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성재민이 한발 느렸다.용경호는 기세등등하게 눈길을 흘렸다.방 안에서는 온지유가 그들의 갑작스러운 소리에 깜짝 놀라 여이현을 급하게 밀쳐냈다.그리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포크를 집어 들고 다시 식사를 시작했다.온지유는 차마 고개를 들지 못했고 얼굴은 빨갛게 달아올랐다.두 사람이 아무것도 눈치채지 않기를 바랄 뿐이었다.여이현은 온지유에게 밀려 몇 걸음 물러섰다.그녀가 이렇게 힘이 셀 줄은 몰랐다.그는 문 쪽을 바라보며 두 사람이 거대한 체구로 문 앞을 가로 막고 서있는 것을 보고 얼굴이 굳어졌다.기분 좋은 순간이 방해받으니 당연히 화가 났다.여이현은 차가운 눈으로 그들을 노려보며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용경호와 성재민은 방 안으로 고개를 들이밀며 그저 두 사람이 식사 중이라고만 생각했다.두 사람은 방금까지 그들이 뜨겁게 키스하고 있었던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여이현의 옷에는 온지유가 꽉 잡아 생긴 주름이 여러 군데 있었지만 용경호는 전혀 알아채지 못하고 말했다.“대장님, 어젯밤에 잠을 잘 못 주무셨나 봅니다. 옷이 엉망이네요. 제가 정리해 드릴게요!”용경호는 순수하게 그를 도와주려던 마음이었다.하지만 그가 가까이 다가오자 여이현은 가차 없이 그의 다리를 발로 찼다.“악!”여이현의 발길은 가볍지 않았다.용경호는 다리를 움켜잡고는 아파서 어쩔 줄 몰라 했다.“대장님, 왜 그러세요?”한편 성재민은 옆에서 용경호가 당하는 걸 보며 웃음을 참느라 입을 가렸다.용경호는 성재민이 비웃는 모습을 보자 당장이라도 한마디 하고 싶었다.여이현은 차갑게 말했다.“너희 둘, 당장 나가서 백 바퀴씩 뛰고 와.”성재민의 웃음도 그 순간 멈췄다.그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물었다.“대장님, 잘못한 건 전우님인데 왜 저까지 벌을 받지 말입니까?”여이현은 다시 차가운 눈으로 성재민을 바라보며 말했다.“너는 50바퀴 더 뛰어.”이번엔 용경호가 속으로 고소해하며 기뻐했다.성재민은 억울해서 눈물을 흘릴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아직도 안
여이현은 온지유의 이마에 한 번 더 입을 맞추고 나서야 안심하고 집을 나섰다.온지유는 여이현을 현관까지 배웅했다. 밖에는 용경호와 성재민이 여전히 구호를 외치며 땀에 젖어 달리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살짝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여이현은 차에 올라타고 나서야 그들에게 멈추라는 지시를 내렸다.두 사람은 여이현이 차를 타자 드디어 훈련을 멈추고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온지유는 그들이 떠나는 모습을 지켜본 후에야 집 안으로 들어왔다.먼저 온지유는 휴대전화를 확인했다.'글로리' 의 인기가 날이 갈수록 높아지는 것을 보고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지선율은 온지유의 안목이 뛰어나다며 메시지를 보내 칭찬했다. 온지유가 선택한 시나리오가 대단한 거라 했다.그리고 장다희의 인기도 완전히 폭발했다.도심 한가운데 있는 가장 큰 광고판에는 장다희의 얼굴이 걸려 있었고 팬들이 지하철 광고를 사서 그녀의 드라마를 하루 세 번씩 상영하고 있었다.SNS에서는 그녀의 드라마와 관련된 토론이 끊이지 않았고 장다희는 그야말로 다시 정상의 자리에 올랐다.