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왜 그녀를 먼저 건드린 거지? 백소아는 오늘 널 난처하게 하지 않았는데.”신경주의 서늘한 눈빛은 김은주의 새하얀 얼굴에 떨어졌다.“네가 그녀를 아무리 원망해도 나와 그녀는 이미 이혼했어. 할아버지 생신 후에 정식으로 이혼신고를 마치면, 우리는 더 이상 관계가 없는 사람이야.나는 네가 더 이상 억지를 부리지 않기를 바랄게. 이것은 내가 너에게 제기한 유일한 요구야.”가는 길에서 신경주는 마이바흐가 관해정원에 들어갈 때까지 김은주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김은주는 약혼자의 냉담함을 견디며 백소아를 속으로 욕했다.“난 올라가서 옷 갈아입을게.”신경주는 침울한 표정으로 떠났다.김은주는 자신이 잘못했다고 생각하지 않고 이를 악물었다.‘백소아가 내 결혼자를 빼앗았고, 내 남자를 꼬박 3년 동안 강점했는데. 내가 그 천한 여자를 죽여도 마음속의 한을 풀기 어려운 이상, 비웃으면 또 뭐가 어때서?경주 오빠는 왜 그렇게 그녀를 두둔하는 거야! 왜?!’……30분 후, 옷을 갈아입은 신경주는 오씨 아주머니의 뒤를 따라 계단을 내려갔다.반쯤 걸어가자마자 그는 거실에서 세 여자가 히죽거리는 소리를 들었다.신효린: “요즘 우리 집 셰프 정말 바꿔야 되는데, 백소아가 간 이후로 이게 뭐야? 맛없어 죽겠어!그 촌닭은 요리 솜씨가 꽤 괜찮았으니 쓸모없는 편도 아니지.”김은주: “백소아가 맨날 요리해 줬어?”신효린: “당연하지. 시골 촌닭이 우리 신씨 집안에 들어온 것은 이미 그들 가문의 영광이었으니, 우리 비위를 좀 맞춰야 하지 않겠어?너는 집안의 하인들이 뒤에서 모두 그녀를 어떻게 말하는지 모르지? 그녀가 사모님이란 명분만 가지고 있다고 말이야, 사실은 고급 도우미라니깐. 도우미래!”심경주는 안색이 으스스해지더니 손가락을 힘껏 쥐었다.진주: “허, 나는 원래 그녀가 어려움을 알고 물러날 줄 알았는데, 경주가 그렇게 그녀를 무시하고, 식구들이 그렇게 그녀를 따돌렸으니 1년을 버티지 못하고 이혼할 줄 알았어.뜻밖에도 굴욕을 참으며 도우미로
서재에서.신경주는 툭툭 아픈 관자놀이를 비비며 소파에 앉아 팔꿈치로 두 무릎을 받치고 몸을 앞으로 기울며 어깨의 근육이 떨렸는데, 매우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사실 돌아오는 길에 그의 머리는 이미 아프기 시작했는데, 그녀들의 그런 말들을 듣고 나니 더욱 아팠다.‘고급 도우미라니…….’백소아가 아무리 안 좋아도 그들이 이러쿵저러쿵 말할 차례가 아니었다!“도련님! 또 두통이 또 도졌습니까? 제가 약을 갖다 드릴게요!”오씨 아주머니는 서랍에서 진통제를 찾았고, 또 물을 따른 다음 그가 복용하도록 했다.약을 먹고 나서야 신경주는 통증이 가라앉았고 표정이 좀 풀렸다.“도련님, 자꾸 이렇게 약을 먹으면 안 돼요. 무슨 약이라도 독이 있잖아요! 예전에 사모님이 침을 놓으신 후에 병세가 많이 좋아진 걸로 기억하는데, 그렇지 않으면 사모님을 모셔와서 도련님의 상황을 좀 살펴보게 하는 건 어떨까요?” 오씨 아주머니는 부드럽게 충고했다.“아주머니.”신경주는 눈시울이 약간 붉어졌고 목이 멨다.“그녀들은…… 예전에 늘 그렇게 백소아를 말했나요? 그녀들은 백소아가 3년 동안 밥을 만들었다고 했는데…… 정말이에요?”“그래요, 도련님. 제가 예전에 사모님이 부지런하다고 말했는데, 도련님은 한사코 그녀가 연기하는 척이라고 했잖아요. 그런데 누가 그렇게 3년을 연기할 수 있겠어요, 설령 연기라 하더라도 저는 그녀에게 감탄할 수밖에 없네요, 정말 끈기가 있잖아요!”신경주는 얇은 입술을 오므리고 입술이 하얗게 질렸다.“작은 사모님이 처음 왔을 때, 사실 요리솜씨가 아주 평범했어요. 그녀는 겸허하게 저에게 가르쳐 달라고 부탁했고요. 제가 앞으로 이런 일은 하인과 셰프들이 하면 되니까, 사모님은 도련님을 따라 편안하게 누리기만 하면 된다고 했어요.그러나 사모님은 그러면 안 된다고 고집을 어찌나 부리던지. 그녀는 아내로서 남편을 위해 밥을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어요. 그녀는 업무상의 일로 도련님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으니 의식주에 있어서 좀 더 신경을 쓸
