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 예리한 질문에 모두의 시선이 양준호에게 쏠렸다. 양준호는 구아람의 날카로운 눈빛에 가슴이 철렁했지만 최대한 침착하게 말했다. “안나 조씨가 신씨 호텔과 계약한다는 건 이미 공공연한 사실 아닙니까? 전에 신씨 호텔과 저희가 안나의 결혼식 주최권을 놓고 경쟁했을 때, 안나 씨는 저희를 선택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우리 쪽의 실수로 안나 조와의 계약이 파기되었습니다. 게다가 이제 결혼식도 얼마 남지 않았으니 안나가 신씨 호텔 쪽으로 넘어가는 건 당연한 일 아니겠습니까?” 이 말은 사실 틀리지 않았다. 아람은 싱긋 미소를 지으며 의자에 기대더니 말했다. “당신의 말은 맞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 짚고 넘어갈 점이 있다면 안나는 아직 신씨 호텔과 정식으로 계약을 체결하진 않았다는 겁니다.” 그러자 모두 깜짝 놀랐다. “뭐? 일주일이나 지났는데 아직도 계약을 안 했어?!” 양준호는 놀란 내색하지 않았지만 표정은 분명 더 굳어졌다. “만약 계약을 체결했다면 신씨 호텔에서는 크게 언론을 통해 떠벌렸겠죠. 그런데 아직 아무 소식 없는 것으로 봐서는 우리에게도 아직 기회가 있다는 겁니다.” 아람은 의자를 유유히 돌리며 말했다. “다들 아시다시피 전 고집이 센 사람입니다. 그러니 전 마지막 순간까지 결코 안나 조의 프로젝트를 포기하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 제 손엔 이미 생각해 둔 새로운 기획안이 있으니 요 며칠 다시 안나 조에게 가져가 보려고요.”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역시 구아람 사장이라며 환호를 질렀다. 그러자 양준호도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사람들을 따라 맞장구를 쳤다. “하지만, 구아람 사장님, 저희 호텔에서 먼저 계약을 위반했으니 안나 조씨는 분명 저희에게 좋지 않은 인상을 가지고 있을 겁니다. 그런데 지금 다시 안나 조씨에게 새로운 기획안을 제시한다면 안나 조씨가 거절하지 않을 가요?” “그러니까요, 불가능한 일일지도 몰라요!” 아람은 붉은 입술을 반짝이며 호탕하게 웃었다. “인생에 뜻대로 되지 않는 일들은 많습니다. 그래
“지금 이 시간에?” 신광구는 손을 들어 시계를 보더니 눈살을 약간 찌푸렸다. “경주가 집에 없다는 건 알고 있을 텐데, 게다가 이미 저녁 시간이기도 하고. 그런데 지금 오다니?” “아이참, 여보 모처럼 이유희가 왔는데 왜 이렇게 생각이 많대요? 이유희가 우리 효린이를 찾으러 온 것일 수도 있잖아요.” 진주는 애교를 부리며 신광구의 팔을 잡았다. “진주, 네 말 뜻은 설마 유희랑 효린이?” 신광구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당신이 평소에 너무 바빠 우리 효린이의 마음도 잘 몰랐나 보네요.” 진주는 긴 손가락으로 신광구의 옷깃을 살짝 잡아당기며 말했다. “효린이는 줄곧 이유희에게 마음이 있었어요.” 신광구는 깜짝 놀라 눈을 휘둥그렇게 떴다. “효린이가 유희를 좋아한다고? 난 왜 전혀 눈치채지 못했지?!” “아이고, 효린이가 말하기 쑥스러웠나 보죠.” 진주는 신효린 대신 쑥스러워하는 표정을 지었다. “이건 결코 작은 일이 아니야. 효린이의 혼사는 우리 신씨 가문에 있어서 아주 중요한 일이란 말이야.” 신광구는 갑자기 엄숙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효린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내 첫째 딸이야. 그러니 반드시 신중하고 또 신중하게 골라 우리 가문과 급이 맞는 곳에 시집보내야 해. 뿐만 아니라 성주에서도 가장 우수한 청년이어야만 하고!” “이씨 가문은 성주에서 손꼽히는 명문가예요. 게다가 이유희는 이씨 가문 회장의 유일한 손자고요. 그러니 앞으로 이렇게 큰 이씨 그룹은 자연히 이유희에게로 넘어가지 않겠어요?” 진주는 이미 머릿속으로 계산을 전부 끝내고 말했다. “게다가 이유희는 경주의 절친한 친구이기도 하니 효린이 이씨 가문에 시집가면 그야말로 금상천화가 아니겠어요?” 진주의 말을 들은 신광구는 찌푸렸던 미간을 폈고 마음도 한결 산뜻해졌다. 성주에서의 이유희의 평판은 그리 좋지는 않았다. 그러나 신광구는 이유희가 명문가 출신으로서 어릴 때부터 물질적인 방면에서는 절대적인 만족을 얻었으니 정신적 차원의 신선함을 일정하게 추구하
