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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7화

구만복은 침묵을 지키며 윤유성의 얘기를 들었다. 내내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유독 원망이 들어있는 숨소리가 차에서 들렸다.

“아저씨, 화내지 마세요. 몸조심해야죠.”

윤유성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신씨 가문 그 자식이, 우리 딸을 어디까지 괴롭힐 거야!”

구만복은 아픈 가슴을 움켜쥐었다. 가슴에서 피가 뚝뚝 떨어지는 것 같았다.

“아람에게 좋지 않은 일이 있었지만, 이미 지나간 일이에요. 이제 제가 아람을 잘 지켜줄게요.”

윤유성은 구만복을 바라보았다.

“약속할게요. 제 사랑은 모두 아람의 것이고,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여자가 되게 해줄게요. 아저씨, 제가 아람을 사랑하는 건 아저씨의 딸이라는 것과 상관없고, 윤씨 그룹, 구씨 그룹과 상관없어요. 전 그저 아람이라는 사람을 사랑해요. 어렸을 때부터 그 누구도 아람의 자리를 대신할 수 없었어요.”

구만복은 깜짝 놀라 윤유성의 반짝이는 눈을 바라보았다. 전에는 윤유성 뿐만 아니라 윤씨 가문 전체에 의견이 있었다. 정략결혼을 겪어본 사람으로서 아람이 사랑하지 않는 사람과 결혼해 고통스럽게 살아가는 걸 볼 수 없었다. 그러나 윤유성은 진심인 것 같았다. 구만복도 사랑을 해본 사람이라 윤유성의 사랑이 가짜가 아니라는 것이 보였다.

‘어쩌면 더 이상 아람을 내버려두면 안 될 것 같네. 항상 행복을 찾는다더니, 어떤 자식을 찾은 거야? 자신의 하반신조차 통제하지 못하는 쓰레기를 찾았잖아!’

“유성아.”

구만복이 윤유성을 다정하게 부르는 건 드문 일이다. 하지만 바라보는 눈빛은 엄숙했다.

“우리 딸의 상황을 잘 알잖아. 한때 신경주를 지극히 사랑했고 모든 것을 그 자식에게 바쳤어. 앞으로 오랫동안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지 못할 것이고, 네 마음을 받아들이지 못할 수 있어. 네가 진지하고 뜨겁게 사랑해도 네가 안 보일 수 있어. 내 딸이라 성격을 잘 알아. 네가 1년, 2년은 버틸 수 있어도, 10년, 20년은? 그런 아람을 참을 수 있어? 후회하지 않아?”

“알아요, 마음속에 신경주가 있다는 거. 하지만 상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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