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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1화

작가: 류한나
“무슨 속셈으로 신무열에게 접근한 거지?”

법로가 무겁게 깐 목소리로 물었다.

그의 말에는 분노가 가득 담겨있었다.

법로의 얼굴은 가면 속에 가려져 있어 온지유에게는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 신비로움이 온지유를 더욱 불안하게 만들었다.

온지유는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그저 우연히 만난 것뿐입니다. 아무런 의도도 없었습니다.”

온지유가 사람을 찾으러 왔다는 사실은 신무열만 알고 있었다.

신무열이 이 사실을 법로에게 전달 했을지는 모르지만 지금은 아이들에게 글을 가르치고 마을주민들에게 약을 나눠주던 신무열의 마음씨를 믿을 수밖에 없었다.

온지유의 믿음은 옳았다.

법로는 웃으며 말했다.

“화국인이 여기에는 어쩐 일로 왔지?”

말을 마친 법로는 바로 허리춤에서 총을 꺼내 겨눴다.

검은 총구가 온지유의 이마에 닿았다. 전쟁과 죽음을 목격해 온 온지유였지만 이 순간 만큼은...

온지유는 알고 있었다. 한마디라도 잘못 하면 법로의 총알이 바로 자신의 이마를 관통할 것이라고.

“사람을 찾으러 왔습니다. 저는 kA48이라는 독에 걸렸고, 이 독은 Y국인이 개발한 거로 알고 있습니다. 제 친구가 저를 구하려고 이곳까지 오게 되었어요.”

“전쟁에 휘말리고 누군가의 적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전 그저 살고 싶었을 뿐이에요.”

온지유의 심장은 목구멍까지 올라왔다.

말하는 목소리가 떨려왔다.

밖에 서 있는 여이현은 안절부절못했다.

지금 바로 문을 박차고 들어가고 싶었지만 신무열이 한발 빨랐다.

그와 동시에 요한이 여이현을 막아섰다.

“두 분 다 법로한테 죽고 싶지 않다면 가만히 있는 게 좋을 겁니다.”

요한의 말이 귓가에 을렸다.

여이현의 얼굴에 음산한 기운이 스쳤다.

요한의 말대로라면 모든 것은 온지유의 예측대로였다. 그는 이미 발각되었고 감시당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지금 이 상황을 그냥 두고 봐야 한다?

여이현은 그럴 수 없었다.

여이현은 달리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모든 수단을 동원해 법로를 잡고 온지유를 데리고 이곳을 떠나야 한다.