병원에서 퇴원하자마자 끝없이 이어지는 광고 계약과 일정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지만 그런데도 온지유에게 연락을 잊지 않고 정을 쌓아가는 모습이었다.화면 속 장다희의 반짝이는 모습을 보면서 온지유는 자랑스러움을 느꼈다.마치 자신이 그녀를 정상으로 이끌어 준 것 같은 뿌듯함이었다.온지유는 침실로 돌아가 옷장을 열고 기분 좋게 몇 벌의 예쁜 원피스를 꺼내 거울 앞에서 비교했다.임신 중이지만 그래도 여전히 멋지게 차려입고 외출하고 싶었다....한편, 여이현은 인명진의 연구실로 향했다.연구실은 어두컴컴했고 인명진은 실험 중이었다.여이현이 들어서자 그는 실험을 멈추고 주머니에서 작은 시약관을 꺼냈다.“이 약이에요. 지유 씨에게 쓸 수 있는 해독제. 실험용 쥐에게서 효과가 있었으니 지유 씨에게도 분명 효과가 있을 겁니다.”그 말을 들은 여이현은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시약을 받으며 말했다.“정말이죠? 드디어 지유를 살릴 수
새로 산 원피스를 입고 입술에 살짝 립스틱을 바르고 난 온지유는 기분이 한결 좋아졌다.가방을 챙겨 들고 나가려던 찰나 용경호의 차가 마침 집 앞에 도착했다.그는 차에서 내려 온지유를 향해 소리쳤다.“사모님!”온지유는 문 앞에 있는 용경호를 보고 조금 놀란 표정을 지었다.“용경호 씨? 이현 씨랑 같이 간 거 아니었어요?”용경호는 들뜬 표정으로 말했다.“대장님께서 저에게 오라고 하셨어요. 해독제를 꼭 직접 사모님께 전달해달라고 하셨습니다.”용경호는 소중히 보관한 해독제를 꺼내 건넸다.온지유는 그의 손에 든 해독제를 보고 더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며 받았다.“해독제가 다 완성된 거예요?”“네, 대장님께서 전달받자마자 바로 사모님께 가져다드리라고 하셨습니다!”용경호는 흥분된 목소리로 말했다.“알겠어.”온지유는 해독제를 손에 쥐었지만 약간의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독에 대한 두려움이 워낙 컸기 때문에 이렇게 빨리 해독제가 준비된 것이 믿기지 않았다.또한 이 모든 것이 마치 꿈같이 느껴졌다.나민우는 여전히 해외에서 해독제를 찾고 있었고 그런 해독제가 이렇게 쉽게 준비되었을 리 없다고 생각했다.비록 입 밖에 내지는 않았지만 마음속에서는 여전히 나민우의 생사를 걱정하고 있었다.연락이 안 되는 이상 그가 어디에 있는지, 무사는 한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하지만 지금 손에 든 해독제는 여이현과 인명진이 온 힘을 다해 찾아낸 것이었고 그녀는 그들의 노력을 저버릴 수 없었다.온지유가 회복해야만 그들도 안심할 수 있을 것이다.그리고 온지유가 회복되면 나민우도 찾으러 갈 수 있을 테다.모든 좋은 일들이 이어지길 바라며 온지유는 해독제를 한 번에 삼켰다.특별한 맛은 없었다.용경호는 온지유가 해독제를 삼키는 모습을 지켜보며 걱정스레 물었다.“사모님, 기분이 어떠세요?”몇 분이 지나자, 온지유는 자신의 팔을 바라보며 말했다.“몸이 한결 가벼워진 것 같아요.”팔에 있던 멍이 정말로 사라지기 시작했다.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나빠지던 증상이 이제