거실에서 나온 이유희는 바로 돌아가지 않고 신씨 가문의 이 별장을 돌아다녔다. 사실 이유희는 다른 꿍꿍이를 품고 있었다. 이유희는 작은 머리를 떨구고 다니던 가냘픈 모습의 신효정을 볼 수 있기를 바랐다. 신효정의 가녀린 모습은 항상 이유희의 보호의식을 불러일으켰다. “이유희 도련님? 왜 여기 계세요?” 오씨 아줌마가 마침 그런 이유희를 발견하고 다가와 물었다. “아, 그게, 그러니까.” 이유희는 약간 뻘쭘한 듯한 표정으로 우물쭈물하다가 용기를 내어 낮게 물었다. “오씨 아줌마, 효정이는 어디 있어요?” 오씨 아줌마는 놀란 표정으로 이유희를 훑어보았다. 오씨 아줌마는 이유희와 신효정의 조합을 전혀 상상할 수 없었다. “뭘 하시려는 거죠, 이유희 도련님? 저희 넷째 아가씨는 아직 나이가 어려 평소에는 외부의 사람들을 잘 만나지 않습니다. 그러니 저희 아가씨를 놀라게 하지 마세요.” 이유희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핫, 오씨 아줌마는 어릴 때부터 저와 경주가 자라는 걸 봐오신 분이신데 아직도 제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시는 거예요?” “이유희 도련님이 저희 도련님한테 있어서는 틀림없이 좋은 친구지요.” 오씨 아줌마는 엄지손가락을 위로 향해 들었다. “하지만 이유희 도련님이 여자를 대하는 방면에 있어서는 좀 별로인 것 같아요.” 오씨 아줌마는 이번에 엄지손가락을 아래로 향했다. 이 말을 들은 이유희는 순간 손으로 이마를 탁 짚었다. 그리고 이유희가 이러쿵저러쿵 변명을 한껏 늘어놓아서야 오씨 아줌마는 마지못해 이유희를 데리고 신효정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전 바로 문 앞에서 지키고 있을 겁니다. 신효정 아가씨와 할 말 있으시면 얼른 하고 나오세요. 다른 사람들 눈에 띄면 안 좋아요.” 오씨 아줌마는 문 앞에서 엄숙하게 이유희에게 당부했다. 그러자 이유희는 썩소를 지으며 말했다. “오씨 아줌마, 제가 망나니도 아니고, 걱정 마세요.” 말이 끝나자 이유희는 긴 다리를 뻗어 신효정에게로 향했다. 오씨 아줌마는 잠시 침묵하더
신효정은 두 무릎 사이에 얼굴을 반쯤 파묻고 이유희에게 손을 뻗었다. “돌려줘요.” “어젯밤, 내가 너의 곰돌이 인형도 찾아줬는데 답례로 그림 한 장 주는 것도 아까워?”이유희는 건장한 팔을 책상 옆에 받치고 신효정에게로 살짝 몸을 숙였다. “나 이 그림 마음에 드는데, 주면 안 돼?” “선, 선물은 이미 진작에 따로 준비해 뒀어요.” 신효정은 쭈뼛쭈뼛 말했다. “어디 있는데?” 이유희는 순간 눈이 반짝였다.……십여 분 후, 이유희는 자신의 페라리로 돌아왔다. 왼손에는 케이크 상자가 들려 있었고 오른손에는 초상화가 들려져 있었다. 이유희의 입꼬리는 점점 더 올라갔고 전례 없는 만족감을 느꼈다. 사실, 신남준의 생일 연회에서 신효정이 그녀의 할아버지께 준 그림을 보았을 때 이유희는 자신도 그런 그림을 얻을 수 있기를 은근히 희망했었다. 유일무이한 오직 자신만을 위한 그림 말이다. 그리고 이유희는 지금 정말 그 그림을 얻었다.이 기쁨, 행복감은 그야말로 형용하기 어려웠다. 이유희는 흐뭇하게 그림을 거두고 또 지체 없이 옆의 케이크 상자를 열었다. 안에는 소박하고 심지어 조금 못생긴 블루베리 케이크가 들어 있었다.이유희는 얼른 손끝으로 크림을 집어 입에 넣었다. 순간 이유희는 눈살을 찌푸렸다. ‘맛이 왜 좀 신 거지?’ 깊은 밤, 구아람은 마스크팩을 하고 서재 컴퓨터 앞에 앉아 쉴 새 없이 게임을 하고 있었다. 사실 아람은 이미 졸렸다. 하지만 아직 양준호를 미행하러 간 임수해가 돌아오지 않았기 때문에 아람은 마음이 놓이지 않아 게임을 하면서 임수해의 소식을 기다리고 있었다. 게임 백스테이지에서는 이미 공식적으로 여러 번 아람에게 프로 게이머로 데뷔할 것을 초청했지만 아람은 모두 거절했다. 게임은 단지 아람의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므로 아람은 오락을 명예와 연계시킬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띵- 순간 윤유성이 게임에 접속했다는 알람이 떴다. [한 판 같이 할래요?] [좋아요.] 윤유성과 아람이 게임
