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지유는 장다희의 사진을 몇 장 찍었다. 비록 그녀가 외모로 유명해진 것은 아니었지만 연기력이 뛰어나 같이 작업했던 많은 남자 배우들을 스타로 만들었던 그 능력은 여전히 빛났다. 장다희는 겸손하면서도 당당한 태도로 모두의 존경을 받았다.패션쇼가 거의 끝나갈 때, 온지유는 사진작가와 함께 장다희를 찾아갔다. 공아영은 장다희를 보자마자 큰 소리로 외쳤다."배우 장다희 님? 내가 직접 장다희 님을 보다니!"온지유는 공아영의 반응에 웃으며 말했다."그렇게 좋아요?"공아영이 들떠 말했다."당연하죠! 저 다희 씨가 나온 드라마를 엄청 많이 돌려 봤어요. 이거 진짜 현실 맞죠? 여기서 직접 만나다니 저 너무 행복해요!"장다희가 둘을 발견하고 다가와 말했다."안녕하세요, 장다희예요."그녀는 공아영에게 손을 내밀었다.공아영은 그 손을 보며 마치 꿈을 꾸는 듯했다."이거 꿈인가요?"공아영은 장다희를 보며 감동에 겨워 눈물이 날 것 같았다."다희 님 드라마는 빠트리지 않고 다 봤어요. 다희 님 경력도 알고 있어요. 지방에서 나오셔서 연예계에서 오랜 시간 노력해 오셨죠. 정말 팬이에요..."공아영은 말하다 감정에 북받쳐 울먹였다.장다희는 그녀를 위로하며 말했다."알겠어요, 울지 마요. 소중한 눈물을 여기서 흘리면 안 되죠."장다희는 공아영의 눈물을 닦아주었다.공아영은 자신이 이렇게 좋은 사람의 팬이었다는 사실에 더욱 감동했다.장다희는 친절하고 다정한 사람이었으며, 많은 연예인보다 거리감 없는 사람이었다.온지유가 공아영에게 말했다."우리 먼저 일에 집중해요. 오늘 다희 씨를 멋지게 찍어드려야 하잖아요."공아영은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네, 물론이죠."촬영을 위해서는 장소가 필요했고 많은 연예인이 줄을 서야 했다. 이를 안 둘은 이미 촬영 장소를 예약해 놓았다.그러나 온지유와 공아영은 현장에 도착하고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뭐라고요? 자리가 없다고요?""죄송합니다, 이미 다른 분께서 예약하셨습니다."공아영은 불쾌해하며 말했다."그
온지유는 노승아가 여이현의 회사 소속이라는 사실을 떠올렸다. 노승아에게 문제가 생기면 회사가 그녀를 보호할 것이다. 불과 며칠 동안에도 노승아를 옹호하는 기사들이 많이 나오고 있었다.온지유는 노승아의 의상을 보며 조롱 섞인 말투로 대답했다.“백조 흉내 내보려다 더 우스운 꼴이 된 것 같네요? 뭐, 과정이라도 재밌으셨으면 됐어요"온지유의 말은 노숭아의 자존심을 긁었다. 이번만큼은 자존심따위는 다 내려놓고 온지유에게 한번 이겨보고 싶었던 노승아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온지유 씨, 연예계에 있지 않으니 관중들이 뭘 더 좋아하는지 모르나 보죠? 결국 누가 더 예쁜지, 누가 더 인기 있는지가 제일 중요한 거예요"장다희가 자신만큼 예쁘지 않다는 얘기였다.하지만 장다희는 연기력이 뛰어난 배우였고, 굳이 체급을 낮춰 얼굴로 비교당할 필요는 없었다.장다희는 그저 곁에서 조용히 서서 노승아의 말에 딱히 반응하지 않았다. 노승아와 말싸움으로 번지고 싶지 않은 듯했다.온지유도 이런 유치한 문제로 노승아와 다투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노승아가 뒷배만 믿고 설치는 게 얼마나 무의미한 일인지 깨닫게 해주고 싶었다."정 맘에 든다면, 장소는 양보하죠. 