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밤, 왜 왔어?”아람은 눈물을 글썽거리며 나지막하게 물었다.“오늘 오후 관해 정원에서 영이를 만났어. 영이가 너희들이 만난다는 일을 알려줬어.”경주는 거침없이 말했다.“걱정되어서 와봤어.”경주의 걱정은 맞았다. 아람이 영이가 의식을 잃기 전에 귀에 속삭였던 충격적인 비밀을 떠올리며 긴장하며 부들부들 떨었다.‘신경주에게 말해야 할까?’아람은 주머니를 만지작거렸다. 그 안에는 방영의 망가진 폰이다. 경주는 눈썹을 찌푸렸다. 즉시 재킷을 벗어 아람의 어깨에 걸치고 작은 몸을 꼭 감쌌다. 아람은 거부하지 않았고 멍해 있었다. 그 순간 아람은 영이와 임수해만 생각하고 있었다. 그 외에는 신경 쓸 기운이 없었다.“그 사람, 잡혔어?”아람은 조용히 물었다.“아직 수사 중이야. 경찰과 내가 보낸 사람들이 성주의 모든 교통, 공항, 고속 열차, 고속도로를 막았어. 날개가 있다고 해도 내가 잡을 수 있어. 절대 도망칠 수 없어.”경주는 심호흡을 하며 눈빛이 이글거렸다.“총기 오용, 악의적 상해, 고의적 살인. 모든 죄를 계산해 보면 목숨으로 그 대가를 치를 수밖에 없어.”총에 맞은 순간이 아람의 눈앞에 다시 나타나자 눈시울이 붉어졌다. 양손으로 귀를 막고 눈을 질끈 감은 채 거친 숨을 들이 마셨다. 이건 스트레스 반응이라는 사실을 경주가 알고 있었다. 바늘에 찔린 듯한 통증이 느껴지며 팔을 벌리고 천천히 조심스럽게 아람을 안았다.“괜찮아, 괜찮아.”경주는 큰 손으로 아람의 등을 토닥거리며 이를 악물었다. 아람 앞에서 경주도 평범한 남자이다. 아프기도 하고 울고 싶었다. 형제들이 이 장면을 보자 마치 팔레트를 뒤집어 놓은 것처럼 다채로운 표정을 지었다. 백진은 눈썹을 찌푸렸다. 다가가려고 하자 구윤과 백신우가 말렸다.“형, 신경주를 싫어하는 거 알아. 나도 별로야.”백신우는 한숨을 쉬었다.“하지만 오늘 신경주만 아니었더라면, 우린 다시 아람을 만나지 못했을 수도 있어.”백진은 눈을 부릅뜨고 깜짝 놀랐다.“두 사람은 3년 동안 부부였어.
다른 사람들도 모여서 한마음으로 의사를 바라보며 초조하게 기다렸다.“총알이 장기를 관통했어요. 환자가 피를 너무 많이 흘렸어요. 사실 병원으로 이송되었을 때 이미 죽어가고 있었어요.”의사는 힘없이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구아람 씨, 죄송하지만, 저희도 최선을 다했어요.”의사로서 아람은 이 말이 얼마나 잔인한 말인지 알고 있었다. 구씨 가문 사람들도 묵묵히 고개를 숙였다. 백진도 군모를 벗고 방영을 위한 묵념의 시간을 가졌다. 병원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이미 마음속으로 답을 알고 있었지만, 이 끔찍한 소리를 직접 들으니 가슴이 여전히 아팠다. 유일하게 받아들이지 못한 사람은 아람이다.“아니에요, 어떻게 그럴 수 있어요. 영이는 씩씩한 사람이에요. 어떻게 그럴 수 있어요?”아람은 의사의 손을 덥석 잡고 미친 듯이 흔들었다. 정신을 잃고 쉰 목소리로 질문하면서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았다.“아람아, 침착해, 침착해!”경주는 뒤에서 아람을 깊숙이 안았다. 자신의 피와 살에 스며들게 하고 싶었다.“영이가 떠날 때 너무 고통스러우면 안 돼. 죽은 사람은 돌아올 수 없어. 우리 산 자들이해야 할 일은 죽은 자를 위해 정의를 구하는 거야!”방영은 아람의 가족이 아니다. 심지어 친구도 아니다. 하지만 이런 소녀가 아람을 위해 어린 생명을 희생했다. 이런 후회와 자책을 착한 아람은 받아들일 수 없다. 심지어 자신이 죽인 것 같았다.“다 내 잘못이야. 내 잘못이야. 내가 영이를 해쳤어.”아람의 눈에서 솟구치는 눈물이 갸름한 턱선을 따라 흘렸다. 손가락으로 가슴을 찌르며 자신의 심장을 찢어내고 싶었다. 경주는 아람의 무너진 모습을 보자 가슴이 아팠고 울컥하며 극도로 쓰라린 슬픔을 느꼈다....아람이 다시 눈을 떴을 때 이미 병원 침대에 누워 링거를 맞고 있었다. 오빠들 중 절반은 그 여파로 바빴고, 눈앞에는 구진과 백신우가 있었다.“넷째 오빠.”아람은 부드럽게 외쳤다.“나 여기 있어. 아람아.”백신우는 침대 옆에 앉아 아람의 손을 꼭 잡았다.“
