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각에 신연아 같은 사람은 더 많은 걸 물어도 이해하지 못하고, 물어봐도 헛수고인 것 같다.“됐어! 신호연 부인님, 누가 나한테 말했는지는 중요하지 않아. 네가 알 바 아니야! 다른 사람이 모르게 하고 싶으면 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어. 돌아가서 오빠한테 전해. 내가 고마워한다고 말이야, 그래도 어떻게 형원에 아부해야 할지나 고민하라고 전해.”나도 말을 많이 하기 귀찮아서 몸을 돌려 안으로 들어갔다. 잠을 푹 자니 정말 머리가 잘 돌아가는 것 같았다.“한지아, 거기 서. 다시 신호연과 엮이면 나를 탓하지 마!”그녀는 내 뒤에서 달갑지 않게 소리쳤다.“걱정하지 마! 이 더러운 개똥 너만 꼭 껴안아, 나는 관심 없으니까!”나는 고개도 돌리지 않은 채 손을 치켜들고 엘리베이터로 들어갔다.멀리서 아직도 내게 화를 내는 신연아를 보며 나는 속으로 욕을 했다.‘더러운 년! 내가 어떻게 신호연이라는 쓰레기가 마음에 들 수 있겠어,예전의 내가 막 부끄럽네.’그는 바로 하수구에 있는 쥐였다는데 어느 날 좋은 음식을 먹더니 뜻밖에도 족제비인 척하였다.하지만 정말 이 비열한 인간을 무시할 수 없었다. 도혜선의 말이 맞았다. 그는 똥을 싸서 온몸에 문질렀다.나는 신연아를 충분히 알고 있다. 그녀는 내가 이 계약을 받아서 화가 난 것이 아니라, 신호연이 나를 ‘도와줬다'는 것에 화가 난 것이다. 나는 그녀의 가슴에 박힌 가시였기 때문이다.사무실로 돌아와 배현우가 준 펜을 들었는데 무겁게 손을 눌렀다. 나는 아무렇지 않게 배현우라는 세 글자를 쓰며 그가 어떤지 궁금했다.이세림은 어제 오늘 돌아올 거라고 했는데, 이 시간에 돌아왔는지 모르겠다. 나는 손에 전화기를 들고 꾹 참고 그에게 전화하지 않았다.전화기를 내려놓으려는데 손에 든 전화가 울려서 들여다보니 놀랍게도 양대수였다. 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전화를 받았다.“양 주임님!”“한 대표님!”양대수는 기뻐하며 말했다.“드디어 착공이에요! 이것이 우리의 좋은 출발이기를 바랍니다.”나는 담담하게 웃으며,
생각하던 중, 룸의 문이 열리자 양대수는 환한 얼굴로 얼른 일어나 열렬히 맞이했다.“아이고! 신 사장님, 전 사장님, 딱 맞춰 오셨군요!”나는 양대수의 말을 듣자마자, 마음속으로 바로 한마디 욕을 했다. 내가 아무리 생각해도 신호연이 올 줄은 몰랐다.난 정말 재수 없나 보다. 이혼한 날 다시는 안 봤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다시는 안 보기는커녕 거의 따라다니는 수준이다.그들이 걸어오자 몇몇 사람들은 신호연과 그 전 사장이라는 사람에게 인사를 건네며 열띤 반응을 보였다.이해월은 시큰둥한 얼굴로 나와 눈을 마주쳤지만 나는 내색을 하지 않았다.양대수는 눈치 빠르게 먼저 전 사장님을 먼저 소개했다. “한 대표님, 제가 소개해 드릴게요. 이분은 전지훈 사장님이세요. 우리 대표님의 처남이기도 하죠.”양대수는 아첨하는 표정을 지으며, 이 전지훈이 어떤 거물인지 신비롭게 나에게 소개했다.나는 고개를 들어 이 처남을 올려다보았다. 그제야 대단한 전 사장님을 보았는데, 30대 중반에 키가 매우 크고 야위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닭의 볏처럼 큰 올백 머리를 빗고 젤로 모양을 잡아주었다는 것이다. 눈에 트일 정도로 스타일리시한 그는 파란색 슈트 한 벌을 입고 있었는데 가슴 주머니에 하얀 손수건까지 넣고 있었다. 