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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7화

Author: 류한나
온지유는 다시 열쇠를 건네며 말했다.

"대표님에게 말해줘요, 필요 없다고."

배진호는 약간 곤란해하며, 힘주어 열쇠를 그녀 손에 쥐여주었다.

"그냥 타세요. 대표님이 이미 사모님 명의로 이전 해두었어요. 받지 않으시면 저는 돌아가 보고할 면목이 없어요."

여이현은 어떤 상황에서도 온지유가 이 차를 타야 한다고 했었다. 그녀가 거절하면, 배진호는 난처한 상황에 부닥치게 되고, 비난받게 될 것이다.

온지유는 입술을 꼭 다물고 열쇠를 받아 들고 새 차를 다시 한번 보며 고민했다.

여이현의 의도는 무엇일까?

온지유가 이렇게 좋은 차를 타고 출근하면, 사람들이 무언가 의심하지 않을까?

배진호는 온지유가 망설이는 것을 보고, 그녀가 말을 꺼내기 전에 말했다.

"출근 시간에 늦겠어요. 제가 운전할게요. 사모님을 태워다 드리죠."

배진호는 차 열쇠를 받아 들고 급히 차에 올라탔고, 온지유를 기다렸다.

온지유는 여이현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갑자기 이렇게 좋은 차를 타게 한다니.

여이현이 이런 면에서는 꽤 관대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의심을 피할 필요는 있었다.

차는 전용 차고에 주차될 것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볼일은 없을 것이다. 출근 시간이 늦어져서, 온지유는 부득불 배진호를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가 곤란할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여이현의 까다로움은 온지유도 잘 알고 있었다.

"너희들 어제 강윤희 씨가 온지유를 형수라고 부르는 거 들었어?"

아침 일찍, 회사에는 다시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그렇게 큰 소리로 말하는데 당연히 다 들었지. 강윤희 씨가 온지유를 형수라고 부르는 걸 보니 서로 아는 사이 같아 보이던데, 강윤희 씨가 또 대표님을 오빠라고 부르더니만, 설마...""너 온지유와 대표님이 뭔가 관계가 있다고 의심하는 거야?"

"관계까지는 아니더라도, 강윤희 씨의 호칭을 들어보면, 나도 온지유가 대표님의 그 신비한 부인이 아닐지 의심되더라고."

"말도 안 돼!"

누군가는 믿지 않았다.

