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535화

Author: 류한나
온지유는 여이현의 옷자락을 꽉 잡았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확인할 용기조차 없어서 머리는 푹 숙였다.

귓가에는 여이현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나직하게 들려왔다.

“괜찮아. 곧 괜찮아질 거야.”

용기를 북돋아 주는 말이었다.

“이현 씨...”

“대장님!”

군인들이 달려왔다.

그들은 여이현이 있는 곳으로 올 수 없었다. 그래서 되는 대로 도움을 줄 수밖에 없었다. 여이현의 상황이 어떤지는 그들도 몰랐다.

드디어 한데 모인 다음 자신부터 걱정하는 군인들에게 여이현이 말했다.

“빨리 떠나자!”

이곳에 오래 남아 있으면 안 됐다.

흉터남 일행도 같은 생각이었다. 대치가 길어지면 서로 손해였다. 지금으로서는 빠른 철퇴가 답이었다.

흉터남의 차는 먼지를 일며 멀어져 갔다. 여이현 등도 차에 올라탔다.

군대 차량에 앉아서도 온지유는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너무 많은 일이 일어났다. 생각할 시간도 없었다. 그녀는 막연한 표정으로 여이현의 옷자락을 잡은 채 물었다.

“이현 씨 정말 괜찮아요? 다치지 않았어요?”

여이현은 곧게 앉아서 온지유의 손을 잡았다.

“괜찮아.”

온지유는 여이현의 얼굴을 바라봤다. 어쩐지 약간 창백한 것 같았다. 말이 짧아진 것 역시 의심스러웠다.

그녀가 생각하는 사이 손은 서서히 축축해졌고 선명한 피비린내도 나기 시작했다. 그녀는 손을 벌벌 떨었다. 예상 가는 결과가 있었지만 감히 생각하지 못했다.

걱정이 현실이 되었다.

여이현의 옷자락을 잡고 있던 손을 놓아보자 피로 흥건해진 것을 볼 수 있었다. 이토록 많은 피를 보는 건 태어나서 처음이었다. 여이현은 지금껏 참고 있었던 것이다.

넋을 잃은 온지유는 아무 말도 못 했다. 그저 여이현의 몸에서 상처를 찾을 뿐이었다. 그녀는 결국 왼쪽 가슴에서 총상을 발견했다. 피는 눈에 보일 정도의 속도로 흘러나오고 있었다.

“이렇게 됐으면서 뭐가 괜찮아요!”

온지유는 그의 가슴을 꾹 눌러서 지혈하며 말했다.

“이현 씨 총 맞았어요! 총 맞았다고요!”

여이현은 그녀가 걱정하는 것이 싫었다. 그래서 줄곧 아무렇지도 않은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Locked Chapter

Related chapters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536화

    “아니, 그러지 않을 거야.”여이현은 숨을 몰아쉬면서 극심한 통증에 미간을 찌푸렸다.“난 안 죽어. 내가 죽으면 누가 널 지켜줘. 그러니까 난 절대 안 죽어.”그의 말을 들은 온지유는 더 눈물이 났다.여이현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그녀를 보면서 손바닥으로 그녀의 등을 토닥여 주었다.사실 그도 두려웠다. 죽게 될까 봐, 그녀가 혼자 남겨질까 봐.그리고 석이라는 인간이 그녀를 빼앗아 갈까 봐, 자신이 석이라면서 나타난 사람이 그녀를 속여 데리고 갈까 봐 두렵기도 했다.그녀가 무슨 일을 당할까 봐, 행여나 정말로 그 사람을 좋아하게 될까 봐 마음을 졸였다.그의 배포는 사실 크지 않았다. 이런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고 누군가에게 말한다면 아마 다들 그를 비웃을 것이다.여이현은 입꼬리를 올리며 씁쓸하게 웃었다.온지유는 눈물을 닦았지만, 감정 조절이 되지 않았다. 지금은 울 때가 아닌데도 말이다.그녀는 빨개진 눈으로 그를 보면서 말했다.“그 약속 꼭 지켜요. 믿고 있을 테니까요.”그녀가 해줄 수 있는 말은 이 말뿐이었다.여이현의 두 눈동자는 그녀에게 고정되었다. 미소를 짓긴 했지만, 이번엔 씁쓸함이 묻어나는 미소가 아니었다. 단호한 그녀의 눈빛에 오히려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그는 그제야 마음이 놓여 눈을 감을 수 있을 것 같았다.여이현은 눈을 뜨는 것조차 힘들었지만 온지유를 위해 힘들게 눈을 뜨면서 말을 해왔다.10여 분이 지난 뒤.군용차가 질서 있게 병원으로 도착했다.병원의 간호사들은 군용차를 보자마자 심상치 않은 일이라는 것을 직감하곤 얼른 침대를 밀며 나왔다.부대 사람들은 여이현을 들어 차에서 내리곤 침대에 고이 눕혔다.간호사는 얼른 산소 호흡기를 여이현에게 씌웠다.온지유는 차에서 내린 후 거의 달리다시피 여이현에게 다가가 얼른 손을 잡았다.여이현의 안색이 점차 창백해지는 모습에 그녀는 이성을 잃었다. 행여나 여이현이 죽을까 봐 두려웠다.“이현 씨, 약속 지켜야죠. 버텨내요. 전 이현 씨가 저랑 한 약속 무조건 지킬 거라고 믿어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537화