요한은 그의 생각을 읽은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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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시에 여이현은 요한의 손목을 낚아채며 격렬한 싸움을 시작했다. 주먹과 발길질이 오가며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대문 입구는 삼엄하게 지켜지고 있는 법로 저택이었지만 내부는 경계하는 사람이 얼마 없었다.우선 법로의 허락 없이 이곳에 들어올 사람은 없었기 때문이다. 요한과 여이현이 요란하게 싸우고 있었지만 공간이 넓은 것도 더해 외부 사람들에게 들키지 않았다.순간 여이현은 요한을 떨쳐내고 안으로 들어가려 했지만 바로 요한이 뒤쫓아와 두 사람은 쉽게 승부를 가리지 못하고 있었다....방 안.법로는 여전히 총을 들고 있었다.온지유는 멍해져 있었다,그녀는 연합군의 방화와 약탈을 본 적도, 유젠이 소녀들을 학대하는 모습을 본 적도, 수많은 부상자를 목격한 적도 있었다.하지만 이렇게 가까운 거리에서...그러나 다음 순간 온지유는 어깨가 무거워지는것을 느꼈다.그녀는 신무열의 품에 강하게 감싸안겨 있었다.“제 사람을 함부로 대하지 마세요. 지유 씨가 죽으면 아버지는 아들을 하나 잃게 되는 거라 생각하세요.”신무열의 한마디 한마디는 무겁고 단호했다.온지유는 혼란스러웠다.신무열은 법로의 아들이다. 이곳에서는 강한 권력을 갖고 있었고 법로가 물러나면 신무열이 바로 다음 ‘법로’가 될 터였다.하지만 신무열은 온지유를 위해 친아버지와 맞서 싸우고 있었다.온지유는 자신이 그토록 매력적인 인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신무열이 그녀에게 잘해주기 시작한 건 언제부터였을까?“작정하고 끝까지 이 여자를 지키겠다는 거냐?”법로가 차갑게 물었다.신무열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예. 그리고 저는 한번 뱉은 말은 꼭 지키죠.”이 말을 던지고 신무열은 온지유를 감싸안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자리를 떴다.떠나는 그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법로의 눈빛은 더욱 어두워졌다.온지유라는 이 여자는 율이를 괴롭혔을 뿐만 아니라 그의 아들까지 앗아가려고 하고 있다. 가볍게 시험했을 뿐인데도 신무열이 온지유에게 품을 감정을 알 수 있었다.미인은 화를 부른다 라는 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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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 단계로 봉합을 마쳤다.신무열의 상처를 처리한 후 요한은 신무열에게 몇 알의 약을 먹였다.“도련님이 이렇게까지 하시는 걸 저는 이해할 수 없네요. 그 사람은 온지유 씨와 아는 사이였습니다. 총소리를 들었을 때 바로 온지유 씨를 구하려고 했어요.”요한은 입술을 꾹 다물더니 다시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이 상황에서 법로는 이미 도련님과 지유 씨를 지켜보고 있을 겁니다.”요한의 뜻은 신무열도 이미 알고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까지 왔는데 온지유를 구하지 않고 눈앞에서 총에 맞아 죽는 걸 지켜봐야 한다는 것인가?신무열은 차갑게 말했다.“요한, 내 곁에 있은 지 오랜 너라면 알고 있을 텐데. 내가 하는 일엔 나름의 원칙과 이유가 있어. 지금 네가 할 일은 명령을 따르고 지시를 듣는 거야.”물을 필요가 없는 건 묻지 말고, 물어봤자 답은 없었다.말은 하지 않았지만 요한도 잘 알고 있었다.“지유 씨와 여이현에게 방범용 무기를 좀 보내줘.”신무열이 낮고 거친 목소리로 말했다.여이현, 노아.역시 그는 잠입한 사람이었다. 직감은 한 치도 틀리지 않았다.요한은 고개를 끄덕였다.“바로 가겠습니다.”...온지유 측.온지유와 여이현은 이미 별도의 작은 방으로 돌아왔다. 여이현은 그녀의 양 어깨를 잡고 좌우로 살펴보며 다치지 않은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긴 숨을 내쉬었다.“나는 이미 이것저것 신경 쓸 겨를이 없어.”여이현은 냉랭하게 말했다. 그는 군인이었기에 자신의 나라를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했지만 그 다음은 바로 자신의 가족이 가장 중요했다.지금 그의 가족이 눈앞에 있는데 그것조차도 지킬 수 없다면...“이현 씨, 조급하게 움직이지 마요. 법로는 이미 내가 신무열의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들킬 수 있는 일은 벌이지 마세요.”온지유는 낮은 목소리로 여이현의 생각을 끊었다.법로가 어떻게 생각하든 신무열이 법로에게 분명하게 태도를 밝힌 마당에 이 부자가 무슨 연극을 벌이든 상관없었다.지금은 우선 홍혜주와 나민우를 찾아야 한다.신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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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한은 이 말을 남기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났다. 그러나 돌아가는 도중 갑작스러운 불편함을 느끼며 격렬하게 기침을 했고 순간 목구멍에서 비릿한 피 맛이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요한의 눈빛이 변했다. 그는 예상하지 못했다. 여이현이 그에게 내부 손상을 입혔을 줄이야. 도련님과 함께 훈련장에서 나와 수년간 곁에 있었던 그는 거의 모든 사람들에게 상대가 되지 않았다. 방금 여이현과 대결했을 때 만약 신무열과 온지유가 1, 2분만 늦게 도착했더라면 그는 이미 여이현에게 패했을 것이다!여이현은 매우 강했다.만약 그가 화국 출신이 아니었더라면 그의 실력과 야망으로는 반드시 이곳에서 주도권을 잡았을 것이다. 또한 다행히 여이현의 목표는 온지유 하나라는 점이다.요한이 떠난 후, 여이현과 온지유는 방에 홀로 남겨졌다.여이현은 살짝 턱을 들어 온지유에게 신호를 보냈다.“내가 가르쳐줄게.”온지유는 신무열을 찾아가고 싶었지만 요한이 데려가지 않으면 특권을 가지고 있어도 근처를 빙빙 돌 수만 있을 뿐 멀리까지는 갈 수 없었다. 게다가 신무열이 어디에 사는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그녀가 움직이지 않자, 여이현이 다가왔다.“됐어.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마. 불이 오면 물로 막고, 물이 오면 흙으로 막으면 돼. 내가 있는 한 절대 누구도 너에게 해를 입히지 못할 거야.”여이현의 눈빛에는 확신이 담겨 있었다. 그는 진심이었다. 죽더라도 온지유를 지키겠다는 결심이 느껴졌다.“그럴게요.” 온지유는 생각을 멈추고 낮게 대답했다. 여아현은 그녀의 손을 잡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이렇게, 살짝 걸쳐 잡는 거야. 힘을 주지 말고. 하지만 나쁜 사람을 만나면 바로 힘을 줘. 알겠어?”“알겠어요.”온지유는 고개를 끄덕였다.둘은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방 안에서 조용히 머물렀다. 말은 없었지만 눈빛만으로 서로를 의지했다.다음 날 오후.요한이 그들을 데리러 왔다. 요한의 상태는 어제보다 더 안 좋아 보였다. 그의 얼굴은 창백했고 다소 허약해 보였다.“오늘 하루만 시간이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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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지유는 입술을 꾹 깨물더니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유젠 씨, 수고스럽지만 부상자 쪽으로 저를 데려가 주세요.”“당신!”유젠은 한껏 화가 났지만 별 수가 있을까?그녀는 온지유의 뜻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부상자 수용소 입구에 도착하자 피비린내가 온 사방을 뒤덮고 코를 찌르는 악취가 나고 있었다. 온지유는 참지 못하고 한참 동안 헛구역질을 했다. 유젠이 경멸할 새도 없이 온지유는 마음을 가다듬고 이를 악물며 걸음을 옮겼다.여기는 노예 수용소보다 더 끔찍했다. 잘린 손발, 잘린 귀, 도려낸 눈...인간이 저지를 수 있는 가장 잔인한 장면이었다.많은 사람의 얼굴은 피투성이로 흐릿하게 일그러져 있었고 안으로 더 들어가 보니 몇몇은 구석에 처박혀 있거나 철창에 갇혀 있었다.지네와 독사가 돌아다니고 있는 모습에 온지유는 머리카락이 쭈뼛해졌다.“홍혜주 씨?”온지유는 시험 삼아 불러봤지만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한 명씩 살펴보아도 홍혜주는 보이지 않았다.순간 온지유는 절망했다. 홍혜주는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법로의 부하들에게 붙잡혀 갔는데, 이곳에 버려지지 않았다면 이미 죽었다는 것일까?온지유는 갑작스럽게 숨이 가빠졌고 순간 호흡이 막히며 균형을 잃었다.옆으로 쓰러질 뻔 한 그때, 누군가가 그녀를 잡아 주었다.“조심해요.”낮고 쉰 듯한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온지유는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려 보았다.바로 홍혜주였다!하지만 홍혜주의 눈에는 온지유에 대한 낯섦이 묻어 있었다. 홍혜주는 그녀를 알아보지 못했다. 온지유는 즉시 홍혜주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이 분을 데려갈 게요.”여기까지 사람을 찾으러 온 것이 허락된 상태였으니 사람을 데리고 가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유젠은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빨리 데려가.”데려가 버리면 더는 귀찮게 할 일이 없으니까.온지유가 막 사람을 데리고 나가자 율의 호위 김명무가 도착했다.김명무는 부상자 수용소를 둘러보다 홍혜주가 없는 것을 확인하고 유젠에게 소리쳤다.“내가 던져 넣은 그 노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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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한의 실력은 신무열이 가장 잘 알고 있었다. 이곳에서는 거의 아무도 그를 상대할 수 없었지만 결국 여이현이 요한을 쓰러뜨린것이다.“여 대장, 지금 누구의 땅 위에 서 있는지 잊지 마시길. 제가 지유 씨를 해치고 싶었다면 진작 행동에 나섰을 것입니다.”신무열의 눈에는 차가운 빛이 스쳤다. 그는 온지유 앞에 서 있었으며 이 말은 여이현에게 위협이자 경고였다.그는 언제든 온지유에게 손을 댈 수 있었다.온지유는 감춰 쥔 총을 더 꽉 쥐었다.필요하다면 그녀도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신무열은 이어서 말했다.“그저 지유 씨와 몇 마디 하고 싶을 뿐입니다. 문 앞에서 기다리세요. 잊지 마시죠. 내가 아니었으면 당신들은 두 사람을 찾을 기회조차 없었을 거라는걸.”여이현은 대답하지 않고 온지유와 눈을 마주쳤다.온지유의 시선 아래 그는 결국 문 앞으로 걸어갔다. 그러나 문 앞에 도달해서도 여이현은 경계를 늦추지 않고 사나운 눈빛으로 신무열을 주시하고 있었다. 신무열이 온지유에게 무슨 짓을 하기라도 한다면 그는 망설임 없이 신무열의 목숨을 빼앗을 준비가 되어 있었다. 설령 온지유와 함께 이곳에서 죽는 한이 있더라도.신무열은 여이현을 무시하고 말했다.“지유 씨는 아마 제가 왜 이렇게 잘해주는지 궁금할 거예요.”“맞아요.”온지유는 신무열을 응시했다. 그녀는 그 답을 알고 싶었지만 동시에 알고 싶지 않았다. 사람의 마음이란 참으로 모순적이다.온지유는 목구멍에 무언가 걸린 듯 불편했고 뱃속이 뒤틀리는 것 같았다.그녀는 재빨리 신무열에게서 시선을 돌리고 더 이상 그를 바라보지 못했다.신무열은 그녀의 뒤에 서서 말했다.“처음 지유 씨를 봤을 때 딱히 흥미는 없었어요. 다만 궁금했을 뿐이에요. 왜 거기에 혼자 있었는지. 그러다 지유 씨 손목에 있는 그 녹색 구슬을 봤죠. 그것은 내 여동생 율이의 것이에요.”온지유는 자신의 생각이 틀리지 않았음을 깨달았다. 모든 건 그녀의 손목에 있는 푸른 구슬 때문이었다. 그렇지 않으면 그녀에게 이유 없이 잘해줄 리 없었다.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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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드문 해외 교류 기회를 얻는 것은 그녀의 전문 능력을 크게 인정받은 것이며 또한 시야를 넓히고 자신을 성장시킬 절호의 기회였다.하지만 그 인턴은 이 소식을 듣고 다른 속셈을 품게 되었다.그녀는 은서우를 찾아가 몰래 약봉지를 건네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은 선생님, 이번에 원장님과 함께 가시죠? 기회를 봐서 이 약을 물에 타세요. 일이 끝나면 2천만 원 드릴게요.”은서우는 눈을 크게 뜨고 놀란 채로 연신 고개를 저었다.“안 돼요. 이건 불법이에요. 절대 할 수 없어요.”인턴 민지아는 어두워진 얼굴로 싸늘하게 협박했다.“전에 제 돈을 받고 제 부탁 들어주신 거 잊지 마세요. 안 하면 당신이 돈을 받고 원장님의 사진을 몰래 찍은 사실을 폭로해 버릴 거예요. 그러면 당신은 완전히 끝장나는 거죠. 그리고 소씨 가문 사람들이 가만있을 것 같아요? 이렇게 좋은 기회를 망쳐버리면 더 난리 칠걸요?”은서우의 얼굴은 핏기 하나 없는 흰 종이처럼 순식간에 창백해졌다.그녀는 자신이 이 자리까지 오기 얼마나 힘들었는지를 떠올렸다.‘이 선택 때문에 모든 것이 물거품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하지만 민지아의 요구대로 하면 내 양심은 어떡하지? 원장님의 신뢰는 어떻게 보답하지?’민지아는 그녀가 망설이는 것을 보고 다시 유혹하듯 말했다.“그냥 약을 타기만 하면 돼요. 원장님은 전혀 눈치채지 못할 거예요. 잠들면 사진 몇 장만 찍으세요. 어렵지 않잖아요? 이것만 끝내면 우리 둘은 완전히 정리되는 거예요.”은서우는 피가 배어 나올 정도로 입술을 꽉 깨물었다.고뇌 속에서 결국 그녀는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민지아는 목적을 달성하자 만족스러운 냉소를 지으며 장난치지 말라는 경고를 남긴 뒤 급히 자리를 떠났다.은서우는 손에 약봉지를 꽉 쥔 채 혼자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출발일이 다가왔다.은서우는 무거운 짐을 끌고 인명진과 함께 공항으로 향했다.가는 길 내내 인명진은 그녀의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 이번 교류와 관련된 의학적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726화

