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된 이상 경주는 해명할 수 없었다. 그저 빨리 이곳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오빠에게 전화해서 당장 데리러 오라고 할게!”말을 마치자 경주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나려고 했다.“둘째 오빠, 가지 마, 가지 마!”이소희는 달려와서 경주에게 백허그를 했다. 알몸이 뻔뻔스럽게 경주에게 붙어있었다.“둘째 오빠. 무서워, 나 너무 무서워. 가지 마. 안 가면 안 돼?”경주의 눈에는 혐오가 가득 차 있고 차가운 목소리로 명령했다.“놔.”“싫, 싫어!”이소희는 아예 몸으로 경주의 넓은 등을 문지르며 고집을 부렸다.“지금까지 남자 친구도 만난 적 없어요. 제 몸은 깨끗해요. 누구에게도 더럽혀진 적이 없어요. 지금 오빠가 제 알몸을 봤으니 책임을 져야 해요. 오빠!”“책임?”경주는 차갑게 입꼬리를 올렸다. 안색이 극도로 싸늘했다.“난 평생 한 여자에게만 책임져, 그건 구아람이고.”말을 마치자 경주는 억지로 이소희의 팔에 떼어냈다. 몸을 돌리자 쉽게 벗어났다. 이소희는 1미터 9의 남자를 이길 수 없었다. 그 힘에 의해 바로 침대에 쓰러졌다. 그리고 눈 깜짝할 사이에 경주는 이미 문을 열고 나갔다.“신경주! 내가 알몸으로 다가갔는데도 보지 않아? 왜, 왜!”이소희는 원망스럽게 주먹으로 침대를 내리쳤다. 이를 악물고 머리를 푼 모습은 자극을 받은 사이코 같았다. 경주가 숨을 헐떡이며 문 앞에 걸어가 한 손으로 문을 열었다.“신 사장님! 신 사장님이 나왔어!”순간 경주의 놀란 모습이 눈부신 플래시에 비쳤다. 문 앞에 수많은 기자들이 와서 카메라를 들고 문을 막고 있었다. 그들은 경주를 향해 미친 듯이 사진을 찍었다.경주는 숨이 막혔다. 준수한 얼굴에 서리가 내린 듯했다. 입술을 부들부들 떨며 가슴이 돌에 눌린 듯 숨이 막혔다. 경주는 그제야 깨달았다. 사진을 받은 순간부터 이미 치밀하게 설치한 함정에 빠졌다.하지만 자세히 생각하면 함정에는 허점이 있었다. 배후의 사람이 정확하게 경주가 아람을 사랑하는 마음을 이용했다. 심지어 아람이 때문에
병원 VIP 병동.윤유성은 환자복으로 갈아입고 침대에 누웠다. 잘생기고 섬세한 이목구비에 빗기가 사라지고 입술도 시들기 직전인 꽃잎처럼 창백하여 안쓰러워 보였다.“윤 사장님, 왜 그러신 거예요!”비서가 침대 옆에 서서 두려움에 떨었다.“하마터면 말에 짓밟혀서 크게 다칠 뻔했어요! 그 자리에서 목숨을 잃을 수도 있었어요. 그럼 모든 것이 사라져요. S 국에서 견뎌온 고통, 그리고 모든 계획이 끝나요!”윤유성은 천천히 눈을 뜨며 입꼬리를 올렸다.“석아, 정말 나를 걱정해 주고 있구나.”우석은 깜짝 놀라 눈에 눈물이 고였다.“윤 사장님.”우석은 8년 동안 윤유성르 따랐다. 예전에는 앞잡이고 지금은 비서이다. 신분은 바뀌었지만 지위는 바뀌지 않았다. 여전히 윤유성을 존경하는 부하이다. 윤유성은 속이 깊고 사악한 사람이다. 누구에게도 냉정하게 경계심을 두고 있다. 수년 동안 아람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가까이 다가갈 수 없었고, 마음을 열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 윤유성은 진정한 친구가 없다. 석아라는 이름은 그들의 사이를 더 가깝게 만들었다. 우석은 윤유성이 자신을 인정해 주는 것 같아 눈시울이 붉어졌다.“윤 사장님, 건강이 본전이에요. 건강을 잘 챙겨야 해요!”“아람을 위해 뭐든지 할 수 있어.”윤유성은 숨을 거칠게 쉬었다. 아람의 얘기가 나오자 차갑던 눈빛이 부드러워졌다.“그리고 나도 아람에게 증명하고 싶어. 아람을 위해 목숨을 바칠 수 있는 사람이 신경주뿐만 아니라 나도 있다는 것을. 앞으로 도움이 필요할 때 신경주가 아닌 내가 생각났으면 좋겠어.”두 번째 말이 의미심장했다. 우 비서는 깊은 뜻을 알아채고 고개를 끄덕였다.“신경주처럼 사생활이 어망인 사람이 구아람 씨와 어울리겠어요? 구아람 씨는 똑똑하신 분입니다. 절대 같은 구덩이에 두 번 빠지지 않을 겁니다.”윤유성은 눈빛이 차가워지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때, 베개 옆에 놓아둔 핸드폰이 진동했다. 화번을 흘끗 보더니 답장을 하기도 전에 병실의 문이 열렸다.“유성 씨, 자요?
