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희야, 효정이는 바보가 아니야, 그렇게 말하지 마!”이유희는 눈을 부릅뜨고 호통을 쳤다.여동생의 입에서 나온 바보라는 말이 너무 귀에 거슬리고 마음이 아팠다.그의 눈에는 동생이 항상 어린 시절처럼 천사의 화신 같은 존재로 보였고, 제멋대로 굴어도 마음씨는 착하고 부드럽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지금의 이소희는 눈을 부릅뜨고 악기가 넘쳐났다. 마치 신효정과 깊은 원한이 있는 것처럼 그녀를 못살게 굴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하지만 그러는 이유가 단지 어젯밤 내가 그녀랑 함께 있어서라니. 몇 년 동안 많은 여자들을 만났어도 이렇게 화내는 것을 본 적이 없었는데, 왜 신효정에게만 악의가 이렇게 큰 거지?’“오빠, 그 바보 때문에…… 나한테 소리 질러?”이소희는 놀라서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매서운 눈빛에서 서늘함이 밀려왔고 식은땀이 가득 났다.“효정이는 바보가 아니야, 너의 입에서 이런 말을 듣고 싶지 않아. 한 번 더 말하면 정말 화낼 거야.”유희는 숨을 깊이 들이쉬며 안색이 어두워졌다.“어렸을 때, 네가 아직 기억을 못 할 때 아버지가 사고로 돌아가셨고 일이 바쁜 어머니는 우리를 돌볼 겨를이 없어서 내가 항상 널 데리고 다니고 지켜주었잖아. 널 쫓아다니며 밥 먹여준 것도 나고, 너랑 놀아줬던 것도 나고, 기저귀를 갈아준 것도 나야. 그런데도 내가 너한테 잘해주지 않고, 널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하는 거야? 정말…… 20년 동안 겪은 모든 것을 합쳐도 지금처럼 마음이 아프지 않았어.”“오빠…….”멍해진 이소희는 목소리가 떨렸다.“너에게 관심이 없는 것이 아니야. 우리가 컸으니 관심해 주는 방식이 달라졌을 뿐이야, 하지만 넌 그럴 느끼지 못했어.”유희는 안색이 어두워졌다.“나의 마음을 몰라주는 건 탓하지 않을 게. 근데 이해가 안 되는 건 네가 왜 효정이에게 악의를 품고 있는 거야? 너에게 무슨 잘못을 했어?”“난…… 난 그녀를 싫어해, 그녀는 오빠랑 있을 자격이 없거든!”이소희는 그의 질문에 당황하여 아무 이유나 찾아 얼버무렸다.유희
순간 예리한 질문에 모두의 시선이 양준호에게 쏠렸다. 양준호는 구아람의 날카로운 눈빛에 가슴이 철렁했지만 최대한 침착하게 말했다. “안나 조씨가 신씨 호텔과 계약한다는 건 이미 공공연한 사실 아닙니까? 전에 신씨 호텔과 저희가 안나의 결혼식 주최권을 놓고 경쟁했을 때, 안나 씨는 저희를 선택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우리 쪽의 실수로 안나 조와의 계약이 파기되었습니다. 게다가 이제 결혼식도 얼마 남지 않았으니 안나가 신씨 호텔 쪽으로 넘어가는 건 당연한 일 아니겠습니까?” 이 말은 사실 틀리지 않았다. 아람은 싱긋 미소를 지으며 의자에 기대더니 말했다. “당신의 말은 맞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 짚고 넘어갈 점이 있다면 안나는 아직 신씨 호텔과 정식으로 계약을 체결하진 않았다는 겁니다.” 그러자 모두 깜짝 놀랐다. “뭐? 일주일이나 지났는데 아직도 계약을 안 했어?!” 양준호는 놀란 내색하지 않았지만 표정은 분명 더 굳어졌다. “만약 계약을 체결했다면 신씨 호텔에서는 크게 언론을 통해 떠벌렸겠죠. 그런데 아직 아무 소식 없는 것으로 봐서는 우리에게도 아직 기회가 있다는 겁니다.” 아람은 의자를 유유히 돌리며 말했다. “다들 아시다시피 전 고집이 센 사람입니다. 그러니 전 마지막 순간까지 결코 안나 조의 프로젝트를 포기하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 제 손엔 이미 생각해 둔 새로운 기획안이 있으니 요 며칠 다시 안나 조에게 가져가 보려고요.”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역시 구아람 사장이라며 환호를 질렀다. 그러자 양준호도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사람들을 따라 맞장구를 쳤다. “하지만, 구아람 사장님, 저희 호텔에서 먼저 계약을 위반했으니 안나 조씨는 분명 저희에게 좋지 않은 인상을 가지고 있을 겁니다. 그런데 지금 다시 안나 조씨에게 새로운 기획안을 제시한다면 안나 조씨가 거절하지 않을 가요?” “그러니까요, 불가능한 일일지도 몰라요!” 아람은 붉은 입술을 반짝이며 호탕하게 웃었다. “인생에 뜻대로 되지 않는 일들은 많습니다. 그래