    은서우는 인명진의 카카오톡을 추가한 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하지만 동시에 긴장감이 엄습해 왔다.이제 남은 과제는 사진을 찍어 전달하는 것이었다.어느 날 병원 휴게실에서 그녀는 인명진이 혼자 앉아 자료를 보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주변에는 사람도 많지 않았다.은서우는 심호흡하며 용기를 내어 조용히 다가가 그의 맞은편 자리에 앉았다.그녀는 평소와 다름없이 핸드폰을 만지는 척했다.실제로는 몰래카메라를 켜 자연스럽게 각도를 조정한 뒤 빠르게 셔터를 누르고 있었다.다행히도 인명진은 자료에 집중하고 있어 그녀의 행동을 눈치채지 못했다.은서우는 재빨리 사진을 인턴에게 전송했다.인턴은 그 사진을 보고 매우 만족스러워했다.[은 선생님. 잘하셨어요. 이 정도는 되어야죠.]그러나 안도의 순간도 잠시,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인명진이 카카오톡으로 메시지를 보내 학술 교류에 관련하여 질문한 것이다.당황한 은서우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그때 인턴도 들킬 우려가 있다고 생각한 것인지 은서우에게 카카오톡 아이디를 보내주며 인명진이 그녀를 추가할 수 있도록 지시했다.은서우는 난감했지만 어쩔 수 없이 인턴의 말을 따르기로 했다.그녀는 다시 인명진을 찾아갔다.“원장님, 한 인턴이 이번 수술에 대해 관심이 많더라고요. 학술 연구에서도 독특한 시각을 가지고 있는 친구인데 원장님께서도 얘기 나눠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건 그 친구 연락처입니다.”인명진은 의심스러운 눈길로 은서우를 바라보았지만 별다른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리고 그는 은서우와 학술 논의를 하기 시작했다.은서우는 탄탄한 의학적 지식과 침착한 분석 능력으로 빛을 발했고 인명진은 그런 그녀를 흥미롭게 지켜보았다.‘이상한 점도 있긴 하지만 확실히 능력은 있네. 한 번 키워봐도 되겠어.’인명진이 은서우를 보며 말했다.“은 선생님, 전문적인 역량이 기대 이상이군요. 앞으로 더 도전적인 케이스들을 맡겨볼 생각입니다. 그리고 연구 프로젝트에도 참여해 보면 어떻겠습니까?”은서우는 깜짝 놀랐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725화

