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희야, 효정이는 바보가 아니야, 그렇게 말하지 마!”이유희는 눈을 부릅뜨고 호통을 쳤다.여동생의 입에서 나온 바보라는 말이 너무 귀에 거슬리고 마음이 아팠다.그의 눈에는 동생이 항상 어린 시절처럼 천사의 화신 같은 존재로 보였고, 제멋대로 굴어도 마음씨는 착하고 부드럽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지금의 이소희는 눈을 부릅뜨고 악기가 넘쳐났다. 마치 신효정과 깊은 원한이 있는 것처럼 그녀를 못살게 굴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하지만 그러는 이유가 단지 어젯밤 내가 그녀랑 함께 있어서라니. 몇 년 동안 많은 여자들을 만났어도 이렇게 화내는 것을 본 적이 없었는데, 왜 신효정에게만 악의가 이렇게 큰 거지?’“오빠, 그 바보 때문에…… 나한테 소리 질러?”이소희는 놀라서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매서운 눈빛에서 서늘함이 밀려왔고 식은땀이 가득 났다.“효정이는 바보가 아니야, 너의 입에서 이런 말을 듣고 싶지 않아. 한 번 더 말하면 정말 화낼 거야.”유희는 숨을 깊이 들이쉬며 안색이 어두워졌다.“어렸을 때, 네가 아직 기억을 못 할 때 아버지가 사고로 돌아가셨고 일이 바쁜 어머니는 우리를 돌볼 겨를이 없어서 내가 항상 널 데리고 다니고 지켜주었잖아. 널 쫓아다니며 밥 먹여준 것도 나고, 너랑 놀아줬던 것도 나고, 기저귀를 갈아준 것도 나야. 그런데도 내가 너한테 잘해주지 않고, 널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하는 거야? 정말…… 20년 동안 겪은 모든 것을 합쳐도 지금처럼 마음이 아프지 않았어.”“오빠…….”멍해진 이소희는 목소리가 떨렸다.“너에게 관심이 없는 것이 아니야. 우리가 컸으니 관심해 주는 방식이 달라졌을 뿐이야, 하지만 넌 그럴 느끼지 못했어.”유희는 안색이 어두워졌다.“나의 마음을 몰라주는 건 탓하지 않을 게. 근데 이해가 안 되는 건 네가 왜 효정이에게 악의를 품고 있는 거야? 너에게 무슨 잘못을 했어?”“난…… 난 그녀를 싫어해, 그녀는 오빠랑 있을 자격이 없거든!”이소희는 그의 질문에 당황하여 아무 이유나 찾아 얼버무렸다.유희
순간 예리한 질문에 모두의 시선이 양준호에게 쏠렸다. 양준호는 구아람의 날카로운 눈빛에 가슴이 철렁했지만 최대한 침착하게 말했다. “안나 조씨가 신씨 호텔과 계약한다는 건 이미 공공연한 사실 아닙니까? 전에 신씨 호텔과 저희가 안나의 결혼식 주최권을 놓고 경쟁했을 때, 안나 씨는 저희를 선택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우리 쪽의 실수로 안나 조와의 계약이 파기되었습니다. 게다가 이제 결혼식도 얼마 남지 않았으니 안나가 신씨 호텔 쪽으로 넘어가는 건 당연한 일 아니겠습니까?” 이 말은 사실 틀리지 않았다. 아람은 싱긋 미소를 지으며 의자에 기대더니 말했다. “당신의 말은 맞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 짚고 넘어갈 점이 있다면 안나는 아직 신씨 호텔과 정식으로 계약을 체결하진 않았다는 겁니다.” 그러자 모두 깜짝 놀랐다. “뭐? 일주일이나 지났는데 아직도 계약을 안 했어?!” 양준호는 놀란 내색하지 않았지만 표정은 분명 더 굳어졌다. “만약 계약을 체결했다면 신씨 호텔에서는 크게 언론을 통해 떠벌렸겠죠. 