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객들은 바자회를 참가하기 위해 잇달아 다른 연화장으로 들어갔다.구아람은 기자들 앞에서 빠져나와 공격을 피하고 복도로 가서 안정을 찾았다.“아가씨!”임수해는 걱정되어 급히 그녀 곁으로 달려갔다.“괜찮으세요?”“까다로운 기자들일 뿐인데, 무슨 일이 있겠어, 괜찮아.”침착한 아람은 눈썹을 살짝 찌푸렸다.“지금 내 곁에 있지 말고 연회장에 가서 돌봐야지.”“하지만…… 아가씨가 걱정돼요.”급해난 수해는 목소리까지 쉬었다.“저 기자들은 분명 목적을 가지고 온 거예요. 누군가가 아가씨를 괴롭히기 위해 보내온 사람들이에요! 계속 우리의 실수만 따지고 있잖아요, 망신 당하게 하려고!”“그건 당연한 거잖아. 자선 행사를 열었는데 설마 기자들이 와서 덕담을 해주겠어?”아람은 팔짱을 끼고 담담하게 말했다.“그리고 질문들도 문제없어. 확실히 내가 소홀해서 실수한 것이고, 화려하게 입은 짐승들이 그 틈을 타서 날 비꼬는 것도 남을 탓할 수 없지.”‘화려하게 입은 짐승들이라…….’수해의 머릿속에는 순간 진주 모녀가 떠올랐다.“하지만, 네가 한 말을 동의할 수 없어. 기자들은 확실히 누군가가 일부러 보낸 사람들이지만 날 망치려는 것이 아니라 날 도와주러 온 거야.”아람은 벽에 기대고 손끝으로 팔을 가볍게 툭툭 쳤다.“신효린이 득의양양하고 떠들썩거리게 내버려 둬. 내가 젤 잘하는 건 상대가 세상을 다 가진 줄 알았을 때 갑자기 떨어뜨려 여지없이 패배하게 하는 거야. 허허, 재밌어.”수해는 아가씨의 점점 어두워지는 눈빛을 보니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독해지면 정말 구윤 사장님과 똑같으시네. 장미는 비록 예쁘지만 가시가 있고 독이 있는 법이지.’연회장에 사장님 비서인 수해의 도움이 필요해 그는 쏜살같이 달려갔다.아람은 행사 때문에 하루 종일 아침만 먹고 온 하루 물 한 모금도 마시지 않았다.배고파서 소파에 축 늘어진 그녀는 하이힐을 걷어차고 하얀 발을 드러냈다.불쌍하게 웅크리고 있었고 배가 고파서 위가 쓰려났다.“배…… 배고파.”아람은 힘없이 나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야?”경주는 어처구니없다고 생각해 눈썹을 찌푸렸다.“내 말은, 내게서 떨어져라고. 네가 잘해 줄 필요 없어, 털끝만큼도 필요 없거든.”아람은 통증을 참으며 일어섰고 청아한 얼굴은 창백해졌다.“김은주가 널 떠나서 감정을 마구 표출할 상대가 없는 거야? 난 쓰레기통이 아니야, 너도 차선책을 택하지 마. 네가 천박하게 굴 수 있어도 난 그러기 싫거든!”엄청난 억울함과 치욕으로 눈시울을 붉힌 경주는 주먹을 꽉 쥐었다.‘단지 배가 고파서 괴로워하는 것 같아 케이크를 줬을 뿐인데, 어떻게 날 이렇게 생각하고 이렇게 원망스럽게 나의 가슴에 칼을 꼿을 수 있어?’아람은 하이힐을 신고 등을 곧게 피더니 매섭게 앞으로 걸어갔다.케이크를 줍고 있는 경주는 그녀의 냉정한 뒷모습을 보자 숨조차 쉴 수가 없었다.지금의 아람은 그를 향해 꽃처럼 웃지 않는다.실패한 결혼은 그녀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트라우마로 되었다.마치 전쟁터에서 구사일생으로 살아나 외상후 스트레스장애를 남긴 병사와 같아 조금만 잘해줘도 거부하고 이것저것을 의심한다.경주는 입술을 부들부들 떨며 가슴의 심한 통증을 참으며 손으로 케이크를 부숴버렸다.‘멀쩡한 사람, 멀쩡한 사랑을 내가 다 망쳤네…….’……연회장.바자회까지 아직 얼마간의 시간이 있다. 