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신 회장님과 사모님이 언니를 예뻐하잖아, 게다가 나에게 정보를 전달해 주면서 스파이를 해 줘, 우리 둘이 손을 잡으면 구아람을 상대할 수 있어, 아무튼 분명 장점이 단점보다 많을 거야!”이소희의 눈에는 욕망이 가득 차 있었다.신효린은 구아람을 상대하자는 말을 듣고 바로 정신을 차렸고 순간 의욕이 넘쳐났다.“그래, 그럼 우리 동맹을 맺자! 구아람 그년은 앞으로 성주에서 절대 날뛰지 못해!”이소희는 팔짱을 꼈고 그녀의 미소에는 오만함과 자신감이 드러났다.어릴 때부터 그녀는 늘 귀하게 자랐다. 어머니와 오빠는 하늘만큼 그녀를 사랑해 주었고, 또한 황실 멤버와 동창이며 국제적으로 대상을 가득 받았었고 모든 인생은 스포트라이트와 박수 속에서 걸어왔다. 그녀는 지금까지 누구에게도 진 적이 없고, 원하는 것을 놓친 적도 없다.“내 손은, 내 여자가 잡을 거야.”‘이번에는 오빠를 절대 놓치지 않을 거야, 반드시 오빠에게 시집갈 거야, 오빠의 손은 나만 잡을 수 있어!’……눈 깜짝할 사이에 해문으로 돌아갈 날이 왔다.저녁 식사 전에 도착하기 위해, 구아람은 하루 종일 서류를 검토하고, 회의를 하고, 결혼식 기획안을 논의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하지만 다행히 성과가 좋았다.구아람은 팀을 이끌고 십 여일 동안 밤낮없이 노력하여 AdaWang의 결혼식 기획안을 전면적으로 완성시켰다.아가씨가 통과했다고 말했을 때, 사람들은 환호성을 올렸고 마치 올림픽 경기의 주최를 성공적으로 신청한 것처럼 기뻐했다.아가씨와 함께 일하려면 정신적, 육체적 소질이 좋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분명히 중도에 쓰러지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그러나 그동안 불평하고 물러서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구아람은 비록 지위가 높지만 무슨 일이든 직접 나섰고 구씨 가문의 아가씨인데도 조금도 억지를 부리지 않았다. 직원들보다 일을 적게 한 적도 없고 늘 커피와 간식들을 제공해 주며 그 누구에게도 푸대접한 적이 없다.비록 그녀는 완벽을 추구하고 엄격함을 요구하지만 재치있는
구아람은 물끄러미 윤유성을 바라보았다. “당, 당신이 왜 여기 있습니까?” 뒤에 있던 임수해는 갑자기 나타난 윤유성을 보고 가슴이 쿵 내려앉아 조용히 주먹을 쥐었다. “누가 그러던데 이 엘리베이터는 구아람 씨만 탈 수 있다고 해서 여기서 기다렸습니다.” 윤유성이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 “그게 아니라 제 말은 왜 저를 찾아왔냐는 겁니다.” 아람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오늘 밤, 저희 아버지께서 구 아저씨네 댁에 간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구아람 씨도 해문으로 가실 거죠?” 윤유성은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래서 제가 데리러 온 겁니다. 함께 해문으로 갑시다.” 아람은 붉은 입술을 살짝 오므렸다. 이 말은 듣기에는 아무 문제가 없어 보였다. 그러나 전혀 문제가 없는 건 아니었다. “윤 씨 가문 넷째 도련님께서 저를 데리러 와주시다니, 감사합니다만 저희 큰 오빠가 데리러 오기로 했습니다. 곧 도착할 겁니다. 그러니 전 오빠와 함께 집에 갈 겁니다.” 