    백지희는 미간을 찌푸리며 엄숙하게 말했다.“너, 충격받아서 머리가 어떻게 된 거냐? 네 몸 하나 지킬 수 능력이 있었으면 달라지지 않았을 거냐고? 여자와 남자의 체급 차이를 네가 어떻게 비교하는데. 네가 뭐 마법이라도 쓸 수 있을 것 같아? 현실적으로 좀 생각해. 넌 영화 속에 나오는 히어로가 아니야. 그냥 평범한 사람이라고. 심지어 임신까지 했는데 뭘 자꾸 그렇게 땅을 파고 있는 거야? 범인은 아직도 잡히지 않았어. 그런데 지금 자책한다고? 자책해봤자 뭐가 달라지는데?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잖아!”온지유는 자신이 너무 나약한 것 같아 자책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의 목숨을 노리는 사람은 아주 많았다.그녀도 일일이 상대할 수 없을 뿐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피해도 주게 될 것이다.백지희의 말이 맞았다. 그녀가 아무리 슬퍼하고 자책해도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그녀는 백지희를 끌어안으며 백지희의 어깨에 기댔다.“무서워서 그래. 그냥 단순한 납치가 아닌 것 같았어. 그 사람들을 내가 상대할 수조차 없었다고.”트렁크에 갇히게 되었을 때 그녀는 이런 두려움을 느꼈었다.그때부터 이미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백지희의 한껏 구겨졌던 미간이 풀어지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온지유를 달랬다.“무서워할 것 없어. 내가 네 옆에 있잖아. 함께 그 사람들을 상대하면 분명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거야.”온지유도 어떻게든 내면에서 느끼는 공포에서 벗어나 보려고 애를 썼다. 아무리 나약하다고 해도 언젠가 그 상황을 맞이해야 할 것이었다. 게다가 빨간 머리 여자는 그녀와 갈등이 있었던 것 같았다.어렴풋이 그런 생각이 들었다.다리 위에서 했던 말은 그저 아무 생각 없이 한 말일 뿐 아무것도 의미하지 않았다.다만 트렁크에 갇히게 되었을 때 어둡고 좁은 공간에 그녀는 저도 모르게 엄청난 공포를 느끼게 되었다.홍혜주를 본 순간 그저 직감적으로 말을 한 것이다.하지만 홍혜주의 표정과 내뱉은 말을 떠올려 보면 한번 경험한 적이 있었던 게 분명했다.온지유는 이해가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538화

    홍혜주를 벌하고 있는 흉터남은 차를 마시고 있었다. 그는 홍혜주의 상태에도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그저 홍혜주가 쓰러지자 그제야 찻잔을 내려놓으며 사나운 눈빛으로 홍혜주를 보며 말했다.“일부러 그 여자를 놓아준 거지?”홍혜주는 바닥에 엎드려 있었지만 두 눈은 똑바로 뜨고 있었다. 최대한 힘을 내어 앞으로 기어가 흉터남의 곁으로 왔다.“아녜요...”흉터남이 말했다.“분명 그 여자를 던지라고 했을 텐데 넌 망설였지. 그때부터 난 널 믿지 않았어.”홍혜주의 안색이 창백했다. 다소 비참한 모습으로 있는 힘껏 흉터남의 바지를 잡았다.“그 여자가 제 손을 꽉 잡은 거예요. 저도 손을 놓으려고 했어요. 제발 이번 한 번만 봐주세요. 다음번엔 절대 실수하지 않을게요!”흉터남은 매정하게 그녀를 퍽 차버렸다.홍혜주는 신음 소리를 두어 번 내더니 입안에 퍼지는 짙은 피비린내에 역겨움이 올라오면서 토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지금 그녀는 살아남는 것이 제일 중요했다.“그래도 일을 완전히 망친 건 아니잖아요. 목표는 그 남자 아니었어요? 총을 맞았으니 살아남기는 힘들 거예요. 그러니 저한테도 공이 있는 거죠.”그 말을 들은 흉터남은 그녀의 앞으로 다가오더니 홍혜주의 턱을 꽉 잡으며 싸늘하게 말했다.“너희들 목숨은 어차피 내 것이었어. 내가 너희들을 키워주지 않았더라면 너희는 이미 죽었을 거라고.”홍혜주는 주먹을 꽉 움켜쥐며 힘이 빠진 눈빛으로 그를 보았다.“저도 알고 있어요. 제 양부시잖아요.”그들은 전부 흉터남이 키웠다.하지만 흉터남에게 경외와 두려움만 느낄 뿐 가족애 같은 건 존재하지 않았다.흉터남에게 그들은 그저 돈벌이 수단이었다.이 점을 그들도 잘 알고 있었다.만약 무슨 일이 생긴다면 그들은 흉터남의 희생양이 될 것이다.그럼에도 그들에겐 반항할 힘조차 없었다.두 손에 피를 묻힌 그 순간부터 그들의 삶은 하수구에 박혀 사는 쥐보다 못했고 어두운 구석에 숨어지는 수밖에 없었다.그들도 따스한 햇빛 아래서 당당하게 살고 싶었지만, 기회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539화