그런데 아직 아무 소식 없는 것으로 봐서는 우리에게도 아직 기회가 있다는 겁니다.” 아람은 의자를 유유히 돌리며 말했다. “다들 아시다시피 전 고집이 센 사람입니다. 그러니 전 마지막 순간까지 결코 안나 조의 프로젝트를 포기하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 제 손엔 이미 생각해 둔 새로운 기획안이 있으니 요 며칠 다시 안나 조에게 가져가 보려고요.”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역시 구아람 사장이라며 환호를 질렀다. 그러자 양준호도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사람들을 따라 맞장구를 쳤다. “하지만, 구아람 사장님, 저희 호텔에서 먼저 계약을 위반했으니 안나 조씨는 분명 저희에게 좋지 않은 인상을 가지고 있을 겁니다. 그런데 지금 다시 안나 조씨에게 새로운 기획안을 제시한다면 안나 조씨가 거절하지 않을 가요?” “그러니까요, 불가능한 일일지도 몰라요!” 아람은 붉은 입술을 반짝이며 호탕하게 웃었다. “인생에 뜻대로 되지 않는 일들은 많습니다. 그래
“지금 이 시간에?” 신광구는 손을 들어 시계를 보더니 눈살을 약간 찌푸렸다. “경주가 집에 없다는 건 알고 있을 텐데, 게다가 이미 저녁 시간이기도 하고. 그런데 지금 오다니?” “아이참, 여보 모처럼 이유희가 왔는데 왜 이렇게 생각이 많대요? 이유희가 우리 효린이를 찾으러 온 것일 수도 있잖아요.” 진주는 애교를 부리며 신광구의 팔을 잡았다. “진주, 네 말 뜻은 설마 유희랑 효린이?” 신광구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당신이 평소에 너무 바빠 우리 효린이의 마음도 잘 몰랐나 보네요.” 진주는 긴 손가락으로 신광구의 옷깃을 살짝 잡아당기며 말했다. “효린이는 줄곧 이유희에게 마음이 있었어요.” 신광구는 깜짝 놀라 눈을 휘둥그렇게 떴다. “효린이가 유희를 좋아한다고? 난 왜 전혀 눈치채지 못했지?!” “아이고, 효린이가 말하기 쑥스러웠나 보죠.” 진주는 신효린 대신 쑥스러워하는 표정을 지었다. “이건 결코 작은 일이 아니야. 효린이의 혼사는 우리 신씨 가문에 있어서 아주 중요한 일이란 말이야.” 신광구는 갑자기 엄숙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효린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내 첫째 딸이야. 그러니 반드시 신중하고 또 신중하게 골라 우리 가문과 급이 맞는 곳에 시집보내야 해. 뿐만 아니라 성주에서도 가장 우수한 청년이어야만 하고!” “이씨 가문은 성주에서 손꼽히는 명문가예요. 게다가 이유희는 이씨 가문 회장의 유일한 손자고요. 그러니 앞으로 이렇게 큰 이씨 그룹은 자연히 이유희에게로 넘어가지 않겠어요?” 진주는 이미 머릿속으로 계산을 전부 끝내고 말했다. “게다가 이유희는 경주의 절친한 친구이기도 하니 효린이 이씨 가문에 시집가면 그야말로 금상천화가 아니겠어요?” 진주의 말을 들은 신광구는 찌푸렸던 미간을 폈고 마음도 한결 산뜻해졌다. 성주에서의 이유희의 평판은 그리 좋지는 않았다. 그러나 신광구는 이유희가 명문가 출신으로서 어릴 때부터 물질적인 방면에서는 절대적인 만족을 얻었으니 정신적 차원의 신선함을 일정하게 추구하