    은서우는 심장이 조여오는 듯했지만 이번에 물러서면 평생 그들에게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그녀는 알고 있었다.“나는 숨길 것도 두려울 것도 없어. 마음대로 해. 진실은 결국 밝혀질 테니까.”소태훈은 은서우가 조금도 흔들리지 않자 분노에 휩싸였다.그는 옆에 있던 테이블을 손으로 밀쳐버렸다.탁자 위의 찻잔과 유리병들이 바닥으로 떨어지며 산산조각이 났다.깨진 유리 조각들이 사방으로 튀었고 날카로운 소리가 온 방 안을 가득 채웠다.“은서우! 넌 내 손바닥 안에서 벗어날 수 없어. 절대 가만두지 않을 거야.”광기에 휩싸인 그의 행동은 방 안에 있던 다른 가족들의 분노까지 부추겼다.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덩치 크고 험악하게 생긴 중년 남성이 목소리를 높였다.“은서우! 네가 이 집에서 몇 년을 공짜로 먹고살았는데! 이제 와서 발을 뺀다고? 꿈도 꾸지 마.”말을 마친 남자는 성큼성큼 다가오더니 거친 손으로 은서우의 옷깃을 움켜잡아 그녀를 번쩍 들어 올렸다.발이 바닥에서 떨어진 은서우는 목이 조여와 숨이 막혔지만 여전히 그 남자를 노려보며 외쳤다.“이건 불법 감금이에요! 놔요!”“불법 감금? 이건 가족 간의 일이야! 네가 태연이를 죽였으니 끝까지 책임져야 할 거 아냐.”그 장면을 목격한 인명진은 얼굴을 굳히고 이내 앞으로 나서서 중년 남성의 손목을 움켜잡으며 싸늘한 눈빛으로 노려봤다.“놔. 안 그러면 신고할 거야.”남자는 인명진의 기세에 눌려 주춤했지만 굽히지 않고 외쳤다.“넌 누구야? 뭔데 우리 가족 일에 끼어드는 거지?”인명진은 단호하게 대답했다.“은서우 병원 원장. 내 직원이 이런 식으로 위협받는 걸 두고 볼 수 없어. 사람이 많다고 마음대로 해도 된다고 생각하나? 법 앞에서는 너희가 아무것도 아니라는 걸 명심해.”그제야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눈치챈 소상태가 다가와 사내의 팔을 붙잡았다.“이러다 일이 더 커지겠어요. 일단 놔요.”사내는 마지못해 손을 풀었다.갑작스럽게 자유로워진 은서우는 비틀거리며 몇 걸음 뒤로 물러났다.인명진이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724화