임수해는 숨을 헐떡이며 구아람에게로 달려왔다. 아람은 결과를 묻기보다는 서둘러 탁자 옆으로 가서 따뜻한 물 한 잔을 따라 임수해에게 건네주었다. “일단 숨부터 좀 고르고, 뜨거운 물 좀 마셔. 밖에 많이 춥지?”임수해는 물컵을 받았다. 이때 차가운 손끝이 무심코 아람의 손과 부딪혔고 순식간에 따뜻한 기운이 온몸을 타고 흐르는 것 같았다. “좀 쉬어.” 아람은 몸을 돌려 먼저 소파에 앉아 가느다란 다리를 꼬았다. 임수해는 뺨이 약가 붉어졌다. 그리고 양손에 물컵을 들고 숨을 가다듬었다.“아가씨, 정말 대단하십니다. 아가씨의 말이 맞았어요. 그 양준호는 과연 고선정과 아는 사이었는데 꽤 깊은 사이처럼 보였어요!” 아람은 싱긋 웃으며 말했다. “내가 아무리 대단해도 곁에 너 같은 조수가 있어야 대의를 이룰 수 있는 거 아니겠어?”임수해는 수줍게 웃으며 핸드폰을 아람에게 건넸다. 아람은 긴 속눈썹을 늘어뜨리고 핸드폰 안의 사진을 훑어보았는데 그다지 기분이 좋아 보이진 않았다.핸드폰 안의 사진은 양준호와 고선정이 카페에서 데이트를 즐기는 장면이었다. 양준호는 고선정의 뺨을 어루만지고 고선정은 양준호의 손을 감쌌는데 서로를 다정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아가씨, 이제 증거도 확실하니 양준호를 찾아가 따지자고요!” 임수해는 이미 충분히 증거를 찾아낸 것 같아 매우 흥분되었다. “이것만으론 아직 부족해.” 아람은 무표정한 얼굴로 핸드폰을 내려놓았다. “부족하다고요?” 임수해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전 이미 사람을 통해 양준호와 고선정이 근 두 달간 호텔에 드나든 기록을 찾아보게 했습니다. 그들은 근 두 달 동안 매주 2번 이상은 함께 호텔에 갔는데 심지어 그전엔 전혀 아무런 왕래가 없었습니다.” “이게 설마 양준호가 스파이라는 것을 증명하기에 충분하지 않은 겁니까?” “확실히 양준호가 스파이인 건 맞아. 그러나 증거가 부족해. 너도 법을 배우 적 있어 알겠지만 지금 이것들은 전부 간접적인 증거일 뿐이니 양준호의 죄를 규정짓기엔 아직 부족
깊은 밤, 서재. 신경주는 서재 창문 앞에 앉아 와인 한 잔을 따랐다.지금 와인을 마시기 위해 꺼낸 술잔은 구아람이 전에 경주에게 줬던 선물 꾸러미에서 꺼낸 것이었다. 바로크 스타일의 이 와인잔은 부딪히는 맑은 소리만 들어도 최고의 공예와 기술로 만들어진 것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아람이 경주에게 이 잔을 선물할 때는 아마 그와 평생 함께 할 미래를 꿈꿨을 것이다. 이 생각이 든 경주는 순간 눈살을 찌푸렸고 와인은 농약보다 더 쓰게 느껴졌다. 이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고 한무가 자료를 들고 황급히 들어왔다. “신경주 사장님, 찾아보라고 하셨던 고선정에 대한 자료들입니다. 이번엔 고씨 가문 조상의 묘를 어디로 옮겼는지까지도 모조리 조사해 왔으니 걱정 마세요! 절대 누락된 정보는 없을 겁니다!” 지난번 한무는 자신의 실수로 경주가 아람 앞에서 못 볼 꼴을 보이게 했다. 그러므로 이번에는 자료를 확실히 찾아 지난번의 잘못을 만회하려고 했다. “그래, 구씨 가문에도 이 자료를 보내.” 경주는 손에 든 아름다운 와인잔을 빙빙 돌리며 흥미진진하게 와인을 음미하고 있었다. 한무는 어리둥절해졌다. “구진 씨께 보낼까요?” 그러자 경주는 싸늘한 눈빛으로 한무를 힐끗 쳐다보았다. “아아, 구아람, 작은 사모님이요.” “메일로 보내.” 경주는 잠깐 멈칫하더니 다시 한 마디 덧붙였다. “익명 메일로 보내.” “네? 왜죠?” 한무가 얼른 물었다. 경주는 입술을 깨물더니 말했다. “아람이 내가 보낸 메일임을 알면 아마 보지도 않고 지워버릴 거야.” ‘어쩜 이렇게 비굴하게 변했지!’ 한무는 속으로 이런 생각을 했다. 이때, 테이블 위로 올려둔 핸드폰이 울렸다. 경주가 핸드폰을 확인해 보니 뜻밖에도 이유희에게서 걸려온 영상통화였다. 경주는 귀찮다는 듯이 말했다. “또 무슨 일인데?” 핸드폰의 스크린 화면에는 얼굴이 창백한 이유희가 새하얀 침대에 누워있는 모습이 비쳤다. 배경이 파란색과 흰색이 섞인 벽인 것으로 봐서 아마 병원인 듯했다.