아람의 솔직함에 윤유성은 피가 장기에서 폭발하는 것 같아 이불을 꽉 잡았다.“저와 신경주는 부부로 3년을 지냈지만, 안 지는 3년이 넘었어요. 유성 씨 생각보다 훨씬 더 오래요.”아람의 말투는 마치 친구와 이야기하는 것처럼 차분했다. 하지만 살짝만 건드려도 마음이 아프다는 건 부인할 수 없었다.“한때 저의 인생에 아무것도 없었고, 오직 신경주뿐이었어요. 나중에 이혼을 하니 마치 제 마음이 파헤쳐 진 것 같았어요. 그 후 제 몸에는 회복할 수 없는 상처가 남았어요. 만약에 유성 씨라면, 가만있을 수 있어요? 정말 모든 것이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할 수 있어요?”“아람 씨, 저...”“하지만 제가 평생 신경주에게 빠져나올 수 없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그 정도는 아니에요.”아람은 쿨하게 손을 흔들었다. 눈에는 슬픈 감정들이 담겨 있었다.“계속 살아야잖아요. 그저 시간이 필요할 뿐이에요.”“아람 씨, 얼마든지 기다릴 수 있어요.”윤유성의 얼굴은 종이처럼 하얬다. 힘겹게 일어나고 싶지만 아람이 빠르게 말렸다.“유성 씨, 지금 환자예요. 움직이지 마세요!”“10년, 20년, 평생 기다릴 수 있어요. 아람 씨가 완치되고 진정되기를 기다릴게요. 저를 봐주기를 기다릴게요.”윤유성의 하얀 입술이 부들부들 떨었다. 아람의 부드러운 손을 힘껏 잡아 빨갛게 되었다.“먼, 먼저 놔요. 이러지 마세요.”아람은 눈을 부릅뜨며 재빨리 손을 뗐다. 윤유성의 허약한 몸이 흔들리자 하마터면 침대에서 떨어질 뻔했다.“사장님, 조심하세요!”우 비서는 급히 윤유성을 부축했다. 그리고 간절한 눈빛으로 아람을 바라보았다.“구아람 씨, 부탁드려요. 아람 씨 때문에 부상을 당했는데, 조금만 더 보살펴 주실 수 있어요? 조금만요.”“석아, 됐어. 아람 씨를 곤란하게 하지 마. 켁켁.”윤유성은 가슴을 가리고 기침을 몇 번 하더니 이마에 식은땀이 났다.“아람 씨는 잘못이 없어. 내가, 내가 너무 무리한 것 같아.”아람은 눈썹을 찌푸리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바로 이때,
펑-아람은 화장실 문을 힘껏 닫고 마지막 변기 뚜껑에 앉아 입술을 꽉 깨물며 SNS의 실검과 댓글을 봤다. 콩알만 한 땀방울이 하나둘씩 눈부신 화면 위로 떨어졌다.[하하하! 내가 뭐랬어. 남자들은 다 거짓말쟁이야. 남자들은 계속 바람을 피울 거야. 신경주가 구씨 가문 아가씨를 좋아한다며? 매번 지켜주더니 이번에는 이소희와 같이 있고, 왜 이렇게 더러워?][증명: 세기의 나쁜 남자!][다 가짜야, 사실 신경주는 구씨 그룹에 빌붙어서 사위가 되고 싶은 거야! 아람과 결혼하면 신씨 가문과 구씨 가문의 결혼이 될 거고, 그럼 장인인 구만복인데. 누가 감히 신경주를 건드리겠어?][어? 신경주가 구아람에게 뻔뻔하게 구애할 필요가 없잖아. 신경주도 몸값이 수 천억이야.][흥, 넌 몰라. 누가 아직도 돈을 신경 쓰겠어?]아람은 차가운 표정으로 손을 들어 옷깃을 움켜쥐었다. 미친 듯이 눌렀지만 가슴이 찢어지는 듯한 고통을 참을 수 없었다.[그나저나, 이소희의 마른 몸이 아이와 같은데, 아무리 봐도 구씨 가문 아가씨만큼 예쁘지 않아. 김은주보다도 못한 것 같아. 신경주는 왜 점점 못생긴 여자만 찾는 거야?][천재 음악 소녀잖아. 신경주가 예술적인 사람을 좋아하겠지. 가식적인 여자. 김은주도 그런 느낌이잖아.]이때, 구윤이 전화가 왔다. 여러 번 울린 후, 아람은 그제야 진장하고 전화를 받았다.“아람아, 아람아? 듣고 있어?”구윤의 목소리는 걱정이 가득했고 계속 아람을 불렀다.“오빠.”아람은 부드럽게 말했다.“아람아, 어디야?”“성주.”아람은 더 이상 말할 힘이 없었다.“아람아, 신경주의 실검, 너도 봤지?”구윤은 조심스럽게 물었다.“응.”“기분이 안 좋아?”“아니, 여자 친구가 생겼다는데, 내가 왜 기분이 안 좋겠어?”아람은 가볍게 웃으며 눈을 붉혔다.“이소희는 이유희의 유일한 동생이야. 둘이 결혼하면 중연이야. 이씨 그룹이 있으면 신경주의 인생도 더 순조로워질 거야.”구윤의 목소리가 가라앉았다.“아람아, 솔직한 느낌을 듣고 싶어.