원래도 아주 좋은 슈트였는데 그가 입으니 칭찬하지 않을 수 없었다.전지훈은 나를 똑바로 바라보더니, 나에게 손을 내밀었다.“한 대표님! 존함은 오래전부터 들었습니다!”나는 의례적으로 손을 내밀었다. 원래는 한번 생각해 보려 했지만, 그에게 손이 꼭 쥐어졌다. 그리고 신호연을 바라보았다.“형님, 이렇게 예쁜 형수님이 어떻게... 네? 하하!”그 웃음소리에 나는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신호연은 그의 편에서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동생, 과찬이야! 형수님이라고 불러!”“형수님은 무슨! 이젠 와이프가 아니잖아요, 그런데 무슨 형수님이에요!”그의 손은 여전히 내 손을 잡고 놓지 않았고, 눈은 줄곧 내 얼굴을 응시했다.“한 대표님, 반갑습니다
나는 신호연을 쳐다보지도 않았고, 체면을 세워줄 생각은 더더욱 없이 담담하게 전지훈을 바라보았다.“전 사장님, 마음은 고마운데 신흥은 작은 회사이니,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야 합니다! 아무 프로젝트나 다 맡는 게 아니에요!”내 말 한마디에 전지훈은 너털웃음을 지었는데, 뜻밖에도 가느다란 사마귀 같은 팔을 내게 뻗어 내 어깨에 걸치고 가볍게 다독였다.“하하하, 이 여자 정말 귀여운데!”다른 사람들도 따라 웃었고, 신호연은 당황한 표정으로 말했다.“우리 지아는 항상 몸을 낮추는 걸 어려워하니 다들 이해해주세요.”그의 말을 들어보니, 나는 세상 물정을 모르는 것 같다.전지훈의 큰 손이 내 어깨를 움켜쥐었다.“개성 있는 여자죠. 만약 이것이 다른 여자에게 놓였다면, 진작에 매우 기뻐했을 거예요. 한 대표님의 비굴하지도 거만하지도 않은 자태를 봐요! 오기가 넘치잖아요! 세상 물정을 잘 안다니깐요. 난 이런 사람 좋아해요. 이런 여자는 말할 것도 없고요! 한 대표님, 오늘 반드시 저랑 친구 해야 합니다!”내 옆에 앉은 이해월은 얼굴이 일그러져 있었지만 내가 난처할까 봐 살며시 내 다리를 툭툭 치며 나를 위로했다.나는 엷은 미소를 지으며, 틈을 타 일어나 술잔을 들었다.“여러분, 저 한지아는 다시 한번 이번 프로젝트 일에 신경 써 주신 여러분에게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순조롭게 일을 시작할 수 있다는 것도 모두 매우 기쁩니다. 우선 양 주임님께서 신흥을 생각해주셔서 이번 기회가 생긴 것이니 감사합니다. 신흥은 반드시 품질과 양을 보장하여 프로젝트를 완성할 것입니다. 이 술은 제가 먼저 건배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그리고 나는 술잔에 든 술을 마시고, 이해월이 내 의자를 잡아당겨 전지훈이 내 어깨에 걸치고 있는 손에서 벗어나는 데 성공했다.그러나 전지훈은 조금도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 손은 줄곧 내 의자 등받이에 걸터 있었고, 만족스러운 듯 한마디 했다.“사리 밝군요!”신호연은 웃으며 두 번째 잔을 권했다. 그 자세는 마치 부창부수