“지금 이 시간에?” 신광구는 손을 들어 시계를 보더니 눈살을 약간 찌푸렸다. “경주가 집에 없다는 건 알고 있을 텐데, 게다가 이미 저녁 시간이기도 하고. 그런데 지금 오다니?” “아이참, 여보 모처럼 이유희가 왔는데 왜 이렇게 생각이 많대요? 이유희가 우리 효린이를 찾으러 온 것일 수도 있잖아요.” 진주는 애교를 부리며 신광구의 팔을 잡았다. “진주, 네 말 뜻은 설마 유희랑 효린이?” 신광구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당신이 평소에 너무 바빠 우리 효린이의 마음도 잘 몰랐나 보네요.” 진주는 긴 손가락으로 신광구의 옷깃을 살짝 잡아당기며 말했다. “효린이는 줄곧 이유희에게 마음이 있었어요.” 신광구는 깜짝 놀라 눈을 휘둥그렇게 떴다. “효린이가 유희를 좋아한다고? 난 왜 전혀 눈치채지 못했지?!” “아이고, 효린이가 말하기 쑥스러웠나 보죠.” 진주는 신효린 대신 쑥스러워하는 표정을 지었다. “이건 결코 작은 일이 아니야. 효린이의 혼사는 우리 신씨 가문에 있어서 아주 중요한 일이란 말이야.” 신광구는 갑자기 엄숙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효린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내 첫째 딸이야. 그러니 반드시 신중하고 또 신중하게 골라 우리 가문과 급이 맞는 곳에 시집보내야 해. 뿐만 아니라 성주에서도 가장 우수한 청년이어야만 하고!” “이씨 가문은 성주에서 손꼽히는 명문가예요. 게다가 이유희는 이씨 가문 회장의 유일한 손자고요. 그러니 앞으로 이렇게 큰 이씨 그룹은 자연히 이유희에게로 넘어가지 않겠어요?” 진주는 이미 머릿속으로 계산을 전부 끝내고 말했다. “게다가 이유희는 경주의 절친한 친구이기도 하니 효린이 이씨 가문에 시집가면 그야말로 금상천화가 아니겠어요?” 진주의 말을 들은 신광구는 찌푸렸던 미간을 폈고 마음도 한결 산뜻해졌다. 성주에서의 이유희의 평판은 그리 좋지는 않았다. 그러나 신광구는 이유희가 명문가 출신으로서 어릴 때부터 물질적인 방면에서는 절대적인 만족을 얻었으니 정신적 차원의 신선함을 일정하게 추구하
거실에서 나온 이유희는 바로 돌아가지 않고 신씨 가문의 이 별장을 돌아다녔다. 사실 이유희는 다른 꿍꿍이를 품고 있었다. 이유희는 작은 머리를 떨구고 다니던 가냘픈 모습의 신효정을 볼 수 있기를 바랐다. 신효정의 가녀린 모습은 항상 이유희의 보호의식을 불러일으켰다. “이유희 도련님? 왜 여기 계세요?” 오씨 아줌마가 마침 그런 이유희를 발견하고 다가와 물었다. “아, 그게, 그러니까.” 이유희는 약간 뻘쭘한 듯한 표정으로 우물쭈물하다가 용기를 내어 낮게 물었다. “오씨 아줌마, 효정이는 어디 있어요?” 오씨 아줌마는 놀란 표정으로 이유희를 훑어보았다. 오씨 아줌마는 이유희와 신효정의 조합을 전혀 상상할 수 없었다. “뭘 하시려는 거죠, 이유희 도련님? 저희 넷째 아가씨는 아직 나이가 어려 평소에는 외부의 사람들을 잘 만나지 않습니다. 그러니 저희 아가씨를 놀라게 하지 마세요.” 이유희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핫, 오씨 아줌마는 어릴 때부터 저와 경주가 자라는 걸 봐오신 분이신데 아직도 제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시는 거예요?” “이유희 도련님이 저희 도련님한테 있어서는 틀림없이 좋은 친구지요.” 오씨 아줌마는 엄지손가락을 위로 향해 들었다. “하지만 이유희 도련님이 여자를 대하는 방면에 있어서는 좀 별로인 것 같아요.” 오씨 아줌마는 이번에 엄지손가락을 아래로 향했다. 이 말을 들은 이유희는 순간 손으로 이마를 탁 짚었다. 그리고 이유희가 이러쿵저러쿵 변명을 한껏 늘어놓아서야 오씨 아줌마는 마지못해 이유희를 데리고 신효정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전 바로 문 앞에서 지키고 있을 겁니다. 신효정 아가씨와 할 말 있으시면 얼른 하고 나오세요. 다른 사람들 눈에 띄면 안 좋아요.” 오씨 아줌마는 문 앞에서 엄숙하게 이유희에게 당부했다. 그러자 이유희는 썩소를 지으며 말했다. “오씨 아줌마, 제가 망나니도 아니고, 걱정 마세요.” 말이 끝나자 이유희는 긴 다리를 뻗어 신효정에게로 향했다. 오씨 아줌마는 잠시 침묵하더
신효정은 두 무릎 사이에 얼굴을 반쯤 파묻고 이유희에게 손을 뻗었다. “돌려줘요.” “어젯밤, 내가 너의 곰돌이 인형도 찾아줬는데 답례로 그림 한 장 주는 것도 아까워?”이유희는 건장한 팔을 책상 옆에 받치고 신효정에게로 살짝 몸을 숙였다. “나 이 그림 마음에 드는데, 주면 안 돼?” “선, 선물은 이미 진작에 따로 준비해 뒀어요.” 신효정은 쭈뼛쭈뼛 말했다. “어디 있는데?” 이유희는 순간 눈이 반짝였다.……십여 분 후, 이유희는 자신의 페라리로 돌아왔다. 왼손에는 케이크 상자가 들려 있었고 오른손에는 초상화가 들려져 있었다. 이유희의 입꼬리는 점점 더 올라갔고 전례 없는 만족감을 느꼈다. 사실, 신남준의 생일 연회에서 신효정이 그녀의 할아버지께 준 그림을 보았을 때 이유희는 자신도 그런 그림을 얻을 수 있기를 은근히 희망했었다. 유일무이한 오직 자신만을 위한 그림 말이다. 그리고 이유희는 지금 정말 그 그림을 얻었다.이 기쁨, 행복감은 그야말로 형용하기 어려웠다. 이유희는 흐뭇하게 그림을 거두고 또 지체 없이 옆의 케이크 상자를 열었다. 안에는 소박하고 심지어 조금 못생긴 블루베리 케이크가 들어 있었다.