화면에 표시된 것은 이름이 아니라 숫자였다. 경주는 전화 번호가 두 개 있다. 하나는 개인 번호이고 다른 하나는 업무용 번호이다. 아람은 그 번호들을 잘 기억하고 있다. 경주는 사적인 통화를 할때만 개인 번호를 사용하는데 이번에는 조금 이상했다.아람은 긴장하기 시작했다. 전화를 받고 천천히 귀에 대고 말은 하지 않았다.“아람아!”경주의 목소리는 엄청 쉬었다.아람은 입을 꽉 다물고 눈만 깜빡였다. 경주는 아람이 전화를 받을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쓸데없는 말을 하지 않고 핵심만 말했다.“이건 함정이야. 복잡해. 이소희의 능력만으로는 이런 복잡한 함정을 하지 못해. 누군가 뒤에서 조종했을 거야. 그리고 상대방이 내게 진 미끼는 이소희가 아니라 너였어.”“반 시간 후.”아람은 눈을 내리깔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KS WORLD 근처의 거리 공원 놀이터에서 만나.”만약 구윤의 전화를 받지 않았다면, 경주는 아람과 대화할 기회를 갖지 못했을 것이다. 이제 아람은 경주가 어떻게 설명을 해줄지 궁금했다....“윤 사장님. 구아람 씨가 혼자 차를 몰고 나갔어요.”우 비서가 서둘러 돌아와 윤유성에게 보고했다.“화장실에 오래 머물렀습니다. 떠날 때 화난 얼굴로 나가셨어요. 안색이 환자인 윤 사장님보다도 창백했어요!”윤유성은 침대 머리맡에 몸을 기대고 입꼬리를 올렸다.‘화를 내, 화를 낼수록 좋아. 극심한 고통만이 소용 있을 거야. 뼈를 긁어내어 신경주를 마음속에서 완전히 없애버려!’“사람을 보내. 구아람 씨를 따라가. 그리고 차를 대기시켜. 나도 바로 따라갈게.”우 비서는 말리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어서 동의했다.“바로 준비하겠습니다. 그리고 새 슈트를...”“슈트는 됐어. 환자는 환자답게 있어야지.”윤유성이 몸을 살짝 움직이자 아파서 식은땀이 나고 이를 악물었다. 그 모습을 본 우 비서는 마음이 아팠다. 이번에는 아람을 위해 윤유성은 올인을 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윤 사장님처럼 똑똑하신 분이,
“응, 잘 됐네.”윤유성은 가볍게 입꼬리를 올렸다.“오늘 밤 나 대신 일하느라 수고했어.”“윤 사장님, 별말씀을요. 제 목숨도 윤 사장님 것이에요. 윤 사장님을 위해 기꺼이 목숨을 바치고, 무엇이든 할 수 있어요!”서현의 부드러운 목소리는 엄청 다정했다.윤유성은 냉정하게 말했다.“조만간 사람을 보내서 항공권을 보내줄게. 그리고 카드에 돈도 넣어줄게. 1년 동안 충분히 놀아. 돈 없으면 석이를 연락해, 그럼 또 넣어줄게.”서현은 숨이 막히며 당황했다.“윤, 윤 사장님. 저를 보내실 거예요?”“신경주가 우리의 함정에 빠졌는데 그냥 넘어가진 않을 거야, 바로 조사를 시작할 수도 있어. 신경주는 바보가 아니야, 그저 구아람 씨 때문에 당황했을 뿐이야. 불필요한 문제를 일으키지 말고 먼저 나가서 숨어있어. 천세당은 석이가 잠시 맡을 거야.”“하지만!”“말 들어.”윤 사장님의 목소리가 냉정해지자 서현은 울컥했다.“네, 윤 사장님.”...아람이 가까이 있어서 먼저 거리 공원에 도착했다. 오늘 밤 기온이 뚝 떨어지고 눈이 많이 내려 평소 시끌벅적했던 공원이 유난히 쓸쓸했다.아람은 벤치에 홀라 앉아 눈 내리는 고요한 밤을 바라보았다. 지난 3년 동안 틈만 나면 이곳에 와서 앉아 있었다. 커플들이 서로 마시멜로와 아이스크림을 먹여주며 알콩달콩한 모습을 보았었고, 젊은 부부들이 아이를 데리고 와서 행복하게 노는 모습을 보았었다. 그때 아람은 항상 생각했다.‘나도 이런 날이 있을까? 평범한 부부처럼 신경주와 손을 잡고 산책하며 서로 사랑하는 날이 올까?’아람은 가슴이 떨렸다. 입김을 내뿜으며 젖은 속눈썹이 차가운 수정이 맺힌 것 같았다. 이때 아이스크림 차가 앞을 지나가자 아람은 차를 세우고 바닐라 맛 아이스크림을 샀다. 먹기도 전에 초조한 발걸음 소리가 눈을 밟으며 아람을 향해 다가왔다.“아람아.”아람은 아이스크림을 꽉 쥐고 가슴이 쿵쾅거리며 눈을 들었다. 눈앞에 있는 경주의 얇은 슈트와 머리에는 눈이 하얗게 쌓여 있었다. 얼굴과 귀는 빨갛게
