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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4화 매정한 사람은 과연 누구

나는 문을 여는 소리에 놀라서 마음이 조여왔다. 제자리에 멈춰서서는 문만 바라보았다.

원수도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고 문을 연 사람은 다름 아닌 신호연이었다. 그도 내가 집에 있을 걸 예상하지 못했는지 눈이 휘둥그레해서는 밖에 서서 나를 멍하니 바라보기만 했다.

나도 여기서 신호연을 만나게 될 줄은 예상 못 했는지라 긴장되었다.

저도 모르게 우리 두 모녀 옷들과 내가 버리기 아쉬워하던 기념 의의가 있는 물건들이 들어있은 캐리어를 나한테로 끌어당겼다.

“여보… 언제 돌아온 거야.” 신호연은 기쁜 맘에 얼굴빛이 환해졌다. 아주 온화한 미소를 띠면서 나한테 다가왔다. “여보…”

나는 뒤로 한걸음 후퇴하면서 신호연을 멀리했다. 내 눈앞에 서 있는 신호연은 언제부터인가 나에겐 이미 떠올리는 것조차 싫은 존재가 되었다.

신호연이 나한테 가까이 다가오거나 내가 신호연을 떠올릴 때마다 나는 악몽에 시달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역겨움, 공포, 증오, 많은 복잡한 감정들이 엉켜있었다.

내 반응을 본 신호연은 잠시 멈칫하면서 얼굴을 찌푸리는가 싶더니 눈 깜빡할 사이에 눈썹이 반달 모양으로 되면서 웃는 얼굴로 바뀌었다. 그는 내가 끌고 있는 캐리어를 발견하고 나한테 물었다.

“여보, 어디 가는 거야?”

“물건 가지러 왔어.”

나는 냉정하게 대답하고는 캐리어를 끌고 밖으로 나갔다.

신호연은 갑자기 캐리어를 잡고 있는 내 손을 붙잡고 말했다.

“아니야, 여보, 가지 마!”

나는 깜짝 놀란 맘을 가라앉히고 신호연 손을 뿌리쳤다. 그리고 성가시다는 듯 그를 쳐다보면서 말했다.

“여보라고 부르지 마. 이후에도 날 그렇게 부르지 마.”

“여보, 왜 그렇게 고집이 센 거야.” 신호연은 곤란하다는 듯 나를 쳐다보면서 말을 이어갔다.

“꼭 이렇게까지 매정하게 해야만 하겠어?”

“나를 처음 아는 것처럼 말하지 마. 내가 고집이 세서 너희한테 이렇게 당하면서 살아가겠네? 내가 너희 때문에 상처투성이가 된 것까진 넘어가 줄 수 있어. 하지만 콩이가 죽을 뻔했잖아! 내가 고집이 센 대가를 치르고 있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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