이유희는 얼른 손끝으로 크림을 집어 입에 넣었다. 순간 이유희는 눈살을 찌푸렸다. ‘맛이 왜 좀 신 거지?’ 깊은 밤, 구아람은 마스크팩을 하고 서재 컴퓨터 앞에 앉아 쉴 새 없이 게임을 하고 있었다. 사실 아람은 이미 졸렸다. 하지만 아직 양준호를 미행하러 간 임수해가 돌아오지 않았기 때문에 아람은 마음이 놓이지 않아 게임을 하면서 임수해의 소식을 기다리고 있었다. 게임 백스테이지에서는 이미 공식적으로 여러 번 아람에게 프로 게이머로 데뷔할 것을 초청했지만 아람은 모두 거절했다. 게임은 단지 아람의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므로 아람은 오락을 명예와 연계시킬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띵- 순간 윤유성이 게임에 접속했다는 알람이 떴다. [한 판 같이 할래요?] [좋아요.] 윤유성과 아람이 게임
임수해는 숨을 헐떡이며 구아람에게로 달려왔다. 아람은 결과를 묻기보다는 서둘러 탁자 옆으로 가서 따뜻한 물 한 잔을 따라 임수해에게 건네주었다. “일단 숨부터 좀 고르고, 뜨거운 물 좀 마셔. 밖에 많이 춥지?”임수해는 물컵을 받았다. 이때 차가운 손끝이 무심코 아람의 손과 부딪혔고 순식간에 따뜻한 기운이 온몸을 타고 흐르는 것 같았다. “좀 쉬어.” 아람은 몸을 돌려 먼저 소파에 앉아 가느다란 다리를 꼬았다. 임수해는 뺨이 약가 붉어졌다. 그리고 양손에 물컵을 들고 숨을 가다듬었다.“아가씨, 정말 대단하십니다. 아가씨의 말이 맞았어요. 그 양준호는 과연 고선정과 아는 사이었는데 꽤 깊은 사이처럼 보였어요!” 아람은 싱긋 웃으며 말했다. “내가 아무리 대단해도 곁에 너 같은 조수가 있어야 대의를 이룰 수 있는 거 아니겠어?”임수해는 수줍게 웃으며 핸드폰을 아람에게 건넸다. 아람은 긴 속눈썹을 늘어뜨리고 핸드폰 안의 사진을 훑어보았는데 그다지 기분이 좋아 보이진 않았다.핸드폰 안의 사진은 양준호와 고선정이 카페에서 데이트를 즐기는 장면이었다. 양준호는 고선정의 뺨을 어루만지고 고선정은 양준호의 손을 감쌌는데 서로를 다정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아가씨, 이제 증거도 확실하니 양준호를 찾아가 따지자고요!” 임수해는 이미 충분히 증거를 찾아낸 것 같아 매우 흥분되었다. “이것만으론 아직 부족해.” 아람은 무표정한 얼굴로 핸드폰을 내려놓았다. “부족하다고요?” 임수해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전 이미 사람을 통해 양준호와 고선정이 근 두 달간 호텔에 드나든 기록을 찾아보게 했습니다. 그들은 근 두 달 동안 매주 2번 이상은 함께 호텔에 갔는데 심지어 그전엔 전혀 아무런 왕래가 없었습니다.” “이게 설마 양준호가 스파이라는 것을 증명하기에 충분하지 않은 겁니까?” “확실히 양준호가 스파이인 건 맞아. 그러나 증거가 부족해. 너도 법을 배우 적 있어 알겠지만 지금 이것들은 전부 간접적인 증거일 뿐이니 양준호의 죄를 규정짓기엔 아직 부족
깊은 밤, 서재. 신경주는 서재 창문 앞에 앉아 와인 한 잔을 따랐다.지금 와인을 마시기 위해 꺼낸 술잔은 구아람이 전에 경주에게 줬던 선물 꾸러미에서 꺼낸 것이었다. 바로크 스타일의 이 와인잔은 부딪히는 맑은 소리만 들어도 최고의 공예와 기술로 만들어진 것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아람이 경주에게 이 잔을 선물할 때는 아마 그와 평생 함께 할 미래를 꿈꿨을 것이다. 이 생각이 든 경주는 순간 눈살을 찌푸렸고 와인은 농약보다 더 쓰게 느껴졌다. 이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고 한무가 자료를 들고 황급히 들어왔다. “신경주 사장님, 찾아보라고 하셨던 고선정에 대한 자료들입니다. 이번엔 고씨 가문 조상의 묘를 어디로 옮겼는지까지도 모조리 조사해 왔으니 걱정 마세요! 절대 누락된 정보는 없을 겁니다!” 지난번 한무는 자신의 실수로 경주가 아람 앞에서 못 볼 꼴을 보이게 했다. 그러므로 이번에는 자료를 확실히 찾아 지난번의 잘못을 만회하려고 했다. “그래, 구씨 가문에도 이 자료를 보내.” 경주는 손에 든 아름다운 와인잔을 빙빙 돌리며 흥미진진하게 와인을 음미하고 있었다. 한무는 어리둥절해졌다. “구진 씨께 보낼까요?” 그러자 경주는 싸늘한 눈빛으로 한무를 힐끗 쳐다보았다. “아아, 구아람, 작은 사모님이요.” “메일로 보내.” 경주는 잠깐 멈칫하더니 다시 한 마디 덧붙였다. “익명 메일로 보내.” “네? 왜죠?” 한무가 얼른 물었다. 경주는 입술을 깨물더니 말했다. “아람이 내가 보낸 메일임을 알면 아마 보지도 않고 지워버릴 거야.” ‘어쩜 이렇게 비굴하게 변했지!’ 한무는 속으로 이런 생각을 했다. 이때, 테이블 위로 올려둔 핸드폰이 울렸다. 경주가 핸드폰을 확인해 보니 뜻밖에도 이유희에게서 걸려온 영상통화였다. 경주는 귀찮다는 듯이 말했다. “또 무슨 일인데?” 핸드폰의 스크린 화면에는 얼굴이 창백한 이유희가 새하얀 침대에 누워있는 모습이 비쳤다. 배경이 파란색과 흰색이 섞인 벽인 것으로 봐서 아마 병원인 듯했다.