다희 씨는 굳이 이 배경이 아니어도 괜찮으니까요."온지유가 싸움을 피하자 노승아는 만족스러운 듯 웃으며 말했다."그래도 눈치는 있나 보네요. 이번에는 내가 이겼고 앞으로도 내가 계속 이길 거예요. 똑똑하다면 나와 겨루려 하지 않는 게 좋을 거예요."온지유는 노승아를 지나치며 돌아보았다."정말 당신이 이겼다고 생각해요?"노승아의 눈은 온지유에 대한 분노로 가득 찼다. 온지유만 아니었더라면 노승아는 팬들을 잃지 않았을 테고, 평판도 나빠지지 않았을 것이며, 무엇보다 여이현을 잃지 않았을 것이다.노승아는 온 세상이 자신을 방해한다 생각 했지만 성공을 위해서는 인내가 필요하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노승아는 온지유의 귀에 작게 속삭였다."당신을 이기는 건 간단해. 기다려 봐. 곧 모든 걸 잃게 될 거니까."노승아의 시
노승아는 장다희와 비슷한 분위기의 한복을 입고 촬영에 임하고 있었다.촬영 중, 사진작가는 다양한 각도에서 노승아를 찍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아주 좋아요, 승아씨! 정말 너무 예뼈요!""진짜 어느 각도에서 찍어도 완벽하세요!"사진작가의 칭찬에 노승아는 자신만만해져, 더 열심히 촬영에 임했다.노승아는 자신의 외모가 장다희보다 뛰어나다고 자부했다. 연예계에서 아름다움은 강력한 무기였다. 일부 사람들은 단지 외모만으로도 엄청난 인기를 끌 수 있었다. 노승아는 연기력도 갖추고 있었고, 아름다움까지 겸비했으니 장다희를 쉽게 압도할 수 있다고 믿었다.사실 그녀의 목표는 장다희가 아니라 온지유를 이기는 것이었다.온지유와 장다희가 함께 있다면 장다희를 이기는 것은 곧 온지유를 이기는 것과 마찬가지였다.이번에도, 다음에도, 또 다음에도 승자는 노승아가 될 것이다.촬영이 끝난 후 노승아는 찍은 사진을 확인했다.결과는 매우 만족스러웠고 노승아는 이번에도 반드시 화제가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이번 이벤트의 열기를 타서 빨리 사진을 공개하세요."노승아가 말했다."물론이죠, 오늘 밤에는 다 올라갈 거예요!"노승아는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이미 모든 것을 다 이룬 듯 자신만만했다.저녁이 되자 최신 사진들이 치열하게 공개되었다.행사에 참석한 모든 사람들이 돈으로 댓글 부대를 사서라도 더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주려고 했다.노승아의 사진은 예상대로 최상위권에 올랐다.노승아가 대중에게 사랑받는 이유는 그녀의 순수하고 예쁘장한 외모 때문이었다. 이런 외모는 관객의 호감을 사기 쉽다. 아니나 다를까 노승아의 사진은 공개되자마자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켰다.‘이젠 말도 안 나오네. 노승아 진짜 예쁘다. 보장 안 들어간 기사 사진인데! 피부는 또 왜 이렇게 좋은 거야!’‘여자인데 노승아 미인계에 넘어감. 한복 너무 잘 어울려. 사극 좀 찍어주라 ㅠㅠ. 꼭 챙겨볼 거야!’대부분의 댓글은 긍정적이었다.노승아는 댓글들을 보며 기분이 좋았다.저녁 시간에는 사람들이 더