엘스와 안나 조는 오늘 밤 패션계와 연예계의 두 거물로서 자연스럽게 모든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고 기자들도 그녀들을 둘러싸고 인터뷰를 했다.진주는 다른 사모님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 우의를 돈독히 하였고 신효린과 이소희는 각자 꿍꿍이를 꾸미고 있었다.신효린은 안나 조와 함께 사진을 찍고 기자들의 인터뷰를 받고 싶었다. 그녀가 성사시킨 프로젝트이니 이 일을 대대적으로 홍보하여 자신의 능력을 과시하고 싶었다.그리고 이소희는 엘스와 사진을 찍고 싶었다. 이렇게 하면 자신의 패션 감각을 끌어올릴 수 있고 향후 패션계로 진출할 때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안나 씨! 오늘 이 목걸이를 하고 행사에 오실 줄은 몰랐네요, 정말
주위의 스타들과 기자들은 놀란 눈빛으로 구아람을 바라보았다.“엘스 씨, 죄송해요. 기다리시는 줄 몰랐어요.”늘 침착하던 아람은 다소 과분한 사랑을 받아 놀라서 얼굴을 붉혔다.엘스의 선글라스 뒤의 두 눈에는 화기애애한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괜찮아요, 오늘 밤 수고 많으셨어요.”그리고 다정한 자매처럼 아람의 어깨를 감싸고 기자들을 향해 웃었다.“여러분, 사진 좀 찍어주세요.”아람은 놀란 듯 눈을 부릅떴다.‘헐! 오래 살고 볼일이네! 늘 눈이 높고 성격이 삐뚤어진 패션계의 마녀인 엘스가 주동적으로 다른 사람과 사진을 찍는다고? 구 사장님이 참 대단하시네. 매력이 넘치고 많은 사람들을 매료시키네!’이 모습을 본 신효린과 이소희의 표정이 무너졌다.특히 무시를 당한 이소희는 솟구치는 치욕감으로 어쩔 바를 몰랐다.‘왜? 도대체 왜! 구아람은 몸에 꿀을 발라놨나? 왜 이름난 인물들은 하나같이 벌들처럼 그녀에게 달려드는 거야? 이해가 안 가네!’아람과 엘스는 서로 껴안고 사진을 찍었다. 비록 애써 침착한 척했지만 흥분된 마음은 부글부글 끓고 있었다.전에 잃었던 체면을 지금 이 순간 다소 만회했다.사진을 찍은 후 아람과 엘스는 조용한 곳으로 가서 이야기를 나누었다.“엘스 씨, 방금 정말 감사합니다.”아람은 매우 정성스럽게 말했다.“오늘 밤 보시다시피, 제가 어려움에 부딪혔어요. 저와 사진을 찍으신 건 저를 인정해 주고 체면을 살려주셨어요.”“구아람 씨…….”“알아요, 저는 이번 행사의 주최자이고 우리는 같은 배에 올라탄 사람이에요. 절 도와주신 건 이번 행사를 멋지게 만들기 위해서죠.”주제를 파악하는 아람은 빙그레 웃었다.“하지만 어쨌든 감사합니다.”“아니요, 구아람 씨. 제가 도와드리는 건 비즈니스와 상관없어요.”엘스는 어른처럼 자상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구아람 씨의 오빠 구윤 때문입니다. 이번에 아람 씨를 많이 도와주고 챙겨줘라고 저에게 부탁했었거든요.”아람은 놀라서 눈을 부릅떴다.구윤는 마음을 졸이는 성격이라 늘 그
구윤을 언급하자 엘스의 눈에는 사랑이 가득 찼다.아람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 오빠가 도대체 이 여자에게 무슨 짓을 해서 이토록 좋아하게 한 건지 알 수가 없었다.‘참 대단해, 사람의 마음을 홀리는 신이네!’……연회장 밖.신경주는 흡연 구역에서 담배 세 대를 피웠는데도 답답한 마음은 풀리지 않았다.바자회가 시작되려 하자 그는 무거운 마음으로 연회장으로 갔다.우뚝한 경주는 복도 왼쪽 끝에서 씁쓸하게 걸어오고 있었다.그리고 복도 너머로 품위 있고 멋진 남자가 다가왔다.두 사람은 연회장 앞에서 나란히 걸음을 멈췄다.