    흉터남은 인명진의 두 눈을 빤히 보았다. 화가 어느 정도 사그라든 그는 눈을 가늘게 접었다.“그건 네 하기에 달렸지.”그러자 홍혜주의 안색이 창백해졌다.“인명진은 아무것도 몰라요. 이번 계획도 전혀 모르고 있었다고요. 그러니 인명진만은 한 번만 봐주세요.”흉터남은 인명진의 손을 보면서 잡으려고 했지만, 인명진은 손을 뒤로 치우면서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저녁에 한잔하시죠.”분노가 싹 가신 흉터남은 웃으며 답했다.“그래, 기다리고 있으마.”말을 마친 뒤 그는 홍혜주를 놓아주었고 부하들을 데리고 떠나버렸다.홍혜주는 바닥을 기었다. 아무리 몸에 상처가 많다고 해도 통증을 참으며 기어가 격앙된 목소리로 말했다.“미쳤어? 저 인간 쓰레기가 변태인 거 몰라? 방금 네가 한 말은 죽음을 자초하는 말이었다고!”이곳엔 두 사람만 남아 있었다.인명진은 홍혜주를 보았다. 잊지 않고 멸균 물티슈를 꺼내 흉터남이 만졌던 손을 벅벅 닦았다.그의 눈빛엔 경멸의 감정이 가득 묻어나 있었다.흉터남을 증오하고 있었지만 벗어나는 건 불가능했다.“급할 건 없어.”인명진이 담담하게 말했다.“방금 네가 그랬잖아. 한잔하자고. 그런데 내가 어떻게 가만히 있어? 네가 그 남자 손아귀에서 상처 하나 없이 멀끔히 나올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해?”인명진은 다시 홍혜주에게 시선을 돌리며 되물었다.“넌 지금 생활이 마음에 들어?”홍혜주는 고개를 휙 돌렸다. 눈빛엔 고집이 가득했다.“난 괜찮아. 네가 걱정할 것 없어. 어쨌든 너보단 백 배 더 나으니까!”그들은 어둠 속에서 자랐기에 어둠 속에서 죽게 될 운명이었다.그렇다고 쉽게 굴복해서는 안 되었고 쉽게 자존심을 내려놔서도 안 되었다.인명진의 눈빛은 아주 평온했다. 모든 것에 질린 사람처럼 말이다. 그저 습관적으로 염주를 손에서 굴릴 뿐이다.“이런 생활도 곧 끝나게 될 거야.”홍혜주는 고개를 돌려 그를 보았다. 그의 입가엔 음험한 미소가 걸려 있었기에 더욱 수상했다.“뭘 하려고?”인명진은 자신이 자주 쓰던 메스를 꺼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540화

    인명진은 다정한 눈빛으로 그녀를 보며 부드러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하지만 그녀는 그의 눈빛에서 슬픔을 느껴냈다.왜인지 모르겠으나 그녀도 덩달아 슬펐다.전에 그에게 했던 심한 말이 떠올랐다. 어쩌면 그에게 상처를 남겼을지도 모른다.그녀는 순간 느꼈다. 인명진이 자신을 해치지 않을 것을 말이다.어쩌면 그에게 그녀가 모르는 고충이 있을 수도 있다.그녀는 묻고 싶었다. 그녀와 그가 생사를 함께 한 적이 있는지.횡단보도를 건너려 할 때야 그를 볼 수 있었다.빨간 불이었던지라 초록 불이 되기를 기다려야 했다.두 사람 사이로 차가 지나가고, 그녀는 인명진만 빤히 보았다. 어디 가지 않고 그녀가 갈 때까지 그곳에 있기를 바라면서.초록 불이 켜지자 온지유는 얼른 다가갔다.그러나 건너편으로 왔을 때 인명진은 사라지고 없었다. 길가엔 금방 딴 것 같은 딸기 바구니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온지유는 멍하니 그 바구니를 보았다.허리를 굽혀 딸기 바구니를 들고는 주위를 두리번거렸다.“인명진 씨!”그녀는 큰 목소리로 그를 불렀다.“어디 있는 거예요! 할 말이 있다고요! 왜 갑자기 저를 피하는 건데요!”그녀는 곧 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그는 그녀의 앞에서 사라졌다.심지어 그녀에게 딸기 한 바구니를 남긴 채 말이다.대체 무슨 의미일까?주위를 아무리 두리번거려도 그의 모습을 찾을 수 없었다. 꼭 세상에서 증발한 것처럼.“온지유!”디저트를 사고 온 백지희는 온지유가 없자 또 납치된 줄 알고 얼른 찾으러 나왔다. 그런데 온지유는 길 건너편에서 뭔가를 찾고 있는 듯한 모습이었다.“온지유, 거기 가만히 있어! 내가 갈 테니까!”온지유는 딸기 바구니가 꽤나 무겁게 느껴졌다.꼭 그녀를 향한 인명진의 마음이 담겨 있는 것 같았다.그녀에게 나쁜 마음을 품지 않았지만, 그녀를 보는 그의 눈빛은 아주 복잡해 보였다.어쩌면 두 사람은 예전에 사이가 좋았을 수도 있다.온지유는 다소 허탈했다. 마치 뭔가를 잊은 것처럼 허전하기도 했고 기운이 나지 않았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541화

    노승아는 이미 유리를 통해 여이현의 모습을 발견했다. 그녀의 눈에는 여이현이 곧 죽을 것 같았고 눈앞에 있는 남자의 팔을 꽉 잡았다.“어떻게 된 거예요? 많이 다친 거예요? 왜 이렇게 다친 건데요, 대체 언제 일어날 수 있다는 건데요!”“그건 아직 모릅니다.”제복을 남자가 말했다.“하지만 여기서 소리를 지르면 안 됩니다. 여이현 대장님께서 깨어나시는 걸 보고 싶으면 저기 가만히 앉아 기다려주시면 되겠습니다.”노승아는 마음이 급해진 나머지 눈가가 빨개졌다.“멀쩡하던 사람이 왜, 왜 중환자실에 누워있는 건데요!”노승아는 이성을 잃고 있었다.“설마 죽게 되는 건 아니겠죠?”그녀는 조금 무서웠다.백지희는 그런 그녀의 모습에 결국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노승아 씨, 뭘 그렇게 불안해하고 있어요. 여이현이 그쪽 남편도 아니잖아요. 그리고 여이현이 다쳤다는 건 어떻게 알고 왔어요? 설마 납치를 사주한 사람이 그쪽인 거예요?”그녀는 노승아를 의심했다.이곳에서 노승아를 발견한 순간부터 의심하고 있었다.여이현이 총에 맞은 뒤 병실에 누워있기까지 고작 몇 시간이 걸렸다.그동안 누구에게도 이 사실을 알려주지 않았다.그런데 노승아는 어떻게 알고 찾아온 것일까?납치범과 공범이라는 것 외엔 알 리가 없지 않은가.이 생각만 해도 이미 충분히 놀라웠다. 납치범과 노승아가 어떻게 아는 사이란 말인가.온지유는 평온한 얼굴로 다가갔다.노승아는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온지유를 보자마자 바로 모든 책임을 온지유에게 돌렸다.“다 그쪽 때문이죠? 이현 오빠가 그쪽을 구하려다가 다친 게 아니냐고요! 그쪽은 주변 사람마저 불행하게 만들어요. 남에게 피해만 준다고요. 지금도 그쪽은 이현 오빠에게 피해만 줄 뿐이에요!”노승아의 질책에도 온지유는 담담하게 따져 물었다.“이현 씨가 다쳤다는 건, 어떻게 알고 왔어요?”노승아의 표정이 굳어졌다. 어색한 모습으로 변명하기 시작했다.“내가 어떻게 몰라요? 이현 오빠 찾으러 갔는데 없다고 하잖아요. 배 비서한테 물어보니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542화