경주는 눈시울을 붉히며 앞으로 다가갔다. 뜨거운 입김이 아람의 빨갛게 달아오른 코 위로 뿜어졌다. 손을 뻗어 아람을 안고 싶었다.“만지지 마!”아람은 가시를 세운 고슴도치처럼 뒤로 물러났다. 급한 마음에 손에 들고 있던 아이스크림을 경주의 곳에 던져버렸다.“아람아, 진짜야!”경주의 팔은 허공에서 얼어붙었다. 다가가고 싶지만 자신을 미워할까 봐 두려워 미칠 것 같았다.“오늘 밤 여러 번 전화했는데, 네가 받지 않았어. 무슨 일이 생긴 줄 알고 온밤 걱정했어!”아람은 깜짝 놀랐다.‘여러 번 전화했다고? 언제? 거짓말을 하고 있어? 난 한 통도 받지 못했는데. 나쁜 자식, 거짓말을 막 해?’“그 후 익명의 번호로 몇 장의 사진을 받았어. 사진 속에서 네가 낯선 남자에게 안겨서 호텔로 들어갔어. 네가 위험할까 봐 호텔에 간 거야. 그래서 기자들에게 둘러싸였어!”아람은 비아냥거리며 경주를 바라보았다.“신경주, 지어내도 믿을 만한 이유로 지어내. 이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할 줄 알았다면 애초에 널 만나러 오지 말아야 했어.”“증거 있어!”경주는 이를 악물고 얼어붙은 손을 부들부들 떨며 핸드폰을 꺼냈다. 아람은 가슴이 두근거려 입을 꽉 다물었다. 아람도 기대하고 있고 기회를 주고 있다.“이건 내가 받은 사진들이야. 봐, 이 사진의 사람이 네가...”갑자기 경주의 동공이 떨리며 핸드폰 화편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메시지함을 계속 확인했다. 문자로 보내온 사진들이 모두 사라졌다. 떨리는 두 손은 미친 듯이 화면을 훑어보았고, 경악한 눈빛이 화면을 뚫을 것 같았다. 하지만 증거가 될 사진을 찾지 못했다.‘사진, 없어졌어. 왜 없어졌어?”아람을 입꼬리를 올리고 웃었지만 눈에는 웃음기가 없었다. 차가운 분위기는 경주를 마음 아프게 했다.“신경주, 이유를 찾지 못하고 핑계를 찾지 못했으면 서둘러 나를 볼 필요는 없었어. 난 널 보고 싶지 않아. 전에도, 지금도. 앞으로도.”아람이 곁을 스쳐 지나가는 모습을 지켜보던 경주는 얼음 동굴에 빠진 것처럼 뼛속까
“윤유성!”“신 사장님, 의심하는 것보다 이런 일이 생기면 이씨 가문에 어떻게 해명할지, 친한 친구인 이유희에게 어떻게 해명할지 생각해 봐요. 이소희 씨는 아직 소녀잖아요. 이런 일이 생겼는데, 두 분이 결혼하지 않으면 수습하기 어렵겠어요.”윤유성은 눈을 가늘게 뜨고 웃으며 말했다.“유성 씨, 그만해요. 가요.”아람은 무딘 칼이 심장을 베고 있는 것만 같았다. 당장 이곳을 떠나고 싶었다. 경주에게서 멀어질수록 좋다고 생각했다. 두 사람이 돌아서자 경주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물었다.“밤새 윤유성과 같이 있었어? 지금까지 함께 있었어?”“계속 같이 있었어.”아람은 등을 돌린 채로 차갑게 말했다.“구아람, 윤유성이 그렇게 중요해? 나보다 더 중요해?”경주는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최선을 다해 억누르고 있지만 여전히 떨고 있었다.“신경주, 그런 말을 하는 이유가 뭐야?”아람은 가볍게 웃으며 안색이 어두워졌다.“심하게 말하면, 넌 자신을 바보로 만들고 있어. 가볍게 말하자면 난 나 자신을 속이고 있는 거야. 우리 그만하자. 부탁할게.”말을 마치자 두 사람은 경주의 눈물이 가득 찬 시선 속에서 사라졌다. 아람은 끝내 뒤돌아보지 않았다. 경주는 눈 속에 홀로 얼마나 오래 서 있는지 몰랐다. 눈사람으로 되기 전까지, 다리에 힘이 풀려 눈 속에 무릎을 꿇을 때쯤에야 한무가 헐떡이며 달려왔다.“신 사장님, 사모님은요? 사모님은 갔어요?”경주는 갑옷을 잃은 패배한 병사처럼 고개를 푹 숙였다. 아람이 바닥에 버린 아이스크림을 천천히 녹을 때까지 손에 움켜쥐고 있었다.“단 한 번도 나를 믿은 적이 없었어. 날 사랑하지 않아도, 어떻게 날 못 믿을 수 있어? 계속 붙잡고 있어야 해? 그럴 필요가 있어?”...리무진은 병원을 향해 달렸다. 아람과 윤유성은 뒷좌석에 나란히 앉았다. 분위기는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침울했다.“아람 씨, 저한테 화났어요?”윤유성은 고개를 기울여 아람의 차가운 옆모습을 걱정스럽게 바라보았다.“죄송해요, 아람 씨가 너무 걱정
“소연 씨, 오늘 밤 신 사장님과 함께 데리러 갈게요. 걱정하지 마세요. 절대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을 거예요.”아람의 가슴이 두근거리며 맹새했다.[들키는 게 두렵지 않아요. 그제 그 시간에만 나갈 수 있어요.]만소연은 답답한 듯 한숨을 쉬었다.“데리러 가는 건 소연 씨 안전을 생각해서예요.”경주는 엄숙한 말투로 나지막하게 말했다.“지금 윤씨 가문이 소연 씨의 일거일동을 감시하고 있을 수 있어요. 만약 갑자기 나가서 윤씨 가문 사람에게 들키면 위험해질 수 있어요.”만소연은 깜짝 놀랐다.[구, 구아람 씨, 이 분은.]“소연 씨, 두려워하지 마세요. 신 사장님이에요. 제 곁에 있어요.”아람은 눈웃음을 지으며 얼굴을 들고 경주의 얼굴을 살짝 쳤다. 경주는 바로 몸을 기울리고 여왕을 모시는 우아한 집사처럼 잘생긴 얼굴을 아람에게 들이대며 코끝을 맞댔다. 