    은서우는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내가 그날 가자고 제안한 건 단순한 모임이었어. 그 누구도 그런 사고가 날 거라 예상하지 못했어. 그래도 나는 지난 몇 년간 계속해서 보상하려고 노력했어. 하지만 나도 내 삶이 있어. 더 이상 이 일에 끌려다닐 순 없어.”그 순간 소상태가 한 걸음 앞으로 다가오더니 손가락을 뻗어 은서우의 이마를 찌를 듯 들이밀었다.“이 배은망덕한 년아! 태연이가 너한테 얼마나 잘해줬는데 이렇게 배신해?”은서우는 고개를 돌려 그의 손길을 피하며 차분하게 말했다.“저도 태연이의 죽음이 너무나 가슴 아픕니다. 하지만 제가 저지르지도 않은 죄까지 짊어지고 살 순 없어요. 저도 할 만큼 했어요.”연희진이 흐느끼며 애원했다.“서우야, 한 번만 더 도와주면 안 되겠니? 태훈이 몸이 안 좋아서 치료비가 계속 필요해.”은서우는 자신을 거둬준 양모를 바라보며 심란함을 느꼈다.이전의 기억들이 밀물처럼 밀려 들어왔다.처음 이 집에 들어왔을 때 그녀는 감사한 마음뿐이었다.은서우는 조심스럽게 행동했고 진심으로 인정받는 가족이 되고 싶어 노력했다.하지만 모든 것이 변해버렸다.“엄마, 마지막이라고 말했잖아요. 제가 지난 몇 년간 드린 돈만으로 부족했나요? 단순한 사고였어요. 저도 태연이한테 그런 일이 발생할 줄 몰랐고 태훈이가 이렇게 될 줄도 몰랐어요.”그 말에 소태훈이 흥분하며 휠체어에서 몸을 기울였다.그의 눈빛에는 증오와 광기가 서려 있었다.“은서우! 그렇게 쉽게 벗어날 생각은 하지 마. 이 모든 게 왜 벌어진 줄 알아? 다 너 때문이야! 네가 내 마음을 받아줬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거야!”은서우의 눈동자가 흔들렸다.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몸을 떨며 물었다.“뭐라고? 그 사고... 설마 일부러 낸 거야? 단지 내가 네 고백을 거절했다는 이유로?”소태훈은 비웃듯 콧방귀를 뀌었다.그는 이젠 감추는 것조차 귀찮다는 듯 입꼬리를 비틀며 말했다.“그래! 너만 아니었으면 태연이가 죽을 일도 없었고 내가 장애인이 될 일도 없었겠지. 그러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723화