여이현은 미간을 찌푸렸다. 이미 노승아의 말은 더 이상 듣고 싶지 않은 기색이었다.“이게 네가 말한 중요한 일이야?”“아뇨.”노승아는 가볍게 한숨을 쉬며 조용히 말했다.“나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일이에요. 하지만 이 이야기를 마치면 이현 오빠의 중요한 일이 되겠죠.”여이현은 말없이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 눈빛은 노승아가 말하는 이야기가 과연 가치가 있는지 의심하고 있었다.“제가 언제 오빠를 속였던 적이 있어요?”노승아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일단 들어보세요. 그러면 이해하게 될 거니까.”노승아는 여이현에게 진심이었다.비록 많은 사람을 속이고 수많은 비열한 수단을 썼을지라도 여이현 만큼은 그녀가 진심으로 대했던 유일한 사람이었다.“오빠 기억 속에는 내가 오빠를 조직에서 구해줬다고 되어 있겠지만 실은 이현 오빠가 날 구해준 거예요.”노승아는 천천히 말을 이어갔다.“난 오빠의 군인으로서의 책임감과 선량함을 이용했어요. 오빠는 그저 군인으로서 해야 할 일을 한 거였겠죠. 과거를 지우려고 애쓴 것도 있겠지만요. 오빠가 처음에 깨어나서 제일 먼저 찾은 사람이 ‘승아'였어요. '승아는 어디에 있냐'고 말할 때 오빠 눈 속의 따뜻함을 보면서 난 이미 알았어요. 오빠에게 빠질 수밖에 없다는 걸.”노승아는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오빠는 나를 실망하게 하지 않았어요. 자주 찾아와줬고 내가 말하는 모든 걸 믿어줬어요. 내가 조금이라도 다치면 오빠는 내 눈물을 닦아주었죠. 오빠가 내게 준 새로운 인생을 통해 나는 더 잘 살아가야겠다고 느꼈어요. 오랫동안 오빠는 내 가장 특별한 존재였고 내가 갖고 싶은건 다 가져다줬어요. 오빠가 날 이렇게 잘 대해 주는 것도 날 좋아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온지유가 나타나고 오빠의 아내가 되면서 모든 게 변했어요.”노승아는 눈물을 머금은 눈으로 여이현을 바라보았다.“해외로 나가지 말았어야 해요. 내가 떠나지 않았더라면 오빠는 여전히 내 거였을 텐데. 온지유와 결혼하지도 않았을 거고. 하지만 난 어쩔
어른으로서의 책임도 지지 않은 그들이 무슨 자격으로 노승아를 나무라고 각박하게 굴어 왔단 말인가.노승아는 원망했다. 이 지경까지 이르게 된 건 다 그들의 책임이다!“믿든 말든, 이게 진실이야.”“아니요, 그럴 리 없어요! 나를 사랑한 건 오빠뿐이었어요!”노승아는 철창을 꽉 붙들고 절박하게 외쳤다. 그녀는 여이현이 자신을 대했던 모든 것이 그저 할아버지의 분부였다는 것을 믿고 싶지 않았다.그러나 여이현은 차갑게 말했다.“할아버지는 이성적인 분이셨어. 모든 것을 알고 있었고 옳고 그름을 분명히 구분할 줄 알았지. 가문을 여재호에게 맡기지 않고 나라는 외부인에게 넘긴 이유도 가문을 지키기 위해서였어. 너는 가문 파멸의 시작점이 될 수 있었기 때문에 할아버지는 절대 받아들일 수 없었지.”이 말은 노승아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그녀는 항상 여이현의 사랑을 믿고 그것을 버팀목으로 삼아 살아왔기 때문이다.노승아는 여이현이 자신을 선택할 것이라고 굳게 믿었다.하지만 여이현은 모든 것이 가문의 이익을 위해서였다고 말한다.“내가 원하는 건 그런 게 아니에요. 내가 원하는 건 오빠의 사랑이에요! 가문의 신분 같은 건 필요 없어요. 버려져도 아깝지 않아요. 내가 원하는 건 오빠뿐이라고요!”노승아의 울부짖음에 여이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이미 모든 역할을 다했다고 생각했다.“이제 꿈에서 깨어나야 할 때야.”