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사고난 후부터 지금까지 내가 도와주고 걱정해주고 챙겨주고 있잖아. 신효정은 매일 이유희와 같이 사는 것 외에 무엇을 한 적이 있어? 결혼하면 엄마를 잊는다더니, 신효정도 대단해. 이씨 가문에 시집도 가지 않았는데, 자신을 힘들게 키운 엄마를 잊었어!”진주는 벼락을 맞은 듯 멍해져 말을 하지 못했다. 효정이 유희에게 시집가면 자신에게 도움될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문밖도 못나가는데 효정의 결혼까지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자식이지만 몸 이외의 것이다. 자신이 강해지고 잘 살아가는 게 제일 중요한 것이다.“그래, 약속할게!”진주는 어두운 다크서클이 가득한 눈을 부릅뜬 채 이를 악물었다.“네가 왕준을 치워주면 이씨 가문에서 효정을 받아드리지 못하게 할게!”효린은 이 말을 듣자 흥분해졌다.‘이유희가 그 바보와 꼭 결혼한다고 해도 뭐 어때? 이씨 가문에 들어가지 못하면 평생 명분이 없어. 그럼 그저 밖에서 키우고 있는 정인일 뿐이야!’...서재의 분위기는 보기 드물게 따뜻하고 화목했다. 신광구와 유희는 인사를 주고받았고, 어른인 신광구는 유희에게 사업에 대해 물었다. 유희는 미리 준비를 하여 술술 대답을 했다. 어렸을 때부터 경주와 같이 있어 집보다 관해 정원에 더 자주 왔었다. 하지만 이젠 신분이 다르다. 미래 시아버지를 마주하자 너무 떨렸다.“이 도련님, 차 드세요. 아가씨, 이건 아가씨가 좋아하시는 쥬스예요.”주 비서가 쟁반을 들고 왔다.“고마워요, 아저씨.”효정은 유리컵을 들고 순진하게 웃었다. 햇쌀처럼 따뜻하게 웃는 모습은 어렸을 때와 같았다.‘다 같은 신 회장님의 딸인데, 셋째 아가씨와 넷째 아가씨의 성격은 하늘과 땅 차이이네.’솔직히 말하면 효린에게 귀족 아가씨의 분위기와 교양의 흔적을 전혀 찾아볼 수가 없다. 진주가 집에서 사모님 흉내를 내고 있지만, 효린은 시늉도 하지 않았다. 마치 어디선가 나타난 야생 소녀와 같았다.예전에 주 비서는 효정의 미래를 걱정했다. 자폐증 때문에 평생 혼자 외롭게 있고, 정상적인 여자 아이들
비록 효정은 어렸을 때부터 효린에게 바로라고 불렸지만, 정말 바보인 건 아니다. 동거라는 말을 듣자 어깨가 살짝 떨리며 점점 씁쓸해졌다. 유희는 효정의 차가운 손을 부드럽게 잡고 눈썹을 치켜세웠다.“아버님, 저 이유희가 예전에 놀기 좋아하는 걸 인정해요. 하지만 저한테 잘못을 뉘우치고 새로운 사람이 될 기회를 주지 않으실 거예요? 게다가 바람둥이었지만 나쁜 사람은 아니에요. 단 한 번도 여자를 집에 데려간 적이 없어요. 효정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에요.”“유희야, 내 말은.”“솔직히 말하면, 이제 효정을 떠나지 못하겠어요.”유희의 가슴에는 깊은 사람이 담겼다. 효정의 손등에 키스를 하며 눈에는 사랑으로 가득 찼다.“하루라도 보지 못하면 미칠 서 같아요.”유희의 다정한 목소리가 효정의 귀를 타고 흐르자 온몸이 찌릿찌릿했다. 효정도 마찬가지였다. 유희를 떠나기 싫었고, 만나지 못하면 밥도 넘어가지 않고, 안고 있지 않으면 잠도 오지 않았다.신광구의 얼굴이 뜨거워졌다. 그 어떤 사람도 만난 적이 있지만 이런 사람은 처음이었다. 어른 앞에서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는 것 같았다.“효정이가 관해 정원에 돌아오기를 원하지 않는 다른 이유도 있어요.”