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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5화

유지운은 깜짝 놀랐다.

“더 이상 사장님을 안 해요?”

“사장을 하고 싶었던 적이 없어. 내가 한 모든 것은 아람을 도와주고 아버지 대신 마지막까지 지켜주기 위해서야.”

“대단하네, 사촌 형.”

유지운은 오뚝한 코는 구윤의 잘생긴 얼굴에 다가가며 따뜻한 입김을 뿌렸다.

“그럼 왜 결혼을 안 해요? 남자를 좋아한다고 해도 결혼할 수 있어요. M 국의 법에 따라 동성도 혼인신고를 할 수 있어요.”

구윤은 숨이 막혔고 손끝에 믿을 수 없는 찌릿함이 느껴졌다. 와인 잔 안의 술도 피처럼 책상에 흘렸다.

“나 자신을 이미 하느님께 맡겼어. 내 사랑도 포함이야. 그래서 사랑하는 사람도 없을 것이고 결혼도 하지 않을 거야.”

“하느님은 자비로우신 분이에요. 사랑하는 동생을 위해 이성적이지 못한 행동을 용서해 줄 거예요. 술로 기분을 푸는 것도 용서할 거예요.”

유지운은 안색이 어두워지며 하얀 손으로 구윤의 손을 만졌다.

“사랑을 하고 싶어도 하느님은 용서해 주실 거예요. 아니면 사촌 형이 오랫동안 사랑을 안 해서 사랑할 줄 몰라요? 제가 가르쳐 줄게요.”

“사랑할 줄 알아.”

구윤은 눈을 내리깔고 복잡한 표정으로 유지운의 빨간 입술을 바라보았다.

“사랑해 봤어. 누군가를 사랑하는 게 어떤 건지 알아. 그래서 더 이상 사랑하고 싶지 않아.”

‘사랑해 본 적이 있어? 구윤, 누구를 사랑했었어? 어떤 사람인데, 너 같은 남자의 사랑을 받을 수 있어?’

순간 불타는 욕망이 정복욕과 섞이며 유지운의 눈시울을 붉혔다. 구윤이 일어나려는 순간, 유지운은 갑자기 다가가 구윤의 창백한 입술에 키스를 했다. 가슴이 너무 설레었다.

...

아람의 교통사고는 심각하지 않지만 마음의 상처가 심했다. 며칠 동안 윤유성은 아람을 챙겨주기 위해 병원을 떠나지 않았다. 사실 돌볼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굳이 남아서 아무것도 하지 않더라도 아람을 하루 종일 보고 싶었다.

구만복은 사모님들과 함께 귀국하자마자 전화를 받았다.

“아저씨, 저예요.”

“윤 도련님?”

구만복은 깜짝 놀랐다.

“무슨 일이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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