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내 예상은 벗어나지 않았다. 제일 먼저 신흥으로 찾아와 소란을 피운 것은 바로 신호연이었다. 그는 회사로 들어올 때부터 잔뜩 화가 난 표정을 짓고 있었고 마치 이성을 잃은 한 마리의 사자 같았다.보아하니 정말로 이청원이 그의 주주 자격을 박탈한 것 같았다. 그렇지 않았다면 신호연이 나를 찢어 죽일 듯한 모습으로 들어올 리가 없었다.나는 한때는 부부였던 그와 이런 사이가 될 줄은 몰랐다.그는 손가락으로 나를 짚으며 큰 소리로 욕하기 시작했다.“넌 태어날 때부터 불길한 년이었어! 한지아, 이렇게 나를 괴롭혀야 속이 시원하겠어?”신호연의 이런 모습을 보는 건 나 또한 처음이었다. 그의 두 눈은 붉게 충혈되어 있었고 매섭고 싸늘해진 눈빛으로 나를 보며 다가오고 있었다. 보아하니 정말로 나를 찢어 죽여야 분이 풀릴 듯해 보였다.그의 지금 모습은 흡사 광견병에 걸린 사람 같았고 치료제가 있어도 무용지물일 것 같았다.이해월이 내 앞에 척 나섰고 큰 소리로 사무실 근처에 있는 사람들을 불러 나를 지키라고 했다. 그러자 채형건은 바로 빌딩 보안 요원을 불러왔다.나는 이해원을 옆으로 살짝 밀면서 신호연을 보며 차갑게 말했다.“신호연, 내가 너랑 이혼을 결심한 건 말이야. 더는 너랑 아무것도 얽히고 싶지 않아서 그런 결정을 내린 거야. 하지만 넌 번마다 내 인내심의 한계에 도전했지. 어젯밤도 네가 그런 짓을 하는 걸 보고 난 네가 정말 짐승보다 더 못한 새끼라는 걸 알게 되었어. 그런데 무슨 낯짝으로 여길 찾아와서 행패를 부리는 거지?”“천박한 년이... 죽고 싶어 환장했어?!”신호연은 나를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네 추악한 짓에 신도 더는 못 봐줄 지경이던 거겠지! 나도 네가 돌을 들어 제 발을 깰 줄은 몰랐거든. 차라리 조용히 돌아가서 네가 뭘 잘못했는지 반성이라도 하는 게 어때?”“한지아! 이 불길한 년! 너랑 결혼하고 나서 불길한 일만 잔뜩 일어났어!”신호연은 이를 갈며 언성을 높였다.“네가 내 도움으로 성공할 때는 왜 불길한 년이라고 말하
신호연이 진정된 듯한 모습에 사람들은 저마다 손을 뻗어 어지럽혀진 바닥을 정리하기 시작했다.이해월도 나를 데려다주고 다시 자신의 사무실로 돌아갔다.그러다 갑자기 신호연이 다시 쳐들어왔다.“한지아, 너 대체 어젯밤 그 진 선생인가 뭔가 하는 사람과 무슨 사이냐? 왜 나랑 같이 있을 땐 그런 사람을 나한테 언질도 안 해준 건데? 대체 나한테 얼마나 더 숨기고 있는 거야! 한 지아, 대체 나한테 왜 그러는데?”나는 사무칠 책상 뒤에 서서 두 팔로 책상을 지탱하며 그를 빤히 보았다. 그의 말을 들으니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그의 말은 마치 내가 숨기고 있던 것을 그에게 전부 바쳐야 했다는 거로 들리게 했다.난 어쩐지 그의 사고 회로가 정상이 아님을 느끼게 되었고 나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렸다.“네가 모르는 건 아직도 많고도 많아!”“한지아, 대체 나한테 왜 이러는 건데?”그의 어투가 많이 누그러졌다.“대체 왜 이렇게 변한 거야?”이때 나의 주머니 속에 있던 휴대폰이 울렸다. 나한테 연락한 사람은 바로 배현우였다.나는 감정을 정리하고 천천히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 어디에요?”