“바로 네가 원하는 그 노란 화리 의자 말이야, 내가 네 아버지의 손에서 훔쳐냈어!” 강소라는 아이처럼 기뻐했다.“소라 이모, 정말 수고하셨어요! 다음에 만나면 내가 꼭 절을 올릴게요!” 구아람도 감격에 겨워 손을 비볐다.“헤헤, 이게 뭐라고~ 네가 기뻐하면 됐어!”“근데…… 구 회장이 알게 되면 어쩌려고요?” 구아람은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강소라는 매우 호탕했다.“에이, 난 아들도 딸도 없으니 만약 무슨 일 생기면, 나에게 좋은 관 하나 준비해 둬!”밤이 되자, 하루를 바쁘게 보낸 후, 임수해는 차를 몰고 구아람을 태우고 별장으로 돌아왔다.재벌 아가씨는 하이힐을 걷어차고 부드러운 빨간 벨벳 슬리퍼로 갈아신고 기지개를 켜고 위층으로 올라가 옷을 갈아입고 샤워하려고 했다.“아가씨, 욕조에 물 받아드릴게요.” 임수해는 흰 셔츠 소매를 걷어붙였다.“필요 없어, 넌 간단하게 저녁을 준비하면 돼, 나 혼자서 할 수 있어.” 구아람은 피곤하게 웃었다.“네, 그럼 뭘 드시겠어요?”“청국장.”임수해는 정말 그 냄새를 참을 수 없었지만, 하필이면 아가씨는 그걸 먹기 좋아했다!구아람은 앵두 같은 작은 입을 삐죽거렸다.“사실 나 홍어 회도 먹고 싶었는데 아쉽게도 이 근처에 배달이 잘 안되네.”“그, 그럼 다 드시고 나서 샤워하러 가셔야 하는 거 아닙니까? 그렇지 않으면 냄새가…….”“냄새 안 나면 맛 없잖아. 그리고 나 진짜 너무 피곤해서, 샤워 안 하면 청국장 먹을 힘도 없을 것 같아. 일단 씻고 보자!”구아람은 하품을 하고 위층으로 올라가 샤워를 했다.이쪽의 임수해는 거실을 정리한 후에야 앞치마를 입고 장갑, 머리커버와 마스크를 쓴 채 무장을 하고 청국장을 끓였다.밥을 다 하자마자 초인종 소리가 울렸다.이 별장은 그와 큰 아가씨를 제외하고는 큰 도련님과 둘째 도련님만 열쇠를 갖고 있어 이 두 사람은 초인종을 누르지 않고 모두 직접 들어올 수 있었다.‘이렇게 늦었는데 누가 찾아왔을까? 아가씨가 여기에 사는 것을 어떻게 알고?’
문이 열렸다.이유희는 구아람이 후회할까 봐 얼른 뛰어 들어왔다.“어머, 소아 씨 집에 한번 들어오기가 정말 쉽지 않네요. 입장료가 아주 비싸다고요.”이때 불빛을 빌어, 그는 눈앞의 여자가 가운으로 아름다운 몸매를 감싸고 있단 것을 발견했다. 가는 허리는 손바닥보다 작았고, 볼이 옥처럼 희고 깨끗했다.이유희는 자기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이 도련님, 시선이 너무 버릇없는 거 아닙니까.” 임수해는 표정이 차갑고 말투가 좋지 않았다.“아름다움을 사랑하는 마음은 누구나 다 가지고 있지. 나의 시선은 완전히 최고의 예술품을 감상하는 시선이니, 물보다 더 깨끗한 법.” 이유희는 좁은 눈동자를 구부리며 당당하게 말했다.‘흥, 정말 처음으로 누군가가 자신의 욕망을 이렇게 참신하게 해석하는 것을 듣는군!’“이 안에 LAN의 작품이 있다고요?” 구아람은 그의 품에 든 상자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그래요, 내가 두 개를 샀는데, 하나는 경주 할아버지께 드리고, 하나는 특별히 소아 씨에게 준비한 거예요.”이유희의 눈밑에는 열정적인 빛이 반짝였다.“소아 씨, LAN 대가의 작품은 모두 수공으로 제작되었는데, 1년에 10개만 대외적으로 팔렸으니, 얼마나 얻기 힘든지 알죠?”구아람은 가볍게 기침을 두 번 했다.“저기, 밥 먹었어요? 안 먹었으면 같이 먹을래요?”“안 먹었어요! 5시에 호텔 앞에서 소아 씨 기다리고 있었는데, 물도 한 모금 못 마셨어요. 지금은 배가 고파 죽을 지경이고요!” 이유희는 흥분해서 목소리가 떨렸다.임수해는 아예 눈을 부라렸다.‘이 꼴 좀 봐라, 정말 자신을 이 집 주인으로 생각하나보지!’:수해야, 주방에 가서 이 도련님에게 청국장 한 그릇 더 끓여줘. 더 고소하게.”구아람은 이유희의 품에서 조심스럽게 상자를 받아 거실로 걸어가면서 분부했다.“청, 청국장?!” 이유희는 놀라서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그것도 더 고소하게?’‘날 죽일 작정인 건가?!’“보아하니 이 도련님은 우리가 소홀히 했다고 싫어하는 것 같네요.”임
