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위기도 순간 뜨거워졌다.구아람이 은근히 놀라서 신경주의 거무스름한 눈과 마주치더니 짜증이 난 듯 눈썹을 찌푸렸다.윤유성도 너무 의외인 것 같아 금테 안경을 치켜올리더니 차가운 눈빛으로 부드럽게 말했다.“죄송해요, 구아람 씨. 그가 이 자리에 있을 줄 몰랐어요. 사인은 필요 없으니, 이만 나갑시다.”“괜찮아요, 상관없어요.”구아람은 아무렇지도 않게 웃었고 누군가가 나타났다고 해서 물러서지 않았다.“우리나라에서 전 남편을 만나면 회피해야 한다는 법은 없잖아요, 그리고 저도 당신이 사인을 받아 윤 사모님의 소원을 들어주길 바랍니다.”윤유성은 눈이 휘둥그레져 그녀를 바라보더니 마음이 설레었다.하지만 신경주의 표정은 이미 그늘이 지었다.그들 사이의 거리는 그리 멀지 않았고 구아람의 목소리는 낙숫물이 댓돌을 뚫는 듯한 관통력이 있으서 그녀가 한 말들을 정확하게 들었다.콘서트 내내 그는 오장 육부가 끊는 듯한 화를 억누르고 있었다.그녀가 윤유성의 어머니까지 관심해 주자 그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었고 당장 구아람을 눈앞에 잡아와 물어보고 싶었다.‘윤유성과 어디까지 간 거야?’하지만, 이 모든 것은 그와 아무런 상관이 없다. 심지어 그녀에게 어떻게 굴욕을 당할지까지 상상이 된다.그들은 이미 이혼을 했다. 하지만 그의 마음은 계속 그의 몸, 신경, 생각을 컨트롤하고 있고 통제 불능의 상태로 그녀에게 다가가고 싶게 한다.순간, 분장실의 문이 열렸다.“오빠!”꾀꼬리처럼 맑은 아이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어색한 분위기를 깨뜨렸다.신경주가 정신을 차리기 전에 눈앞이 아른거리는 것이 느껴졌고, 곧 오뚝한 몸은 부드러운 녹색 덩어리에 싸였다.이소희는 나무늘보처럼 그에게 안겼고 불그레한 얼굴을 꾸물거리며 애교를 부렸다.“오빠, 일부러 제 공연 보러 온 거예요? 저에게 서프라이즈를 해주려는 거죠?”신경주의 안색이 변하면서 온몸이 굳어졌고 여광으로 끊임없이 얼굴이 흙빛이 된 구아람을 보고 있었다.이유희는 동생의 행동이 뭐가 잘못됐는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구아람은 정교한 턱을 쳐들고 직시하며 신경주을 향해 다가갔다.순간, 그의 가슴이 두근거리더니 마른침을 삼켰다. 양복 밑에 있는 단단한 근육은 더욱 팽팽해졌고, 마치 온 신경이 구아람에게 쏠리고 있는 것 같아 지금 당장 그녀를 맞이하러 가고 싶었다.이소희는 눈썹을 찌푸리더니 음식을 지키는 것처럼 신경주를 꽉 안았고 순간 소유욕과 득실심이 엄청 커졌다.그녀는 신경주가 이 아름다운 여인과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구아람을 매우 신경 쓰고 있다는 것을 직관적으로 느껴졌다.신경주는 구아람이 그에게 다가오는 것이라고 생각할 무렵, 그녀는 바람처럼 그의 옆을 스쳐 지나갔다.“크리스티안!”구아람은 놀란 신경주를 내버리고 환한 눈웃음을 지으며 외쳤다.“Oh!My Sweet Heart!”