배현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사무실이요!”나는 간략하게 대답했다.“그럼 나 기다려요!”말을 마친 그는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고 난 그의 말이 무슨 의미인지 알지 못했다.나는 의자에 앉아 신호연을 보았다.“네 궁금증을 풀어줄 시간이 없어. 그러니까 알아서 사리고 있어!”“해월 씨! 손님 나가요!”나는 이해월을 불렀다.오늘 난 장영식에게 한 수 배웠다. 굳이 신호연과 싸울 필요 없이 냉정하게 신호연을 무력하게 만들어 두려움을 느끼게 하는 것이야말로 상책이었다.“한지아, 네가 감히 나를 이런 식으로 대해?!”그는 여전히 나를 보고 있었고 싸울 기세를 보이었다.“내가 너에 대해 못 알아볼 것 같아?”나는 애초에 신호연을 상대할 생각이 없었다. 그의 행패로 이미 난 머리가 지끈거렸기 때문이다.“신 대표님, 얼른 가십시오!”이해월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의 부름에 따라 젊은 남자가 당당하게 걸어 들어왔다. 한눈에 봐도 꼼꼼하고 똑똑하게 생겼고 심지어 외모마저 아주 잘생겨 전혀 마케팅 부서 주임으로 보이지 않았고 마치 직업 모델 같은 모습이었다.“이름은 이동철이에요!”배현우는 그저 이름만 내게 알려주었다.“얘가 지아 씨 모든 요구를 만족시켜 줄 거예요. 물론, 제가 말한 그 요구는 업무상의 요구를 말하는 거예요. 지아 씨는 제 여자니까요.”순간 내 얼굴이 확 달아오르게 되었다.‘뭐... 라고? 이 사람은 항상 내 앞에서 낯부끄러운 말만 하더라.'나는 작게 중얼거렸다.“현우 씨 여자 아니거든요!”이동철은 머리를 긁적이며 헤실 웃었다.“한 대표님!”나는 이동철을 보며 물었다.“만약 제가 특이한 어려운 자료를 부탁해도 전부 찾을 수 있어요?”이동철은 배현우를 힐끔 보다가 대답했다.“물론이죠! 대표님께서 시키신 일이라면 가능합니다! 협력 건도요!”‘대박! 너무 자신만만한 거 아닌가? 하지만 맘에 들어!'배현우도 그런 나의 반응을 예상했는지 이동철을 향해 말했다.“내일부터 출근하면 될 거야. 한 대표님 말 잘 들으면 돼. 오늘은 이만 퇴근해.”“아! 잠깐만요! 물어볼 것이 하나 있어요!”이동철이 마음에 들었기에 상당히 관심이 갔다.“꺼져!”배현우는 이동철을 향해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러고는 시선을 깐 채 나를 보았다.“지금부터 지아 씨 시간은 오로지 나만 쓸 수 있어요!”그런 배현우의 말에 이동철을 빠르게 나가버렸고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았다.“아니, 뭐 하는 거예요? 저 궁금한 게 있었단 말이에요!”나는 그를 향해 말했다.“자꾸 마음대로 결정하지 않으면 안 돼요?”그는 나를 보며 자조적인 웃음을 지어 보였다.“역시 난 어디를 가나 환영받지 못하는 사람이었네요.”그 말에 난 순간 욱하는 감정이 밀려왔다.“현우 씨가 환영받지 못하는 사람인 게 아니라 바빠서 제가 환영할 시간도 내줄 수 없는 거겠죠.”나는 그만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질투 섞인 어투로 말을 꺼냈다.“
