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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1화 거절할 수 없는 약속

시어머니가 입을 벌리려 하자 신연아가 걸어 나왔다. 그는 자연스럽게 소파에 앉은 후 김향옥의 팔짱을 끼고 말했다.

“아버지는 둘째 삼촌 집에 갔어요. 당분간 저랑 어머니는 여기서 지내려고요. 사람이 많으면 좋잖아요.”

나는 가슴이 쿵 내려앉았다. 지금 그녀의 뜻은 이 집에서 나가지 않겠다는 소리다.

신연아는 승리자의 자태로 자신만만하게 나를 바라보았다.

“새언니가 우리랑 같이 지낸 적이 거의 없는 거 같아요. 이번 기회에 다들 같이 지낼 수 있어서 저는 너무 좋다고 생각해요.”

나의 얼굴에는 아무런 표정 변화도 없었다. 가슴이 꽉 막히는 듯한 느낌을 받았지만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은 듯 무덤덤하게 말했다.

“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어.”

아버지의 두 눈은 내 얼굴에 고정되어 있고 침묵을 지키며 입을 열지 않았다.

어머니도 약간의 어색함을 느낀 듯 신연아한테 질문을 던졌다.

“오랜만에 연아 만났는데 더 예뻐진 것 같아. 연아는 남자친구 있어?”

“있어요. 몇 년 사귀었는데 곧 결혼할 거예요.” 그는 얼굴색 한번 변하지 않고 큰소리를 쳤다.

나는 말하고 있는 그녀의 주둥이를 찢고 싶었다.

“잘됐네! 연아도 결혼할 나이가 다됐다니. 결혼할 때 우리가 가서 축복해 줄게.”

어머니는 자상하게 웃었다.

“네. 제가 결혼할 때 꼭 오셔야 해요.”

그는 거리낌 없이 웃으면서 나를 쳐다봤다. 도발적이고 조롱하는 눈빛이었다.

나는 그녀의 멱살을 잡을 뻔했지만, 가까스로 이성을 유지했고 속으로는 이미 수백 번 계집년이라고 욕을 했다.

“제 남자친구의 전처가 문제에요. 그년만 아니었다면 우리는 진작 결혼했을 거예요.” 신연아는 마치 자기가 피해자인 것처럼 말했다.

“저랑 제 남자친구는 어릴 때부터 함께 자랐고 서로 좋아하는 사이에요. 근데 그 여자가 끈질기게 매달려 포기하지 않고 있어요. 심지어 최근에는 남자친구의 모든 재산까지 뺏어갔어요.”

어머니는 어떻게 반응해 줄지 몰라서 어색한 표정만 지었다.

“연아야, 들어와서 나 좀 도와줘. 새언니 귀찮게 하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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