아람은 여전히 예의 바르게 웃었다. “저녁에 해장원에서 뵙겠습니다.” “전 이미 그분께 당신을 데리러 가겠다고 말씀드렸고 그도 허락하셨습니다. 그러니 오빠분은 오시지 않을 겁니다.” 윤유성은 태연자약한 표정을 지었다. “뭐라고?!” 구아람은 눈이 휘둥그레져서 침착할 수 없었다. “당신과 우리 두 집안은 대대로 친분이 있고 구 아저씨는 제 아버지의 형제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당신과 저도 어릴 때부터 같이 자란 관계이니 구 사장님께서도 제가 당신을 납치라도 해갈까 하는 걱정은 하지 않으실 겁니다.” 비록 윤유성은 정말 아람을 납치하고 싶었지만 말이다. 아람을 납치하여 사랑하고, 감싸고, 보호하고, 윤유성은 아람이 자신만의 영원한 애장품이 되기를 바랐다. “그, 그럼 알겠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아람은 윤유성에게 여전히 매우 공손하게 대했는데 이것은 그들 사이의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기 위해서였다. ‘오빠도 참, 평소에는 그렇게 아껴주더니 이번엔 왜 통 크게 다른 남자
이와 동시에 길 건너편에는 검은색 람보르기니의 차창이 서서히 내려졌는데 조각한 듯한 신경주의 이목구비가 서서히 드러났다. 경주는 입술을 굳게 다물고 차가운 눈초리로 점점 멀어지는 벤틀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경주는 구아람과 윤유성이 나란히 다녔을 모습을 떠올리자 심장이 찌릿거려 왔고 온몸의 피가 거꾸로 솟는 것 같았다. 경주는 이틀 밤낮을 눈 붙이지 못했고 수면제를 먹어도 소용이 없었다. 그날 음악회 이후로 경주는 줄곧 정신이 딴 데 팔려 있었다. 항상 업무에 정신을 고도로 집중하던 경주는 뜻밖에도 회의 중에 멍을 때렸고 보고도 한쪽 귀로 듣고 한쪽 귀로 흘리는 것 같았다. 경주는 자신이 왜 이러는지는 모르지만 불면증을 얻게 된 이유가 아람 때문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래서 경주는 오늘 한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혼자 차를 몰고 KS WORLD호텔 앞에 와서 오후부터 지금까지 기다린 것이었다. 경주가 아람을 만나고 싶어 한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경주는 자신이 편안히 숙면을 취하기 위해서라도 아람을 꼭 만나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아람이 윤유성과 함께 있는 장면을 목격한 경주는 충격으로 눈앞이 캄캄해지는 것 같았다. 불면증이 치료되었는지를 알 수 없으나 그 장면을 본 경주는 곧 화병을 얻을 것 같았다! 경주는 눈시울이 빨갛게 달아올라 이를 꽉 깨물고 액셀을 끝까지 밟았다. 경주의 스포츠카는 쏜살같이 달려가 아람이 타고 있는 차를 바짝 쫓았다. 오늘 밤, 해장원은 다시 사람들로 북적이기 시작했고 하인들은 바쁘게 손님을 접대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구만복의 부름에 구윤, 구진 그리고 일곱째 도련님인 구도현까지 모두 해장원에 모였고 아람은 오는 길이었다. 구아린은 정말 중요한 수업 때문에 빠질 수 없었고 이번 모임이 그렇게 대단한 모임도 아니었기에 초연서는 구아린더러 공부에 집중하라고 했다. “에휴, 또 형제들만 가득한 밤이구나~” 구진은 홀에 앉아 찻잔을 들고 왼쪽에 있는 구윤과 오른쪽에 있는 구도현을 바라보더니