유희는 갑자기 진지해졌다. 신광구는 의아했다.“무슨 이유?”“효정이가 괴롭힘을 당할까 봐 걱정되요.”“그게 무슨 뜻이야?”신광구는 눈썹을 찌푸리며 더 의아했다.“효정은 내 귀한 딸이야. 관해 정원은 효정의 집이야. 집에서 누가 효정을 괴롭히겠어?”“아버님, 평소에 집에 자주 계시지 않으셔서 상황을 모르시는 것도 이해해요. 하지만 효정이 이 집에서 행복하다고 당연하게 생각하시면 안 돼요.”유희가 효린이 효정을 괴롭힌다고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았다. 결국 효린도 신광구의 딸이다. 아무런 생각없이 고자질을 하면 신광구의 체면을 봐주지 않는 것과 같다. 게다가 자신이 효정을 충분히 지킬 수 있다.신광구가 모든 것을 안다고 해서 소용이 없다. 진주도 제대로 간섭하지 못하는데 효린을 교육하지 못할 것이다. 옆에 있는
유희가 큰 손으로 효정의 가느다란 등을 쓰다듬는 순간, 땀 범벅이로 되었다는 것을 알았다. 유희는 눈을 부릅떴다. 가슴이 무너지는 것처럼 숨쉬기조차 힘들었다. 너무 세게 밀어붙인 것 같았다. 효정에게 고통스러운 과거를 떠올리게 하고 복수를 하는 방법을 생각하게해서는 안 되었다.“언, 언니가 널 괴롭혔어?”신광구가 갑자기 묻자 날카로운 화살이 효정을 떨리는 심장에 꽂인 것 같았다. 효정은 고개를 숙이고 두 손으로 치마를 만지며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맞아? 효린이가 널 괴롭히고 있었어? 아빠한테 얘기해. 아빠가 도와줄게.”“아버님, 효정의 상태를 아시잖아요. 셋째 아가씨보다 애교도 많고 예쁜 말을 해서 기분을 띄워주지는 못해요. 어떤 때에는 가족이라서, 너무 착해서 가족과 싸우려하지 않아요. 그래서 항상 조심스럽게 묵묵히 모든 굴욕을 감당하고 있어요.”유희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차갑게 말했다.“몇 년이 지났는데, 따질 필요도 없어요. 게다고 아버님에게는 모두 소중한 사람이잖아요.”비록 효린의 얘기를 꺼내지 않았지만 효린의 이름을 말한 것과 같았다. 신광구의 안색이 어두워지며 무릎 위에 있는 손을 움켜쥐었다. 유희는 천천히 효정을 부축했다. 튼튼한 팔이 자연스럽게 효정의 허리에 다여 품에 안았고, 카리스마 넘쳤다.“지나간 일은 아버님의 체면을 봐서라도 따지고 싶지 않아요. 하지만 앞으로는 아니에요. 효정과 만날 거니, 효정의 모든 것을 책임질 거예요. 또 효정을 건드리는 사람이 있다면, 아버지가 누구든 대가를 치르게 할 거예요.유희는 효정을 데리고 떠났다. 서재의 분위기는 너무 어두웠다. 신광구는 공기속에서 으쓱한 한기를 느껴 숨이 막혔다.“그래서, 이유희도 알고 있었어? 효린이 효정을 괴롭힌다는 거?”신광구는 멍하니 주 비서를 바라보며 진실을 받아드리지 못했다.“방금 우연히 가정부들이 이 얘기를 하는 걸 들었어. 가정부들도 아는 일들을 나만 몰랐어? 아버지인 내가 몰랐어?”주 비서는 한숨을 쉬었다.“회장님, 너무 자책하지 마세요. 그