임수해를 위해 방영을 위해, 진주에게 잔인하게 당한 모든 사람들을 위해 아람은 복수해야 했다....복도 끝 창턱.지금 이미 새벽녘이었고, 잠 못 이룬 신경주는 서서 붉어진 눈으로 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가장 먼저 이유희에게 전화를 걸어 빨리 만나러 와 달라고 했다. 이유희는 신효정을 재운 후, 정연에게 신효정을 맡기고 홀로 차를 몰로 경주에게 갔다.“경주야, 걱정 마. 악당 쪽에 말했어.”이유희는 담배 한 대를 물었다. 여기가 병원이라는 것이 생각나자 짜증을 내며 담배를 치웠다.“경찰도 수사 중이어서 감히 나서지 못할 거야. 그리고 나 이유희의 말을 누가 감히 어기겠어? 디젠 도망칠 곳도 없어, 밀수를 통해서도 못 가. 우리 유씨 그룹은 하루에 세 번씩 성주 전체를 몰래 수사할 거야. 그 자식은 죽었어!”“친구야, 고마워.”경주는 손을 들어 이유희의 어깨를 치며 물었다.“영이의 일은, 효정과 말했어?”“내가 그럴 용기가 있어? 입을 열 수가 없어!”이유희는 답답한 듯 이마를 잡으며 한숨을 쉬었다.“그 소녀와 한 번밖에 만난 적이 없지만, 나도 알아. 효정과 친하고 착한 소녀라는 거. 효정이가 알면, 정말 상상도 할 수 없어. 무너질까 봐 두려워.”“그래, 효정에게 알릴 수 없어.”경주의 심장은 보이지 않는 커다란 손이 목을 조르는 것 같았다.“아람이 벌써 무너지기 직전이야. 그렇게 강한 사람도 견딜 수 없는데, 다른 사람은 어떻겠어.”이유희는 깜짝 놀라 눈을 부릅떴다. 오늘 길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들었다. 이씨 가문의 배경으로 경주가 말해주지 않더라도 알아낼 수 있었다.“경주야, 이제 어떻게 할 거야?”“영이의 장례를 준비해야지. 한무가 알아봤어. 고향이 농촌이고 부모님은 일찍 돌아가셨고, 할머니만 살아 계셔.”“어휴, 정말 이런 사람들만 괴롭히네!”이유희는 가슴이 아팠다.“한무에게 영이 할머니의 노후를 돌보게 할 거야. 어르신이 원한다면 성주로 모셔서 최고의 양로원에서 여생을 즐길 수 있게 해드리겠어.”경주도 아람과
진주와 효린이 총격으로 사람이 죽고, 아람과 임수해가 다쳐 병원에 입원하고, 왕 비서가 수배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겁에 질려 안절부절못했다.“엄마, 엄마. 이제, 이제 어떡해? 아!”짝-진주는 충혈된 눈을 부릅뜨고 화가 나 팔을 휘두르며 땀에 젖은 효린의 얼굴을 때렸다. 그러자 크게 비틀 거리더니 테이블에 부딪혀 일어설 수 없을 정도로 고통스러웠다. 평소 손에 물도 대지 않고 연약한 모습을 보인 진주는 친딸을 때린 땐 힘이 넘쳐났다. 효린의 얼굴은 바로 찐빵처럼 부어올랐다. 얼굴을 가리고 통곡을 하며 지저분한 머리카락 사이로 진주를 노려보았다.“이 못난 놈이, 왜 끼어들어? 너와 왕 비서가 그 가정부를 없애라고 했지, 왜 구아람을 건드려?”진주는 화가 치밀었지만 감히 목소리를 높일 수 없었다. 목구멍에서 거친 말들을 짜내었다.“구아람이 누구야? 구만복이 애지중지하는 딸이잖아! 신남준의 보물이고 신경주가 꿈에서도 갖고 싶어 하는 여자야! 지금 이 시기에 구아람을 건드려? 죽고 싶으면 나까지 끌어내지 마!”“친엄마니까 내가 그렇게 한 거야!”효린은 비틀거리며 발을 듣고 일어나 흐느끼며 외쳤다.“엄마도 말했잖아, 이번은 일생일대의 기회라고! 구아람과 방영이 몰래 만나서 보디가드를 데려오지 않을 거야. 왕 비서가 고용병 출신이라 없애는 건 개미를 죽이는 것과 같아. 만약 성공하면 다시는 구아람 그년에게 당하지 않을 거야!”“하지만 네가 죽였어? 지금 왕 비서가 수배 중이야!”진주는 생각할수록 화가 났고, 이 어리석은 딸 효린을 죽여버리고 싶었다. 걷잡을 수 없는 분노가 치밀어 오르자 진주는 부들부들 떨었다. 서둘러 담요를 잡아당겨 몸을 감쌌다. 무슨 일이 있든 내일 장현중을 찾아가서 주사를 맞을 것이다. 지금 약물이 없으면 정서를 안정시키기가 어렵고 잠도 잘 수 없다.“전에는 홍영, 지금은 왕 비서. 다 네 탓이야! 위대한 장군 두 명이나 일었어!”“홍영이 내 탓이야? 엄마가 초연서를 싫어해서 그런 건데, 나랑 무슨 상관 있어!”이런 면에서 효