복도 너머로 다가온 크리스티안은 오랜 친구를 만난 듯 감격에 겨워 구아람을 향해 손을 흔들며 연인들끼리 인사하는 방식으로 친분을 과시했다.현장에 있던 세 남자는 모두 놀라 어안이 벙벙해졌고 이소희도 어리둥절해졌다.크리스티안은 성격이 괴팍하고 거만하여 스승을 모시고 기예를 배우는 3년 동안, 이소희를 칭찬한 횟수가 손에 꼽을 정도이고 늘 덟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이 여자가 무슨 능력으로 이렇게 쉽게 스승을 웃게 할 수 있는 거야!’“자기야, 네가 성주에 있을 줄 몰랐어! 세상에…… 내가 시간을 내서 너랑 식사 약속을 잡을 걸 그랬어.”크리스티안은 너무 반가워 구아람과 포옹했다.“당신이 리허설까지 해야 해서 방해할 수가 없었어요.”구아람은 영어를 모국어처럼 유창하게 하며 그녀와 이야기를 나누었다.그녀는 샤론의 신분으로 크리스티안과 친분이 있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녀가 구아람에게서 몇 번이나 드레스를 주문했었기에 개인적으로 친분이 두터웠다.하지만 아가씨가 그런 신기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더 적합하다. 그녀와 협력을 한 사람들은 결국 그녀의 친구로 된다.신경주는 구아람이 최고의 피아니스트와 즐겁게 대화하는 것을 보고 순간 옛 기억들이 떠올랐다.그의 넓은 어깨가
콘서트홀에서 나올 때, 이소희는 어릴 적처럼 신경주의 손을 꼭 잡고 그에게 외국에서 보고 들은 것들을 말해주었다. 또한 신경주에 대한 그리움을 표현하면서 떠들썩거렸다.어린 시절과 유일하게 다른 점은 예전에 그녀는 왼손으로 이유희의 손을 잡고 오른손으로 신경주의 손을 잡고 다녔다.하지만 지금 친오빠는 이미 그녀에게 잊혀 단지 백을 들어주는 하인으로 되었고 그녀의 모든 마음은 신경주을 향하고 있다.이유희는 입꼬리를 축 늘어뜨리고 시무룩하게 그들의 뒤를 따랐다.구아람도 그를 차버리고, 동생도 그를 상대해 주지 않아 성주 최고 인기 도련님인 그는 자신을 의심하기 시작했다.주차장에 도착하자 신경주는 갑자기 걸음을 멈추고 숨을 깊이 내쉬더니 이소희와 맞잡은 손을 천천히 놓아버렸다.“오빠, 왜 그래요?”이소희는 애꿎게 눈을 깜박거렸고 작은 손은 허공에 굳어 있었다.“소희야.”신경주는 냉혹한 얼굴을 돌렸다. 그의 눈빛은 어릴 적과 다르게 소외감이 가득 차 있어서 그녀를 당황하게 했다.“넌 이미 다 컸어, 더 이상 어린아이가 아니야. 나에게 하는 행위들이 이제는 적합하지 않아.”“왜요? 오빠는 저의 둘째 오빠잖아요!”이소희는 마음이 급해져 계속 물었다.“동생이 오빠 손을 잡는데 무슨 문제가 있어요?”“유희야말로 너의 친오빠야, 난 그렇게 할 자격이 없어.”신경주는 간단하게 언급했다. 더 말하면 듣기 거북할 것이다.이소희는 억울하게 입을 삐죽거렸지만 마음속에는 분노가 솟구쳤다.‘오빠의 태도가 갑자기 변한 건, 분명 그 예쁜 여자 때문일 거야!’김은주가 겨우 아웃 당했다. 그래서 그녀가 부랴부랴 귀국하여 신경주가 가장 쓸쓸하고 함께 있을 사람이 필요할 때 나타나 그의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으려고 했다.‘절대 이 갑자기 나타난 여자에게 내가 몇 년 동안이나 좋아한 남자를 뺏기지 않을 거야!’“경주야, 말을 너무 섭섭하게 하네.”여동생을 특히 예뻐하는 이유희는 그녀가 억울한 일을 당하는 걸 볼 수가 없어 급히 다가가 이소희를 품에 안았다.“소희는