지난번 회의 후, 구아람의 직원들은 다시 희망을 갖게 되었고 의욕이 넘쳤다. 아람은 직원들의 정신적 지주였다. 아람을 따르는 직원들은 모두 그녀의 인간적인 매력에 매료되어 아람의 팬이 되곤 했다. 오늘, 회의에 참석한 아람은 웃음꽃을 활짝 피우고 있었다. 회의에서 아람이 말했다. “오늘 밤, 안나 조와 만나기로 약속 잡았습니다. 계약을 다시 할 수 있던 없던 안나 조가 저희를 다시 만나주기로 한 것만으로도 이미 절반은 성공한 셈이지요.” 직원들은 환호를 질렀다. 맨 끝자리에 앉은 양준호도 함께 웃는 듯했지만 사실 눈가에는 웃음기가 전혀 없었다. “비록 우리 쪽에서 먼저 계약을 위반했지만 전 안나 조가 그렇게 융통성 없는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전 이번에 새로 완성한 기획안으로 반드시 신씨 호텔을 이기고 다시 안나 씨를 데려올 자신이 있습니다.” 아람은 자신만만하게 웃었다. “구아람 사장님! 저희도 그 새로운 기획안 보여주세요!” “저도 당연히 여러분들께 보여드리고 싶지만 지난번 불미스러운 사건도 있고 하니 조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여러분들을 믿지 않는 게 아니라 밖에서 저희를 지켜보는 눈들도 많으니 더욱 신중하려는 겁니다.” “전 KS WORLD 호텔의 사장으로서 다시는 지난번과 같은 일을 두 번 일어나게 할 수 없습니다. 그러니 여러분들도 이해해 주실 거라 믿습니다.” 현장에 있던 직원들은 모두 아람의 고충을 이해했기에 모두들 아람의 결정에 의의는 없었다. ……저녁 무렵, 아람은 KS WORLD 호텔의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했고 임수해는 아람의 사무실에서 그녀의 서류들을 정리하고 있었다. 정리가 끝난 뒤, 임수해는 전화를 하면서 사무실을 떠났다. 임수해가 떠나자마자 양준호가 쏜살같이 아람의 사무실로 뛰어 들어왔다. 오늘 밤, 경비는 그렇게 삼엄한 편이 아니었다. 그리고 양준호는 오직 아람만의 공간인 그녀의 사무실에 성공적으로 입성했다. 양준호는 이곳 도처에 CCTV가 있기에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을 전혀 숨길 수 없다는 것
윤정용은 눈썹을 찌푸리며 화가 나서 머리가 아팠다.“누가 이렇게 상세한 증거를 수집했지? 그 증거를 공개하기 위해 사람들의 시선을 피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 누구지? 도대체 누가 이렇게 대단해?”“누구겠어요, 송씨 가문 사람이겠죠! 주성택은 송 시장의 라이벌이잖아요. 선거가 다가오니 죽도록 라이벌을 망가뜨리겠죠!”윤진수는 화를 내며 중얼거렸다.“아니, 송씨 가문 아니에요.”윤성우는 단호하게 말했다.“제가 알기로는 송씨 가문은 이런 짓을 할 능력이 없어요. 설사 증거가 있다고 해도 오늘 같은 중요한 연회에서 폭로하지 않았을 거예요.”“그러면 송씨 가문에게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거예요. 오히려 위에서 책임을 물을 수도 있어요.”순간 윤성우는 깨달은 듯 이를 악물었다.“이런 교묘하고 무자비한 수단이 왜 구아람의 수법과 비슷한 것 같지?”“구아람? 정말 그 계집애야?”윤정용은 깜짝 놀랐다.“형, 증거 있어요?”유성의 안색이 순간 어두워졌다.“설마 지난번 구씨 가문에서 윤진수의 일 때문에 아람과 싸운 거로 지금 여자아이에게 누명을 씌우는 거예요? 당당한 그룹 사장이 그것밖에 안 되요?”“내가 이렇게 생각하는 건 절대 근거가 없는 게 아니야. 지난번 진수의 일 때문에 우리 윤씨 가문은 구씨 가문과의 감정이 틀어졌어. 당시 구아람이 무슨 말을 했는지 못 들었어? 그 계집애는 반드시 복수하는 성격이야. 우리를 가만두지 않겠다고 했잖아. 봐, 그게 지금이야.”윤성우는 눈을 가늘게 뜨고 차갑게 유성을 훑어보았다.“유성아, 지금 이 순간에도 여전히 구씨 가문의 사위가 되는 꿈을 꾸고 있지는 않겠지? 왜 그렇게 못났어? 지금 구씨 가문이 우리 머리 위로 기어올랐어.”“사람들을 데리고 주성택을 잡으러 온 사람이 구아람의 둘째 오빠 구진이야. 모든 것이 폭로된 순간 구진이 검찰을 데리고 왔어. 이게 우연이겠어?”유성은 순간 말문이 막혀 화가 나서 주먹을 쥐었다.“구아람이 손을 댄다고 해도 왜 주성택을 건드려?”이 말을 한 순간 윤진수는