거실에서 나온 이유희는 바로 돌아가지 않고 신씨 가문의 이 별장을 돌아다녔다. 사실 이유희는 다른 꿍꿍이를 품고 있었다. 이유희는 작은 머리를 떨구고 다니던 가냘픈 모습의 신효정을 볼 수 있기를 바랐다. 신효정의 가녀린 모습은 항상 이유희의 보호의식을 불러일으켰다. “이유희 도련님? 왜 여기 계세요?” 오씨 아줌마가 마침 그런 이유희를 발견하고 다가와 물었다. “아, 그게, 그러니까.” 이유희는 약간 뻘쭘한 듯한 표정으로 우물쭈물하다가 용기를 내어 낮게 물었다. “오씨 아줌마, 효정이는 어디 있어요?” 오씨 아줌마는 놀란 표정으로 이유희를 훑어보았다. 오씨 아줌마는 이유희와 신효정의 조합을 전혀 상상할 수 없었다. “뭘 하시려는 거죠, 이유희 도련님? 저희 넷째 아가씨는 아직 나이가 어려 평소에는 외부의 사람들을 잘 만나지 않습니다. 그러니 저희 아가씨를 놀라게 하지 마세요.” 이유희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핫, 오씨 아줌마는 어릴 때부터 저와 경주가 자라는 걸 봐오신 분이신데 아직도 제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시는 거예요?” “이유희 도련님이 저희 도련님한테 있어서는 틀림없이 좋은 친구지요.” 오씨 아줌마는 엄지손가락을 위로 향해 들었다. “하지만 이유희 도련님이 여자를 대하는 방면에 있어서는 좀 별로인 것 같아요.” 오씨 아줌마는 이번에 엄지손가락을 아래로 향했다. 이 말을 들은 이유희는 순간 손으로 이마를 탁 짚었다. 그리고 이유희가 이러쿵저러쿵 변명을 한껏 늘어놓아서야 오씨 아줌마는 마지못해 이유희를 데리고 신효정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전 바로 문 앞에서 지키고 있을 겁니다. 신효정 아가씨와 할 말 있으시면 얼른 하고 나오세요. 다른 사람들 눈에 띄면 안 좋아요.” 오씨 아줌마는 문 앞에서 엄숙하게 이유희에게 당부했다. 그러자 이유희는 썩소를 지으며 말했다. “오씨 아줌마, 제가 망나니도 아니고, 걱정 마세요.” 말이 끝나자 이유희는 긴 다리를 뻗어 신효정에게로 향했다. 오씨 아줌마는 잠시 침묵하더
신효정은 두 무릎 사이에 얼굴을 반쯤 파묻고 이유희에게 손을 뻗었다. “돌려줘요.” “어젯밤, 내가 너의 곰돌이 인형도 찾아줬는데 답례로 그림 한 장 주는 것도 아까워?”이유희는 건장한 팔을 책상 옆에 받치고 신효정에게로 살짝 몸을 숙였다. “나 이 그림 마음에 드는데, 주면 안 돼?” “선, 선물은 이미 진작에 따로 준비해 뒀어요.” 신효정은 쭈뼛쭈뼛 말했다. “어디 있는데?” 이유희는 순간 눈이 반짝였다.……십여 분 후, 이유희는 자신의 페라리로 돌아왔다. 왼손에는 케이크 상자가 들려 있었고 오른손에는 초상화가 들려져 있었다. 이유희의 입꼬리는 점점 더 올라갔고 전례 없는 만족감을 느꼈다. 사실, 신남준의 생일 연회에서 신효정이 그녀의 할아버지께 준 그림을 보았을 때 이유희는 자신도 그런 그림을 얻을 수 있기를 은근히 희망했었다. 유일무이한 오직 자신만을 위한 그림 말이다. 그리고 이유희는 지금 정말 그 그림을 얻었다.이 기쁨, 행복감은 그야말로 형용하기 어려웠다. 이유희는 흐뭇하게 그림을 거두고 또 지체 없이 옆의 케이크 상자를 열었다. 안에는 소박하고 심지어 조금 못생긴 블루베리 케이크가 들어 있었다.이유희는 얼른 손끝으로 크림을 집어 입에 넣었다. 순간 이유희는 눈살을 찌푸렸다. ‘맛이 왜 좀 신 거지?’ 깊은 밤, 구아람은 마스크팩을 하고 서재 컴퓨터 앞에 앉아 쉴 새 없이 게임을 하고 있었다. 사실 아람은 이미 졸렸다. 하지만 아직 양준호를 미행하러 간 임수해가 돌아오지 않았기 때문에 아람은 마음이 놓이지 않아 게임을 하면서 임수해의 소식을 기다리고 있었다. 게임 백스테이지에서는 이미 공식적으로 여러 번 아람에게 프로 게이머로 데뷔할 것을 초청했지만 아람은 모두 거절했다. 게임은 단지 아람의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므로 아람은 오락을 명예와 연계시킬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띵- 순간 윤유성이 게임에 접속했다는 알람이 떴다. [한 판 같이 할래요?] [좋아요.] 윤유성과 아람이 게임