"온지유는 대표님 곁에서 7년이나 일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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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의 말을 들었지만 그녀는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그들에게 저항하는 인명진이 있다고 생각하니 전혀 외롭지가 않았다. 돌아온 후, 이혜성은 협회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 자세히 물었다. 은서우는 일부분을 숨기고 말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이혜성은 깜짝 놀라며 소리쳤다.“세상에. 그래서 정말 거절했단 말이야? 너 진짜 대단하다. 존경심이 막 생겨.”그녀는 이혜성의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말했다.“그만해. 그만 놀려. 나 정말 긴장돼 죽는 줄 알았어.”은서우는 한숨을 내쉬며 겉옷을 벗더니 의자에 힘없이 기대어 앉았다. “왜 그래? 조금 전까지 내가 그렇게 칭찬했는데. 왜 갑자기 김이 빠진 거야? 들어올 때 그 패기는 다 어디 갔냐?”“패기는 무슨. 다리가 떨려서 제대로 서 있지도 못했어.”은서우는 입술을 깨물며 자신을 비웃었다. 옛날 사람들이 툭 하면 무릎을 꿇은 것이 이해가 되었다.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을 앞에 두고 긴장이 안 될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돌이켜 보니 아까 겉으로는 괜찮은 척 보였지만 사실은 하마터면 바닥에 주저앉을 뻔했다. 그러고 보니 자신이 되고 싶은 사람이 되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먼 것 같다. 그날 저녁, 인명진은 이미 소식이라도 들은 사람처럼 퇴근 시간에 맞춰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오늘도 별일 없었죠?”그가 먼저 입을 열었다.은서우는 전화를 받으며 책상 위의 물건들을 정리했다.“뭐 늘 똑같죠. 당신도 병원에서 근무하니까 잘 알 거 아니에요?”매일 진료를 받으러 오는 사람은 헤아릴 수 없이 많았다. 특히 이 병원에는 외과의사가 몇 명 없었기 때문에 그녀가 교대로 당직을 설 수 있다는 것을 알고는 툭하면 그녀를 외과로 불렀다. 그녀는 혼자 내과와 외과 사이에서 눈코 뜰 새 없이 바삐 돌아쳤다. 전화기 너머로 가벼운 웃음소리가 들려왔다.그녀는 잘못 들은 줄 알고 한참 동안 멍하니 서 있었다. “방금 누가 웃었어요?”웃은 사람이 인명진이라는 걸 믿을 수가 없어서 주변에 있는 누군가 웃었다고 생각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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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는 신석림이 자신을 칭찬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와 인명진의 입장에서 보면 그녀를 폄하할 가능성이 더 컸으니까. 다행히 은서우는 남들보다 침착하고 잘 참는 성격이었다.“절 왜 보자고 하신 겁니까? 병원에 할 일이 남아서요. 빨리 말씀해 주시죠.”신석림은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들었다.“지금 하고 있는 일이 마음에 드는가 보군.”“네. 전 제가 하는 일이 좋거든요.”그녀는 깊은숨을 들이마셨다. 겉으로는 내색하지 않았지만 주먹을 하도 꽉 쥐고 있어서 손바닥에 손톱이 박혀 있었다. 최대한 참으려고 노력했다. 이 상황에서는 참아야 했으니까. 인명진도 자리에 없고 이 사람들은 그녀가 감히 미움을 살 수 있는 사람들이 아니었다. 이준서한테는 차갑게 대할 수 있지만 신석림 같이 신분이 높은 자에게는 감히 그럴 수가 없었다. 그런데 그녀를 빤히 쳐다보던 신석림이 미심쩍은 듯 얼굴을 찡그렸다.“이렇게 보니까 낯이 익은데...”순간 멈칫했다.그녀가 묻기도 전에 그가 고개를 가로저었다.“아무리 생각해도 그럴 리가 없어. 본론으로 들어가지. 자네가 한 그 수술 나도 알고 있네. 잘했어. 인명진이 자네를 신경 써서 잘 가르쳤다는 생각이 드네.”“협회에서는 그 어떠한 인재도 낭비하지 않아. 특히 자네 같이 젊은 사람은 더더욱 말일세.”협회에 들어오라는 그의 뜻은 명확했다. 은서우는 한껏 움츠러들었던 어깨를 풀었다. 그가 이렇게 말을 하니 오히려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사실 오면서 그가 왜 자신을 만나자고 했는지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그녀의 추측으로도 자신을 그의 사람으로 끌어들일 가능성이 가장 컸다. 추측이 사실이 되자 한시름 놓게 되었다. 그녀는 숨을 내쉬고는 고개를 들었다.“신 선생님께서 좋게 봐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다만...”그가 눈을 가늘게 떴다. 예상대로라면 은서우는 그의 제안을 거절할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그녀는 거절의 뜻을 밝혔다. “하지만 전 협회에 들어올 생각이 없습니다. 전 직업도 있고 그렇게 큰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816화

    그녀가 웃는 모습을 본 적이 없는 건 아니었다. 인명진을 향해 환하게 웃던 모습, 얼마나 순수하고 밝았는지 모른다.그러나 이준서 그를 향한 그녀의 얼굴은 차갑기만 했다. 차 키를 누르던 그가 백미러를 통해 그녀를 쳐다보았다.“좀 웃으면 안 됩니까? 무뚝뚝한 얼굴이 얼마나 보기 흉한지 모르죠?”은서우는 그한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전 의사이지 웃음을 파는 여자가 아니에요. 웃는 여자가 보고 싶다면 술집에 가서 찾아봐요. 돈 주면 실컷 볼 수 있을 테니까.”말문이 막힌 그의 안색이 점차 어두워졌다.인명진을 제외하고 그를 할 말이 없게 만드는 사람은 은서우가 처음이었다. 그녀는 아마 자신이 이준서의 마음속에 이미 인명진과 같은 혐오스러운 사람이 되었다는 걸 모르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알아도 상관없었다. 전혀 신경 쓸 부분이 아니니까. 다만 서로에게 싫은 사람 일뿐. 협회는 생각한 것과 거의 비슷했다.딱 봐도 일반인이 발을 디딜 수 있는 곳이 아니었고 전문적으로 접대하는 고급 클럽처럼 보였다. 인테리어는 거의 대리석으로 되어있었고 으리으리했다. 프런트 데스크에는 사무직처럼 정장 차림을 한 여성이 있었고 이준서가 건네준 신분증을 확인하고는 옅은 미소를 지었다.“이 박사님, 어서 오세요.”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은서우는 온몸이 불편할 정도였다. 이준서가 잠시 잡담을 나누는 것을 보고 그녀는 재촉하기 시작했다.“신 선생님은 어디 계시나요?”프런트 데스크의 직원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신석림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그녀의 말투에 다소 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 그러나 은서우는 쓸데없는 생각을 하고 싶지도 않았고 그럴 여유도 없었다. 그냥 빨리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끝내고 떠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미간을 살짝 찌푸리던 이준서는 그게 습관이 되었는지 화를 내지 않았다.“뭐가 그리 급합니까?”은서우의 눈빛에 그는 어쩔 수 없이 어깨를 으쓱하며 직원과 이야기를 마치고 엘리베이터로 향했다.고급스러운 곳은 엘리베이터도 으리으리했다. 엘리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815화