“강철처럼 단단한 내 자제력이 네 앞에서 버려진 갑옷처럼 견딜 수 없어.”아람의 눈시울이 살짝 붉어졌다. 따뜻한 숨결이 경주의 귓가에 맴돌며 부드럽고 온화한 목소리로 말했다.“내 남자가 너무 멋있어, 오늘 밤, 보답해줄게.”...성주에게 매우 중요했던 세미나가 놀랍고도 황당한 희극으로 끝났다. 주성택의 조잡한 공직 경력이 공개되면서 사회로부터 강한 비난을 받고 매우 나쁜 영향을 미쳤다. 심지어 대통령도 놀란 나머지 주씨 가문과 주성택과 사적으로 거래한 모든 임원에 대해 철저한 조사를 하라고 지시했다. 공직자 모두가 위험에 처하여 모두 주성택을 원망했다.윤씨 가문도 영향을 받았다. 명성이 훼손되고 체면을 잃었을 뿐만 아니라 고위층의 감시까지 받게 되었다. 윤정용이 집으로 도망을 칠 때 SNS를 보았다. 잃어버린 왼쪽 신발이 인터넷에 게시되며 웃음거리가 된 것을 보고 화가 나서 핸드폰을 버리고 리무진의 앞 유리까지 부수었다.겨우 집에 도착했을 때 이미 늦은 시간이었다. 윤정용은 잠이 안 와 모든 사람들을 거실에 불러 회의를 진행했다. 윤진수은 여전히 술에 취해 있었다. 고개를 흔들며 욕설을 퍼부으며 들어오자 윤정용에게 뺨을 맞았다. 유성은 담담하게 소파에 앉아 턱을 괴고 장난기가 가득한 눈빛으로 불구경을 했다.“성택 문제는 누군가 귀에서 고의적으로 한 짓 같아. 도대체 누구야, 누가 감히 우리 윤씨 그룹을 건드려?”윤정용이 화를 내며 비싼 테이블을 부수었다. 수십 년 동안 위엄을 떨쳤던 윤정용은 이렇게 초라한 꼴을 당한 적이 없다. 체면도 잃었고 신발까지 잃었다. 윤정용의 성질로 사람을 몇 명 죽이지 않고는 분노를 진정시키기가 어려울 것이다.“아버지, 주성택이 체포되어 우리 윤씨 그룹에도 큰 영향을 미쳤어요.”윤성우는 생각을 하며 침울한 눈빛으로 말했다.“시급한 문제이니 바로 주성택과 모든 관계를 끊어야 해요. 이전에 주성택의 지위를 이용해 윤씨 그룹은 혜택을 얻었다는 증거도 가능한 빨리 없애야 해요. 대통령까지 알고 계셔요. 이러다가
주성택은 검찰이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것을 보고 큰 곤경에 처했다는 것을 깊이 깨달았다. 그러자 순간 다리에 힘이 풀려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바닥에 주저앉았다. 모든 소셜 플랫폼, 뉴스 헤드라인은 동시에 주성택이 체포되었다는 소식으로 바뀌었다. 반응이 빠른 기자들은 윤정용을 향해 달려갔다.“윤 회장님, 사위가 체포된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주 의원님이 사적으로 한 모든 일을 알고 있어요?”“주 의원님이 재임 동안 당신과 상호 이익을 얻었어요? 지위를 이용해 윤씨 그룹에 몰래 혜택을 준 건가요?”윤정용은 원망스러워 이를 악물며 안색이 점점 어두워졌다. 윤성우가 이 문제를 제대로 해결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결국 이 하이에나 같은 경찰들이 들이닥치잖아. 심지어 앞장서는 사람이 구씨 가문 둘째 아들 구진이야!’같은 위풍당당한 재벌인데, 구만복의 아들 구진은 당당하게 체포하러 왔고, 체포당한 사람은 자신의 사위 주성택이다. 그러자 윤정용은 체면이 떨어졌다고 느꼈다. ‘이럴 줄 알았더라면 여기에 있지 말았어야 했어. 혼란 속에서 빠져나가야 했어. 정말 큰 실수야!’“아버지, 빨리 가요.”윤성우가 서둘러 다가오며 윤정용을 부축하고 밖으로 나갔다. 기자들은 끈질기게 따라갔다. 윤정용은 윤성우의 경호 아래서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그 결과 윤정용의 신발이 벗겨지고 말았다.“아, 내 신발!”윤정용은 어색하게 왼발을 들어 올렸다.“아버지, 이럴 때 무슨 신발을 찾아요! 빨리 가요!”윤성우는 이마에 식은땀이 날 정도로 급해하며 윤정용을 밖으로 끌어냈다. 그러자 윤정용은 맨발로 비참하게 연회장을 빠져나갈 수밖에 없었다.“봐, 왜 신발이 바닥에 떨어져 있어?”“이게 윤정용의 신발이야? 너무 당황하며 도망쳐서 신발까지 잃어버렸어? 하하하!”기자들은 신발 사진을 찍으며 박장대소를 했다....주성택은 검찰에에 의해 연회장 밖으로 끌려 나올 때 겁에 질려서 두 다리가 소아마비에 걸린 사람처럼 질질 끌렸다. 길 건너편에서는 아람과