    노승아를 보는 온지유의 눈빛은 아주 싸늘했다. 꼭 전쟁을 선포하는 것 같은 눈빛이었다.그녀에게 절대 그녀를 가만두지 않을 거라고 말하는 것 같기도 했다.게다가 노승아는 처음 보는 그녀의 눈빛이었다.온지유의 눈빛만으로도 노승아는 극심한 압박감을 느꼈다.온지유는 더는 노승아의 체면을 살려주고 싶지 않았다.“노승아 씨, 이현 씨 상태도 보고 여기서 난동도 피웠으니 이제 그만 돌아가세요. 내 남편이 언제 깨어나든 전부 노승아 씨와 상관없는 일이니까요!”노승아는 바로 거부했다.“온지유 씨, 그쪽이 뭔데 나한테 그런 말을 하는 거죠? 어차피 버려진 주제에!”“난 이현 씨 아내예요. 이현 씨는 자신의 목숨도 신경 쓰지 않고 날 구하기 위해 뛰어든 거니까 그쪽보다 내가 더 자격이 있지 않겠어요?!”온지유는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얼른 이 여자를 쫓아내세요!”“너...”노승아는 화가 치밀었다.하지만 제복을 입은 남자들은 온지유의 말을 더 따랐다. 그들도 여이현이 온지유를 구하기 위해 뛰어들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온지유가 여이현의 법적 아내였다.“노승아 씨, 이만 가주셔야겠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저희는 강제로 노승아 씨를 쫓아낼 겁니다.”노승아는 자신의 앞으로 다가온 몇 명의 덩치 큰 남자들을 보았다. 저마다 제복을 입고 있었고 몸에 근육도 많아 그녀가 절대 상대할 수 없는 사람들이었다.이내 독기 가득한 눈빛으로 온지유를 보며 말했다.“딱 기다려!”노승아는 결국 스스로 병실 앞을 떠나버렸다.“지유, 방금은 정말로 멋있어. 노승아 표정 봤어? 아주 새파랗게 질려버렸더라.”백지희는 너무도 기뻤다. 노승아가 파랗게 질린 채 도망가는 모습을 처음 보았기 때문이다.예전의 노승아는 여진숙을 믿고 계속 억울한 척 연기했었다.그랬기에 그녀도 어찌할 수가 없었지만 온지유는 이번에 굳게 마음을 먹은 것 같았다.“이건 시작일 뿐이야.”온지유는 떠나가는 노승아의 뒷모습을 보았다.“난 이번 납치 사건에 노승아가 아무런 연관이 없다고 생각되지 않아. 여길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543화

    시간이 지나도 온지유가 나오지 않자 정미리가 서재로 들어갔다.“지유야, 뭐 하는 거니?”정미리는 문턱에 서서 열심히 뭔가를 찾고 있는 온지유를 보며 물었다.온지유는 고개를 들었다.“엄마, 아빠가 신문지를 수집하시는 거 좋아하셨잖아요. 그런데 왜 하나도 없는 거예요?”온경준은 신문을 모으는 취미가 있었다.처음 신문을 산 뒤로 지금까지 계속 신문을 사서 정해진 상자에 넣어두었다.이미 시간별로 정리도 되었을 거고 그녀의 눈에도 보여야 했지만 찾지 못했다.그녀의 말에 정미리의 안색이 변했다. 하지만 온지유에게 자신의 감정을 들키지 않기 위해 웃으며 다가갔다.“어떤 신문? 내가 같이 찾아줄게.”온지유는 그제야 말해주었다.“그냥 중학교 때 신문을 찾고 있었어요. 분명 있을 것 같은데...”그녀의 말에 정미리는 더욱 긴장해졌다.“중학교 때 언제? 중학교는 3년 다녔잖아. 구체적으로 몇 학년 때 신문을 찾는 거야?”“중학교 때 제가 납치당하지 않았어요?”온지유는 태연하게 말했다.“그런 일은 큰 사건이니 분명 신문에 실렸겠죠?”정미리의 안색이 변했다.“그건 왜 찾는데?”온지유는 이내 멈칫하며 고개를 들어 정미리를 보았다.“그냥 요즘 이상한 기분이 들어서요. 그래서 그때의 신문을 찾아보면 뭔가 알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찾는 거예요.”정미리는 바로 그녀의 손을 잡으며 말렸다.“찾지 마. 그런 아픈 기억을 떠올려서 뭐 하려고. 괜히 기분만 우울해지지 않겠니? 그리고 네 아빠는 매번 신문을 사 오지 않는단다. 그래서 전부 있는 건 아니야. 네가 찾지 못했다는 건, 그럼 없다는 소리야.”온지유는 다시 한번 확인했다.“정말로 없는 거예요?”정미리가 답했다.“없어. 너야말로 나한테 말해 봐. 대체 뭐가 떠올라서 이러는 건데?”온지유는 서재를 전부 뒤져보았지만, 그때 그 시절의 신문지를 찾아내지 못했다.그렇다는 건 정말로 없다는 소리였다.그녀도 더는 힘을 낭비할 필요 없었다.“별건 아녜요. 그냥 악몽을 꿨을 뿐이에요.”온지유가 말했다