노승아는 그의 말을 듣고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 차라리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게 더 나았을지도 모른다. 그러면 이런 말들을 듣지 않아도 됐을 테니까.노승아는 여씨 가문의 모든 사람을 저주했다. 그중에 여이현만은 미워하지 않았다. 노승아를 기쁘게 하는 유일한 지탱이었다.만약 여이현이 쭉 노승아에게 잘해줬다면, 온지유만 없었더라면 노승아도 착한 사람으로 살았을지도 모른다.하지만 믿음은 무너져 내렸다.노승아는 웃음을 터뜨렸지만, 눈에서는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그리고 눈물을 닦으며 입술을 떨었다.“이현 오빠, 알려 줘야 할 중요한 사실이 있어요
온지유는 여이현이 자책하지 않기를 바랐다.그는 이미 온지유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세상일이란 예측할 수 없는 법이니, 온지유도 그저 마음을 편하게 가지려고 했다.여이현이 너무 큰 부담을 지지 않기를 바랐다.그 말을 들은 여이현은 더욱 마음이 무거워졌다. 어찌할 바를 몰랐다.그는 모든 사람을 구할 수 있어도 유독 온지유만은 구하지 못한다는 무력감에 사로잡혔다.온지유가 행여나 붉어진 자신의 눈을 보게 될까, 여이현은 눈물이 맺힌 눈을 감추며 그녀를 안아 이마에 입을 맞췄다. 정신적 고통을 잠시라도 잊기 위해서였다.여이현은 온지유의 고통을 자신이 대신 짊어질 수만 있다면 몇 배라도 감당하겠다는 마음이었다.온지유는 병상에 조심스럽게 눕혀졌다. 그녀는 여이현의 손을 잡고, 그에게도, 자신에게도 용기를 주려 했다.꼭 살아남을 거다.잠시 후 인명진도 도착했다.이곳은 여이현이 투자한 병원이었다.가장 최신 장비가 갖춰져 있었지만 여이현은 온지유를 구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인명진 뿐이라고 믿었다. 그래서 의사를 부르지 않고 인명진이 오기를 기다렸다.“현재 상황은요?”인명진이 물었다.여이현이 대답했다.“몸에서 식은땀이 흐르고, 어딘가 아프다고 하는데 어디가 아픈지는 잘 모르겠어요. 팔에는 멍이 들어있고요.”인명진은 무균실로 들어가 새 하얀 가운을 입고, 마스크와 장갑을 꼈다.온지유는 침대에 누워서 혼미한 상태였다. 이마에는 식은땀이 흐르고, 입술은 하얗게 질려 있었으며 얼굴에는 핏기가 없었다.진찰 결과, 온지유의 독은 아직 풀리지 않았다. 해독제는 정말 그저 실험용일 뿐이었다.그들은 노석명이 해독제를 가지고 있기를 기대했었다. 법로와 가장 가까운 사람은 노석명이였기 때문이다.하지만 그들의 기대는 산산이 부서졌다.수많은 노력이 물거품으로 되고 말았다.인명진은 온지유의 피를 채취했다. 비록 해독제가 실험용이었다 해도 일시적인 효과라도 있으면 희망은 남아있다고 생각했다.누군가에게 기대서는 안 되고 결국 자신들이 직접 해독제를 만들어야
예전의 여이현이라면 다른 사람이 어찌 되든 신경 쓰지 않았을지도 모른다.온지유의 마음속에 다른 남자가 있다는 걸 견디지 못했을 테니까.하지만 인명진은 달랐다.그는 온지유에게 어떤 보상도 바라지 않고 헌신했다.그런 사람을 어떻게 미워할 수 있겠는가.인명진은 여이현을 바라보며 말했다.“당신도 지유 씨가 힘들어하는 걸 원하지 않을 테죠. 만약 지유 씨가 알게 된다면 틀림없이 슬퍼할 거예요.”여이현은 입술을 꾹 다물고는 주제를 바꿨다.“가족은 없어요? 제가 방법을 써서 찾아 드릴게요.”인명진과 홍혜주는 어릴 때부터 조직에 있었기에 자신의 집이 어디 있는지조차 알지 못했다.여이현은 인명진도 가족을 찾고 싶을지 궁금했다.“필요 없어요.”