1층 본청 안이었다. 구윤, 구진 그리고 정장으로 갈아입은 구도현과 두 부인은 이미 윤정용과 그의 차남 윤진수를 맞이하고 있었다. “윤이, 진이! 갈수록 잘생겨지는구나. 아니, 아니 이제 구 사장과 구 검사라고 불러야 하지?” “오! 둘째 사모님의 막내아드님이시죠? 아이고! 지난번에 볼 때까지만 해도 장난이 심하고 귀여운 남자아이였는데 언제 이렇게 잘생기고 멋진 어른이 되었답니까? 지금 일은 어디서 하고 있습니까?” 윤 씨 그룹 회장 사정용은 친절하게 앞으로 나가 모든 구 씨 집안 자식들과 악수를 나누며 매우 기뻐했다. “저는 지금 형사일을 일하고 있습니다.” 구도현이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형사? 형사가 됐다고?” 윤정용은 의외라는 눈빛을 내비쳤다. 비즈니스업계 큰 손 윤정용의 눈에 형사는 바로 최하층 시민들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이었다. 돈도 적게 벌고 위험하며 더럽고 힘든 모든 일들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윤정용은 형사라는 직업이 높이 올라갈 수 있는 공간이 좁았기 때문에 가업을 물려받는 것만큼 가치가 크지 않다고 생각했다. “부끄럽네요.” 유민지는 얼굴에 부끄러움을 드러냈는데 줄곧 막내아들의 직업을 내키지 않아 했다. 구만복의 세 부인 중에서 유민지는 출신이 가장 높았다. 비록 구 씨 가업을 물려받으려는 마음은 없었지만 친정의 영향을 받아 그녀는 어렸을 때부터 가문의 명예를 매우 중요시했다. 그러므로 자신의 아들딸들에 대한 요구도 유난히 높았는데 모두 뛰어난 인물이기를 바랐다. 그러나 하필 유민지의 막내아들 구도현은 일에 대한 욕심이 크지 않은 사람이었다. 구도현은 유민지가 그를 위해 깔아준 길은 따르지 않고 기어코 목숨을 내거는 형사가 되었으니 유민지는 골치가 아플 따름이었다. “둘째 언니, 너무 겸손하시네요!” 강소연은 얼른 앞으로 나와 구도현의 어깨를 다독이며 자랑하기 시작했다. “우리 일곱째가 어때서요? 27살에 공도 여러 번 세웠죠, 또 여러 차례 큰 사건도 해결한 형사들 사이에서는 빛 같
“구 씨 아저씨, 안녕하세요.”이때 윤진수가 앞으로 나와 구만복에게 정중하게 허리 굽혀 인사했다. 윤진수는 윤유성과 이복형제로 용모는 전혀 달랐다. 윤 씨 가문 넷째는 정교하고 준수한 용모를 가지고 있는 반면 둘째는 이목구비가 각지고 길고 짙은 눈썹이 관자놀이까지 뻗어있었다. 그리고 눈빛은 아버지 윤정용과 꼭 닮아 있고 체격도 아주 늘씬했다. “오! 진수야, 반가워!” 구만복은 자애로운 미소를 지었다. 필경 자신이 커가는 것을 곁에서 지켜본 윤 씨 집안의 아이었으니 말이다. “윤 씨! 막내아들도 데려온다고 하지 않았어? 나도 오랫동안 너희 넷째를 못 본 것 같은데 왜 같지 오지 않은 거야?” “하하, 그 녀석은 일이 있어 좀 늦게 도착할 거야.” 윤정용도 주위를 휙 둘러보더니 물었다. “구 씨, 오늘 밤 아람이 온다고 하지 않았어? 왜 안 보이는 거야?” “엣헴, 아람도 일이 있어 처리하고 오느라 좀 늦는대.” 구만복도 자신의 딸이 왜 아직 도착하지 않은 건지 알 지는 못했지만 절대 약속을 어기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은 있었다. “쯧쯧, 아람이 안 오는 건 아니겠지? 그럼 안 되는데? 오늘 난 특별히 아람이를 보러 온 거란 말이야!” 윤정용이 끈질기게 말했다. “오늘 밤 아람이를 보지 못하면 난 집에 가지 않을 거야!” 말이 끝나기 무섭게 문 밖에서 집사의 밝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구 어르신, 큰 아가씨께서 도착하셨습니다!” “이봐, 이봐, 아람이는 왔잖아?” 