    “성북 쪽으로 가주세요. 도착하면 제가 길 안내할게요.”인명진은 은서우의 말에 대답하는 대신 내비게이션을 켜고 조용히 성북 방향으로 차를 몰았다.성북은 오래된 주택가가 밀집한 지역이었다.인명진은 한 번도 이곳에 온 적이 없었다.그가 경성에서 주로 활동하는 곳은 병원이었고 그게 아니면 여이현이 있는 지역에 가끔 방문할 뿐이었다.하지만 생활이 안정된 후로는 여이현이 있는 곳으로도 향하지 않았다.은서우가 아니었다면 그는 이곳에 올 일조차 없었을 것이다.마침내 그녀의 안내에 따라 차는 한 단칸방 앞에 도착했다.차를 세운 순간 안에서 격한 소란이 들려왔다.“왜 아직도 그 계집애 편을 들고 있어? 대체 무슨 생각이야! 그 애만 없었어도 우리 태훈이가 이렇게 되진 않았어!”“그 애가 우리한테 준 돈만 해도 충분해. 게다가 태훈이 사고는 그냥 예상치 못한 사고일 뿐이었어. 대체 언제까지 그 아이한테 책임을 떠넘길 거야?”끝없는 다툼.은서우는 이제 이런 광경에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져 있었다.더는 아무런 감정도 남아 있지 않았다.인명진은 남의 사생활에 관여하는 타입이 아니었다.그는 은서우가 안전벨트를 풀고 내리려는 순간 무심하게 말했다.“가족 문제로 일에 지장 주지 마세요. 도저히 해결할 방법이 없으면 그냥 휴가 내세요. 그리고 차비는 안 받아요.”그건 분명 의도적인 언급이었다.인명진은 은서우를 쳐다보지도 않고 앞을 바라보며 말했다.이제 더는 그녀와 이 문제로 말 섞고 싶지 않다는 신호였다.‘내일 현금을 들고 가서 감사 인사를 전해야겠지. 지금은 그런 것보다 당장 눈앞의 일을 해결하는 게 먼저야.’은서우는 얼른 집안으로 들어섰고 방 안은 깨진 유리 조각, 뒤집힌 가구들과 여기저기 널브러진 물건들로 인해서 엉망진창이었다.그녀는 그 광경을 바라보며 깊이 한숨을 내쉬었다.“여기 이천만 원이에요. 하지만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거 기억하세요. 저도 이제 곧 서른이에요.”“곧 서른이라고? 그럼 태연이는 너 때문에 서른이 되기도 전에 죽었다는 거 알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722화