모든 사람이 나를 보고 있었다. 바로 이때, 내 옆에 앉은 이해월이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손을 뻗어 술잔을 빼앗아서 갔고 나를 슬쩍 어깨로 누르며 말했다.“한 대표님, 최근 몸이 안 좋으시다면서요. 제가 대신 마실게요!”그리고 그녀는 미소를 지은 채 사람들을 향해 술잔을 높이 들어 올렸다.“여러분, 제가 먼저 대표님을 대신하여 한잔 마시겠습니다. 저희 신흥건재를 찾아주셔서, 대표님을 신경 써주셔서 감사합니다!”그녀는 바로 술을 목구멍에 들이부었다.이윽고 눈앞으로 또다시 아까 그 손이 지나가고 전지훈 앞으로 내밀어졌다. 이해월은 매력적인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전 대표님, 신 대표님의 말씀이 옳았네요. 이 한 잔은 특히 제가 한 대표님에게 공경의 의미로 대신 마셔드리겠습니다! 오늘 한 대표님을 알게 되어서 정말 기뻐요. 전 앞으로 신흥의 한 대표님의 비서로서 전 대표님과 자주 만나 뵙게 되니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한 대표님께서 그간 몸이 안 좋으셨다는 걸 여러분도 알고 계실 겁니다. 입원도 몇 번이나 하셨고 의사 선생님은 한 대표님께 금주를 권하셨죠. 그러니 전 오늘 한 대표님 대신, 한 대표님의 몫까지 제가 마실 생각입니다. 그러니 살살 부탁드립니다. 오늘 제가 전 대표님과 함께 술을 마셔드리죠!”이해월의 말발이 이렇게 대단한 줄은 몰랐다. 나는 흡족한 얼굴로 그녀가 하는 말을 듣고 있었고 누구나 이해월의 말 속에서 신호연이 추악하다는 의미를 들어낼 수 있었다.전지훈 또한 이해월이 나 대신 신호연을 저격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알 것이라 생각했다.그는 그윽하고 꿀이 떨어지는 눈길로 나를 바라보다 이내 불퉁한 듯 입을 삐죽 내밀었지만 그래도 분위기를 띄워주려 했다.“그래요! 아주 좋군요! 자신의 회사 대표를 위해 대신 마시다니, 정말 좋은 비서네요! 지아 씨, 이번만큼은 봐 드리죠! 하하!”전지훈은 나를 빤히 보다가 이해월과 술잔을 부딪치고는 바로 고개를 젖혀 술을 입안에 털어 넣었다.이치대로라면 좋은 성과를 얻은 후 발을 빼는
걸음을 멈추고 몸을 틀어 그 사람들을 보았다.신호연은 어느새 잔뜩 화가 난 모습으로 나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한지아, 건방지게 굴지 말고 당장 돌아와. 지금 네가 그럴 처지가 된다고 생각해? 정말 어처구니가 없군! 정말로 자기 자신이 어느 부잣집 딸내미라도 된다고 생각해서 첫날부터 이러는 거냐? 예전의 너라면 저 문턱도 못 넘어왔어, 알기나 해? 술 접대에 위출혈이 올 때까지 마셨으면서 지금은 왜 내숭인데? 정말로 네가 순결한 여자라도 된 것 같아? 술 접대하라는 게 그렇게 어려워?!”순간 화가 치밀어 오른 나는 온몸이 부들부들 떨려오기 시작했다.‘저게 지금 사람이 할 소리야?'이해월은 잔뜩 흉흉한 기세를 내뿜으며 내 앞에 막아섰다.“신 대표님, 대체 무슨 생각이신 거죠? 정도껏 하셔야죠!”“넌 저리 꺼져! 여긴 네가 끼어들 자리 아니니까!”그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이해월을 노려보다가 이내 옆으로 확 밀어버렸다. 이해월은 하마터면 중심을 잃고 그대로 넘어질 뻔했다.신호연은 단번에 내 손목을 낚아챘다.“건방지게 굴지 말고 앉아!”있는 힘껏 팔을 빼내려고 애를 쓰며 증오 가득한 눈길로 신호연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이거 놔!”소리를 들은 양대수가 얼른 달려왔다.“아이고, 한 대표님! 그러지 마시고 딱 한 잔만이라도 마셔요! 이런 사소한 일로 일을 크게 만들 이유는 없잖아요.”나는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딱 한 잔이라고요? 저도 인내심이라는 게 있는 사람이에요. 전 계약 하나를 위해 자기 몸까지 파는 사람이 아니라고요.”“한 대표님!”같은 자리에 있던 어느 직원이 차갑게 피식 웃으며 말했다.“무슨 말을 그렇게 해요? 제가 알기로는 이미 이혼까지 했다면서요. 여기 있는 모든 사람이 다 알고 있으니까 굳이 우리 앞에서 고귀한 척, 순결한 척 굴지 않으셔도 돼요.”나는 그 직원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치밀어 오르는 분노에 내 몸은 아까보다 더 부들부들 떨려오고 있었다.“뭐라고요? 다시 한번 말해 봐요. 제가 결혼을 했든, 이혼했
