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우는 몸이 휘청거리며 바닥에 쓰러졌고, 온몸이 마비되어 일어서지 못했다.“죄송해요, 잠시 누워서 쉬어요. 이건 몸을 해치지 않아요.”이유희는 자랑스럽게 눈을 치켜올리며 전기 충격기를 들었다.“구씨 가문의 사람들은 전투력이 너무 강해요. 이런 비겁한 수단을 쓰지 않으며 이길 수 없어요.”“젠장, 비겁하네!”백신우는 이유희를 노려보았고 눈빛만으로 이유희를 찢을 수 있었다.“제 유일한 친구를 위해 비겁할 수밖에 없어요.”이유희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거렸다. 경주는 아람의 병실에 미친 듯이 달려가자 구아린이 말렸다.“언니를 만나고 싶어요.”경주는 눈을 깔고 구아린의 얼굴을 보았다. 땀은 경주의 허약한 얼굴에서 흘러내렸다. 구아린은 입을 꾹 다물었다.“제발요.”경주는 쉰 목소리로 빌었다.“만나게 해줘요.”여자아이에게 손을 댈 수 없어 빌 수박에 없었다. 구아린은 경주를 한참 쳐다보더니 한숨을 쉬며 길을 내주었다.“고마워요.”경주가 문을 열고 들어가려는 순간 구아린이 말했다.“이럴 줄 알았더라면 그땐 왜 그랬어요?”경주는 움찔거리며 가슴이 아팠다. 붉어진 눈시울에 눈물이 가득 찼다. 병실에 들어간 순간 아람의 얼굴은 순간 냉정해졌다. 이런 소외감과 저항감이 경줄의 마음을 찔렀다. 윤유성은 차갑게 경주를 바라보며 마치 적을 보는 듯한 눈빛이었다.경주는 깜짝 놀랐다. 윤유성과 마주친 두 눈에는 불꽃이 튈 것 같았다.“신경주, 널 보기 싫어. 나가.”아람은 눈시울을 붉히며 경주를 쫓았다.“할 얘기가 있어.”경주는 억지로 눈물을 참으며 쉰 목소리로 말했다.“나가!”아람은 벌떡 일어나 경주를 향해 소리치며 침대를 두드렸다.“아람 씨, 몸이 회복하지 않았어요. 흥분하지 마세요. 진정해요!”윤유성은 급히 두 손으로 아람의 떨고 있는 어깨를 누르며 마음이 아팠다. 아람의 히스테리 한 모습은 경주의 영혼을 찢어놓을 것만 같았다. 경주는 굳어진 발로 뻣뻣하게 다가가며 시선이 흐려졌다.“이번엔 미안하다고 말하려고 왔어. 2년 전
‘왜 달려와서 이 얘기를 해? 왜 사과해? 내가 원하는 건 사과가 아니야. 내가 뭘 원하는지 신경주는 전혀 몰라!’실망과 수치심이 뼛속 깊이 스며든 아람은 화가 나서 몸을 떨었다. 아람은 자주 우는 사람은 아니다. 하지만 이 순간 눈물샘이 망가진 것처럼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윤유성은 아람이 이렇게 감정적으로 통제할 수 없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활발하고 자신만만하던 여자아이가 경주 때문에 망가지는 것 같았다.“아람 씨, 울지 마요, 울지 마.”경주의 눈앞에서 윤유성은 두 팔을 벌려 멘탈이 무너진 아람을 품에 안았다. 아람의 몸이 부드러워지며 머리가 어지러워졌다. 이미를 윤유성의 어깨에 기대고 있었고, 곧 눈물이 어깨 한쪽을 적셨다.윤유성은 가슴이 두근거렸고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이 순간, 윤유성의 마음은 전례 없는 성취감을 얻었다. 단 한 번도 이렇게 행복했던 적이 없었다. 눈앞의 장면은 경주에게 큰 타격을 주었다. 경주는 정신을 잃고 뒤로 물러서며 벽에 기대었다. 온몸에 퍼진 서늘한 피를 관통했다.“신경주 씨, 안 가요?”윤유성은 아람을 토닥이며 차갑게 바라보았다.“정말 아람 씨에게 미안하다면 아람의 말대로 인생에서 살아져야죠. 당신이 나타나는 건 아람의 상처를 끊임없이 건드리는 거예요. 