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요, 저녁 5시에 오지 않으면 돼요. 문 닫으면 내일 또 와야 하니까요.”구아람은 서늘한 목소리로 먼저 대문으로 걸어갔다.신경주는 제자리에 서서 목이 메었다.그는 3년 전, 그들이 혼인 신고를 하기로 한 날을 생각했다. 그러나 그날, 신경주는 Y국 프로젝트 책임자로부터 긴급회의 통지를 임시로 받았기 때문에 부득이하게 그룹에 남아 회의를 열 수밖에 없었다.가까스로 회의를 마쳤지만, 또 중요한 손님이 방문했는데, 접대가 끝나고서야 신경주는 갑자기 구아람에게 내일 다시 사무소에 가라고 통지하는 것을 잊었단 것을 발견했다.기억은 더욱 뚜렷해지면서 잔혹해졌다.그날 신경주는 가장 빠른 속도로 사무소에 도착했을 때, 문앞은 거의 비어있었고 구아람 혼자만 작은 머리를 숙이고 거기에 서 있었다. 연약하고 가녀린 그림자는 외롭고 불쌍했다.그는 그녀가 하루 종일 기다릴 줄은 정말 생각하지 못했다.그는 세상에 이렇게 집요한 여자아이가 있을 줄도 정말 생각하지 못했다.그때 신경주는 구아람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하고 싶었지만, 할아버지의 강요, 계약 결혼에 대한 혐오, 게다가 김은주가 그때 마침 그를 떠나서 수많은 정서가 한데 엉켜 그는 끝내 입을 열지 못했다.“경주 씨, 드디어 왔군요!”지금까지도 신경주는 눈을 감으면 구아람의 찬란한 미소를 볼 수 있었다.그때 그는 대체 어떻게 해야 이 여자가 자신에게 철저히 실망할 수 있게 만들 수 있을지 몰랐다.이제야 그는 깨달았다. 버림이었다. 그녀를 매섭게 버렸기에, 구아람은 더 이상 자신을 사랑하지 않았다.신경주는 가슴이 아픈 것을 느꼈고, 표정이 굳어진 채, 구아람을 뒤따라 대문으로 들어갔다.“그들은 혼인 신고하러 왔을까?! 와, 정말 너무 잘 어울려!”“그런데 둘 다 표정이 안 좋은데?”“여자가 삐졌겠지, 남자가 늦은 거 못 봤어? 혼인 신고할 때까지 지각하다니, 화내는 것도 당연하지!”“이 남자는 딱 봐도 이 미녀보다 돈이 없는 것 같아. 차가 없어서 택시를 타고 오다니, 데릴사위가 분명해. 요즘은
신경주는 이마에 식은땀을 흘리며 왼손으로 오른쪽 팔뚝을 꽉 잡았지만 여전히 떨리는 손을 주체하지 못했다.그리고 툭 하고 볼펜이 땅에 떨어졌다.구아람은 갑자기 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닫고, 그제야 모든 주의력을 이 남자에게 쏟았는데, 그를 자세히 한 번 훑어보았다.남자의 안색이 약간 초췌했고, 검은 머리는 약간 흐트러졌으며, 검은 양복의 네크라인과 소매에 먼지가 자욱하고 심지어 파손되어 있었다.‘그는 무엇을 하러 갔길래 이렇게 낭패해 보이는 걸까?’구아람은 의문이 가득 차서 몸을 숙여 펜을 주워 신경주에게 건넸다.결국 두 장의 서류에 모두 사인한 다음 직원은 수속을 마치고 큰 도장 두 개를 찍었다. 이혼신고도 끝난 셈이었다.“두 분 앞으로 각자의 생활에서 행복을 얻으시길 바랍니다.”사무소에서 나오자 구아람은 손에 든 이혼 신고서를 보면서 지금 어떤 기분인지 몰랐다.시간을 너무 오래 끌었기 때문일가, 신경주가 당시 자신에게 이혼하도록 강요했을 때의 그런 아픔은 이미 얼마 남지 않았다다. 구아람은 지금 무거운 짐을 벗은 것처럼 홀가분했다.그녀는 일찍이 사랑 때문에 자신을 속박했다. 그러나 지금, 구아람은 구씨 집안으로 돌아왔기에 단지 열심히 일하고 조용히 큰 돈을 벌고 싶을 뿐이었다.