 말했다.“아가씨, 사람을 잘못 본 것 같아요! 저는 당신이 좋아하는 한소연이 아니에요.”“네?”그녀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내 뜻을 이해하지 못한듯했다. 뒤에 있는 남자아이가 앞으로 나와 나를 쳐다보면서 말했다.“한소연 씨, 방해해서 죄송하지만 저희는 사인을 받고 싶을 뿐이에요.”나는 허탈하게 웃으며 대답했다.“전 한소연이 아니에요, 정말 사람을 잘못 봤어요.”두 사람이 물끄러미 나를 쳐다보자 주변 사람들도 술렁거렸다.“어머, 한소연 아니야?”“뭐? 한소연이 우리 마트에 온 거야? 설마?”“못 올 게 뭐 있어, 다 먹고 사는 인간인데 그녀도 먹고 살아야 되잖아!”“그런 일들은 매니저가 하는 거 아니야?.”“하긴...”눈 깜짝할 사이에 술렁이는 사람이 많아져서 나는 얼른 계산하려고 줄을 섰다. 사람들 속에서 빨리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마음속으로 내가 한소연과
내가 머뭇거리자 배현우는 잘생긴 얼굴에 의아한 기색을 띠고 물었다.“왜요? 싫어요?”나는 핑계를 하나 대며 콩이 할머니의 일을 말했다.“요즘은 콩이랑 더 친하게 지내도록 해야 해요! 나중에 다시 얘기해요. 김씨 아주머니는 여기 살아도 돼요, 아래층에 방이 많아요. 김씨 아주머니가 오는 걸 저도 매우 환영해요. 콩이든 우리 엄마든 친구가 생겨서 좋고 집안일도 분담할 수 있어요, 고마워요.”배현우는 미소를 지으며 평소와는 달리 웃기만 할 뿐 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그래요, 그럼 할머니를 잘 모시고 나중에 정하도록 해요.”밥을 먹고 난 후, 우리 둘은 소파에 기대어 모처럼 안일한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제주도 때의 일을 이야기하면서 콩이에게 전화를 걸려고 하는데 초인종이 갑자기 울리기 시작했다.우리 둘은 서로를 마주 보고 웃으면서 누굴지 궁금했다.그가 나를 놓아주자 나는 얼른 일어나 문 쪽으로 달려가 밖을 내다보았는데, 뜻밖에도 신호연이었다.나는 마음속으로 정말 원수가 따로 없다고, 정말 어찌할 방법이 없다고 생각했다.배현우가 있으니 나는 안심하고 문을 열었고 신호연이 문 앞에 나타났다.그의 안색이 창백해 보였는데, 나는 그가 엄마의 병세 때문에 어찌할 바를 몰라 한다고 생각했다.나를 보자 그는 씩 웃더니 평온한 표정을 지으며 예전처럼 나를 불렀다.“지아야!”나는 담담하게 물었다.“무슨 일인데?"그러면서 나는 몸을 옆으로 비켰다. 이건 그가 이혼하고 처음으로 집에 들어온 것이다.들어와 거실을 둘러본 그는 우리 가족이 보일 줄 알았는데 나른하게 소파에 앉아 있는 배현우만 있는 것을 보고 눈빛이 움츠러들었고, 언짢은 표정으로 나를 힐끗 쳐다보며 들어올까 말까 망설였다.나도 그에게 사양하지 않고 안쪽으로 걸어가다가 스쳐 지나갈 때 담담하게 말했다.“말해봐, 무슨 일이야?”그는 그제야 신발을 바꿔 신고 들어와 소파에 다가가 배현우에게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배현우 씨.”배현우는 그를 올려다보다가 가볍게 대답하고 나서 몸을 일으키며