‘맞아. 굳이 둘 중에서 고르자면 나도 장다희. 드라마 속 캐릭터가 너무 잘 어울려!’노승아는 이 댓글들을 보며 표정이 어두워졌다.사람들이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장다희가 나보다 더 잘 나왔다고? 말도 안 돼!’노승아는 자신이 장다희보다 훨씬 더 아름답다고 확신하고 있었다.옆에 있던 매니저는 상황을 지켜보다가 장다희의 영상이 천만 개의 '좋아요'를 기록한 것을 보고 비꼬듯이 말했다."댓글들 대체 무슨 소리래요? 우리 언니가 훨씬 더 예쁜데. 장다희는 그냥 추억 팔이 하는 거지, 진짜 실력은 아니잖아요. 게다가 숏폼 영상은 일반인들이나 하는 거지, 제대로 된 배우라면 값 떨어지게 그런 거 쳐다도 안 보죠!"매니저는 장다희를 매우 경멸했다. 숏폼에서 활동하는 배우들은 대부분 인기가 없어 용돈을 벌기 위해 숏폼을 촬영한다고 생각했다. 노승아가 이런 방식으로 경쟁하는 것을 굴욕적으로 여겼다.하지만 노승아는 분노에 차서 휴대폰을 바닥에 던져버렸다.매니저는 노승아를 진정시키려고 했지만, 그녀의 격한 반응에 놀라 얼굴이 창백해졌다."언니...!"노승아는 분노로 두 눈이 새빨개져 말했다."왜 장다희가 천만 '좋아요'를 받고, 그렇게 많은 사람들 사랑을 받는 거야? 겨우 몇 편의 드라마를 찍었을 뿐이잖아! 나보다 예쁘지도 않아! 촬영 장소도 내가 차지했는데, 어떻게 이걸 찍은 거야? 분명 다 사기야, 전부 돈으로 산 거야!"노승아는 자신이 장다희보다 못할 리 없다고 믿었다. 분명히 장다희측이 뭔가 속임수를 썼다고 생각했다.매니저는 그녀의 말에 동조하며 말했다."맞아요, 언니. 너무 화내지 마세요. 장다희는 정말 천박해요. 진짜 배우라면 이런 식으로 인기를 얻으려고 하지 않죠. 짧은 영상 하나가 성공했다고 해도 언니의 인기를 넘지는 못할 거예요!"그러나 노승아는 화를 참을 수 없었다. 장다희가 영상 하나로라도 약간의 주목을 받는 것이 그녀를 불안하게 만들었다.노승아는 장다희가 다시 수면 위에 떠오르는 것을 결코 원하지 않았다.
인명진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대답했다."조금 더 천천히 가자. 늘 하던 장소로."홍혜주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좋아, 시간이 되면 그쪽에서 기다리고 있을게."말을 마친 그녀는 빠르게 그곳을 떠났다.홍혜주가 떠난 후, 인명진은 차분하게 토끼의 심장을 제자리에 넣고 천천히 봉합하기 시작했다.방금까지의 참혹한 현장을 거치고도 그 심장은 다시 뛸 수 있었다.모든 절차를 마친 후, 인명진은 피 묻은 장갑을 벗고 소독제와 비누를 여러 번 사용해 철저하게 손을 씻었다. 몸에서 더 이상 냄새가 나지 않는것을 확인하고 인명진도 떠났다.인명진은 차를 타고 농장으로 향했다. 농장 입구는 사람들이 지키고 있었고, 인명진이 도착하자마자 즉시 문을 열어 그를 안으로 들여보냈다.농장 안에는 장식용 꽃들과 함께 오직 딸기만이 심겨 있었다.딸기들은 제때 따지 않아 많은 것들이 땅에 떨어져 썩어 있었다.인명진은 차에서 내려 미소를 지으며 정성스럽게 가꾼 딸기밭을 바라보았다.그의 기분은 한결 좋아졌다.경비원이 그에게 바구니를 건넸다.인명진은 바구니를 받아 들고 딸기밭으로 들어갔다.농익은 붉은 딸기들이 눈에 띄었다.그는 신중하게 하나하나를 따서 바구니에 담았다. 그 어떤 것도 상처를 입지 않았고, 신선한 이슬이 맺힌 상태로 바구니를 가득 채웠다.딸기를 바구니 한가득 따고 나서야 인명진은 만족했다.썩어버린 딸기들에 대해서는 전혀 아쉬워하지 않았다.그들의 존재가치는 사람을 기쁘게 하는 데에 있을 뿐이다.딸기를 바구니에 담은 후, 인명진은 그대로 차에 싣고 농장을 떠났다.--한편, 온지유와 공아영이 만든 짧은 영상이 천만 조회수를 돌파하며 둘은 축제 분위기였다.그들에게는 이러한 성과가 전혀 우습게 느껴지지 않았다. 시청자들이 좋아한다면, 그게 바로 성공이었기 때문이다. 굳이 대형 제작물을 통해서만 성취감을 느낄 필요는 없었다.지금은 아직 연예인들이 숏폼을 통해 주목을 받으려는 시도는 거의 하지 않는 시기였다. 그러나 장다희는 이를 통해 다시 한