아람은 멍하니 눈을 깜빡거렸다. 경주는 이때 아람에게 키스를 했다. 혀는 천천히 움직이며 아람을 혼란스럽게 했다. 하지만 이때 경주는 아람의 입술을 떠났다.‘음, 이 나쁜 남자, 정말 나빠. 점점 나쁘네!’[신, 신 사장님? 정말 신 사장님이에요?]만소연의 눈빛이 순간 밝아지며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신, 신 사장님. 존경합니다. 제 롤모델이에요!]경주는 누썹을 찌푸렸다. 한참 생각하더니 입을 열었다.“감사합니다.”[그냥, 잘생겼다고 생각했어요. 연예인보다도 잘생겼어요. 저 신 사장님을 엄청 좋아해요!]“저 이미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요. 바로 구아람 씨예요.”경주는 스님처럼 무심한 표정으로 담담하게 말하며 아람의 어깨를 끌어안았다.[아니에요, 아니에요, 오해하지 마세요!]만소연은 황급히 해명했다.[저는 그저 신 사장님의 능력과 외모를 존경하는 거예요. 다른 뜻은 없어요. 그리고 저는 구아람 씨와 신 사장님의 팬이예요. 정말 너무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쯧, 신 사장님은 전에 인터넷에서 평판이 엄청 안 좋았는데, 얼굴 빼고 아무것도 없어. 그런데 팬이 있네? 역시 지금 시
아람의 머리를 빗어주던 경주의 손도 순간 멈칫하며 핸드폰을 바라보았다.“아람아, 아는 번호야?”“몰라.”“받을 거야?”경주는 눈썹을 찌푸렸다. 아람은 낯선 번호를 받지 않는다. 모르는 번호로 걸려오는 전화도 적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기대감으로 가득 찬 듯 막연하게 심장이 두근거렸다. 전화를 마치지 않으면 많은 것을 놓칠 것 같았다.“여보세요.”아람은 다정하게 전화를 받았다.[여, 여보세요.]전화 반대편에서 소심하고 낮고 부드러운 여자애 목소리가 들려왔다. 언뜻 들으면 아린과 비슷하게 들렸다. 아람과 경주는 서로를 쳐다보고는 즉시 스피커폰을 켰다.“죄송하지만, 누구세요?”[구, 구아람 씨 맞아요?]소녀는 나지막하게 말했다.“네, 구아람이에요.”[저, 저는 만소연이에요.]경주와 아람은 순간 긴장했다. 특히 아람의 가슴이 두근거리며 손에 식은땀이 났다. 경주는 숨을 죽이고 아람을 바라보았다. 아람의 손을 잡고 가슴에 대며 안전감을 주었다.“소연 씨, 드디어 전화가 오셨네요.”아람의 목소리는 다정한 목소리로 얘기했다. 친근하게 말하기 위해 성을 떼고 불렀다.“매일 소연 씨의 전화를 기다렸어요. 드디어 전화 오셨네요.”경주는 눈을 부릅뜨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아람을 바라보았다.‘만소연의 전화를 기다렸다는 건, 만소연을 만나고 얘기를 했다는 건데, 아니면 왜 그렇게 말하겠어. 하지만 언제 만났지? 난 왜 몰랐지?’[매일, 기다렸어요?]만소연은 잠시 침묵하더니 나지막하게 말했다.[구아람 씨, 만약 제가 연락하지 않았다면.]“그래도 기다렸을 거예요. 연락하든 안 하든 선택권은 소연 씨에게 있어요. 기다리든 말든 제 선택이에요.”아람은 이글거리는 눈빛에 굳은 의지가 가득했다. 하지만 또 한 번의 긴 침묵이 흘렀다. 하지만 아람은 상대방에게 인내심을 가지고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기다렸다.경주는 아람의 친착함을 존경했다. 목표을 이루기 위해 억울해하며 참았고 굴욕도 견딜 수 있었다. 고귀한 출생으로 인해 우월감을 느끼지 않았고
윤씨 가문은 라이브 사건을 필사적으로 숨기고 싶었지만, 윤진수의 평판이 너무 않 좋았다. 사람들은 그저 웃음거리를 보고 싶었다. 게다가 윤진수를 지목하는 구씨 가문 아가씨 아린이 나타나 더욱 드라마틱해져 점점 뜨거웠다.열기가 갈아앉지 않으면 윤진수는 경찰의 목표로 될 것이다. 윤정용은 심지어 뻔번하게 경찰 총장에게 가서 사정했지만, 마침 최고의 재벌 구만복이 오랜만에 실검에 올랐다. 사무실의 TV에서 뉴스가 방송되었다. 새로운 프로젝트를 위한 리본 커팅 행사에 참석한 후 기자와 인터뷰하는 구만복의 모습이 보였다. 기자는 바로 물었다.“구만복 씨, 이틀 전 라이브에서 따님이라고 주장한 여성.”“따님이라고 주장한 여자?”구만복의 안색이 순간 차가워지며 반박했다.“어느 언론사 출신이에요? 이렇게 정보에 대한 감수성이 떨어지는데 기자를 해요?”사람들은 구만복의 압박감에 숨도 쉬지 못했다.“제 친딸이에요. 우리 구씨 가문의 막내 공주님. 제 셋째 부인 초연서의 딸이에요.”구만복의 표정은 유난히 차가웠지만, 아린을 언급하자 날카로운 눈빛에 보기 드물게 온기가 돌았다.“제 눈에 아람이든, 아린이든 모두 소중한 딸이에요. 