“신연아랑 똑같게 굴지 마, 철없는 애랑 뭔 싸움을 벌이려는 거야?”신호연이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미안! 걔가 철이 있든 없든 그건 네가 알아서 이해해 줄 부분이고, 난 그럴 의무가 없거든. 나도 걔랑 싸울 가치도 없다고 생각해, 제발 말 좀 똑바로 해줄래?”나는 신호연의 말을 가로챘다.“오늘 네 엄마를 모시고 병원에 간 일로 깊게 생각하지 마. 네 엄마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겨서 내 아이한테 영향 줄까 봐 그런 거니까.”“맞다! 콩이는?”인제야 콩이가 생각난 듯 질문했고 나는 그런 신호연을 힐끗 쳐다봤다.완전 0점짜리 아빠였다. 신호연의 머릿속에 대체 뭐가 들어있는지 모를 지경이었다.“제주도에 있어!” 나는 담담하게 대답했다.“제주도라고?” 신호연의 얼굴이 단번에 일그러지더니 캐물었다.“제주도에는 왜 갔는데? 너 설마 다른 남자랑 단둘이 있으려고 부모며 아이며 먼 곳으로 보낸 거 아니야? 그 더운 곳에 어린애가...”“다른 일 없지? 없으면 돌아가 봐!”나는 이 추악한 남자의 얼굴을 더는 봐줄 수가 없어 신호연의 말을 끊어버렸다.그는 내 말에 잠시 멈칫하더니 분노가 가득한 눈빛을 쏘아댔지만,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며 대답했다.“지아야, 내가 볼 땐 콩이 문제에서는 내 의견도 존중해 줬으면 좋겠어. 어쨌거나 난 콩이 아빠니까!”신호연은 억지를 부리며 자신의 지위를 내세웠다.“당신이 아이 아빠라고? 그 역할이나 제대로 해오긴 했어?”나는 즉시 반박했다.“당신이랑 더 싸우고 싶지 않아. 내 집에 찾아와서 날 괴롭히지 마, 다시 한번 말하지만, 당신 신 씨네 일은 당신이 알아서 해, 날 찾아오지 말고.”“하지만 치료를 포기했어! 병원에 가지 않겠다고 한다고!”신호연이 갑자기 머리를 감싸 쥐고 해탈한 듯 말했다.“죽을 준비가 됐다고 하더군, 살 만큼 살았다고...”나는 마음이 무거워지며 그의 말에 뭔가 이상한 점을 느꼈다.“...너 진실을 말해준 거야?”“...연아가... 걔가 말했어!”신호연은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
신호연은 그저 고개를 푹 떨구고 듣기만 할 뿐 반박할 능력조차 없었다.“남자가 돼서 자기 엄마조차 보호할 줄 모르는 거야? 이런 대가를 받기 위해 신연아를 키운 건 아닐 텐데. 신연아... 당신 신 씨 집안 모두가 걔한테 빚이라도 졌어?”나는 뼈 있는 말을 던졌다.하지만 지금 이 상황에서 나는 도저히 입을 다물고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정말, 애초에 왜 이런 멍청이를 좋아했던 건지 스스로 이해가 되지 않았다.“너 진짜로 어머니가 평생 얼마나 굴욕적인 삶을 살았는지 이해 못 해? 남편은 그녀가 보는 앞에서 다른 여자와 바람을 피우고, 한 집안에서 내연녀와 같은 침대를 쓰고, 결국엔 그 불륜의 결과인 아이를 억지로 키워야 했어. 이제 신연아라는 양심도 없는 멍청이가 그녀에게 평생 수치를 준 여자와 손잡고 그녀를 괴롭히고 있잖아. 병이 생기는 게 정상 아닌가?”