“그건 안 돼요.”“방금 말만 하면 다 들어준다고 했잖아요!” 이유희는 예리한 눈썹을 찌푸리더니 무척 초조했다.“이건, 정말 안 돼요.”구아람은 정색하고 그를 바라보았다.“난 할아버지에게 신씨 집안 손자며느리의 신분으로 이번 생신을 함께 보내겠다고 약속했어요. 생신이 지나면, 신씨 집안의 모든 것은 나와 더 이상 아무런 관계가 없죠.만약 생신 잔치에서 내가 다른 남자가 동시에 나타난다면, 다른 것은 두렵지 않지만 할아버지가 불편할까 봐 그래요.나도 다른 것은 바라지 않고, 다만 할아버지와 함께 이번 팔순 잔치를 잘 보내기를 바랄 뿐이에요. 결국 앞으로…… 나도 찾아뵐 시간이 그리 많지 않으니까요.”말하면서 그녀의 아름다운 눈동자에 한 가닥 근심이 스쳤다.“소아 씨, 당신 정말 좋은 여자군요, 경주는 정말 보는 눈이 없어서 당신을 놓쳤어요.” 이유희는 한숨을 쉬었다.그러나 돌이켜 생각해 보니, 그의 절친이 놓쳤기 때문에 이유희는 이렇게 완벽한 여자에게 다가갈 기회가 있었던 것이다.‘형제여, 네가 보는 눈이 없어서 내 하반생의 행복을 이루었구나!’“그러니까 하나만 더 말해봐요.” 구아람은 손끝으로 수정 예술품을 만지작거렸는데, 도무지 손을 떼지 못했다.“그럼, 앞으로 내 호칭 좀 바꿔요, 자꾸 이 도련님이라 부르지 말고요, 말도 좀 놓고요, 어때?”이유희는 진지하게 고운 눈을 깜박였다.“이게 다예요? 나 정말 모처럼 다른 사람의 조건을 들어주는 거예요.”“날 남겨서 밥을 먹인 것만으로도 이미 만족해요!”이유희는 정겹게 그녀를 바라보며 모든 기회를 잡고 미친 듯이 고백을 했다.“그럼 앞으로 유희 오빠라고 불러도 될까?” 구아람이 물었다.“그, 그래! 그냥 유희 오빠라고 불러!” 이유희는 기뻐서 가슴이 떨렸다.그는 단지 그들 사이에 또 한층 가깝다고 느꼈는데, 그가 보기에 ‘유희 오빠’는 ‘자기야’와 비슷했다.“아가씨, 청국장 다 끓였어요.”임수해는 앞치마를 입고 걸어왔다. 그는 구아람에게 무척 다정했지만, 이유희에게는
몇 십 분 후.신경주는 바로 구아람의 별장 문 밖에 도착했다.그는 차창을 내렸고, 따스한 등불을 바라보았는데, 지금 이유희가 안에서 백소아와 단둘이 있다는 것을 생각하니, 마음은 무척 답답했다.남자는 미간을 찌푸리고 땀이 베긴 손으로 휴대전화를 쥐고 있었다.스크린에는 백소아가 매끄럽고 섹시한 탱크톱 잠옷을 입고 아름다운 몸매가 보일 듯 말 듯한 사진이었다.예전의 그녀는 그런 헐렁한 흰색 면치마만 입을 줄 알았는데, 마치 임신한 것처럼 보여 몸매가 전혀 드러나지 않았다.이제 이혼했으니, 그녀는 완전히 탈바꿈을 했고, 섹시한 요정으로 변신하여 곳곳에서 남자를 유혹했다!신경주는 튼튼한 가슴에 기복이 생겼고, 사진을 내려다보며 손을 뻗어 단정하게 묶은 넥타이를 잡아당겼다.열기가 용솟음쳤다.……이쪽에서.이유희는 청국장을 먹고 있는 구아람을 보고 얼굴이 파랗게 질렸다.그는 금이야 옥이야 하며 자랐고, 어머니는 그를 응석받이로 키웠다. 이유희는 15살이 되던 해에야 생애 첫 콜라를 마셨고 18살이 되서야 생애 첫 치킨을 먹었다.근데 청국이라니? 그런 서민 음식이 어떻게 이 도련님의 입에 들어갈 수 있겠는가?“안 먹어? 식으면 맛 없는데.” 구아람은 한가로이 물었다.“나, 나는 너무 기뻐서 한동안 어떻게 먹어야 할지 모르겠네…….”이유희는 젓가락을 들고 쭈뼛쭈뼛하게 웃었다.“그 정도는 아니지, 청국장 한 그릇일 뿐인데. 좋아하면 갈 때 좀 더 가지고 가.”“아니야, 아니야, 아니야!”이유희는 이를 악물고 발을 동동 굴렀다. ‘내 사랑을 위해 고생을 하는 건 당연하지!’그라고 그는 젓가락을 들고 눈을 부릅뜨고 힘껏 한 입 크게 마셨다.“콜록콜록…….”이유희는 사레가 들렸고, 냄새에 두 눈이 충혈되더니 혀가 저렸다.그는 매섭게 임수해를 노려보았는데, 임수해는 억울한 표정을 지었지만, 입가에 사악한 웃음은 그의 속마음을 드러냈다.“매운 거 잘 못 먹는 편인가? 진작에 말하지 그랬어. 너무 맵지?”구아람은 자상하게 이유희를 위해 물
스크린이 어두워졌지만, 신경주의 화난 눈빛은 여전히 구아람 머릿속에서 사라지지 않았다.‘이 개자식, 감히 이혼으로 협박하다니, 왜 이렇게 뻔뻔스럽지? 아직도 이혼신고로 날 평생 괴롭히고 싶은 건가!’“소아야, 미안해.”이유희는 빨갛게 달아오른 코를 훌쩍이며 은근히 불안해했다.“이 일은 모두 내 탓이야. 내가 쓸데없는 말을 해서. 그에게 말하지 말았어야…….”“당신 탓 아니야.”구아람은 숨을 깊이 들이마시고 주먹을 휘두르며 가벼운 소리를 냈다.“모두 신경주 그 뻔뻔한 자식 때문이야! 그는 내가 하루라도 편하게 지내는 꼴을 못 보지!”이유희는 여자 앞에서 줄곧 황제처럼 도도했고, 그 여자들은 그를 보면 모두 고개를 숙이며 아첨을 하며 감히 나서지 못했다.지금 구아람이 화를 내는 것을 보고, 이유희는 마침내 압박감을 느꼈고, 무척 당황스러웠다.우르릉-밖에 천둥번개가 치더니 비가 올 것 같았다.“가자, 우리 들어가서 계속 먹자, 그를 상관하지 말고.” 구아람은 씩씩거리며 고개를 돌려 가버렸다.이유희는 제자리에 서서 문을 한 번 보더니 갑자기 반응했다.‘어머, 내가 방금 한 일, 왜 이렇게 김은주 같지?!’곧 폭우가 쏟아졌다.구아람과 이유희는 유리창 옆에 앉아 차를 마시며 한담을 나누었다.