아린을 공개하지 않은 건, 나이도 어리고 확교를 다니고 있고, 모녀가 겸손해서예요. 아이의 학교생활을 방해할까 봐 공개적인 자리에 데리고 다니지 않았어요.”“결국 모두 막내딸을 지키려고 한 거예요. 하지만 내 딸을 보호하는데, 윤진수 그 짐승에게 기회를 주었어요!”‘젠장, 구 회장님의 말이 정말 날카롭네. 구만복과 윤정용이 친하다는 것을 모른느 사람이 없잖아. 하지만 막내딸을 위해 윤씨 가문의 체면을 전혀 봐주지 않네!’“우리 딸은 큰 굴욕을 당했어요. 윤씨 그룹이 사적으로 가고 싶은데, 그럴 일은 없어요. 반드시 끝까지 조사할 거예요!”구만복의 눈시울이 붉히며 하마터면 카메라 앞에서 실례를 할 뻔했다. 겨우 화를 억누르며 카메라를 향해 이를 악물었다.“윤정용, 너 이 자식, 양심이 있으면 네 아들이 대가를 치르고 우리 딸에게
“아람아, 너, 너 왜 들어왔어, 언제 들어왔어.”경주는 여전히 멍했다. 습관적으로 아람의 허리를 잡고 위아래로 부드럽게 문질렀다. 아람은 가슴을 가리고 투덜거렸다.“깜짝이야. 방금 네 눈빛이 엄청 무서웠어. 날 잡아먹을 것 같았어.”“미안해, 아람아. 입대했을 때 생긴 고질병인 것 같아. 불치병 같은 반응이야.”그 말을 듣자 아람은 가슴이 아파 경주의 얼굴을 만졌다. 경주는 죄책감을 느꼈다. 아람의 손을 잡고 손등을 키스했다.“왜 몰래 들어왔어. 들키면 어떡해.”“몰래? 여긴 내 집이야. 왜 몰래 들어와. 난 당당하게 들어온 거야.”아람은 교활한 미소를 지으며 경주의 코끝을 가리켰다.“왜? 신 사장님이 좀 당황한 것 같지?”“정식으로 네 집에 온 건 이번이 처음이야. 아람아, 네 가족에게 좋은 이미지를 남겨주고 싶어.”경주는 미소를 지으며 나지막하게 말했다.“풋, 그거 때문이었어?”아람은 웃음을 떠뜨렸다. 장난스럽게 손가락으로 경주의 셔츠 단추를 풀었다.“우리 가족은 세상에서 제일 무섭고 챙기기 힘들고 잘해주기도 어려운 사람이야. 아니면 윤유성 그 독뱀이 벌써 우리 집에 들어왔겠지. 안 그래?”“아람아.”경주는 씁쓸하게 웃었다.“우리 가족은 널 천천히 받아드리고 있어. 그러니 걱정 마. 너 답게 행동해.”아람은 다정하게 말을 하며 경주의 셔츠 단추를 모두 풀었다.“또 나 몰래 밤새 일했어? 이렇게 앉아서 자면 허리디스크 터져. 잠옷을 갈아입고 편하게 누워.”“응, 알았어.”경주는 얌전히 말을 들었다. 잠옷을 갈아입을 때 기지개를 펴니 허리가 아팠다. ‘설마, 정말 나이가 들어서 그래?’“아람아, 빨리 방으로 가.”경주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아람은 귀여운 토끼처럼 재빨리 이불속으로 들어갔다.“너랑 같이 잘 거야.”“아람아, 말 들어. 이제 성주로 돌아가면.”“싫어. 지금 같이 잘 거야.”아람은 경주의 옷깃을 잠고 놓지 않았다. 경주는 아랫입술을 깨물고 있는 아람의 매혹적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욕망이 솟
구만복이 말하자 모두가 발걸음을 멈추고 갑자기 조용해졌다. 아람은 깜짝 놀라 눈을 부릅떴다. 입을 크게 벌리며 믿기지 않는 듯 구만복을 바라보았다.“방금, 뭐라고 하셨어요?”경주는 가슴이 떨리며 눈을 부릅뜨고 구만복의 잘생기고 위엄 있는 얼굴을 바라보았다. 순간 숨이 막히고 가슴이 두근거렸다.“지금 출발하면 새벽에 도착하잖아. 내일 아침 별일 없으면 오늘 여기서 자고 가.”구만복은 눈썹을 찌푸리며 기침을 두 번했다. 이번에는 똑똑히 들었다. 경주도 들었고, 아람도 들었고, 모든 사람이 들었다. 서프라이즈가 경주에게 다가오자 경주의 가슴이 두근거렸다. 맑은 눈에 감동적인 감정으로 가득 찼고 울컥하며 구만복을 향해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고마워요, 구 회장님. 받아주셔서 고마워요.”받아준다는 말은 대단한 거물이자 성주 제1 재단의 도련님을 비참하게 했다. 아람은 가슴이 아팠다. 경주가 억울한 모습을 보지 못해 급히 다가가 경주를 부축했다.“뭐 하는 거야. 그냥 하룻밤인데, 이럴 필요는 없잖아.”“필요 있어. 아람아.”경주는 누시울을 붉혔다. 눈물을 글썽거리며 가슴 속 설렘이 휘몰아쳤다.“너무 기뻐. 지금까지 이룬 업적들을 모두 모아도 이 순간만큼 행복하지 않았을 거야.”다른 사람에게는 그저 단순한 하룻밤일 것이다. 그러나 경주에게는 희망이었다. 구만복은 경주를 의미심장하게 바라보며 먼저 별장으로 들어갔다.“수해 오빠, 아빠가 형부를 용서한 거야? 형부를 받아준 거야?”아린은 수해의 팔짱을 끼고 까치발을 들어 수해의 귀에 속삭였다.“받아주는 거였으면 좋겠어.”아린을 바라보는 수해의 눈빛은 한없이 다정했다. 손을 들어 아린의 머리카락을 정리해 주었다.“어제보다 오늘 조금만 더 발전하면 다 좋은 거야.”아람은 감동하여 경주의 얼굴을 잡고 아무도 없는 듯이 키스했다. 처음에 경주는 부끄러워 온몸이 굳어졌다. 하지만 저도 모르게 아람의 가느다란 허리를 끌어안고 키스했다. 구씨 가문의 어른들은 보기 부끄러워 모두 황급히 돌아서서 떠났