“게다가 신씨 그룹 회장님 사모님이 부자인데. 겨우 400 억밖에 안 되는데, 이빨에서 뜯어낸 찌꺼기와 같잖아요. R 국 은행에 예치한 돈은 모두 사모님이 수년 동안 횡령한 신씨 그룹 프로젝트 자금이에요. 2000 억까지는 아니더라도 1000 억은 있잖아요?”진주는 자신이 힘들게 모은 개인 돈 2000 억이 생각났다. 이건 수년 동안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비밀 자금을 횡령하고 뇌물을 받은 것이다. 이 돈이 경주와 아람에게 들키면 완전히 이용을 당하여 시비를 걸 것이다. 그럼 진주를 기다리는 건 감옥일 뿐이다. 신광구가 부부의 정을 고려하여 진주를 지켜준다면 모를까, 하지만 지금은 신광구도 믿을 수 없는 상황이다.“사노님, 아직 쉰도 안 되셨고, 영광과 부를 쭉 누려야잖아요. 두 딸도 시집을 가지 않았어요. 설마 두 아가씨의 인생을 망칠 거예요? 항상 고귀하게 살아오신 분이 감옥에 가면 하루도 버틸 수 없겠죠?”왕 비서의 말은 분명 협박이었다. 진주는 이를 악물고 결심했다.“그래, 사흘 안에 줄게! 하지만 앞으로 성주에 다시는 나타나지 마, 사라져!”“사흘, 너무 늦어요. 지금 경찰이 저를 찾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신경주와 이유희의 사람도 저를 찾고 있어요. 오래 기다리지 못해요. 내일 해 지기 전, 돈을 확인하겠어요. 사모님, 오랜 세월 협력을 해왔는데 서로 상처를 주지 말아요.”...복도에서 오정숙은 우연히도 경주가 방금 제작한 슈트를 들고 진주의 방 문을 지나고 있었다. 문에 다다르기 직전부터 안쪽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오정숙은 눈썹을 찌푸리며 욕했다.“미친 여자가 또 무슨 짓을 하는 거야! 옥황상제에게 시집가도 네 버릇을 고치지 못해!”이때, 오정숙의 핸드폰이 진동하며 경주의 전화가 걸려왔다. 오정숙은 구석으로 가서 전화를 받았다.“아줌마, 진주와 효린이 관해 정원에 있어요?”오정숙을 대하는 경주의 태도는 언제나 다정했다.“있어. 방금 문 앞에 서서 귀를 기울여 들어보니 모녀가 심하게 타투는 것 같았어. 방 안의 모든 것을 부쉬어버리
왕 비서가 수배를 받자 진주가 서둘러 집을 떠난 건 우연이라고 할 수 없다. 진주를 따라가면 살인범을 잡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틀이 지났다. 경주는 여전히 병원에 지키며 아람의 옆방에 머물고 있다. 48시간 동안 경주는 아람을 방해하지 않았다. 그저 아람이 진정제를 맞고 잠들었을 때만 문 앞에서 유리창 너무로 초췌하지만 여전히 아름다운 아람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손가락으로 유리창에 비친 아람의 얼굴을 살며시 쓰다듬곤 했다. 이렇게 평생 곁에 있을 수 있었다. 그저 이런 묵묵히 지켜주는 것조차 아람이 원하지 않을까 봐 두려웠을 뿐이다.“신경주.”흡연실 문이 열리자 경주의 손에 있는 담배가 살짝 떨렸다. 뒤돌아보니 백신우가 문 앞에 나타났다. 백신우는 경주의 곁에 다가가 나란히 서있었다.“담배, 한 대 줘.”경주는 눈을 깜빡이며 담배를 꺼내주었다. 백신우는 담배를 입에 물고 불을 붙이라는 신호를 보냈다. 경주는 눈썹을 살짝 찌푸리며 백신우에게 불을 붙여주었다. 고귀한 사장님인 경주에게 이런 일을 시킨 사람은 백신우가 처음이다. ‘됐어, 형님 중 한 명이잖아. 구씨 가문 사람들 앞에서 잘 보여야 해. 아니면 날 싫어할 거야.’이제 경주와 아람 사이에 조그마한 희망을 갖고 싶다면 간접적인 방법을 쓸 수 밖에 없다. 백신우는 담배를 들이마시고 연기를 뱉어내며 비아냥거렸다.“너 이 자식, 아람다운 여자를 앞에 두고도 잘 참네. 지난 이틀 동안 한 번도 들어가지 ㅇ낳고 그냥 보고만 있었잖아. 나라면 바로 들어가서 미친 듯이 키스를 했을 거야.”백신우는 눈을 가늘게 뜨고 입술을 핥으며 말했다. 경주는 말문이 막혀 손이 떨렸다. ‘내 앞에서 이런 말을 해? 정말 날 남이로 생각하지 않는 거야?’“요즘 동생을 돌보느라 정신이 없어.”연기 속에서 백신우는 심각해졌다.“그래서 고생해. 소식이 있으면 즉시 나에게 말해 줘. 내 손으로 죽일 거야!”말을 하며 손가락 마디를 꺾었다. 경주는 잠시 침묵하더니 담배를 껐다.“나설 필요 없어요. 저로