어렵게 고통 속에서 벗어났는데, 왜 계속 상처를 꺼내는 거예요? 한때 아람 씨가 얼마나 비참하게 사랑했어요?”...경주는 어떻게 병실을 빠져나왔는지 몰랐다. 이마의 상처는 멍이 들고 빨갛게 달아올라 안색이 더 창백해 보였다. 지금 당장 이유희에게 가지 못했다. 그저 사람이 없는 곳에 숨어서 조용히 있고 싶었다. 경주는 무거운 발걸음으로 계단으로 들어갔다. 벽에 기대어 큰 몸을 숙였다. 마치 뼈가 무너져 내릴 듯이 몸을 지탱하지 못했다.갑자기 계단 문이 열었다. 차가운 빛 한줄기가 땀 범벅이 된 경주의 얼굴을 비추었다. 숨을 죽이며 바로 일어서고 비참한 모습을 숨겼다.“아직도 떠나지 않고 버티고 있어요? 뻔뻔하네요.”윤유성이 경주의 앞에 나타나
원래는 희망이 있었다. 하지만 경주는 아람을 몇 번이고 실망시켰고, 아람을 고통스럽게 만들었다. 희미한 희망마저 완전히 묻어버렸다.경주의 마음이 너무 아파 눈물을 글썽거렸다. 경주는 마른 입술을 열었다.“정말 알고 싶어요?”“당연하죠, 아람을 15년 동안 사랑한 남자로서 모든 것을 알고 싶어요.”윤유성이 이 말을 할 때 숨길 수 없는 자부심이 터져 나왔다. 경주는 윤유성을 노려보았다. 한참 지나자 경주는 섬뜩한 미소를 지으며 쉰 목소리로 말했다.“2년 전 우리가 결혼했을 때, 이미 잔 적이 있어요.”윤유성은 깜짝 놀랐다.“아람은 오래전부터 제 여자였어요.”“이 자식이!”윤유성의 머릿속이 윙하지며 화가 나서 주먹을 쥐고 경주의 얼굴을 때렸다. ‘우리 아람은 나도 감히 건드리지 못하는데, 이 자식이, 아람을 사랑하지 않을 때에 아람을 건드려?’팍!경주는 손으로 윤유성의 주먹을 잡았다. 반응이 너무 빨라 방금 아람에게 맞은 남자와는 너무 달랐다. 윤유성은 손을 뺄 수 없어서 눈썹을 찌푸렸다. 그 누구도 윤유성에게 이런 압박감을 준 적이 없다.“아람이 날 때리는 건 당연한 거예요. 제가 빚졌어요. 칼로 날 찌른다고 해도 상관없어요.”경주는 눈을 가늘게 뜨며 손에 힘을 주자 윤유성은 더욱 아팠다.“하지만 당신이 뭔데 날 건드려요? 아람의 체면을 봐서 말을 들어준 거예요. 하지만 선을 넘지 마세요. 제를 함부로 대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세요.”경주가 갑자기 손을 들자 윤유성은 몸 전체가 흔들리며 뒤로 비틀거리며 벽에 세게 부딪쳤다. 이 한방으로 윤유성은 경주와 같은 급이 아니고 전혀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허, 허허.”윤유성은 벽에 기대어 창백한 얼굴로 음흉하게 웃었다.“아직 아람을 포기하지 않았네요. 절 상대하고 해요? 저를 이길 것 같아요?”“윤유성 씨, 당신과 싸울 생각은 없어요. 정말 아람을 사랑하면 전 막지 않아요. 아무도 막지 않을 거예요. 아람에게 사랑을 줄 수 있잖아요.”경주가 아람에게 완전한 사랑을 준
“경주야!”하지만 경주는 온 세상과 단절한 듯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이유희를 지나쳐 조용히 차에 올라탔다. 이유희는 더 걱정되었다. 리무진은 관해 정원으로 향했다.“그 별장, 한무가 공식적으로 경매에 부쳐졌다고 했어. 꽤 많은 사람이 입찰에 뛰어들었대.”이유희는 나지막하게 경주에게 알려주었다.“별장의 물건들을 한무가 정리를 했대, 어머니의 사진은 관해 정원으로 가져갔대. 다른 건 모두 쓰레기장에 던졌어. 아무런 흔적도 없어. 경주야, 경주야, 내 말을 듣고 있어?”“유희야, 관해 정원에 가지 않을 거야. 할아버지 보러 가고 싶어, 할아버지가 보고 싶어.”경주는 쉰 목소리로 어렵게 말을 내뱉었다. 경주를 보자 이유희는 깜짝 놀랐다. 