“정말이지, 나는 전에 당신에 대해 편견을 가지고 있었어. 당신에 대해 알기 전에, 나는 네가 이렇게 재미있는 사람인지 정말 몰랐어. 그리고, 당신은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착하고.”구아람은 차를 마시며 진심으로 말했다.“소아야! 내…… 내가 착하다니? 나 잘못 들은 거 아니지?!”이유희는 감격에 겨워 말을 더듬었다.“소아야, 나 정말 감동 받았어, 이 칭찬, 난 평생 기억할 거야, 죽어도 내 묘비에 새길 거고!”“그만 해, 더 하면 징그러워.” 구아람의 핑크빛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소아야, 만약에, 내 말은, 만약에 말이야, 네가 경주와 결혼하기 전에 나와 먼저 만났다면, 넌 나를 좋아했을까? 너는 나에게 너에게 구애할 기회를 주었을
광풍, 폭우 그리고 번개.구아람이 잘못 기억하지 않았다면, 신경주는 방금 나무 아래에 서 있었다!더 심각한 것은 그가 뜻밖에도 이때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는 것이다. 그는 정말 벼락에 맞아 죽고 싶은 건가?!“신경주, 나는 당신을 만나러 나가지 않을 거예요. 더 이상 나에게 전화하지 말고 빨리 돌아가요!” 구아람은 눈시울을 붉혔다.“네가 나오지 않으면 나는 가지 않을 거야.” 신경주의 목소리는 무척 단호했다.“미친놈…… 개자식!”구아람의 새하얀 얼굴은 화가 나서 벌겋게 달아올라 입으로 욕을 하면서 계단 방향으로 질주했다.“아가씨! 아가씨!”임수해가 아무리 불러도 구아람의 발걸음을 막을 수 없었다.신경주는 손에 휴대전화를 꼭 쥐고 미간을 찌푸렸다.그는 날카로운 칼날 같은 몸을 조금도 움직이지 않고 별장 대문 쪽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드디어 대문이 열렸다.신경주의 어두컴컴하던 눈동자가 순간 까맣게 타오르더니, 그는 숨이 가빠졌다.구아람은 외투를 걸치고 거대한 검은 우산을 쓰고 다급히 그에게 다가갔다.광풍 때문에 그녀의 검은 머리카락은 어지럽게 흩날렸고, 얇은 몸은 비틀거리며, 곧 바람에 날려갈 것 같았다.그러나 그녀의 표정은 조금도 가냘프지 않았고, 여전히 도도하고 강인했다.신경주는 자기도 모르게 마음속으로 감탄했다. 그는 자꾸만 이 어두운 밤에 별처럼 반짝이는 이 눈동자를 어디에서 본 적이 있는 것 같다고 느꼈다.멍을 때리고 있는 사이, 구아람은 어두운 얼굴로 그의 앞으로 다가왔다.구씨 집안 큰아가씨인 그녀는, 4명의 출중한 오빠를 가지고 있는데다, 아빠는 해문 갑부로서 수백 조의 자산을 갖고 있는데, 줄곧 그녀만이 다른 사람을 괴롭혔지, 언제 한 남자에게 감정을 휘둘린 적이 있겠는가?“신경주, 당신은 상식이 없는 거예요 아니면 정신이 나간 거예요? 하늘에서 큰 천둥이라도 내려 죽으면 어떡하려고요?!” 구아람은 생각할수록 화가 났고, 달려들어 그를 물어 죽이고 싶었다!신경주는 눈동자를 가늘게 끄며 쉰 목소리로 물었다.“
‘애정 도피.’경주는 아람의 창백하고 초췌한 얼굴을 바라보며 가슴이 한없이 아팠다.“나도 아람과 오래오래 함께하고 싶어. 하지만 유희야, 난 그렇게 이기적일 수 없어. 아람의 가족은 나와는 달라. 난 아람을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할 수 있지만, 아람이 나를 위해 가족에게 등을 돌린다면, 내 마음이 편하겠어? 가족들의 축복을 받지 못하고 곁에 있을 수도 없으면 아람이 정말 즐겁게 살고, 행복할 수 있겠어?”경주는 고통스럽게 고개를 흔들며 쉰 목소리고 말을 이어갔다.“나는 이미 아람에게 너무 많은 것을 가져갔어. 심지어 아람을 망칠 뻔했어. 유희야, 더는 아람을 해칠 수 없어. 더는 아람을 잃게 할 수 없어. 절대 안 돼.”“이 모든 건 네 생각이야. 아람이 원하는 게 뭔지 물어보지 않아?”유희는 아람의 모습을 보자 짐작이 가서 눈썹을 찌푸렸다.“오늘 밤 밖에 비바람이 휘몰아쳤어. 아람은 너 찾으러 가겠다고 도망쳐서 엄청 많은 고생을 했을 거고 많이 힘들었을 거야. 물론 가족은 중요해. 하지만 지금 아림이는 너를 더 소중히 생각하고 너와 함께하고 싶어 해.”“하지만 네가 아람에게 행복을 주기 위해 손을 놓아버리면, 오늘 밤보다 더 큰 위험이 발생할 수 있고, 심지어 비극으로 이어질 수 있어. 신경주, 그때 가서 후회하지 마.”한 마디 한 마디가 정곡을 찌르며 경주의 가슴을 내리쳤다. 경주는 아람이 아이를 언급하며 구해달라고 부탁했던 모습이 떠올랐다. 열이 나서 횡설수설한 것이지만 그것은 아람이 마음속에 억눌린 것이다. 해맑은 미소 속에 숨겨져 있고, 살짝만 건드려도 아픈 상처이다.‘도대체 어떻게 그럴 수 있어, 구아람. 도대체 어떻게 매일 증오스러운 나의 얼굴을 보며 웃음이 나올 수 있어? 어떻게 여전히 나한테 잘해줄 수 있어?’절친인 유희 앞에서 경주는 마침내 눈물을 참지 못하고 악의적으로 자신의 뺨을 때렸다.“경주야, 뭐 하는 거야!”유희는 눈을 부릅뜨고 경주의 손을 붙잡았다.“제발 남자답게 정신 차려! 자해가 소용 있다면 지금 당장