백신우는 깜짝 놀라 경주를 쳐다보았다.‘헐, 헐! 내가 잘못 들었어? 이 새끼가 날 뭐라고 불렀어?’경주는 입술을 오물거리며 이를 악물었다. 왠지 모르게 부끄러웠다. 30년 동안 살면서 이렇게 아부한 적이 없었다. 이건 경주에게 있어 아부였다. 이유희가 알면 평생 놀릴 것이다. 분위기는 이상하게 어색했다. 갑자기 백신우의 전화가 울려 이 어색한 분위기를 깼다.“무슨 일이야?”“도련님, 윤씨 가문 도련님 윤유성이 아가씨를 만나려 합니다. 도련님의 지시대로 막았습니다.”“잘했어, 이따가 보너스를 줄게!”“감사합니다, 도련님. 멋지십니다. 반드시 잘 지키고 절대 들어오지 못하도록 하겠습니다!”전화를 끊자 백신우의 입꼬리는 사악하게 올라갔다.“가자.”“어디 가요?”경주는 어리둥절했다.“네가 형님이라고 부렀으니, 내가 복수해 줄게. 어때?”...아람이 머물고 있는 병동 복도.이제 소식을 듣고 달려온 윤유성은 예상치도 못하게 구씨 가문 경호원들에게 외면당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아람이 윤유성을 거절했지만, 구만복은 편을 들어주었다. 얘기를 나눈 후 구만복은 윤유성에게 좋은 인상이 있었고 아들을 대하는 것처럼 다정했다. ‘구씨 가문의 사람이, 감히 날 막아?’“들어가게 해요.”윤유성은 안경을 치겨올리며 차가운 눈빛으로 봤다. 경호원은 단호했다.“죄송합니다, 윤 도련님. 들어갈 수 없습니다.”다른 경호원도 말했다.“저희도 명령에 따라 움직이는데, 곤란하게 하지 마세요.”“뭐라고요?”윤유성은 이를 악물고 안색이 어두워졌다.“저와 구 회장님이 무슨 사이인지 알죠? 저를 막으면 구 회장님이 손을 쓸까 봐 두렵지 않아요?”“아이고, 누구야. 우리 구회장까지 언급하면서 사람을 압박해? 대단하네.”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조롱 섞인 목소리가 윤유성의 가슴을 찔렀다. 돌아보니 깜짝 놀랐다. 백신우를 따라서 온 건 경주라는 걸 상상도 못 했다.“도, 도련님. 저 사람이 왜 여기 있어요?”뒤에 있던 우 비서도 깜짝 놀랐다. 경주는 무표정한
이 말은 정말 귀에 거슬렸다. 구씨 가문에서 아람을 제외하고 감히 제멋대로 행동하고 말을 내뱉는 사람은 백신우뿐이었다. 경호원들도 참을 수 없어 웃음을 터뜨려 윤유성을 더 창피하게 했다. 경주는 눈썹을 치켜올렸다. 항상 온화하고 여유가 넘치던 윤유성의 표정이 무너진 것을 보자 속이 시원하지 않다는 건 거짓말이었다.“전 그저 아람을 보러 왔는데, 말을 그렇게 거칠게 할 필요가 있어요?”윤유성의 정교한 양복 속에 분노가 숨겨져 있는 듯 가슴이 오르락내리락했다.“그럼 그냥 아람을 만나러 온 거라면 돼. 왜 구회장까지 언급해?”백신우는 윤유성을 차갑게 바라보며 비아냥거렸다.“네 아버지도 아니고, 네가 애도 아닌데. 부끄럽지도 않아?”윤유성은 눈썹을 찌푸리며 안색이 어두워졌다. 늘 미소를 짓고 있던 얼굴도 점점 굳어졌다. 하지만 윤유성은 평범한 사람이 아니다. 어렸을 때 S 국에서 고생을 많이 하여 모든 것을 견뎌낼 수 있다. 즉시 마음을 가다듬고 나지막하게 말했다.“형님, 다른 뜻이 없어요. 저도 걱정돼서 그래요. 아람이 무슨 일이 생겼다고 들어서 그저 보고 싶었을 뿐이에요.”“구씨 가문이 소식을 차단했는데, 윤 도련님이 벌써 소식을 접할 줄 몰랐네. 정말 우리 구씨 가문을 항상 주시하고 있는 것 같아.”백신우는 눈을 가늘게 뜨며 말에 다른 뜻이 있었다.“아람은 아직 회복 중이야. 의사 선생님이 안정을 취하여야 한다고 했으니 널 만날 수 없어. 이만 돌아가.”윤유성의 눈에는 아쉬움이 가득했다.“형님.”“아, 그리고 구회장을 찾아온다고 해도 만날 수 없어. 그러니 애쓰지마.”백신우는 미소를 지으며 경주를 흘겨보았다.“경주야, 가자.”‘경주?’경주는 백신우가 다정하게 부르는 소리를 듣고 이상한 느낌이 들며 머리가 찌릿했다.“뭐해? 가자!”백신우는 경주의 등을 쳤다.“네, 형님.”경주는 담담하게 대답했다. 백신우는 가볍게 눈썹을 치켜올렸다.‘이 콘셉트를 받아들이면, 정말 이상하네. 특히 이 호칭이 신경주 입에서 나와서 더 짜릿
정연도 화가 나서 뺨이 불타는 듯 붉어졌다.“원래는 우리 사람들이 우세했지만, 라이언 쪽에 지원이 있다는 것을 몰랐어요. 모두 능력이 뛰어나고 무기를 들고 있었어요.”“완전히 우리를 다 죽이겠다는 기세였어요. 살아 돌아온 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이에요.”유희는 화가 풀리지 않아 주먹으로 테이블을 내리치며 뼈마디에서 소리가 났다. 라이언을 잡지 못하고 부하들은 거의 전멸한 상태였다. 승부욕이 넘치는 유희 앞에서 이미 선을 넘을 행동이었다.“음, 유희 오빠, 왜. 누가 오빠를 화나게 했어?”사람들은 깜짝 놀라 소리를 따라 계단 쪽을 바라보았다. 효정이 주름진 새하얀 원피스를 입고 아람이 선물 준 곰인형을 품에 안은 채 졸린 눈을 비비며 서 있었다. 말할 때 한쪽 어깨끈이 흘러내렸다. 하얗고 부드러운 피부는 도자기처럼 매끈했다. 하마터면 속살을 드러낼 뻔했다.뿐만 아니라 효정의 목과 쇄골에 붉은 자국이 있었다. 유희가 남긴 키스 마크였다. 어젯밤의 광기 어린 집착이 분명했다. 