“앞으로 필요한 일이 있으시면, 언제든지 말씀하세요, 신 사장님!”주 비서는 경주야말로 자신의 주인인 것처럼 극도로 공손했다. 차 안의 온도는 서서히 높아졌다. 입술이 부딪치며 서로 얽혔다. 경주는 이 따뜻하고 부드러운 입술을 떠나기를 아쉬워했다. 촉촉한 입술은 입꼬리를 올리며 만족감을 느꼈다.이 만족감이 주 비서에게 주는 대답인지 아람의 열정적인 반응에 대답하는지 모른다. 통화가 끝났을 때 아람의 이마에는 이미 땀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다.“왜 이렇게 인맥이 넓어? 어디든지 끼어들 수 있네. 송 시장님 곁에도 네 사람이 있어?”아람은 경주의 품에서 가볍게 숨을 헐떡였다. 눈빛이 부드럽고 애교가 들어있었다.“관직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여우야. 야망이 크고 욕심도 커. 특히 비서관 같은 직책에 있는 사람들은 고위 임원들 곁에 있는 제일 알기 어려운 사람이야. 네가 어떻게 매수했어?”경주는 아람의 땀에 젖은 머리카락을 가볍게 쓰다듬으며 눈썹을 치켜올렸다.“매수하는 건 네 남자 내가 돈이 많고 능력이 좋아서 그런 거야.”“칫, 뻔뻔하네.”아람은 손끝으로 경주의 뺨을 찔렀다.“주 비서는 송 시장님을 오랫동안 모셔 왔어. 하지만 내가 알기로 송 시장님은 성질이 사납고 부하들에게 매우 못되게 굴어. 송 시장님 밑에서 일하는 건 살얼음판을 걷는 것처럼 조심해야 해.”“게다가 수년 동안 주 비서는 수많은 일을 처리해 주었어. 분명 좋은 승진 기회가 많았는데, 송 시장님은 일부러 주 비서를 억압했어. 만약에 너라면 이런 여전히 이런 상사에게 최선을 다할 수 있어?”아람은 순간 깨닫고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서 관직에서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비즈니스로 전직하고 싶었던 거네. 그리고 네가 혜택을 준다는 것을 약속했지. 예를 들어 일을 도와주면 넌 신씨 그룹에 들어갈 수 있도록 하는 거야? 맞아?”경주의 눈빛에서는 사랑이 가득 담겼고 입꼬리를 올리며 웃었다.“아람아, 넌 정말 너무 예리하고 똑똑해.”“이 주 비서를 잘 키워 봐. 머리가 좋아. 양
구진의 눈빛이 어두워졌다.“저희는 명령을 받고 왔어요. 검찰이 주성택 의원님을 체포하여 조사하도록 허가했어요. 업무를 방해하지 말아 주세요!”“저희 측에서는 어떤 통보도 받지 못했어요. 그저 관계자 외 진입 금지라는 것만 알아요. 절대 들어올 수 없어요!”경호원의 태도는 점점 강력했다. 구진은 비아냥거리며 입꼬리를 올리며 차갑게 바라보았다.“당신들 이미 법을 어긴 것을 알고 있어요?”경호원이 든든한 백이 있어 구진을 안중에 두지도 않았다.“허, 옷차림을 보니 연회장의 정식 경호원은 아닌 것 같네. 우리가 들어가서 사람을 체포하는 게 그렇게 두렵다면, 한가지 가능성만 있어요. 윤씨 그룹 사람이죠?”구진은 차갑게 웃었다. 경호원들은 깜짝 놀라며 당황한다. 그들을 막으러 오기 전에 윤성우는 경호원에게 명령했다. 상대방이 아무리 협박해도 윤씨 그룹에 대해 한마디도 언급하지 말라고 했다. 그저 시간만 끌어 윤씨 가문에게 움직일 시간을 벌어주면 되었다. 만약 주성택이 검찰에 잡혀가면 절대 판을 뒤집을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경호원들은 고집을 부리며 부정할 수밖에 없었다.“아니요, 우린 윤씨 그룹의 사람이 아니에요. 송 시장님께서 현장 질서를 유지하라고 명령을 내렸어요.”“그래요? 송 시장님 사람이에요? 왜 난 한 명도 본 적이 없죠?”발소리와 함께 차분한 목소리가 들려오자 사람들은 뒤돌아보았다. 그 사람은 다름 아닌 송 시장 옆에 있는 비서실장이다. 뒤를 따른 사람도 모두 송씨 가문의 사람이다. 윤씨 그룹의 경호원들은 어쩔 줄 몰라 제 자리에서 안절부절못했다.“이 사람들이 정말 겁도 없네. 송 시장님의 코 앞에서 송씨 가문의 사람인 척해? 감히 우리 송 시장님에게 누명을 씌우려고 해?”비서관은 엄숙하게 말했지만 구진에게는 웃으며 공손하게 말했다.“구 검사님, 체포 영장을 더 발부받아야 할 것 같네요. 누구의 명령으로 공무집행을 방해하는 사람들을 모두 체포해서 자세히 심문하면 좋겠네요. 우리 송 사장님의 누명을 벗어야 할 것 같네요.”구진은