강소연은 누군가가 아린을 비난하자마자 즉시 키보드를 잡고 네티즌과 맞섰다. 뿐만 아니라 강지구에게도 연락해 라이브 방송 댓글창에 글을 남기도록 지시했다. 순식간에 백여 명이 댓글을 달기 시작하며 논쟁이 격화되었고, 결국 모두 금언 조치가 내려졌다.밖에서 아무리 큰 폭풍이 몰아쳐도 해정원에 들어오면 모든 것이 사라지는 것 같았다. 아람은 가족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따뜻하고 화목한 모습을 보며 눈시울을 붉히며 말을 잇지 못했다.엄마가 돌아간 후, 아람은 해장원을 집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방황의 날이 쓰라리고 힘들어도 그저 탈출하고 싶었다. 하지만 이제 이곳은 점점 집 느낌이 있었다. 아람에게 안식처가 되는 곳은 단 두 곳이다. 해장원과 경주의 따뜻한 품이다.라이브 풍파가 지난 후, 구만복과 초연서는 수해에 대한 태도도 미세산 변화가 있었다. 그날 아린과 수해가 헤어지기 싫어하는 모습을 보자 구만복은 수해를 집에 있게 했다. 그저 각방을 썼을 뿐이다.절대 모두가 잠든 동안 소중한 딸 아린의 방에 몰래 들어가서 이상한 짓을 하면 안 된다고 했다. 시련과 곤난을 겪어온 수해와 아린에게 이것은 행복한 일이었다. 아린은 엄청 기뻐했다. 수해도 눈물을 흘릴 뻔할 정도로 흥분했지만 그저 묵묵히 구만복에게 인사를 했다.최선을 다해 아린을 챙겨주고 평생 행복을 주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맹세했다. 이 기회에 수해는 다시 구만복의 인정을 받았다. 옆에서 화기애애한 가족의 모습을 보고 있는 경주는 여전히 이방인처럼 느껴졌다. 아람은 아린과 수해의 행복한 분위기에 감염되어 옆에 있는 안색이 어두워진 경주를 신경 쓰지 못했다. 경주는 가슴이 아파나며 씁쓸해졌다. 한참 후, 경주는 입꼬리를 올리며 체념을 하듯 씁쓸하게 웃었다.경주의 마음은 여전히 안 좋았지만 솔직하게 받아들였다. 구만복이 평생 경주를 인정하지 않더라도, 아람의 곁에 있고 지켜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만족할 수 있었다. 죄인은 용서받을 자격이 없다. 이 곳에 설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큰 은혜를
당황한 나머지 윤진수는 부축을 받아도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윤성우는 도현을 악의적으로 노려보았다. 입을 열려고 할 때, 계속 침묵하고 있던 유성이 적절한 타이밍에 말을 했다.“진수 형, 그냥 구 팀장님과 함께 가세요. 형은 당당하잖아요. 그냥 수사에 협조하는 거예요. 당황하지 마세요. 금방 끝날 거예요. 끝나면 우리가 데리러 갈게요.”윤성우는 유성을 노려보며 화를 냈다.‘젠장, 또 잘난 척할 기회를 줬네!’유성은 돌아서서 윤정용의 귀에 속삭였다.“아버지, 구도현의 말이 맞아요. 진수 형이 수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제 발이 찔리는 것 같아보여요. 구도현은 더 악랄한 수단으로 형을 상대할 거예요. 그때는 정말 곤란할 거예요.”윤정용은 마음이 흔들려 즉시 태도를 바꾸었다.“진수야, 가.”“아버지!”윤진수의 표정은 마치 절망에 빠진 듯했다. 윤정용은 손을 흔들었다. 원망함과 분노가 뒤섞여 말문이 막혔다. 결국 윤씨 가문 사람들은 두 경찰이 윤진수를 데려가는 것을 보고만 있고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도현이 떠나기 전 차갑게 윤유성을 노려보았다. 유성은 날카로운 시선에 움찔했다. 마치 범인을 심문하는 듯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그 눈빛은 유성의 자존심을 건드렸고 마음이 불편했다.“구도현, 거기 서!”윤성우가 얼굴을 붉히며 다가갔다. 지금의 윤진수를 도와주기 보다 도현을 이기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 도현은 발길을 멈추고 무심하게 바라보았다.“흥, 인정해. 네가 우리를 어떻게든 곤경에 빠뜨리려고 하는 것이잖아. 전혀 정의감에 비롯된 것이 아니야. 그저 개인적인 복수를 하려는 거지. 구아람과 구아린 대신 화풀이하고 싶은 거지?”도현은 날카로운 눈을 가늘게 뜨고 고개를 갸웃거리며 입을 움직였다.‘그게 왜?’소리없이 입모양만 보여주었지만 윤정용과 윤성우는 화가 나서 머리가 터질 듯했다. 달려가 도현을 때리고 싶었다. 도현이 떠난 직후 윤정용은 더 이상 버티지 못했다. 윤성우와 유성의 부축에 소파에 앉아 뜨거운 차를 마시며 진정했다.“성우