한무는 놀라서 바로 눈을 감았다. 경주도 어색하여 땀을 흘리며 시선을 거두고 아람을 바라보았다.‘아아아!’유희는 화가 나며 마음속에서 소리를 질렀다. 순간 효정의 앞으로 달려가 부드러운 몸을 덥석 안고 감쌌다. 효정은 고개를 유희의 품에 묻히며 그렁그렁한 눈만 보였다. 그러고 나른한 목소리로 유희를 위로했다.“유희 오빠, 화내지 마. 화내면 무서워.”“화내지 않았어. 기분이 엄청 좋아. 가자, 방에 가자.”유희는 마음이 급해서 눈시울이 붉어졌다. 효정을 안고 성큼성큼 위로 올라가며 귀에 속삭였다.“다른 사람한테 보여주지 마. 나한테만 보여줘!”거실은 어색하게 침묵했다. 한무는 어안이 벙벙하며 급히 해명했다.“저, 저 아무것도 못 봤어요. 신 사장님, 제 편을 들어줘야 해요!”정연도 겁에 질려 얼굴이 창백해졌다. 급히 유희에게 상황 보고를 하느라 효정을 챙기지 못해 이런 어색한 일이 일어났다.“연아, 걱정하지 마.”아람은 다정하게 위로해 주었다.“네가 오랫동
한무는 숨을 들이마셨다. 아침을 먹지 않은 상태지만 이미 배부른 느낌이 들었다.“아니에요. 아니에요. 헬기가 좋지만 제가 살아서 타도 죽어서 돌아올 수 있을 것 같네요.”“됐어, 경주야. 한 비서가 얼마나 충성하는지 우리보다 더 잘 아는 사람은 없잖아. 헬기 한 대로 이렇게 화를 내?”아람은 긴 손끝으로 경주의 턱을 치켜올리며 여왕처럼 오만한 미소를 지었다.“올해 생일 선물로 헬기를 사줄게. 윤유성보다 더 좋은 거 사줄게. 좋아?”‘젠장, 너무 부럽네! 역시 해문 갑부의 딸이야. 헬기를 생일 선물로 해?’경주는 눈을 깜빡이며 아람의 손을 잡고 진지하게 말했다.“아람아, 난 네 남자야. 하지만 난 너에게 빌붙어 사는 남자가 아니야. 선물을 해도 내가 너한테 해야지.”“풋,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우리 사이에 무슨. 그저 돈 몇 푼인데.”아람의 카리스마 넘치는 말은 유희와 한무를 부럽게 했다. 그들도 여자한테 빌붙어 사는 남자는 아니지만, 남자라면 리무진, 탱크, 헬기를 갖고 싶어할 것이다.경주는 담담하게 고개를 흔들며 가슴이 찡해났다.“아람아, 나한테 선물할 필요 없어. 네가 네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해. 네가 예전에 나한테 준 선물들은 지금 별도의 방에 전시되어 소중히 간직하고 있어. 매번 집에 갈 때마다 그 방에 들어가서 여러 번 보고 만졌어.”그때 아람을 잃은 경주는 마치 페티시스트와도 같았다. 경주는 종종 그 방에 들어가서 나오지 않거나 그 방에서 잠을 자기도 했다. 평소에는 아무렇지도 않던 경주는 남들이 볼 수 없는 곳에서 사랑에 빠진 미치광이 같았다.마음속은 이미 통제 불능이고 미쳐버렸다. 아람은 경주를 깊이 바라보았다. 표정은 평온했지만 경주의 뺨을 부드럽게 어루만지는 손은 살짝 떨리고 있었다.“게다가 내가 무슨 선물이 필요하겠어. 넌 하늘이 내게 준 최고의 선물이야.”경주는 이 로맨틱한 말을 다시 반복했지만, 말할 때마다 처음처럼 다정했다.“바보.”더 많은 말을 할 필요가 없다. 그저 키스로 천 마디 말을 대신
“연적?”아람은 왼손으로 턱을 괴고 오른손으로 블루베리를 집어 경주의 입에 넣어주었다.“이유희에게 연적도 있어? 신선하네.”경주도 피식 웃었다.“네가 우리 동생을 감금하듯 지켜주는데. 매일 너랑 네 비서 말고는 누구를 만나? 정상적인 사회생활도 못 하는데 무슨 연적이야. 꿈꿨어?”“그렇다고!”유희는 초조하여 목소리까지 갈라지며 테이블을 내리쳤다. 어젯밤 자기 품에서 도현 오빠라고 부르는 효정이 떠올랐다. ‘꿈에서 다른 남자 이름을 불렀어!’유희의 가슴은 아파 나며 산산조각이 된 것 같았다.“설마 네가 말한 사람이 우리 도현 오빠야?”아람은 차갑게 유희를 바라보았다. 경주는 멍해졌다. 도현이랑 어떻게 엮인 건지 전혀 상상이 안 된다. 유희는 눈을 부릅뜨며 존경스러운 눈빛으로 아람을 바라보았다.“아람아, 네가 어떻게 알아? 너 신이야?”“신은 무슨!”아람은 어이없었다.“넌 참, 속마음이 얼굴에 쓰여있어. 어젯밤 너와 우리 오빠가 얘기하는 것을 봤어. 네 눈빛이 막 이글거렸어. 그래서 이상하다고 생각했어. 근데, 이 사장님. 넌 사람을 너무 무시하는 거 아니야?”“우리 구씨 가문 남자는 모두 상남자야. 절대 남친 있는 여자를 좋아하지 않아. 효정이 남자랑 얘기를 했다고 다 연적이라고 생각하지 마.”“도현 도련님은 그럴 분이 아니야. 유희야. 누구를 의심해도 아람이 가족은 의심하지 말아야 해.”경주는 아람의 허리를 안고 유희를 비웃었다. 유희도 한숨을 쉬고 계속 얘기하기 곤란했다. 너무 유치해 보였다.“아. 그래서 효정과 서둘러 혼인신고를 하겠다고 했어? 위기감이 들었던 거네.”아람은 유희의 속마음을 모두 꿰뚫어 보았다.“야, 그런 사소한 거로 침착하지 못해? 왜 이렇게 유치해!”유희는 부끄러워 입을 오물거렸다.“혼인신고는 나중에 다시 생각해.”경주의 안색이 어두워지며 정색했다.“지금은 네 집안일을 먼저 해결해야 해. 네가 이씨 그룹에서 안정되면 모든 것이 제자리를 찾을 거야.”유희는 여전히 불안했다. ‘나 이유희의 아내