연회장은 혼란스러웠다.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경호원들이 배치되었다. 하지만 오늘 행사는 너무나도 성대했다. 수많은 언론 기자들이 초대되었고, 모든 기자들이 주성택을 향해 몰려들어 가운데에 고정시켜 움직일 수 없게 만들었다.기자들은 바로 이런 사람들이다. 기자들에게 스캔들이란 마치 피 냄새를 맡는 상어와 같다. 게다가 이것은 너무 충격적인 스캔들이다. 윤정용의 사위인 주성택은 현재 선거에서 가장 인기 있는 사람이다. 하지만 사적으로 사리사욕을 채우고 여색을 좋아하는 쓰레기였다. 이런 헤드라인에 오를 수 있는 기사를 놓치고 싶어 하는 기자는 없다. 사람들은 주성택의 밑바닥까지 파고들고 싶었다.“송 시장님. 본부에 연락해서 사람을 더 보내달라고 할까요? 현장이 통제하기 어려워지고 있어요!”비서실장은 서둘러 송 시장에게 지시를 바랐다. 송 시장은 눈에 잘 띄지 않는 구석에 서서 넓은 무대를 라이벌에게 맡긴 채 미소를 지으며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우린 그냥 조용히 구경이나 하면 돼. 왜 일을 귀찮게 만들어? 하지만 나와 사모님을 잘 지켜. 이따가 더 큰 소동이 벌어지면 우리한테까지 튀게 하지 마.”...상황이 계속 악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윤씨 가문은 연회장의 앞문과 뒷문에 인력을 추가했다. 이때 검은색 리무진 세 대가 기세등등하게 문 앞에 차를 세웠다. 차 문이 열리자 슈트를 입고 경찰 증명서를 가슴에 찬 검사들이 신속히 내렸다.제일 앞에서 팀을 이끄는 구진의 눈은 반짝였다. 엄숙한 표정은 평소 가족들 앞에서 장난기 가득한 구진과는 다른 사람이었다. 카리스마가 너무 강해 사람들이 숨이 막혔고 똑바로 쳐다보지도 못했다. 검사가 위풍당당하게 다가오자 문 앞에 서 있던 경호원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겁에 질렸다.“잠시 비켜주세요. 저희 업무를 방해하지 마세요.”구진은 차갑고 침착한 얼굴로 담담하게 말했다. 경호원들은 구진을 막을 용기가 없어 길을 비켜주었다. 홀에 들어서자마자 구진은 왼쪽 귀에 걸고 있던 블루투스 이어폰을 누르고 아람에게 연락했
“세상에, 누가 이런 짓을 한 거야. 정말 대단해!”“이렇게 많은 증거를 모아두고 이런 중요한 날을 선택하여 공개하는 건 주성택을 망치려는 거잖아!”“송 시장님인가? 어쨌든 두 사람은 이번 선거에서 라이벌이잖아!”“그럴 수도 있어. 하지만 송씨 가문은 이런 능력이 없을 거야. 배후에 더 힘 있는 사람이 있을 거야!”압도적인 플래시가 무대 위에서 멍해지고 부들부들 떠는 추악한 모습을 카메라에 완전히 담았다. 일부 기자들은 사진 찍는 것으로 만족하지 않아 무대로 달려가 대포 카메라로 주성태를 가리켰다.“주 의원님, 화면에 나오는 게 사실이에요?”“뇌물을 받으셨어요? 사적인 거래를 했어요?”주성택은 저도 모르게 입술을 부들부들 떨었다. 두 다리에 힘이 빠져 뒤로 물러섰다.“저 아니에요. 모두 합성한 거예요. 누가 저를 해치려는 거예요!”“그럼 장부는요? 그건 어떻게 설명할 건가요?”“조작이에요. 다 조작이에요! 저는 돈을 받지 않았어요. 단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어요!”주성택은 땀을 뻘뻘 흘리며 당황하여 소리를 질렀다.“경호원은? 빨리 와서 질서를 유지해!”현장이 혼란스러워지고 사위가 기자에게 포위당하며 스캔들이 줄줄이 터져 나왔다. 그 모습을 본 윤정용은 화가 나서 안색이 어두워졌다.“빨리 조사해,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윤정용은 눈시울을 붉히며 숨이 막혔다.“분명 누군가가 우리 사위를 해치고 있어. 분명 우리 윤씨 가문을 겨냥하고 있는 거야! 누가 겁도 없이 이런 짓을 해? 감히 우리 윤씨 가문을 건드려?”“네, 아버지. 바로 확인해 보겠습니다!”윤성우는 현장 상황이 통제 불능이라는 것을 깨닫고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혼란한 틈을 타서 바로 아버지를 모셔가라고 할게요. 주성택은 아버지의 사위예요. 무슨 일이 생기면 아버지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요!”“안 돼!”윤정용은 단호하게 거절했다.“이 상황에 우리가 떠나면 스캔들이 사실임을 인정하는 거잖아. 사람들은 우리 윤씨 가문이 감당할 수 없어서 도망친 거라고 생각할 거