구만복은 딸이 왔다는 것을 듣는 순간 싱글벙글하며 온통 애정 어린 눈빛을 드러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은 몸을 돌려 대문 밖을 바라보았다. 윤정용은 두 눈을 반짝이며 목을 길게 빼고 밖을 내다보았다. 시종일관 무심하던 윤진수의 눈빛도 순간 초롱초롱해져 넥타이를 정리하며 긴장하기 시작했다. “아버지! 저 왔어요!” 맑고 감미로운 목소리는 순간 그들의 마음을 한층 더 들뜨게 했다. 활짝 핀 복숭아꽃처럼 어여쁜 구아람은 가벼운 발걸음으로 윤유성과 함께 사람들의 눈앞에
순간, 홀은 조용해졌고 분위기는 왠지 묘하게 변했다. 구아람은 흠칫 놀라 고개를 돌려 윤유성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윤유성이 다정하게 아람이라 부르자 윤진수의 안색은 더욱 보기 흉하게 변했다. 구만복은 사랑스러운 자신의 딸과 윤유성을 번갈아 보더니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유성이가 특별히 아람이를 데리러 갔다고? 그것 참 고생했구나.” “구 씨 아저씨, 별말씀을요.” 구진은 팔꿈치로 옆에 있던 구윤을 찌르며 나지막하게 말했다. “형님, 우리 동생이랑 윤 씨 가문 넷째가 언제 저렇게 친해졌답니까? 난 왜 몰랐죠!” “아람이 일인데 설마 네가 모두 알아야 하겠어?” 구윤이 담담하게 말했다. “그럼 형님은 알고 있었던 거예요?” “그래.” “젠장! 저만 모른 거예요?!” “내가 윤유성에게 아람이를 데리고 오라고 한 거야.” 구진은 한숨을 내쉬었다. “형님, 어떻게 우리 동생을 함부로 아무 남자에게나 떠넘길 수 있어요?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말도 있잖아요.” “만일, 구 씨 가문 넷째가 우리 동생한테 불순한 의도를 품고 있으면 어쩌려고요? 혹시라도 오는 길에 우리 동생에게 손찌검이라도 했으면 어쩌려고 그랬어요?” “불순한 의도를 품는 게 정상이지. 이 세상 어느 남자든지 모두 우리 아람이의 매력에 빠질 수밖에 없을 테니까. 그리고 후자에 대해선 걱정 마.” 구윤은 가볍게 입술을 오므리더니 말했다. “만약 윤 씨 가문 넷째가 그런 짓을 했다면 이미 사지 멀쩡하게 우리 앞에 서있지 못할걸?” ‘음, 그건 맞아.’필경 어릴 때부터 또래 소녀들이 인형을 가지고 놀 때 구윤과 백신우는 아람에게 칼을 휘두르고 총을 만지는 법을 가르쳤으니 말이다. 그리고 사실 구윤이 윤유성더러 아람을 데려오라고 한 것은 조금의 사심도 섞여 있었다. 신경주는 아람이의 인생에서 꼬박 13년이란 시간 동안 깊이 도사리고 있었다. 하지만 아람은 이제 모든 것을 완전히 깨닫고 그 남자를 마음속에서 뿌리째 뽑았지만 아람에게
연회에서 사람들은 맛있는 음식과 구만복이 십여 년간 간직해 온 고급 와인을 음미했는데 분위기는 아주 화기애애했다. 사실 구만복과 윤정용에게 있어서 이번 식사는 20여 년 전과 전혀 다를 것 없는 식사자리였다. 하지만 가장 큰 차이점은 그들 슬하의 자녀가 이미 모두 어엿한 성인이 되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번에 사정용은 확실한 목적을 가지고 이곳에 왔는데 바로 아직 미혼인 두 아들의 며느리감을 찾기 위해서였다. 식사 자리에서 윤진수는 구아람의 맞은편에 앉았고 윤유성은 그녀의 곁에 자리했다.하지만 테이블은 너무 길어 맞은편 자리는 분명 옆자리보다 못했다. 