지난번 회의 후, 구아람의 직원들은 다시 희망을 갖게 되었고 의욕이 넘쳤다. 아람은 직원들의 정신적 지주였다. 아람을 따르는 직원들은 모두 그녀의 인간적인 매력에 매료되어 아람의 팬이 되곤 했다. 오늘, 회의에 참석한 아람은 웃음꽃을 활짝 피우고 있었다. 회의에서 아람이 말했다. “오늘 밤, 안나 조와 만나기로 약속 잡았습니다. 계약을 다시 할 수 있던 없던 안나 조가 저희를 다시 만나주기로 한 것만으로도 이미 절반은 성공한 셈이지요.” 직원들은 환호를 질렀다. 맨 끝자리에 앉은 양준호도 함께 웃는 듯했지만 사실 눈가에는 웃음기가 전혀 없었다. “비록 우리 쪽에서 먼저 계약을 위반했지만 전 안나 조가 그렇게 융통성 없는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전 이번에 새로 완성한 기획안으로 반드시 신씨 호텔을 이기고 다시 안나 씨를 데려올 자신이 있습니다.” 아람은 자신만만하게 웃었다. “구아람 사장님! 저희도 그 새로운 기획안 보여주세요!” “저도 당연히 여러분들께 보여드리고 싶지만 지난번 불미스러운 사건도 있고 하니 조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여러분들을 믿지 않는 게 아니라 밖에서 저희를 지켜보는 눈들도 많으니 더욱 신중하려는 겁니다.” “전 KS WORLD 호텔의 사장으로서 다시는 지난번과 같은 일을 두 번 일어나게 할 수 없습니다. 그러니 여러분들도 이해해 주실 거라 믿습니다.” 현장에 있던 직원들은 모두 아람의 고충을 이해했기에 모두들 아람의 결정에 의의는 없었다. ……저녁 무렵, 아람은 KS WORLD 호텔의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했고 임수해는 아람의 사무실에서 그녀의 서류들을 정리하고 있었다. 정리가 끝난 뒤, 임수해는 전화를 하면서 사무실을 떠났다. 임수해가 떠나자마자 양준호가 쏜살같이 아람의 사무실로 뛰어 들어왔다. 오늘 밤, 경비는 그렇게 삼엄한 편이 아니었다. 그리고 양준호는 오직 아람만의 공간인 그녀의 사무실에 성공적으로 입성했다. 양준호는 이곳 도처에 CCTV가 있기에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을 전혀 숨길 수 없다는 것
순간 양준호의 눈빛이 흔들렸다. 그는 뒤로 한 걸음 비틀거리며 똑바로 서지 못했다. “지금,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고 증거도 확실한데 또 무슨 할 말이라도 있어?”임수해는 구아람이 이 자식 때문에 몇 날 며칠을 고생한 것을 떠올리며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리고 마음속으로는 이미 양준호를 처벌할 여러 가지 방안들을 구상하고 있었다.“할 말은 없습니다.” 양준호는 비록 마음속으로는 아람이 매우 두려웠지만 고선정에 대한 사랑으로 그 두려움을 이겨낸 듯 머리를 쳐들고 가슴을 편 채 당당하게 말했다. “기획안도 제가 훔친 거고 언론에 판 것도 접니다. 모든 것은 제가 저지른 일이니 벌도 달게 받겠습니다!” 벌을 달게 받겠다고는 하나 양준호의 태도로 보아 분명 불복하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임수해는 화가 치밀어 이를 악물었고 당장이라도 양준호를 패고 싶었다. “임수해 비서를 제외한 다른 분들은 모두 밖에서 대기해 주세요.” 시종 침묵하던 아람이 담담하게 입을 열었는데 위압감이 넘쳤다. 경호원들은 명령을 듣고 모두 신속하게 문밖으로 물러났다. “양준호, 일이 이 지경에 이르렀으니 말해줄게.” 아람은 유유히 소파로 가 앉았다. 그리고 테이블 위의 초콜릿을 들어 입에 집어넣었다. “사실, 처음부터 새로운 기획안은 없었어. 안나 조와 만나기로 약속한 적도 없고.” “뭐, 뭐라고?” 양준호는 깜짝 놀랐다. 아람은 싱긋 웃으며 말했다. “못 믿겠으면 네 손에 든 그 기획안 펼쳐보던가.” 양준호는 부들부들 떨며 손에 든 기획안을 펼쳐보았는데 삽시간에 땀이 비 오듯 흘렀다.기획안 첫 페이지에만 글자가 있을 뿐, 그 뒤부터는 전부 백지였다. 방금 양준호는 스스로 자신의 죄를 인정했고 이 내용은 이미 임수해의 녹음펜에 녹음되었으며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전부 증인이었다. 양준호가 아람의 계략에 완전히 당한 것이었다. “구아람, 스파이가 나인 줄 어떻게 알았지?!” 일이 이 지경에 이르자 양준호도 단도직입적으로 따져 물었다. “우리 KS WOR