Latest chapter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2032화

    하지만 감동보다는 오히려 속이 울렁거렸다. 속이 울렁거리는 느낌에 문지원은 당장 얼굴이 일그러지며 화장실로 달려갔다. 지석훈도 뒤따라 들어오며 물었다.“속이 안 좋아?”“그렇진 않은 것 같아요. 요즘 세 끼 식사도 꽤 규칙적으로 하고 날것 이거나 차갑거나 매운 음식도 먹지 않았는데...”문지원은 배를 움켜쥐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다 문득 한 가지 가능성이 떠올랐다.지석훈도 그녀와 같은 생각을 한 듯 방으로 가서 임신 테스트기를 가져왔다.문지원은 놀라며 물었다.“언제 산 거예요?”지석훈은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만일의 사태에 대비해서.”문지원은 아무 말이 없었다.5분 후, 그녀는 복잡한 얼굴로 다시 나왔다. 한 손은 여전히 배 위에 올려져 있었고 눈에는 믿을 수 없다는 기색이 역력했다.정말 임신한 것이다!그녀와 지석훈이 결혼한 지 겨우 3개월밖에 안 되었는데 이렇게 빨리 임신하다니.지석훈은 오히려 태연해 보였다. 하지만 입가에 감출 수 없는 미소를 보면 그 역시 겉모습처럼 평온하지 않고 흥분을 억누르고 있는 게 분명했다.“정말 임신한 거예요?”문지원은 아직 믿기지 않는 듯 물었다. 왜냐하면, 그녀는 이번 달 초에 생리가 끝났기 때문이다.“아마 생리가 끝난 후 며칠 사이일 거야.”지석훈의 목소리는 문지원에게 그날의 기억을 떠올리게 했다. 당시의 기억을 떠올리니 그녀의 귀는 뜨겁게 달아올랐다. 결국, 그녀는 병원에 가보기로 했다. 임신 테스트기는 가끔 틀릴 수도 있으니 이런 일은 직접 검사를 받아보고 확인해야 마음을 놓을 수 있을 것이다.그리고 그녀는 손에 든 검사지를 보고 완전히 할 말을 잃었다.의사는 마침 지석훈과 알고 지내던 사람이었다.“축하합니다, 지 원장님. 부인께서 임신 2주 차입니다.”“감사합니다.”지석훈은 침착하게 그녀를 부축하며 밖으로 나갔다.병원 진료실을 막 나오자마자 지석훈은 문지원을 품에 안았다.“너무 좋아. 우리 아이가 생겼어.”문지원은 남자가 미세하게 떨리는 모습을 보며 멍하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2031화

    물론 손에 있는 일을 무턱대고 모두 남에게 맡기는 것은 너무 과한 부담을 주는 일이다.문지원은 비서를 사무실로 불렀다.“올해 25살이죠?”비서는 잠시 멍한 표정을 지었다.그녀의 나이는 모두가 다 아는데 문지원 회장이 갑자기 이 얘기를 꺼낸다는 것은 혹시 소개팅을 시켜주려는 건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비서는 고마웠지만 거절하며 말했다.“문 사장님, 저는 아직 젊어서 당장은 결혼할 생각이 없습니다.”“전 당신더러 결혼하라고 하는게 아니에요.”문지원은 펜으로 탁자를 두드리며 말했다.“그냥 평소에 잡다한 일들을 맡기고 싶어서요. 확인이 필요한 문서들은 평소에 굳이 내게 제출하지 않아도 돼요.”비서는 그 뜻을 이해했다.이건 곧 그녀에게 승진과 급여 인상을 주려는 것이다. 문지원이 그녀의 의견을 확인한 후 급여를 조금 올려줬고 비서에게 몇 명의 적합한 인재를 추가로 모집해서 예비 인력으로 두라고 지시했다.“평소에 내가 처리하지 못한 일들을 대신 처리해주고 만약 문제가 생기면 그때마다 보고하면 돼요.”비서는 한숨을 쉬며 안도의 표정을 지었다. 그녀 혼자서 이렇게 많은 일을 하지 않아도 되어 다행이었다.일정이 정리되자 문지원은 업무에서 상당 부분 해방되었다.예전에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바쁘게 일하다 보면 퇴근 시간이 되어도 일이 끝나지 않고 긴급 통지가 오면 또 회의를 위해 야근을 해야 했다.이제는 오후 4시 반쯤이면 일을 마치고 퇴근할 수 있게 된 것이다.비서가 몇 명을 더 찾아서 양성해 두었기에 업무가 적절히 분배되어 모두 바빠 죽을 정도가 아니라 적당히 딱 맞는 분량을 처리할 수 있었다.그 덕에 문지원은 지석훈과 함께 결혼 후의 삶을 더욱 즐길 수 있게 되었다.지석훈도 이에 매우 만족해했다.“널 주려고 선물을 챙겨왔어. 들어가서 한번 봐.”그가 집 문 앞에 다가서더니 걸음을 멈췄다.문지원은 열쇠로 문을 열고 들어가 보니 안은 어두컴컴했다.“뭐 숨겨놨어요? 아직 불도 켜지 않았네요, 수상하게.”탁! 하며 불이 켜지자 거실의 모든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2030화

