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 신광구가 정서연에게 빠졌을 때도 이런 다정한 눈빛이었다.“와, 이씨 가문 도련님이에요, 넷째 아가씨와 사귀어요?”가정부들은 설레서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너무 좋아요! 도련님은 잘생기고 돈도 많아요. 제일 중요한 건 이씨 가문 어르신의 장손이에요. 앞으로 이씨 그룹은 도련님의 것이에요. 그럼 넷째 아가씨를 지킬 수 있어요!”“맞아요, 맞아요! 앞으로 넷째 아가씨는 더 이상 신효린의 괴롭힘을 당하지 않아도 되요!”그 말을 할 때 가정부는 일부러 목소리를 낮추었다. 하지만 신광구는 여전히 들어서 눈썹을 찌푸렸다.“아빠.”효정은 나지막하게 불렀다. 그 표정만으로도 불쌍한 것 같았다.“안녕하세요, 아버님.”유희의 환한 미소는 너무 아름다웠다. 효정과 깍지 낀 두 손을 들고 사람들 앞에서 사랑을 표현했다.“효정이가 아버님을 보고 싶어해서 뵈러 왔어요.”효정의 얼굴은 노을처럼 붉어졌다. 부끄러워서 고개를 살짝 숙이며 유희의 몸에 기대었다. 이제 효린은 유희에게 학대를 당한 후 이씨 가문 사모님이 될 꿈은 완전히 포기했다. 하지만 바보 동생이 유희와 달달한 모습, 그리고 이씨 가문에 들어 선 효정을 보자 질투심이 강해졌다.“좋아, 좋아.”신광구는 거듭 고개를 끄덕였다.“효정아, 요즘 몸은 어때? 좀 괜찮아?”“좋아요, 여, 유희 오빠가 저를 잘 챙겨줘요.”효정은 하마터면 유희를 여보라고 부를 뻔해 겁에 질려 바로 말을 바꾸었다. 유희는 눈을 가늘게 뜨며 효정의 귓가에 속싹였다.“솔직히 말하면, 네가 여보라고 부르는 게 더 좋아.”효정은 입술을 꼭 다물고 부끄러워서 숨고 싶었다.“유희야, 그동안 효정을 챙겨주느라 고생이 많았어.”신광구는 이미 두 사람의 관계를 인정한 듯이 말했다. 결국 두 사람은 사랑에 빠졌을 뿐만 아니라 잘 어울리기도 했다. 심지어 유희가 효정과 결혼했다고 해도, 이 결혼은 신광구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었다. 두 가문이 혼인관계를 맺으면 신씨 그룹에게도 많은 도움이 되어 거절할 이유가 없다.“아버님, 천만에요
“유희야, 걱정해줘서 고마워.”신광구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저뿐만 아니에요. 효정도 그렇고 경주도 그렇고, 아버님을 걱정하고 있어요.”유희는 달달한 눈웃음을 지었다. 매래 시아버지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일 뿐만 아니라 친구에게 호감을 끌어주기 위해서이다.“나도 오랜만에 효정을 보네. 둘이 나와 서재로 가자. 앉아서 천천히 얘기해.”말을 하며 신광구는 자상하게 웃으며 효정을 향해 손짓을 했다.“자, 효정아, 아빠한테 와.”효정은 어른이 된 후 신광구와의 교류가 적어졌지만, 기억속에서 신광구는 자신을 제일 예뻐했다.“아빠.”효정의 초롱초롱한 사슴 눈을 뜨고 유희의 손을 뿌리치고 신광구에게 달려갔다. 이 장면을 보자 유희는 왠지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지며 울컥했다. 아무리 효정에게 잘하고 사랑을 줘도 가족을 대신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아마도 이 세상의 많은 사람들은 사랑이 없어도 괜찮지만, 가족을 잃은 건 견딜 수 없을 것이다. 효정이 앞으로 다가가자 신광구는 웃으며 팔을 벌려 오랜만에 만난 효정을 품에 안았다. 