아람은 눈을 살짝 감고 땀에 젖은 경주의 손을 힘없이 잡았다.“병원에 가면 오빠들이 바로 찾아올 거야. 그럼 나를 다시 데려갈 거야. 경주야, 난 돌아가고 싶지 않아. 너와 함께 있고 싶어.”경주는 가슴이 아파서 울컥했다.“하지만 지금 열이 나고 있어. 너 이러다 쓰러질 수 있어.”“괜찮아, 약 먹으면 돼.”말을 마친 후 아람은 다시 눈을 감고 잠이 들었다....이른 아침, 별장은 조용하고 평화로웠다. 효정은 침대에서 푹 자고 있었다. 문 사이로 유희는 서재에 가지 않고 침실로 가서 서류를 처리했다. 이러면 일을 지체하지 않고 효정을 지켜줄 수 있기도 했다. 이제 유희는 이씨 그룹의 핵심에 들어가 바쁘게 지냈다. 이준상의 손에 있던 프로젝트도 유희에게로 돌렸다. 부귀하고 한가하던 유희는 순간 다사다망한 사람이 되었다. 예전에 경주가 힘들다고 할 때 유희는 이해하지 못했다. 손가락만 움직이면 되는 일들이 왜 피곤한지 몰랐다. 이제 유희는 아픈 이마를 잡으며 한숨을 쉬었다.‘경주를 이해해 주지 못해서 복수 당한 거야?’이때, 노크 소리와 함께 정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도련님, 잠시만 나와 보세요.”유희는 들고 있던 서류를 내려놓고 문을 열고 나갔다. 그러자 정연은 불안에 가득 찬 눈으로 유희를 바라보았다.“도련님, 신 사장님이 오셨어요!”“누구? 경주? 이 시간에?”유희는 믿을 수 없어 눈을 부릅떴다.“신 사장님뿐만 아니라 구아람 씨도 계세요!”유희는 갑자기 상황이 이상하다는 것을 깨닫고 힘차게 발걸음을 내딛으며 아래층으로 뛰어내렸다. 거실에서 경주는 의식을 잃은 아람을 안고 소파에 앉아 있었다. 안색이 창백한 경주는 자고 있는 아람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경주야, 무슨 일이야!”유희는 깜짝 놀라 달려왔다. 아람이 의식을 잃은 채 경주의 품에 나른하게 안긴 모습을 보자 순간 긴장하여 가슴이 조여왔다.“아람이 왜 그래?”“유희야, 늦은 시간에 찾아와서 미안해.”경주는 얇은 입술을 어렵게 열었다. “아람을 어디로 데려가
경주의 부하들도 뒤늦게 도착했다. 모두 손전등을 들고 흩어져 수색을 시작했다. 경주는 빗속으로 돌진했다. 구두와 바짓가랑이는 모두 진흙투성이가 되었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걱정하며 부리나케 찾았다.“신 사장님, 천천히 가세요! 넘어지지 않게 조심하세요!”한무도 한발한발 힘겹게 따라가며 멍해졌다.‘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사모님은 왜 이런 이상한 곳에 혼자 있는 거야!’...아람은 그 네 명의 변태를 처리해 버렸다. 아람한테 맞은 남자들은 무릎을 꿇고 빌었다. 그러나 그 결과 아람은 마지막 힘을 다 써버렸다. 강한 의지력이 있어 쓰러지지 않은 것이다. 아람은 그 중 한 사람의 핸드폰을 뺏고 다시 빗속으로 달려가 어둠 속에서 천천히 나아갔다. 그들이 화가 나서 따라올까 봐 걱정되었다. 그래서 아람은 발걸음을 멈추지 않고 걸었다. 더 이상 위험에 맞설 힘이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아람의 정신은 완전히 마비되었다. 다리는 부들부들 떨며 억지로 걸었고, 힘이 다 빠져 다리가 느껴지지 않았다.마침내 아람은 더 이상 한 걸음도 걸을 수 없어 중간 기슭의 낡은 정자에 쓰러졌다. 조금 진정이 된 후에야 경주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 모든 것은 그저 경주가 아람을 찾지 못할까 봐 두려웠던 것이다....시간은 일분일초 흘러갔다. 아람은 무릎을 안고 웅크린 채 사이에 얼굴을 묻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잠이 들었지만 손에는 여전히 핸드폰을 꼭 잡고 있었다. 혼란스러운 와중에 아람은 3년 전으로 돌아가는 꿈을 꾸었다. 교통사고 때, 피는 줄줄 흘렸다. 아람은 의사의 팔을 잡아당기며 울면서 애원했다. ‘살려줘요. 