이때, 노크 소리가 들려오며 효린의 애교부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아빠, 안에 계세요?”“들어와.”문이 열리자 효린은 쟁반을 들고 미소를 지으며 들어왔다.“아빠, 오늘은 제가 잘못했어요. 아빠를 너무 힘들게 했어요. 제가 아빠가 제일 좋아하시는 과일과 디저트를 가져왔어요. 화내지 마세요, 네?”효정은 과일을 테이블에 놓고 다가가서 예전처럼 신광구의 목에 매달려 애교를 부리고 싶었다. 예전에 이런 행동에 신광구는 화를 풀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에 신광구는 효린을 막았다.“신분에 맞지 않는 행동은 이번이 마지막이었으면 좋겠어. 넌 신씨 가문의 아가씨야. 돈이 많다고 사람을 부려먹고 사람 취급을 하지 않는 재벌이 아니야. 행동거지는 품위가 있어야해. 아니면 소리치는 아줌마와 뭐가 달라?”효린의 두 팔은 어색하게 허공에서 얼어붙으며 억지로 웃었다.“네, 아빠. 다시는 안 그럴게요.”신광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효린이 가져온 음식ㅇ르 먹지도 않았다.“아빠, 며칠 후 경마대회가 있잖아요. 저번에 제 승마복이 예쁘다고 했잖아요. 아빠 것도 제각했어요. 디자이너가 이미 가져와서 내려가서 입어보실래요?”효린은 신광구의 화가 풀리지 않자 아부를 떨었다.“효린아, 이번 경마대회에 참석하지 마.”신광구는 차갑게 말했다.“네?”효린은 벌떡 일어섰다.“절 데려가지 않을 거예요? 매년 저를 데리고 갔잖아요!”“올해는 예외야.”“왜요?”효린은 두 눈을 부릅뜨고 표정이 점점 이상해졌다.“그때 성주의 귀족 가문 아가씨들이 다 올 건데, 저를 데려가지 않으면 어떡해요!”“올해의 경마대회에 효정을 데리고 갈 거야.”신광구는 눈을 내리깔고 효린을 보지도 않았다.“어떻게 그럴 수 있어요?”효린의 머리가 윙윙거렸다.“왜, 효정도 내 딸이고 신씨 가문의 아가씨야.”신광구는 이때 효린을 쳐다보았다지만 눈빛은 엄청 차가웠다.“게다가 넌 몇 년 동안 참석했잖아. 피곤할 텐데. 마침 효정이가 참석한 적이 없어. 성주에서 효정을 아는 사람도 적어. 앞으로 얼
늦은 밤, 성주 동교 감옥.왕준이 아람과 경주를 만난 후 밤마다 잠을 이루지 못했다. 계속 아람의 말을 되뇌고 또 되뇌며 말을 곱씹었다. 아람의 조건이 너무 유혹적이었다. 가짜라고 해도 왕준은 흔들렸다. 하지만 아람과 경주가 너무 싫었다. 선남선녀이자 권력도 가졌다. 한 명은 성주의 비즈니스 거물이고, 한 명은 재능이 많은 귀족 아가씨이다.‘생각만해도 열받네! 게다가 오늘 내가 이렇게 된 건 모두 구아람과 신경주 때문이야!’결국 왕준은 화를 품고 진주가 밖에서 그들을 계속 괴롭힐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며칠 연속 왕준의 감옥 생활은 편안하지 않았지만 무사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이틀 동안 예민해서 그런지 음흉한 눈빛이 몰래 지켜보고 있는 것 같아 밥도 넘어가지 않았다.오늘 밤도 왕준은 더럽고 냄새나는 침대에 누워 온몸에 오한이 밀려오는 것을 느끼며 뒤척였다. 겨우 졸음이 밀려왔다. 잠이 들려고 할 때 갑자기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다가오고 있는 것 같았다. 소리가 너무 가벼워 수년간의 용병 경험이 없었다면 전혀 감지할 수 없었을 것이다. 왕준이 일어나려하는 순간 등에서 차가운 바람이 찔려오는 것 같았다. 엄청 빠르게 벌떡 일어났지만 여전히 한 발짝 늦었다.“음!”그러자 공포스럽고 고통스러운 느낌이 온몸에 퍼졌다. 어둠 속에서 왕준은 같은 감방에 있던 남자가 날카로운 칫솔 손잡이로 목을 찌르는 것을 보았다. 공포에 질려 눈을 부릅떴고, 심지어 목에서 피가 흐르는 소리까지 들리는 것 같았다.“죽어.”남자는 두 글자만 뱉으며 온힘을 다해 칫솔로 찔렀다. 왕준은 극도의 충격을 받고 양손으로 남자의 팔을 잡았다.“너, 너 누구야.”“너랑 원한이 없어. 난 그저 돈을 받고 일을 하는 거야.”‘돈을 받고, 일해?’왕준의 머리속에서 순간 진주의 이름이 스쳐지나갔다....T국에서 돌아온 후, 경주는 그룹에 복귀해 일상 업무를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아람의 말을 듣고 얌전히 집에서 회복했다. 아람이 잠에 빠질 사이에 경주는 몰래 서재에 가서 일을