    무슨 이유로 찾아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미 문 앞에 있다고 하니 한 번은 만나봐야 할 것 같았다.은서우는 심호흡을 몇 번 하고는 발걸음을 옮겼다. 이준서는 사무실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고 은서우가 안으로 들어갔을 때 그는 창턱에 있는 화분으로 손을 뻗었다. 그녀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이 박사님, 그건 제가 키우고 있는 화분이에요. 떨어뜨리지 마세요.”그러나 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화분이 창턱에서 떨어져 산산조각이 났다.은서우는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다행히도 실내 쪽으로 떨어졌고 창문 밖으로 떨어진 게 아니었다. 아니면 화분이 떨어져서 사람을 다치게 했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화가 나는 건 마찬가지였다. “이 박사님, 지금 뭐 하는 거예요?”은서우는 벌컥 화를 냈다. 그녀가 말을 마치자마자 화분이 떨어졌으니 이건 일부러 그런 것이 틀림없다.이준서는 양손을 주머니에 찔러넣은 채 무심하게 입을 열었다.“미안해요. 얼마예요? 내가 배상해 줄게요. 원하는 만큼 배상해 줄 테니까 말만 해요.”은서우는 깊은숨을 들이마셨다.‘어쩐지 성격이 차분한 인명진도 싫은 티를 팍팍 내더라니. 정말 꼴 보기 싫은 인간이야.’“괜찮습니다. 제가 직접 살 거예요. 여긴 어쩐 일이세요?”“더 이상 긴말 필요 없을 것 같은데요. 방금 당신을 찾아간 사람이 이미 명확하게 말했을 거 아니에요? 선생님께서 당신을 만나고 싶어 하세요.”이준서는 한 손을 바지 주머니를 내밀었고 검은색 귀걸이가 살짝 빛을 반짝였다.은서우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신 선생님께서 저를요? 왜죠?”그녀는 자신이 신석림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생각했고 이준서와도 몇 마디 얘기를 나눈 게 다였다고 생각했다. 이준서는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별일은 아니고요. 그냥 단순히 한번 만나보고 싶다고 하시네요. 어쨌든 엄청난 수술을 성공시켰고 이제는 유명인이 되었잖아요. 안 그래요?”그의 입에서는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할 것 같아 은서우는 그냥 포기하고 솔직하게 말했다.“그럼 돌아가서 전해요.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814화