    문지원은 이 주제가 다소 위험하다고 느꼈다. 비록 그녀의 아버지가 그녀에게 물어본 적은 없지만 그렇다고 자신과 배석훈이 결혼한 후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에 대해 말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했다. 돼지고기를 먹어보지 않았다고 해도 돼지가 뛰어다니 것을 본 적은 있을 것이다. 문지원은 그러면서도 반쯤 빚어놓은 만두를 내려놓으며 말했다. “저, 화장실 좀 다녀올게요.”이에 지석훈의 어머니가 그녀의 손을 잡았다. “너희들도 이제 나이가 들었으니 아이를 가져야지. 평소에 좀 더 노력해야 한단다.”문지원은 잔소리를 듣고 나서 나오니 기운이 다 빠져있었다.시어머니는 문지원에게 정말 잘해주었다. 거의 마음을 쏟아붓는 수준이었다. 비록 문지원의 집안 사정이 좋은 것을 알면서도 혼수 때 오랜 세월 모은 돈으로 집 한 채를 사서 선물해 주었다. 사실 지석훈도 자기 집이 있었지만, 시어머니는 선물하고 싶다고 하셨다. “너희 집도 너희의 것이지만, 이건 내가 어른으로서 선물하는 거란다.”게다가 그 집에는 문지원의 이름도 함께 올려져 있었다.그래서 시어머니의 출산 독촉에도 문지원은 어쩔 수 없이 버텨야만 했다. 다행히도 시어머니는 어린 이들에게 엄격하게 구는 편은 아니었다. 만두를 빚을 때 한 번 그런 말을 했고 또 떠나면서도 지석훈을 불러 몇 마디 잔소리했다. 문지원은 그 모자간의 대화를 듣지 못했다.돌아가는 길에 문지원은 약간 궁금해져 지석훈에게 물었다.“나갈 때 어머니께서 뭐라고 하셨어요?”“정말 알고 싶어?”“네.”그러자 지석훈은 문지원의 머리를 숙이게 한 후 그녀의 흩어진 머리칼을 살며시 넘겨주며 귀 옆에서 낮게 속삭였다.“우리 아이를 빨리 낳으라고 하셨어.”남자의 낮고 진한 목소리는 얼굴을 붉히고 심장을 뛰게 만드는 약보다도 중독성이 강해 문지원의 귀가 금세 붉어지고 말았다.저녁이 되자 지석훈은 몸소 행동으로 보여주기 시작했다. 한 손으로 문지원의 머리를 받치고 이마를 맞대며 낮은 숨소리를 내쉬었다. 문지원은 마치 파도 속에 잠긴 것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2029화

    그 눈빛 속에서 조용히 터져 나오는 그 소유욕. 마치 옛 시대의 군벌과 그의 부인 같았다. 그리고 사진작가는 우연히 그 장면을 목격한 운 없는 사람이 되어 몰래 촬영을 하고 있었다. 사진작가는 자신의 상상에 자극받아 목소리가 떨렸다.“지석훈 씨, 고개를 들어 카메라를 봐주세요.”지석훈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사진작가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사진작가는 재빨리 셔터를 눌렀다. 그 후에도 그들은 여러 세트의 사진을 찍었고 찍은 사진들은 모두 문지원에게 하나하나 보여주었다. 문지원은 모든 사진에 다 만족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마음에 든 것은 민국 시대 주제의 사진이었다.“대략 며칠 안에 나오나요?” 그녀가 물었다.사진작가는 답했다.“빠르면 이삼 일정도 걸릴 겁니다. 그때 완성된 사진들을 택배로 보내드리겠습니다. 그런데 제가 개인적인 부탁이 하나 있는데 혹시 두 분께서 응해주실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바로 아까 찍은 사진 중 몇 장이 제가 개인적으로 아주 마음에 들어서 사진관 벽에 걸어두고 싶습니다.”문지원은 사진관에 들어올 때 봤던 사진 벽이 생각났다.“그 벽에 걸어두시겠다는 건가요?”“네.”사진작가는 그 벽은 사진관의 특별한 기념 및 홍보 방법의 하나라고 설명했다. 잘 나온 사진들은 사진 주인에게 동의를 구한 뒤 동의하면 벽에 전시한다고 한다..문지원은 옆에 있던 지석훈을 바라봤다. “저는 괜찮은데, 당신은요?” 지석훈도 아무 문제 없다고 했다.“마음대로 하도록 해.”며칠 후 문지원은 사진작가가 보내온 사진을 받아 소중히 간직했다. 하지만 그녀는 몰랐다. 그 사진관 벽에 전시된 사진들이 곧 사람들의 눈에 띄어 사진이 찍혀 인터넷에 올라간 것이다.잘생긴 남성과 아름다운 여인의 조합과 최상의 촬영 기술 덕분에 순식간에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었다.네티즌들은 저마다 아아 소리를 냈고 많은 사람이 댓글을 달았다. “마치 옛 시대의 군벌 부인 같다.”“완전 대박이다.”“3분 안에 그들의 모든 정보를 알고 싶다.” 하지만 이 모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2028화