마주친 두 눈은 마치 불길을 일으킬 것 같았고 보이지 않지만 엄청난 기세가 느껴졌다.안색이 어두워진 경주는 윤유성의 냉정한 눈을 쳐다보더니 표정이 점점 싸늘해졌다.윤 도련님은 금테 안경을 올리며 입가에 웃음을 띠었다.“신 사장님, 우연이네요. 사장님께서도 자선 사업에 힘을 보태려고 온 겁니까?”경주는 입꼬리를 천천히 올렸다.“저는 윤 도련님이 생각한 만큼 사랑이 넘치는 사람은 아니거든요. 그냥 그녀를 위해 힘을 보태려는 겁니다.”그가 말하는 그녀는 아람 외에 그 누구도 아닐 것이다.윤유성은 비록 미소를 짓고 있었지만 이미 주먹을 움켜쥐었다.……오늘 밤의 하이라이트인 바자회가 마침내 시작되었다.이번 행사를 참여하는 방식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경매품을 기증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경매에 참여하는 것이다.수익금은 모두 국가가 설립한 자선기금에 기부되어 자선사업에 사용될 것이며, 전 과정이 공개되고 투명하여 그 어떤 조작도 없을 것이다.‘민트’가 개최한 자선행사는 올해로 15년째를 맞이한 가운데, 이번 KS WORLD에서 역대 최다 기부금이 나올 거라는 추측도 있었다.경주와 윤유성이 나란히 입장하여 한바탕 소동을 일으켰다.하지만 오늘 밤은 주인공은 아람이기에 그들은 주객이 전도되기 싫어 조용히 맨 뒷줄에 앉아 우월한 배경의 역할을 했다.아람은 윤유성이 온 줄 모르고 있다. 그녀는 엘스와 젤 앞에 앉아 귓속말을 주고
에메랄드 다이아 목걸이의 등장으로 현장을 들썩였다.눈으로 봐도 이 목걸이는 다이아몬드의 순도부터 커팅 기술까지 모두 최고이고, 가치가 이미 수억 원에 달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이런 컬렉션 급 주얼리로 자선의 경매에 참가하는 윤씨 그룹은 정말 대범한 것 같았다.이때, 눈부신 빛이 윤유성의 아름다운 자태를 비추었다.호기심 많은 사람들은 고개를 돌려 남자의 준수한 외모를 보니 감탄이 쏟아졌다.하지만 애정이 담긴 윤유성의 눈은 아람 쪽을 대놓고 바라보았고 마치 그의 시야에는 그녀 한 사람만 보이는 것 같았다.윤유성은 오직 그녀만 보고 싶었다.“너무 예쁘게 생겼네! 얼굴에 흠집 하나 없이 마치 하얀 조각상 같네. 누구지?”“윤씨 가문의 도련님이겠지, 아니면 어떻게 비싼 주얼리를 내놓겠어?”“윤씨 가문의 도련님? 왜 한 번도 본 적이 없지?”“구아람 씨를 이렇게 성원하다니, 설마…… 그런 사이인가?”“그런 사이면 뭐 어때? 구아람 씨도 미인이잖아. 윤 도련님과 너무 잘 어울려, 천생연분인 커플 같아!”재잘재잘 떠드는 소리는 마치 모기나 파리가 경주의 귓가에서 윙윙거리는 것 같았다.‘천생연분은 무슨…… 윤유성의 창백한 얼굴과 음흉한 눈빛을 보면 조고와 위충현이 떠오르잖아, 분명 간신상인데!’“에메랄드 다이아 목걸이의 시작 가격은 4억입니다, 경매 스타트!”사회자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사람들은 잇달아 번호판을 들었다.“5억!”“6억!”“6억 6000만!”“7억!”현장의 분위는 뜨거웠고 경쟁은 상당히 치열했다.사실 행사가 시작되기 전부터 아람은 위가 아팠다.하지만 첫 번째 경매품이 눈 깜짝할 사이에 7억까지 올라간 것을 보자 허리도 시큰거리지 않고 등도 아프지 않았다.역시 돈은 만병통치약이다.그러나 진주 모녀의 표정은 다른 사람들과 다르게 원망으로 가득 찼다.원래 아람이가 망신하는 모습을 구경하러 왔지만 경매가 시작부터 이렇게 성공할 줄은 생각도 못 했다. 전에 만든 여론의 공격은 오히려 시원치 않고 재미없어 보였다.“엄마!