밤하늘은 싸늘하고 고요하며 별들도 자취를 감추었다.마이바흐가 관해 정원에 멈추더니 신경주가 홀로 차에서 내려 운전기사에게 말했다.“한 비서를 데려다줘, 난 혼자 들어갈 테니 따라올 필요 없어.”“하지만 사장님, 방금 번개도 쳤는데 비가 올 것 같아요.”한무는 걱정스러운 듯 말했다.“대문에서 별장까지 가려면 거리가 꽤 있는데, 그냥 바래다 드릴 게요.”“괜찮아.”신경주는 차갑게 눈썹을 찌푸리며 손으로 넥타이를 살짝 잡아당겼다.“가슴이 좀 답답해서 혼자 걷고 싶어, 먼저 가.”“네…… 사장님.”한무는 마치 충실한 애완견처럼 차창 위에 엎드려서 신경주의 모습이 서서히 살아질 때까지 그를 바라보았다.신경주는 숨을 무겁게 내쉬더니 돌아서서 관해 정원으로 갔다.그러나 얼마 가지도 않았는데 갑자기 천둥번개가 치더니 비 내리기 시작했다.신경주가 별장에 도착했을 땐 이미 낭패하게 머리부터 발끝까지 흠뻑 젖었다.한창 늦가을에 몰아치는 비바람은 차갑고 딱딱하지만 마음속의 괴로움은 유난히 더 선명했다.“세상에! 도련님! 왜 비를 맞았어요? 기사는요? 한무는?”오 씨 아줌마가 당황해서 달려와 그를 맞이했다.그의 얼굴이 창백해졌고 젖은 앞머리는 반짝이는 눈을 가렸다. 얇은 입술은 부들부들 떨고 있었고 팔뚝에서 물방울이 뚝뚝 떨어졌다.이 모습은 마치 드넓은 바닷속에서 올라온 사람의 모습을 한 아름다운 바다의 신과 같았다.“아줌마…….”그는 울컥하더니 쉰 목소리로 물었다.“술 있어요? 술 마시고 싶은데.”“이렇게 흠뻑 젖었는데 술을 마시겠다고요? 생강차를 끓여줄 테니 빨리 올라가서 옷을 갈아입고 따뜻한 물로 샤워하세요, 빨리요!”오 씨 아줌마의 마음이 아파났고 돌아서서 준비하러 가려고 하자 신경주가 그녀를 붙잡았다.“술만 마시고 싶어요, 마시게 해주세요.”“도련님,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어요?”오 씨 아줌마는 은근히 이상하다고 생각했다.신경주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오늘 밤, 구아람을 만났어요.”“사모님이요?
하지만 이소희는 유독 신효린과 친하게 지냈다, 그 이유는 그녀가 신씨 가문의 아가씨이기 때문이다.신씨 그룹과 같은 가문의 사람들만이 그녀와 친구를 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와, 효린 언니, 오늘 너무 예쁘네! 무슨 선물까지 들고 왔어.”이소희는 환하게 웃으며 신효린을 맞이했다. 손을 맡잡고 있는 그들의 모습은 마치 절친 같았다.“소희야! 보고 싶었어, 저번보다 더 예뻐졌네!”신효린도 아낌없이 칭찬을 해주었지만 마음속에도 나름 꿍꿍이가 있었다.‘이유희가 동생을 예뻐한다고 소문이 났는데, 이 계집애와 사이좋게 지내면 이씨네 집에 자주 들락날락할 수 있잖아? 이 틈을 타서 사모님에게 잘 보이고 이유희에게 자신의 덕담을 해달라고 이소희에게 부탁까지 하면 이 도련님의 부인으로 되는 꿈을 실현될 날이 머지않잖아! 