아람은 걸어오는 유희를 바라보았다. 잘생긴 얼굴은 마치 귀신에게 정기를 빼앗긴 것처럼 초췌해져 있었다.“아이고, 이 사장님. 무슨 일이야? 어젯밤 방에서 사랑만 나누었어?”아람은 참지 못하고 놀렸다.“나, 하, 그만 얘기해.”유희는 답답한 듯 한숨을 쉬었다.‘내가 어떻게 말해. 아람 앞에서 친오빠를 욕하면 경주도 영향을 받잖아. 사돈 친척은 이러면 안 돼.’아람은 유희가 무슨 일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말하기 난감하는 것 같아 더 이상 묻지 않았다.“먹을래? 먹으면 네 것까지 만들게.”경주는 돌아서서 유희를 보며 요리를 했다.“입맛이 없어. 안 먹어.”유희는 냉장고로 걸어가 무심코 얼음물 한 병을 꺼내 뚜껑을 비틀어 원샷을 했다. 그리고 빈 병을 구기며 한숨을 내쉬었다.“아람아, 경주야. 나 오늘 효정과 혼인신고 할 거야.”아람과 경주는 깜짝 놀랐다.“뭐? 오늘?”“응, 오늘.”유희의 눈빛은 불타올랐고 목소리는 쉬었다.“생각해 봤는데, 계속 미루면 생각이 더 많아질 것 같아. 가족들이 동의하든 말든 먼저 효정과 혼인신고를 하고 싶어. 혼인신고를 하면 우리는 합법적인 부부야.”“효정은 나 이유희의 정정당당한 아내이고, 이씨 그룹의 사모님이야. 할아버지가 반대해도 소용없어. 내가 이씨 그룹의 권력을 가지면 효정에게 성대한 결혼식을 열어줄 거야. 효정은 내 결정을 이해해 줄 거야.”경주는 눈썹을 찌푸렸다. 프라이팬 위에 있는 계란을 뒤집는 것도 잊어버려 타버렸다.“경주야, 내 신분증이 엄마한테 있어. 좀 있다 가지러 갈 거야. 효정의 신분증은 오늘 가져올 수 있어?”“이유희, 도대체 무슨 생각이야. 너 오늘 좀 이상해.”아람은 눈을 가늘게 떴다.“왜? 난 그저 효정과 결혼하고 싶을 뿐이야. 무슨 표정이야. 환호하고 응원해 줘야지.”유희는 초조해서 눈썹을 찌푸렸다.“유희야. 효정과 사귄 지 꽤 됐잖아. 전에는 침착하더니 왜 갑자기 이래?”경주는 불을 끄고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유희를 바라보았다.“그리고 신분증이 신광
유희는 부드러운 발걸음으로 방으로 들어온다. 효정의 꿈을 방해할까 봐 문 앞에 도착하기 직전에 신발을 벗고 양말만 신고 들어갔다. 넓고 편안한 침대 위에서 효정은 가느다란 작은 몸을 이불 속에 웅크려 작은 머리만 드러냈다. 검은색 긴 머리가 느슨하게 풀려졌다. 마치 새하얀 도화지 위에 스친 선명한 먹선 같았다.유희는 침대 옆에 앉아 효정의 잠든 얼굴을 다정하게 바라보며 손끝으로 뺨에 붙어 있는 머리카락을 떼주었다. 한때 바람둥이이던 유희는 이제 오직 효정만을 바라보고 있다.“잠시 집을 비운 사이에 이렇게 많은 일이 일어날 줄은 몰랐네.”유희의 거친 손끝이 효정의 예쁜 얼굴과 앵두 같은 입술, 예쁜 쇠골을 계속 만졌다.“이 세상에 널 그리워하는 남자는 나뿐인 줄 알았어. 이제 보내 우리 와이프의 매력이 생각보다 큰 것 같아. 앞으로는 널 데리고 나가지 못하겠네.”“만약 누군가가 널 좋아하게 되면 어떡해? 그거 알아? 오늘 밤 일을 듣고 참을 수 없었어. 그 자식이 네 새언니의 친오빠가 아니었더라면 자루를 씌워서 때렸을 거야!”유희는 저도 모르게 손끝에 힘을 주었다. 효정의 속눈썹이 떨리더니 가볍게 낑낑거렸다. 당황한 유희는 효정을 깨울까 봐 급히 손을 거두었다. 바로 이때, 효정이 몸을 뒤집고 이불을 걷어차면서 뜨거운 몸을 드러냈다.비록 실크 잠옷을 입고 있었지만 잠버릇이 안 좋아 치마가 엉망이었다. 하얀 어깨와 작고 귀여운 가슴의 절반을 드러내며 잠을 잤다. 유희의 눈은 점점 욕망이 찼고 참고 있어 어깨가 부들부들 떨렸다. 이번에는 정말 못 참을 것 같았다.“음, 정말 제 그림이 마음에 들어요?”효정은 잠꼬대를 했다. 조용한 방에서 유희는 말을 똑똑히 들었다.‘정말 그림이 마음에 드냐고? 효정아, 나한테 묻는 거 아니잖아. 누구한테 묻는 거야?’“도현 오빠.”유희의 몸이 순간 뜨거워 나며 머릿속이 텅 비었다. 그러자 유희는 큰 몸으로 효정의 부드러운 몸을 누르며 사납고 악랄하게 효정의 부드러운 입술에 키스했다. 이 충격으로 효