사람들은 더 이상 가격을 부르지 않았다.기분이 좋은 아람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오프닝을 매우 만족했다.“8억.”침착하고 분위기 있는 목소리가 갑자기 뒤에서 들려왔다.숨이 막히는 듯한 느낌이 든 아람은 웃음을 거두었다.‘헉’사람들도 놀라서 잇달아 뒤를 돌아봤다.맨 뒤에서 서늘한 표정을 지은 경주는 번호판을 높이 들고 있었다. 그의 행동에서 무조건 얻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느껴졌다.“신씨 그룹의 신 사장님이네!”“헉! 언제 오셨대?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네!”“겸손한 자태로 사치스럽게 행동하시네!”경주는 계속 번호판을 들고 있었고 시선은 아람에게 고정되었다.그러나 아람은 뒤로 돌아보지도 않았다.8억으로도 구씨 가문 아가씨의 눈길을 사지 못했다.‘보아하니, 돈을 더 써야겠네.’“8억으로 이 목걸이를 산 다고? 가치를 훨씬 뛰어넘었네. 아무리 부자라도 돈을 이렇게 쓰지 말아야지.”엘스는 이런 행위에 약간 거부감을 느껴 고개를 저었다.“이런 멍청한 사람이 많으면 가난한 산간지역 아이들에게 희망도 더 많아져요.”아람은 입꼬리를 올렸지만 속으로는 경주 그 나쁜 자식에게 욕설을 퍼붓고 있었다.“신씨 그룹 신 사장님 축하드립니다! 자선사업에 지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사회자가 최종 결정을 내리자 현장은 열렬한 박수를 보냈다.카메라가 경주를 향할 때 그는 입술을 살짝 치켜올리고 담담하게 웃음을 지었다.멀지 않는 곳에 있는 윤유성은 손으로 안경을 밀었고 눈빛이 오싹했다.바자회는 순조롭게 진행되었다.현장에서 기증한 주얼리들은 모두 비싼 값에 팔렸고, 진주마저 상징적으로 하나를 구매했다.그러나 아람을 불쾌하게 만든 것은 가격이 맞지 않는 주얼리만 나오면 경주는 일부러 가격을 올려서 구매한다는 것이다.한 시간 만에 그는 주얼리 세 개를 샀고 이미 60억 가까이 썼다.안색이 차가운 아람은 순간 경주를 바지회에서 쫓아내고 싶었다.이때, 경주는 또 다른 가치가 없는 주얼리를 구입하자 주위에서 웅성거리기 시작했다.“이게 4억 원이나 된다고?