    인명진은 눈 깜짝할 사이 죽 두 그릇을 먹었다. 배가 부르고 나서야 그가 젓가락을 내려놓고 입을 닦았다.“죽 맛있네요.”가사 도우미가 웃으며 말했다.“서우 씨가 만든 거예요. 전 영양사라는 사람이 이런 방법도 생각해 내지 못하고. 오늘은 서우 씨가 와서 정말 다행이에요.”은서우는 어색하게 웃었다.“이건 그저 보통 가정집에서 먹는 방법이에요.”“어렸을 때 집안 형편이 별로였거든요. 입맛이 없으면 이런 죽을 만들어 먹었죠. 그래서 한번 만들어 본 건데 뜻밖에도 입맛에 잘 맞았나 보네요.”가사 도우미는 겸손하다고 연신 그녀를 칭찬했다.인명진은 테이블 위에 놓은 음식들을 보며 마음이 따뜻해졌다.5성급 호텔의 요리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만들어준 사람의 마음이 잔뜩 들어있는 음식들이었다. 은서우가 자신을 마음에 두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기분이 좋았다.“고마워요.”그가 그녀를 향해 말했다.잠시 어리둥절해 있던 그녀가 급히 입을 열었다.“별거 아니니까 고마워할 것 없어요.”인명진이 자신을 도와준 데에 비하면 이건 정말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러나 그는 이번 일을 마음에 담아두었다. 말은 하지는 않았지만 그녀가 대학원에 무사히 들어갈 수 있도록 도와주기로 마음먹었다. 이틀 후, 몸이 괜찮아진 인명진은 경성으로 돌아갔다.경성 쪽에는 아직 많은 일들이 그가 처리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떠나기 전에 그는 자신의 노트를 은서우에게 건넸다. “이건 그동안 내가 적어두었던 노트예요. 내 생각들도 적어두었으니 시간 되면 한번 봐 봐요.”의사에게서 가장 중요한 것을 내어주면서도 그는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깃털처럼 가벼운 물건도 아닌데 말이다. 은서우는 깜짝 놀랐다. 손에 쥐고 있는 노트가 무겁게 느껴졌다. “이렇게 중요한 걸 나한테 그냥 주는 거예요? 안 돼요. 이건 받을 수가 없어요.”말을 하면서 그녀는 노트를 돌려주려고 했다.그러나 인명진이 차가운 표정을 지으며 그녀를 막아섰다.“대학원에 들어가겠다면서요? 그냥 해본 소리입니까? 아니라면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813화

    그러나 협회의 사람들한테 부탁하고 싶지는 않았다. 인명진뿐만 아니라 그녀도 그들이 눈에 거슬렸기 때문이다. 한참을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고 어떻게든 되겠죠 뭐.”그녀의 모습을 보니 예상대로 깊이 생각하고 있지 않은 듯했다. 그가 얕은 한숨을 내쉬었다.“이럴 줄 알았어요. 내가 이미 생각해 둔 게 있거든요. 추천서가 필요하다면 나중에 내가 써줄게요.”“정말요?”그녀는 눈빛을 반짝거리며 목소리를 높였다.사실 인명진을 찾아오려고 했었다. 그의 실력은 누구나 다 인정하는 것이었고 협회에 그렇게 많은 사람들도 인명진 한 사람에 미치지 못하였다. 그러나 그한테 너무 폐를 끼친다고 생각했다. 가뜩이나 많이 도와준 사람한테 추천서까지 써달라고 한다면 너무 뻔뻔스러울 것 같았다. 그녀는 기뻐하다가 이내 망설이는 표정을 지었다.“하지만 그건 너무 폐를 끼치는 게 아닐까요?”그가 그녀의 말을 끊어버렸다.“한때 같은 병원에서 근무했으니 우리도 친구 아닌가요? 이런 사소한 일은 별거 아니에요. 폐를 끼친다고 생각하지 말아요.”그제야 그녀는 환하게 웃었다. 추천서를 써줄 사람이 없을까 봐 걱정할 필요가 없게 되었다. 그녀는 남아서 인명진을 돌봤고 가사 도우미의 일도 발 벗고 나서서 했다.주방 밖, 가사 도우미는 앞치마를 두르고 주방에 들어가려는 그녀를 쳐다보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정말 직접 하시게요?”은서우를 못 믿는 것이 아니라 인명진이 아직 아프고 위장에 문제가 생겼기 때문에 그녀 또한 함부로 음식을 만들지 못하고 있었다.은서우의 가는 손가락을 보면 요리할 줄 아는 사람은 같아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한마디 한 것이었다. “제가 할게요. 아가씨처럼 젊은 사람은 기름기가 많은 주방과는 어울리지 않아요.”은서우는 머리를 묶으면서 대답했다.“아니에요. 이런 일에 익숙하거든요.”그 말 한마디에 어린 시절의 억울함과 수많은 슬픔이 담겨 있었다.그 일들은 이미 다 지나간 일이었다. 이제는 다른 사람에게 말해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812화