임수해는 숨을 헐떡이며 구아람에게로 달려왔다. 아람은 결과를 묻기보다는 서둘러 탁자 옆으로 가서 따뜻한 물 한 잔을 따라 임수해에게 건네주었다. “일단 숨부터 좀 고르고, 뜨거운 물 좀 마셔. 밖에 많이 춥지?”임수해는 물컵을 받았다. 이때 차가운 손끝이 무심코 아람의 손과 부딪혔고 순식간에 따뜻한 기운이 온몸을 타고 흐르는 것 같았다. “좀 쉬어.” 아람은 몸을 돌려 먼저 소파에 앉아 가느다란 다리를 꼬았다. 임수해는 뺨이 약가 붉어졌다. 그리고 양손에 물컵을 들고 숨을 가다듬었다.“아가씨, 정말 대단하십니다. 아가씨의 말이 맞았어요. 그 양준호는 과연 고선정과 아는 사이었는데 꽤 깊은 사이처럼 보였어요!” 아람은 싱긋 웃으며 말했다. “내가 아무리 대단해도 곁에 너 같은 조수가 있어야 대의를 이룰 수 있는 거 아니겠어?”임수해는 수줍게 웃으며 핸드폰을 아람에게 건넸다. 아람은 긴 속눈썹을 늘어뜨리고 핸드폰 안의 사진을 훑어보았는데 그다지 기분이 좋아 보이진 않았다.핸드폰 안의 사진은 양준호와 고선정이 카페에서 데이트를 즐기는 장면이었다. 양준호는 고선정의 뺨을 어루만지고 고선정은 양준호의 손을 감쌌는데 서로를 다정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아가씨, 이제 증거도 확실하니 양준호를 찾아가 따지자고요!” 임수해는 이미 충분히 증거를 찾아낸 것 같아 매우 흥분되었다. “이것만으론 아직 부족해.” 아람은 무표정한 얼굴로 핸드폰을 내려놓았다. “부족하다고요?” 임수해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전 이미 사람을 통해 양준호와 고선정이 근 두 달간 호텔에 드나든 기록을 찾아보게 했습니다. 그들은 근 두 달 동안 매주 2번 이상은 함께 호텔에 갔는데 심지어 그전엔 전혀 아무런 왕래가 없었습니다.” “이게 설마 양준호가 스파이라는 것을 증명하기에 충분하지 않은 겁니까?” “확실히 양준호가 스파이인 건 맞아. 그러나 증거가 부족해. 너도 법을 배우 적 있어 알겠지만 지금 이것들은 전부 간접적인 증거일 뿐이니 양준호의 죄를 규정짓기엔 아직 부족
깊은 밤, 서재. 신경주는 서재 창문 앞에 앉아 와인 한 잔을 따랐다.지금 와인을 마시기 위해 꺼낸 술잔은 구아람이 전에 경주에게 줬던 선물 꾸러미에서 꺼낸 것이었다. 바로크 스타일의 이 와인잔은 부딪히는 맑은 소리만 들어도 최고의 공예와 기술로 만들어진 것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아람이 경주에게 이 잔을 선물할 때는 아마 그와 평생 함께 할 미래를 꿈꿨을 것이다. 이 생각이 든 경주는 순간 눈살을 찌푸렸고 와인은 농약보다 더 쓰게 느껴졌다. 이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고 한무가 자료를 들고 황급히 들어왔다. “신경주 사장님, 찾아보라고 하셨던 고선정에 대한 자료들입니다. 이번엔 고씨 가문 조상의 묘를 어디로 옮겼는지까지도 모조리 조사해 왔으니 걱정 마세요! 절대 누락된 정보는 없을 겁니다!” 