하하하하, 난 너무 똑똑해!’“며칠 전 유럽에서 여행을 할 때 산 선물이야, 너에게 줄 것도 있고 사모님에게 줄 것도 있어, 그다지 비싼 물건은 아니니 부담 갖지 마.”이소희는 산더미처럼 쌓인 사치품들을 보면서 의미심장하게 웃었다.“여기에 우리 오빠의 선물은 없어?”“있, 있긴 있어, 그냥 너희 오빠가 선물을 싫어하고 받지 않을까 봐…….”신효린은 얼굴이 불그레 지면서 수줍게 고개를 숙였다.“와, 봐봐! 우리 오빠가 얼마나 좋으면 말만 꺼내도 얼굴이 빨개지는 거야!”이소희는 빙그레 웃으며 그녀를 향해 손짓을 했다.“줘 봐, 내가 주면 오빠가 무조건 받을 거야.”“소희야, 너무 고마워, 사랑해!”신효린은 마음속으로 미친 듯이 기뻐하며 급히 이유희의 선물을 꺼냈다.이소희가 정교한 상자를 받고 열어보니 화이트 골드로 만들어진 양 끝에 사파이어가 박혀 있는 넥타이핀이었다. 보기만 해도 가격이 만만치 않음을 알 수 있다.이때, 이유희는 마침 유럽 궁정 스타일의 빈티지한 회전 계단에서 내려왔다. 그는 생로랑의 보라색 슈트에 장미 무늬가 있는 블랙 실크 셔츠를 입어 여전히 고귀함을 선사했다.신효린은 마음속의 남신을 물끄러미 올려다보며 수
이유희는 집을 나섰고 사모님도 해외에서 몸조리를 하고 있어 미래 시어머니에게 잘 보이려던 신효린의 계획이 일단 무산되었다.하지만 이유희가 그녀의 선물을 받았다는 것을 생각하면 감격에 겨워 오늘 밤 잠을 설칠 것 같았다.오후에 두 사람은 정원에 있는 거대한 오동나무 아래에서 가을 풍경을 즐기며 애프터눈 티를 마셨다.“소희야, 구아람과는 언제 만났었어?”신효린은 경각심을 일으켰고 구아람을 미워하면서도 두려워했다.이소희는 다리를 꼬고 차를 홀짝이며 그녀를 힐끗 쳐다보았다.“언니의 말투를 보니 그 구아람과 껄끄러운 사이인가 봐?”“흥, 껄끄러운 사이? 같은 하늘 아래서 살 수 없는 정도야!”“그렇게 심각해?”“소희야, 넌 줄곧 국내에 있지 않아서 많은 일들을 모를 거야.”신효린은 이를 악물며 원망했다.“구아람은 동물원의 원숭이들처럼 난동을 부려 우리 오빠와 너희 오빠를 가지고 놀았어! 우리 신씨 가문은 이 여자 때문에 개나 닭까지도 편안하게 있지 못해!”그러자 그녀는 마치 자신을 욕 한 기분이 들어 급히 말을 바꾸었다.“사람들도 편안하게 있지 못해!”“왜? 우리 오빠가 그녀를 좋아해?”이소희의 안색이 어두워졌다.“도련님이 그년에게 유혹을 당했어! 구아람의 남자를 꼬시는 수단이 엄청 대단해. 타고난 여우야!”신효린은 화가 치밀어 얼굴이 붉게 물들었다.“하지만 다행히 지금은 멀어졌어, 아마 그 여우 같은 년에게 또 새로운 사냥감이 생긴 것 같아.”“우리 오빠는 아무 여자나 노릴 수 있는 게 아니야. 여태껏 그가 여자를 가지고 놀았을 뿐이지, 그를 가지고 놀 수 있는 여자는 없어. 그 구아람이 우리 오빠와 잤나 봐, 오빠는 같은 여자와 두 번 만나지 않거든. 그냥 장난감일 뿐, 진심은 아닐 거야. 내가 우리 오빠를 제일 잘 알아.”그러자 그녀는 신효린의 안색이 좋지 않다는 것을 알아채고 급히 위로했다.“하지만 효린 언니는 달라, 우리 두 가문은 원래 사이가 좋잖아. 그리고 내가 있으니, 무조건 오빠의 마음에 들도록 언니를 도와줄게.”