‘흥, 남자들 다 꺼져!’“신 사장님, 난 일이 있어서 먼저 가볼게요. 그럼.”구아람은 이혼 신고서를 잘 챙긴 다음 몸을 돌려 멋지게 계단을 내려갔다.“구아람, 잠깐…….”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구아람은 뒤에서 쿵 하는 소리를 들었다.그녀는 즉시 눈을 돌렸고, 놀라서 숨을 들이마셨다.신경주는 계단에서 떨어지더니 결국 바닥에 쓰러져 고통스러운 기색을 보였다.비록 4, 5개의 계단에 불과하지만, 이렇게 갑자기 넘어졌으니 엄청 아팠다!“신경주!”구아람은 급히 달려가 그를 부축했는데, 그의 팔이 아까보다 더 심하게 떨리는 것을 발견했다!“아까부터 이상해요, 도대체 왜 그래요?!”“괜찮아…….”신경주는 이마에 땀이 가득 맺혔지만 사실을 털어놓으려 하지 않았
구아람은 순간 애완견 BOBO로 되여 신경주를 물어버리고 싶었다!결혼한 3년 동안 그들은 늘 각방을 썼다. 손도 잡아주지 않던 사람이 이혼을 한 후 함부로 포옹하니 정말 역겨웠다. 신경주는 마음이 찢어지는 것처럼 아파났다.“사장님!”이때, 포르쉐 한 대가 그들 앞에 멈추더니 한무가 부랴부랴 차에서 뛰어내렸다.“사장님 미쳤어요? 이렇게 심한 사고를 당했으면 병원부터 가야죠!”“안 죽어.”신경주는 힘껏 눈을 떴지만 여전히 눈앞에 있는 구아람이 잘 보이지 않았다.“그리고…… 너야말로 미쳤어.”구아람은 놀라서 온몸이 굳어졌다.그가 왜 지각을 했고 상태가 안 좋아 필조차 들지 못하는지를 이제야 이해가 되였다.교통사고를 당했다니!“신경주, 사고를 당했으면 병원을 가야지! 네가 그렇게 대단해? 만약 내상이 있으면 어떡해? 치료를 지체하면 전신마비가 올 수도 있어!”구아람은 눈을 휘둥그렇게 뜨고 가슴이 떨렸다.신경주는 입을 오므리더니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네가 이날만 기다렸잖아, 내가 병원으로 가면 이혼을 또 연기해야 하는데, 괜찮겠어?”어리둥절해진 구아람은 피식 웃었다.“허, 당연히 안 괜찮지, 참 고맙네.”“아람아!”다정한 목소리가 들리자 구아람은 고개를 돌렸다.나란히 늘어선 검은색 고급차 두 대가 어느새 그 자리에 멈춰 섰다.구윤과 구진은 멋진 양복 차림으로 차 앞에 서 있었다. 구진은 눈부시게 아름다운 장미 한 송이를 들고 그녀를 향해 환하게 웃고 있었다.“큰오빠! 작은오빠!”구아람은 그들을 향해 껑충껑충 뛰어가며 즐거워했다.신경주의 마음은 더욱 씁쓸해났다.전에 그는 구씨네 집 앞에서 바보같이 기다렸었다. 그 가족들은 안에서 화목하게 얘기를 나누었고 그는 밖에서 멍하니 기다리며 괜한 울분을 터뜨렸다.그는 자신이 멍청해서 몰랐는지 아님 구아람이 그를 잘 속인 것인지 몰랐다.“왜 왔어?”구아람은 구윤의 거즈를 두른 왼손을 잡으며 마음이 아파났다.“오빠, 집에서 쉬지 왜 따라왔어?”“내가 그렇게 연약해? 이미 괜찮아졌
“사장님!” 신경주가 눈을 떴을 때, 이미 병원 침대에 누워 있었다.“구아람…….”그가 막 의식을 회복하자 처음 찾는 사람이 결국 그녀였다.“오른손 손목의 근육이 부러지고 가벼운 뇌진탕이 있어 핏덩어리가 좀 생겼다더라. 큰 문제는 없어.”구아람은 빛을 거슬러 창가에 서 있는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 보였다.신경주가 혼수상태에 빠진 틈을 타서 한무는 교통사고를 당한 원인을 그녀에게 설명해 주었다.한무는 그가 어제 밤을 새웠다고 한다. 