“돕는다고 할 수 없어요. 다희 씨는 실력 있는 사람이니까요. 이번 아이디어는 저희가 같이 생각해 낸 거예요. 상대가 다희 씨가 아닌 다른 사람이라고 해도 저는 똑같이 했을 거예요. 결과적으로는 다희 씨가 다희 씨를 도운 격이죠.”“저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이었어요. 제가 좋은 인연을 만났네요. 그럼 전 할 일이 있어서 다음에 다시 연락해요.”“네.”전화를 끊은 다음 공아영은 턱을 괸 채 온지유를 바라보며 말했다.“지유 씨는 어쩌면 못 하는 일이 없어요? 장다희 씨 매니저를 해도 되겠어요.”“아니에요. 그래도 화제성은 떼놓은 당상이겠어요. 전통적인 미디어는 못하는 걸 숏폼은 할 수 있으니까요.”이제는 신문 기사에만 목매다는 세대가 아니다. 21세기는 변화가 찾아올 때도 되었다.퇴근 시간이 되자, 온지유가 공아영에게 말했다.“시간 됐어요. 이만 퇴근해요.”“네.”공아영은 주섬주섬 정리하며 말을 이었다.“방향이 다른 것만 아니었어도 같이 돌아가고 싶네요.”온지유는 싱긋 미소를 지었다.“내일 봐요.”“아쉽지만 내일 봐요.”공아영과 헤어진 다음 온지유는 혼자 거리를 걸었다. 그녀는 택시를 잡지 않았다. 앉아 있은 시간이 너무 오래되어서 조금 움직이고 싶었던 것이다.요즘 들어 배가 좀 커진 것 같았다. 그녀는 배를 쓰다듬으며 미소를 지었다. 그녀와 함께 커가는 아이가 있다는 생각에 행복한 기분이 들었다.멀지 않은 곳에서 차량 한 대가 그녀를 쫓았다. 신발에 묻은 먼지를 터는 모습, 어딘가에 대고 사진 찍는 모습... 그녀의 모든 모습을 지켜봤다.차 안의 남자는 기분 좋은 듯 눈웃음을 지었다. 눈가의 점이 함께 움직여 아주 매혹적인 모습을 자아냈다. 그는 조수석에 놓인 딸기 바구니를 힐끗 보고는 계속 천천히 뒤따랐다.잠깐 걸은 다음 온지유는 택시를 잡고 집에 돌아가려고 했다. 앱으로 잡은 택시는 금방 찾아왔고, 그녀는 주소를 말하고 올라탔다.택시 안에는 은은한 향수 냄새가 맴돌았다. 택시 기사에게 시선을 주니 그녀는 무언가 감추려는
‘성공이야!’그러나 여자가 기뻐하기도 전에 벤츠 한 대가 바짝 붙어왔다. 그녀가 속도를 올리자, 벤츠도 역시 속도를 올렸다. 퇴근길 차로 가득한 거리에서 미친 듯이 쫓아왔다.여자는 더 이상 속도를 높일 용기가 없었다. 이대로 가다 가는 치명적인 교통사고가 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벤츠는 옆으로 다가왔다. 다리를 지날 때는 금방이라도 강에 빠뜨릴 듯 가까이 붙었다. 여자는 어쩔 수 없이 차를 세웠다. 벤츠는 끼익 소리를 내며 그녀의 앞으로 가서 멈춰 도망갈 길을 막았다.인명진은 주저 없이 차에서 내렸다. 차 안의 여자는 잠깐 진정하다가 차에서 내렸다.“이번엔 또 뭐야? 급한 일 있다며? 시간을 칼같이 지키던 사람이 왜 나보다도 급해졌대?”인명진은 빨간 머리 여자를 바라보며 눈살을 찌푸렸다.“네가 말한 임산부가 저 여자야?”여자는 머리카락을 정리하며 말했다.“그 말투 마음에 안 들어.”인명진은 정신을 잃은 온지유를 바라보며 다시 물었다.“뭘 먹였어?”“아무것도 안 먹었어. 한 번 내리치니까 그냥 쓰러지던데?”