나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입에 담지 못할 말까지 내뱉었고 자신도 깜짝 놀랐다.신호연은 그저 나를 바라보며 화를 내는 나에게 아무 말도 반박할 수 없었다.“돌아가서 신연아에게 물어봐. 왜 꼭 병원에 보내야 하는지, 걔 의견 좀 들어볼래? 양심을 되찾아서 제대로 치료받고 목숨을 구하게 하고 싶은 건지 아닌지!”나는 신호연을 노려봤다.그가 여전히 말이 없자 나는 갑자기 정신을 놓아버렸다.“아닐걸! 걘 그냥 당신 어머니를 병원에 버려두고 방치하려는 거야. 신호연 너 머리에 총 맞았니? 어머니가 죽으면 너한텐 더는 엄마 따윈 없어.”나는 말할수록 더 화가 났고 거의 소리를 질러댔다.“이걸 왜 나한테 물어보는 거야? 꺼져, 꺼져버려!”신호연은 멍하니 나를 바라보았고 그의 눈에는 고통으로 가득 차 있었다. 원래 잘생겼던 얼굴은 이제 슬픔으로 일그러져 있었다.“지아야, 화내지 마. 나... 그럼 어머니 뜻대로 할게. 하지만 엄마가 콩이를 보고 싶다고 했어!”신호연이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나는 당신들 누구도 콩이를 보는 걸 막은 적 없어. 하지만 당신들은 정말로 아이가 보고 싶었던 적 있
나는 미간을 찌푸리며 일어나 밖으로 걸어 나갔고 사무실 문을 여는 순간 시야에 들어온 것은 폭주하고 있는 신연아였다.그녀는 두 명의 젊은 직원에게 붙잡혀 있었고 민여진과 해월이도 그곳에 있었다. 신연아는 온몸에서 살기를 뿜어내며 마치 싸움을 벌이러 온 사람처럼 보였다.나는 해월이를 한번 쳐다보고는 턱을 쳐들고 말했다.“놓아 줘요!”풀려난 신연아는 어깨를 털고 소매를 두어 번 매만지더니 따져 물었다.“한지아, 네가 또 신호연한테 꼬리 쳤지? 양심도 없는 년, 그 사람한테 뭐라고 한 거야?”나는 건이를 한 눈 쳐다보고 입술을 달싹이고는 담담하게 말했다.“건이야, 신호연에게 전화해서 부인 좀 데려가라고 해. 여기서 망신당하기 전에. 저 여자는 부끄러워하지 않을지 몰라도 내가 다 창피하니까.”나는 대문 앞에서 다른 층의 사람들이 이미 몰래 이쪽을 엿보고 있는 걸 발견하고는 이렇게 말했다.“너 그만 좀 잘난 척해. 네가 무슨 성인군자야? 이혼당한 천한 년이 무슨 자격으로 신 씨 집안에 간섭하는 거지? 네가 무슨 짓을 했길래 신호연이 집에 돌아가자마자 날뛰는 거야?"신연아의 눈에는 분노가 가득했다.그의 말을 듣자마자 나는 어젯밤 신호연이 내 집에서 돌아간 후 무슨 일을 저질렀는지 알아차렸다.그녀가 이른 아침부터 이곳에 와서 나를 찾는다는 것은 그 이유가 있을 것이다.나는 표정 변화도 없이 차분하게 그녀를 바라보며 대답했다.“왜 그렇게 화를 내? 무슨 일인데? 신 씨 집안일은 나랑 상관없어. 하지만 네가 이곳에 와서 난리를 피우는 이유는 뭔데? 이유라도 있어야 하잖아.”나는 일부러 차분하게 그녀를 함정에 빠트렸다. 신연아는 지금 분노로 머리를 지배당한 상태라 냉정한 사고가 불가능했다. 이래서 충동이 위험하다는 것이었다.“그만 연기해! 어젯밤 호연 씨가 널 찾아왔지?”신연아는 역시 걸려들었고 나에게 시험하듯 질문을 던졌다.“응, 찾아왔어!”나는 솔직하게 인정했고 마음속으로는 회심의 미소를 날렸다. 이 일은 숨길만 한 일 따위가 아니었다.“