“너...”애매모호한 유혹의 말을 깨달자 아람은 가슴이 설레어 얼굴이 붉어졌다.“켁켁, 그 신 사장님의 회복을 축하해요. 제가 일이 있어서, 쉬시라고 사무실을 비워둘게요. 마음껏 쉬시고 저는 이만 갈게요!”자식이 셋이나 있는 진 원장은 젊은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했다. 지금 도망가지 않으면 너무 무례인 것 같았다.“아니요! 진 원장님. 저, 아직 여쭤볼 일이 있어요. 원장님과 같이요!”아람은 얼굴을 붉히며 경주의 몸에서 내려왔다. 품에서 빠져나오려 하자 경주의 큰 손은 아람의 허리를 잡아 빠져나가지 못했다.“에이, 구아람 씨가 백신이신데, 제가 더 배워야죠. 절 곤란하게 하지 마세요!”진 원장은 말을 하며 나가서 문을 닫기 직전이었다.“서로 배워요. 서로 배우면 되죠. 절 기다려요!”아람은 경주의 가슴을 밀며 위험에 빠져나온 토끼처럼 빠져나와 눈 깜짝할 사이에 진 원장과 사무실을 떠났다. 경주는 닫힌 문을 바라보며 감정을 억제하며 씁쓸하게 웃었다....바쁜 하루를 보낸 후 별장으로 돌아오자 밤이 되었다. 경주와 아람이 방금 집에 들어갔다. 아람은 신방도 바꾸지 않았지만 경주에게 안겨 윗층으로 올라갔다.“야! 날 내려놔!”아람은 당황하여 눈을 부릅뜨고 경주의 목을 잡았다. 예쁜 두 다리는 흔들며 빨간 힐이 떨어지며 계단에서 굴러 내려갔다.“싫어.”경주는 고개를 숙여 아람의 코끝에 키스를 했다. 아람은 경주가 참아서 호흡까지 떨리는 걸 느꼈다. 허스키한 목소리는 아람을 설레게 했다.“아람아, 이번에 또 무슨 핑계를 쓸 거야?”“핑계, 무슨 핑계?”아람은 눈을 깜빡이며 얼굴이 뜨거워났다.“내 몸도 회복되었어. 내가 계산해 봤는데, 생리기간도 아니야.”경주는 마른침을 삼키며 눈시울을 붉혔다.“어떻게 날 거절해?”아람은 그동안 룸메이트처럼 평범하게 지낸 것이 떠올랐다. 경주가 몇 번 암시한 적이 있지만 몸이 회복되지 않았다는 핑계로 아람은 계속 거절했다. 비행기에서 손으로 만족해 주었지만 경주는 불쌍하게 참고 있었다.곧 아람은 경
백소아는 테이블 위에 놓인 합의이혼서를 바라보았다. 서류엔 이미 남자의 이름이 사인되어 있었다. 그녀는 다시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젖은 눈동자 속에 비친, 신경주는 자신에게서 시선을 거두곤 우두커니 서 있었다. 그는, 차갑고 아무런 감정도 느낄 수 없는 사람처럼 보였다. 그 뒷모습은 마치 어서 빨리 합의서에 사인하라고 재촉하고 압박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제가 사인을 끝냈으니 당신도 어서 하세요. 은주가 돌아오기 전에, 저는 당신과의 모든 법적 절차를 끝내고 싶어요.”신경주는 양손을 등 뒤에 짊어진 후, 고개도 돌리지 않고 말했다.“결혼 전에 이미 재산 공증을 했기 때문에 재산 분할을 할 필요는 없지만, 소아 씨 당신한테는 그간 정이 있으니 40억 상당의 서부의 별장 한 채를 더 넘겨줄게요. 어쨌든 당신이, 이 집을 나가야 하니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전 할아버지를 뵐 면목이 없을 것 같아서요.”