인명진은 더 이상 묻지 않고 온지유를 안아 내렸다. 빨간 머리 여자는 화들짝 놀라며 그의 손을 잡았다.“인명진, 너 뭐 하는 거야? 이거 우리 임무야. 그 인간들이 저 여자 장기를 팔아야 한다고 했잖아!”임명진은 정신 잃은 온지유를 꼭 안은 채 여자의 손을 뿌리쳤다.“네가 상관할 바 아니야.”“너 미쳤어? 죽고 싶어?”인명진은 더 이상 숨기지 않고 말했다.“이 여자는 안 돼.”“왜? 우린 한 번도 실패한 적 없어. 여자 하나 때문에 실패 경력을 만들고 싶어?”인명진의 눈빛은 아주 단호했다.“홍혜주, 난 내가 죽는다고 해도 상관없어.”홍혜주는 창백한 안색으로 말했다.“너 진짜 제정신 아니구나. 네가 언제부터 이런 거 신경 썼다고 그래? 왜 여자 때문에 인생을 망치려고 하냐고.”그녀는 인명진의 차 안에 있는 딸기 바구니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목숨값으로 농장을 사더니 딸기를 심으려고 그랬던 거야? 이 여자가 딸기라
홍혜주는 이해할 수 없었다. 그동안 인명진은 한 번도 이런 모습을 보인 적 없었다.인명진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온지유를 뒷좌석에 태웠다. 그리고 뒤돌아보지도 않고 차를 몰고 떠났다. 끝까지 설명은 없었다.점점 멀어지는 차를 바라보는 홍혜주의 눈빛에는 슬픔이 서렸다. 그가 이런 식으로 목숨을 뒷전에 놨다는 것을 믿을 수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가 죽도록 내버려둘 수 없었다.홍혜주는 주먹을 꽉 쥔 채 한참 마음을 가라앉혔다. 그러고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붉은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며 이곳을 떠났다.인명진은 온지유를 바로 집에 데려갔다. 그녀의 집이 아닌 자기 집으로 말이다. 온지유의 집은 가봤자 비밀번호를 몰랐기에 그냥 자기 집으로 왔다.그녀를 소파에 눕히고 몸에 상처가 없다는 것을 확인한 다음, 그는 옆에 앉아 조용히 기다렸다.시선은 시종일관 온지유의 얼굴에 머물렀다. 짙은 갈색 눈동자는 깊은 생각에 잠겨 있었다. 드러난 팔에는 여전히 붕대로 감긴 상처가 보였다.그는 그저 그렇게 기다리고 있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로 말이다.약 한 시간 후에야 온지유가 깨어났다.그녀는 목이 몹시 아팠다. 잠시 후 택시에서 맞아 쓰러진 기억이 떠오르자, 그녀는 화들짝 몸을 일으켰다.“깼어요?”온지유의 반응은 인명진도 보고 있었다. 온지유는 그를 보자마자 무의식적으로 몸을 튕기듯 일으켰고 뒤로 물러나며 경계의 눈빛을 쏘았다.“이번에는 또 무슨 꿍꿍이에요?”그녀는 원래부터 인명진을 좋게 보지 않았다. 택시에서 쓰러졌다가 다시 눈을 떴을 때 그가 보이자, 당연히 택시 기사와 한패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온지유의 경계하는 태도에 인명진은 미간을 찌푸렸다. 누가 봐도 슬픈 표정이었다.“이제 다 괜찮아요. 지유 씨는 안전해요.”온지유는 고개를 돌려 주위를 둘러보았다. 이 방의 구조는 그녀의 아파트와 비슷했다. 옆집, 이곳은 인명진의 집인 모양이었다.“지유 씨 집 비밀번호를 몰라서 일단 여기로 데려왔어요.”인명진의 집은 아주 깔끔했다. 모든 것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