아침에 서재로 가보니, 방에는 담배 연기가 가득 차 있었다.“사장님이 어젯밤에 제대로 쉬지 못해 정신을 못 차린 것 같아요, 그리고 두통 때문에 운전에 영향을 줬을 수도 있어요.”구아람은 신경주의 두통이 얼마나 심각한지 알고 있다. 요 몇 년 동안 이 병으로 인해 스스로 운전을 한 적도 거의 없다.‘잠도 안 자고, 담배만 가득 피우고, 다쳐도 병원에 가지 않고. 신경주, 감히 고육지책을 써? 김은주한테나 써, 어차피 나한테는 안 먹히니까!”구아람은 시큰둥한 눈빛으로 말했다.“쉬고 있어, 먼저 갈게.”말을 마치가 구아람은 문으로 향해 걸어갔다.“구아람! 거기 서!”그녀의 걸음이 멈추지 않자, 신경주는 급히 침대에서 일어나 쫓아갔다.구아람이 문고리를 잡은 순간, 남자는 그녀를 잡고 벽으로 밀쳤다.“신경주! 너 미쳤어! 도대체 뭐 하자는 거야!”“대답해 줘, 그럼 보내줄게.”신경주는 그녀를 바라보면서 쉰 목소리로 말했다.“그때 왜 나한테 시집온 거야?”“무슨 이유가 있겠어!”구아람은 다리를 들어 그를 걷어차려고 했다.그러나 신경주는 무릎으로 그녀의 다리를 눌렀다. 그녀는 움직일 수 없어 입술을 깨물며 초조해졌다.그녀는 비록 실력이 있지만 신경주를 상대하기에는 아직 멀었다.“구아람, 난 그냥 진실을 알고 싶은 건데, 그게 그렇게 어려워?”“내가 미쳐서 그랬어, 됐어? 비켜, 소리 지르기 전에!”신경주는 여전히 움직이지 않았다. 그는 그녀의 대답이 만족스럽지 않았다.이때, 밖에서 문을 열었다.
이혼 증명서를 받았다는 것은 구아람과 신경주가 13년간의 구속에서 완전히 벗어났다는 것을 의미한다.그녀의 기억이 맞다면, 할아버지의 팔순 잔치를 마치면 그와 김은주의 결혼식이다.김은주는 드디어 정정당당하게 신씨 그룹 사장 부인의 신분을 전 세계에 자랑할 수 있게 되었다.이 생각을 하니, 구아람에게는 후회가 아닌 축복만 있을 뿐이다.필경 그녀만이 신경주와 어울리고 그 사랑이 영원히 변치 않을 것이다.저녁 무렵, 구아람은 두 오빠, 그리고 임수해와 함께 해문으로 돌아갔다.“언니!”해장원에 들어서자 꾀꼬리처럼 감미로운 소리가 들려왔다.구아람은 기뻐서 방긋 웃었다.“아린아!”구만복의 막내딸인 구아린이 가장 먼저 회랑에서 달려와 숲속의 새처럼 기뻐하며 구아람을 향해 달려왔다.“언니! 보고 싶었어요!”구아린은 구아람을 덥석 껴안았다. 아이의 눈에는 눈물이 가득 고였고 코끝까지 귀엽게 빨개졌다.“아이고, 울보야, 언니가 돌아왔는데 기쁘지 않아?”구아람은 구아린의 허리를 안고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분명히 그녀와 구아린의 키가 비슷하지만, 구윤과 구진의 눈에는 구아람이 듬직해 보였다.“언니, 또 떠나는 건 아니죠?”구아린은 눈물을 글썽이며 물었다.“안 가, 이번에는 아빠를 도와 구씨 가문을 잘 돌보려고 온 거야. 이제 너희 곁에 있을 거야. 아무 데도 안 가.”근심이 가득 찬 동생의 눈을 보고 구아람은 너무 미안해졌다.전에 그녀는 너무 제멋대로 행동했다. 늘 자유를 갈망하고 진정한 사랑을 추구하여 곁에 있는 소중한 가족을 홀시했다.다행히 그녀는 집으로 돌아왔다. 동생이 언니라고 부르는 것을 들었을 때 마음이 너무 설레었다.“다행이네! 정말 다행이네! 모두 언니를 기다리고 있어요!”구아린은 구아람과 애교를 부린 후, 구윤과 구진에게 예의 바르게 인사를 하였다.“오빠들, 안녕하세요.”“아린아, 전에도 말했었잖아, 아람이를 대하는 것처럼 우리에게도 편하게 해.”구진은 한숨을 쉬며 마음이 아팠다.“넌 아람이와 마찬가지로 우리의