그의 말에 백소아는 벼락이라도 맞은 듯이 눈앞이 번쩍였다. “할아버지께서는 당신이 저랑 이혼하려는 건 아세요?”“모르면 뭐 어때요. 그게 제 결정에 영향을 미칠 꺼라 생각해요?”그녀는 여윈 몸으로 서 있지도 못하고 책상에 겨우 몸을 지탱한 채 눈물을 글썽이며 말했다.“경주 씨……, 우리 꼭 이렇게까지 이혼을 해야 해요?”그 말에 마침내 신경주는 돌아서서 짜증 섞인 시선으로 그녀를 보았다.그녀를 쳐다보는 남자의 뚜렷한 이목구비는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그녀의 가슴 떨리게 했다.“왜요? 이 결혼이 행복하다고 생각해요??”“왜냐하면……, 전 여전히 경주 씨 당신을 사랑하고 있어요.”백소아의 눈시울이 붉어지고, 어느새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사랑한다구요, 경주 씨. 전 경주 씨의 아내로 그냥 있고 싶어요. 당신이 저한테 아무런 감정이 없더라도 그냥 옆에만 있게 해주세요…….”“전 이제 지긋지긋해요. 사랑도 없는 이 결혼생활 저에게 일분일초가 지옥 같아요.”신경주는 손사래를 쳤다. 그는 그녀의 말을 계속 들어줄 인내심조차 없었다.
저녁 식사 시간, 김은주는 신씨 가문의 사람들과 화기애애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화목한 분위기 속, 신경주 한 사람만은 굳은 표정으로 음식을 입에도 대지 않았다.백소아는 구윤의 차를 타고 그 사람과 함께 떠났다. 모든 것을 깨끗이 정리하고 말이다. 40억 원에 달하는 별장을 포함한 어떤 것도 가져가지 않았다.“소아는? 왜 아직도 밥 먹으러 안 오는 거니?”신 회장이 의아한 듯 물었다.“저희는 이미 이혼하기로 결정했고, 합의서에 이미 사인했습니다.”신경주가 담담하게 말했다.“곧 법원에 서류를 제출할 예정입니다.”“뭐? 이혼? 왜?”신 회장이 말했다.“아이고, 여보. 제가 진작에 말했잖아요. 우리 경주랑 소아는 전혀 어울리지 않아요. 두 사람은 어르신께서 억지로 결혼시키신 거잖아요.”진주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그 아이는 3년이나 힘들게 참으면서 지냈어요. 이제야 소아가 경주와 이별을 하게 되었는데…… 사실 어찌 보면, 두 사람 모두에게 좋을 수도 있어요. 당신도 알다시피, 경주가 사랑하는 사람은 은주잖아요.”“경주야, 결혼은 장난이 아니야. 하물며 그 아이는 말이야…….”“아버지, 이미 이혼 합의서도 다 썼고, 그 사람도 이곳을 떠났어요. 아무것도 가져가지 않고 맨몸으로 집을 나갔어요.”신경주는 답답한 듯 얼굴을 찡그렸다.“허, 그렇게 안 봤는데 꽤 고집 있네?”신효린이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일부러 그러는 거 아니야? 바깥에 가서 우리 신씨 가문이 자신을 푸대접했다고 함부로 말하면 어떡해요?”신경주는 이 말을 듣고 미간을 찌푸렸다. 그의 얼굴에는 짜증난 기색이 역력했다.“경주야, 이번에는 네가 경솔하게 행동한 듯하구나. 할아버지는 아직 입원 중이셔. 이 일을 할아버지께 어떻게 설명할 거야?”신회장은 이 일로 어르신의 노여움을 살까 봐 초조함을 드러내지 않을 수 없었다.“다음 달에 결혼 소식을 알리고, 은주를 정식으로 제 아내로 맞이할 거예요.”김은주는 잘생긴 그의 옆모습을 바라보며 감동 어린 눈빛을 하고 있었다.“헛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