함께 차에 올라탄 뒤 그는 바로 연락해 저녁을 준비하라고 했다. 가는 길 내내 내 가슴은 진정할 기미를 보이지 않았고 그를 볼 엄두도 나지 않았다.그는 나를 끌어안았다.“얼른 집에다 연락해요. 오늘 안 들어간다고요!”흡사 명령 같은 말을 내게 했다.그 순간 나는 정말로 반항할 힘이 나지 않았고 다른 것을 하고 싶다는 생각조차 들지 않았다. 나는 그저 눈앞에 있는 남자의 품에 안겨 계속 행복감을 느끼고 싶었다.항상 몸에서든 마음에서든 외로움을 느끼고 있었던 나였지만 그의 품에 안겨있으니 그간의 모든 고민과 외로움, 그리고 불안감이 싹 사라지는 것 같았다.리조트로 돌아오고 그곳의 공기를 마시니 이상하게 마음이 편해지고 정말로 이곳이 내 집이라도 된 것처럼 소속감을 느끼게 되었다.나는 여전히 머릿속에 그가 아까 했던 “집으로 갈까요, 아니면 여기 계속 있을 건가요?”를 되뇌고 있었다. 이곳이 정말로 그와 나의 집인 걸까?식사를 마친 후 그는 바로 나를 품에 안고 키스했다. 그 순간 오래 기다려 온 이 순간에 울컥한 감정을 느끼게 되었다. 나는 순간마다 그를 그리워하고 있었고 지금, 이 순간은 더할 나위 없이 행복했다. 난 그의 얼굴을 볼 엄두가 나지 않았다. 이 모든 것이 꿈일까 봐. 눈을 감으니 머릿속이 하얘졌다.“왜 나를 보지 않는 거예요?”나는 하는 수 없이 눈을 뜨게 되었고 그의 그윽하고 애틋한 두 눈을 마주하게 되었다. 조각 같은 그의 미모에 꿀 떨어지는 듯한 그의 눈빛을 보니 나는 마치 그의 달콤한 눈빛에 같이 녹아내리는 것 같았다. 그는 나를 더욱 꽉 끌어안고 나직하게 말했다.“지아 씨, 보고 싶었어요. 매일매일!”그 순간, 그의 말에 전에도 느껴 본 적이 없는 아주 큰 위안을 받게 된 것 같았고 그가 정말로 나를 좋아해서 이런 말을 하는 건지는 아직 잘 몰랐다.그가 순간마다 나를 그리워하고 있었다니. 난 심지어 그가 얼마나 날 사랑하고 있는지조차도 가늠이 되지 않았다.난 그의 품속에 안긴 채 물었다.“일은 잘돼 가고 있어요
배현우는 나를 회사 앞에 내려다 주면서 다시 한번 당부했고 난 그걸 전부 기억했다. 그리고 아쉽다는 듯 그에게 말했다.“시간이 나면 나한테 연락해요!”그는 미소를 씨익 지으며 내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많이 발전했네요. 나한테 이젠 요구도 할 줄 알고!”나의 얼굴은 바로 화끈 달아올랐고 그를 흘겨보며 차에서 내리려던 순간, 그는 다시 나를 당겼고 이내 키스를 한 후에야 나를 놓아주었다.이동철이 출근하는 관계로 이상하게 나는 기대가 되었다.사무실로 들어서자마자 나는 이해월을 향해 물었다.“이동철 씨는 출근했어요?”이해월은 찬란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네! 대표님, 앞으로도 이동철 씨 기준으로 직원을 뽑아요! 정말로 완벽해요!”나는 살짝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해월 씨도 잘생긴 거 좋아하시나 봐요?”그녀는 혀를 내밀며 장난기 가득한 모습을 보였다. 잘생긴 얼굴을 보기 좋아하는 건 천성이었다. 누구든지 잘생기고 이쁜 것을 보기 좋아했다.이해월은 나와 함께 일했던 터라 나랑 아주 친했고 이내 작게 중얼거렸다.“대표님도 잘생긴 얼굴을 좋아하시잖아요.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죠!”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부정하지는 않았다.“그래요! 누가 잘생긴 사람을 마다하겠어요! 얼른 이동철 씨 불러오세요. 일단 뭐 해야 하는지 알려줘야죠.”이해월은 바로 웃음기를 싹 지우며 알겠다고 대답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내 기대를 한 몸에 받는 이동철이 들어와다.