“있…… 있어요!”“그럼 그때 아가씨와 함께 갈게요!”임수해는 다정한 오빠처럼 따뜻하게 웃었다.그는 두 사람과 어렸을 때부터 같이 있었다. 구아린이 6, 7살 때 구아람을 졸졸 따라다니며 막대사탕을 먹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구아람은 그녀를 의심하지 않았다. 동생은 피부가 도자기처럼 하얗고 수줍은 성격 때문에 걸핏하면 얼굴이 빨개졌다.하지만 그녀는 구아린이 임수해를 7년 동안 짝사랑했다는 것을 모른다.“가자, 너무 배고파, 이모가 해준 밥을 너무 먹고 싶었어, 밥 먹자!”구아람은 동생의 작은 손을 꼭 잡고 별장으로 들어갔다.“지금 준비하고 있어요, 너무 빨리 돌아오셔서 밥이 안 됐어요.”구아린은 어릴 때처럼 언니의 팔을 잡고 흔들었다.“어? 너무 배고픈데!”순간 배가 꼬르륵 소리 났다.“아가씨, 간식 먹을래요?”임수해는 웃으며 슈트 주머니에서 초콜릿 하나를 꺼내 봉투를 찢고 구아람에게 먹여주었다.구아람은 자연스럽게 얼굴을 돌려 초콜릿을 한 입 먹었다.이런 모습을 본 구아린은 입술을 오므렸다. 마치 매실을 먹은 것처럼 마음이 시큰해지고 씁쓸해졌다.그녀는 어렸을 때부터 임수해가 구아람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는 분명 아버지의 사업을 물려받고 훌륭한 변호사가 되거나 구진처럼 멋진 검사가 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는 구아람의 곁에 있고 싶어서 모든 것을 포기했다. 평생 지위가 높아질 수 없더라도 기꺼이 그녀의 비서로 되었다.임수해는 평생 구아린에게 마음을 주지 않을 것이다.오늘 밤, 구아람이 순조롭게 이혼하여 신씨 가문과 깨끗하게 헤어진 것뿐만 아니라 구아린도 시간을 내서 성주에 돌아왔기 때문에 사람들은 너무 기뻐했다. 오랜만에 집안이 떠들썩해졌다.하인들도 이 자매가 함께 웃고 떠드는 모습을 본지 오래되어서 저마다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아쉽게도 구지아는 먼 S 국에 시집을 갔고 그녀의 남편도 지금 대통령 선거의 중요한 단계에 들어서서 돌아올 수 없었다. 다 같이 모일 수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초연서와 하인들이 차
유민지는 이미 혼날 준비가 되어 있었다. 동생들이 들키지만 않으면 된다.“근데 왜 나한테 말 안 했어? 너까지 철이 없는 거야! 너도 그녀가 어릴 때부터 같이 있었잖아, 그런 모습을 보고도 마음이 아프지 않았어?”구만복은 그녀에게 화풀이하는 것 같았다.“내가 잘못했어. 다 내 탓이야.”유민지는 천천히 일어서더니 유씨 가문의 아씨인 신분을 내려놓고 고개를 숙였다.“아람이를 탓하지 마, 다 내 잘못이야.”구아람은 마음을 굳게 먹고 나서려고 하는 순간, 성격이 급한 강소연이 소파에서 일어나 말했다.“언니를 탓 하지 마, 나도 책임이 있어, 아람이의 결혼은 나도 알고 있었어.”“뭐?”“나…… 나도.”초연서도 슬쩍 손을 들었다.“나…… 나도 이미 알고 있었어.”“연서야! 너까지…… 너까지 날 속인다고!”구만복의 머리가 어지러워졌다.구아람은 자기도 모르게 눈물이 글썽거렸다.“아빠, 화 풀어, 세 분도 모두 아빠를 위해 그런 거야, 알았으면 분명 화냈을 거잖아. 건강에 안 좋을까 봐 말 못 한 거지.”구진은 재빨리 정교한 찻잔을 아버지에게 주며 아첨을 떨었다.