“하지만 신 회장님과 사모님이 언니를 예뻐하잖아, 게다가 나에게 정보를 전달해 주면서 스파이를 해 줘, 우리 둘이 손을 잡으면 구아람을 상대할 수 있어, 아무튼 분명 장점이 단점보다 많을 거야!”이소희의 눈에는 욕망이 가득 차 있었다.신효린은 구아람을 상대하자는 말을 듣고 바로 정신을 차렸고 순간 의욕이 넘쳐났다.“그래, 그럼 우리 동맹을 맺자! 구아람 그년은 앞으로 성주에서 절대 날뛰지 못해!”이소희는 팔짱을 꼈고 그녀의 미소에는 오만함과 자신감이 드러났다.어릴 때부터 그녀는 늘 귀하게 자랐다. 어머니와 오빠는 하늘만큼 그녀를 사랑해 주었고, 또한 황실 멤버와 동창이며 국제적으로 대상을 가득 받았었고 모든 인생은 스포트라이트와 박수 속에서 걸어왔다. 그녀는 지금까지 누구에게도 진 적이 없고, 원하는 것을 놓친 적도 없다.“내 손은, 내 여자가 잡을 거야.”‘이번에는 오빠를 절대 놓치지 않을 거야, 반드시 오빠에게 시집갈 거야, 오빠의 손은 나만 잡을 수 있어!’……눈 깜짝할 사이에 해문으로 돌아갈 날이 왔다.저녁 식사 전에 도착하기 위해, 구아람은 하루 종일 서류를 검토하고, 회의를 하고, 결혼식 기획안을 논의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하지만 다행히 성과가 좋았다.구아람은 팀을 이끌고 십 여일 동안 밤낮없이 노력하여 AdaWang의 결혼식 기획안을 전면적으로 완성시켰다.아가씨가 통과했다고 말했을 때, 사람들은 환호성을 올렸고 마치 올림픽 경기의 주최를 성공적으로 신청한 것처럼 기뻐했다.아가씨와 함께 일하려면 정신적, 육체적 소질이 좋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분명히 중도에 쓰러지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그러나 그동안 불평하고 물러서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구아람은 비록 지위가 높지만 무슨 일이든 직접 나섰고 구씨 가문의 아가씨인데도 조금도 억지를 부리지 않았다. 직원들보다 일을 적게 한 적도 없고 늘 커피와 간식들을 제공해 주며 그 누구에게도 푸대접한 적이 없다.비록 그녀는 완벽을 추구하고 엄격함을 요구하지만 재치있는
구아람은 물끄러미 윤유성을 바라보았다. “당, 당신이 왜 여기 있습니까?” 뒤에 있던 임수해는 갑자기 나타난 윤유성을 보고 가슴이 쿵 내려앉아 조용히 주먹을 쥐었다. “누가 그러던데 이 엘리베이터는 구아람 씨만 탈 수 있다고 해서 여기서 기다렸습니다.” 윤유성이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 “그게 아니라 제 말은 왜 저를 찾아왔냐는 겁니다.” 아람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오늘 밤, 저희 아버지께서 구 아저씨네 댁에 간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구아람 씨도 해문으로 가실 거죠?” 윤유성은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래서 제가 데리러 온 겁니다. 함께 해문으로 갑시다.” 아람은 붉은 입술을 살짝 오므렸다. 이 말은 듣기에는 아무 문제가 없어 보였다. 그러나 전혀 문제가 없는 건 아니었다. “윤 씨 가문 넷째 도련님께서 저를 데리러 와주시다니, 감사합니다만 저희 큰 오빠가 데리러 오기로 했습니다. 곧 도착할 겁니다. 그러니 전 오빠와 함께 집에 갈 겁니다.” 아람은 여전히 예의 바르게 웃었다. “저녁에 해장원에서 뵙겠습니다.” “전 이미 그분께 당신을 데리러 가겠다고 말씀드렸고 그도 허락하셨습니다. 그러니 오빠분은 오시지 않을 겁니다.” 윤유성은 태연자약한 표정을 지었다. “뭐라고?!” 구아람은 눈이 휘둥그레져서 침착할 수 없었다. “당신과 우리 두 집안은 대대로 친분이 있고 구 아저씨는 제 아버지의 형제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당신과 저도 어릴 때부터 같이 자란 관계이니 구 사장님께서도 제가 당신을 납치라도 해갈까 하는 걱정은 하지 않으실 겁니다.” 비록 윤유성은 정말 아람을 납치하고 싶었지만 말이다. 아람을 납치하여 사랑하고, 감싸고, 보호하고, 윤유성은 아람이 자신만의 영원한 애장품이 되기를 바랐다. “그, 그럼 알겠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아람은 윤유성에게 여전히 매우 공손하게 대했는데 이것은 그들 사이의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기 위해서였다. ‘오빠도 참, 평소에는 그렇게 아껴주더니 이번엔 왜 통 크게 다른 남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