    “방에 있으면서 할 일이 없어서요.”뜻밖에도 그가 한마디 해명했다. 그러나 해명을 안 하기보다 못했다.그녀의 눈썹이 일그러졌다.“방안에서 할 일이 없다니요?”안색이 어두워진 그녀가 단호하게 입을 열었다.“어찌 됐든 아프면 푹 쉬어야죠. 책은 내가 가지고 갈 테니까 얼른 가서 쉬어요.”누군가에게 이렇게 쫓기는 일이 처음이라 좀 신기했다.물론 은서우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었다면 그는 순순히 말을 듣지 않았을 것이다. 은서우만이 그를 움직이게 만들었다.그러나 인명진은 침대로 가지 않고 의자에 가서 앉았다.“방금 볼일이 있어서 왔다고 했죠?”잠깐 망설이던 그녀가 말을 꺼냈다.“협회에서 나한테 메일을 보냈어요. 나도 조금 전에 확인한 거고요. 시간 되면 한번 왔다 가라고 하더라고요.”말을 마친 그녀는 긴장한 표정으로 인명진의 얼굴을 살폈다. 협회에 대해 불만이 많았던 그가 이 얘기를 들으면 분명 불쾌해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가 기분이 안 좋아지면 방법을 생각해 그를 달래주려 했다.“뭐 하러요?”아니나 다를까 그는 듣자마자 바로 미간을 찌푸렸고 눈빛이 어두워지면서 매우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협회에서 몰래 은서우를 찾아가다니. 그것도 그가 모르는 상황에서 말이다. 그녀는 인명진이 화가 난 이유를 오해했다. 그가 자신이 협회와 접촉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는 이내 자신은 협회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해명했다.“난 갈 생각이 없어요. 정말이에요.”조급해하는 그녀의 모습에 웃음이 나왔다.“왜요? 협회에 들어가면 좋은 점이 많을 텐데.”협회가 자신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지만 초보 의사들에게는 큰 도움이 될 거라는 걸 그도 잘 알고 있었다.초보 의사들의 입장에서 협회는 기를 쓰고 들어가고 싶은 곳이었다. 의학계의 유명 인사들을 만날 수 있고 수많은 의료 서적들을 볼 수 있으니 들어가고 싶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그러나 은서우는 여전히 고개를 저으며 단호한 눈빛을 보였다.“난 가지 않을 거예요.”“나 때문인가요?”그가 미간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811화

    은서우는 협회에서 왜 자신에게 이런 편지를 보냈는지 잘 모르겠다. 편지 끝에는 협회에 오라는 초대까지 있었다.가장 먼저 떠오른 건 협회의 호의가 아니라 상대방이 또 이런 방식으로 무슨 일을 꾸미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녀를 노리는 것은 아닌지 아니면 인명진을 노리는 것은 아닌지 라는 생각이었다. 이혜성은 내키지 않아 하는 그녀를 보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가고 싶지 않아? 이건 협회의 초대야. 우리처럼 풋내기 신인은 평소에 이렇게 큰 인물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없어.”“하지만 협회에 들어간다면 얘기는 달라지지.”은서우는 고개를 저었다.“당분간은 그럴 생각 없는데.”“그럼 지도 교수는...”“그건 다른 방법을 생각해 봐야지. 고마워. 그런데 더 이상 설득하지 마. 협회에 대해 좋은 인상이 있는 게 아니라서 들어가고 싶지 않아.”그녀는 담담하게 자신의 뜻을 분명하게 말했다. 이혜성은 그녀가 협회에 들어가길 바랬지만 단호하게 싫다고 하는 모습을 보고는 더 이상 강요하지 않았다. 자신을 배려하는 친구를 보며 은서우는 마음이 따뜻해졌다. 그러나 마음속의 걱정은 여전했다.한편, 인명진은 이곳에서 하루 더 머물렀고 내일은 그가 경성으로 돌아가는 날이었다.은서우는 마침 그의 집으로 가서 이 일을 그에게 전해주려고 했다.결국 혼자서는 좋은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으니까. 두 사람이 함께 방법을 생각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그런데 인명진이 병이 날 줄은 몰랐다.가사 도우미한테서 그 소식을 들었을 때 그녀는 믿지 않았다.“아프다고요? 그럴 리가요. 분명 얼마 전까지만 해도 멀쩡했는데.”인명진 같은 사람도 아플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던 것 같다.가사 도우미는 한숨을 내쉬었다.“정말이에요. 꽤 심한 모양이더라고요. 급성 장염 때문에 아직도 열이 많이 나고 있어요. 의사 선생님께서 조금 전에 살펴보고 가셨고요.”“지금은 2층 침실에서 자고 계십니다.”그녀한테 인명진은 뭐든 해내는 슈퍼맨 같은 존재였다. 그러나 그 또한 평범한 인간이고 화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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