    이천만 원이라는 돈은 가뭄의 단비처럼 절실했다.‘하지만 원장님께서 이 일을 아시면 이 병원에서 더 이상 버티지 못할 수도 있어.’“은 선생님, 1억이라도 원하시는 건 아니죠?”인턴은 어떻게든 인명진과 접촉하려 했지만 방법이 없었다.인명진의 비서와 접촉하는 건 꿈도 꿀 수 없었고 결국 선택한 차선책이 은서우였다.어차피 은서우는 돈을 받으면 부탁을 들어줄 것이었고 그 후 그녀가 병원에서 잘리든 말든 인턴과는 상관없는 일이었다.은서우는 머리가 지끈거렸다.“일단 급한 일부터 처리해야겠어요. 그 부탁은 내일 다시 얘기하면 안 될까요?”“내일이면 원장님 사무실에 가는 날이잖아요? 은 선생님, 그냥 지금 확실히 해두는 게 좋겠어요.”인턴은 끊임없이 떠들어댔고 그때 은서우의 폰이 다시 울렸다.“은서우! 지금 죽어야 할 사람은 너야! 네가 아니었으면 우리 가족이 이렇게까지 되진 않았어!”전화를 받자마자 들려온 것은 분노에 찬 외침이었다.너무나 익숙한 소리에 그녀는 온몸에 소름이 돋았고 숨이 막혀왔다.“진정 하세요. 지금 바로 갈게요. 원하는 것도 바로 가져다드릴게요.”은서우는 깊이 숨을 들이마셨다.눈앞이 핑 돌 정도로 현기증이 몰려왔다.전화를 끊자마자 그녀는 거의 본능적으로 인턴의 손을 꽉 붙잡았다.“이천만 원 준다고 하셨죠? 바로 주면 내일 부탁 처리해 줄게요.”“지금 바로 송금할게요.”인턴은 은서우가 결국 제안을 받아들이자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그녀가 핸드폰을 꺼내는 순간 은서우는 그것이 최신형 아이폰이라는 걸 알아챘다.케이스조차 반짝이는 보석으로 장식된 명품이었다.‘그래. 돈 없는 사람이 이런 일에 이천만 원이나 쓸 리 없지.’계좌 번호를 불러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의 계좌로 이천만 원이 들어왔다.인턴은 신신당부했다.“전 고화질 사진이 필요해요. 그리고 카카오톡도 꼭 추가해 줘야 해요.”“그럼 제가 당신 카카오톡을 로그인해야 하지 않나요? 아니면 어떻게 추가해요?”“좋아요. 로그인하세요. 은서우 씨...”그때 인턴의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721화