“소연 씨, 오늘 밤 신 사장님과 함께 데리러 갈게요. 걱정하지 마세요. 절대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을 거예요.”아람의 가슴이 두근거리며 맹새했다.[들키는 게 두렵지 않아요. 그제 그 시간에만 나갈 수 있어요.]만소연은 답답한 듯 한숨을 쉬었다.“데리러 가는 건 소연 씨 안전을 생각해서예요.”경주는 엄숙한 말투로 나지막하게 말했다.“지금 윤씨 가문이 소연 씨의 일거일동을 감시하고 있을 수 있어요. 만약 갑자기 나가서 윤씨 가문 사람에게 들키면 위험해질 수 있어요.”만소연은 깜짝 놀랐다.[구, 구아람 씨, 이 분은.]“소연 씨, 두려워하지 마세요. 신 사장님이에요. 제 곁에 있어요.”아람은 눈웃음을 지으며 얼굴을 들고 경주의 얼굴을 살짝 쳤다. 경주는 바로 몸을 기울리고 여왕을 모시는 우아한 집사처럼 잘생긴 얼굴을 아람에게 들이대며 코끝을 맞댔다. 아람은 멍하니 눈을 깜빡거렸다. 경주는 이때 아람에게 키스를 했다. 혀는 천천히 움직이며 아람을 혼란스럽게 했다. 하지만 이때 경주는 아람의 입술을 떠났다.‘음, 이 나쁜 남자, 정말 나빠. 점점 나쁘네!’[신, 신 사장님? 정말 신 사장님이에요?]만소연의 눈빛이 순간 밝아지며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신, 신 사장님. 존경합니다. 제 롤모델이에요!]경주는 누썹을 찌푸렸다. 한참 생각하더니 입을 열었다.“감사합니다.”[그냥, 잘생겼다고 생각했어요. 연예인보다도 잘생겼어요. 저 신 사장님을 엄청 좋아해요!]“저 이미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요. 바로 구아람 씨예요.”경주는 스님처럼 무심한 표정으로 담담하게 말하며 아람의 어깨를 끌어안았다.[아니에요, 아니에요, 오해하지 마세요!]만소연은 황급히 해명했다.[저는 그저 신 사장님의 능력과 외모를 존경하는 거예요. 다른 뜻은 없어요. 그리고 저는 구아람 씨와 신 사장님의 팬이예요. 정말 너무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쯧, 신 사장님은 전에 인터넷에서 평판이 엄청 안 좋았는데, 얼굴 빼고 아무것도 없어. 그런데 팬이 있네? 역시 지금 시
아람의 머리를 빗어주던 경주의 손도 순간 멈칫하며 핸드폰을 바라보았다.“아람아, 아는 번호야?”“몰라.”“받을 거야?”경주는 눈썹을 찌푸렸다. 아람은 낯선 번호를 받지 않는다. 모르는 번호로 걸려오는 전화도 적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기대감으로 가득 찬 듯 막연하게 심장이 두근거렸다. 전화를 마치지 않으면 많은 것을 놓칠 것 같았다.“여보세요.”아람은 다정하게 전화를 받았다.[여, 여보세요.]전화 반대편에서 소심하고 낮고 부드러운 여자애 목소리가 들려왔다. 언뜻 들으면 아린과 비슷하게 들렸다. 아람과 경주는 서로를 쳐다보고는 즉시 스피커폰을 켰다.“죄송하지만, 누구세요?”[구, 구아람 씨 맞아요?]소녀는 나지막하게 말했다.“네, 구아람이에요.”[저, 저는 만소연이에요.]경주와 아람은 순간 긴장했다. 특히 아람의 가슴이 두근거리며 손에 식은땀이 났다. 경주는 숨을 죽이고 아람을 바라보았다. 아람의 손을 잡고 가슴에 대며 안전감을 주었다.“소연 씨, 드디어 전화가 오셨네요.”아람의 목소리는 다정한 목소리로 얘기했다. 친근하게 말하기 위해 성을 떼고 불렀다.“매일 소연 씨의 전화를 기다렸어요. 드디어 전화 오셨네요.”경주는 눈을 부릅뜨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아람을 바라보았다.‘만소연의 전화를 기다렸다는 건, 만소연을 만나고 얘기를 했다는 건데, 아니면 왜 그렇게 말하겠어. 하지만 언제 만났지? 난 왜 몰랐지?’[매일, 기다렸어요?]만소연은 잠시 침묵하더니 나지막하게 말했다.[구아람 씨, 만약 제가 연락하지 않았다면.]“그래도 기다렸을 거예요. 연락하든 안 하든 선택권은 소연 씨에게 있어요. 기다리든 말든 제 선택이에요.”아람은 이글거리는 눈빛에 굳은 의지가 가득했다. 하지만 또 한 번의 긴 침묵이 흘렀다. 하지만 아람은 상대방에게 인내심을 가지고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기다렸다.경주는 아람의 친착함을 존경했다. 목표을 이루기 위해 억울해하며 참았고 굴욕도 견딜 수 있었다. 고귀한 출생으로 인해 우월감을 느끼지 않았고