“네 이놈이!”구만복은 평소에 고상하고 예의가 바른 사람이다. 그러나 지금은 화가 나서 마치 굼벌처럼 욕설을 퍼붓고 있었다.“잠깐, 설마 너희들도…….”구윤과 구진은 서로를 바라보며 약속이나 한 듯 가벼운 기침을 했다.“이 봐봐, 온 가족이 다 배우야! 나만 바보처럼 아무것도 몰랐지!”구만복은 비지니스에서 위세가 당당하며 평생 다른 사람을 속였는데, 결국 자기 가족에게 당할 줄은 몰랐다!그는 화가 나서 고함을 지르며 일어나더니 뒤돌아보지도 않고 위층으로 올라갔다.“만, 만복아, 밥 안 먹어?”초소연은 다그쳐 물었지만 대답이 없었다.“네가 올라가서 타일러 봐, 네가 성격이 좋으니 평소에 너의 말만 잘 듣잖아.”유민지는 어이없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나…… 나 무서워. 그냥 이따가 그가 좋아하는 음식 몇 가지 남겨서 가져다줄게.”초연서도 이번 일이 예사롭지 않다는 것을
“언니, 칭찬하지 마세요, 아직 엄마보다 많이 뒤떨어져 있어요.”구아린은 수줍게 미소를 짓더니 귀여운 보조개가 나타났다. 구아람의 인정을 받게 되어 그녀는 너무 기뻤다.그러나 그녀를 더 기쁘게 한 건 임수해도 그녀를 칭찬했다는 것이다. 오늘 밤은 아마 흥분해서 잠을 설칠 것 같았다.“넌 이모의 노래와 춤을 물려받았을 뿐만 아니라 솜씨도 물려받았어, 나중에 최고의 패션 디자이너를 소개해 줄게. 합작하면 인기를 얻을 수 있어, 그 후 천천히 패션계에 진입하는 건 어때?”“고마워요 언니, 하지만…… 난 연예계에 진입하고 싶어요, 제가 성주 영화대학에서 공부하고 있잖아요. 졸업 후 훌륭한 배우가 되고 싶어요.”구아린은 속삭이는 듯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초연서가 젊은 시절에 연예계에서 왕따를 당했다는 이유로 아버지는 그녀의 꿈을 반대하였다.그 후, 그녀는 영국에서 학교를 중퇴하고 홀로 성주로 돌아와 구만복 몰래 반년 동안 공부를 해서 겨우 허락을 받았다. 그러나 학업을 마친 후에는 집에서 준비해 주는 대로 해야 한다.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반드시 연예계에서 출세해야 한다. 그녀는 아버지가 배우라는 직업에 대한 편견을 없애고 자랑스러운 딸이 되고 싶었다.“그렇게 하고 싶었구나, 잘 됐네. 언니는 너의 꿈을 응원해 줄게!”구아람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구아린을 끌어안았다.“그러나 연예계에는 별 사람들이 다 있고 온통 난장판이야. 네가 돈과 배경이 없으면 아무도 널 쳐다보지 않고 연기할 기회는 더더욱 없을 거야. 그러니 졸업 후 먼저 오디션을 봐, 자료에 다른 것 말고 그냥 ‘구만복의 딸’이라고 써, 그럼 무조건 순조로울 거야!”“언니, 하지만 아빠가 반대하는데 내가 그렇게 하면 화내지 않을까? 게다가, 이렇게 기회를 얻는 건 성취감도 없잖아요, 난 지름길로 가고 싶지 않아요. 오직 노력으로 제 실력을 보여주고 제가 한 선택이 맞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요.”“역시 우리 구씨 가문의 딸이네!”구아람은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그녀의 볼을 살짝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