우리 아이를 살려주세요.’“아람아!”무아지경에 빠진 아람은 경주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를 들었다. 하지만 더 이상 대답할 힘이 없었다. 순간, 추워서 부들부들 떨고 있는 몸이 뜨거운 품에 감싸졌다. 훤칠하고 든든한 몸이 아람을 완전히 감쌌다. “경주야, 경주 맞아?”아람은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반짝이는 눈빛은 사람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경주는 핸드폰에 나온 낯선 번호를 멍하니 쳐다보며 잠시 멍해졌다. 경주의 개인 번호를 아는 사람이 많지 않다. 평소 모르는 전화가 걸려 와도 경주는 절대 받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왠지 모르게 가슴이 뛰고 참을 수 없었다. 경주는 전화를 받고 귀에 가까이 댔다.“여보세요?”반대편에서는 비바람이 거세게 몰아쳐 소란스러웠다.“여보세요, 누구세요?”평소 같았으면 경주는 이미 전화를 끊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드물게 인내심을 갖고 전화 반대편에서 응답이 오기를 기다렸다.[경주야, 나야.]아람의 허약한 목소리가 간간이 들려왔다. 몰아치는 비바람에 의해 부서진 듯했다. 하지만 날카로운 칼처럼 경주의 가슴을 뚫고 들어왔다.“아람아?”경주의 눈빛이 별빛처럼 밝아지며 놀라며 기뻐했다. 벌떡 일어서서 숨까지 뜨거워지며 부들부들 떨었다. 심지어 아람의 전화를 받을 수 있다는 사실조차 감히 믿지 못했다.[경주야, 너무 보고 싶어. 너무 힘들어.]아람의 떨리는 목소리는 점점 작아졌고, 거의 공허하게 들렸다. “아람아, 어디야? 바로 찾으러 갈게!”경주는 순간 눈시울을 붉혔다. 형언할 수 없는 고통이 가슴 깊은 곳에서 격렬하게 휘몰아쳤다.“나, 나도 내가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어.”전화기 너머의 아람은 마침내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낮은 목소리로 흐느꼈다.“엄청 멀리 걸었어. 더 이상 걸을 수가 없어. 머리가 너무 어지러워. 한잠 자고 싶어.”“아람아, 자지 마. 말 들어, 자지 마!”경주는 너무 무서워서 심장이 쪼그라들었다.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다.“전화 끊지 마, 내가 바로 위치 추적해 볼게! 바로 찾으러 갈게!”옆에서 그 말을 듣던 신남준도 표정이 굳어지고 걱정되어 가슴이 쿵쾅거렸다.“할아버지, 죄송해요. 저.”“경주야, 말하지 않아도 돼.”신남준은 경주를 이해해 주었다.“빨리 가 봐, 지금 소아를 찾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은 없어!”경주는 핸드폰을 꼭 쥐고 재빨리 병실 바깥으로 달려 나갔다. “꼭 소아를 찾아! 꼭 소아를 지켜
누군가 들어오자 사람들의 시선은 문으로 향했다. 아람을 한 번 본 순간 그들의 눈은 반짝였고 영혼이 날아갈 듯했다.‘오늘 정말 좋은 날이네. 천둥번개가 치는데 미녀가 직접 찾아와? 우리한테 재미를 주러 왔나?’“예쁘니, 무슨 일로 오빠들을 찾아온 거야?”그중 한 남자는 음란하게 아람의 몸을 훑어보았다. 이 순간, 흠뻑 젖은 아람은 그들의 유혹이었다.“방해해서 죄송해요.”아람은 숨을 헐떡이며 몸에서 한기를 뿜었다.“핸드폰 좀 빌려주실 수 있어요? 제가 꼭 보답할게요.”“보답? 하하, 예쁘니, 어떻게 보답할 생각이야?”네 남자는 입술을 핥으며 음란한 미소를 지으며 아람에게 점점 다가갔다.“이러자, 오빠들이 만져보게 하고, 뽀뽀하고, 하룻밤 같이 보내면 핸드폰을 마음껏 쓰게 해줄게. 하하하.”아람의 눈빛은 얼음처럼 차가워졌다. 순간 가슴에 분노가 치솟아 올랐다.‘하, 오늘 하루 답답해 죽겠네. 걸어오느라 목숨까지 걸었는데 변태들을 만나?’변태 중 한 명은 참을 수 없어 두 손은 이미 아람의 가슴을 향했다. 그러자 아람은 재빨리 나서서 남자의 팔을 잡고 뒤로 꺾었다. 그리고 발차기로 다리를 차버리자 남자는 순간 아람의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 아파서 소리를 마구 질렀다.“아아아! 아파, 너무 아파!”“같이 지내자며, 어디 해 봐.”뿌드득-아람은 직접 남자의 팔을 비틀어 버렸다. 초롱초롱하고 분노에 섞인 눈을 부릅떴다.“너희들 죽여버릴 거야!”...신남준은 이번에도 오래된 중풍으로 입원했다. 다행히 서 비서가 제대 발견하여 큰 문제는 없었다. 지난 이틀 동안 신남준은 아람의 일로 잠도 제대로 못 자고 밥도 잘 먹지 못했다. 피곤함에 얼굴이 초췌해지고 정신이 쇠약해졌다. 신광구는 성주에 있지 않았다. 일이 갑작스러워 오늘 밤 신남준의 곁을 지키는 사람은 오직 경주와 서 비서였다. 경주는 죽 한 그릇을 들고 한 숟가락을 떠서 신남준에게 먹여주었다. 하지만 신남준은 입맛이 없었다. 경주의 얼굴이 상처투성이고 넋을 잃은 모습을 보자 짐작이