나는 일단 먼저 이해월을 데려다주고는 다시 차를 돌려 집으로 운전했지만, 여전히 어딘가 마음에 걸렸다.신호연을 떠올리기만 하면 나는 치가 떨려왔다. 그는 번마다 나의 한계를 도전하고 있었고 직접 그에게 복수하려는 것이 아니었다면 그에게 시선조차 주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갑자기 나타난 그 남자는 대체 누구일까? 게다가 그 남자는 내 이름까지 정확히 알고 있어. 난 그 남자를 아예 모르는데 말이야. 그 사람은 대체 어떻게 마침 그곳에 도착하여 나를 도와준 걸까?'이 생각들이 말해주는 답은 오직 하나였다. 그건 바로 누군가가 그에게 시켜 들어온 것이었다.나의 머릿속엔 저절로 배현우가 떠올랐고 다른 사람은 떠오르지 않았다.바로 핸들을 꺾어 빠르게 취빈루로 돌아왔다. 차는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는 곳에 세워두었지만 차 안에서는 입구 쪽을 관찰할 수 있었다. 나는 시동을 끈 채 차 안에서 기다려 보기로 했다.대략 반 시간이 지나고, 나는 예상대로 누군가의 형체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는 혼자가 아니었고 곁에는 그의 팔에 팔짱을 낀 채 애교를 가득 부리는 이세림을 발견할 수 있었다.두 사람은 곁에는 키가 큰 중년의 여자가 있었다. 그 중년 여자의 옷차림을 보아 기세가 남달랐고 엄숙한 분위기를 풍겼다.핸들을 잡고 있던 내 손에 나도 모르게 힘이 들어갔다. 그 중년 여자가 아마 바로 배현우의 고모이자 천우 그룹의 전 대표이사일 것이었다. 그녀는 역시 서울로 올라온 것이었다.배현우와 이세림의 사이도 아주 더 가까워 보였고 적어도 내 눈엔 그렇게 보였다. 이세림은 나에게 거짓말을 하지 않았고 확실히 이세림이 나한테 경고할 자격이 있어 보였다.‘그럼 나는 대체 뭐지?'순간 이세림이 전에 나에게 했던 말이 머릿속에 떠올랐다.“우리 결혼은 우리 가문 사이에서도 이젠 비밀이 아니에요.”그러나 난 아직도 비밀이 되어야 했다. 아니, 어쩌면 비밀로 살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가슴 한편이 미어지는 것 같았다.나는 차 안에서 세 사람이 같은 차에 올
머릿속이 순간 멍해진 나는 바로 이해월을 향해 말했다.“그럼 어서 들어오시라고 해요!”만약 내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면 분명 어젯밤 일로 찾아온 것이었다.난 그저 자리에 앉아 내 할 일을 했다.이해월이 나간 뒤 바로 누군가가 문을 밀고 들어왔다. 고개를 든 나의 시야에 들어온 것은 범상치 않은 분위기를 뿜어내는 남자가 이해월의 안내를 받으며 들어오고 있었다. 이건 내가 이청원을 처음 만나게 된 날이었고 이해월이 미리 나에게로 와 알려주지 않았다면 난 정말로 눈앞에 있는 남자가 이청원임을 몰라봤을 것이다.그는 아주 건장해 보였고 깔끔한 정장 차림에 나이도 30대 후반으로 보였다. 비록 외모가 특출나게 잘생긴 건 아니지만 지적임이 물씬 풍겼고 행동엔 우아함이 깃들어 있어 더욱 어딘가 고귀해 보였다. 하지만 그의 두 눈을 보니 확실히 교활해 보였고 형언할 수 없는 느낌을 주었다.