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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5화

여이현은 자신이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느꼈다.

앞선 삶에서 무엇을 위해 바쁘게 살았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겉으로는 어느 정도 성취를 이루었고 나름 직위도 얻었지만 그의 인생은 텅 비어 있었다.

그저 생존을 위해 살아가는 듯한 나날이었다.

아무런 목표도, 방향도 없었다.

여씨 가문으로 돌아와 할아버지의 유지를 이어받은 것도 사실상 그저 수동적으로 살아가는 삶의 연장이었다.

그는 할아버지가 자신에게 미안해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가문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지만 부모의 사랑을 느낀 적은 없었고 가문의 굴레에 묶여 있었다.

물질적으로는 풍족했지만 감정적으로는 메마른 삶이었다.

할아버지는 그런 여이현을 안쓰럽게 여겼고 누군가에게 사랑받기를 바랐다.

그리고 마침 온지유가 그의 삶에 들어왔다.

온지유는 여이현의 말을 들으며 코끝이 살짝 시큰해졌다.

아마도 임신한 이후로 감정도 더 예민해지고 마음이 쉽게 약해지는 거일 거다.

“이현 씨.”

온지유는 고개를 숙였다.

자신이 그동안 품어왔던 모든 환상이 더 이상 중요하지 않게 느껴졌다.

“우리 앞으로 잘 지낼 수 있을까요? 의심이나 불신 없이, 정말 잘 지낼 수 있을까요? 아이도 생겼고, 이제는 예전처럼 감정적으로 행동할 수는 없잖아요. 아기가 아빠 없는 세상에서 한쪽 사랑이 부족 한 채로 키우고 싶지 않아요. 난 우리 아이가 건강하게 자라길 바라요. 약속해 줄 수 있어요?”

온지유는 여전히 불안했다.

그렇게 많은 일들을 겪고 여러 차례 헤어짐과 재회를 반복하면서 그녀의 마음속에는 무시할 수 없는 불안감이 자리 잡고 있었다.

여이현이 그녀를 사랑하고 있음을 알고는 있었지만 여전히 변수가 생길까 두려웠다.

여이현은 잠시 망설였다.

그녀가 이런 무거운 말을 할 줄은 예상하지 못해 당황스러웠다.

여이현은 온지유에게 약속하고 싶었다.

아주 그러고 싶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고려해야 했다.

아이에 대해서는 반드시 사랑 속에서 키우고 싶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온지유가 훌륭한 엄마가 될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또 많은 사람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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