인명진이 단호하게 말했다.“제가 있는 곳이 바로 제 집이에요.”말을 마친 인명진은 자리에서 일어나 두 손을 주머니에 넣고 말했다.“이제 더는 다른 사람에게 기대하지 말죠. 해독제는 어떻게든 해볼 테니 이현 씨는 지유 씨를 잘 돌봐 주세요. 그런데 좀 짚이는 점이 있어요...”“뭐죠?”여이현이 물었다.“법로의 독이 아무리 강해도 지유 씨의 몸을 완전히 침식하지는 않았어요. 아이는 건강해요. 내 피로 지유 씨를 살린다 해도 아이는 어느 정도 영향을 받을 텐데 그렇지 않아요. 지유 씨의 몸이 아이를 보호하는 항체를 만들어냈어요.”여이현은 깊은 생각에 빠졌다. 온지유의 과거에는 여전히 풀리지 않은 미스터리가 많았다.“지유와 처음 만났을 때 혹시 실험 대상으로 쓰이지는 않았었나요?”여이현은 온지유도 인명진처럼 실험에 이용됐을 가능성을 추측했다.“지유 씨의 존재를 알았을 때 이미 우리와 홍혜주와는 달랐어요. 보호받고 있었고, 한동안 자유롭게 지내기도 했어요. 실험 대상이었을 가능성은 작아 보여요. 하지만 확신할 수는 없어요.”인명진은 약간 웃으며 덧붙였다.“조직 내부에서 인간성을 기대할 수 있을까요? 그저 추측일 뿐이에요. 지유 씨가 아주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면 말이에요.”“만약 정말 특별한 존재였다면요?
“지유 씨를 보러 가야겠어요!”홍혜주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안 돼요. 당신은 지금 죄수 신분이기에 병실을 나갈 수 없습니다!”용경호가 단호하게 말했다.“그럼 나랑 같이 가면 되잖아요? 내가 지금 이 상태로 어디 도망이라도 갈 수 있겠어요?”홍혜주는 용경호의 고지식함을 이해할 수 없었다. 어떻게 이렇게 융통성이 없을 수 있는지.하지만 용경호는 더욱 단호하게 말했다.“위에서 명령이 내려오기 전에는 병실을 한 발짝도 나갈 수 없어요!”그가 끝까지 고집을 부리자 홍혜주의 얼굴은 점점 차가워졌다.“그럼 정식으로 요청해서 지유 씨를 보러 가겠다고 하면요?”“그것도 안...”용경호가 말하는 도중 홍혜주가 갑자기 그의 뺨을 세게 때렸다.용경호는 그녀가 이렇게 과격하게 나올 줄 몰랐고, 자신이 맞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살면서 체벌을 받기는 했어도 여자의 손에 맞아본 적은 없었다.“이 미친 여자가...!”홍혜주는 한 손으로 목발을 짚고 발로 그의 다리를 차며 공격했다.기본적인 무술을 배운 사람으로서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그의 앞에서 약해질 수는 없었다.이미 오래 참았다. 틈만 나면 규칙이 어쩌고 하는 그들에게 홍혜주는 병실에서 미칠 것만 같았다.용경호가 허락하지 않는다면 더 이상 참고만 있을 수 없었다.용경호는 홍혜주의 공격을 피하고 순간적으로 그녀의 다리를 붙잡으며 말했다.“당신 정말 죽으려고 이러는 겁니까? 아직 몸에 상처도 많은데!”“남의 몸 사정은 상관하지 말죠!”홍혜주는 분노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면서 높이 발을 올려 그를 공격했다.결국 용경호는 그녀를 놓아줄 수밖에 없었다.한편 성재민이 그 장면을 보고는 말렸다.“둘 다 그만하시지 말입니다. 별일도 아닌데 왜 이러는 겁니까. 전우님, 상대는 여자입니다. 좀 봐주십시오.”“입 좀 닥쳐!”용경호는 그에게 화를 내며 말했다.“매번 입만 살아서는. 지 혼자 착한 사람인 것처럼 말이야!”홍혜주는 용경호를 바라보며 더 화가 나 말했다.“역시 일부러 그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