나는 계속 말을 이었다.“너 시어머니께서 널 키우느라 얼마나 고생하셨는데, 그게 쉬운 일 같아? 넌 그 와중에 널 낳기만 하고 키울 줄 모르는 친엄마랑 한패로 괴롭히기나 하고. 양심 같은 건 없지? 강숙자는 신 씨 집안을 헤집어놓고 온통 소란스럽게 만들었잖아. 김향옥이 마음이 약해져서 널 키우지 않았다면 네가 오늘 이 자리에 있을 수 있었겠어?”“한지아, 너 말도 안 되는 소리 그만해! 우리 신 씨네 일에 네가 끼어들 자격이라도 있어?” 신연아도 알고 있었다. 그녀의 가족 사정이 밖으로 드러나면 가십거리로 전락하고 말 것이라는 것을 말이다.하지만 나는 그런 것들을 신경 쓸 이유가 없었고 계속 말을 이었다.“잠이 안 올 때면 네 양심에 물어봐. 어릴 때부터 몇 번이나 죽을 위기에 처했는데 김향옥이 널 포기한 적 있었어? 폭우를 뚫고도 널 병원에 데려가고, 자신은 옷 한 벌 사는 것조차 아끼면서 널 돌봤어.”“나 같은 외부인도 신 씨 집안에 들어온 뒤 여러 차례 널 돌보며 돈과 노력을 들였지. 넌 양심이라도 갖고 엄마를 대하는 거야?”사무실에 모여든 다른 사람들도 그녀를 비난하기 시작했다. 이 건물 대부분이 신연아가 어떤 사람인지 아는 사람들이었고 명백한 정황에 누가 들어도 신연아가 양심 없는 짓을 저지른 것이 분명했다.“한지아, 여기서 멋대로 말하지 마! 뭐 대단한 척하는데, 사실 너도 별거 아니야. 넌 그저 신 씨 집안을 분열시키려는 거지. 너 같은 속물은 언젠가는 그 대가를 치를 거라는 걸 명심해. 네 딸도 이번엔 운 좋게 살아남았지만, 조심해, 다음은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신연아는 분노에 가득 찬 채 나를 가리키며 막말을 해댔다.나는 순간 무언가에 찔린 듯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성큼성큼 그녀에게 다가갔다.“신연아, 너 방금 뭐라고 했어? 다시 말해봐.”“나...”신연아는 얼굴이 창백해지며 자신이 말실수를 한 것을 깨닫고 본능적으로 뒷걸음질 쳤다. 그녀는 목을 굽히고 쏘아붙이는 내 눈빛을 피하려고 했다.“난 아무 말도
바로 그때 띵 하는 소리와 함께 엘리베이터가 열리더니 그림자 하나가 빠르게 다가왔다.“지아야, 그만해, 놓아줘!”신호연이였다. 그는 빠르게 달려와 나의 손을 강하게 잡아끌었지만 나는 다시 벌떡 일어나 미친 듯 신연아에게 달려들었다.신호연은 나를 향해 화를 내며 크게 소리쳤다.“너 뭐 하는 거야? 한지아... 경고하는데, 그만해!”신연아는 신호연의 품에 안겨 크게 숨을 몰아쉬며 계속 기침을 해댔고 푸르딩딩하던 얼굴은 점차 하얗게 돌아왔다. 잠시 숨을 돌린 후, 그녀는 나를 가리키며 신호연에게 울부짖었다.“오빠, 저 여자 좀 때려줘! 봤지? 날 죽이려고 하는 거. 오래전부터 날 죽이려고 했었어, 꼭 날 위해 복수해 줘야 해!”나는 다시 그녀에게 달려들었다. 이번 생에 이렇게 미친 듯이 화를 낸 적이 있었나 싶었다. 심지어 신호연이 나에게 폭력을 행사했을 때도 오늘처럼 이성을 잃지는 않았었다. 오늘 아무도 나를 막아설 수는 없었고 이에 신연아는 얼굴이 하얗게 질려갔다.건이, 해월이와 민여진을 비롯한 사람들이 모두 나를 막아섰고 부들부들 떨고 있는 나를 진정시켰다.