큰 손으로 효정의 부드러운 머리카락을 만졌다.효정은 얼굴을 신광구의 품에 기대었다. 그러자 울컥하며 감정이 솟구쳐 몰래 눈물을 흘려 신광구의 옷깃을 젖혔다. 이 순간 효린의 분노는 마침내 최고조에 달했고, 화가 나서 눈물을 흘릴 뻔했다.신광구의 딸로서 항상 신씨 가문에서 사랑을 받아왔다. 똑똑함과 미모를 자랑하며 어렸을 때부터 경쟁심이 강했고, 늘 부모의 관심의 초점이 되어 효정의 존재를 짓밟았다. 하지만 지금 신남준, 진주, 유희까지, 효린은 효정이 자신의 모든 것을 뺏고 있다고 느꼈다. 신광구의 사랑마저 뺏긴 것 같았다.‘짜증나!’...한편, 외출 금지된 진주는 왕준의 뉴스와 인테넷 댓글을 보고 깜짝 놀랐다. 진주는 장현중이 남긴 약을 더듬더듬 찾아 주사를 맞고나서야 떨리는 신경이 진정되고 생각을 할 수 있었다.진주는 T국으로 도망간 왕준이 잡힐 거라고 상상도 못했다. 더 상상치 못한 건 방영의 죽음에 대한 여론의
효린은 킁킁거리며 눈 밑으로 차가운 빛이 스쳤다.“그 일들은 모두 엄마가 시킨 거잖아? 나랑 무슨 상관있어? 나까지 끌어넣지 마!”“이 계집애가, 이제와서 모른 척할 거야? 엄마가 곤경에 처했는데, 도와주지도 않고 숨어있기만 해? 내가 무슨 일이 있으면 너도 편히 있지 못해!”진주의 사악한 눈빛은 효린을 겁먹게 했다. 이건 모녀도 아니다. 그저 공범이었다.“그럼 이제 어떡해? 무슨 방법이 있어?”효린은 이를 악물며 물었다. 진주는 아무런 표정이 없었다. 차가운 안색이 사람을 소름돋게 했다.“왕준을 죽일 거야.”“왕준을 죽여? 지금 경찰에 잡혔는데 어떻게 죽여?”효린은 이제 진주에게 단련되어 죽인다는 말도 더 이상 두렵지 않고 어떻게 죽이는 게 더 궁금했다.“감옥에 돈을 받고 죽여줄 사람이 많아. 거기 사람도 많고 어수선해서 좋은 타이밍에 바로 죽일 수 있어!”말을 하며 진주는 은행카드를 효린의 몸에 던졌다.“안에 돈으로 움직이기 충분해. 빨리 일을 처리해.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하지 마.”효린은 카드를 손에 쥐자 마치 날카로운 칼날을 쥐고 있는 것 같았다.“엄마, 내가 대신해줄 수 있어, 하지만 조건이 있어.”“이 계집애, 엄마에게 조건을 말해? 양심도 없어?”진주는 왼손으로 허리를 꼬고 오른손으로 효린을 가리키며 화를 냈다.“엄마, 솔직히 말하면 아버지는 이제 엄마를 싫어해. 신효정 그년도 매일 이유희와 같이 있고, 구아람에게 아부를 하고 있어서 쓸모가 없어. 엄마가 유일하게 믿을 수있는 사람이 나 밖에 없어.”효린은 음흉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진주는 눈썹을 찌푸렸다. 그 순간 효린은 자신과 너무 닮은 것 같았다. 너무 닮아서 겁을 먹기도 했다.“어떻게 하고 싶어?”“알아, 이유희가 날 엄청 싫어해. 나와 만날 확률은 없어. 그럼다면 신효정도 이유희와 결혼하지 못하게 할 거야!”효린은 원망스러워 이를 악물었다.“오늘 밤 이유희가 신효정을 데리고 아버지를 만나러 왔어. 셋이 화기애애하게 지내고 있어. 아버지는 그들의 관계를