‘잘생겼어! 정말 잘생겼어!'비록 이동철은 잘생겼지만, 배현우와 완전히 다른 느낌의 잘생김이었고 배현우 특유의 간교함과 시크함, 그리고 귀티가 느껴지진 않았다.이동철은 마치 봄날의 햇살 같아 모든 어둠을 밝게 빛내줄 것 같았다.그와 대화를 나눈 뒤 나는 보기 드문 인재를 얻은 것 같아 아주 기뻤다. 이동철은 내가 꿈에 그리던 인재였고 심지어 컴퓨터에 능한 사람이었다.바로 이 부분에서 나는 그가 업무를 잘 처리하지 못한다고 해도 다 용서가 될 것 같았다.장영식도 이동철을 아주 마음에 들어 했고
유치원의 일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가족관계서가 필요했는데 그게 신호연 쪽에 있는 탓에 어쩔 수 없이 그와 연락해야 했다. 하지만 전화는 신호연이 아니라 신연아가 받았고 그녀는 받자마자 욕을 퍼붓기 시작했다. “너 지금 뭐 하는 짓이야? 정말 뻔뻔해서는! 여기가 어디라고 전화해!”“신호연 바꿔봐.” 나는 그녀가 화를 내든 상관 하지 않고 그냥 덤덤하게 말했다.“바꾸긴... 꺼져!” 신연아는 그렇게 전화를 확 끊어버렸다.신연아의 행동으로 나를 정말 화가 났다. ‘진짜 콩이 일만 아니었다면 전화 걸 일도 없었어. 내가 심심해서 신호연한테 전화 걸었겠어? 미쳤다고?’ 너무 짜증이 났지만 어쩔 수 없었다. 몇 번을 전화했는지 모른다. 하지만 전화 할 때마다 끊겼다. 나는 순간 울분이 치밀어 올라 차를 몰고 그냥 신호연 회사로 달려갔다.신예로 들어가니 익숙한 얼굴이 많이 보였다. 하지만 다들 나를 보고는 민망하고 어색한지 눈을 피하고 입을 꾹 다문 채 자기 할 일만 했다. 나도 굳이 그들을 상대하기 싫었다.신호연과 한패를 먹으면서 우쭐대며 나를 무너뜨리고 싶어 하는 사람들과는 굳이 인사를 해야 하나?나는 그들을 쭉 무시한 채 바로 신호연의 사무실로 들어갔다.사실 오늘 신호연의 사무실에 처음으로 와봤다. 나름 인테리어도 깨끗했고 세련되긴 했는데 뭔가 차갑고 사람 냄새가 별로 느껴지지 않았다. 하긴 그들은 원래 인간미가 없고 사람이라 치기도 힘드니까.신연아도 역시 사무실에 있었다. 신연아는 책상 앞에 앉아있었고 신호연은 나른한지 눈이 반쯤 풀린 채로 소파에 걸쳐서 누워있었다. 술잔을 든 상태였고 보아하니 대낮부터 술을 마시는 중이었던 거 같았다.내가 들어오는 걸 보자 둘 다 깜짝 놀라서 쳐다보았다. ‘그래, 예상 못 했겠지.’신연아는 소리를 지르며 일어났다. “누가 여기까지 오래? 저기요! 빨리 내쫓아요!”신호연도 벌떡 일어나서는 무슨 생각인지 나를 멍때리며 쳐다보았다.나는 신연아를 무시하고 지나쳐 신호연 앞으로 다가갔다. “신호연, 가족관계서 줘. 콩
나는 신호연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신연아는 옆에서 그 말을 듣더니 고소해하면서 나를 보고 말했다. “못 알아들었어? 꺼지라잖아! 우리 눈앞에서 멀리멀리 꺼져!”나는 정신을 붙잡고 얼굴이 벌건 신호연을 째려보고는 뒤돌아 나갔다.그러자 신호연이 또 나를 부르는 것이었다. “한... 한지아!”부르거나 말거나 나는 내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사무실 문을 나서자 많이 모여있던 사람들이 우르르 흩어졌다. 차 안에서 나는 마른침만 정신없이 삼켰다. 두 손이 미친 듯이 떨려왔고 이빨 가는 소리도 다 들려왔다. 정말 신호연이 이 정도로 양심이 없고 미친 사람일 줄이야. 저 인간은 어쩜 항상 내 상식을 벗어날까...정말 만날 때마다 새로운 경지에 도달하는 것 같다. 