중앙 홀의 가장 큰 회의장의 분위기는 너무 엄숙했다. 무대 아래에서는 성주는 물론 전국에서 온 고위 임원과 비즈니스 엘리트 대표들로 가득 찼다. 송 시장이 무대에 올라 교류회에 대해 연설하고 있었다.국회의원, 기업 대표 및 기타 주요 인사들이 앞자리에 앉았고, 윤민지와 같은 가족들은 뒷자리에 앉을 수밖에 없었다. 윤씨 가문의 외동딸인 윤민주는 명문가 집안 아가씨들 중에서 꽤 명성이 높았다. 그러나 결국 공식 석상은 여전히 남성의 전쟁터이자 또 다른 세상이다. 윤민주는 그저 주성택의 아내일 뿐이다. 윤민주가 말할 자격은 없었다. 눈에 띄기 좋아하는 성격을 가진 윤민주는 자연스럽게 화가 났다.주성택이 오늘 이 자리까지 온 건 모두 윤민주가 한 걸음 한 걸음 도와준 것이다. 윤씨 그룹의 배경이 없고, 윤정용의 보살핌이 없고, 윤민주가 이미지를 만들어주지 않았더라면 눈에 띄지도 않는 주씨 가문 주성택은 순조롭게 높은 자리로 갈 수 없었을 것이다. 윤민주는 생각할수록 득의양양했다. 여러 내연녀 때문에 더러워졌던 기분도 좋아졌다. ‘언젠간 송 시장의 부인처럼 제일 앞에 앉을 거야!’이런 생각을 하자 윤민주는 거만하고 우쭐하게 앉아 콧구멍으로 사람들을 바라볼 기세였다. 주변 사람들이 윤민주를 보자 속삭였다.“저 위압적인 모습 좀 봐, 모르는 사람들은 저 여자 머리에 눈이 있다고 생각할 거야!”“맞아, 선거가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남편이 꼭 선거될 것처럼 행동하잖아. 무슨 자신감이야?”“윤민주는 자기가 아직도 윤씨 가문 아가씨인 줄 알아. 결혼한 여자는 가문에서 버려진 것과 같다는 거 몰라? 이 바닥에서 진작에 소문이 났어. 주 의원 선거를 도와주려고 쥐처럼 윤씨 가문에서 돈을 훔쳐 주씨 가문에 주었어. 윤씨 가문에서는 이미 윤민주를 싫어해. 하지만 윤민주는 자신만만해하네!”“나는 주 의원이 별로야. 딱 봐도 부패할 것 같아. 저 부부가 권력을 잡으면 성주 사람들은 큰 곤경에 처할 거야!”날카로운 유언비어들이 윤민주의 귀에 들어왔지만 아무렇지도 않은
이런 말들은 아람이 경주의 입에서 듣고 싶어도 꿈속에서만 들을 수 있었다. 이제 경주가 밤낮으로 붙어 다니고 주문을 외우는 것처럼 귀에 대고 중얼거려 점점 지치기도 하고 짜증이 났다.하지만 경주가 매번 다가오고 만지고 키스를 할 때, 마음속에서 불꽃놀이처럼 빛나고 감정을 통제할 수 없다. 그저 경주의 괴롭힘을 당하며 유혹에 넘어간다. 그래서 사랑하든 아니든 아람의 말을 들을 필요가 없다. 그저 아람의 반응을 보면 된다. 얼굴이 붉어지는지, 가슴이 설레는지, 몸이 이성을 잃고 행동하는지만 보면 된다.아람은 경주의 키스에 엉망이 된 숨을 가라앉히고 삐죽이면서 경주의 넥타이를 잡는다.“신경주, 너 예전에 꽤 괜찮았잖아. 지금 왜 이렇게 사랑에 굶은.”이런 비유가 좋은 것 같지 않아 아람은 급히 입을 다물었다. ‘정말 사람에 굶은 사람이라도 말로 하는 건 아닌 것 같네. 체면은 지켜주자.’예기치 않게 경주의 호흡이 점점 거칠어진다. 눈빛 아래는 짙은 사랑의 욕망이 숨겨져 있었다. 경주는 아람의 뒷목을 문지르며 이마를 대었다.“아람아, 난 네 노예야.”아람의 가슴이 두근거렸다. 아름다운 얼굴이 붉어지며 손가락으로 경주의 튼튼한 가슴을 찔렀다.“그만해. 널 욕하면 나까지 욕하는 거 같잖아.”경주는 마른침을 삼키며 아람의 붉은 입술을 깨물었다.“오늘 벤을 타서 자리가 넓어. 충분히 커. 우리가 놀기에 충분해.”“우린 복수하러 온 거지, 야한 짓을 하러 온 건 아니야!”아람은 부끄러워 얼굴이 빨개졌다. 경주의 이마를 힘껏 때리며 급히 화제를 돌렸다.“참, 오늘 왜 이씨 가문 사람들이 보이지 않아? 이유희가 이제 사장님인데, 이런 장소에 끼지도 않아? 윤씨 가문이 잘난 척하는 모습을 보고만 있을 수 있어?”“이씨 가문은 이소희가 남긴 구멍을 메우고 있어. 계속 여론의 끝에 있어서 지금 나오면 논란을 일으킬 수도 있어.”“허, 자각이 대단하네.”경주는 머리를 기울이고 가까이 다가가 코끝으로 아람의 뺨을 문지르며 간지럽혔다.“유희가 말했어.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