지난번 한무는 자신의 실수로 경주가 아람 앞에서 못 볼 꼴을 보이게 했다. 그러므로 이번에는 자료를 확실히 찾아 지난번의 잘못을 만회하려고 했다. “그래, 구씨 가문에도 이 자료를 보내.” 경주는 손에 든 아름다운 와인잔을 빙빙 돌리며 흥미진진하게 와인을 음미하고 있었다. 한무는 어리둥절해졌다. “구진 씨께 보낼까요?” 그러자 경주는 싸늘한 눈빛으로 한무를 힐끗 쳐다보았다. “아아, 구아람, 작은 사모님이요.” “메일로 보내.” 경주는 잠깐 멈칫하더니 다시 한 마디 덧붙였다. “익명 메일로 보내.” “네? 왜죠?” 한무가 얼른 물었다. 경주는 입술을 깨물더니 말했다. “아람이 내가 보낸 메일임을 알면 아마 보지도 않고 지워버릴 거야.” ‘어쩜 이렇게 비굴하게 변했지!’ 한무는 속으로 이런 생각을 했다. 이때, 테이블 위로 올려둔 핸드폰이 울렸다. 경주가 핸드폰을 확인해 보니 뜻밖에도 이유희에게서 걸려온 영상통화였다. 경주는 귀찮다는 듯이 말했다. “또 무슨 일인데?” 핸드폰의 스크린 화면에는 얼굴이 창백한 이유희가 새하얀 침대에 누워있는 모습이 비쳤다. 배경이 파란색과 흰색이 섞인 벽인 것으로 봐서 아마 병원인 듯했다.
지난번 회의 후, 구아람의 직원들은 다시 희망을 갖게 되었고 의욕이 넘쳤다. 아람은 직원들의 정신적 지주였다. 아람을 따르는 직원들은 모두 그녀의 인간적인 매력에 매료되어 아람의 팬이 되곤 했다. 오늘, 회의에 참석한 아람은 웃음꽃을 활짝 피우고 있었다. 회의에서 아람이 말했다. “오늘 밤, 안나 조와 만나기로 약속 잡았습니다. 계약을 다시 할 수 있던 없던 안나 조가 저희를 다시 만나주기로 한 것만으로도 이미 절반은 성공한 셈이지요.” 직원들은 환호를 질렀다. 맨 끝자리에 앉은 양준호도 함께 웃는 듯했지만 사실 눈가에는 웃음기가 전혀 없었다. “비록 우리 쪽에서 먼저 계약을 위반했지만 전 안나 조가 그렇게 융통성 없는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전 이번에 새로 완성한 기획안으로 반드시 신씨 호텔을 이기고 다시 안나 씨를 데려올 자신이 있습니다.” 아람은 자신만만하게 웃었다. “구아람 사장님! 저희도 그 새로운 기획안 보여주세요!” “저도 당연히 여러분들께 보여드리고 싶지만 지난번 불미스러운 사건도 있고 하니 조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여러분들을 믿지 않는 게 아니라 밖에서 저희를 지켜보는 눈들도 많으니 더욱 신중하려는 겁니다.” “전 KS WORLD 호텔의 사장으로서 다시는 지난번과 같은 일을 두 번 일어나게 할 수 없습니다. 그러니 여러분들도 이해해 주실 거라 믿습니다.” 현장에 있던 직원들은 모두 아람의 고충을 이해했기에 모두들 아람의 결정에 의의는 없었다. ……저녁 무렵, 아람은 KS WORLD 호텔의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했고 임수해는 아람의 사무실에서 그녀의 서류들을 정리하고 있었다. 정리가 끝난 뒤, 임수해는 전화를 하면서 사무실을 떠났다. 임수해가 떠나자마자 양준호가 쏜살같이 아람의 사무실로 뛰어 들어왔다. 오늘 밤, 경비는 그렇게 삼엄한 편이 아니었다. 그리고 양준호는 오직 아람만의 공간인 그녀의 사무실에 성공적으로 입성했다. 양준호는 이곳 도처에 CCTV가 있기에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을 전혀 숨길 수 없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