사람이 어떻게 저 정도로 쓰레기 같은지...전화는 계속 울렸지만 나는 진정이 안 되어 좀 지난 뒤 다시 받았다. 부드럽고 다정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왜 제 전화 안 받아요?”다 진정된 줄 알았는데 배현우의 목소리를 들으니 감정이 훅 밀려오는 것이었다. “말해요. 울지 말고! 지금 어디예요?” 배현우가 다급히 물었다.나는 눈물을 닦고 방금 있었던 일을 알려주었다. “빨리 돌아와요! 점심이나 같이 먹읍시다!”“네!” 나는 바로 핸들을 돌려 신예를 벗어났다.밥을 먹을 때 그는 쪽지 한 장을 건네주었다. “이 사람 찾아가요. 이 사람이 지아 씨를 도와서 모든 걸 해결해 줄 거예요!”배현우는 나를 보며 물었다. “왜 저한테 직접 말 안 했어요?”“가족 증명서가 신호연한테 있는데, 제가 현우 씨 찾아가면 뭐 해요.”그는 내 말을 듣더니 차갑게 되물었다. “그래서, 결과는요?”듣고 보니 그랬다. 얻은 것도 없고 결국엔 배현우가 또 나를 도왔다.“지아 씨는 사람 사귀는 법 좀 배워야 해요!” 그는 나를 한번 째려보고는 다시 한번 사람 ‘인’에 대해 설명했다. 긴 속 눈초리에 아무렇지 않은 듯 먹는 그의 모습은 정말 우아하고 사랑스러웠다.배현우의 말을 듣다 보니 나는 ‘피식’ 웃음이 나올 뿐이
신호연은 멍하니 우리가 떠나는 걸 지켜보았다. 정신을 못 차리는 모양이었다.그다음 날부터 두 날 동안 나는 콩이 유치원 수속을 모두 밟고 순조롭게 꿈에 그리던 교육 영재 유치원에 보낼 수 있었다.나는 이쪽에서 사니까 이 유치원에 보내는 게 당연한 일인 줄 알았다.하지만 내가 수속을 마치고 콩이와 교실을 둘러볼 때 두 유치원 교사가 수군대는 걸 듣게 되었다. “아니 원래는 이미 인원수가 다 차서 못 들어온다고 했잖아요! 도대체 어떻게 들어온 거래요?”“너 진짜 누가 보낸 줄은 알고 그런 말 하는 거야?”“누가 보냈는데요?” 나는 듣지는 못했지만 교사 한 명이 귀속말로 뭐라 뭐라 하더니 바로 표정이 과장되게 변해가면서 입이 커지고 눈이 휘둥그레졌고 깜짝 놀란 듯 했다. 나는 뭐 그렇게 놀랄 게 있나 싶어서 이해가 안 갔다.혹시 배현우가 무슨 수를 써둬서 들어 올 수 있게 된 건가 하긴 했지만 그래도 콩이만 제대로 학교에 다닐 수만 있으면 뭘 하든 상관이 없었다.저녁에 콩이가 돌아오고 나서 나한테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알려주었다. “엄마! 유치원 너무 좋아! 선생님들이 콩이를 엄청 이뻐해! 콩이한테 고기도 더 주고 친구들이 내 장난감도 못 뺏어 가게 막아줘! 별이라는 애가 있는데, 별이한테도 인형이 있었는데 콩이 인형이 젤 이쁘다고 해줬어!”“진짜? 선생님이 오늘 뭐 배워줬어?” 나는 콩이와 대화를 이어갔다. 콩이가 이렇게 좋아하니 정말 큰 안심이 되었다.이쁨을 받는 느낌은 누구나 다 좋아하는 거 같았다.도대체 누가 그렇게 힘이 세서 이런 신기한 효과를 낸건지...콩이 일을 해결하고 나니 나도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어머니가 계실 때 진작 옮기지 않은 게 살짝 후회됐다. 괜히 어머니 힘들게 버스로 콩이를 데려왔다 갔다 하면서... 지금은 기껏해야 십몇 분만 걸으면 바로 도착하는데...나는 이 좋은 소식을 얼른 어머니에게 알려주었다. 어머니는 안심된다는 듯 웃으며 이제 앞으로 콩이를 바래다주는 일은 굉장히 쉬울 것 같다고 했다.월요일 오후, 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