경주의 충혈된 눈은 눈물을 뚝뚝 흘렸고, 어깨가 세게 떨리고 있었다. 경주가 울었다. 20년 동안 서로를 알고 지냈다. 어머니의 장례식에서도 눈물을 한 방울을 흘리지 않았던 남자가 아람을 위해 대성통곡을 했다....구윤은 성주의 해장원으로 돌아갔다. 원래 병원에 가서 아람 곁에 있고 싶었지만 자신의 부정적인 감정이 아람에게 들킬까 봐 두려웠다. 그래서 와인 저장고에 숨어 술을 들이마셨다.“엄마.”구윤은 가볍게 와인 잔을 흔들며 충혈된 눈에는 슬픔이 가득했다.“미안해, 아람을 지켜주지 못했어. 다른 사람에게 괴롭힘을 당했어. 엄마, 알려줘. 내가 어떻게 하면 아람을 도와줄 수 있어? 어떻게 하면 진정한 행복을 누리게 할 수 있어?”이때, 와인 저장고의 문이 천천히 열렸다. 구윤이 취한 눈으로 바라보자 당황하며 가슴이 두근거렸다. 유지운이 벽에 기대어 팔짱을 끼고 웃으며 바라보았다. 그 사람과 똑같았다. 구윤은 저도 모르게 마음속 깊이 묻어두던 이름을 부를 뻔했다.“혼자 술을 마시면 재미없어요. 제가 같이 마셔줄까요, 사촌 형?”유지운은 서서히 다가갔다. 구윤은 눈도 깜빡이지 않고 유지운을 바라보며 마른침을 삼켰다.“이렇게 많이 마셨어요? 간이 나빠져요.”유지운은 한숨을 쉬며 와인 잔을 들고 술을 따랐다.“기
백소아는 테이블 위에 놓인 합의이혼서를 바라보았다. 서류엔 이미 남자의 이름이 사인되어 있었다. 그녀는 다시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젖은 눈동자 속에 비친, 신경주는 자신에게서 시선을 거두곤 우두커니 서 있었다. 그는, 차갑고 아무런 감정도 느낄 수 없는 사람처럼 보였다. 그 뒷모습은 마치 어서 빨리 합의서에 사인하라고 재촉하고 압박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제가 사인을 끝냈으니 당신도 어서 하세요. 은주가 돌아오기 전에, 저는 당신과의 모든 법적 절차를 끝내고 싶어요.”신경주는 양손을 등 뒤에 짊어진 후, 고개도 돌리지 않고 말했다.“결혼 전에 이미 재산 공증을 했기 때문에 재산 분할을 할 필요는 없지만, 소아 씨 당신한테는 그간 정이 있으니 40억 상당의 서부의 별장 한 채를 더 넘겨줄게요. 어쨌든 당신이, 이 집을 나가야 하니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전 할아버지를 뵐 면목이 없을 것 같아서요.”그의 말에 백소아는 벼락이라도 맞은 듯이 눈앞이 번쩍였다. “할아버지께서는 당신이 저랑 이혼하려는 건 아세요?”“모르면 뭐 어때요. 그게 제 결정에 영향을 미칠 꺼라 생각해요?”그녀는 여윈 몸으로 서 있지도 못하고 책상에 겨우 몸을 지탱한 채 눈물을 글썽이며 말했다.“경주 씨……, 우리 꼭 이렇게까지 이혼을 해야 해요?”그 말에 마침내 신경주는 돌아서서 짜증 섞인 시선으로 그녀를 보았다.그녀를 쳐다보는 남자의 뚜렷한 이목구비는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그녀의 가슴 떨리게 했다.“왜요? 이 결혼이 행복하다고 생각해요??”“왜냐하면……, 전 여전히 경주 씨 당신을 사랑하고 있어요.”백소아의 눈시울이 붉어지고, 어느새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사랑한다구요, 경주 씨. 전 경주 씨의 아내로 그냥 있고 싶어요. 당신이 저한테 아무런 감정이 없더라도 그냥 옆에만 있게 해주세요…….”“전 이제 지긋지긋해요. 사랑도 없는 이 결혼생활 저에게 일분일초가 지옥 같아요.”신경주는 손사래를 쳤다. 그는 그녀의 말을 계속 들어줄 인내심조차 없었다.