그러나 아람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젠장, 큰일 났어! 멀쩡하게 있던 사람이 어떻게 갑자기 사라져?”구진은 두 손으로 머리를 잡았다. 심장이 입 밖으로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구진과 백진은 침대와 옷장이 엉망으로 된 것을 보자 순간 알아채고 발코니로 달려갔다. 두 형제는 놀라서 숨을 들이마셨다. 난간에 묶인 밧줄은 수십 개의 긴 드레스로 연결되어 밖으로 곧장 이어진 것이다.“형, 아림이 미쳤어, 여긴 5층이야!”백진은 놀라서 얼굴이 창백해지며 목소리도 떨렸다.“구아람, 이 계집애! 정말 겁도 없이 일을 저질러?”커다란 두려움에 구윤은 가슴이 두근거리며 이를 악물었다.“드레스가 하나라도 끊어지면, 바로 떨어져 죽었을 거야!”“형, 그만 말해. 나 심장이 안 좋아!”구진은 가슴을 잡으며 눈앞이 캄캄했다. 기 비서도 겁에 질려 정신을 잃으며 조마조마했다.“아가씨, 제발 별일 없어야 해요! 아니면 제가 죽어도 갚지 못해요!”“아버지는 알고 있으세요?”구윤은 급히 물었다. “구 회장님께서 지금 아린 아가씨의 일 때문에 많이 힘들어하세요. 제가 말씀드릴 용기가 없어요.”구윤은 초조하여 아파 나는 가슴을 움켜쥐었다.“일단 식구들을 놀라게 하지 말아요. 제가 바로 사람을 모집할게요!”“밖에 비바람이 불어요. 아가씨가 핸드폰도 없고 돈도 없어요. 나가면 어떡해요!”기 비서는 마음이 급하여 발을 동동 굴렀다.“다 제 탓이에요. 제가 한 치도 움직이지 밖을 지키고 있어야 했어요!”“핸드폰도 없고 돈도 없으니 멀리 가지 못했을 거예요. 지금 찾으면 따라잡을 수 있을 것 같아요!”구윤은 창밖을 내다보았다.“신경주가 아직 밖에 있어요?”“신 사장님은 이미 떠나셨어요. 떠난 지 한참 지났어요.”기 비서는 솔직하게 말했다. 구진은 참지 못해 욕설을 퍼부었다.“젠장. 이 나쁜 자식 정말 안 좋은 타이밍에 갔네. 아람이 분명 신경주를 찾으러 갔을 거야. 이제 둘이 엇갈리는 거 아니야?”백진의 가슴이 심하게 떨렸다. 이 순간, 너무 후회가 되었
경주는 해장원의 문 박에 서서 밤낮으로 지키고 있었다. 경주는 고집이 많은 사람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지 못하고, 원하는 답을 듣지 못하면 죽어도 마음이 편하지 않을 거다. 어젯밤 경주는 윤씨 부자가 온 것을 보았다. 윤진수의 일 때문에 시비를 걸려고 온 것을 알고 있었다. 경주는 몰래 숨어서 지켜보았다. 무서운 건 아니었지만, 그저 일을 일으키고 싶지 않았다. 윤정용이 경주와 구씨 가문이 연합했다고 생각하게 하지 않고 구만복을 곤란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경주는 사적으로 구씨 가문을 도와주고 싶었지만, 지금 상황으로는 현명한 선택이 아니다. 하늘은 어두웠고 바람은 거세게 불고 있었다. 어젯밤에 맞은 주먹과 발길질에 못지않은 거센 바람이 경주를 덮쳤다.경주의 눈빛은 깊어졌다. 날카로운 턱선에 수염이 잘랐지만 마치 군대에 입대했을 때로 돌아간 듯 거칠고 절제되지 않은 느낌을 더했다. 이때, 차에서 충전하고 있던 핸드폰이 울렸다. 고통스러운 생각 속에서 잠시 빠져나왔다. 경주는 차 문을 열고 핸드폰을 보자 한무의 전화였다.“한무야, 왜?”경주의 목소리는 쉬었고 마치 모든 힘을 잃은 듯했다.[사장님, 드디어 전화를 받으셨네요!]한무는 급하여 눈물을 흘릴 뻔했다.[어르신의 몸이 편찮으셔서 병원에 가셨어요. 빨리 오세요!]경주는 순간 긴장하였다. 식은땀은 다시 축축한 슈트를 젖혔다....해장원의 와인 창고에서 아람의 오빠들이 모였다. 예전에는 항상 이곳에 모여 웃고 떠들었지만, 이제 모두 슬픔에 잠긴 채 술만 먹고 있었다. 특히 백진은 물 마시듯 연달아 마셨다. 옆에서 보는 구진의 위가 더욱 아팠다.“백진아, 마시지 마. 몸에 안 좋아.”구윤은 눈썹을 찌푸리며 술잔을 뺏었다. “그래, 장가도 안 갔는데, 신장이 망가지면 안 되잖아.”구진도 충고했다. 백진은 분노에 찬 표정으로 손을 움켜쥐며 테이블을 내리쳤다.“오늘 아람에게 그러지 말아야 했어. 너무 고압적으로 대했어.”구윤은 백진의 어깨를 토닥이며 한숨을 쉬었다.“아람이가 어
