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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2화

‘왜 달려와서 이 얘기를 해? 왜 사과해? 내가 원하는 건 사과가 아니야. 내가 뭘 원하는지 신경주는 전혀 몰라!’

실망과 수치심이 뼛속 깊이 스며든 아람은 화가 나서 몸을 떨었다. 아람은 자주 우는 사람은 아니다. 하지만 이 순간 눈물샘이 망가진 것처럼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윤유성은 아람이 이렇게 감정적으로 통제할 수 없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활발하고 자신만만하던 여자아이가 경주 때문에 망가지는 것 같았다.

“아람 씨, 울지 마요, 울지 마.”

경주의 눈앞에서 윤유성은 두 팔을 벌려 멘탈이 무너진 아람을 품에 안았다. 아람의 몸이 부드러워지며 머리가 어지러워졌다. 이미를 윤유성의 어깨에 기대고 있었고, 곧 눈물이 어깨 한쪽을 적셨다.

윤유성은 가슴이 두근거렸고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이 순간, 윤유성의 마음은 전례 없는 성취감을 얻었다. 단 한 번도 이렇게 행복했던 적이 없었다.

눈앞의 장면은 경주에게 큰 타격을 주었다. 경주는 정신을 잃고 뒤로 물러서며 벽에 기대었다. 온몸에 퍼진 서늘한 피를 관통했다.

“신경주 씨, 안 가요?”

윤유성은 아람을 토닥이며 차갑게 바라보았다.

“정말 아람 씨에게 미안하다면 아람의 말대로 인생에서 살아져야죠. 당신이 나타나는 건 아람의 상처를 끊임없이 건드리는 거예요. 어렵게 고통 속에서 벗어났는데, 왜 계속 상처를 꺼내는 거예요? 한때 아람 씨가 얼마나 비참하게 사랑했어요?”

...

경주는 어떻게 병실을 빠져나왔는지 몰랐다. 이마의 상처는 멍이 들고 빨갛게 달아올라 안색이 더 창백해 보였다. 지금 당장 이유희에게 가지 못했다. 그저 사람이 없는 곳에 숨어서 조용히 있고 싶었다. 경주는 무거운 발걸음으로 계단으로 들어갔다. 벽에 기대어 큰 몸을 숙였다. 마치 뼈가 무너져 내릴 듯이 몸을 지탱하지 못했다.

갑자기 계단 문이 열었다. 차가운 빛 한줄기가 땀 범벅이 된 경주의 얼굴을 비추었다. 숨을 죽이며 바로 일어서고 비참한 모습을 숨겼다.

“아직도 떠나지 않고 버티고 있어요? 뻔뻔하네요.”

윤유성이 경주의 앞에 나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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