“경찰서 커피가 맛이 없이 없도 건강에 해롭지 않아요. 윤씨 가문의 음식에 감히 입을 대지 못해요. 배가 썩을 수도 있잖아요. 건강을 다치고 마음을 다치면 너무 소해잖아요.”도현은 차갑게 비웃으며 윤성우의 비아냥거리는 말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구도현 도련님, 내 아들의 사건은 이미 끝났어요. 당신이 직접 풀었줬잖아요. 지금 와서 왜 또 이러는 거예요!”윤정용은 싸울 기분이 없어 눈시울을 붉히며 화를 냈다.“증거도 없이 진수를 그냥 데려갈 수는 없어요. 마음대로 하게 두지 않을 거예요. 우리 윤씨 가문은 구씨 가문의 손에 잡히는 멍청한 놈이 아니에요.”“두 가문이 오랫동안 친구로 지냈고, 구만복의 아들인 것을 봐서 체면을 봐주는 거예요. 선을 넘지 마세요!”‘구만복의 아들? 구 팀장님이 해문 갑무의 아들이야? 구아람의 오빠?’이 충격적인 소식에 두 경찰은 입을 가리며 크게 놀랐다. 수년 동안 경찰로 일하면서 도현은 항상 겸손하고 일에만 집중했다. 자신의 사생활과 가족사에 대하 한 마디도 한 적이 없었다. 전에 도현이 형사 팀장이 되었을 때, 어린 나이에 중요한 임무를 맡아 경찰서에서 소문이 자자했다. 도현은 낙하산이라고 했다. 하지만 유언비어는 순간 사라졌다. 단 3년 동안 도현은 큰 사건을 잇달아 해결하고 여러 차례 공로를 세우며 소문이 점차 사라졌다. 경찰들도 도현의 집안이 대단할 거라고 예상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도현은 윤정용이 동료들 앞에서 구만복을 언급하는 건 압력을 가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전혀 흔들리지 않았고, 심지어 웃음이 터졌다.“법은 무고한 사람을 잘못 선고하지 않아요. 마찬가지로 단 한 명의 짐승을 놓치지 않을 거예요.”윤씨 가문 사람들의 안색은 10년 넘게 타다 남은 솥바닥처럼 어두웠다. “구도현, 너, 너, 누구보고 짐승이라고 하는 거야!”윤진수는 도현의 잘생긴 얼굴을 가리키며 화를 냈지만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윤진수 씨, 당신이 강간 미수 사건과 관련된 것으로 의심되니 우리와 함
“경, 결찰? 그 하찮은 놈들이 또 찾아왔어?”윤진수는 구치소에서 사람 같이 않은 삶은 보낸 날들을 생각하자 다시는 돌아가서 악취를 풍기던 그 쓰라린 삶을 살고 싶지 않아 겁에 질렸다.“아버지, 형, 꼭 막아주세요!”윤정용의 안색이 어두워지며 마음이 급해 걸어다녔다.“진수야, 긴장하지 마.”윤유성이 다가가 진수의 떨고 있는 어깨를 토닥였다.“두 여자애를 면밀히 감시하고 있어. 아직 경찰에 연락하지 않았어. 그건 아직 증언할 의사가 없다는 거야. 경찰도 그냥 온 거야. 아니면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처럼 보이잖아. 일단 가 봐.”...윤씨 그룹 사람들이 아래층으로 내려왔다. 방문객을 보자마자 깜짝 놀랐다. 거실에 서 있는 도현과 두 경찰이 보였다. 카리스마 넘치는 표정과 훤칠한 키를 가진 도현은 마치 칼을 꽂은 것처럼 앞에 나타났다. 권위적이고 위압적이라 억압감이 느껴졌다.윤정용의 안색이 안좋았다. 심지어 마음속에서 질투까지 했다. 구만복의 자식들은 모두 예쁘고 잘생겼다. 능력도 좋고 그저 경찰인 첩의 막내아들 도현도 카리스마가 넘쳤다. 자기 자식이 제일 소중하다고 하지만, 윤민주와 윤진수가 한 짓을 생각할수록 화가 났다. 도현의 앞에 나서기 창패했고 체면이 깎인다고 생각했다. 비교해 보면 그나마 막내아들인 유성이 괜찮았다. 외모, 기질, 능력도 뛰어나 구씨 가문과 경쟁할 수 있었다. 하지만 윤정용은 제일 아이러니한 점을 잊었다. 유성은 한때 윤정용이 가장 싫어하고 경명했던 자식이었다. 심지어 유성 모자를 S국으로 보낸 후 윤씨 가문 전체 앞에서 죽은 사람 취급하라고 말하기도 했다. 어린 유성이 무릎을 꿇고 애원하고 나서야 마지못해 유성의 계좌로 매년 일정 생활비를 보내주기로 했다. 그외 가족 재산, 권력, 주식, 윤씨 가문의 모든 것은 유성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이 모든 것은 고상아가 윤정용을 배신해서 시작한 것이다. 고상하는 비천한 경호원과 몰래 만났고, 그 모습을 윤정용이 직접 목격했다. 간통한 경호원은 가혹한 처벌을 받고 외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