    은서우가 뭐라 답하기도 전에 인명진은 이미 돌아서서 갈 길을 가고 있었다.비록 인명진이 병원의 원장이었지만 은서우는 회의 시간을 제외하고는 그를 본 적이 거의 없었다.오늘 처음 이렇게 가까운 거리에서 마주하는 것이었다.그는 수술용 멸균복을 입고 마스크와 모자를 착용하고 있었다.얼굴이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깊고 차가운 그의 검은 눈동자가 인상적이었다.수술 내내 상황이 아무리 긴박해도 인명진은 전혀 당황하는 기색이 없었고 그의 침착함과 냉정함은 뛰어난 실력을 더욱 돋보이게 했다.은서우는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이제야 왜 병원의 많은 여성 간호사, 인턴, 심지어 여의사들까지도 그에게 열광하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은서우는 가볍게 몸을 풀며 수술실을 나왔다.막 자신의 사무실로 돌아왔을 때 한 동료가 그녀를 찾아왔다.가슴에 걸린 명찰을 보고 은서우는 상대가 인턴임을 알았다.은서우는 예의 바르게 물었다.“안녕하세요. 무슨 일이시죠?”“은 선생님, 방금 원장님과 함께 수술을 마치셨죠?”인턴의 질문에 은서우는 약간 의아했다.“네.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인턴은 자신의 손가락을 들어 보이며 말했다.“은 선생님, 저 좀 도와주세요. 원장님 카톡 좀 추가해서 저한테 넘겨주시거나 아니면 원장님 사진 몰래 몇 장만 찍어 주세요. 제가 이만큼 드릴게요.”인턴의 눈에는 기대감이 가득 차 있었다.은서우는 인턴의 말에 피식 웃음이 나왔다.“제가 원장님 연락처를 넘긴다고 해도 원장님 입장에서는 그냥 낯선 사람일 뿐일 텐데 원장님이 연락 받아줄 것 같아요? 그리고 몰래 사진 찍는 건 불법인 거 모르나요? 고작 그 정도 푼돈으로 저를 이런 큰일에 끌어들이겠다고요? 당신이 미친 걸까요? 아니면 제가 미친 걸까요?”은서우는 거침없이 인턴을 몰아붙였다.인턴이 급히 덧붙였다.“아니에요, 은 선생님. 도와주시기만 하면 백만 원 아니 천만 원도 문제없어요.”‘천만 원에 사진 몇 장과 연락처? 저 인턴 진짜 제정신이 아니네.’은서우가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720화

    이명진은 병원에서 만약 어떤 의료 사고라도 발생한다면 이 병원의 명성은 그대로 무너질 것으로 생각했다.그의 말에 한 간호사는 어이없는 표정으로 대답했다.“원장님, 병원 내부 번호와 원장님 개인번호 모두 통화 중이셨어요. 원장님 인기가 지금 장난 아닌 걸 모르시는 건 아니시죠?”문 앞에 대기 중인 인턴들로도 모자라 소문 듣고 연락이 오는 환자도 있었고 학생들도 있고 심지어 부잣집 부인들도 어디서 개인번호를 얻었는지 매일 전화를 걸어 이명진의 전화는 항상 통화 중 상태였다.긴급 상황만 아니라면 인명진이 직접 나설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인명진은 간호사의 필요 없는 말을 들을 시간도 없이 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그가 문을 열자 밖에서 있던 인턴들은 모두 어안이 벙벙했다.“진짜 너무 멋있고 젊잖아. 이렇게 젊으신데 원장 선생님이라고?”“너무 잘생겼어. 여자 친구도 없다 그러던데.”“많은 수술도 직접 하신대. 그리고 학술논문도 봐주고 기타 강의도 하신다고 들었어.”“이렇게 훌륭한 사람 품에 안겨있는 느낌은 어떤지 상상도 안 가.”그들은 미친 사람처럼 저마다 한마디씩 주고받고 있었고 심지어 어떤 사람은 인명진에게 달려들어 길을 막고 있었다.“인 원장님, 저랑 사귀시면 이런 병원 몇 개라도 더 해줄 수 있어요. 당신을 경성의 의료센터에서 우두머리로 만들어 드릴게요.”“인 원장님, 저 사람 말 믿지 마세요. 저랑 사귀시면 더 많은 가치가 있는 사람으로 만들어 드릴게요.”“인 원장님, 저랑...”“다들 꺼져!”인명진은 평소에 이 사람들에게 무관심이었지만 지금은 급한 수술이 있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화를 내며 소리쳤다.한 간호사가 데리고 온 경호원들도 그녀들을 막을 수가 없었지만 항상 따뜻하고 우아하고 부드러운 말만 할 거로 생각했던 인턴들은 인명진의 화내는 소리 한 번에 더 이상 앞으로 다가서지 못했고 자리를 피해 길을 열어 주었다.인명진은 재빨리 수술용 무균복으로 갈아입고 소독한 후 바로 수술실로 들어갔다.수술실 안에서는 피비린내가 진동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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