윤씨 가문은 라이브 사건을 필사적으로 숨기고 싶었지만, 윤진수의 평판이 너무 않 좋았다. 사람들은 그저 웃음거리를 보고 싶었다. 게다가 윤진수를 지목하는 구씨 가문 아가씨 아린이 나타나 더욱 드라마틱해져 점점 뜨거웠다.열기가 갈아앉지 않으면 윤진수는 경찰의 목표로 될 것이다. 윤정용은 심지어 뻔번하게 경찰 총장에게 가서 사정했지만, 마침 최고의 재벌 구만복이 오랜만에 실검에 올랐다. 사무실의 TV에서 뉴스가 방송되었다. 새로운 프로젝트를 위한 리본 커팅 행사에 참석한 후 기자와 인터뷰하는 구만복의 모습이 보였다. 기자는 바로 물었다.“구만복 씨, 이틀 전 라이브에서 따님이라고 주장한 여성.”“따님이라고 주장한 여자?”구만복의 안색이 순간 차가워지며 반박했다.“어느 언론사 출신이에요? 이렇게 정보에 대한 감수성이 떨어지는데 기자를 해요?”사람들은 구만복의 압박감에 숨도 쉬지 못했다.“제 친딸이에요. 우리 구씨 가문의 막내 공주님. 제 셋째 부인 초연서의 딸이에요.”구만복의 표정은 유난히 차가웠지만, 아린을 언급하자 날카로운 눈빛에 보기 드물게 온기가 돌았다.“제 눈에 아람이든, 아린이든 모두 소중한 딸이에요. 아린을 공개하지 않은 건, 나이도 어리고 확교를 다니고 있고, 모녀가 겸손해서예요. 아이의 학교생활을 방해할까 봐 공개적인 자리에 데리고 다니지 않았어요.”“결국 모두 막내딸을 지키려고 한 거예요. 하지만 내 딸을 보호하는데, 윤진수 그 짐승에게 기회를 주었어요!”‘젠장, 구 회장님의 말이 정말 날카롭네. 구만복과 윤정용이 친하다는 것을 모른느 사람이 없잖아. 하지만 막내딸을 위해 윤씨 가문의 체면을 전혀 봐주지 않네!’“우리 딸은 큰 굴욕을 당했어요. 윤씨 그룹이 사적으로 가고 싶은데, 그럴 일은 없어요. 반드시 끝까지 조사할 거예요!”구만복의 눈시울이 붉히며 하마터면 카메라 앞에서 실례를 할 뻔했다. 겨우 화를 억누르며 카메라를 향해 이를 악물었다.“윤정용, 너 이 자식, 양심이 있으면 네 아들이 대가를 치르고 우리 딸에게
“아람아, 너, 너 왜 들어왔어, 언제 들어왔어.”경주는 여전히 멍했다. 습관적으로 아람의 허리를 잡고 위아래로 부드럽게 문질렀다. 아람은 가슴을 가리고 투덜거렸다.“깜짝이야. 방금 네 눈빛이 엄청 무서웠어. 날 잡아먹을 것 같았어.”“미안해, 아람아. 입대했을 때 생긴 고질병인 것 같아. 불치병 같은 반응이야.”그 말을 듣자 아람은 가슴이 아파 경주의 얼굴을 만졌다. 경주는 죄책감을 느꼈다. 아람의 손을 잡고 손등을 키스했다.“왜 몰래 들어왔어. 들키면 어떡해.”“몰래? 여긴 내 집이야. 왜 몰래 들어와. 난 당당하게 들어온 거야.”아람은 교활한 미소를 지으며 경주의 코끝을 가리켰다.“왜? 신 사장님이 좀 당황한 것 같지?”“정식으로 네 집에 온 건 이번이 처음이야. 아람아, 네 가족에게 좋은 이미지를 남겨주고 싶어.”경주는 미소를 지으며 나지막하게 말했다.“풋, 그거 때문이었어?”아람은 웃음을 떠뜨렸다. 장난스럽게 손가락으로 경주의 셔츠 단추를 풀었다.“우리 가족은 세상에서 제일 무섭고 챙기기 힘들고 잘해주기도 어려운 사람이야. 아니면 윤유성 그 독뱀이 벌써 우리 집에 들어왔겠지. 안 그래?”“아람아.”경주는 씁쓸하게 웃었다.“우리 가족은 널 천천히 받아드리고 있어. 그러니 걱정 마. 너 답게 행동해.”아람은 다정하게 말을 하며 경주의 셔츠 단추를 모두 풀었다.“또 나 몰래 밤새 일했어? 이렇게 앉아서 자면 허리디스크 터져. 잠옷을 갈아입고 편하게 누워.”“응, 알았어.”경주는 얌전히 말을 들었다. 잠옷을 갈아입을 때 기지개를 펴니 허리가 아팠다. ‘설마, 정말 나이가 들어서 그래?’“아람아, 빨리 방으로 가.”경주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아람은 귀여운 토끼처럼 재빨리 이불속으로 들어갔다.“너랑 같이 잘 거야.”“아람아, 말 들어. 이제 성주로 돌아가면.”“싫어. 지금 같이 잘 거야.”아람은 경주의 옷깃을 잠고 놓지 않았다. 경주는 아랫입술을 깨물고 있는 아람의 매혹적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욕망이 솟
구만복이 말하자 모두가 발걸음을 멈추고 갑자기 조용해졌다. 아람은 깜짝 놀라 눈을 부릅떴다. 입을 크게 벌리며 믿기지 않는 듯 구만복을 바라보았다.“방금, 뭐라고 하셨어요?”경주는 가슴이 떨리며 눈을 부릅뜨고 구만복의 잘생기고 위엄 있는 얼굴을 바라보았다. 순간 숨이 막히고 가슴이 두근거렸다.“지금 출발하면 새벽에 도착하잖아. 내일 아침 별일 없으면 오늘 여기서 자고 가.”구만복은 눈썹을 찌푸리며 기침을 두 번했다. 이번에는 똑똑히 들었다. 경주도 들었고, 아람도 들었고, 모든 사람이 들었다. 서프라이즈가 경주에게 다가오자 경주의 가슴이 두근거렸다. 맑은 눈에 감동적인 감정으로 가득 찼고 울컥하며 구만복을 향해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고마워요, 구 회장님. 받아주셔서 고마워요.”받아준다는 말은 대단한 거물이자 성주 제1 재단의 도련님을 비참하게 했다. 아람은 가슴이 아팠다. 경주가 억울한 모습을 보지 못해 급히 다가가 경주를 부축했다.“뭐 하는 거야. 그냥 하룻밤인데, 이럴 필요는 없잖아.”“필요 있어. 아람아.”경주는 누시울을 붉혔다. 눈물을 글썽거리며 가슴 속 설렘이 휘몰아쳤다.“너무 기뻐. 지금까지 이룬 업적들을 모두 모아도 이 순간만큼 행복하지 않았을 거야.”다른 사람에게는 그저 단순한 하룻밤일 것이다. 그러나 경주에게는 희망이었다. 구만복은 경주를 의미심장하게 바라보며 먼저 별장으로 들어갔다.“수해 오빠, 아빠가 형부를 용서한 거야? 형부를 받아준 거야?”아린은 수해의 팔짱을 끼고 까치발을 들어 수해의 귀에 속삭였다.“받아주는 거였으면 좋겠어.”아린을 바라보는 수해의 눈빛은 한없이 다정했다. 손을 들어 아린의 머리카락을 정리해 주었다.“어제보다 오늘 조금만 더 발전하면 다 좋은 거야.”아람은 감동하여 경주의 얼굴을 잡고 아무도 없는 듯이 키스했다. 처음에 경주는 부끄러워 온몸이 굳어졌다. 하지만 저도 모르게 아람의 가느다란 허리를 끌어안고 키스했다. 구씨 가문의 어른들은 보기 부끄러워 모두 황급히 돌아서서 떠났