“엄마가 사고난 후부터 지금까지 내가 도와주고 걱정해주고 챙겨주고 있잖아. 신효정은 매일 이유희와 같이 사는 것 외에 무엇을 한 적이 있어? 결혼하면 엄마를 잊는다더니, 신효정도 대단해. 이씨 가문에 시집도 가지 않았는데, 자신을 힘들게 키운 엄마를 잊었어!”진주는 벼락을 맞은 듯 멍해져 말을 하지 못했다. 효정이 유희에게 시집가면 자신에게 도움될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문밖도 못나가는데 효정의 결혼까지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자식이지만 몸 이외의 것이다. 자신이 강해지고 잘 살아가는 게 제일 중요한 것이다.“그래, 약속할게!”진주는 어두운 다크서클이 가득한 눈을 부릅뜬 채 이를 악물었다.“네가 왕준을 치워주면 이씨 가문에서 효정을 받아드리지 못하게 할게!”효린은 이 말을 듣자 흥분해졌다.‘이유희가 그 바보와 꼭 결혼한다고 해도 뭐 어때? 이씨 가문에 들어가지 못하면 평생 명분이 없어. 그럼 그저 밖에서 키우고 있는 정인일 뿐이야!’...서재의 분위기는 보기 드물게 따뜻하고 화목했다. 신광구와 유희는 인사를 주고받았고, 어른인 신광구는 유희에게 사업에 대해 물었다. 유희는 미리 준비를 하여 술술 대답을 했다. 어렸을 때부터 경주와 같이 있어 집보다 관해 정원에 더 자주 왔었다. 하지만 이젠 신분이 다르다. 미래 시아버지를 마주하자 너무 떨렸다.“이 도련님, 차 드세요. 아가씨, 이건 아가씨가 좋아하시는 쥬스예요.”주 비서가 쟁반을 들고 왔다.“고마워요, 아저씨.”효정은 유리컵을 들고 순진하게 웃었다. 햇쌀처럼 따뜻하게 웃는 모습은 어렸을 때와 같았다.‘다 같은 신 회장님의 딸인데, 셋째 아가씨와 넷째 아가씨의 성격은 하늘과 땅 차이이네.’솔직히 말하면 효린에게 귀족 아가씨의 분위기와 교양의 흔적을 전혀 찾아볼 수가 없다. 진주가 집에서 사모님 흉내를 내고 있지만, 효린은 시늉도 하지 않았다. 마치 어디선가 나타난 야생 소녀와 같았다.예전에 주 비서는 효정의 미래를 걱정했다. 자폐증 때문에 평생 혼자 외롭게 있고, 정상적인 여자 아이들
비록 효정은 어렸을 때부터 효린에게 바로라고 불렸지만, 정말 바보인 건 아니다. 동거라는 말을 듣자 어깨가 살짝 떨리며 점점 씁쓸해졌다. 유희는 효정의 차가운 손을 부드럽게 잡고 눈썹을 치켜세웠다.“아버님, 저 이유희가 예전에 놀기 좋아하는 걸 인정해요. 하지만 저한테 잘못을 뉘우치고 새로운 사람이 될 기회를 주지 않으실 거예요? 게다가 바람둥이었지만 나쁜 사람은 아니에요. 단 한 번도 여자를 집에 데려간 적이 없어요. 효정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에요.”“유희야, 내 말은.”“솔직히 말하면, 이제 효정을 떠나지 못하겠어요.”유희의 가슴에는 깊은 사람이 담겼다. 효정의 손등에 키스를 하며 눈에는 사랑으로 가득 찼다.“하루라도 보지 못하면 미칠 서 같아요.”유희의 다정한 목소리가 효정의 귀를 타고 흐르자 온몸이 찌릿찌릿했다. 효정도 마찬가지였다. 유희를 떠나기 싫었고, 만나지 못하면 밥도 넘어가지 않고, 안고 있지 않으면 잠도 오지 않았다.신광구의 얼굴이 뜨거워졌다. 그 어떤 사람도 만난 적이 있지만 이런 사람은 처음이었다. 어른 앞에서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는 것 같았다.“효정이가 관해 정원에 돌아오기를 원하지 않는 다른 이유도 있어요.”유희는 갑자기 진지해졌다. 신광구는 의아했다.“무슨 이유?”“효정이가 괴롭힘을 당할까 봐 걱정되요.”“그게 무슨 뜻이야?”신광구는 눈썹을 찌푸리며 더 의아했다.“효정은 내 귀한 딸이야. 관해 정원은 효정의 집이야. 집에서 누가 효정을 괴롭히겠어?”“아버님, 평소에 집에 자주 계시지 않으셔서 상황을 모르시는 것도 이해해요. 하지만 효정이 이 집에서 행복하다고 당연하게 생각하시면 안 돼요.”유희가 효린이 효정을 괴롭힌다고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았다. 결국 효린도 신광구의 딸이다. 아무런 생각없이 고자질을 하면 신광구의 체면을 봐주지 않는 것과 같다. 게다가 자신이 효정을 충분히 지킬 수 있다.신광구가 모든 것을 안다고 해서 소용이 없다. 진주도 제대로 간섭하지 못하는데 효린을 교육하지 못할 것이다. 옆에 있는
