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지유는 여이현의 옷자락을 꽉 잡았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확인할 용기조차 없어서 머리는 푹 숙였다.귓가에는 여이현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나직하게 들려왔다.“괜찮아. 곧 괜찮아질 거야.”용기를 북돋아 주는 말이었다.“이현 씨...”“대장님!”군인들이 달려왔다.그들은 여이현이 있는 곳으로 올 수 없었다. 그래서 되는 대로 도움을 줄 수밖에 없었다. 여이현의 상황이 어떤지는 그들도 몰랐다.드디어 한데 모인 다음 자신부터 걱정하는 군인들에게 여이현이 말했다.“빨리 떠나자!”이곳에 오래 남아 있으면 안 됐다.흉터남 일행도 같은 생각이었다. 대치가 길어지면 서로 손해였다. 지금으로서는 빠른 철퇴가 답이었다.흉터남의 차는 먼지를 일며 멀어져 갔다. 여이현 등도 차에 올라탔다.군대 차량에 앉아서도 온지유는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너무 많은 일이 일어났다. 생각할 시간도 없었다. 그녀는 막연한 표정으로 여이현의 옷자락을 잡은 채 물었다.“이현 씨 정말 괜찮아요? 다치지 않았어요?”여이현은 곧게 앉아서 온지유의 손을 잡았다.“괜찮아.”온지유는 여이현의 얼굴을 바라봤다. 어쩐지 약간 창백한 것 같았다. 말이 짧아진 것 역시 의심스러웠다.그녀가 생각하는 사이 손은 서서히 축축해졌고 선명한 피비린내도 나기 시작했다. 그녀는 손을 벌벌 떨었다. 예상 가는 결과가 있었지만 감히 생각하지 못했다.걱정이 현실이 되었다.여이현의 옷자락을 잡고 있던 손을 놓아보자 피로 흥건해진 것을 볼 수 있었다. 이토록 많은 피를 보는 건 태어나서 처음이었다. 여이현은 지금껏 참고 있었던 것이다.넋을 잃은 온지유는 아무 말도 못 했다. 그저 여이현의 몸에서 상처를 찾을 뿐이었다. 그녀는 결국 왼쪽 가슴에서 총상을 발견했다. 피는 눈에 보일 정도의 속도로 흘러나오고 있었다.“이렇게 됐으면서 뭐가 괜찮아요!”온지유는 그의 가슴을 꾹 눌러서 지혈하며 말했다.“이현 씨 총 맞았어요! 총 맞았다고요!”여이현은 그녀가 걱정하는 것이 싫었다. 그래서 줄곧 아무렇지도 않은
“아니, 그러지 않을 거야.”여이현은 숨을 몰아쉬면서 극심한 통증에 미간을 찌푸렸다.“난 안 죽어. 내가 죽으면 누가 널 지켜줘. 그러니까 난 절대 안 죽어.”그의 말을 들은 온지유는 더 눈물이 났다.여이현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그녀를 보면서 손바닥으로 그녀의 등을 토닥여 주었다.사실 그도 두려웠다. 죽게 될까 봐, 그녀가 혼자 남겨질까 봐.그리고 석이라는 인간이 그녀를 빼앗아 갈까 봐, 자신이 석이라면서 나타난 사람이 그녀를 속여 데리고 갈까 봐 두렵기도 했다.그녀가 무슨 일을 당할까 봐, 행여나 정말로 그 사람을 좋아하게 될까 봐 마음을 졸였다.그의 배포는 사실 크지 않았다. 이런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고 누군가에게 말한다면 아마 다들 그를 비웃을 것이다.여이현은 입꼬리를 올리며 씁쓸하게 웃었다.온지유는 눈물을 닦았지만, 감정 조절이 되지 않았다. 지금은 울 때가 아닌데도 말이다.그녀는 빨개진 눈으로 그를 보면서 말했다.“그 약속 꼭 지켜요. 믿고 있을 테니까요.”그녀가 해줄 수 있는 말은 이 말뿐이었다.여이현의 두 눈동자는 그녀에게 고정되었다. 