하지만 아람은 유성이 제일 사랑하는 여자이다. 아람을 망쳐버릴 수 없었다.[이제 어떻게 할지 생각했어요?]남자의 나른한 목소리에서 압박이 느껴졌다.“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기회를 주세요!”유성의 안색은 점점 창백해지며 살벌한 기운을 발산했다. 마치 진옥의 끝에서 악마에게 벗어나기 위해 필사적으로 발버둥 치는 것 같았다.“연구소에서 지금 사람을 즉시 심장 마비를 일으킬 수 있는 약을 개발하고 있잖아요. 혹시, 하나 보내주실 수 있어요?”[네? 그건 왜요?]남자는 비아냥거리며 웃었다.[설마 자신에게 주사하려는 건 아니죠? 윤 사장님은 정말 겁도 없네요. 지난 몇 년 동안 자신에게 주사한 게 아직도 부족해요? 그 약은 아직 임상 시험을 통과하지 못해서 매우 위험해요.”“알아요. 하지만 이건 최후의 수단이에요. 이 약에 모든 것을 걸 거예요.”유성의 눈이 충혈되며 이성마저 무너지고 있다.[어휴, 몸이 건강하고 능력이 있으면 절대 실패할 수 없어요. 그저 여자일 뿐인데 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잖아요.]남자는 의미심장하게 말했다.[게다가 지금 당신은 구아람 눈에서 최악이에요. 만약 사고가 생기면 얼마나 기뻐하겠어요.]“저한테 쓰지 않아요.”[그래요?]“동정심과 죄책감은 인간 본성에서 극복하기 가장 어려운 약점이에요.”유성의 눈빛은 어두웠다.“아람은 착한 여자예요. 평상 저한테 빚을 지게 할 거예요. 이래야 제가 아람을 곁에 둘 수 있어요.”...이야기를 나눈 후 아람과 경주는 방으로 돌아가 휴식을 취했다. 유희는 이 시간에 효정이 이미 잠들었다는 것을 알고 서재로 향해 밀린 공무를 처리하고 잘 생각이었다. 유희는 변했다. 예전에 지구가 파괴되어도 유희의 잠을 방해할 수 없었다. 이제 그룹 업무를 다 하기 전에는 한숨도 잘 수 없었다. 그리고 이 모든 노력은 효정에게 행복한 미래를 주기 위한 것이다.“도련님.”정연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유희는 뒤를 돌아보았다.“아직 안 잤어? 날 신경 쓰지 말고 효정을 지켜. 혹시 목이 말라서 깨
구만복은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기 비서를 바라보았다.“보아하니 신경주를 많이 좋아하네?”기 비서는 당황하지 않고 말했다.“오해예요. 그냥 사실을 말씀드린 거예요. 제가 아가씨를 어렸을 때부터 봐왔어요. 아가씨가 상처를 받으면 저도 가슴이 아파요. 사랑하는 남자와 행복하게 인생을 보냈으면 좋겠어요.”“이 말도 신경주를 칭찬하고 있는 거잖아!”기 비서는 말을 하지 않았다. 갑자기 구만복은 걸음을 멈추고 창문 앞에 서서 밖을 내다보았다. 기 비서도 의아해하며 창밖을 바라보았다. 이 각도에서 해장원 문 앞이 보였다. 유성은 아람에게 주려던 딤섬을 바닥에 내려쳤다. 그래도 화가 풀리지 않아서 발로 두 번 차며 딤섬을 산산조각 냈다.“허, 성질도 좋은 편은 아니네.”구만복은 경멸의 눈빛으로 비웃으며 자리를 떠났다. 기 비서는 다른 사람으로 변한 유성을 바라보자 아람이 유성을 선택 안 한 것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예전에 구만복의 냉대를 받고 거절을 당하여 해장원 문앞에 서 있는 사람은 오직 경주였다. 하지만 유성은 자신도 이런 상황에 처하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승부욕이 강하고 자존심이 강한 유성에게는 심장을 찌르는 것 같고 큰 수치였다.“윤, 윤 사장님. 진정하세요!”우 비서는 몸을 숙여 바닥에 있는 쓰레기를 주우며 겁에 질린 채 위로했다.“너무 많이 생각하지 마세요. 구 회장님은 항상 사장님을 좋아하셨어요. 갑자기 싫어할 수는 없어요. 우린 그래도 신경주 그 자식보다 나아요!”“오늘 밤 구아람 씨가 구 회장님을 화나게 했을 거예요. 화풀이할 곳이 없었는데 마침 사장님을 만나서 화내는 거예요. 화가 풀리면 구 회장님은 사장님을 생각하실 거예요.”“이번에는 달라.”유성의 충혈된 눈은 사람을 산 채로 찢어버릴 수 있는 듯했다. “구만복은 이미 아람과 신경주를 허락한 것 같아. 이제 더 이상 신경 쓰지 않을 거고, 나를 도와주지도 않을 거야.”구만복은 현재 두 사람의 관계에 가장 타격을 줄 수 있는 사람이다. 지난번 소희를 이
