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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1화

그 말에 드디어 여이현은 표정을 굳혔다.

온지유의 말이 그의 가장 아픈 부분을 건드린 것이다.

"굳이 지금 그 얘기를 해야겠어?

여이현의 목소리가 차가워졌다.

"정확히 짚고 가는 게 서로가 덜 상처 받는 방법이에요."

여이현은 온지유를 응시했다. 겨우 이 모든 것을 잊으려 노력했는데, 온지유는 기어코 이 이야기를 다시 꺼냈다. 여이현이 말했다.

"아이는 지우면 될 거 아니야."

"그러고 싶지 않아요."

여이현은 입술을 꽉 깨물고 한 걸음 양보했다.

"생각할 시간을 줄게. 네가 결정을 내릴 때까지 난 기다릴 수 있어."

온지유는 고개를 들어 여이현을 바라보며 말했다.

"더 이상 시간이 없어요."

여이현이 다시 물었다.

"그러면 말해봐, 아이의 아빠는 누구야?"

"전에 말했잖아요, 석이라고요."

여이현은 주먹을 꽉 쥐었다. 이마에는 핏줄이 도드라졌다. 그의 목소리는 차갑게 가라앉았다.

"도대체 그 석이라는 남자가 누군데? 정말 그런 사람이 존재하긴 해?"

"물론이죠."

온지유는 여이현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석이는 내 마음속의 영웅이에요. 나를 구해준 영웅이요!"

여이현은 열이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 온지유의 입에서 수없이 들었던 그 이름, 하지만 아무리 찾아도 그 사람은 결코 존재하지 않았다. 여이현은 단호하게 말했다.

"만약 그 사람이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면? 석이가 가상의 인물이라면? 영원히 네 앞에 나타날 리 없다면? 너 혹시 누구한테 속아서 돈까지 주고 있는 건 아니야?"

이 말을 듣고 온지유는 순간 충격에 빠져 여이현을 쳐다보았다.

온지유의 상처 받은 눈빛을 마주한 여이현은 마음속에서 무언가가 흔들리는 것을 느꼈다. 가슴이 채찍질 당하는 것 같았다.

그녀의 꿈을 깨트리고 싶지 않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온지유에게 그렇게 소중한, 온지유를 지탱해 주던 그 성을 어떻게 무너뜨릴 수 있을까.

"아니라 해도 네 말만 들으면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잖아."

여이현은 다시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네가 말하는 석이를 한 번도 본 적이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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