미소를 짓긴 했지만, 이번엔 씁쓸함이 묻어나는 미소가 아니었다. 단호한 그녀의 눈빛에 오히려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그는 그제야 마음이 놓여 눈을 감을 수 있을 것 같았다.여이현은 눈을 뜨는 것조차 힘들었지만 온지유를 위해 힘들게 눈을 뜨면서 말을 해왔다.10여 분이 지난 뒤.군용차가 질서 있게 병원으로 도착했다.병원의 간호사들은 군용차를 보자마자 심상치 않은 일이라는 것을 직감하곤 얼른 침대를 밀며 나왔다.부대 사람들은 여이현을 들어 차에서 내리곤 침대에 고이 눕혔다.간호사는 얼른 산소 호흡기를 여이현에게 씌웠다.온지유는 차에서 내린 후 거의 달리다시피 여이현에게 다가가 얼른 손을 잡았다.여이현의 안색이 점차 창백해지는 모습에 그녀는 이성을 잃었다. 행여나 여이현이 죽을까 봐 두려웠다.“이현 씨, 약속 지켜야죠. 버텨내요. 전 이현 씨가 저랑 한 약속 무조건 지킬 거라고 믿어
백지희는 미간을 찌푸리며 엄숙하게 말했다.“너, 충격받아서 머리가 어떻게 된 거냐? 네 몸 하나 지킬 수 능력이 있었으면 달라지지 않았을 거냐고? 여자와 남자의 체급 차이를 네가 어떻게 비교하는데. 네가 뭐 마법이라도 쓸 수 있을 것 같아? 현실적으로 좀 생각해. 넌 영화 속에 나오는 히어로가 아니야. 그냥 평범한 사람이라고. 심지어 임신까지 했는데 뭘 자꾸 그렇게 땅을 파고 있는 거야? 범인은 아직도 잡히지 않았어. 그런데 지금 자책한다고? 자책해봤자 뭐가 달라지는데?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잖아!”온지유는 자신이 너무 나약한 것 같아 자책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의 목숨을 노리는 사람은 아주 많았다.그녀도 일일이 상대할 수 없을 뿐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피해도 주게 될 것이다.백지희의 말이 맞았다. 그녀가 아무리 슬퍼하고 자책해도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그녀는 백지희를 끌어안으며 백지희의 어깨에 기댔다.“무서워서 그래. 그냥 단순한 납치가 아닌 것 같았어. 그 사람들을 내가 상대할 수조차 없었다고.”트렁크에 갇히게 되었을 때 그녀는 이런 두려움을 느꼈었다.그때부터 이미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백지희의 한껏 구겨졌던 미간이 풀어지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온지유를 달랬다.“무서워할 것 없어. 내가 네 옆에 있잖아. 함께 그 사람들을 상대하면 분명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거야.”온지유도 어떻게든 내면에서 느끼는 공포에서 벗어나 보려고 애를 썼다. 아무리 나약하다고 해도 언젠가 그 상황을 맞이해야 할 것이었다. 게다가 빨간 머리 여자는 그녀와 갈등이 있었던 것 같았다.어렴풋이 그런 생각이 들었다.다리 위에서 했던 말은 그저 아무 생각 없이 한 말일 뿐 아무것도 의미하지 않았다.다만 트렁크에 갇히게 되었을 때 어둡고 좁은 공간에 그녀는 저도 모르게 엄청난 공포를 느끼게 되었다.홍혜주를 본 순간 그저 직감적으로 말을 한 것이다.하지만 홍혜주의 표정과 내뱉은 말을 떠올려 보면 한번 경험한 적이 있었던 게 분명했다.온지유는 이해가