이 말을 듣자 유성의 표정이 굳어졌다. 비록 이름을 언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구만복의 모든 말이 자신을 향한 것이라고 느꼈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 솟구치는 분노가 창백한 얼굴을 태웠다.“아저씨, 신경주가 하는 짓은 모두 아람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예요. 아람을 속이는 거라고요!”유성은 주먹을 움켜쥐고 손가락이 살에 파고들 것 같았다. 순간 경주를 죽여버리고 싶었다.“만약 진심으로 아람을 사랑한다면, 3년의 결혼 생활을 할 때 계속 곁에 있어 주었겠죠. 정상적인 남자라면 아람처럼 예쁘고 훌륭한 여자를 왜 좋아하지 않겠어요?”“하지만 신경주는 무자비하게 아람을 버렸어요. 신경주는 아람에게 진심이 아니에요. 사랑이 아니에요!”“사랑이 아니야?”구만복은 눈썹을 치켜세웠다.“생각해 보신 적이 있으세요? 신경주가 언제부터 아람을 좋아하게 됐는지. 이혼 후 3년 동안 결혼 생활을 하던 아내가 KS의 아가씨라는 것을 알고 시작한 거잖아요.”“모두가 알다시피, 신경주는 신 회장님 본처의 아들이 아니에요. 신경주의 어머니는 명예스럽지 않아요. 신경주는 사생아와 마찬가지예요. 신 회장님 장남의 건강이 좋았더라면 신경주에게 신씨 그룹을 맡기겠어요?”“지금 아람에게 집착을 하는 게 목적이 없이 순수한 감정이라고 생각해요? 정말 사심이 없을까요? 구씨 가문의 힘을 이용해 자신의 곤란한 상황을 바꾸려고 하지 않을 것 같아요?”유성은 마음이 급해 입이 닳도록 말을 했다.“신경주가 아람을 강요하여 이혼을 하고 다른 사람과 결혼하려고 했어요. 이미 엄청 비겁한 짓을 했어요. 한 번 있으면 두 번이 있고, 세 번이 있을 거 같지 않아요? 정말 소중한 딸 아람으로 신경주의 선을 넘어보실 거예요?”옆에서 듣고 있던 기 비서는 눈썹을 찌푸리며 유성을 노려보았다. ‘예전에는 몰랐는데, 지금 보니 이 윤 도련님은 정말 말을 번지르르하게 잘하네. 저 입으로 나쁜 사람을 도와주고 사실을 뒤집으면 꽤 타격이 크겠네.’“윤 도련님. 우리 딸에 대해 이 아버지보다 더 잘 알고 있네.”
‘아. 너무 멋있어! 너무 매력적이고 남자다워. 너무 섹시해! 구아람 씨가 무슨 안목이야. 왜 우리 윤 사장님처럼 훌륭한 남자를 좋아하지 않는 거야?’이때 저 멀리서 목표물이 천천히 움직였다. 가까이 다가오자 그 목표물은 경주의 사진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유성이 연속으로 쏜 세 발은 정확히 경주의 머리를 조준했다.“너무 대단하세요! 윤 사장님의 사격 수준은 정말 신과 같아요. 한 발도 놓치지 않으셨어요!”우 비서는 바로 박수 치며 아부를 했다.“아쉽네.”유성은 총을 거두며 창백한 입술을 열었다.“아쉬워요?”“사진일 뿐 실제 사람이 아니잖아.”유성은 우 비서를 보지 않고 슈트 바지 주머니에서 네모난 손수건을 꺼내 조심스럽게 총을 닦았다.“무슨 일이야?”“윤 사장님, 구 회장님을 미행하던 사람이 소식을 전해왔어요. 구 회장님께서 오늘 밤 구아람 씨와 신경주를 찾으러 갔는데, 구아람 씨를 데려가지 않았어요.”이 말을 하자 우 비서는 식은땀을 흘렸다. 역시 유성의 눈빛도 점차 어두워졌다.“아람을 데려가지 않았어? 그럼 아람은 아직도 신경주와 함께 이유희 집에 있다는 거야?”“네.”우 비서의 목소리까지 떨렸다. 유성의 눈빛이 사나워지며 갑자기 총알을 장전하더니 바닥을 향해 몇 발을 쏘아댔다. 총알은 우 비서의 발 아래에 터지자 겁에 질려 혼비백산했지만 감히 소리도 내지 못했다. 총알이 다 떨어지고 나서야 유성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눈시울을 붉혔다.“차 준비해!”...구만복이 해장원에 돌아올 때 이미 새벽 12시가 되었다. 아람을 찾으러 갈 때 안색이 엄청 어두웠지만, 지금은 이미 생각을 마친 것 같았다. 아람이 경주의 보살핌을 받아 살진 모습을 생각하자 걱정되던 마음이 서서히 가라앉았다. 심지어 약간의 후회도 있었다. 당시 아람을 강력하게 감금을 하지 않았더라면, 아람도 폭풍우가 몰아치는 밤에 창문을 뛰어내려 탈출하지 않았을 것이다. ‘정말 생각하면 할수록 가슴이 두근거리네. 만약에 아람이 뛰어내리다가 큰 사고가 나면 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