    문지원은 약간 마음이 움직였다.하지만 웨딩 촬영은 이미 여러 번 한 적이 있었다. 그때 섬에서 몇 세트 찍었고 그 후 결혼식 현장에서 또 몇 세트 찍어 셀 수 없을 정도였다.게다가 이번 촬영은 개인 예약으로 진행되었는데 이 사진관이 꽤 유명하다고 들었다.물론 사진관 이름에 걸맞게 예약은 거의 하늘의 별 따기라고 한다..이 정도면 지석훈이 얼마나 큰 노력을 들여 예약을 잡았는지 알 수 있었다. 단순히 웨딩사진만 찍는 데 사용하기에는 너무 아까웠다.하지만 문지원 역시 이런 곳에 한 번도 와본 적이 없었기에 무엇을 찍어야 할지 몰랐다.“한번 보세요. 이건 저희가 예전부터 선보였던 스타일들이에요.”사진작가는 친절하게 앨범 한 권을 꺼내 보였다.앨범에는 이전 고객들이 이곳에서 찍은 사진들이 담겨 있었는데 정말 다양한 스타일이 있었고 모두 아름다웠다.이 사진관이 만들어낸 결과물은 정말 최고였다.문지원은 그중에서도 민국 시대 주제의 사진이 눈에 들어왔다.“이렇게 찍을 수 있을까요?”사진작가는 그녀가 가리키는 사진을 한 번 살펴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네, 됩니다. 먼저 메이크업하고 옷을 갈아입으세요. 직원들이 촬영 스튜디오를 설치할게요.”옷은 사진관에서 준비한 것으로 하고 지석훈의 요구에 따라 전부 새 옷이었다.사실 문지원은 소품용 옷을 입는 것에 크게 개의치 않았다. 어쨌든 한 번 입었다가 나중에 벗으면 되는 거고 몸에 달라붙지 않아서 안에 옷을 받쳐 입을 수도 있었다.하지만 지석훈은 직업병이 발동했고 그런 건 용납할 수 없었다.결국, 문지원은 어쩔 수 없이 그의 의견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급히 새 옷을 가져와야 했기 때문에 원래 걸리던 시간에서 15분이 더 추가되었고 메이크업 등 기타 과정도 진행해야 했다.문지원이 모든 준비를 마치고 나왔을 때는 이미 2시간이 지난 후였다.그러나 결과는 확실했다.곧은 치파오가 그녀의 아름다운 몸매를 감쌌고 문지원은 옷자락을 살짝 들어 올렸다. 마치 지난 옛 시대의 그림 속에서 걸어 나온 듯한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2027화

    결혼 후 문지원은 휴가를 내서 신혼여행을 갈까 고민해 본 적이 있었다.하지만 요즘 지석훈이 거의 계속 병원에 머무르며 집에 돌아오지 않는 것을 떠올리며 본의 아니게 한숨이 나왔다. 비록 이미 익숙해졌긴 했지만 실망을 감추기는 어려웠다.비서도 그녀에게 물었다.“문 사장님, 신혼여행 가고 싶지 않으세요? 제 동창 중 한 명이 며칠 전에 결혼했는데 요즘 여기저기서 신혼여행 정보를 알아보며 준비 중이에요. 신혼여행이 없는 결혼은 반은 실패한 거랑 마찬가지라고 하더라고요.”그 말을 들은 문지원은 손에 들고 있던 서류를 제대로 볼 생각조차 들지 않았고 비서는 무언가를 눈치챈 듯했다.“그렇지 않으면... 문 사장님, 지 의사님이 일하시는 곳에 한 번 가보시는 건 어떠세요?”그녀가 머뭇거리며 물었다. 어쨌든 문지원은 요즘 정신이 산만하여 업무에 집중할 기색도 없었다.문지원은 비서의 시선 속에서 정신을 차렸다. 요 며칠 동안 집에 돌아와도 지석훈을 보지 못해 한참 혼란스러워했던 자신을 깨달으며 약간 부끄러워졌다.“그건 나중에 얘기하고 기획서 한 부 복사해 가져다주세요.”점심 무렵, 문지원은 막 일을 끝내고 밥 먹으러 가려던 찰나, 핸드폰에 지석훈의 메시지가 떴다. 같이 밥을 먹자는 메시지에 문지원은 미소를 지었다. 멀리서 이 장면을 본 직원들은 서로 눈빛을 교환하며 웃음을 터뜨렸다.문지원은 재빨리 열쇠를 챙기고 회사를 떠났다. 지석훈은 그녀를 새로 오픈한 가게로 데려갔다.식사를 마친 후 문지원은 지석훈을 바라보며 머뭇거리다가 물었다.“병원에 다시 돌아갈 거예요?”“응?”지석훈은 눈썹을 치켜들며 고의적으로 물었다. “내가 돌아가길 바라는 거야?”그 말을 들은 문지원은 순간 당황했다. 사실 그녀는 지석훈이 자신과 좀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주길 바랐는데 이제 막 결혼한 신혼부부임에도 불구하고 각자 업무에만 매달려 밤에야 겨우 함께 잠자리에 들 수 있는 상황이었다.하지만 수줍음이 많은 그녀는 그 마음을 솔직하게 털어놓지 못했다.지석훈은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2026화

    예전에는 이런 일이 있을 때면 지석훈은 항상 선을 지켰지만 오늘 밤엔 조금 달랐다. 그는 그녀를 침실에서 욕실로 다시 침대로 옮겨가며 몸 곳곳에 뜨거운 입맞춤을 했다.다음 날 아침에 일어났을 때도 문지원은 여전히 몸속 깊이 스며든 감각이 남아 있는 것만 같았다.그리고 그녀는 예상대로 휴가를 냈고 이틀이 지나서야 회사에 다시 나왔다.회사 사람들은 이미 예상이라도 한 듯 문지원이 출근하자 하나같이 말했다.“문 사장님, 결혼 축하드려요.’문지원은 무려 사흘이나 결근했지만 다들 그 사흘 동안 무얼 했는지는 굳이 말 안 해도 짐작이 갔다.분명 부부 생활이 아주 좋았겠지, 아니었으면 일까지 내팽개치고 안 나왔을 리가 없다.문지원은 직원들의 부담스러운 시선에 얼굴을 들 수도 없어 그저 아무렇지 않은 척할 수밖에 없었다.그래도 지난번에 당한 적이 있었던 터라 문지원은 이제 출근 전에 거울 앞에서 꼼꼼히 점검했다.몸에 키스 자국이 드러나지 않는 걸 확인하고 나서야 안심하고 회사를 향했다.그렇지 않았다면 그 흔적들을 들켰을 경우 정말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문지원이 예상치 못했던 건 며칠 지나지 않아 결혼을 축하하는 선물이 회사로 배달됐다는 것이다.문지원은 처음에 여울이 보낸 거라고 생각했지만, 물어보니 아니었다.택배 상자의 외관을 살펴봐도 발신자가 적혀 있지 않아 더욱 수상했다.“이거 가져온 사람이 누가 보낸 건지 말했어요?”문지원이 로비 직원에게 물었다.로비 직원은 고개를 저었다. “아뇨, 그냥 두고 바로 가버렸어요.”문지원은 뭔가 직감적으로 찜찜한 마음이 들어 그 택배를 챙겼고 사무실에 들어와서야 상자를 열었다.그 안에는 브로치 하나와 축하 카드 한 장이 들어 있었다.문지원은 축하 카드를 집어 들어보니 카드 위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결혼 축하해요.”글씨체는 아주 정갈하고 예뻐 여성의 필체 같았다.그녀는 곧바로 짐작이 갔다.문지원은 그 브로치를 지석훈에게 보여주자 그는 눈빛이 살짝 흔들렸지만 아무 말 없이 브로치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2025화