저녁 식사 시간, 김은주는 신씨 가문의 사람들과 화기애애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화목한 분위기 속, 신경주 한 사람만은 굳은 표정으로 음식을 입에도 대지 않았다.백소아는 구윤의 차를 타고 그 사람과 함께 떠났다. 모든 것을 깨끗이 정리하고 말이다. 40억 원에 달하는 별장을 포함한 어떤 것도 가져가지 않았다.“소아는? 왜 아직도 밥 먹으러 안 오는 거니?”신 회장이 의아한 듯 물었다.“저희는 이미 이혼하기로 결정했고, 합의서에 이미 사인했습니다.”신경주가 담담하게 말했다.“곧 법원에 서류를 제출할 예정입니다.”“뭐? 이혼? 왜?”신 회장이 말했다.“아이고, 여보. 제가 진작에 말했잖아요. 우리 경주랑 소아는 전혀 어울리지 않아요. 두 사람은 어르신께서 억지로 결혼시키신 거잖아요.”진주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그 아이는 3년이나 힘들게 참으면서 지냈어요. 이제야 소아가 경주와 이별을 하게 되었는데…… 사실 어찌 보면, 두 사람 모두에게 좋을 수도 있어요. 당신도 알다시피, 경주가 사랑하는 사람은 은주잖아요.”“경주야, 결혼은 장난이 아니야. 하물며 그 아이는 말이야…….”“아버지, 이미 이혼 합의서도 다 썼고, 그 사람도 이곳을 떠났어요. 아무것도 가져가지 않고 맨몸으로 집을 나갔어요.”신경주는 답답한 듯 얼굴을 찡그렸다.“허, 그렇게 안 봤는데 꽤 고집 있네?”신효린이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일부러 그러는 거 아니야? 바깥에 가서 우리 신씨 가문이 자신을 푸대접했다고 함부로 말하면 어떡해요?”신경주는 이 말을 듣고 미간을 찌푸렸다. 그의 얼굴에는 짜증난 기색이 역력했다.“경주야, 이번에는 네가 경솔하게 행동한 듯하구나. 할아버지는 아직 입원 중이셔. 이 일을 할아버지께 어떻게 설명할 거야?”신회장은 이 일로 어르신의 노여움을 살까 봐 초조함을 드러내지 않을 수 없었다.“다음 달에 결혼 소식을 알리고, 은주를 정식으로 제 아내로 맞이할 거예요.”김은주는 잘생긴 그의 옆모습을 바라보며 감동 어린 눈빛을 하고 있었다.“헛소
해문 구가네 집, 해장원.고급스러운 저택 마당 앞. 롤스로이스 한 대가 레드카펫 중앙에 자리를 잡고 멈추자, 구가네 둘째인 구진이 직접 마중 나와 여동생을 위해 문을 열어줬다.“우리 집 공주의 귀환을 환영합니다.”구아람의 얼굴은 화려한 등불에 비쳐 너무 아름다웠다. 그녀는 차에서 운동화를 벗고 높은 하이힐로 갈아 신은 뒤, 마치 여왕처럼 도도하게 차에서 내렸다.“오빠, 다들 별일 없었지?”“그럼, 네가 돌아와서 다들 너무 기뻐하고 있어. 불꽃놀이 예쁘지? 내 생일 선물이 도시 전체 시민의 관심을 끌어서…… 글쎄 인터넷 실검에 올랐지 뭐야?”구진의 수려하고 잘생긴 얼굴은 아람에게 칭찬받고 싶어하는 표정이었다. “응. 봤어. 엄청 아름다웠어.”그녀는 환하게 웃으며 박수를 쳤다.구진은 코를 훌쩍이며 감격하여 그녀를 품에 안았다. “아람아, 이제 어디 안 가지?”“안 가. 쫓겨난 마당에 가긴 어딜 가?”구아람은 더는 묻지 말라는 표정으로 그의 등을 살짝 때렸다.“아이참, 얼굴을 들고 다닐 수가 없네. 3년 안에 남자 마음을 얻는 데 실패했으니…….”