유희가 큰 손으로 효정의 가느다란 등을 쓰다듬는 순간, 땀 범벅이로 되었다는 것을 알았다. 유희는 눈을 부릅떴다. 가슴이 무너지는 것처럼 숨쉬기조차 힘들었다. 너무 세게 밀어붙인 것 같았다. 효정에게 고통스러운 과거를 떠올리게 하고 복수를 하는 방법을 생각하게해서는 안 되었다.“언, 언니가 널 괴롭혔어?”신광구가 갑자기 묻자 날카로운 화살이 효정을 떨리는 심장에 꽂인 것 같았다. 효정은 고개를 숙이고 두 손으로 치마를 만지며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맞아? 효린이가 널 괴롭히고 있었어? 아빠한테 얘기해. 아빠가 도와줄게.”“아버님, 효정의 상태를 아시잖아요. 셋째 아가씨보다 애교도 많고 예쁜 말을 해서 기분을 띄워주지는 못해요. 어떤 때에는 가족이라서, 너무 착해서 가족과 싸우려하지 않아요. 그래서 항상 조심스럽게 묵묵히 모든 굴욕을 감당하고 있어요.”유희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차갑게 말했다.“몇 년이 지났는데, 따질 필요도 없어요. 게다고 아버님에게는 모두 소중한 사람이잖아요.”비록 효린의 얘기를 꺼내지 않았지만 효린의 이름을 말한 것과 같았다. 신광구의 안색이 어두워지며 무릎 위에 있는 손을 움켜쥐었다. 유희는 천천히 효정을 부축했다. 튼튼한 팔이 자연스럽게 효정의 허리에 다여 품에 안았고, 카리스마 넘쳤다.“지나간 일은 아버님의 체면을 봐서라도 따지고 싶지 않아요. 하지만 앞으로는 아니에요. 효정과 만날 거니, 효정의 모든 것을 책임질 거예요. 또 효정을 건드리는 사람이 있다면, 아버지가 누구든 대가를 치르게 할 거예요.유희는 효정을 데리고 떠났다. 서재의 분위기는 너무 어두웠다. 신광구는 공기속에서 으쓱한 한기를 느껴 숨이 막혔다.“그래서, 이유희도 알고 있었어? 효린이 효정을 괴롭힌다는 거?”신광구는 멍하니 주 비서를 바라보며 진실을 받아드리지 못했다.“방금 우연히 가정부들이 이 얘기를 하는 걸 들었어. 가정부들도 아는 일들을 나만 몰랐어? 아버지인 내가 몰랐어?”주 비서는 한숨을 쉬었다.“회장님, 너무 자책하지 마세요. 그
이때, 노크 소리가 들려오며 효린의 애교부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아빠, 안에 계세요?”“들어와.”문이 열리자 효린은 쟁반을 들고 미소를 지으며 들어왔다.“아빠, 오늘은 제가 잘못했어요. 아빠를 너무 힘들게 했어요. 제가 아빠가 제일 좋아하시는 과일과 디저트를 가져왔어요. 화내지 마세요, 네?”효정은 과일을 테이블에 놓고 다가가서 예전처럼 신광구의 목에 매달려 애교를 부리고 싶었다. 예전에 이런 행동에 신광구는 화를 풀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에 신광구는 효린을 막았다.“신분에 맞지 않는 행동은 이번이 마지막이었으면 좋겠어. 넌 신씨 가문의 아가씨야. 돈이 많다고 사람을 부려먹고 사람 취급을 하지 않는 재벌이 아니야. 행동거지는 품위가 있어야해. 아니면 소리치는 아줌마와 뭐가 달라?”효린의 두 팔은 어색하게 허공에서 얼어붙으며 억지로 웃었다.“네, 아빠. 다시는 안 그럴게요.”