홍혜주를 벌하고 있는 흉터남은 차를 마시고 있었다. 그는 홍혜주의 상태에도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그저 홍혜주가 쓰러지자 그제야 찻잔을 내려놓으며 사나운 눈빛으로 홍혜주를 보며 말했다.“일부러 그 여자를 놓아준 거지?”홍혜주는 바닥에 엎드려 있었지만 두 눈은 똑바로 뜨고 있었다. 최대한 힘을 내어 앞으로 기어가 흉터남의 곁으로 왔다.“아녜요...”흉터남이 말했다.“분명 그 여자를 던지라고 했을 텐데 넌 망설였지. 그때부터 난 널 믿지 않았어.”홍혜주의 안색이 창백했다. 다소 비참한 모습으로 있는 힘껏 흉터남의 바지를 잡았다.“그 여자가 제 손을 꽉 잡은 거예요. 저도 손을 놓으려고 했어요. 제발 이번 한 번만 봐주세요. 다음번엔 절대 실수하지 않을게요!”흉터남은 매정하게 그녀를 퍽 차버렸다.홍혜주는 신음 소리를 두어 번 내더니 입안에 퍼지는 짙은 피비린내에 역겨움이 올라오면서 토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지금 그녀는 살아남는 것이 제일 중요했다.“그래도 일을 완전히 망친 건 아니잖아요. 목표는 그 남자 아니었어요? 총을 맞았으니 살아남기는 힘들 거예요. 그러니 저한테도 공이 있는 거죠.”그 말을 들은 흉터남은 그녀의 앞으로 다가오더니 홍혜주의 턱을 꽉 잡으며 싸늘하게 말했다.“너희들 목숨은 어차피 내 것이었어. 내가 너희들을 키워주지 않았더라면 너희는 이미 죽었을 거라고.”홍혜주는 주먹을 꽉 움켜쥐며 힘이 빠진 눈빛으로 그를 보았다.“저도 알고 있어요. 제 양부시잖아요.”그들은 전부 흉터남이 키웠다.하지만 흉터남에게 경외와 두려움만 느낄 뿐 가족애 같은 건 존재하지 않았다.흉터남에게 그들은 그저 돈벌이 수단이었다.이 점을 그들도 잘 알고 있었다.만약 무슨 일이 생긴다면 그들은 흉터남의 희생양이 될 것이다.그럼에도 그들에겐 반항할 힘조차 없었다.두 손에 피를 묻힌 그 순간부터 그들의 삶은 하수구에 박혀 사는 쥐보다 못했고 어두운 구석에 숨어지는 수밖에 없었다.그들도 따스한 햇빛 아래서 당당하게 살고 싶었지만, 기회
흉터남은 인명진의 두 눈을 빤히 보았다. 화가 어느 정도 사그라든 그는 눈을 가늘게 접었다.“그건 네 하기에 달렸지.”그러자 홍혜주의 안색이 창백해졌다.“인명진은 아무것도 몰라요. 이번 계획도 전혀 모르고 있었다고요. 그러니 인명진만은 한 번만 봐주세요.”흉터남은 인명진의 손을 보면서 잡으려고 했지만, 인명진은 손을 뒤로 치우면서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저녁에 한잔하시죠.”분노가 싹 가신 흉터남은 웃으며 답했다.“그래, 기다리고 있으마.”말을 마친 뒤 그는 홍혜주를 놓아주었고 부하들을 데리고 떠나버렸다.홍혜주는 바닥을 기었다. 아무리 몸에 상처가 많다고 해도 통증을 참으며 기어가 격앙된 목소리로 말했다.“미쳤어? 저 인간 쓰레기가 변태인 거 몰라? 방금 네가 한 말은 죽음을 자초하는 말이었다고!”이곳엔 두 사람만 남아 있었다.인명진은 홍혜주를 보았다. 잊지 않고 멸균 물티슈를 꺼내 흉터남이 만졌던 손을 벅벅 닦았다.그의 눈빛엔 경멸의 감정이 가득 묻어나 있었다.흉터남을 증오하고 있었지만 벗어나는 건 불가능했다.“급할 건 없어.”인명진이 담담하게 말했다.“방금 네가 그랬잖아. 한잔하자고. 그런데 내가 어떻게 가만히 있어? 네가 그 남자 손아귀에서 상처 하나 없이 멀끔히 나올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해?”인명진은 다시 홍혜주에게 시선을 돌리며 되물었다.“넌 지금 생활이 마음에 들어?”홍혜주는 고개를 휙 돌렸다. 눈빛엔 고집이 가득했다.