강소연은 누군가가 아린을 비난하자마자 즉시 키보드를 잡고 네티즌과 맞섰다. 뿐만 아니라 강지구에게도 연락해 라이브 방송 댓글창에 글을 남기도록 지시했다. 순식간에 백여 명이 댓글을 달기 시작하며 논쟁이 격화되었고, 결국 모두 금언 조치가 내려졌다.밖에서 아무리 큰 폭풍이 몰아쳐도 해정원에 들어오면 모든 것이 사라지는 것 같았다. 아람은 가족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따뜻하고 화목한 모습을 보며 눈시울을 붉히며 말을 잇지 못했다.엄마가 돌아간 후, 아람은 해장원을 집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방황의 날이 쓰라리고 힘들어도 그저 탈출하고 싶었다. 하지만 이제 이곳은 점점 집 느낌이 있었다. 아람에게 안식처가 되는 곳은 단 두 곳이다. 해장원과 경주의 따뜻한 품이다.라이브 풍파가 지난 후, 구만복과 초연서는 수해에 대한 태도도 미세산 변화가 있었다. 그날 아린과 수해가 헤어지기 싫어하는 모습을 보자 구만복은 수해를 집에 있게 했다. 그저 각방을 썼을 뿐이다.절대 모두가 잠든 동안 소중한 딸 아린의 방에 몰래 들어가서 이상한 짓을 하면 안 된다고 했다. 시련과 곤난을 겪어온 수해와 아린에게 이것은 행복한 일이었다. 아린은 엄청 기뻐했다. 수해도 눈물을 흘릴 뻔할 정도로 흥분했지만 그저 묵묵히 구만복에게 인사를 했다.최선을 다해 아린을 챙겨주고 평생 행복을 주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맹세했다. 이 기회에 수해는 다시 구만복의 인정을 받았다. 옆에서 화기애애한 가족의 모습을 보고 있는 경주는 여전히 이방인처럼 느껴졌다. 아람은 아린과 수해의 행복한 분위기에 감염되어 옆에 있는 안색이 어두워진 경주를 신경 쓰지 못했다. 경주는 가슴이 아파나며 씁쓸해졌다. 한참 후, 경주는 입꼬리를 올리며 체념을 하듯 씁쓸하게 웃었다.경주의 마음은 여전히 안 좋았지만 솔직하게 받아들였다. 구만복이 평생 경주를 인정하지 않더라도, 아람의 곁에 있고 지켜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만족할 수 있었다. 죄인은 용서받을 자격이 없다. 이 곳에 설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큰 은혜를
당황한 나머지 윤진수는 부축을 받아도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윤성우는 도현을 악의적으로 노려보았다. 입을 열려고 할 때, 계속 침묵하고 있던 유성이 적절한 타이밍에 말을 했다.“진수 형, 그냥 구 팀장님과 함께 가세요. 형은 당당하잖아요. 그냥 수사에 협조하는 거예요. 당황하지 마세요. 금방 끝날 거예요. 끝나면 우리가 데리러 갈게요.”윤성우는 유성을 노려보며 화를 냈다.‘젠장, 또 잘난 척할 기회를 줬네!’유성은 돌아서서 윤정용의 귀에 속삭였다.“아버지, 구도현의 말이 맞아요. 진수 형이 수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제 발이 찔리는 것 같아보여요. 구도현은 더 악랄한 수단으로 형을 상대할 거예요. 그때는 정말 곤란할 거예요.”윤정용은 마음이 흔들려 즉시 태도를 바꾸었다.“진수야, 가.”“아버지!”윤진수의 표정은 마치 절망에 빠진 듯했다. 윤정용은 손을 흔들었다. 원망함과 분노가 뒤섞여 말문이 막혔다. 결국 윤씨 가문 사람들은 두 경찰이 윤진수를 데려가는 것을 보고만 있고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도현이 떠나기 전 차갑게 윤유성을 노려보았다. 유성은 날카로운 시선에 움찔했다. 마치 범인을 심문하는 듯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그 눈빛은 유성의 자존심을 건드렸고 마음이 불편했다.“구도현, 거기 서!”윤성우가 얼굴을 붉히며 다가갔다. 지금의 윤진수를 도와주기 보다 도현을 이기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 도현은 발길을 멈추고 무심하게 바라보았다.“흥, 인정해. 네가 우리를 어떻게든 곤경에 빠뜨리려고 하는 것이잖아. 전혀 정의감에 비롯된 것이 아니야. 그저 개인적인 복수를 하려는 거지. 구아람과 구아린 대신 화풀이하고 싶은 거지?”도현은 날카로운 눈을 가늘게 뜨고 고개를 갸웃거리며 입을 움직였다.‘그게 왜?’소리없이 입모양만 보여주었지만 윤정용과 윤성우는 화가 나서 머리가 터질 듯했다. 달려가 도현을 때리고 싶었다. 도현이 떠난 직후 윤정용은 더 이상 버티지 못했다. 윤성우와 유성의 부축에 소파에 앉아 뜨거운 차를 마시며 진정했다.“성우