신호연은 이런 나의 모습에 깜짝 놀란 채 모두에게 소리쳤다.“당신들 뭐 하는 거야? 단체로 한 사람을 괴롭히는 거지? 그것도 나약한 여자를 괴롭혀? 정말...”그가 말을 채 마치기도 전에, 나는 단번에 사람들의 손길을 뿌리치고 앞으로 나아가 신호연의 뺨을 세게 내리쳤다.나는 그를 노려보며 말했다.“신호연, 왜 아이를 제주도에 보냈냐고 물었지? 아이의 마음을 달래주려고, 납치당할 때의 공포를 잊게 하려고 보낸 거야. 콩이가 마음에 트라우마를 남기지 않도록. 너 이 짐승 같은 여자를 소중하게 생각한다며? 그럼 제대로 단속해. 아니면 언젠간 후회할 날이 올 거니까!”“지아야 그만해. 너 이렇게 손댄 게 한번이 아니야. 너무 막 나가지 마.”신호연은 나를 보며 소리 질렀고 품에 신연아를 꼭 안고 있었다. 신연아는 여전히 자신의 목을 잡은 채 눈을 뒤집으며 힘겹게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갑작스럽게 날아온 손찌검에 신연아는 휘청거리며 바닥에 쓰러졌고 한동안 일어나지 못했다.그녀는 바닥에 누워 히스테리를 부리며 나를 향해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내뱉었고 모든 사람은 그녀의 추태를 보며 비웃었다.“꺼져! 다 꺼져! 신연아 너 잘 들어, 이번 일 이대로 끝나지 않을 거야. 경찰도 분명히 철저히 조사할 거고, 네가 관련되어 있다면 가만두지 않겠어!”“신호연, 이 악마 같은 여자랑 당장 꺼져버려! 넌 참 보는 눈도 좋지, 어디서 이런 보물을 발견한 거야? 네 어머니가 그렇게 큰 병에 걸린 것도 다 네가 저지른 죄 때문에 업보를 받는 거겠어!” 건이는 신호연을 바라보며 소리 질렀다.“너 같은 놈은 하나도 두렵지 않아, 언젠간 너 같은 놈을 망쳐놓을 거야!”신호연은 분노에 찬 눈빛을 보내는 사람들을 보고 얼굴을 들 수 없었다. 그는 성큼성큼 다가가더니 신연아의 머리카락을 잡아당겨 엘리베이터 안으로 끌고 들어갔고, 우리 사무실을 그대로 빠져나갔다.해월이는 얼른 모두에게 손짓하며 말했다.“다들 흩어져요! 일하러 갑시다!”나는 사무실로 돌아와 의자에 앉아 숨을 골랐고 분노를 가라앉혔다.해월과 민여진도 따라 들어왔고 민여진이 나를 보더니 입을 열었다.“대표님, 왜 경찰에 신고하지 않는 거예요? 분명 저 여자가 콩이 일과 관련되어 있다니깐요!”나는 의자에 기댄 채 이를 악물고 대답했다.“경찰에 넘기는 건 너무 쉽잖아요. 가슴을 졸이면서 모든 걸 잃는 느낌을 느끼게 해줘야죠. 모든 걸 원래대로 돌려놓고 감옥에 보낼 거예요.”해월이 커피를 따라주며 말했다.“대표님, 진정하세요. 신연아도 좋은 결말은 없을 거예요. 경찰이 멍청하진 않잖아요.”민여진은 한숨을 내쉬었다.“정말 생각지도 못했어요, 용기가 진짜 대단하던데요. 어린아이에게까지 손을 대다니.”나는 사실 그가 가담자일 뿐 주범은 아닐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납치범은 J 국 사람이었고 그녀는 절대 접근할 수 없는 사람이었다. 다만 가담자라 할지라도 절대 용서할 수는 없었다.“난 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