“난 괜찮아. 네가 걱정할 것 없어. 어쨌든 너보단 백 배 더 나으니까!”그들은 어둠 속에서 자랐기에 어둠 속에서 죽게 될 운명이었다.그렇다고 쉽게 굴복해서는 안 되었고 쉽게 자존심을 내려놔서도 안 되었다.인명진의 눈빛은 아주 평온했다. 모든 것에 질린 사람처럼 말이다. 그저 습관적으로 염주를 손에서 굴릴 뿐이다.“이런 생활도 곧 끝나게 될 거야.”홍혜주는 고개를 돌려 그를 보았다. 그의 입가엔 음험한 미소가 걸려 있었기에 더욱 수상했다.“뭘 하려고?”인명진은 자신이 자주 쓰던 메스를 꺼
인명진은 다정한 눈빛으로 그녀를 보며 부드러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하지만 그녀는 그의 눈빛에서 슬픔을 느껴냈다.왜인지 모르겠으나 그녀도 덩달아 슬펐다.전에 그에게 했던 심한 말이 떠올랐다. 어쩌면 그에게 상처를 남겼을지도 모른다.그녀는 순간 느꼈다. 인명진이 자신을 해치지 않을 것을 말이다.어쩌면 그에게 그녀가 모르는 고충이 있을 수도 있다.그녀는 묻고 싶었다. 그녀와 그가 생사를 함께 한 적이 있는지.횡단보도를 건너려 할 때야 그를 볼 수 있었다.빨간 불이었던지라 초록 불이 되기를 기다려야 했다.두 사람 사이로 차가 지나가고, 그녀는 인명진만 빤히 보았다. 어디 가지 않고 그녀가 갈 때까지 그곳에 있기를 바라면서.초록 불이 켜지자 온지유는 얼른 다가갔다.그러나 건너편으로 왔을 때 인명진은 사라지고 없었다. 길가엔 금방 딴 것 같은 딸기 바구니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온지유는 멍하니 그 바구니를 보았다.허리를 굽혀 딸기 바구니를 들고는 주위를 두리번거렸다.“인명진 씨!”그녀는 큰 목소리로 그를 불렀다.“어디 있는 거예요! 할 말이 있다고요! 왜 갑자기 저를 피하는 건데요!”그녀는 곧 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그는 그녀의 앞에서 사라졌다.심지어 그녀에게 딸기 한 바구니를 남긴 채 말이다.대체 무슨 의미일까?주위를 아무리 두리번거려도 그의 모습을 찾을 수 없었다. 꼭 세상에서 증발한 것처럼.“온지유!”디저트를 사고 온 백지희는 온지유가 없자 또 납치된 줄 알고 얼른 찾으러 나왔다. 그런데 온지유는 길 건너편에서 뭔가를 찾고 있는 듯한 모습이었다.“온지유, 거기 가만히 있어! 내가 갈 테니까!”온지유는 딸기 바구니가 꽤나 무겁게 느껴졌다.꼭 그녀를 향한 인명진의 마음이 담겨 있는 것 같았다.그녀에게 나쁜 마음을 품지 않았지만, 그녀를 보는 그의 눈빛은 아주 복잡해 보였다.어쩌면 두 사람은 예전에 사이가 좋았을 수도 있다.온지유는 다소 허탈했다. 마치 뭔가를 잊은 것처럼 허전하기도 했고 기운이 나지 않았
노승아는 이미 유리를 통해 여이현의 모습을 발견했다. 그녀의 눈에는 여이현이 곧 죽을 것 같았고 눈앞에 있는 남자의 팔을 꽉 잡았다.“어떻게 된 거예요? 많이 다친 거예요? 왜 이렇게 다친 건데요, 대체 언제 일어날 수 있다는 건데요!”“그건 아직 모릅니다.”제복을 남자가 말했다.“하지만 여기서 소리를 지르면 안 됩니다. 여이현 대장님께서 깨어나시는 걸 보고 싶으면 저기 가만히 앉아 기다려주시면 되겠습니다.”노승아는 마음이 급해진 나머지 눈가가 빨개졌다.“멀쩡하던 사람이 왜, 왜 중환자실에 누워있는 건데요!”노승아는 이성을 잃고 있었다.“설마 죽게 되는 건 아니겠죠?”그녀는 조금 무서웠다.백지희는 그런 그녀의 모습에 결국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노승아 씨, 뭘 그렇게 불안해하고 있어요. 