싫은 느낌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는 좋은 느낌도 아니었다. 이 느낌은 어쩌면 배현우를 만난 후로 알게 된 기분이었다.형원 그룹을 처음 듣게 되었을 땐 천우 그룹과 라이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배현우 덕에 나도 모르게 자연스럽게 형원 그룹을 다소 배척하게 되었다. 더군다나 어젯밤에 그런 일까지 있었고 그에게 그런 무례한 부하직원까지 있으니 그를 좋게 볼 리가 없었다.이해월은 급히 나를 그에게 소개했고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에게 악수를 청했다. 그의 손은 아주 두꺼웠다.“한 대표님, 만나서 반갑습니다!”이청원은 젠틀한 모습을 보이며 그녀와 잡았던 손을 내려놓았다.나도 예의상 인사치레를 했다.“네, 반갑습니다. 얼른 앉으세요!”그는 말을 빙빙 돌리지 않았고 바로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전 어젯밤 일로 사과하려고 한 대표님을 찾아온 겁니다!”나는 멈칫했다. 그리곤 그를 보며 담담하게 말했다.“지나간 일이니 전 신경 쓰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 대표님께서 직접 우리 신흥으로 찾아와 주셔서 감사할 따름이죠!”“한 대표님 너무 겸손하시네요. 어제 그 일은 전혀 사소한 일이 아
역시 내 예상은 벗어나지 않았다. 제일 먼저 신흥으로 찾아와 소란을 피운 것은 바로 신호연이었다. 그는 회사로 들어올 때부터 잔뜩 화가 난 표정을 짓고 있었고 마치 이성을 잃은 한 마리의 사자 같았다.보아하니 정말로 이청원이 그의 주주 자격을 박탈한 것 같았다. 그렇지 않았다면 신호연이 나를 찢어 죽일 듯한 모습으로 들어올 리가 없었다.나는 한때는 부부였던 그와 이런 사이가 될 줄은 몰랐다.그는 손가락으로 나를 짚으며 큰 소리로 욕하기 시작했다.“넌 태어날 때부터 불길한 년이었어! 한지아, 이렇게 나를 괴롭혀야 속이 시원하겠어?”신호연의 이런 모습을 보는 건 나 또한 처음이었다. 그의 두 눈은 붉게 충혈되어 있었고 매섭고 싸늘해진 눈빛으로 나를 보며 다가오고 있었다. 보아하니 정말로 나를 찢어 죽여야 분이 풀릴 듯해 보였다.그의 지금 모습은 흡사 광견병에 걸린 사람 같았고 치료제가 있어도 무용지물일 것 같았다.이해월이 내 앞에 척 나섰고 큰 소리로 사무실 근처에 있는 사람들을 불러 나를 지키라고 했다. 그러자 채형건은 바로 빌딩 보안 요원을 불러왔다.나는 이해원을 옆으로 살짝 밀면서 신호연을 보며 차갑게 말했다.“신호연, 내가 너랑 이혼을 결심한 건 말이야. 더는 너랑 아무것도 얽히고 싶지 않아서 그런 결정을 내린 거야. 하지만 넌 번마다 내 인내심의 한계에 도전했지. 어젯밤도 네가 그런 짓을 하는 걸 보고 난 네가 정말 짐승보다 더 못한 새끼라는 걸 알게 되었어. 그런데 무슨 낯짝으로 여길 찾아와서 행패를 부리는 거지?”“천박한 년이... 죽고 싶어 환장했어?!”신호연은 나를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네 추악한 짓에 신도 더는 못 봐줄 지경이던 거겠지! 나도 네가 돌을 들어 제 발을 깰 줄은 몰랐거든. 차라리 조용히 돌아가서 네가 뭘 잘못했는지 반성이라도 하는 게 어때?”“한지아! 이 불길한 년! 너랑 결혼하고 나서 불길한 일만 잔뜩 일어났어!”신호연은 이를 갈며 언성을 높였다.“네가 내 도움으로 성공할 때는 왜 불길한 년이라고 말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