윤진수는 윤유성이 아람의 옆자리에서 그녀를 살뜰히 보살피는 모습을 보고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고 눈동자에는 울분이 치솟았는데 손에 들고 있던 포크가 휘어질 정도였다. ‘불리하다, 정말 불리해!’ ‘저 녀석에게 기회를 모두 빼앗겼어!’ 지난번 데이트의 경험으로 윤유성은 아람이 해산물과 같은 날 것과 찬 음식들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특히 게와 새우는 아람의 최애였다. 만약 지난번 데이트가 시간제한이 없었더라면 아마 아람은 날이 밝을 때까지도 입을 멈추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하여 식사 자리에서 윤유성은 자신은 거의 음식에 젓가락을 대지 않고 줄곧 인내심 있게 아람에게 새우를 까주었다. 그리고 모든 사람들은 내색하지 않고 이 모습을 관찰하고 있었다.아람은 아주 즐겁게 식사하고 있었는데 가족들 앞이라 조금의 내숭도 없이 식사에만 집중한 듯싶었다. 윤유성은 긴 속눈썹을 늘어뜨리고 입술은 오므린 채 길고 하얀 손으로 아주 능숙하게 새우을 깐 다음 슬며시 아람의 접시에 담아주었다. 사실 당당한 명문 귀족의 도련님이 이런 일을 한다는 것은 체면이 깎이는 일이었다. 하지만 윤유성은 완전히 새우 까는 일에만 몰두한 듯했다. 아람은 쑥스러워하거나 거절하지 않고 접시에 놓인 새우를 그대로 받아먹으면서 윤유성의 호의를 거절하지 않았다. 만약 그들 둘뿐이었다면 아람은 반드시 윤유성을 거절했을 것이
윤유성의 조롱에 윤진수는 순간 안색이 변하여 주먹을 꽉 쥐었다. 구 씨 집안사람들은 자연히 못 들은 척하고 가만히 있었지만 윤정용은 화가 난 눈빛으로 윤유성을 바라보았다. “아람아, 여자는 그래도 몸을 따뜻하게 해야 해. 내가 사람을 시켜 술을 데워오게 할게. 조금 마시는 건 괜찮아.” 윤유성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구아람을 바라보며 말했고 윤진수를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큽, 사실 난 뭐 마시든지 상관없어.” 아람은 윤 씨 집안의 두 도련님 사이에 끼어 어쩔 바를 몰라하며 어색하게 말했다. “사실, 난 맥주가 더 마시고 싶은데.” 그러자 윤 씨 형제는 일제히 그녀를 쳐다보며 이구동성으로 외쳤다. “안 돼! 통풍 와.” ……저녁 식사가 거의 끝날 때 윤유성은 잠시 일어나 화장실로 향했다. 세면대 앞에서 윤유성은 끊임없이 손바닥에 손 세정제를 짰다. 그리고 두 손을 미친 듯이 비비기 시작했는데 손은 순식간에 붉어졌다. 윤유성은 총 다섯 번을 씻고 손을 들어 냄새를 맡았지만 여전히 비린내가 느껴졌다. 그는 또다시 손 세정제를 짜서 손가락 하나하나를 꼼꼼히 씻기 시작했다. 이때 화장실의 문이 열렸다. 윤진수는 어두운 얼굴로 들어와 윤유성이 미친 듯이 손을 씻는 모습을 보면서 아니꼽게 말을 걸었다. “참 고생이 많아. 결벽증이 있는 네가 구아람 씨에게 새우를 까주느라 힘들었겠어. 오늘 밤 꿈도 손 씻는 꿈 꾸는 거 아니야?” 윤유성은 윤진수의 야유를 무시하고 휴지 몇 장을 꺼내 우아하게 손을 닦기 시작했다. “여러 해 동안 보지 못했는데, S국에서 무슨 대단한 능력이라도 배웠나 했더니.” 윤진수는 경멸하는 듯한 말투로 말했다. “이제 보니 여자한테 아부하는 법을 배웠나 보군.”“왜요? 질투 납니까, 둘째 형?” 윤진수는 사악하게 웃으며 아무렇지 않은 듯 말했다. “어쨌든, 아람 앞에서 형은 아부할 기회도 없는 거 아닌가요?” “너!” 윤진수는 목이 메어 눈을 파르르 떨었고 억지웃음을 지었다. “허허, 어쩐지 아버지가 어릴 때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