    여울은 아직 최주하를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최주하도 쉽게 포기할 생각이 없었다.문지원이 알기로 여울은 마음이 여린 사람이었고 결국 받아들이게 되는 건 시간문제일지도 몰랐다.그녀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친구 일에 깊이 관여하는 것도 괜히 어색하고 조심스러웠다.게다가 얼마 전 지석훈이 슬쩍 귀띔하듯 말했다.“며칠 전에 여울 씨가 병원에 재검진받으러 왔는데 주하가 데리고 왔었어.”그 말을 듣고 문지원은 혀를 끌끌 찼다.평소에 말도 없고 조용하던 여울이 은근히 비밀 많은 타입이었던 모양이었다.그렇게 시간은 순식간에 흘러 어느덧 다음 달 중순이 되었다.지석훈은 아예 와인 농장을 통째로 빌려 며칠에 걸쳐 그곳을 자신이 원하는 모습으로 꾸며놓았다.결혼식을 올릴 장소는 바로 거기였다.그 와인 농장은 웬만한 호텔 못지않게 컸고 내부에는 수년간 숙성된 고급 와인들이 그대로 보관되어 있었고 결혼식 날 손님들이 오면 바로 꺼내어 대접할 수 있을 정도였다.그들은 결혼 소식을 널리 알리진 않았다.이건 문지원이 원한 방식이었다.그녀는 온 세상에 떠들썩하게 알리는 그런 결혼식보다는 가까운 가족과 친구들만 초대해서 조용히 축하받는 걸 선호했다.행복은 굳이 남들에게 증명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니까.그런데 결혼식이 한창일 때 지석훈이 무대 위에서 다시 한번 프러포즈했다.해변에서 했던 프러포즈보다 훨씬 더 진지하고 진중한 분위기였다.“하고 싶은 말이 정말 많지만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어서... 예전엔 내가 사랑인 줄도 모르고 놓쳐버렸던 순간이 많아. 이제는 더 이상 놓치고 싶지 않아. 이렇게 내 곁에 있어 줘서 고마워. 앞으로 남은 인생... 너랑 함께할 수 있어서 정말 행복해.”그의 말이 끝나자 하객들 사이에서 박수 소리가 터져 나왔다.문지원은 무대 위에서 입을 손으로 가리고 눈물을 흘렸다.식이 끝날 무렵, 문지원은 멀리서 검은색 카이엔 SUV가 그녀의 친구 여울을 데리러 오는 걸 보았다.차창이 천천히 내려가자 예상대로 그 안에 앉아 있는 사람은 최주하였다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2024화

    문지원은 문득 자신이 계획에 철저히 걸려들었다는 생각에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처음부터 계획한 거죠?”“응.”지석훈은 미소 지으며 그녀의 입술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사실, 그는 그녀를 향한 마음을 오래전부터 숨겨온 것이었다....해변에서의 프러포즈 이후 문지원에게 찾아온 가장 큰 변화는 손가락에 반짝이는 반지가 생겼다는 점이었다.이 반지는 지석훈이 특별히 맞춤 제작한 것이었다. 그녀는 우연히 그의 휴대폰을 보다가 두 달 전에 이미 주문이 들어가 있었다는 구매 기록을 발견하고는 깜짝 놀랐다. 그렇게 오래전부터 준비해 왔다니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다.두 사람의 결혼 소식을 접한 지석훈의 부모님은 곧바로 혼인신고부터 하라고 재촉하기 시작했다. 어느 날 문지원은 우연히 지석훈의 어머니가 그를 붙잡고 타이르는 말을 듣게 되었다.“네 아빠랑 난 애초에 너한테 기대도 안 했어. 하루가 멀다고 병원에서 살다시피 하니 너 같은 애한테 누가 시집오겠나 싶었거든. 그런데 다행히 네가 능력 있어서 지원이 같은 좋은 아이를 데려왔으니 얼른 확실히 붙잡아야지. 빨리 혼인신고부터 해. 나중에 그 아이가 너 버리고 떠나버리면 그땐 어디 가서 울어도 소용없어!”문지원은 그 대화에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몰랐다.그런데 신기한 건 지석훈이 워낙 점잖고 진지한 사람이어서 집안 분위기도 매우 조용할 줄 알았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점이었다. 아버지는 이미 퇴직해 한가로운 성격으로 매일 독서나 산책을 즐기는 조용한 스타일이었다. 어머니는 젊었을 때는 커리어 우먼이었고 호탕한 성격으로 남편에게 엄격하면서도 친화력이 강한 사람이었다.두 분 모두 차분한 듯하면서도 내면에 장난기를 숨기고 있는 아들을 낳을 것 같진 않았는데 이게 바로 유전자의 신비인가 싶었다.하지만 어머니가 그렇게 그녀를 좋아해 주는 모습에 문지원도 안심했다. 확실히 시부모님의 사랑을 받고 있다는 증거였다.한편 문지원의 아버지는 지석훈과 따로 대화를 나눈 이후부터 정확히 무슨 얘기를 했는지는 몰라도 그에 대한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