여이현이 그쪽 남편도 아니잖아요. 그리고 여이현이 다쳤다는 건 어떻게 알고 왔어요? 설마 납치를 사주한 사람이 그쪽인 거예요?”그녀는 노승아를 의심했다.이곳에서 노승아를 발견한 순간부터 의심하고 있었다.여이현이 총에 맞은 뒤 병실에 누워있기까지 고작 몇 시간이 걸렸다.그동안 누구에게도 이 사실을 알려주지 않았다.그런데 노승아는 어떻게 알고 찾아온 것일까?납치범과 공범이라는 것 외엔 알 리가 없지 않은가.이 생각만 해도 이미 충분히 놀라웠다. 납치범과 노승아가 어떻게 아는 사이란 말인가.온지유는 평온한 얼굴로 다가갔다.노승아는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온지유를 보자마자 바로 모든 책임을 온지유에게 돌렸다.“다 그쪽 때문이죠? 이현 오빠가 그쪽을 구하려다가 다친 게 아니냐고요! 그쪽은 주변 사람마저 불행하게 만들어요. 남에게 피해만 준다고요. 지금도 그쪽은 이현 오빠에게 피해만 줄 뿐이에요!”노승아의 질책에도 온지유는 담담하게 따져 물었다.“이현 씨가 다쳤다는 건, 어떻게 알고 왔어요?”노승아의 표정이 굳어졌다. 어색한 모습으로 변명하기 시작했다.“내가 어떻게 몰라요? 이현 오빠 찾으러 갔는데 없다고 하잖아요. 배 비서한테 물어보니
노승아를 보는 온지유의 눈빛은 아주 싸늘했다. 꼭 전쟁을 선포하는 것 같은 눈빛이었다.그녀에게 절대 그녀를 가만두지 않을 거라고 말하는 것 같기도 했다.게다가 노승아는 처음 보는 그녀의 눈빛이었다.온지유의 눈빛만으로도 노승아는 극심한 압박감을 느꼈다.온지유는 더는 노승아의 체면을 살려주고 싶지 않았다.“노승아 씨, 이현 씨 상태도 보고 여기서 난동도 피웠으니 이제 그만 돌아가세요. 내 남편이 언제 깨어나든 전부 노승아 씨와 상관없는 일이니까요!”노승아는 바로 거부했다.“온지유 씨, 그쪽이 뭔데 나한테 그런 말을 하는 거죠? 어차피 버려진 주제에!”“난 이현 씨 아내예요. 이현 씨는 자신의 목숨도 신경 쓰지 않고 날 구하기 위해 뛰어든 거니까 그쪽보다 내가 더 자격이 있지 않겠어요?!”온지유는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얼른 이 여자를 쫓아내세요!”“너...”노승아는 화가 치밀었다.하지만 제복을 입은 남자들은 온지유의 말을 더 따랐다. 그들도 여이현이 온지유를 구하기 위해 뛰어들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온지유가 여이현의 법적 아내였다.“노승아 씨, 이만 가주셔야겠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저희는 강제로 노승아 씨를 쫓아낼 겁니다.”노승아는 자신의 앞으로 다가온 몇 명의 덩치 큰 남자들을 보았다. 저마다 제복을 입고 있었고 몸에 근육도 많아 그녀가 절대 상대할 수 없는 사람들이었다.이내 독기 가득한 눈빛으로 온지유를 보며 말했다.“딱 기다려!”노승아는 결국 스스로 병실 앞을 떠나버렸다.“지유, 방금은 정말로 멋있어. 노승아 표정 봤어? 아주 새파랗게 질려버렸더라.”백지희는 너무도 기뻤다. 노승아가 파랗게 질린 채 도망가는 모습을 처음 보았기 때문이다.예전의 노승아는 여진숙을 믿고 계속 억울한 척 연기했었다.그랬기에 그녀도 어찌할 수가 없었지만 온지유는 이번에 굳게 마음을 먹은 것 같았다.“이건 시작일 뿐이야.”온지유는 떠나가는 노승아의 뒷모습을 보았다.“난 이번 납치 사건에 노승아가 아무런 연관이 없다고 생각되지 않아. 여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