하지만 그 옷은 유성에게 보여주는 식이고 다른 남자를 위해 벗는 것이었다. ‘나를 진심으로 걱정하고 신경 써준 사람이 있었어?’하지만 돌아설 수도 없고 선택할 권력도 없다. 신우와 원수가 될 운명이었고, 다른 세계의 사람이었다. 서현은 심호흡하며 눈물을 머금었다. 문을 닫으려는 순간 갑자기 한 손이 문을 잡았다. 문틈 사이로 낯익은 눈동자가 나타났다.“우, 우 비서?”서현은 긴장하며 위약을 숨겼다.“서현 씨, 살아계셔서 다행이에요!”우 비서가 격렬하게 문을 밀고 방으로 달려들어 서현은 벽에 부딪혔다. 그 후 부하 두 명이 방으로 들어서며 총을 꺼내 첩보 영화 속 비밀 요원처럼 사악한 표정을 지었다.“백신우 없어요. 갔어요.”서현은 차갑게 말했다.“갔어요? 죽이지 않았어요?”우 비서는 당황했다.“그럼 어젯밤에 뭐 했어요?”서현은 머리가 무겁고 아파서 이마를 잡았다.“몰라요. 취해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이 안 나요.”“같이 술을 마셨어요? 어떤 사람인지 몰라요?”우 비서는 화가 나서 엄숙하게 말했다.“서현 씨, 그동안 신 사장님을 위해 항상 신중하고 소심하게 일을 했어요. 실수한 적이 거의 없어요. 이건 서현 씨 답지 않아요!”“무슨 뜻이에요? 저를 의심해요? 우리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다면, 어제 제가 홀로 찾아오지 않을 거예요. 그리고.”서현은 머리를 만지자 놀랐다.‘머리핀, 머리핀!’서현은 당황하여 방으로 돌아가 침대, 소파, 서랍을 모두 찾았지만 머리핀이 보이지 않았다. 우 비서는 서현이 무엇을 하는지 몰랐다. 그저 자기 말만 했다.“의심하는 게 아니에요. 그저 어젯밤 백신우와 같이 사라진 일을 윤 사장님이 알고 계세요. 제가 무슨 능력으로 찾겠어요. 윤 사장님께서 찾으신 거예요!”서현의 눈앞에 유성의 눈빛이 스쳐 지나가자 마음이 무거웠다.“백신우를 죽이지 못한 것도 그렇고, 밤새 같이 있었다는 건 어떻게 말해요? 어제 취해서 백신우와 잤는지 어떻게 확신해요?”우 비서는 화가 나서 숨을 내쉬었다.“잘 생각해
‘더 이상 서로 얽힐 필요가 없어. 너에게 좋은 사람이 아니야. 계속하면 그저 상처만 깊어질 거야.”“백진, 네가 한 말 들어봐. 그게 인간이 할 말이야?”아람은 가슴이 아파서 떨며 눈에 충혈이 되었다.“당시 아이를 잃은 건 사고야. 나도 임신한 줄 몰랐는데 경주가 어떻게 알겠어? 유산한 건 내가 숨긴 거야. 경주와 상관없다고 몇 번 말해!”백진은 여전히 얼음처럼 냉담했다.“아람아, 넌 아직 젊어. 세상에 신경주보다 좋은 남자가 더 많아. 신경주가 줄 수 있는 건, 우리도 줄 수 있어. 줄 수 없어도, 우린 줄 수 있어.”“난 신경주밖에 없어. 백진, 경고하는데, 날 막지 마, 내가 미워하게 하지 마!”아람은 성난 암사자처럼 이를 악물려 돌진하려 했다. 하지만 군인 오빠 백진의 상대가 아니었다. 백진의 안색이 어두워지며 훤칠한 몸을 움직이지도 않고 아람의 몸을 막았다. 아람의 허리를 덥석 잡고 품에 안았다. 순간 아람은 돌며 두 발이 땅에서 멀어졌다. 백진은 아람을 쉽게 들고 아람의 다리를 잡았다. 아람이 욕하고 때려도 백진은 성큼성큼 앞으로 다가갔다.“백진, 죽을래? 빨리 내려놔! 아!”아람은 주먹으로 백진의 등을 두드렸다. 하지만 긁어주는 것과 비슷했다.“아람아, 얌전하게 있어.”백진은 쏜살같이 걸어가며 다정하게 말했다.“오빠도 널 위해서 그래.”...서현은 오후가 될 때까지 잠을 잤다. 이불에서 일어나며 아프고 부은 관자놀이를 문질렀다. 속은 여전히 안 좋았다.“음, 여기가 어디야?”서현은 당황하여 졸음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주위를 둘러보자 자신이 호화로운 스위트룸에 있었다. 잘못 보지 않았다면 이곳은 신씨 호텔이었다.“젠장, 백신우!”서현은 부들부들 떨며 이불을 걷어 올렸지만 검은색 드레스가 그대로 있었다. 신우는 서현을 건드리지 않았다. 어젯밤의 마지막 기억은 영화 장면처럼 설레는 키스에 멈춰버렸다. 서현은 호흡이 급해지며 떨리는 가슴을 움켜쥐었다. 커다란 방에는 훤칠한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백신우, 도대체 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