그녀는 마음이 찢어지는 것 같았다. 그녀는 몇 번이나 눈물을 흘리고 싶을 정도로 고통스러웠지만 꾹 참았다.그녀는 신씨 가문을 나서면서 다시는 신경주 때문에 눈물을 흘리지 않겠다고 맹세했다. 더 이상 그에겐 그럴 가치가 없기 때문이다.“신경주, 이 빌어먹을 놈. 감히 내 여동생을 차다니. 내가 내일부터 그놈 뒷조사를 철저하게 할 테니, 내일 넷째 형님한테 시간을 내라고 해야지…… 쥐도 새도 모르게 죽여버리게…….”그러자 구아람의 표정이 한껏 어두워졌다.“아멘. 오빠, 장난치지 마.”구윤이 말했다.“맞아요. 사랑과 평화를 중요시해야죠.”그러자 구진은 씩씩거리며 버럭 소리쳤다.“어쨌든, 난 절대 그냥 못 넘어가. 내 여동생을 괴롭힌 것들은 내가 똑같이 배로 되돌려 줄거야.”구아람은 팔짱을 끼고 오른손으로 구진을 잡아당겼다. 그렇게 세 남매는 웃으면서 오랜만에 함께 집으로 들어갔다. 한편
5일 뒤, 신경주는 비서를 사무실로 불렀다.“백소아에 관한 일은 조사했어?”신경주가 물었다. 그는 몸을 돌려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우뚝 솟은 몸매는 위압적인 카리스마를 풍겼다.“죄송합니다, 대표님. 아직 아무런 진전이 없습니다.”한준희는 긴장했는지 몸을 떨며 말했다.“그리고 그날 밤 떠난 후, 사모님께서는 전에 일하셨던 요양원으로 돌아가지 않으셨습니다. 제가 직접 사모님의 고향으로 달려가 확인했는데, 그 주소는 가짜였고, 거기에는 백씨 성을 가진 집은 한 곳도 없었습니다.”“주소가 가짜라고?”신경주는 몸을 돌려 비서를 바라보며 차갑게 물었다.“네, 현지 경찰을 통해서도 찾아봤지만 그런 집은 하나도 없었습니다.”그 말에 신경주는 머리가 멍해졌다. 그럼 그와 3년 동안 같이 산 여자는 누구란 말인가? 설마 비밀 스파이 요원은 아니겠지?“그럼 그때 구윤이랑 같이 갔는데 구윤을 조사해도 아무런 단서가 없어?”“사실, 구윤 대표님께서 정말 작정하고 사모님을 숨기신다면, 저희는 정말 아무것도 알아낼 수 없을 것입니다.”신경주의 눈빛은 미묘하게 흔들렸다.“구윤 그 사람, 인품은 단정해 보이는데 어떻게 유부녀를 건드릴 수가…….”“사실 따지고 보면 도찐개찐 아닐까요?”신경주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한준희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한준희는 깜짝 놀라 숨을 고르지 못하고 헛기침만 했다. 그날 밤 구윤이 다정하게 구아람의 허리를 감싸고 가는 것을 본 신경주는 가슴이 왠지 답답해서 쉽게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의 눈에는 깊은 정이 담겨 있었다.구아람의 매력이 얼마나 대단했으면, 여자에게 눈길도 주지 않기로 소문난 구윤마저 사로잡았단 말인가? ‘이혼 안 하면 안되냐고? 사랑한다고? 거짓말쟁이.’신경주의 온몸에서는 매서운 한기를 풍겼다. 그는 생각하면 할수록 화가 났다. 그때, 휴대폰이 울렸다.그는 생각을 멈추고 김은주의 전화를 받았다.“은주야, 왜 그래?”“오빠, 나 신씨 그룹 로비인데, 좀 데리러 나올 수 있어요? 제가 직접 만든 딤섬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