“경찰서 커피가 맛이 없이 없도 건강에 해롭지 않아요. 윤씨 가문의 음식에 감히 입을 대지 못해요. 배가 썩을 수도 있잖아요. 건강을 다치고 마음을 다치면 너무 소해잖아요.”도현은 차갑게 비웃으며 윤성우의 비아냥거리는 말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구도현 도련님, 내 아들의 사건은 이미 끝났어요. 당신이 직접 풀었줬잖아요. 지금 와서 왜 또 이러는 거예요!”윤정용은 싸울 기분이 없어 눈시울을 붉히며 화를 냈다.“증거도 없이 진수를 그냥 데려갈 수는 없어요. 마음대로 하게 두지 않을 거예요. 우리 윤씨 가문은 구씨 가문의 손에 잡히는 멍청한 놈이 아니에요.”“두 가문이 오랫동안 친구로 지냈고, 구만복의 아들인 것을 봐서 체면을 봐주는 거예요. 선을 넘지 마세요!”‘구만복의 아들? 구 팀장님이 해문 갑무의 아들이야? 구아람의 오빠?’이 충격적인 소식에 두 경찰은 입을 가리며 크게 놀랐다. 수년 동안 경찰로 일하면서 도현은 항상 겸손하고 일에만 집중했다. 자신의 사생활과 가족사에 대하 한 마디도 한 적이 없었다. 전에 도현이 형사 팀장이 되었을 때, 어린 나이에 중요한 임무를 맡아 경찰서에서 소문이 자자했다. 도현은 낙하산이라고 했다. 하지만 유언비어는 순간 사라졌다. 단 3년 동안 도현은 큰 사건을 잇달아 해결하고 여러 차례 공로를 세우며 소문이 점차 사라졌다. 경찰들도 도현의 집안이 대단할 거라고 예상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도현은 윤정용이 동료들 앞에서 구만복을 언급하는 건 압력을 가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전혀 흔들리지 않았고, 심지어 웃음이 터졌다.“법은 무고한 사람을 잘못 선고하지 않아요. 마찬가지로 단 한 명의 짐승을 놓치지 않을 거예요.”윤씨 가문 사람들의 안색은 10년 넘게 타다 남은 솥바닥처럼 어두웠다. “구도현, 너, 너, 누구보고 짐승이라고 하는 거야!”윤진수는 도현의 잘생긴 얼굴을 가리키며 화를 냈지만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윤진수 씨, 당신이 강간 미수 사건과 관련된 것으로 의심되니 우리와 함
“경, 결찰? 그 하찮은 놈들이 또 찾아왔어?”윤진수는 구치소에서 사람 같이 않은 삶은 보낸 날들을 생각하자 다시는 돌아가서 악취를 풍기던 그 쓰라린 삶을 살고 싶지 않아 겁에 질렸다.“아버지, 형, 꼭 막아주세요!”윤정용의 안색이 어두워지며 마음이 급해 걸어다녔다.“진수야, 긴장하지 마.”윤유성이 다가가 진수의 떨고 있는 어깨를 토닥였다.“두 여자애를 면밀히 감시하고 있어. 아직 경찰에 연락하지 않았어. 그건 아직 증언할 의사가 없다는 거야. 경찰도 그냥 온 거야. 아니면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처럼 보이잖아. 일단 가 봐.”...윤씨 그룹 사람들이 아래층으로 내려왔다. 방문객을 보자마자 깜짝 놀랐다. 거실에 서 있는 도현과 두 경찰이 보였다. 카리스마 넘치는 표정과 훤칠한 키를 가진 도현은 마치 칼을 꽂은 것처럼 앞에 나타났다. 권위적이고 위압적이라 억압감이 느껴졌다.윤정용의 안색이 안좋았다. 심지어 마음속에서 질투까지 했다. 구만복의 자식들은 모두 예쁘고 잘생겼다. 능력도 좋고 그저 경찰인 첩의 막내아들 도현도 카리스마가 넘쳤다. 자기 자식이 제일 소중하다고 하지만, 윤민주와 윤진수가 한 짓을 생각할수록 화가 났다. 도현의 앞에 나서기 창패했고 체면이 깎인다고 생각했다. 비교해 보면 그나마 막내아들인 유성이 괜찮았다. 외모, 기질, 능력도 뛰어나 구씨 가문과 경쟁할 수 있었다. 하지만 윤정용은 제일 아이러니한 점을 잊었다. 유성은 한때 윤정용이 가장 싫어하고 경명했던 자식이었다. 심지어 유성 모자를 S국으로 보낸 후 윤씨 가문 전체 앞에서 죽은 사람 취급하라고 말하기도 했다. 어린 유성이 무릎을 꿇고 애원하고 나서야 마지못해 유성의 계좌로 매년 일정 생활비를 보내주기로 했다. 그외 가족 재산, 권력, 주식, 윤씨 가문의 모든 것은 유성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이 모든 것은 고상아가 윤정용을 배신해서 시작한 것이다. 고상하는 비천한 경호원과 몰래 만났고, 그 모습을 윤정용이 직접 목격했다. 간통한 경호원은 가혹한 처벌을 받고 외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