신효린과 이소희는 온갖 생각을 다 했어도 안나 조가 그 목걸이를 사람들 앞에서 기부할 줄은 상상도 못했다.‘어떡해!’신효린은 재빨리 고개를 돌려 이소희를 바라보았다. 두 사람은 몇 미터 떨어진 곳에서 눈을 마주쳤지만 대화를 하고 싶어도 입을 뗄 수가 없었다.알렉스 작품의 등장으로 비로소 현장 분위기가 절정에 올랐다.현장에 있는 주얼리계 전문가와 애호가들은 모두 몸을 앞으로 숙이고 전설적인 디자이너의 작품을 보기 위해 기린처럼 목을 길게 빼었다.밤새도록 잠잠했던 신경주와 윤유성도 오래전부터 듣던 알렉스의 이름이 나오자 눈을 반짝거렸다.두 남자는 손에 든 번호판을 움켜주고 마음은 이미 꿈틀거리고 있었다.“효린아, 왜 일어났어? 빨리 앉아, 주위 사람들이 보잖아!”진주는 창피하여 그녀의 팔을 힘껏 잡아당겼다.“엄마. 큰, 큰일 났어!”떨리는 목소리로 말하는 신효린이 주저앉고 말았다.“왜? 무슨 일이야?”“안나 조가 기부한 이 목걸이는 내가 선물해 준거야…….”“네가? 어디서 알렉스의 주얼리를 얻은 거야?”의아하던 진주는 순간 화가 났다.“이렇게 비싼 목걸이는 네가 직접 선물해 준 건데, 저 여편네는 정말 물건을 아낄 줄 모르는 사람이네, 호의를 악의로 받아들여? 이건 너의 체면을 깎고 있잖아! 너도 참, 알렉스가 디자인한 주얼리를 엄마에게 선물해 주지 않고 저 딴따라에게 선물해 줘? 내가 널 헛 키웠네!”“엄마, 저 목걸이는…… 가짜야.”신효린은 식은땀을 벌벌 흘리며 목소리는 모기처럼 낮았다.이 말을 듣자 진주의 가슴이 덜컹거렸다.“뭐? 가짜라고?”“이, 이소희가 알렉스의 제자에게 부탁해서 만든 모조품이야…….”신효린은 부들부들 떨며 말했다.“안나가 계속 계약을 미루고 있었어. 급한 마음에 구아람처럼 알렉스의 주얼리로 안나의 마음을 잡으려고 했어…… 모조품이 잘 만들어졌고 알렉스의 비인기 작품이었기 때문에 안나가 눈치채지 못했어. 이렇게 하면 반드시 발각된 거라는 건 알아, 나중에 발각되어도 계약을 체결했으니 안나가 아무리 후
“이것은 알렉스 씨가 그동안 주얼리를 디자인하며 고수해 온 이념입니다. 팬으로서 이런 방식으로 알렉스의 발걸음을 따르고 싶습니다. 신효린 씨가 저의 이런 행동에 대해 섭섭해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싫어서가 아니라 오히려 너무 좋아서 더 큰 가치를 발휘하기를 바라는 겁니다.”말을 이렇게 한 이상, 신효린은 당연히 부정을 하지 못했다.단지 머리 위의 빌어먹을 불빛과 스크린에 찍힌 난처한 얼굴이 사라지고 자신도 이 자리에서 사라졌으면 했다.“알렉스의 작품은 구하기 어렵고 의미도 큽니다. 그래서 안나 조 씨는 이 경매품을 최저가 없이 경매하기로 결정했습니다.”경매가 시작되었지만 사람들은 머뭇거리기 시작했다.“50억.”맑고 은은한 목소리가 들려왔고 윤유성은 웃으며 천천히 번호판을 들었다.‘50억?’이건 오늘 밤 지금까지의 모든 경매품 중 최고가이다.‘최저가가 50억으면, 수백억까지 가려는 건가?’비록 알렉스의 작품은 그만한 값어치가 있지만, 이 또한 수많은 도전자들을 뒷걸음치게 했다.“90억.”냉정한 표정으로 번호판을 든 경주는 여전히 쌀쌀했다.다만 차가운 눈동자 사이에 그어진 불길이 억제하기 어려운 투지와 야망을 드러냈다.사람들은 깜짝 놀랐다.‘신 사장님의 집에 지폐 인쇄기가 24시간 계속 돌아가고 있나? 엄청 쉽게 40억을 올리네.’원래 도전해 보려는 사람들이 이 소리를 듣자 아예 포기를 했다.“130억.”윤유성은 눈 깜짝하지 않고 다시 번호판을 들었다.그도 40억을 추가했다. 이건 분명 경주와 맞서고 경쟁하는 것이다.“170억.”“210억.”현장에는 믿을 수 없다는 함성을 질렀고 완전히 떠들썩했다.‘그래, 윤 도련님의 집에도 지폐 인쇄기가 있네.’아람은 팔짱을 끼고 눈을 깜빡 거리더니 입술을 오므렸다.경매가가 주식이 들썩이는 것처럼 오르는데도 얼굴에는 웃음기가 전혀 없었다.“구아람 씨, 두 분은 경매가 아니라 싸우고 있는 것 같네요.”엘스까지 눈치챘다.“그러게요. 여기를 술집으로 생각하고 말다툼을 하고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