신광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효린이 가져온 음식ㅇ르 먹지도 않았다.“아빠, 며칠 후 경마대회가 있잖아요. 저번에 제 승마복이 예쁘다고 했잖아요. 아빠 것도 제각했어요. 디자이너가 이미 가져와서 내려가서 입어보실래요?”효린은 신광구의 화가 풀리지 않자 아부를 떨었다.“효린아, 이번 경마대회에 참석하지 마.”신광구는 차갑게 말했다.“네?”효린은 벌떡 일어섰다.“절 데려가지 않을 거예요? 매년 저를 데리고 갔잖아요!”“올해는 예외야.”“왜요?”효린은 두 눈을 부릅뜨고 표정이 점점 이상해졌다.“그때 성주의 귀족 가문 아가씨들이 다 올 건데, 저를 데려가지 않으면 어떡해요!”“올해의 경마대회에 효정을 데리고 갈 거야.”신광구는 눈을 내리깔고 효린을 보지도 않았다.“어떻게 그럴 수 있어요?”효린의 머리가 윙윙거렸다.“왜, 효정도 내 딸이고 신씨 가문의 아가씨야.”신광구는 이때 효린을 쳐다보았다지만 눈빛은 엄청 차가웠다.“게다가 넌 몇 년 동안 참석했잖아. 피곤할 텐데. 마침 효정이가 참석한 적이 없어. 성주에서 효정을 아는 사람도 적어. 앞으로 얼
늦은 밤, 성주 동교 감옥.왕준이 아람과 경주를 만난 후 밤마다 잠을 이루지 못했다. 계속 아람의 말을 되뇌고 또 되뇌며 말을 곱씹었다. 아람의 조건이 너무 유혹적이었다. 가짜라고 해도 왕준은 흔들렸다. 하지만 아람과 경주가 너무 싫었다. 선남선녀이자 권력도 가졌다. 한 명은 성주의 비즈니스 거물이고, 한 명은 재능이 많은 귀족 아가씨이다.‘생각만해도 열받네! 게다가 오늘 내가 이렇게 된 건 모두 구아람과 신경주 때문이야!’결국 왕준은 화를 품고 진주가 밖에서 그들을 계속 괴롭힐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며칠 연속 왕준의 감옥 생활은 편안하지 않았지만 무사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이틀 동안 예민해서 그런지 음흉한 눈빛이 몰래 지켜보고 있는 것 같아 밥도 넘어가지 않았다.오늘 밤도 왕준은 더럽고 냄새나는 침대에 누워 온몸에 오한이 밀려오는 것을 느끼며 뒤척였다. 겨우 졸음이 밀려왔다. 잠이 들려고 할 때 갑자기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다가오고 있는 것 같았다. 소리가 너무 가벼워 수년간의 용병 경험이 없었다면 전혀 감지할 수 없었을 것이다. 왕준이 일어나려하는 순간 등에서 차가운 바람이 찔려오는 것 같았다. 엄청 빠르게 벌떡 일어났지만 여전히 한 발짝 늦었다.“음!”그러자 공포스럽고 고통스러운 느낌이 온몸에 퍼졌다. 어둠 속에서 왕준은 같은 감방에 있던 남자가 날카로운 칫솔 손잡이로 목을 찌르는 것을 보았다. 공포에 질려 눈을 부릅떴고, 심지어 목에서 피가 흐르는 소리까지 들리는 것 같았다.“죽어.”남자는 두 글자만 뱉으며 온힘을 다해 칫솔로 찔렀다. 왕준은 극도의 충격을 받고 양손으로 남자의 팔을 잡았다.“너, 너 누구야.”“너랑 원한이 없어. 난 그저 돈을 받고 일을 하는 거야.”‘돈을 받고, 일해?’왕준의 머리속에서 순간 진주의 이름이 스쳐지나갔다....T국에서 돌아온 후, 경주는 그룹에 복귀해 일상 업무를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아람의 말을 듣고 얌전히 집에서 회복했다. 아람이 잠에 빠질 사이에 경주는 몰래 서재에 가서 일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